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모함
파주 천하 컨소시엄 연구소.
한 여름인데도 이곳의 연구원들은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연구에 매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연구소의 한 장소에서는 뭔가에 흥분을 한 것인지 연구원들의 표정이 붉게 상기되어 앞에 놓인 커다란 원형의 구체를 보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보고 있는 구체는 지름이 15m나 되는 아주 커다란 물체였는데, 그 표면은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반짝이는 크롬 광택의 아름다운 모습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문양은 무척이나 신비로운 광경을 양산하고 있었다.
하나 무엇 때문에 구체에 그런 문양이 들어가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단 한 사람뿐이었다.
바로 구체를 설계한 수석 연구원인 정수한 바로 그뿐이다.
“박사님! 그런데 이게 정말로 광개토에 들어갈 심장입니까?”
한참 핵융합로를 지켜보던 연구원 한 명이 수한에게 질문을 하였다.
사실 눈앞에 있는 물체의 정체는 그가 알고 있는 핵융합로가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알려 준 것이 바로 핵융합로였던 것이지 구체의 정확한 정체는 라이트닝 템페스트 마력로였다.
수한이 핵융합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인 라이트닝 템페스트 마법진과 핵융합로를 섞어 만든 새로운 것이었다.
핵융합로라는 것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이 핵물질의 성질을 핵융합하여 열을 발생시켜 그것을 다시 전기로 환원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수한은 핵융합이 핵분열에 비해 얻는 에너지의 효율이 좋다고 하지만, 중간에 손실이 있는 것을 알았다.
원료에서 최대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생각하던 중 환경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고, 보다 안전한 에너지 생산 방법을 생각하다 설계한 것이 바로 이 라이트닝 템페스트 마력로다.
이미 어린 시절 마법진에 소모되는 마나석 대용품을 발견한 뒤이기에 규모를 키운다면 충분히 필요한 에너지를 무공해로 안전하게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력로를 설계하였다.
물론 라이트닝 템페스트는 무척이나 위험한 마법이 맞다.
그렇지만 수한은 마력로 중심은 텅 빈 공간으로 비워 두고 라이트닝 템페스트 마법이 발동이 되면 그것을 강력한 중력장으로 마력로 내부에 묶어 둘 수 있게 설계를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전기는 직접 마력로에서 뽑아내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물론 실험을 할 때는 이렇게 커다란 크기의 마력로를 만들어 실험한 것은 아니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치고, 시뮬레이션 실험에 성공을 하였을 때, 다시 1m 크기의 소형 마력로를 만들어 실험을 하여 성공을 하면 데이터 수집과 기술을 축적하여, 2m, 5m, 10m 크기의 마력로를 만들어 기술력을 더욱 높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5m 크기의 이 마력로를 만든 것이다.
이 15m 크기의 마력로는 대한민국이 가지는 최초의 항공모함 광개토대왕 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항공모함 광개토는 대한민국이 미국과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판매하면서 구매한 항공모함이다.
물론 미국이 보유한 핵 항공모함은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닐 뿐만 아니라 사실상 판매를 한다고 해도 운용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이때 핵 항공모함을 구입하기보단 이전 활약하던 키티호크급 항공모함을 구매하였다.
이 키티호크급 항공모함은 미국이 니미츠급 핵 항공모함을 충원하기 전까지 세계의 바다를 누비던 최첨단의 장비였다.
물론 원자로 엔진이 아닌 통상적인 엔진을 가지고 있었기에 핵 항공모함에 비해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의 숫자도 적고 또 많은 원료를 싣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운용 승조원이나 운용 시간도 제한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10만 톤에 육박하는 엄청난 크기의 대형 항공모함이었다.
이런 항공모함이 니미츠급 핵 항공모함이 취역하면서 점차 퇴역을 하여 전쟁 비축 물자로 보관되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이 이런 키티호크급 항공모함 중 1번함인 키티호크를 인수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처음 계획대로 핵 항공모함 중 하나를 구매하려고 하였다.
전쟁 비축 물자로 구분되어 비축되고 있는 항공모함 중에는 최초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도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은 한국의 이 엔터프라이즈 핵 항공모함의 구매 요구를 거절하였다.
이는 미국인들에게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미국인들의 반대로 엔터프라이즈를 구매할 수 없게 된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이 키티호크급 항공모함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키티호크가 나쁜 항공모함인 것은 아니다.
재래식 항공모함 중 키티호크만 한 항공모함을 가진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아니, 대형 항공모함을 운용중인 나라는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미국뿐이기에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대한민국이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을 원했던 것은 비 원자력 항공모함에 비해 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넓기 때문이다.
남는 공간에 함재기를 더 넣을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항모 전단에 사용할 부식이나 무기를 더 많이 실을 수 있기에 초기에 원자력 항공모함을 원했을 뿐이다.
이미 천하 컨소시엄에서 항공모함에 들어갈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는 하였기에 그 계획에 맞게 인도 받으면 바로 개조를 하여 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원자력 항공모함을 구매할 수 없게 되었기에 키티호크급 항공모함 구매할 수밖에 없었으며, 엔진이 기존에 있던 엔진보다 소형이고 또 연료적재 공간이 필요 없기에 개조가 불가결하였다.
엔진룸과 연료실도 개조를 해야 하고 또 남는 공간을 유용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개조하고 또 운용시험까지 거친다면 처음 계획보다 대한민국 해군의 항공모함 보유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해군은 얼마 뒤 항공모함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천하 컨소시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LTR(라이트닝 템페스트 마력로)의 출력은 400만kw급으로 결코 미국이 운용 중인 니미츠 급 원자력 항공모함의 원자로에 뒤지지 않았다.
여기에 먼저 개발한 200만kw급 보조 LTR을 갖출 예정이기에 충분히 미국의 항공모함에 견줄 수 있는 전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무튼 현재 15m급의 LTR이 조립이 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연구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흥분되고 있었다.
최초 개발된 15m급 LTR은 이곳 파주 연구소 지하에 설치되어 연구소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으며, 실험 성공 후 생산된 LTR은 생산되자마자 고리 발전소에 납품이 되었다.
고리 발전소에는 세 대의 LTR이 설치되어 년간 1,200만kw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그리고 전국에 산재한 원자력 발전소는 전진적으로 보다 안전하고 또 핵폐기물이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LTR 발전으로 대체될 예정에 있었다.
대한민국은 2016년 이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진으로 인해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 청정 지역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국민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하였다.
2011년에 있었던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기 무섭게 대한민국 내에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더욱이 한차례 원자력 발전소 건설 납품 비리로 인해 몸살을 알았던 터라 더욱 불안감은 심화되었다.
이 때문에 잦은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되던 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를 폐쇄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 불안감에 떨던 원자력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때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천하 에너지와 천하 컨소시엄이 합작해 만든 LTR 발전이었다.
어떠한 산업 폐기물도 나오지 않으며 화력 발전처럼 매연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정부는 핵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천하 그룹에서 개발한 이 LTR발전 핵발전의 대체제로 보고 장기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지지율은 급속히 늘어나게 되었다.
아무튼 광개토대왕 함이라 명명된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항공모함에 들어가게 될 심장을 조립하고 있는 공정을 지켜보던 수한은 자신에게 질문을 한 연구원을 잠시 돌아보았다.
사실 질문을 한 사람은 이곳 천하 컨소시엄의 연구원이 아니라 광개토대왕 함에 들어갈 엔진을 보기 위해 찾아온 해군의 관계자였다.
그런 그가 연구원 복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이곳 LTR 조립 공정을 하는 이곳이 무공해 조립 시설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버금갈 정도로 정교한 작업을 하는 곳이기에 한 점 티끌도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일반 복장이 아닌 연구원들도 특별하게 제작된 복장을 하고 에어샤워 룸을 거쳐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조립 공장이다.
그러했기에 해군 관계자도 이곳 연구원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흥분해 질문을 하는 그에게 수한은 친절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렇습니다. 저기 옆에 조립되어 있는 200만kw급 발전기와 눈앞에 있는 400만kw급 발전기 2기가 광개토대왕 함에 들어갈 것입니다.”
수한은 조립 공장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10m 크기의 구체를 언급하며 그에게 대답을 해 주었다.
수한의 대답에 해군 관계자도 시선을 저 뒤쪽에 놓여 있는 눈앞에 있는 구체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구체에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크기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데, 출력이 2배나 차이가 나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기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데, 출력이 2배나 차이가 나는군요. 왜 그런 것입니까?”
별로 차이도 나지 않는 것 같은데 출력이 2배나 나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들어가는 기술과 발전 효율 때문에 그렇습니다.”
수한은 자세한 설명을 해도 그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간단하게 들어가는 기술과 발전 효율이 다르다고 설명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대답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곳에서 LTR을 조립하고 있는 연구원들도 LTR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동 원리에 관해선 전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 지식으로는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수한이 설계한 LTR이다.
“언제쯤 저것을 광개토에 이식할 수 있겠습니까?”
해군 관계자는 400만kw의 심장을 단 광개토대왕 함이 보고 싶은 마음에 언제쯤 들어갈 수 있는지 질문을 하였다.
그런 그에게 수한은 담담히 답변을 해 주었다.
“지금 진행대로라면 발전기의 조립이 일주일 후면 끝날 것입니다. 다만 거제도에서 개조중인 광개토의 작업이 이달 말일이나 돼야 끝난다고 하니 저것이 광개토에 들어가려면 최소 내달 중순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한의 말에 해군 관계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눈앞에 있는 LTR이 아니라 저 뒤에 있는 200만kw급의 LTR이 광개토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계획과 다르게 미국에서 들여오는 항공모함이 제시간에 인도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처음 대한민국이 욕심을 부려 키티호크가 아닌 엔터프라이즈를 미국에 요구한 것 때문에 협의가 늦어졌다.
결국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키티호크까지 계획보다 늦게 인도되었다.
인도 시기가 늦어진 것 때문에 키티호크의 외부 갑판을 거둬 내고 엔진 룸과 연료 적재 함을 개조하는 시간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모든 계획이 늦춰지자 수한은 LTR의 연구를 더하여 기존에 있는 200만kw급에서 2배나 높은 400만kw급 LTR을 개발하였다.
광개토대왕 함은 이로 인해 최초 계획한 200만kw급 LTR 2기를 배치하는 것에서 최신형인 400만kw급 1기와 기존 200만kw급 1기를 이식하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해군에서는 더욱 엔진의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에 거부하지 않고 수용을 하였다.
해군으로서는 인도 시기가 늦어지기는 했지만 더욱 성능이 업그레이드 되어 인도 받는 것이니 싫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천하 그룹으로서도 손해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록 최신형 LTR이 개발되면서 기존에 개발한 LTR들의 사용처가 애매해졌는데, 그것을 해군이 일부 해결을 해 주었다.
그것은 바로 해군 함정의 발전 시설을 LTR로 교체를 한다는 제안 때문이었다.
어차피 해군의 함정도 장비 업그레이드 계획에 따라 부분 개장을 해야만 했는데, 엔지의 성능 업그레이드도 이에 포함이 된다.
그러니 천하 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는 저용량 LTR을 해군 함정에 교체만 해도 충분히 성능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해군은 이번 기회에 의욕적으로 해군 전력 향상을 위해 국방부에 많은 예산을 신청하고 있었는데, 확보한 예산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해군의 전력을 향상할 계획이다.
해군에서는 천하 컨소시엄이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의 해군 함정용 버전이 개발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하였다.
다만 해군용은 군함의 크기와 대함 미사일을 방어해야 하는 것 때문에 출력이 백호에 들어가는 플라즈마 실드보다 에너지 용량이 크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해 들은 해군에서는 이번 참에 해군 함정의 발전시설을 업그레이드하여 미리 대비를 하기로 하고 이런 결정을 한 것이다.
사실 현 대한민국 해군에게 북한 해군은 더 이상 적수가 아니었다.
다만 독도와 동해를 두고 벌어지는 일본과의 신경전이 새롭게 떠오른 해군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 해군과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 차이는 2배 이상이었다.
미사일이나 적대 세력의 공중 전력을 방어해야 하는 이지스 함의 숫자에서도 대한민국은 일본에 비해 열세다.
그리고 이지스 함뿐 아니라 구축함의 배수량이나 성능 그리고 숫자에서도 대한민국 해군은 일본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뿐 아니다. 일본은 해군뿐 아니라 우리나라 해경에 해당하는 조직의 전력도 무시할 수가 없다.
말이 해경이지 그들은 중국의 무장경찰처럼 우리나라 해군에 준하는 3천 톤 급 이상의 함정으로 무장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은 일본 해군에 비해 약세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들은 일본이 대한민국과 동맹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현대 사회에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
자국의 이익과 반하는 세력과 영원히 동맹을 하는 나라도 없다.
조금이라도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비인간적인 행위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의 행동이고 그런 사례는 무척이나 많았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자주국방, 동맹이라도 언제나 경계를 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몇 달 전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의 비밀을 알기 위해 특수부대를 보낸 이들이 바로 일본과 미국이지 않은가.
중국이야 외교 관계 수립을 하기는 했지만 동맹은 아니니 서로 스파이를 보낸다고 해도 된다 하지만 동맹 관계인 미국이나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동맹이면서도 특수부대를 보내 비밀 작전을 하는 것을 봤을 때 마음 놓고 있다가는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미 이런 생각은 대한민국 군 내부에 많이 퍼졌다.
예전이야 한미동맹이 아니면 북한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장성들이 많았기에 주한미군 철수라는 미국의 압박에 전전긍긍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시대가 변하고 또 국민들의 인식이 변했다.
물론 아직도 자신만의 이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위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무튼 현재 대한민국 군은 남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일어서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 ◈ ◈
도쿄 신오쿠보의 한 전통 요리집 사쿠라.
평상시라면 이곳 사쿠라에는 일본의 정관계 인사는 물론이고 상위 1%의 유명 인사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야 하겠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무척이나 조용하고 또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가게 복도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선글라스를 쓰고 또 귀에 무전기를 꽂은 모습을 보니 경호원들로 보였다.
아마도 뭔가 아주 중요한 사람이 이곳을 찾는 것인지 사쿠라의 내외부 모두 경호원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끼익!
사쿠라의 입구에 검은색으로 짙게 선팅을 한 차량이 들어왔다.
차가 들어오자 굳은 자세로 가게 입구에 서 있던 경호원으로 보이던 사람들이 차량 주변을 둘러쌌다.
턱!
“도착했나?”
차에서 내린 사람은 오카야마 신이치 일본의 총리였다.
오카야마 총리가 이곳 사쿠라를 찾은 것은 오늘 이곳에서 미국의 국무장관인 리노 레이놀즈와 비밀 회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총리의 질문에 경호원 중 한 명이 대답을 하였다.
경호원의 대답을 들은 오카야마 총리는 조용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총리님 어서 오십시오.”
오카야마 총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가게 안에서 사쿠라의 주인이 그를 맞았다.
사쿠라의 주인은 총리가 도착을 하자 인사를 하고 조용히 안내를 하였다.
이미 사전에 연락을 받았기에 오늘은 일절 손님을 받지 않고 총리를 특실로 모셨다.
사실 이곳 사쿠라는 일본의 정보 조직인 NNSA에서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술집에 들어오는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정보만 취합해도 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술과 미인이 있는 곳이라면 남자들의 방심이 무방비로 풀리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NNSA나 정보를 취급하는 단체들은 사쿠라와 같은 고급 음식점을 운영한다.
아무튼 NNSA의 비밀 업소인 이곳 사쿠라의 특실은 비밀 회담을 하기에도 좋았다.
원래 그런 목적으로 지어진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쿠라의 특실은 특이하게도 건물 하나에 방 하나만 있는 독실이었다.
그리고 문과 창문 또한 이중으로 되어 있으며 그 밖으로 음파 차단 펜스까지 있어 원거리에서 도청을 할 수 없는 구조로 설계가 되어 있었다.
“손님이 오시면 바로 이곳으로 모시도록.”
“하이!”
오카야마 총리는 특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자신을 안내한 사쿠라의 사장에게 손님인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이 도착하면 바로 이곳으로 모셔 오라는 지시를 하였다.
그런 총리의 말에 사장도 고개를 숙이며 바로 대답을 하였다.
사쿠라의 사장이 밖으로 나가고 오카야마 총리는 미간을 찡그리며 뭔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전해진 요격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한 뉴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뉴스를 생각하자 저절로 두통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한국이 개발했다는 요격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다는 것은 뉴스가 나오기 전 요원들에 의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
다만 요원들의 판단과는 다르게 한국의 요격 미사일의 성능이 생각보다 우수했던 것이다.
한국 해군이 요격 미사일 시험에 사용한 대응 미사일은 일본 해군도 주력으로 사용하는 대함 미사일이었다.
사실 대함 미사일 하면 꼽히는 미사일들이 있는데, 미국의 스텐더드 미사일(SM―2, SM―3), 프랑스의 엑소세 미사일, 러시아의 스틱스 미사일 등이다.
그중에 동북아 삼국인 한국, 중국, 일본 이 세 나라 중 중국은 공산국가라 그런지 러시아제 스틱스 미사일을 사용했다.
한국과 일본의 해군은 대함 미사일로 미국의 스텐더드 미사일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최신형인 SM―3D형을 사용하고 이었다.
그리고 그 SM―3D미사일이 이번 요격 실험에 /5(3)(실험은 세 발이 발사되었던 걸로 위에 나와 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발이 발사가 되었고, 요격에 모두 성공을 하였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전력 비교는 대체로 육군을 뺀 해군과 공군의 전력은 일본이 월등하다고 평가하였다.
그런데 이번 요격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그런 비교 우위를 100%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일본 해군의 군함들이 한국 해군의 함정들에 비해 우수하다고 해도 맞춰야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해군은 자국이 보유한 요격 미사일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걸 개발하였고, 실제로 성능 실험에서 100% 요격을 성공하였다.
이 때문에 오카야마 총리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날로 심해지는 지진으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고,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너도 나도 국민 안정에 대하여 성토하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전쟁을 해서라도 안전한 해외 영토를 차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전쟁이란 말에 많은 의원들이 말도 되지 않는다며 반대를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분위기는 반전이 되어 전쟁을 해서라도 지진에서 안전한 해외 영토에 대한 욕심을 내기 시작하였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우익단체들의 여론 조장도 있었지만, 갈수록 잦아지는 지진과 언제 분출할지 모르는 화산, 그리고 쓰나미였다.
하도 지진이 잦다 보니 진도 5 미만의 지진은 놀라지도 않게 된 일본인들이다.
그렇지만 잦아지는 진도 6 이상의 강진과,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일본인들에게 제2의 후쿠시마 사태를 생각나게 하였다.
2011년 당시 땜질식으로 언론을 통제하여 피해 규모를 축소하였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일본의 동북부는 사람이 살기 위험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이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양산하였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지도 어언 15년여가 되어 가지만 아직도 그 피해는 진행형이다.
아직도 100년은 더 방제 작업을 해야 인간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정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이 또한 오카야마 총리를 스트레스 받게 하고 있었다.
똑! 똑! 똑!
“총리님! 손님이 도착하였습니다.”
특실 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비서가 노크를 하고 들어와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비서의 보고에 오카야마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오카야마 총리가 그렇게 정리하고 있을 때 미국의 국무장관인 리노 레이놀즈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오카야마 총리를 특실 안으로 들어서는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을 보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그런 오카야마 총리의 모습에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그저 손을 내밀며 오카야마 총리의 인사를 받았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국무장관께서도 한국의 요격 미사일 실험을 보셨습니까?”
오카야마 총리는 이야기를 하다 말고 뜬금없이 질문을 하였다.
그런 오카야마 총리의 질문에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였다.
“네, 한국의 기술력이 상당하더군요.”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진심으로 한국의 요격 미사일에 대하여 놀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별거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칭찬을 하였다.
그런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대답에 오카야마 총리는 조금 인상을 구기며 말을 하였다.
“그런데 우리 일본으로서는 심히 우려가 됩니다. 장관도 아시겠지만 동북아시아는 중동이나 발트해 못지않게 불안정한 곳입니다. 날로 팽창하는 중국의 팽창주의는 세계 평화에 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오카야마 총리는 동북아시아의 정세에 대하여 역설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오카야마 총리의 말에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였다.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듯하자 오카야마는 탄력을 받은 듯 그의 입에서 술술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하였다.
“중국은 세계의 블랙홀과 같은 나라입니다. 값싼 임금을 무기로 세계의 자본을 청소기마냥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국은 그렇게 벌어들인 자본을 군사력 팽창에 사용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오카야마는 중국이 패권국을 꿈꾸며 초강대국 미국을 최대의 라이벌로 생각하며 군사력 증강에 힘을 쏟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동안 우리 일본은 동맹인 미국과 보조를 맞춰 중국의 팽창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동북의 또 다른 동맹인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노력을 수포로 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지금 오카야마 총리가 너무 엉뚱한 말을 하고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물었다.
그런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질문에 오카야마 총리는 한국의 군사력 증강이 중국의 팽창주의에 명분을 부었다는 말을 하였다.
“그동안 우리 일본은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국방예산을 최대한 줄이며 주변국에 명분을 주지 하기 위해 자제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우리 일본의 노력을 무시하고 군사력 증강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도 이것을 핑계로 군사력 증강을 하고 있습니다. 네 척의 항공모함 건조에 이어 또 새로이 세 척을 더 건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신 핵잠수함을 열한 척이나 새롭게 건조 명령을 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인 젠―31을 새롭게 건조되는 세 척의 항공모함에 맞게 120대 더 양산하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동북아 평화에 역행하는 한국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오카야마 총리는 한국이 국군의 노후 된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을 군사력 증강이라 말하고 또 이것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주범이라 떠들고 있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오카야마 총리의 주장은 그저 내정 간섭일 뿐이다.
한국의 국군이 현재 교체하려고 하는 장비들은 벌써 예전에 박물관에 전시된 장비들뿐이다.
육군의 주력전차로 채택된 K―3백호는 그동안 운영되던 M48 패튼 전차와 개발된 지 40년이 되어 가는 K―1전차다.
이 두 전차는 현대 주력전차에 사용되는 120㎜의 주포가 아닌 105㎜주포를 가지고 있어 화력면에서 엄청난 열세라 한국을 둘러싼 국가들의 주력전차와 비교했을 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물론 한국의 주력전차는 120㎜주포를 가지고 있는 K―2흑표였지만, 이 전차는 파워팩의 문제로 초기 모델 200대를 생산하고 중단이 되었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또 현재 한국이 진행하고 있는 전력 증강 사업이 결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이지만 오카야마 일본 총리의 말을 반박하지는 않았다.
일본이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미국에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 일로 일본이 자국의 무기를 더 구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오카야마 총리의 말을 어느 정도 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이란 판단을 하였다.
“더욱이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항공모함을 구입하지 않았습니까? 이 때문에 중국이 항공모함을 더욱 건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실 중국이 항공모함을 더 건조하는 것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비축물자로 분류된 재래식 항공모함을 들여온 것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일본의 팽창이 중국을 자극한 것이 원인이었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 열도를 두고 영토 분쟁을 오래도록 하고 있었다.
더욱이 일본은 혼자선 중국을 감당할 수 없다 판단하고 미국에 손을 내밀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 군수지원 함을 건조하고 그것을 항공모함으로 전용하기 위해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도 않은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F―35를 대량 구매하였다.
그리고 미국산 전투기를 대량 구매한 것을 빌미로 일미동맹을 공고히 하며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니 중국이 일본의 뒤에 있는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선 미국의 태평양 함대를 상대할 전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특유의 물량으로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 해군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신형 군함 건조는 물론이고, 현대 해군 전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항공모함을 대량 건조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오카야마 총리는 모든 것을 한국이 군사력 증강 때문이라며 몰아가고 있었다.
“우리 미국은 한국이 벌이고 있는 일을 막을 수 없습니다.”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지금 오카야마 총리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CIA로부터 정보를 받았기에 현재 일본이 어떤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오카야마 총리가 오늘 자신에게 어떤 제안을 할 것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상대의 카드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최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오카야마 총리의 말에 살짝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솔직히 레이놀즈 본인도 막을 수 있으면 한국의 행보를 막고 싶었다.
한국이 발전하는 것은 좋은데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국이 가진 패가 너무도 강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보에 의하면 자신들이 구매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 말고도 해군용으로 개발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수중에 넣기 위해서는 한국의 비위를 맞춰 줘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 현재 미국 정부다.
그런데 아무리 일본이 많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준다고 해도 일본의 편을 들어 줄 수는 없는 것이 현재 미국 정부 입장이다.
이렇듯 자국의 이익이 걸린 문제는 철저히 계산을 하는 미국이기에 오늘만큼은 일본의 손을 들어 줄 수 없는 것이다.
어차피 한국이나 일본 두 나라 모두 미국에게는 자신들의 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는 봉일 뿐이고 또 미국이 생산하는 무기가 우수하다는 것을 알리는 첨병이다.
그러니 누구의 손을 일찍 들어 줄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좋습니다. 그럼 저희도 주변국의 전력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력 증강을 하겠습니다.”
오카야마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레이놀즈 국무장관이 쉽게 넘어오지 않자 차선책으로 계획한 것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일본의 군비 증강이었다.
중국이 세 척이나 더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몇 수 아래라 평가하던 한국도 최근 무시 못할 정도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 같자 일본도 그에 발맞춰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그런 오카야마 총리의 말에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는 일본 총리의 반응에 너무도 기뻤다.
요즘 들어 자신들의 예상을 벗어난 행보를 하는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언제나 자신들의 예상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하기도 하였다.
“핵은 안 됩니다.”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느닷없이 말을 하였다.
이 말에 입을 열려던 오카야마 총리는 순간 긴장을 하였다.
사실 일본은 극비리에 핵무장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레이놀즈 국무장관이 핵무기에 관한 언급을 하자 깜짝 놀란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평화를 얻을 것입니다. 그러니 엉뚱한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다른 어떤 것도 허용을 하겠지만 핵무기만큼은 아무리 오랜 친구 같은 일본이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일본과 가깝게 지낸다고 해서 미국은 2차 대전 하와이 진주만의 교훈을 잊은 건 아니었다.
미국은 일본의 근대화를 돕기 위해 많은 것을 지원해 주었다.
그런데 일본은 1941년 12월 7일 미국의 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였다.
아무런 사전 선전포고도 없이 한 공격으로 당시 미국의 태평양 함대는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엄청난 생산력을 가진 미국이기에 기습 공격에서 살아남은 전력과 새롭게 생산된 함정들 그리고 엄청난 숫자의 장병들이 목숨을 잃고서는 전쟁을 승리하였다.
그런 전례가 있는 일본이기에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인류 최악의 병기인 핵무기에 관해선 선을 그었다.
핵을 뺀 어떤 무기도 미국은 막아 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핵무기만큼은 예외였다. 만의 하나라는 것이 있다.
단 한 발이라도 방어에 실패를 한다면 미국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미국의 입장에서 자국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무기를 일본이 갖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강력한 거부 발언에 오카야마 총리도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던 회담은 핵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급격하게 냉각되었다.
◈ ◈ ◈
거제도 천하 조선.
거제도에는 대한민국의 많은 조선소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에 천하 그룹 계열사인 천하 조선도 자리하고 있다.
천하 디펜스가 국방부와 엄청난 규모의 군 전력 증강 계획에 따른 수주를 하면서 이곳 천하 조선도 천하 디펜스에서 받은 오더 중 일부를 수주하게 되었다.
현재 거제도에 있는 조선소들은 해군에서 주문한 해군의 신형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천하 조선도 현재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철야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하 조선에서는 현재 미국에서 들여온 키티호크 급 항공모함을 개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모두 천하 컨소시엄에서 보내온 설계도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광개토대왕이란 함선 명을 부여 받은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모함이 될 선박의 개조 작업이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를 하여 해군에 인도될 시기가 무척이나 빡빡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동북아시아 삼국의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무척이나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국의 군 현대화 계획에 따른 장비 교체를 두고 중국과 일본이 트집을 잡으며 군사력을 증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이 장비 교체를 하는 것은 참으로 호재였다.
울고 싶었는데 뺨을 맞은 경우니 얼마나 좋은 핑계거리인가.
대놓고 국방비를 증액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그동안 세계 최강 미국이나 다른 UN의 이사국들의 눈치를 보며 자제하던 것을 이번 기회에 증폭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더욱이 한국에서 신무기(플라즈마 실드)를 장착한 신형 전차를 개발하고, 또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무기를 구매한 것을 꼽으며 그들도 군비 확충에 예산을 기울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도는 자신들이 보유한 일곱 개의 군구(軍區) 중 한 개만 있어도 충분히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 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전력 증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일본은 한국 육군과 비교가 되지 않지만, 해군과 공군의 전력은 한국의 2배가 넘는 전력이다.
더욱이 장비들도 한국군에 비해 최신형이었는데도 이번 한국군의 장비 교체와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장비를 들며 예산을 더욱 늘렸다.
그러하였기에 한국의 국방부에서는 주변국의 이런 전력 증강 현황을 듣고 방위산업체에 기존의 장비 인도 시기를 최대한 당겨 줄 것을 요구하였다.
특히나 해군의 경우 내년 하반기 정도에 함선을 인수받아 일 년 동안 시험 가동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기존 /7(4)(기존 네 척에, 세 척이 추가적으로 건조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여기에는 이미 일곱 척이 건조했다고 나오네요 확인 부탁드립니다.)/척의 항공모함도 모자라 3척이나 더 건조를 의뢰하였고, 군함도 5천 톤 급과 7천 톤 급의 구축함들을 건조에 들어갔다.
비록 중국의 항공모함이 미국과 같은 대형이 아닌 6만 톤급의 중형 항공모함이다.
더욱이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의 숫자도 30대도 되지 않는 숫자다.
물론 그렇다고 그 숫자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아니다.
중국이 일단 미국과 같은 /10(7)(위에 확인 부탁드립니다.)/척의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부족한 전력은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항모전단의 전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었다.
비록 함재기의 숫자에서 미국의 항모전단보다 약하다.
대신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호위함선의 전력을 미국의 항모전단보다 훨씬 강력한 구축함과 미사일 순양함으로 갖춘다면 충분히 세계 최강 미국의 태평양 함대의 항모전단을 상대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확실히 중국 해군의 계획이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중국은 항모전단에서 자국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함정들을 건조하기 시작하였는데, 그중 핵심은 세계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소브르메니 급 구축함을 라이센스 하여 건조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해군 전력을 증강시키며 대양 해군을 키우자, 일본도 이런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우려를 하며 기존 네 개 함대와, 네 개 지방함대를 개편하여 소규모 함대였던 지방함대를 정규함대 규모로 키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일본은 네 개 함대에만 있던 이지스 함을 새롭게 개편될 함대에도 운영할 수 있게 동시에 여덟 척을 건조하는 강수를 두었다.
기존 지방함대만 해도 사실 한국 해군의 전력과 비슷하거나 약간 못 미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지방함대마저 정규함대로 개편이 된다는 소식에 해군은 보다 빠르게 해군 함정을 전력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00년 이후 계속되는 일본의 독도에 대한 도발과 동해를 일본해라고 우기는 행위가 날로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간 독도를 두고 일본과 교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전력을 가지고는 일본의 해군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러니 보다 빠르게 함정들을 교체를 하고 운용 시간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각 조선소에 최대한 공기를 낮춰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천하 조선도 작업을 하여 공기를 맞추고 있었다.
오늘은 시끄럽던 독(Dock)은 평소와 다르게 그리 시끄럽지 않았다.
요란한 기계들의 소음이 일던 것과 다르게 사람들의 고함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야야! 운전 똑바로 못해?! 그게 얼마짜린데…….”
안전모를 쓰고 무전기를 든 검게 그을린 장년의 남자는 무전기에 대고 거친 욕을 하며 소리를 쳤다.
사내가 보고 있는 것은 크레인에 걸린 커다란 둥근 구체의 반짝이는 물체였다.
겉 표면에 기하학적 무늬가 무척이나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런 것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늘 무사히 작업이 끝나기를 소망하였다.
지금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고 있는 물건이 얼마나 귀중한 것이고, 또 현재 자신들이 작업하고 있는 항공모함의 심장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만약 작은 실수로 크레인에 매달린 물건이 잘못된다면 그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만약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옷 벗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새끼야! 네 마누라 가슴 다루듯 살살, 그래, 살살 다루란 말이야!”
혹시나 LTR이 잘못될 것이 저어 된 그는 조금 과한 농담을 섞어 가며 무전으로 작업을 지시하였다.
그리고 그런 장면은 이곳 독 외부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항공모함의 심장인 LTR이 들어갈 광개토대왕 함 내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메인 발전기인 15m LTR이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둘레에 하얀 가운을 입은 천하 컨소시엄의 연구원들이 그것을 함선 바닥에 고정을 시키며, 일부는 케이블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한편 연구원들이 LTR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작업을 지켜보던 수한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 광개토의 심장이 이식되면 작업이 끝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LTR만 안착이 된다면 그것을 깨우는 작업까지 하게 될 것입니다.”
“아, 그래요? 오늘 발전기를 안착했는데 벌써 발전을 시작한다는 것입니까?”
해군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작업을 지켜보며 질문을 하다 깜짝 놀랐다.
설마 아직 작업이 모두 완료된 것도 아닌데 벌써 함선에 전력을 가동시킨다는 소리에 놀랐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최다해 공기를 짧게 하여 해군이 운용 시험을 많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한의 말에 해군 관계자는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가 이곳 거제도 천하 조선을 찾아오기 전 해군 참모총장으로부터 인도받을 수 있는 시기를 알아 오라는 명령을 들었다.
그런데 말을 하기도 전에 수한이 알아서 공기를 빠르게 당기고 있다고 말을 하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수한이 단순히 방위산업체의 연구원이 아니라 주변 정세도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자 놀랐다.
‘아, 천하 그룹의 정보력이 성삼 그룹에 비견된다고 하던데…… 그 이상이구나!’
그는 속으로 지금까지 지켜본 수한이나 천하 그룹의 역량이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도 웅장한 크기의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모함이 될 광개토대왕 함을 지켜보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