“현재시간 22:00. 승조원 정위치.”
장보고함의 함장 장수영 소령은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에 대고 승조원들에게 방송을 하였다.
조국의 미래를 위해 극비 작전에 투입된 장보고함이다.
장보고함의 함장인 그는 조금 뒤 감시가 삼엄한 북한 서해상에 자신의 애함인 장보고를 띄어야 했다.
잠수함이란 함정은 물속에 있으면 그 누구도 찾기 힘든 그야말로 암살자와 같은 존재. 해상에 모습을 드러난다면 외부의 공격에 취약해진다.
그런데 자신의 애함을 그런 위험에 노출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장수영 소령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더욱이 일면 떠다니는 관이라 불릴 정도로 공격에 취약하다. 외부의 적에게 공격을 받아 격침이 된다면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니라 이 배에 타고 있는 모두가 깊이 수장이 되는 것이다.
누가 작전을 입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위험 부담이 큰 작전이다.
‘제길! 어떤 놈이 이런 작전을 생각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성공하기를…….’
장수영 소령은 그렇게 속으로 욕을 하며 복도에 자리하고 있는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모습은 마치 SF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내지는 슈퍼히어로들이 입고 있는 그런 복장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들의 존재나 그들의 착용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비밀인지 진해 해군기지에서 승선을 할 때도 저 모습이었고, 또 일체 말을 섞지 않고 있었다.
물론 장수영 본인에게도 상부에서 극비 작전에 투입이 되었지만 그 어떤 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
그저 조국의 미래가 걸린 작전이니 성공을 하였다는 연락이 갈 때까지 그 어떤 질문도 참고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참으로 황당한 명령이었지만 해군참모총장의 명령으로 직전 하달된 것이었기에 일개 소령인 그로서는 궁금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약속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장수영은 명령에 나온 지점에 도착을 하자 최대한 조용하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장보고함의 해치를 열었다.
장보고함은 전망탑만 수면 위로 1m정도 올라왔을 뿐이다.
지금이 아무리 밤이라고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기에 최대한 북한군에 들키지 않게 선체를 외부에 노출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파도가 조금만 높게 치면 바닷물이 선체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였다.
한편 작전 지역에 도착을 하고 지정된 좌표에 잠수함이 떠오르자 잠수함에 타고 있던 이상한 복장의 사람들은 아무런 말없이 잠수함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미 사전에 작전 내용을 모두 들었기에 잠수함을 나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모두 잠수함 승조원과 장수영 소령이 보기에 그런 것이지 현재 잠수함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활발하게 통신을 주고받고 있었다.
“리철명 부장은 2, 3조와 함께 평방사 사령부를 점령하시오. 김갑돌 부장은 4조와 함께 호위총국을 제압하고, 1조는 나와 함께 김장은이 있는 주석궁을 친다. SA부대는 나와 함께 주석궁으로 김장은을 잡으러 간다.”
수한은 헬멧 내부에 있는 송신마이크를 통해 명령을 내리고 자신도 사다리를 통해 잠수함 밖으로 나갔다.
사실 민간인인 수한이 이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조금은 의아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이미 사전에 대통령과 협의를 통해 명령권을 일임 받았다.
그러했기에 SA부대는 아무런 불평 없이 수한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다.
물론 자신들보다 실력이 뛰어난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가 수한의 명령에 절대 복종을 하고 또 그들과 훈련을 받을 때 수한의 실력을 겪어 보았기에 아무런 불만이 나오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수한은 SA부대가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와 훈련을 할 때 간간히 그들이 훈련을 하는 장소를 방문해 그들의 훈련 상태나 장비를 점검을 하면서 이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수한이 SA부대에 가르쳐 준 것은 전생의 기사들이 수련하던 무술이었는데, 수한이 가르쳐준 무술은 어려서부터 무술을 수련했던 SA부대원들과 상성이 너무도 잘 맞았는데, 산수로는 1+1=2이지만 무술수련이 가져다준 효능은 SA부대에게 2가 아닌 3이나 4를 나타냈다.
그 말이 무슨 말인가 하면, 다름 아닌 소설에나 나올 법한 내공이란 것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수한도 이미 경험한 것이기에 일부러 전생의 기억을 다시 하여 가르쳤다.
어려서 의붓 할아버지인 혜원을 통해 무술을 배우고 또 전생의 기억을 통해 기사들과 현생의 무술을 비교하며 알게 된 사실을 수한은 다시 한 번 효과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걸 SA부대원들에게도 가르쳐 준 것이다.
만약 이들의 인성이 수한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면 그들을 가르치지 않았을 것이지만 다행히 SA부대원들 모두 이런 수한의 시험을 통과했기에 가르쳐 주었다.
물론 이들은 자신들이 수한의 시험에 통과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가 잠수함 밖으로 나가고 SA부대원들도 모두 떠나자 장보고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임무는 특수임무를 가지고 북한에 침투를 하는 이들을 북한 남포항이 보이는 해상에 내려 주면 끝이었다.
이후 아무도 모르게 모항이 진해로 돌아오면 장보고함의 임무는 끝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비록 음파 탐지 능력이 떨어지는 북한이나 중국이라고 하지만 언제 어느 때 발각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보고함이 사라지고 바다 한가운데 남은 그들은 착용하고 있는 파워슈트의 기능을 작동한 채 북한으로 침투를 하였다.
이들은 북한 남포항을 통과하고 대동강을 거슬러 오라 평양으로 침투 루트로 잡았다.
그것이 사람의 눈에 뛰지 않고 평양으로 가는 최적의 루트이기 때문이다.
◈ ◈ ◈
북한 평양 주석궁.
주석궁 북한 주석인 김장은이 살고 있는 곳이다.
북한의 주석궁은 단순히 김장은 거처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치와 김장은이 북한을 통치하는 것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곳이다.
그리고 이곳 주석궁 지하에는 북한 주석인 김장은은 물론이고 공산당 간부들의 충성심을 배양 시키는, 일명 기쁨조가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주석궁 지하에 기쁨조들이 김장은과 북한 권력자들을 노고하기 위해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양을 보면 정말이지 두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난잡한 모습이 연출이 되고 있었다.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정작 공연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모두 자신의 옆에 젊은, 아니, 앉아 있는 간부들보다 최소 20살은 어려 보이는 젊은 아가씨들이 헐벗은 모습으로 반쯤 몸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더욱이 그녀들이 앉아 있는 곳은 의자가 아닌 늙은이들의 무릎 위였다.
그렇게 헐벗은 아가씨들을 무릎 위에 올려 두고 그들은 아가씨들의 육체를 희롱하고 있었다.
가슴이며 엉덩이 그리고 은밀한 부위까지 가리지 않고 주물럭거리고 있었는데, 정작 놀라운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런 작태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독재를 하지만 그런대로 애처가로 외부에 알려진 북한 지도자인 김장은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그런 퇴폐적인 모습은 남자들만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석궁 지하 비밀 장소에는 북한 권력자들이 모두 모여 기쁨조의 봉사를 받고 있었는데, 이들 권력자에는 남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장은의 혈족들도 포함되어 있고 또 여성 당 간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어린 남자를 곁에 두고 향응을 즐기고 있었다.
마치 주변 다른 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인지 어떤 이들은 아예 자신의 옷까지 모두 벗어 버리고 여자의 몸에 올라타는 이들까지 있었다.
예전 같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장면이 지금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 김장은의 집권 초기만 해도 졸았다는 이유로 권력 서열 2위의 원수가 처형이 되기도 했는데, 이런 퇴폐적인 모습을 연출을 할 수가 있었겠는가?
그런데 지금 펼쳐지는 모습은 세상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장면이 지금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정작 헐벗은 여자를 품에 앉고 있는 김장은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장은은 그동안 북한을 자신이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
북한의 권력은 지도자인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던 것이다.
군부는 반 이상이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으며, 나머지는 그저 그런 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마저도 자신이 아닌 친 러시아 계열의 인사들이었다.
김장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간도 쓸개도 모두 내놓을 것처럼 굴던 인사들이 중국의 대규모 원조를 받고 또 남쪽에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이상한 동향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포착하였다.
이 때문에 친위대를 시켜 조사를 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은 당 간부들과 군 장성들이 중국에 포섭이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이번 사태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남측을 도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반도에 전면전을 힐책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김장은은 고심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생각은 이것이 아니었다.
남한을 압박하여 군비증강을 줄이게 하면서 남북이산가족 교류라는 카드를 써 부족한 식량과 연료를 공급받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는 한편 배급 문제로 불만이 쌓인 군부를 달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군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런 문제로 일부 군 장성들이 딴마음을 먹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친 중국 인사들이 대거 그런 현장 지휘관들을 포섭해 이제는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이다.
어떻게든 달래 보려 노력을 하였지만 이미 중국의 뀀에 넘어간 이들은 자신의 명령을 콧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다.
현재 남쪽 철책 인근에 있는 부대들 대부분이 자신의 통제를 듣고 있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호위총국 20만 병력만은 자신의 통제하에 있다는 것이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은 진즉 축출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친 러시아 계열 장성들도, 친 중국 계열 장성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아직은 자신을 편들고 있음이 그나마 자신의 생을 연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김장은은 잘 알고 있다.
남한과 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은 조중 안보협정을 들어 전쟁에 참전을 할 것이다.
그건 북한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루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중국의 음모인 것이다.
중국은 그렇게 한반도 전쟁에 참전하여 북한을 장악하고 여세를 몰아 남한을 점령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남한의 군사력은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력하였다.
아마 핵무기를 쓰지 않는 이상 중국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현재 형성되어 있는 철책 밑으로 내려가지 못한 채 국경을 지금과 같은 상태로 고착을 시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나 가족의 미래는 빤했다.
점령한 북한을 돌려주지 않고 그동안 힘썼던 것처럼 동북공정을 완성하려 할 것이다.
김장은은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을 들어 쏟듯이 털어 넣었다.
“크윽!”
입 안으로 들어가는 술 맛은 무척이나 썼다.
자신의 앞에 놓인 술은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것으로 인민들은 감히 그 값을 생각지도 못할 정도다.
예전에는 그렇게나 부드럽고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던 그것이 지금은 싸구려 화주만큼이나 독했다.
사실 지금 벌이고 있는 파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벌여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오늘 파티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호위총국 간부들과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인근 부대의 장성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게 되면 정말로 끝장이었다.
그래서 억지로 이들을 불러 위무하는 중이다.
이들을 위무하기 위해 꼭꼭 감추어 두었던 기쁨조를 풀어 품에 던져 주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에 대한 조심스러움은 어디로 갔는지 모두 술에 취해 여성들의 몸을 희롱하는 중이다.
김장은은 그런 간부들을 보다 자신도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여성의 몸을 더듬었다.
아니, 모든 것을 잊기 위해서 더욱 집요하고 원초적으로 여체를 희롱하였다.
이것에서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품에 안긴 여자의 몸을 탐욕스럽게 갈구하였다.
◈ ◈ ◈
북한 주석궁이 보이는 두만강 강변.
어둠 속을 뚫고 무언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물속에서 떠오르는 물체는 어떤 형체를 이루고 있었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너무 어두워 형체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떠오른 물체는 강변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 마치 물귀신 하고 무척이나 비슷했다.
소리 없이 물 위로 떠올라 형체가 보이지 않는 것까지 딱 물귀신이었다.
다만 그것들은 어떤 목적지를 가진 것인지 단체로 어딘가로 이동을 하였다.
톡! 톡!
보이지 않는 그것들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하지만 지형이 모래와 자갈이 펼쳐진 강변이라 걸을 때마다 작은 소음이 일어났다.
그렇지만 아주 미세한 소음이라 이것을 이상히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걸음을 옮기던 그들은 갈대숲이 나타나자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자세를 낮췄다.
어둡고 또 투명화 상태라 들키지 않을 것인데도 최대한 행동을 조심하고 있었다.
“정지.”
수한은 자신의 뒤를 따르는 보안대와 SA부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리철명을 따르는 2조와 3조는 두만강을 타고 침투하는 도중 헤어졌다.
평양을 둘러싼 평양 방어 사령부를 접수하기 위해 먼저 이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김갑돌이 이끄는 4조 또한 이곳까지는 같이 왔지만 호위총국을 접수하기 위해 조금 전 헤어졌다.
지금 이 자리에는 그가 이끄는 1조와 SA부대만 남았다.
그런데 수한은 4조에게 조금 무리한 명령을 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을 따라온 1조에게 다른 명령을 내리기로 하였다.
“조형철 과장.”
“예.”
“아무래도 김갑돌 부장과 4조만으로는 호위총국을 접수하는 것이 지체될 것 같으니 조형철 과장이 1조를 데리고 김부장을 지원하세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박사님을 보좌할 인원이 없지 않습니까?”
조형철 과장은 수한의 말에 자신의 임무를 상기하며 물었다.
조형철은 상급자인 리철명과 김갑돌에게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다.
북한에 있을 때는 지도자인 김장은과 당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가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며 아사 직전에 몰리자 충성을 다했던 조국을 등지고 탈출을 하였다.
리철명이나 김갑돌 못지않게 그 또한 탈북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하였다.
물설고 땅 설은 곳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브로커의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긴장을 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조형철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하였다.
조형철은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다.
브로커는 조형철을 포함한 탈북자를 한국의 탈북자 지원 단체에 연결을 시켜 주겠다고 속이고 중국 인신매매 조직에게 팔아 넘겼던 것이다.
나중에 자신들이 탈북 지원단체가 아닌 인신매매 조직 그것도 가장 악질인 조직에 넘겨진 것을 알았을 때는 절망을 하였다.
그 중국 조직은 인신매매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젊은 사내들울 따로 분류하여 장기밀매까지 하는 조직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조형철은 북한군에 있으면서 배웠던 살인 기술들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날고기는 북한군 특수부대에 있던 사람이라고 해도 혼자서 가족 모두를 무사히 빼낼 수 없었다.
더욱이 자신의 부인과 아들은 이미 장기가 빼내져 죽은 뒤였다.
그 때문에 더욱 날뛰어 당시 그곳에 있던 중국인들을 모두 죽이고 탈출을 하였지만 이미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란 소원하였다.
부인과 아들은 죽고 딸은 어딘가로 팔려 갔다.
그나만 막내딸만은 아직 팔려 가지 않았기에 무사히 구출할 수는 있었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막내딸마저 잃어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그렇게 막내딸과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을 하였고, 우연찮게 한국 선교 단체가 운영하는 탈북지원 센터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와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고생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번 사람에게 속아 가족을 잃은 조형철은 주변 모든 것을 의심을 하였다.
남을 의심을 하고 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그와 같아졌다.
그러니 그가 한국에 적응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적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을 하는데 어떻게 적응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자꾸만 사회에서 겉돌게 되었다.
그러던 것을 북한에 있을 때 상관이었던 리철명이 불렀다.
그나마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 그의 소개로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당시 라이프 제약 경호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형철은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다.
잃어버린 것으로 생각했던 둘째를 찾은 것이다.
눈앞에 있는 자신의 주인은 단순 사용인이 아니라 직원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여 고충을 처리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조형철은 수한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또 어떤 생각으로 자신과 같은 이들을 고용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 후 그동안 사람들을 의심하던 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자신보고 다른 사람들을 지원하라는 말을 하고 있는 수한의 안전이 걱정이 된 것이다.
상급자인 리철명이나 김갑돌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조형철에게 수한은 단순 사용인이 아니라 목숨을 다해 충성을 할 대상이다.
그렇지만 그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지금 계획한 것들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굶주리고 있는 북녘의 동포들이 자신과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형철은 수한이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수한의 명령에 따르기로 하였다.
물론 그가 걱정하는 것은 수한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보안대나 함께 훈련을 했던 SA부대원 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자신이 주인으로 인정한 이의 곁에서 지키지 못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걱정이 되었다.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옆에 계신 SA부대원 분들이 절 지켜 줄 것이니 말입니다.”
수한은 조형철이 하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인 명령을 받고 합동 작전을 하고 있는 SA부대에게 4조를 지원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비밀 작전에 투입되었다고 하지만 자신을 포함한 보안대는 민간인 신분이다.
그렇기에 SA부대와 함께 작전을 하지만 SA부대를 들러리로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에게 주변 정리를 시키고 자신과 SA부대가 주석궁 안으로 침투해 김장은을 잡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이런 내막까지는 모르는 조형철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시간이 없기에 간단하게 그냥 4조를 지원하라고 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OK.”
“1조는 나와 함께 4조를 지원하러 간다.”
조형철은 수한의 명령에 1조를 데리고 호위총국을 치기 위해 먼저 출발한 김갑돌과 4조를 지원하기 위해 출발을 하였다.
조형철과 1조가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수한은 고개를 돌려 정수용 중령과 SA부대원을 돌아보았다.
“처음 계획과 다르게 적은 인원으로 김장은과 주석궁 안에 있을 북한 공산당 간부들을 제압하게 되었지만, 전 대한민국 최정예인 여러분의 능력을 믿습니다.”
수한이 뒤에 남은 SA부대원을 보며 그렇게 말을 하자 정수용과 SA부대원들은 자세를 바르게 하였다.
아직 투명화 모드를 끄지 않고 있는 상태라 모습은 모이지 않았지만 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수한이라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수한은 이들의 대답도 듣지 않고 출발을 하였다.
정수용과 SA부대원은 그런 수한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 ◈ ◈
수한과 SA부대원들이 주석궁에 침투하기 위해 도착을 했을 때, 이미 그곳 입구는 개방이 되어 있었다.
먼저 출발한 보안대가 이들을 처리한 것이다.
주석궁을 경비를 하는 호위총국의 군인들은 김갑돌을 비롯한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 1조와 4조에 의해 조용히 제압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확인한 수한과 SA부대원은 빠르게 주석궁 안으로 침투를 하였다.
늦은 시각이라 내부에는 별다른 경계 병력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석궁 내부로 침투한 수한과 SA부대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주석궁 밖에서와는 다르게 수한과 SA부대원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북한의 지도자인 김장은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에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장은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평양을 접수해야 한다.
친 중국계 지휘관들이 평양의 변고를 알기 전에 그들까지 처리를 해야 모든 작전이 성공적으로 완료가 되는 것이다.
이 중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조국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예상할 수 없었다.
만약 이곳 소식이 외부에 알려져 휴전선 인근의 친 중국계 지휘관들에게 소식이 들어간다면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중국에 구원 요청을 할 것이 분명했다.
원칙적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장은의 요청이 아니면 중국군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나 이미 북한을 삼키려 음모를 꾸민 중국 지도부는 그런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북한 땅으로 들어올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평양의 소식이 알려지기 전 모든 일을 끝내야 한다.
수한은 이번 작전에 소요되는 시간을 작전이 시작되는 밤 10시에서 다음 날 해뜨기 전인 6시 이전으로 잡았다.
그러기 위해선 한시라도 빠르게 주석궁 어딘가에 있을 김장은을 잡고 평양에 퍼져 있는 공산당 간부들을 잡아들여야 한다.
그러면서 평양의 소식이 외부에 들어가지 않게 처리를 해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 북한의 미사일부대와 특수부대인 핵배낭부대와 화학부대를 점령하고 철책 인근 부대를 장악해야만 한다.
또 거기에서 작전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남한의 부대가 호응을 해야 하는데, 모든 작전이 완료되면 현재 데프콘 2단계로 준비 태세에 들어가 있는 전방 부대에 연락을 하여 진격을 해야 한다.
진격한 부대들은 자신들이 제압한 북한군을 하나하나 장악하면서 혹시라도 북한의 내부 변화를 눈치 채고 쳐들어올지 모르는 중국군을 막아야 했다.
이 모든 작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만 대한민국과 북한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피해로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휘익! 휘익!
SA부대원들은 각자 맡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2인 1조가 되어 주석궁 여기저기로 퍼졌다.
일부는 내부 수색보다는 혹시라도 김장은과 당 간부들이 주석궁 지하에 설치되어 있는 지하철이나 비상통로를 통해 탈출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그곳을 막기 위해 내려갔다.
이렇게 각자 맡은 임무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다 보니 북한 주석궁은 빠르게 이들에 의해 접수가 되었다.
―김장은의 부인과 딸을 확보하였습니다.
―김장은의 둘째 아들을 확보하였습니다.
―김장은의…….
수신기를 통해 속속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김장은의 거취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확보한 인원들을 모두 1층으로 데려와 감시하기 바란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은 계속해서 김장은의 소재를 파악하기 바란다.”
수한은 사촌형이자 SA부대장인 정수용과 함께 수색을 하다 무전이 들려오자 그렇게 지시를 하고 다시 수색에 나섰다.
그런데 화면에 무수히 많은 생체 반응이 나타났다.
수한이나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 그리고 SA부대원들이 착용한 파워슈트의 헬멧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데, 그중에는 생명체의 생체 반응을 포착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주로 붕괴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용도로 사용을 하지만, 수한은 이 기능을 파워슈트에 집어넣어 작전 시 적을 찾아내는 용도로 사용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생명 반응이 분포도에 비해 반응이 무척이나 작았다.
이는 존재들의 생명력이 약하거나 아니면, 그 존재들과 모니터의 중간에 상당한 거리나 장애물이 있을 때 신호가 약해진다.
수한은 벽으로 가로막힌 너머로 반응이 약하게 있는 것을 포착하고 수신기의 감도를 높였다.
그러자 생명 반응이 있는 곳과 자신의 거리가 얼추 측정이 되었다.
“포로를 감시하는 인원 4명을 빼고 모두 지하 3층으로 내려오기 바란다.”
수한이 확인한 생명 반응은 주석궁 지하 3층이 위치한 곳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 바로 주석궁 내부를 수색하고 있는 SA부대원들에게 붙잡은 포로를 감시할 인원만 남기고 모두 지하 3층으로 불렀다.
자신들이 찾는 김장은과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혹시라도 혼란스런 틈에 김장은을 놓칠 수도 있었기에 방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 부른 것이다.
수한도 정수용과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도중 먼저 도착한 SA부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그들과 합류를 하였다.
그런데 먼저 내려온 SA부대원들이 지하 3층 연회가 벌어지고 있는 입구를 지키고 있던 호위총국 군인들을 처리한 모습이 보였다.
수한은 최대한 소란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와 SA부대원들이 사용할 무기에 특별한 조치를 취했다.
수한이 무기에 취한 조치는 바로 무소음의 충격탄을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죽이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데, 굳이 생명을 빼앗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충격탄은 말 그대로 고압전류를 사용해 순간적으로 피격된 존재의 근육을 마비시키는 작용을 하기에 아무런 소음을 내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일반 총기류처럼 화약을 터뜨려 총알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다.
전기 충격기처럼 고압 전류를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유선이 아닌 구슬 모양으로 전류를 압축하여 발사하는 것으로 원거리에서도 발사가 가능하였다.
현재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와 SA부대원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이렇게 충격탄이나 일반 총알 등을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적을 처리하면서 아무런 발견되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 일반 총기류를 사용했다면 아무리 소음기를 달고 총을 발사한들 진즉 주석궁을 호위하는 호위총국 군인들에게 발각이 되었을 것이다.
수한과 SA부대원들은 입구를 확보하고 X―레이 투시를 이용해 벽 너머 내부를 살펴보았다.
벽 너머 커다란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무리는 무대 위로 보이는 곳에서 공연을 하고, 그와 떨어진 곳에서는 여러 명의 또 다른 무리들이 넓게 퍼져 뒤엉켜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수한은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전생에 대마도사였던 그는 귀족들의 파티에 초대가 되어 몇 번 참석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귀족들은 처음 고상한 모습과는 다르게 시간이 흐르고 늦은 시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싶으면 파티 도중 눈이 맞은 사람들은 하나둘 파티장을 빠져나갔다.
결혼을 했건 그렇지 않았건, 또 나이가 어리건 많건 상관도 없었다.
더욱이 일부 귀족들은 현생의 기준으로는 상상도 못할 패륜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지금 벽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 귀족들은 그래도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욕념을 채웠다. 하지만 지금 벽 너머 북한의 간부들로 보이는 자들은 그런 가림 막도 없는 곳에서 그런 퇴폐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참으로 짐승과도 같은 이들이었다.
인간이라면 창피함이란 것이 있을 것인데, 이게 무슨 자랑스러운 모습이라고 한둘도 아닌 남녀가 공개된 곳에서 뒤엉켜 있었다.
수한은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다 느끼고 작전에 들어갔다.
주석궁 지하 3층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있다면 분명 그 안에 김장은은 물론이고 북한 권력자들이 대거 모여 있을 것이라 판단을 내리고 신속하게 잡아들이기로 하였다.
더 이상 지켜보았다가는 눈이 썩어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확인할 것 없이 바로 들어가기로 하지요.”
“알겠습니다.”
공식적인 작전이기에 자신의 사촌 동생인 수한에게 존칭을 한 정수용도 벽 너머를 확인하였기에 바로 대답을 하였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간 수한과 SA부대원들은 모습을 감춘 채 내부 침투하여 안에 있는 어느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망을 구성했다.
그리고 너무도 많은 인원을 소란 없이 잡기 위해 준비를 하였다.
이때 수한은 준비한 물건을 꺼내 주변에 설치를 하였다.
수한이 준비한 것은 바로 슬립 마법진이 새겨진 장치였다.
워낙 공간이 넓어 한두 개로는 모든 인원을 잠재울 수가 없기에 공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설치를 하였다.
수한이 슬립 마법진을 설치하고 그것을 활성화 시키자 어느 순간 뒤엉켜 있던 남녀가 잠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기에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고 있던 기쁨조들조차 이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잠에 빠졌다.
슬립 마법진이 모두 활성화 되고 시간이 흐르자 실내에 있던 모든 인원, 아니, 파워슈트를 입고 있는 수한과 SA부대원을 뺀 인원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