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59화 (59/118)

8. 미국과의 협상

삼청각 후원 수한은 할아버지인 정대한 회장과 함께 자리하였다.

수한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국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정대한이 연구소에 있던 수한을 불러 함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오늘 만나기로 한 호스트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지만 국정원에서 온 호출이기에 호스트가 누군지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곳 삼청각은 오래전부터 정관계 인사들의 비밀 회담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3공화국 때에는 중앙정보부에서 비밀리에 운영하기도 했다가 나중에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부처에서 이런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밀실 정치를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로 민간에 시설을 팔아 버렸다.

하지만 이건 겉으로 드러난 것이고, 사실은 계속해서 안기부가 비밀리에 운영을 하였고, 또 안기부가 해체된 후 국정원으로 개칭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즉, 아직도 은밀하게 정관계 인사들의 비밀회담을 녹취하고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정관계 인사들은 이곳을 꺼려해 새로운 장소를 찾지만, 어차피 그들이 찾을 정도의 고급 요리집은 거의 대부분 국정원과 연관이 돼 있는 곳들이었다.

아무튼 정대한 회장도 그렇고, 수한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기에 오늘 자신들을 초대한 호스트가 누구인지 짐작하는 것이다.

“할아버지,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는 것일까요?”

수한은 조심스럽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정대한을 보며 물었다.

그런 손자의 질문에 정대한은 잠시 생각을 하다 대답을 하였다.

“아마도 며칠 전에 말했던 파워슈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대한의 대답에 수한도 그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 문제만이라면 굳이 이곳에 자신과 할아버지를 같이 부를 이유가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무언가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짐작할 수가 없어 머릿속이 무척이나 복잡하였다.

가뜩이나 연구 중인 인공지능의 끝마무리에서 계속 오류가 나고 있어 답답한 상황에서 이렇게 불려 오는 것이 여간 불쾌한 게 아니다.

솔직히 전생의 맹세와 자신을 키워 준 양할아버지인 혜원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수한은 환생을 하고 지구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전생의 대마도사였을 때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자라기 시작하였다.

전생에 인간은 물론이고 유사인종 중에서도 전인미답의 경지에 올랐던 그였다.

그런데 환생을 하면서 과거 철학자들의 사상을 공부하면서 수한은 지고의 경지에 올랐다.

더욱이 지구에 수한은 유일하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위자드였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을 하였다고 하나, 수한이 보기에 그 혼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핵과 같은 물건은 수한이라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물건이기는 하다.

그래서 조심을 하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조금은 오만했던 전생의 성격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수한인데, 이렇게 누군가가 불렀을 때 그에 아무런 선택의 권한도 없이 불려 와야 하는 것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수한이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것은 현생의 가족들 때문이었다.

현생에 적응을 하면서 아무리 전생보다 이곳이 과학이 발전하고 또 자유가 폭넓게 실현되고 있다고 해도 인간의 사회라는 것이 겉모양만 다를 뿐이지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이 자리에 와서도 가만히 자리에 있는 것이다.

수한이 이렇게 조금 불만이 있는 상태로 조용히 자리에 있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방문이 열리며 국정원장인 김세진 원장이 들어왔다.

“이거 제가 좀 늦었습니다.”

김세진 원장은 실내로 들어오며 사과를 먼저 하였다.

정부 고위 관료가 이례적으로 사과를 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아닙니다. 저희도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정대한 회장은 김세진 국정원장의 사과에 의례적으로 사과를 받으며 답변을 했다.

하지만 사실은 정대한과 수한이 이곳에 도착한 것은 30분도 더 되었고, 이러한 사실은 방금 들어온 김세진 원장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원장님이 저희를 부른 것입니까?”

정대한 회장은 자신들을 부른 이유를 김세진 원장에게 물었다.

그런 정대한 회장의 질문에 김세진 국정원장은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였다.

“오늘 정대한 회장님과 정수한 박사를 초대한 것은 제가 아니라…….”

김세진 국정원장은 말을 하다 말고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질에 잠시 그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쳐다보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정대한의 눈이 커졌다.

“설마…….”

“정 회장님이 파란 기와를 생각하셨다면 맞습니다.”

김세진 원장은 정대한 회장의 말에 은유적으로 오늘 초대한 사람이 윤재인 대통령이란 것을 밝혔다.

대통령이 이곳으로 자신들을 불렀다는 것을 깨달은 정대한은 참으로 깜짝 놀랐다.

자신들을 부르려면 굳이 이곳이 아니라 청와대로 부르면 될 것인데 이곳으로 부른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더욱 놀란 것이다.

정대한이 그렇게 놀라고 있을 때 김세진 국정원장은 시계를 들여다보다 말을 하였다.

“5분 뒤면 각하께서 도착하실 겁니다.”

“아, 예!”

김세진 국정원장이 방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방에 상이 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음식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이 자리에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문 밖에서 누군가 대통령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렸다.

대통령이 도착했다는 소리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방문을 향했다.

이때 국정원장은 도착하는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조금 뒤 그렇게 나간 김세진 국정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윤재인 대통령이 방으로 들어왔다.

방 안으로 들어서는 대통령을 보며 정대한과 수한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예가 아닌 줄은 알지만 정 회장님과 여기 정 박사님께 제안 할 것이 있어, 이곳을 약속 장소를 정했습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방에 들어서기 무섭게 정대한 회장을 보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아닙니다. 대통령님께서 부르신다면 가야지요.”

“자! 앉읍시다. 앉아서 이야기를 하지요.”

대통령은 일단 자리를 권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대통령이 자리에 앉자 각자 자기의 자리에 앉기 시작하였다.

“국가 발전에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정대한 회장님과 우리 정수한 박사의 건강을 위해 건배를 하지요.”

윤재인 대통령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실내로 들어온 내내 입가에 미소가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자리에 앉기 무섭게 정대한과 수한에 대한 건배를 제의하였다.

그런 윤재인 대통령의 말에 국정원장도 아무런 말없이 잔을 들었다.

호스트인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그렇게 말을 하니 정대한이나 수한도 따라서 잔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도깨비놀음인가?’

정대한 회장은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결코 자신들에게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중요한 자리이기는 하지만, 술잔이 한차례 돌고 분위기가 조금은 차분해지자 윤재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정 회장님과 정수한 박사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 궁금하시죠?”

조금 전 떠들썩했던 것과 다르게 차분하게 말을 꺼내는 대통령의 모습에 정대한과 수한이 몸을 바르게 하며 귀를 기울였다.

“얼마 전에 제가 정대한 회장님께 부탁을 했었죠?”

“……?”

정대한 회장은 느닷없는 대통령의 말에 의문 부호를 떠올렸다.

하지만 곧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정예 엘리트 부대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이 있다고 말입니다.”

‘파워슈트.’

대통령의 필요한 물건이란 말에 정대한은 바로 머릿속에 파워슈트를 떠올렸다.

이미 그 이야기는 수한에게 확답을 듣고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었다.

수한이 조건만 맞으면 대통령의 부탁대로 군에 파워슈트를 보급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뒤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손자와 대통령이 협상을 벌였을 것이란 것만 짐작할 뿐이다.

“제가 구상한 특수부대를 완성하기 위해 정수한 박사가 개발한 파워슈트가 꼭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생각을 했는데 말입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조용히 말을 하다 잠시 뜸을 들이며 정대한과 수한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현재 대한민국의 여건상 그 부대의 존재를 숨기며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부의 현실에 대해 말을 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을 하였다.

“내 듣기로 정수한 박사께서 육군의 신형전차에 들어가는 핵심 장치를 개량을 했다고요?”

“예, 얼마 전에 완성을 하였습니다.”

수한은 대통령의 말에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사실 그 정보는 수한이 국정원에 있는 지킴이 회원에게 흘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어떤 물건을 만들었는지 정부가 알게 하기 위해서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와 다운 그레이드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두 개를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했다면 분명 정부에서는 그것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할 게 분명했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가 비록 국가 전략물자로 묶이기는 했지만, 그 다운 그레이드 기술이 완성되었다면 충분히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물건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물건도 있다고 하면 충분히 외국에 수출을 할 계획을 잡을 것이 분명했다.

이건 그 기술을 개발한 천하 컨소시엄이나 대한민국 정부 양쪽 모두에 이익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정보를 흘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반응이 온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국가 전략물자인데 아무리 다운 그레이드를 했다고 하지만 함부로 수출을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수한은 이미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짐짓 걱정을 하듯 말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말에 김세진 국정원장이 대답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각하께서는 엄선된 국가에만 다운 그레이드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판매하려고 하는데, 정대한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질문을 한 것은 수한이었지만, 김세진 국정원장은 대답을 하다 말고 시선을 돌려 정대한 회장에게 도리어 질문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천하 컨소시엄에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생산한다고 하지만 그 모기업은 천하 디펜스였고,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그룹이 바로 천하그룹이다.

그런 천하그룹의 회장이 정대한이기에 그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질문을 받은 정대한은 잠시 자신의 손자를 돌아보며 눈이 커졌다.

‘설마 이 모든 것을 예상한 것이란 말인가?’

지금 김세진 원장이 질문을 하는 것은 사실 며칠 전 파주 연구소에 갔을 때 수한에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천하 디펜스의 회장인 둘째 아들에게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다운 그레이드 기술이 완성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언뜻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대통령의 부탁으로 파주 연구소에 들렸을 때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수한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지금 그때 들었던 것처럼 대통령이 제안을 해 오자 깜짝 놀랐다.

“정부에서는 그것을 외국과의 외교협상에서 전략 카드로 활용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수한의 물음에 윤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세진 국정원장도 자신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수한이 물어 오자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질렀다.

정말로 수한의 말대로 다운 그레이드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판매하는 것을 가지고 협상 카드로 활용을 한다면 외교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둘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윤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세진 국정원장의 눈도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였다.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정대한 회장도 새로운 눈으로 자신의 손자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손자는 머리만 똑똑한 것이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란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수한의 질문으로 인해 열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실내는 조금 전까지 간간히 돌던 술잔도 내려놓여지고 회의장 분위기로 연출이 되었다.

간단하게 술자리를 가지며 SA부대에 보급할 파워슈트의 재원 마련을 위한 협상을 하려던 자리는 수한의 말 한마디로 인해 국가 외교 전략을 구상하는 자리가 되어 버렸다.

◈ ◈ ◈

팡! 팡! 팡!

인천 국제공항 로비에 많은 기자들이 모여 카메라를 찍고 있었다.

미 국무장관인 리노 레이놀즈가 방한을 하였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국 기자들은 물론이고 종편 등 뉴스 전문 케이블 방송국에서도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장관님! 무슨 일로 방한을 하신 것입니까?”

“이번 방문이 혹시 한국의 차세대 전차인 백호와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모여든 기자들의 중구난방식의 질문을 받으면서도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간단한 대답만 하고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일절 대답을 하지 않으며 기자들 속을 통과하였다.

“장관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대사관 직원이 나와 리노 장관을 안내하였다.

공항을 빠져나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오른 리노 장관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한국 기자들은 힘들어.”

작게 중얼거린 것이지만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나 기자들이란 참으로 골치 아픈 존재였는데, 특히나 한국의 기자들은 그들의 민족성 때문인지 무척이나 열정적이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과격 시위대 보다 더 과격할 때가 있었다.

그때가 어떤 때냐 하면 바로 특종을 노릴 때였다.

특종이란 기자들에게 훈장과도 같은 것인데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기자들이다.

그런데 한국의 기자들은 그 정도가 너무도 심했다.

그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면 이렇게 전쟁을 하듯 그 속을 지나야 했다.

기자들을 피해 차까지 도착하느라 진이 빠진 리노 국무장관은 이마에 흐르던 땀을 닦고 자신을 마중 나온 대사관 직원에게 물었다.

“약속은 잡았나?”

“예, 바로 청와대의 미스터 윤과 면담이 잡혀 있습니다.”

대사관 직원은 리노 국무장관의 질문에 그가 어떤 것을 물어보는 것인지 알고 바로 대답을 하였다.

그런데 대사관 직원의 말 중에 참으로 외교적으로 실례되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윤재인을 그는 미스터 윤이라 하였다.

언뜻 듣기에 별 문제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외교적으로 한 국가의 수장을 그렇게 일반 사람 부르듯 호칭을 하는 것은 크나큰 결례였다.

하지만 차 안에 있던 어느 누구도 그의 단어 선택에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건 이 안에 있는 모두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뜻하는 프레지던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미스터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은 이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그만큼 하찮게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미국에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이건 이들끼리 있을 때만 하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이들의 머릿속 깊은 곳에 한국은 미국이 외교를 하는 나라들 중 낮은 레벨에 속한 나라라는 것이다.

◈ ◈ ◈

“어서 오십시오.”

윤재인 대통령은 회담장 안으로 들어서는 리노 레이놀즈 미 국무장관을 보며 그렇게 인사를 하였다.

“프레지던트 윤! 반갑습니다.”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도 윤재인 대통령의 인사에 마주 인사를 하였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하고 또 가벼운 안부도 물어보며 회담을 시작하였다.

이례적인 말이 몇 번 오간 뒤 본격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협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윤재인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미국이 CIA특수요원들을 보내 대한민국의 전략물자를 노린 것에 대한 항의부터 하였다.

“우리 대한민국과 동맹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더욱이 중국에서 들어온 중국 특수부대를 막기 위해 도움을 청했는데…….”

윤재인 대통령은 말을 하다 말고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을 보며 그렇게 성토를 하였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리노 리이노르 국무장관은 윤재인 대통령의 표정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분명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사전에 한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가 생각보다 더 강하였다.

더욱이 분위기가 자신들이 예상한 것과 다르게 상당히 달랐다.

사실 국무부 직원 중 차장급으로 아무나 보내도 될 문제를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회담에 자신이 직접 나섰다.

미 국무장관이란 자리는 막말로 미국의 이인자다.

직책으로 부통령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대통령 유고 시 대통령의 업무를 대행할 존재일 뿐이고, 평소에는 국무장관이 행정부 일을 주도적으로 처리한다.

즉, 다른 나라의 총리와 같은 자리인 것이다.

그런 자신을 대하는 한국의 대통령의 지금 태도는 참으로 이례적이고 또 강경한 모습이라 리노 레이놀즈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총칼은 없지만 전쟁터보다 더 냉혹한 곳이 바로 정치판이다.

그런 곳에서 살아남아 국무부의 수장인 국무장관이 된 그이기에 바로 신색을 정비하고 대답을 하였다.

“뭔가 착오가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저희 요원들은 한국 국정원의 요청대로 지원을 나갔습니다. 다만 당시 현장에 알 수 없는 이유로 현장과 본부 사이에 무전이 단절이 되었습니다.”

리노 장관은 윤재인 대통령의 추궁에 오리발을 내밀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그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윤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태였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쉽게 이런 유리한 카드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더욱이 뒤에 있을 협상을 위해서라도 더욱 강력하게 리노 장관을 압박하였다.

“이것을 보시죠. 당시 현장에 찍힌 블랙박스입니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사전에 계획하였기에 당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싣고 있던 수송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러니 그 수송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에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블랙박스 영상이 돌아가고 한국을 돕기 위해 출동했다는 CIA요원들이 도움이 필요한 수송대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의 요원이 중국과 일본의 특수요원들을 제압한 뒤에도 숨어 있다가 제압되는 모습이 여실히 나타났다.

그제야 리노 장관은 일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을 하였다.

‘제기랄!’

정말로 리노 국무장관의 입장에서 욕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협상을 하기 위해 나온 자리에 상대에게 약점이 잡힌 상태로 한발 물러나 협상을 벌여야 하게 생겼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현장 요원이 어떤 이유로 저런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일이 이렇게 된 것에 유감이라 생각합니다.”

리노 국무장관은 화면을 보고 모든 잘못을 현장 지휘관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 않습니까? 유감이 아니라 ‘미안합니다’가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그런데 장관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평소와 다르게 윤재인 대통령은 이번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리노 국무장관이 유감이라 한 표현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자신들이 잘못을 했으면서 사과를 하지 않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정도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화가 나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였다.

그런 윤재인 대통령의 모습에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그가 역대 한국의 대통령들과 다르다는 것을 바로 인식할 수 있었다.

회담장은 처음 만났을 때의 화기애애한 모습과는 180도 다르게 팔한지옥과도 같이 차가워졌다.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미국이 끝까지 피하고 싶은 문제를 협상 초기에 꺼내는 것에 적잖이 당황하였다.

예상과 다른 윤재인 대통령으로 인해 이번 협상이 많이 힘들어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거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한국에 양보를 해야 할 것만 같군!’

리노 레이놀즈는 윤재인 대통령의 모습에서 자신이나 행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그가 무척이나 깐깐하고 또 외교 형상에 대하여 무척이나 능숙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으로서 가장 껄끄러운 문제를 협상 전에 꺼냄으로써 자신들이 협상의 우위를 점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집고 넘어갈 것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윤재인 대통령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였다.

“프레지던트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 말씀이 맞는 이야기군요. 죄송합니다.”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마련되면서 일을 질질 끌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미국 측의 사과가 있고 난 뒤에야 윤재인 대통령도 더 이상 그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말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저희 미국에 판매를 하시겠다는 제안이 사실입니까?”

리노 리이놀즈 국무장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방금 언급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가 대한민국이 전략물자로 묶어 두고 외국에 수출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미국도 국가 방위에 위협이 되는 물건은 국가방위 전략 차원에서 수출을 금하고 있었다.

좋은 예로 F―22렙터 전투기를 들 수 있었다.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는 미국이 이전 제공권 제압을 목적으로 했던 F―15가 다른 국가의 신형전투기에 의해 그 비교 우위 전력을 상실한 것을 전제로 모든 국가의 전투기를 상대로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된 전투기다.

전투기 개발 선진국에서는 이런 F―22에 대응하기 위한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였지만 아직까지 일대일로 F―22와 맞대응 할 수 있는 전투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세계 각국은 자국의 전력 우위를 위해 또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자국에서 생산된 물건에 대하여 전략적 금지 품목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굳이 군사 무기가 아니더라도 군사 목적에 유용이 될 수 있는 품목이면 모두 포함이 되었다.

대한민국도 그런 취지에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전략 품목에 넣고 외국과의 거래를 금지시킨 것이다.

그런데 천하 컨소시엄에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다운 그레이드 기술이 완성되었기에 그 다운 그레이드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가지고 협상을 하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연구진들에 의해 이전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약점을 개량했기에 수출을 허가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수출하는 나라는 엄격하게 적용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선 협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동맹인 미국을 우선으로 선택하였는데, 협상이 결렬이 된다면 차선으로 다른 나라와 협상을 할 것입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을 어르고 달래며 노련하게 협상을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이끌었다.

한편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계속해서 주도권을 빼앗긴 채 윤재인 대통령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미국이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탈취하려다 CIA처리팀이 국정원에 붙잡히면서 주도권은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 있었다.

다만 이런 사실을 초강대국 미국은 인정하지 않고 예전처럼 대한민국이 자신들에게 꼬리를 내릴 것이란 안일한 생각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더욱이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대한민국이 수출을 할 첫 번째 나라로 미국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의회에서는 전쟁을 멈추고 어떻게든 그것을 미국에 가져오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의례적으로 의회에서 국방부의 구입 예산 요청을 승인하였다.

그런데 만약 협상이 결렬되어 그것이 무산이 된다면 리노 본인은 정치 인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몰랐다.

전장에 나가 있는 청년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마련된 예산이다.

그런데 자신이 협상을 잘못해 장병들의 목숨을 구할 물건을 구입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보지 않아도 충분히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미국으로서는 대한민국과의 협상에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이렇게 협상에 끌려가는 것이 너무도 피곤했다.

윤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미국이 대한민국의 요구에 응하겠다는 말을 하고 이렇게 1차 협상은 끝났다.

내일 있을 2차 협상부터는 대통령이 아닌 실무자들이 모여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한 대당 얼마의 가격을 책정할 것인지 그리고 구입할 수량과 시기 등을 조율할 것이다.

◈ ◈ ◈

헌트 그랜드 호텔 파인 홀.

한미 협상 2차는 청와대가 아닌 헌트 호텔에서 하게 되었다.

사실 어제 1차 협상을 청와대에서 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협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협상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안전상 원활하지 않다는 판단에 청와대에서 협상장을 마련한 것이다.

막말로 치안이 잘된 대한민국이라고 하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런 외국인들 중 미국 국무장관과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호텔에서 회담을 한다면 목숨을 걸고 테러를 할 테러범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안전을 100%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고심 끝에 1차 협상은 안전상의 문제로 청와대에서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협상은 원만하게 진행이 되어 2차 세부 협상으로 진행이 되어 이렇게 헌트 호텔에서 실무자들이 협상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실무자라고 해도 협상의 주체가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이기에 정부부처의 아무나 나온 것이 아니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물품의 외부 거래 협상을 위한 것이라 특이하게도 대한민국 협상 대표로는 국정원장인 김세진 원장이 참석했다.

사전에 대통령과 의논을 하고 결정된 것이기에 김세진 국정원장이 나섰다.

그리고 그는 사전에 천하 컨소시엄의 대표로 아니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개발자이자 주체인 수한과 의논을 하여 이번 협상에서 대한민국이 최대한 유리하게 계약을 할 가이드 라인을 확정했다.

그 자리에는 대통령인 윤재인과 천하그룹 회장인 정대한도 자리하고 있었다.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날 허심탄회하게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두고 미국과 어떻게 협상을 하고 미국으로부터 어떤 것들을 얻어 낼 것인지 논의하였다.

지금 협상 자리에 앉은 김세진 원장은 무척이나 비장하게 자신의 앞에 앉은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을 쳐다보았다.

이미 어제 있었던 대통령과의 협상 내용은 그도 들어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었지만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까지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한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미간을 찡그리며 김세진 원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장시간 계속되는 협상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저절로 인상이 찡그려진 것이다.

그런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모습에 여유를 잊지 않은 김세진 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F/A―18E/F슈퍼호넷 100대와 생산 라이센스를 원합니다. 물론 이 라이센스에는 필요한 것은 저희가 개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야 하겠지요?”

김세진 국정원장은 이미 준비된 대로 대한민국이 필요한 것에 대하여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최신 전투기도 아니고 개발된 지 30년이나 된 전투기를 요구하였다.

물론 김세진 원장이 요구한 슈퍼호넷이란 전투기가 30년이나 지난 모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성능까지 구닥다리는 아니다.

현존하는 함상 전투기 중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전투기가 바로 슈퍼호넷이다.

항속거리나 작전 반경, 무장능력과 기동성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 없는 최고의 전투기이다.

다만 현대전에 요구하는 스텔스 성능이 현대 전투기 중 많이 미달이 될 뿐이다.

그런 전투기를 대가로 요구를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레이놀즈 국무장관이었다.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입장에서는 슈퍼호넷을 요구한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제재 없이 개량을 할 수 있는 조항은 마음에 걸렸다.

그 말은 슈퍼호넷에 들어가는 기술을 한국이 빼내 가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그 기술이 현대 최신 전투기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미국 입장에서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이다.

더욱이 한국인들의 머리와 손기술은 가끔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에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으로서는 신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대가로 전투기를 원한다면 충분히 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의 없이 개량을 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입니다.”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김세진 원장이 요구한 개량에 관해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김세진 원장은 그 문제에 관해서 절대로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동안 미국의 방해로 대한민국은 자체적인 전투기 생산을 위한 계획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이며 또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의 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안보를 위해 한정된 국방예산에서 육, 핵, 공의 전력을 양성해야만 했다.

그래서 전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주국방을 외치며 군사물자를 국산화에 노력을 하였다.

군 장비라는 것이 결코 싼 물건이 아니다.

미사일 한 발에 적게는 몇 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비싼 것도 있었다.

특히나 현대전의 핵심 전력인 전투기는 최소 수백억 원이나 하는 엄청 비싼 물건이다.

그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어떻게든 구입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그 일환으로 전투기 도입 사업을 하면서 선정 항목에 기술 이전을 집어넣고 협상을 하였다.

그렇지만 미국은 한미공조를 빌미로 비싸게 군사물자를 팔아먹으면서도 기술 이전에는 무척이나 인색하게 굴었다.

아니, 인색한 정도가 아니라 외국 기업이 기술 이전으로 협상을 하려고 하면 갖가지 명목으로 방해를 하거나 주한미군 철수라는 카드를 사용하며 대한민국 안보를 흔들었다.

한반도에 주한미군의 역할은 지대하다.

핵무장을 한 북한이 함부로 대한민국을 도발하지 못하는 것은 국군이 경계를 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전력은 전 세계가 연합을 한다고 해도 쉽게 대응하기 힘들 정도의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이라고 해도 그런 미국을 함부로 도발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면 한반도는 언제 어느 때 전쟁이 재발할지 모르는 화약 창고가 될 공산이 컸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눈물을 머금고 미국기업과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김세진 국정원장이나 대통령은 조금 구식이기는 하지만 전투기 생산 기술을 익히려는 것이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김세진 원장의 모습에 레이놀즈 국무장관도 속으로 혀를 찼다.

‘젠장! 빌어먹을 옐로우 멍키, 빌어먹을 CIA!’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그렇게 속으로 앞에 앉아 있는 한국 대표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CIA에 대고 욕을 하였다.

언제 그가 외국에서 이런 대우를 받았던 적이 있겠는가. 그런데 다른 나라도 아니고 언제나 자신들에게 고개를 숙이던 나라의 관리가 고개를 들고 요구를 하고 있으니 뒷목이 뻣뻣해졌다.

“그리고 퇴역해 비축물자로 돌려진 항공모함 한 척을 주십시오.”

“뭐라고요? 그건 도저히 들어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굳이 항공모함이 필요합니까?”

김세진 원장이 항공모함을 요구하자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격하게 거부 반응을 하였다.

그렇지만 이미 작정한 것이기에 김세진 원장은 더욱 강력하게 한국의 요구를 주장했다.

“왜 우리는 안 되는 것입니까? 일본도 3년 전에 미국의 지원을 받아 원자력 항공모함 야마토를 건조하지 않았습니까?”

김세진 원장은 3년 전 일본이 건조한 일본 최초 원자력 항공모함 야마토를 언급했다.

일본이 항공모함을 건조한다고 했을 때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 모든 국가들이 반대를 하였다.

그렇지만 미국은 일본의 손을 들어 줬을 뿐 아니라 자국의 항공모함 건조 기술 일부를 일본에 전수했다.

이는 날로 팽창하는 중국의 군사력을 우려한 미국의 자구책으로 일본의 전력을 향상시켰다. 중국을 견제한다는 취지로 기술 전수까지 하며 일본이 원자력 항공모함을 가질 수 있게 지원을 하였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항공모함을 가지면 안 된다고 하는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말에 김세진은 더욱 차갑게 응수했다.

일본을 언급하자 리노 레이놀즈는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사실 일본이 항공모함을 가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를 두고 중국과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리적으로 센카쿠는 일본 본토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는 지역이었다.

그런 센카쿠를 지키기 위해선 해군 함대는 물론이고 공군의 지원이 원활해야 하는데, 중국은 항공모함을 가지고 있어 쉽게 전투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일본은 본토에서 전투기가 중국 전투기에 대응하기 위해 뜨기에는 시간적으로 불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도 중국처럼 항공모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 사실 일본은 오래전부터 항공모함을 가지려 하였다.

그렇지만 2차 대전 패전으로 인해 일본은 생존을 위해 평화헌법이란 것을 발표하였다.

그 때문에 항공모함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법적 한계 때문에 무산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일본의 군사력을 제한하는 평화헌법을 개정하면서 그 길을 열었다.

법을 개정했다고 해서 항공모함을 바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항공모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상당한 기술이 요구되었지만 당시 일본에는 항공모함을 건조할 정도의 기술은 남아 있지 않았다.

2차 대전 당시 항공모함을 건조할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평화헌법으로 그런 기술들은 모두 사장이 되었다.

그 때문에 일본은 최고의 항공모함 건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 로비를 하였다.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미국의 채권을 상당 부분 처분하면서 미국에 로비를 하여 각고 끝에 원하던 항공모함을 가질 수 있었는데, 이때 미국에서 항공모함 건조 기술을 전수할 수 있게 힘쓴 사람이 바로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김세진은 이번 기회에 한국도 항공모함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 협상 조건으로 내세운 전투기도 바로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되었을 때 사용할 함재기용 전투기인 슈퍼호넷을 말한 것이다.

“뭐, 무장과 원자로를 철거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항공모함을 가지게 된다면 비싼 연료인 핵연료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니까요.”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럼 한국 대표의 말은 무장과 엔진을 뺀 껍데기만 있는 항공모함을 원한다는 소리요?”

리노 레이놀즈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항공모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항공모함을 지킬 최소한의 무장과 항공모함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엔진이었다.

미국의 항공모함은 항공모함 중에서도 대형에 속한다.

배수량이 100,000톤이 넘는 대형 항공모함을 핵추진이 아니라면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할 것이니 미국은 비축물자로 빼놓은 항공모함을 저희에게 파시면 됩니다. 어떻습니까? 그 정도면 미국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김세진 국정원장의 말에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도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항공모함이기에 아무리 국무장관이라 하지만 이번만은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음, 아무리 그래도 그 문제는 내 선에서 확답을 드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백악관과 논의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하긴, 다른 것도 아닌 항공모함이니 그럴 수 있겠지요.”

김세진 국정원장은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아무리 비축물자이고 또 주요 장비들을 뺀 덩어리라고 하지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이렇게 김세진 국정원장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수량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차 주문량만 무려 2만 대였다. 그리고 1차로 보급 되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는 전적으로 해외에 파병 나가 있는 미군전력에 우선으로 보낼 수량이었다.

그 말은 본토에 남은 전력에 필요한 수량은 뒤에 따로 주문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1차 협상에서 윤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개량형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판매 가격을 80억 원, 달러로 800만 달러로 협상을 하였다.

즉, 1차 협상에서는 미국이 원하는 수량과 한국이 판매하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가격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한 것이고, 이번 2차 협상은 판매 가격을 미국이라고 해도 현금으로 지불할 수 없었기에 그것의 일부를 현물로 받는 협상을 벌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김세진 국정원장은 사전에 국방부와 협의한 대로 대한민국 군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지금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1차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거래 가격만 1,600억 달러다.

한국이 요구하는 것은 실제 미국의 입장에서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다만 항공모함이라는 예상치 못한 카드를 가지고 나온 한국의 요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뿐이다.

더욱이 한국이 전투기 100대를 주문한 것은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미국 경제에 적으나마 새로운 피를 수혈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한국이 필요로 하는 전투기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한국이 요구한 슈퍼호넷이란 기종을 생산하려면 폐쇄했던 라인을 제 가동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그런 것이야 생산업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문제다.

무려 전투기 100대나 새로 생산을 하는 문제이기에 협상만 잘한다면 충분히 수지타산이 맞는 문제였다.

아니, 어쩌면 폐쇄했던 라인을 한국에 팔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분명 한국 측 대표가 라이센스를 달라고 했으니 아마도 본국에서는 굳이 폐쇄시킨 생산라인을 고물로 가지고 있기보단 한국에 떠넘기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이런 저런 예상을 하며 백악관이 어떤 결정을 하던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하였다.

1차 협상에 이어 2차 협상도 무사히 넘긴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이번 방한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하였다.

처음 윤재인 대통령을 만나 협상을 하기 전 약간의 마찰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전적으로 CIA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로 그 건에 대해선 확실한 보답을 할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편으로 이번 한국의 협상 결과가 언론에 알려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을 해 보았다.

한국이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거래를 두고 많은 군사력을 키우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구형이기는 하지만 슈퍼호넷은 결코 현재 각국에서 운영 중인 전투기 기종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는 전투기가 아니다.

더욱이 한국은 전투기만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항공모함도 운영할 계획인지 항공모함까지 요구를 하였다.

중국이나 일본이 운영하는 배수량 5만 톤의 중형 항공모함이 아닌 10만 톤의 대형 항공모함을 요구하였다.

물론 원자로를 뺀 것으로 원자력 항공모함이 아닌 디젤 엔진을 이용하는 재래식 항공모함이기는 하지만, 10만 톤이라는 배수량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크기가 크기다 보니 연료 구획을 빼더라도 운영 가능한 전투기가 최소 60대는 될 것이다.

그 말은 한국의 항공 전력이 2배로 늘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며, 그 작전 반경은 그동안 동해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탈피하고, 항공모함이 운영되는 모든 지역까지 대한민국의 작전 반경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일본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독도 문제에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예상을 하자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협상이 끝나면 바로 귀국할 것이 아니라 일본에도 들려야겠군!’

한국이 이번 협상으로 많은 군사 장비를 보완해 전력이 상당히 오를 것이다.

한국이 전력이 오르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그렇지만 한국이 전력이 오르면 동북아시아의 강국인 중국과 일본도 덩달아 전력을 확충하려고 할 것이라 예상한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동맹인 일본을 다음 경유지로 결정하였다.

일본이 가끔 미친 짓을 해서 그렇지 미국 입장에서 일본처럼 말을 잘 듣는 나라는 보기 드물었다.

아마도 한국이 새롭게 많은 숫자의 전투기를 구매하고 또 항공모함까지 구매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일본도 한국 못지않은 숫자의 전투기와 각종 군수 장비를 사들일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미국의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레이트 코리아』 제8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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