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대통령과의 면담
파주 임진강 기슭의 장어 구이 집.
평상시라면 몸보신을 위해 장어 구이를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잘되던 곳이었다.
그렇지만 불온한 소식으로 인해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져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대북 방송이 들리는 곳이다 보니 웬만한 뉴스에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겠지만, 이번 북한군의 휴전선 인근 전진 배치라는 악재는 그런 것이 무색하게 사람들의 발걸음을 뚝 끊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가게 문을 열자마자 전화로 예약 손님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예약 손님이 80석 규모의 가게 전체를 예약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게 주인은 오랜만에 맞는 엄청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다만 이상한 것은 80석이나 되는 자리를 모두 예약을 했으면서 준비하라고 시킨 음식의 량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겨우 20인분 정도의 음식만 주문을 한 것이다.
그게 조금 의아하기는 하였지만 가게 주인에게 그것은 상관이 없었다.
이미 가게 전체를 예약하면서 하루 매상을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어여 준비들 해! 곧 예약 손님이 오실 시간이야! 정필아! 넌 밖에 나가 혹시 손님이 오는지 지켜보고, 혹시 주차장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고…….”
장어구이 집 사장인 박정일은 동생 정필에게 예약 손님이 올 시간이 되었다고 말을 하며 길가에 나가 혹시 손님이 오면 안내를 하라고 내보냈다.
그러면서 아침에 청소를 한 주차장이 지저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그곳도 돌아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주차장은 이상 없어, 내가 조금 전에 나가 확인했어!”
마침 가게 안으로 들어서던 정일의 부인이 밖으로 나가는 정필을 향해 자신이 확인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알겠습니다. 형수님! 전 길가에 나가 있겠습니다.”
“그러세요. 도련님!”
정일의 부인은 대답을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정말로 요즘 같아서는 딱 죽고 싶었다.
남들은 번듯한 가게를 가지고 있다고 부러워하겠지만 그것도 옛말이었다.
주변 경치 좋은 곳에는 자신의 가게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꾸며 놓은 음식점들이 많았다.
사실 이 가게도 빚을 내 어렵게 장만한 가게였다.
그나마 음식 솜씨가 나쁘지 않아 그런대로 장사가 되어 은행 대출이자도 갚고 원금도 줄여 가고 있었는데, 썩을 놈의 북한군의 무력 도발로 인해 휴전선과 가까운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다른 때라면 인근 부대에 면회를 온 가족들로 인해 간간히 손님이라도 있었는데, 얼마 전 북한군이 휴전선 인근으로 전진 배치가 되었다는 뉴스가 나가고 난 뒤 임진강 인근 지역 상권 전체가 정체되고 말았다.
손님이 있어야 경제가 돌아갈 것이 아닌가.
일반 손님커녕 영외 거주하는 군인들조차 없었다.
그러니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의 주민들은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었다.
일반 주민도 불안에 떨지만 박정일처럼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랬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하루 매상을 책임지겠다며 예약을 한 손님을 아무렇게나 맞을 수가 없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가게 문이 열렸다.
“형님! 손님들 도착하십니다.”
가게 밖 길가에 나가 예약 손님을 기다리던 정필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그 소리가 신호가 된 것처럼 가게 안 카운터에 앉아 있던 정일이 일어나 가게 문을 활짝 열었고, 주방에서 찬을 준비하던 정일의 부인도 문 앞으로 나오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문 앞에 서서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치기 무섭게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세요.”
정일과 정필 그리고 이곳 가게 종업원들이 모두 나와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가게 앞에 좌우로 나눠 섰고, 일부는 가게 안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이상 없습니다.”
귀에 무전기를 낀 검은 양복의 사내들의 막강한 분위기에 정일과 그 가족들은 바짝 긴장을 하였다.
딱 봐도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검은 양복의 손님들의 행동에 겁이 덜컥 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곧 또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 ◈ ◈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 부장인 리철명은 사전에 예약된 가게에 도착을 하였다.
부하 직원들을 먼저 보내 내부를 살피고 주변을 살폈다.
“이상 없습니다.”
부하로부터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은 리철명은 주차장과 주변 일대에 보안대를 시켜 경계하게 하였다.
조금 뒤면 자신이 속한 라이프 메디텍의 실질적 오너인 수한이 도착을 할 것이고, 또 수한의 지인들이 도착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이곳은 자신의 은인인 수한이 속한 단체의 비밀 회합 장소로 정해진 곳이다.
원래 그 모임의 회합 장소는 지리산에 있는 한 암자가 정규 회합 장소였지만, 현재 모임의 수장인 수한이 이곳 파주의 연구소에 근무를 하는 바람에 회합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
그 때문에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의 행보가 바빠졌다.
리철명을 필두로 한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의 최우선 사항은 다른 것이 아니라 오너인 수한을 지키는 일이었다.
비록 몸은 라이프 메디텍에 매어 있지만 보안대에 속한 대원들 모두는 수한만을 추종하였다.
물론 이런 현상은 무척이나 비정상적인 모습이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 대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 공통점이란 것은 다름 아닌 탈북자라는 것이다.
아니, 그냥 일반 탈북자가 아니라 북한에 있을 당시에 북한군 특수부대에 속하는 부대 출신들이었다.
그 때문에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을 하여 한국에 들어왔지만 한국에 쉽게 적응을 하지 못했다.
북한군 특수부대는 일반 북한 주민이나 북한군보다 더 강력한 사상 교육을 받았다.
세뇌에 가깝다고 말하는 우상화 교육을 더욱 강력하게 받은 이들이라 한국 정부도 이들의 탈북을 받아 주어도 쉽게 이들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일 년, 열두 달 감시자가 붙는다. 또 일부 인사들은 인간 흉기나 다름없으나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속여 이득을 취하기도 하였다.
그 때문에 어렵게 살던 것을 수한이 모아 사람답게 살게 만들어 주었다.
그저 남한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가족들을 이끌고 북한을 탈출했지만 현실은 드라마와 같지 않았는데, 수한은 그런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 주었다.
그러니 북한의 우상화 교육을 받았던 이들 보안대원들은 자신이 섬길 사람을 북한 지도자가 아닌 수한을 받들게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에게는 수한의 안위에 관해선 그 무엇에 우선하는 것이 되었다.
“가시지요.”
철명은 수한을 향해 그렇게 말을 하고 앞으로 걸었다.
혹시나 누군가 저격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한보다 한걸음 앞서 주변을 살피며 걸었다.
그리고 수한 주변에는 철명 외에도 세 명이나 더 호위하며 걸었다.
한편 수한은 조금 과하다 생각했지만 리철명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다른 때라면 이런 행동을 막았을 것이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오늘 회합은 극도의 비밀을 요하기 때문이었다.
비록 지킴이라는 단체가 강력한 강제 수단을 가진 조직은 아니지만 천 년 가까이 어둠 속에서 민족을 수호하던 단체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속한 분야에 어느 정도 위치를 가지고 있으니 외부에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을 들어 그들이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면 이슈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최대한 외부의 시선을 끌어서 좋은 것이 없기에 오늘 회합에 불청객이 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을 하는 중이고 그래서 리철명의 행동을 막지 않는 것이다.
수한이 리철명의 안내를 받아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시간차를 두고 승용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 ◈ ◈
넓은 홀 가운데 자리만 사람 허리 높이의 칸막이가 자리하고 있어 마치 넓은 바다에 덩그러니 떠 있는 섬을 보는 듯하였다.
그렇게 칸막이로 막혀 있는 가운데 자리에만 손님이 있고 주변에는 빈 좌석들뿐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불안한 시국에 회합 장소를 이런 곳으로 해서 죄송합니다.”
수한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였다.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정규 회합 일정이 조금 남았는데, 저희를 소집한 것입니까?”
오늘 회합을 가지는 지킴이 회원들은 각 분야에 정상에 있는 이들로 동종 업계에 있는 회원들을 관리하는 간부진들이었다.
비록 강제는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규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위계 질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아니,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아래의 규칙을 더욱 철저히 지킨다고 하는 것이 맞았다.
아무튼 젊은 회주인 수한이 고개를 숙이며 휴전선과 가까운 지역에서 긴급 회합을 가지게 된 것을 사과하자 간부들은 별일 아니라며 가볍게 넘겼다.
“사안이 급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수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간부들의 표정이 굳어지며 기장을 하였다.
사실 오랜 지킴이 수장으로 있던 혜원이 입적하고 차기 수장으로 수한이 지목되었다.
처음 수한의 나이가 어리다 보니 반발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간부진의 지지로 아무런 저항 없이 회주의 자리에 올랐다.
그만큼 지킴이 간부진은 일반 회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회주라도 독단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였다.
물론 수한이 이들을 부른 것은 지킴이 전체에 대한 일로 부른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킴이와 아주 연관이 없는 일도 아니다.
오늘 이 자리는 회주인 자신이 당분간 국내에 있지 않을 것이기에 회주의 부재 시 국내를 조율할 이를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제가 긴급 회합을 가지려는 것은 이번 북한군의 휴전선 인근 부대의 전진 배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종의 일을 추진하려는 것 때문입니다.”
“모종의 일이라면…….”
라이프 메디텍 사장의 자리에 있는 조봉구가 모종의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네, 이번 참에 보안대를 이용해 북한의 지도부를 처리하려고 합니다.”
“아니?! 뭐라고요?”
“아니…….”
“네?”
자리에 있는 간부들은 방금 수한의 말에 깜짝 놀랐다.
비록 북한이 치안 상태가 불안하고 내부적으로 불안정한 면은 있지만 국가는 국가다.
일개 단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수한이 북한 지도부를 도모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수한의 너무도 황당한 말에 너무 놀란 간부진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간부진을 보며 수한은 조용히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북한 정권이 전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이미 화살은 쏘아졌습니다. 북한군 내부 권력 구도도 복잡해 현 김장은 정권은 군부를 모두 휘어잡지 못했습니다. 비록 대규모 숙청을 통해 불만 세력을 많이 솎아 내긴 하였지만…….”
수한은 북한군의 내부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북한에 들어가 도모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런 상태에서 중국에 잘 보이기 위한 일부 북한군 장성들의 과잉 행동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국군이 대응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데, 현재 북한군과 국군의 전력을 비교하면 핵전력을 뺀 모든 면에서 국군이 월등히 우세합니다.”
이야기를 하던 수한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 수한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간부진도 수한의 말에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관련 분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지킴이 연례 회합에서도 들었던 내용이고, 또 각 분야 정점에 있다 보면 관련 분야가 아니더라도 연관된 인사들과 모임을 하게 됐다.
그렇게 모임에 한두 차례 참석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알지 못하던 정보도 들어오게 된다.
지킴이 회원들은 이런 모임에서 들은 정보를 간부들에게 보고를 하고 또 간부들은 연례 회합을 가질 때 여럿이 토론을 하며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러니 수한이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북한군 내부에서 불만 세력이나 중국에 선을 대고 있는 장성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생각하는 이상으로 과격하게 도발을 할 것이고, 국군이 이를 반격하게 되어 북한군이 수세에 몰리게 되었을 때, 조중 안보조약에 따라 중국이 참전을 한다는 이야기다.
비록 중국군이 대군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국군이 막아 내지 못할 것도 없었다.
다만 외형적으로 280만 : 70만이라는 것과, 세계 2위와 세계 9위라는 군사력의 평가 때문에 약세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질(質)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국군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국군은 군현대화 작업으로 노후화 된 장비들을 전면 교체를 하고 있다.
통일이 된다면 중국군과 대응을 하는 육군에서는 오히려 국군이 우세하다.
다만 아직까지 편제가 완료되지 못한 해군이나 공군의 전력에서는 중국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 흠이었다.
하지만 공군의 전력은 천하 디펜스에서 생산하는 휴대용 미사일 게이볼그나 신형 요격 미사일 낙일이 공급되고 있으니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러니 대한민국으로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바로 핵무기뿐이었다.
수한은 그런 핵무기를 무력화 시키는 것은 물론, 이번 기회를 이용해 휴전 상태인 한반도에 전쟁을 종식시키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북한에 비밀 작전을 할 동안 혹시라도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지킴이 간부들에게 부탁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라이프 메디텍이야 사장으로 자리하고 있는 조봉구가 지금처럼 운영하면 될 것이니 걱정이 없었다.
다만 회주인 자신이 자리에 없기에 혹시나 내부적인 혼란이 있을 수 있기에 미리 준비를 시키려는 것뿐이다.
“무슨 소린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비록 수한의 나이가 어리다고 하지만, 한 단체의 수장이고 자신들은 그런 수한을 뒷받침해야 하는 간부들이기에 수한에게 존칭을 하며 물었다.
“따로 뭘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지금처럼만 해 주시면 됩니다. 전에 회합에서 했던 계획대로만 진행을 하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이 진행하고 있는 일만 계획대로 마무리 된다면 조국은 오 년 내에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국이 될 것입니다.”
수한은 강력한 어조로 간부들에게 그동안 추진하고 있는 일을 그냥 수행하라고만 하였다.
그것만 완성된다면 대한민국이 오 년 내에 강대국이 되어 세계 어느 나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그런 수한의 말에 간부들의 표정이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미 오래전 수한에게서 그가 생각하는 조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보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인류를 선도하는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나라, 그 무엇보다도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나라, 세계인들이 존경하는 나라, 그리고 세계인들이 친구로서 믿을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가 되기 위한 비전을 보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하여 방향을 알게 된 지킴이 간부들과 회원들이다.
“그리고 제가 북한에 간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제 실력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그것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시지는 마세요. 또 이번에는 보안대 전원이 저와 함께 갈 것이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수한은 최종적으로 그렇게 선언을 하며 자신을 걱정하는 간부들의 우려를 종식시켰다.
사실 수한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능력 전부를 알리지 않았다.
고수는 실력의 삼 할을 숨긴다고 했던가. 하지만 수한은 일 할도 외부에 내보이지 않았다.
막말로 수한이 마법을 사용한다면 세상 어느 누구도 수한을 막을 수 없었다.
아니, 핵무기도 어쩌면 수한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수한을 죽이기 위해 핵폭탄을 터뜨린다 하여도 마법을 이용해 텔레포트를 하면 충분히 피해 범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범위가 큰 전략 핵미사일을 사용하면 어떻게 피할 것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략 핵미사일이란 것은 그 자리에서 바로 터지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전략 핵미사일은 피해 범위가 큰 대신 발사하는 주체도 안전을 위해 먼 거리에서 발사를 한다.
최소 5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한은 핵미사일이 날아올 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고, 핵미사일이 도달할 시간에 보다 먼 곳으로 이동을 할 것이다.
아니, 원거리 워프 마법을 이용해 대륙을 넘어갈 수도 있다.
물론 원거리 워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 시간과 자원 에너지는 충분하다.
그러니 사실상 지구상에 수한을 위협할 만한 수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이 자리에 있는 지킴이 간부들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 석원 아저씨.”
“예? 말씀하십시오, 회주.”
김석원은 자신을 부르는 수한을 보며 말을 하였다.
그런 석원을 보며 수한은 조용히 말을 하였다.
“대통령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대통령을 말입니까?”
“예, 이번 작전을 위해선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수한은 이번 북한에 침투하여 북한 지도부를 정리하는 일에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했다.
도움이 없다고 해서 계획한 일을 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른다. 이왕이면 빠르게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대통령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지킴이의 간부이지만 공식적으로 김석원의 정체는 국정원 5국 국장이다.
한때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언론에 들통이 나면서 위상이 꺾이기는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새롭게 개편된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곳의 국장의 위치까지 오른 김석원이기에 그가 나선다면 충분히 수한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줄 수 있었다.
물론 할아버지인 정대한 회장을 통해서도 대통령과 면담을 할 수 있지만, 경제인인 할아버지를 동원하는 것과 국가에 녹을 먹고 있는 김석원을 통해 면담을 추진하는 것은 그 무게가 다르다.
더욱이 대통령에게 하려는 요청은 비밀이 요구되는 것이다. 경제인인 할아버지를 통하는 것보단 국정원 국장인 김석원을 통해 면담을 가지는 것이 보안을 유지하는 데 용이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집무실은 북한군 휴전선 인근 전진 배치로 인해 연일 안보회의를 하느라 밤낮이 없었다.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안보회의를 하고 있는 김세진 국정원장의 뒤로 돌아가 귓속말을 하고 나갔다.
“각하,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우리도 20분간 회의를 중단하고 쉬었다 다시 논의하기로 하지요.”
윤재인 대통령은 김세진 국정원장의 말에 그렇지 않아도 계속되는 회의로 인해 피로가 몰려오자 잠시 회의를 멈추기로 하였다.
“감사합니다.”
대통령의 말에 감사의 말을 하고 김세진 국정원장은 빠른 걸음으로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김세진은 조금 전 자신을 부른 국정원 요원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요원은 다른 요원이 들고 있던 전화기를 받아 김세진에게 넘겼다.
“원장이다. 무슨 일인가?”
김세진은 자신에게 긴급으로 전화를 한 김석원이 무슨 일로 회의 중에 급하게 찾는 것인지 의아했다.
국정원 5국 국장인 그가 극비로 할 정도라면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하며 말하기를 기다렸다.
혹시 한반도 사정이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처럼 바뀌자 주변국에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면 대한민국으로서는 좋은 일이다.
좋은 소식이건 나쁜 소식이건 빠르고 정확한 정보라면 그에 맞춰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니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런 김세진 원장의 생각과 다르게 전화상으로 들려온 김석원 국장의 말은 다른 내용이었다.
“음, 정 박사가 각하와 면담을 요청했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안보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잘하면 이번 사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김석원의 말을 들은 김세진 원장은 잠시 말을 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김세진도 정수한이라는 사람을 본 기억이 있다.
천하 그룹 정대한 회장의 손자이며 물리, 화학은 물론이고 여섯 개나 되는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아이큐 테스터로도 그 지능을 측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유일한 사람이 바로 정수한 박사였다.
그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는데, 이론상으로만 가능했던 플라즈마 실드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실용화 한 사람이기도 했으며, 대한민국 국군의 장비들을 현대화 하는 데 이바지하기도 하였다.
그뿐 아니라 자원해서 군복무를 하기도 했다.
비록 직접 총을 들진 않았지만, 연관 기관에 들어가 대체 복무를 하였는데, 이때도 능력을 발휘하여 대한민국 국군의 전력 향상에 큰 공을 세웠다.
상대적으로 주변국의 전투기들에 비해 열세였던 공군 전투기들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들의 능력치가 워낙 낮았기에 그 한계가 분명했지만, 그래도 기존 능력보다 월등히 향상되었기에 몇 년은 더 대한민국 상공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휴대용 미사일이나 비싼 요격 미사일 등을 개발하고, 또 국방부에서 추진하던 재래식 무기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렇듯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김세진은 정수한 박사에게 존경의 염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그가 이룩한 것만 따지면 건국 이래 그 누구와도 비교 불가의 존재라 생각하였다.
그런 존재가 지금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더욱이 현재 정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이런 시기에 면담을 요청하며 현 상황을 떨쳐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는 것에 김세진은 뭔가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사실 다른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면 아무리 국정원 5국장인 김석원이 전화를 했다고 해도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정수한 박사라고 하니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알았다. 내 각하께 말씀을 드려 시간을 내보도록 할 터이니 자넨 정수한 박사와 함께 청와대로 들어오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1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알겠다.”
통화를 마친 김세진 원장은 전화기를 다시 넘기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간 김세진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대통령의 곁으로 다가갔다.
급한 일로 밖에 나갔던 김세진 국정원장이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자 윤재인 대통령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가?”
조용한 어조로 물었다.
비록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런 대통령의 말소리가 집무실 안을 울리고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김세진 국정원장에게로 집중되었다.
너무도 긴박한 상황이라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려는 모습을 보자 집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뭔가 새로운 소식이 있을 것을 기대하며 쳐다보았는데, 외부에 알려져 좋을 것이 없기에 김세진 국정원장은 대통령에게 귓속말로 조금 전 김석원 5국장에게서 온 전화의 내용을 들려주었다.
“각하, 조금 전 김석원 5국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가 전하기를 정수한 박사가 각하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면서 그럽니까?”
혹시나 새로운 정보가 있나 귀를 기울이던 윤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수한이 면담 요청을 했다는 말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평소라면 별거 아닌 이야기였지만 현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더욱이 연일 계속되는 대책 회의를 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현 상황을 타파할 정보도 아니고, 일반인이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상황이 결코 좋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대통령의 이런 반응에 김세진 국정원장도 그리 기분은 좋지 못했지만 자신은 어차피 이야기를 전달하는 입장이라 다시 한 번 말을 이었다.
“뭔가 이번 일과 관계해 할 이야기가 있는 듯합니다.”
조금 전 화를 냈던 윤재인 대통령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 대답을 하였다.
사실 그도 화를 내고 난 뒤 조금 후회가 되었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화를 낼 때가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을 할 때였다.
그런데 자신을 지지하는 국정원장에게 화를 낸 것이 너무도 미안했다.
“이거 내가 성급하게 화를 내 미안하네.”
“아닙니다.”
김세진 국정원장은 바로 사과를 하는 윤재인 대통령의 말에 기분을 풀고 대답을 하였다.
“그런데 정수한 박사가 무슨 이유로 날 보자고 하는 것인지 짐작 가는 것이라도 있나?”
대통령은 조금 전 수한이 면담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하였다.
주변에 있던 NSC(국가안전보장회의)위원들은 윤재인 대통령의 말을 듣고 조금 전 국정원장이 무슨 일로 밖에 나갔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무슨 일로 일반인인 정수한이 대통령을 만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통령의 질문을 받은 김세진이나 다른 위원들도 어느 누구 하나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 모두 수한이 무엇 때문에 이런 비상시국에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했는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NSC위원들과 대통령이 수한이 면담 요청을 한 이유에 대하여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간은 흘러 수한은 김석원의 차를 타고 청와대에 도착을 하였다.
◈ ◈ ◈
대통령 집무실에는 조금 전까지 회의를 하던 NSC위원들은 모두 자리를 비우고 대통령과 김세진 국정원장만 자리하고 있었다.
수한을 안내한 길성준 비서실장은 수한과 김석원을 안내하고 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연일 계속되는 회의로 피곤했기에 잠시 눈을 붙이려고 자리를 비운 것이다.
원래라면 대통령 비서실장이기에 그의 곁에 있어야 하지만 단독 면담이었기에 자리를 비워 준 것이다.
길성준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울 때 수한과 함께 온 김석원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그 앞에서 수한과 헤어졌다.
혼자 대통령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수한은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였고 그런 수한의 모습을 본 대통령도 그런 수한은 맞았다.
“어서 오시오.”
“대통령님, 급작스럽게 면담을 요청을 드린 것에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수한은 먼저 사과를 한 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 수한의 행동에 대통령이나 국정원장은 눈빛을 빛냈다.
원칙대로라면 이 자리에 국정원장은 빠져 줘야 할 것이지만, 현 상황이 상황인지라 국정원장은 특별히 남아 있던 것이다.
그리고 수한도 그런 정황을 알기에 국정원장이 자리에 남아 있는 것에 아무런 이의를 표하지 않았다.
더욱이 국정원장을 통해 대통령과 면담 자리를 가지게 되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그래, 무슨 일로 면담 요청을 한 것이오?”
“예, 다름이 아니라 현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기에 직접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혹시 이번 사태에 대해 뭔가 아는 것이라도 있는 것인가?”
수한의 말을 들은 국정원장은 결례인 것을 알지만 뭔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알고 있는 것만 같았기에 급하게 나서서 물어본 것이다.
그런 김세진 국정원장의 모습에 잠시 그에게 시선을 주었던 수한은 다시 윤재인 대통령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대답을 하였다.
“사실 이번 북한군의 움직임은 전적으로 중국의 사주를 받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도발을 하고 우리 국군이 대응을 하면 중국의 조중 방위조약을 들어 참전을 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수한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가감 없이 그대로 대통령에게 들려주었다.
일개 연구원이 알고 있는 정보라 하기에 너무도 어머어마한 내용인지라 100% 믿을 수는 없었지만, 대통령이나 국정원장으로서 들어오는 정보를 종합해 보면 얼추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수한은 이야기를 뒷받침해 주고 있는 정보로 북한에 중국이 식량과 연료뿐 아니라 전투기와 미사일 등이 들어갔음을 전했다.
그리고 휴전선 인근에서는 남북 간에 소규모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기에 대통령이나 국정원장은 수한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한미 수호 조약으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주한미군이 적극 개입을 해야 함에도, 현재 주미 대사나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의 정보를 통제하는 한편 자국민을 출국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주한미군의 가족들과 행정병의 대부분은 한국을 빠져나가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기지로 이주를 하였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수한의 말에 윤재인 대통령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록 전시 작전권을 돌려받아 예전과 같이 끈끈한 관계는 아니지만 아직도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 한국에 그런 정보를 숨겼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설마 자국민을 자신들 모르게 출국시키고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던 윤재인 대통령이나 김세진 국정원장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사실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도 아직은 국외로 반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국군에도 모두 보급하지 않았는데, 다운그레이드 된 제품이 나왔다고 바로 미국과 수출 계약을 한 것에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라는 것과 그동안 미국으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득을 한국이 보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동맹국에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취득하고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배신 행위다.
미국의 배신 행위에 분노하는 한편 김세진 국정원장은 이런 정보를 수한이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전 하루라도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으로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거듭되는 수한의 폭탄 선언에 윤재인 대통령이나 김세진 국정원장은 할 말을 잊었다.
“……그게 가능하겠나?”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윤재인 대통령이나 김세진 국정원장은 누가 먼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동시에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질문을 받은 수한은 너무도 담담하게 대답을 하였다.
“가능합니다.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와 SA대원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수한은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와 대통령 직속 특수부대인 SA라면 충분히 자신이 계획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SA대원들이 없다고 해도 충분했지만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런 것을 겉으로 드러내 봐야 좋을 것이 없었기에 SA대원도 언급을 한 것이다.
“SA부대와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라…….”
윤재인 대통령은 조용히 혼자 방금 전 수한이 언급한 두 집단을 떠올렸다.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야 보지 못했기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자세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SA부대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에 위탁 교육을 받은 그들의 능력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다.
이전에도 초인이라 불리기에 부끄럽지 않은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위탁교육을 받고 돌아온 SA대원들은 일당백이 아닌 일기당천, 만부부당이었다.
더욱이 라이프 메디텍에서 SA부대에 보급한 보급품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는 사단 병력이 나서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했다.
비록 이들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만약 이들이 북한으로 침투를 한다면 수한의 말대로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윤재인 대통령이나 김세진 국정원장은 수한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SA부대가 생각이 났다.
북한의 움직임이 너무도 전격적이라 군대를 동원해 막을 생각만 했지 특수부대를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SA부대를 북한의 자살 특공대가 있는 원산에 침투하여 핵배낭 부대를 제거하고,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는 평양으로 침투해 북한 지도부를 처리한다면 이번 사태를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한은 자신의 계획을 들려 주었다.
그런 수한의 이야기를 들은 대통령과 국정원장은 수한의 계획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특히나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의 능력을 SA부대장인 수용에게서 그들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작전 같았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해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수한은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선 해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였다.
“해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예, 육로를 통해 북한에 침투한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언제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 일은 최대한 빠르게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중국이나 북한이 현재 주한미군이 하고 있는 행동을 알기라도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자칫 미국이 한국을 버렸다고 판단하고 정말로 남침을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수한은 정말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걱정이 태산이었다.
정말로 자신이 생각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최대한 빠르게 북한에 침투하여 위협이 되는 북한의 핵배낭 부대는 물론이고 핵미사일 부대와 그곳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북한 지도부를 처리하고 싶었다.
그런 수한의 내심도 모르고 방금 전 수한이 한 최악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본 윤재인 대통령이나 김세진 국정원장은 머릿속에 그려진 조국의 최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그레이트 코리아』 제9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