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54화 (54/118)

3. 쟁탈전

김포공항 라운지.

미야모토 류스케는 공항 라운지에서 자신이 타고 갈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영민과 거래를 한 모텔을 나오자마자 그는 김포공항으로 달렸다.

괜히 시간을 미적거리다 한국의 수사당국에 걸리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함을 잘 알기에 한시라도 한국을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빨리 떠나고 싶은 류스케의 생각과 다르게 시간은 너무도 더디게 흐르고 있었다.

아니, 마음이 급한 그만이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인지도 몰랐다.

‘음, 왜 이렇게 불안하지?’

자신이 타고 갈 비행기를 기다리며 류스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진저리를 쳤다.

호신술을 배울 때 실전처럼 배워야 한다는 아버지의 명령에 뼈도 부러져 보고 또 칼 한 자루만 가지고 정글 속을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그런데 도심 속, 아니, 공항 안에 있으면서 그때 정글을 홀로 생존할 때 보다 더 떨렸다.

그런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서인지 류스케는 자신의 앞에 놓인 검은색 서류가방을 강하게 쥐었다.

이것만 무사히 일본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자신의 미래는 탄탄대로의 잘 포장된 고속도로가 펼쳐지는 것이다.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한 행동이지만 잠시 자신의 장밋빛 미래를 생각하니 조금 전 들었던 두려움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이것만 있으면 된다. 할 수 있다.”

류스케가 그렇게 신영민에게서 3천만 달러를 지불하고 어렵게 구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가 들어 있는 가방을 쥐며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그런 류스케를 행해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 ◈ ◈

“저기 있군!”

치직!

“목표가 공항 2층 엔젤스 커피전문점 테이블에 앉아 있다.”

치직!

―여기는 에이 원 확인했다.

치직!

―에이 쓰리 확인했다. 접근한다.

국정원 5국 국장대우 김석원 차장의 명령을 받고 함정을 파고 기다리던 장민석 과장은 요원들이 타깃을 확인했다는 무전을 하자 그 역시 조심스럽게 카페에 앉아 있는 류스케에게 접근을 하였다.

물론 장민석이나 다른 국정원 요원들은 류스케가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류스케가 있는 카페로 다가갔다.

괜히 공공장소인 공항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이곳 김포공항이 국제공항의 지위를 인천 영동도에 있는 인천공항에 그 지위를 넘겨줘 외국인의 방문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부 노선이 남아 있어 일본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간혹 보였다.

그런데 일본인인 류스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일어나게 된다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에 최대한 류스케가 자신들이 접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그래야 변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온 손님처럼 커피숍으로 들어선 장민석은 커피를 주문하고 류스케가 앉은 자리 뒤에 앉았다.

장민석 과장이 그렇게 자리하자 뒤 이어 짝을 이룬 다른 요원들이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포진을 하였다.

이렇게 류스케를 중심으로 좌우 양옆과 배후를 선점한 국정원 요원들, 마무리는 또 다른 요원이었다.

또 다른 국정원 요원 두 명이 커피를 마시며 초조하게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류스케에게 접근을 하였다.

“실례합니다. 미야모토 류스케 씨지요?”

“그런데요?”

류스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접근을 하여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랐다.

“누구시죠?”

놀란 류스케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남자의 정체를 물었다.

“경찰입니다. 잠시 조사를 할 것이 있어서 그러니 저희와 동행을 하시지요.”

국정원 요원은 위장 신분증을 꺼내 경찰이라고 알리며 동행을 요구하였다.

이때 카페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몰리기는 하였지만 별다른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저 일본인이 뭔가 잘못을 했기에 경찰이 출동을 했다고만 생각을 할 뿐이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 정부가 금지 품목으로 지정한 물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소지하고 있는 류스케로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경찰과 연루되기 싫었다.

“한국 경찰이 일본인인 저에게 무슨 일이시죠?”

자신이 외국인이란 것을 알리며 경찰이 자신을 찾는 정확한 이유를 알려고 하였다.

웬만한 한국 경찰은 외국인들을 꺼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류스케는 혹시나 싶은 생각에 외국인이란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렇지만 이미 타깃을 정하고 붙잡기 위해 함정을 파고 있던 이들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미야모토 류스케 씨는 현재 산업스파이 혐의로 구속영장이 꾸며져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와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국정원 요원은 류스케에게 이유를 말해 주었다.

비록 경찰이란 신분은 거짓이지만 현재 류스케가 받고 있는 산업스파이 혐의는 진실이었다.

이미 사전에 미쓰비 중공업에서 일신 중공업과 결성한 컨소시엄에서 공동으로 개발한 자료들을 일본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정보를 취득하고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개발 자료만 빼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방과학 기술을 상당량 빼돌렸고, 또 전략기술로 채택이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에 관해서도 빼돌리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모든 정황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감시망에 걸리는 이들이 있었다.

일신 제약의 사장 신영민이 자신의 비서와 모의해 일신 중공업 파주 연구소에 보관되어 있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일부를 빼돌려 모텔에서 미쓰비 중공업의 미야모토 류스케와 거래하는 것까지 모두 녹음을 하였다.

굳이 모텔 안에 녹음장치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현대 과학기술이라면 원거리에서도 이들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었기에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 못해 남아돌 정도로 획득하였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스파이라니? 지금 날 모독하는 겁니까? 대 미쓰비 그룹의 사 남인 내가 무엇이 아쉬워 스파이 짓을 한다는 말입니까?”

류스케는 눈앞에 있는 경찰이라는 남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놀라고만 있을 수 없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가문에 대하여 큰소리를 쳤다.

이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류스케와 국정원 요원 간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기에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현재 카페 안에는 류스케를 중심으로 앞에는 경찰이라고 밝힌 요원이 있고 또 좌와 우측에는 손님으로 위장한 국정원 요원 네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류스케가 볼 수는 없었지만 장민석 과장도 또 다른 요원과 함께 류스케의 뒤에 위치해 있었다.

전후좌우을 모두 포위하고 있었기에 류스케는 절대로 이 자리를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류스케가 잠시 눈치를 보고 있을 때 그의 좌우에 위치하고 있던 요원 두 명이 다가와 한 쪽씩 팔을 끼었다.

“뭐, 뭐야!”

자신의 두 팔이 누군가에게 붙들리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양쪽에서 요원들이 류스케를 포박하자 먼저 다가왔던 경찰로 위장한 요원은 류스케가 붙들고 있던 가방을 빼 들었다.

딸깍!

요원은 류스케가 가지고 있던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였다.

“음.”

내용물을 확인한 요원은 고개를 돌려 류스케의 뒤에 아직도 자리하고 있는 장민석을 보며 말하였다.

“과장님, 물건 확보했습니다.”

“그래?”

그때까지 뒤에 조용히 있던 장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요원에게 걸어갔다.

막 자신을 붙잡은 요원 둘을 뿌리치기 위해 기회를 보던 류스케는 자신의 뒤쪽에서 소리가 들리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아차! 내가 함정에 빠졌구나!’

류스케는 그때서야 자신이 이들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장민석이 가방에 든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확인하고 있을 때 가방을 먼저 확인했던 요원은 미란다 원칙을 말 하고 있었다.

지금 류스케를 잡는 것이 경찰이 정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여야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범인이기는 하지만 류스케의 배경이 결코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현행범인데도 조심을 하는 중이다.

공항에서 출국 직전 붙잡힌 류스케는 정말이지 너무도 억울했다.

고작 몇 십분만 늦었더라도 자신은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 안이었을 터인데. 그러면 자신은 비록 사 남이긴 하지만 대 미쓰비 그룹의 총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만약이란 것이 없다. 그렇지만 정말로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상황은 바뀌어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류스케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처량하게 요원들에 의해 붙잡혀 공항 밖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으로 끌려가는 류스케의 모습을 본 장민석 과장은 자신의 상관인 김석원 차장에게 보고를 하였다.

“상황 종료되었습니다. 원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장민석 과장은 운전석에 앉은 요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출발해!”

“알겠습니다.”

이들이 탄 차량이 출발하고 장민석은 고개를 돌려 류스케를 보며 한마디 하였다.

“본 원으로 가면 할 말이 참 많을 거야!”

“그 그게 무슨 소리지? 본 원이라니! 경찰서로 가는 것이 아닌가?”

자신을 향해 물어 오는 류스케를 보며 장민석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후후, 설마 우리가 정말로 경찰이라고 생각했나? 뭐 대한민국 경찰의 수사 능력이 우수하기는 하지만, 설마 오늘 새벽에 일어난 사건을 벌써 수사가 마무리 될 정도로 끝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야!”

장민석의 놀리는 듯한 말에 류스케는 더욱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한국 경찰이 아니라면 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자신을 붙잡은 이들의 정체가 너무도 궁금해졌다.

“들어는 봤을 거야!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라고.”

장민석은 자신들의 정체를 류스케에게 알려 주는 이유는 그가 국가 전략물자에 대한 스파이 행위를 하였기에 아마 평생 특수감옥에서 썩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배경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건 바뀌지 않을 일이었다.

‘설마!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류스케는 아까 공항에서 붙잡혔을 때에 이어 두 번째로 충격을 먹었다.

너무도 먹음직스러운 먹이에 주의도 하지 않고 달려든 것이 실책이었다.

일본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은 이렇지 않았는데,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한국에 들어와서 자신은 평소와 같지 않았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류스케는 자신이 한국을 너무도 쉽게 생각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 ◈ ◈

부릉! 부릉!

“오라이! 오라이!”

검은색은 탑차가 일신 중공업 파주 연구소 창고에 들어서자 누군가가 유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무언가 중요한 물건을 이송하기 위한 차량인지 주변에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그 면면이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외에도 연구소 입구와 철조망 경계에는 인근 군부대에서 파견을 나온 것인지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서둘러! 최 대리는 출고되는 물건의 수량 파악 똑바로 하고, 이거 잘못되면 단순 시말서로 끝나지 않아! 정신들 차려!”

현장에 지시를 내리고 있는 사람은 무척이나 날이 선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 옆에는 또 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 여럿이 보였는데, 한 사람은 상의에 천하 디펜스 엠블럼이 그려져 있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천하 디펜스에서 나온 직원 같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일신 중공업 연구소 창고에 꽁지를 대고 있는 차의 앞과 옆 그리고 뒷문에도 천하 디펜스 엠블럼과 같은 문양이 찍혀 있었다.

다만 같은 문양이지만 그 밑에 써진 로고는 천하 디펜스가 아니라 천하 컨소시엄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달랐다.

사실 두 엠블럼이 같을 수밖에 없는 것이 천하 컨소시엄이 천하 디펜스의 계열사 개념이기 때문이었다.

천하 디펜스가 국방부가 발주한 신형전차 개발을 위해 테스크 포스 팀을 만들고, 또 필요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협력을 하여 만든 게 천하 컨소시엄이다.

아무튼 일신 중공업 사장인 신원민과 천하 디펜스 회장인 정명환과의 계약으로 일신 중공업에 판매를 했던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반환 계약을 채결하였기에 회수를 해야만 했다.

아니, 원래는 일신 중공업에서 모든 수량을 천하 컨소시엄에 운송해 주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물품이 보관되어 있던 일신 중공업 파주 연구소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환 기간이 단축이 된 것은 물론이고, 천하 컨소시엄에서 직접 운송을 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발생한 손해는 전적으로 일신 중공업의 잘못이기에 이에 소모되는 비용은 전량 일신 중공업이 책임을 지게 되었다.

물론 일신 중공업으로서는 자신들이 직접 운송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난 사건을 수사하던 국정원으로부터 일신 중공업을 믿을 수 없다는 통보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도난 사건이 일신그룹 내부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정원 측의 주장으로 인해 일신 중공업의 주장 때문이었다.

국정원은 자신들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신그룹 회장 신상욱 회장의 차남이자 일신제약 사장인 신영민과 그의 비서인 김상문을 사건이 있던 날 익일 새벽에 김포에 있는 모텔에서 검거를 했다. 거기다 현장에서 발견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일부를 증거품으로 보여 주었다.

이 때문에 가득이나 인식이 안 좋던 일신그룹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졌다.

그리고 그 여파로 천하 컨소시엄과 재계약을 맺어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반환하기로 하였다는 발표로 회복 기미를 보이던 일신그룹의 주식 가격이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하한가를 쳤다.

연구소에 도둑이 들어 창고에 있던 물건 몇 개가 도난을 당했다는 뉴스가 나온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발표된 국정원의 발표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아무튼 도난 사건에 일신그룹 일가가 연루되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행동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일신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일신그룹의 가치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하한가를 치기 시작하였다.

만약 대한민국이 상한가와 하한가의 폭을 15%, 즉, 상승 15%, 하락 15%로 제한하는 변동 가격 상, 하한가 제도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일신그룹의 주식은 오래전 휴지 조각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되어서 천하 컨소시엄에서 직접 파주에 있는 일신 중공업 연구소에 보관되어 있는 남은 물량을 회수하기 위해 특수 차량을 파견하였다.

그리고 전례가 있기에 운송 차량을 보호하기 위해 군 병력이 호송을 하기로 하였다.

그 때문에 지금 일신 중공업 연구소 밖은 주변도로의 통제 등으로 인한 군인들의 고함소리와 천하 컨소시엄에서 고용한 경호 인력 그리고 호송 인력을 보호하려는 군인들로 인해 무척이나 혼잡하였다.

“190대 모두 회수하였습니다.”

“정확하게 확인했어?”

“예, 헛갈리지 않게 저희가 가지고 있는 시리얼 넘버와 차에 싣는 물건의 넘버를 일대일로 확인했습니다.”

천하 컨소시엄에서 나온 직원은 자신의 상급자에게 확실하게 보고를 하였다.

그 또한 오늘 자신들이 수송해야 할 물건의 가치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대당 50억이라는 가격 때문이 아니라 국가에서 통제하는 물건이란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 인생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가 있었다.

이는 단순하게 실수했다고 무마될 일이 아니다.

자신뿐 아니라 후대까지 남을 그런 일이기에 보다 꼼꼼하게 파악을 하고 보고를 하는 중이다.

더욱이 원래 이건 자신들이 수송할 물건도 아니었다.

일신 중공업에서 직접 자신들에게 넘겨줘야 할 물건이었는데,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또 그 범인으로 일신제약 사장이 연루되었다는 뉴스가 나가고 벌어진 일이다.

지금 대화를 하고 있는 자신들 근처에 국정원에서 나온 요원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신의 상급자에게 보고를 하던 김윤수는 보고를 하면서도 긴장이 되는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알았어! 그럼 먼저 가서 대기해!”

“알겠습니다.”

박인환 과장은 김윤수 대리의 보고에 차량에 가서 대기를 하라고 지시를 하였다.

자신은 인수를 끝냈다는 확인서에 사인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확인서에 사인을 한 박인환 과장은 그것을 가지고 일신 중공업 소장과 함께 있는 국정원 직원에게 가져갔다.

원칙대로라면 국정원 요원이 이런 자리에 함께 있을 필요는 없었지만 때가 때인 만큼 감시를 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확인 끝났습니다. 저희는 이만 공장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일신 중공업 연구소에서 회수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는 이곳에서 10㎞떨어진 천하 컨소시엄 공장으로 가져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 공장은 대한민국의 신형전차인 백호가 생산되는 공장이었다.

육군에 올해 안에 50대를 납품하고 내년에 100대 그리고 내후년 상반기에 1차 주문량 200대 중 남은 50대를 납품을 해야만 한다.

그러니 백호에 들어가는 장치 중 방어의 핵심인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니, 1차 주문 물량에 들어갈 장치의 수량은 아직 급하지 않았다.

추가 2차, 3차 주문에 필요한 장치의 확보가 시급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육군은 2028년 하반기가 끝나기 전에 M48패튼 전차 계열은 물론이고, 구형이 된 K―1전차와 파생형 개량 전차들을 전량 교체를 할 계획이다.

이는 전차 1,500대에 이르는 엄청난 사업이다.

전차 1,500대면 백호의 가격이 100억 원이라고 치고 계산을 해도 150조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를 6년에 걸쳐 집행한다고 해도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 때문에 국방부는 단순 국방 예산으로만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백호와 교체되는 장비들을 제3국가에 중고로 판매를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육군의 장비교체 계획이 수립이 되었으니 천하 컨소시엄으로서도 신형전차에 들어가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는 전적으로 수한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치였다.

6년이란 시간이 주어진다면 수한 혼자라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일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수한이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만 만들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신형 전차의 약점을 파악한 수한은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백호에 생명을 주기 위한 연구를 해야 했고, 또 해군에서 의뢰한 것 또한 연구를 해야 했다.

몸은 하나인데 할 일은 많았기에 수한은 수한대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만 하였다.

아무튼 일신 중공업 연구소에서 회수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는 천하 컨소시엄 공장으로 이송을 하면 되었다.

◈ ◈ ◈

38번 국도가 보이는 야산,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도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치익, DS1 목표가 출발했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목표가 출발했다.

무전기에서 송신이 들려왔다.

장현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그동안 대기를 하느라 고생들 했다. 이번 일만 완수하면 우리는 조국의 영웅이 되는 것이다.”

장현은 비장한 음성으로 부하들의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아닌 것이 아니라 플라즈마 실드는 아직까지 이론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되던 기술이었다.

그런데 몇 수 아래라 평가되던 한국이 엄청난 것을 실현하였다.

더욱이 자국에서도 극비로 취급되는 신형전차에 맞상대 할 수 있는 아니, 그 이상의 전차를 개발한 것이 국가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최고위원들을 긴장시켰다.

그러하였기에 최고위원들이 자신들이 누리던 권리를 일부 보상으로 풀며 자신들을 한국에 파견하였다.

이러한 내막을 잘 알기에 장현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그동안 출신성분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출세를 하지 못했다.

남들은 장현이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MMS의 특수부대 대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으니 출세한 것이 아니냐, 말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MMS 특수부대 대장이라는 자리는 어느 정도 권한이 있는 자리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언제 어느 때 목숨이 다 할지 모르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수부대 흑검은 초강대국 미국의 특수부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부대이기 때문이다.

즉, 그 말은 자신들과 동급이거나 이상의 존재를 상대해야 하는 임무가 흑검에게 주어진 주 임무였다.

그러니 오늘 임무를 완수했다고 내일 출동하는 임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 바로 흑검의 미래였다.

그런데 이번에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탈취해 오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더욱이 이 엄청난 물건을 만들어 낸 것이 초강대국 미국도 아니고, 과거 세계 패권국이던 러시아도 영국, 프랑스도 아니다.

언제나 호구처럼 줏대 없는 약자인 한국이 그런 엄청난 보물을 개발하였다.

장현과 흑검들은 이번 임무는 쉬워도 너무나 쉬운 임무였다.

한국이라면 총기 소지가 금지되어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솔직히 현재에 그런 법은 유명무실했다.

실제로 구하려고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총기류였다.

자신들이야 대사관을 통해 쓰던 장비를 조달받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조금 뒤 이 길을 타깃이 지나갈 것을 알기에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장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자신들뿐 아니라 현재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노리고 있는 세력이 있음을 말이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는 현재 강대국이라 알려진 모든 나라의 주목을 받고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이들이 있는 곳과 불과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존재들이 있음을 말이다.

먹이를 노리는 버마제비―사마귀―를 쳐다보는 참새가 있음을 말이다.

◈ ◈ ◈

중국 MMS특수부대 흑검들이 위치한 야산에서 1㎞ 정도 떨어진 또 다른 야산, 이곳에 일단의 동양인들이 모여 장현을 비롯한 흑검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는 제로1, 목표물을 실은 차량이 출발했다.

“알았다. 제로1, 제로1은 타깃이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확인하고 변수가 있는지 알려라!”

―알겠습니다.

띠릭!

무전기를 끈 사이고 다카모리는 주변에 모여 있는 부하들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주목, 방금 타깃이 출발을 하였다.”

사이고의 말에 부하들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은 나태한 모습을 보이던 이들의 눈빛이 지금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주목하는 짐승들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이들의 정체는 일본 정보국인 NNSA의 특수부대인 닌자대였다.

고대 첩보원이자 암살자인 닌자의 비술을 배우고 현대 광학 장비를 접목시켜 양성한 일본의 특수요원들이다.

한 명, 한 명의 능력이 결코 중국 MMS의 흑검들에 뒤지지 않고, 미국 CIA 처리팀에 뒤지지 않는 최정예 요원들이다.

“우리의 작전은 중국 돼지들이 목표를 습격하고 난 뒤를 노린다.”

사이고는 자신들이 펼칠 작전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그런데 사이고가 작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작전에 대한 의문을 표하지 않고, 그가 하는 지시를 그대로 듣고만 있었다.

이것은 그저 맹목적으로 사이고의 지시를 따르는 로봇이라서가 아니라 사이고가 하는 말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들 닌자대는 정보국인 NNSA 산하 특수요원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의 특수부대처럼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임무를 수행을 한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닌자대 전체가 나서서 작전에 투입이 되었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요원들이 닌자대의 전체 인원은 아니다.

닌자대가 할 일은 너무도 많다. 북방의 위협 세력인 러시아도 감시해야 하고, 또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중국도 감시를 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동맹인 미국도 일본을 위해서 그들의 뛰어난 과학기술과 군사기술들 등 일본에 필요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세계 각국에 파견 나가 있다.

그랬기에 한국에 출동한 이들은 정보국에 남아 있는 닌자들에 대한 총동원령이었다.

그러니 닌자들의 특성상 합동 작전은 다른 나라의 특수부대보단 많지 않아 솔직히 이번 작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닌자들 모두 조금씩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개별 작전에 한해서는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 생각하지만 합동 작전에는 그들보다 한 수 뒤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닌자들은 사이고의 작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 작전이 가장 합리적이고 또 피해가 적다는 것을 인정하였기에 조용히 듣고만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이고가 NNSA의 수장이라고 해도 닌자대에게 함부로 지시를 내리는 위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이고는 이들에게 중국의 흑검들이 일을 벌이고 난 뒤 기습을 하여 죄는 모두 중국에게 떠넘기고 열매는 일본이 챙기는 작전을 구상하였다.

그런데 이때 사이고 역시 장현처럼 방심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은밀함을 과신한 것인지 또 다른 누군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는 눈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다름 아닌 미국 CIA였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한민국과 동맹을 하고 있으면서 아직까지도 주국 군대를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그렇기에 합법적으로 많은 군사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먹이를 노리는 버마제비, 그 뒤를 노리는 참새, 그리고 그런 참새를 높은 곳에서 주시하는 솔개까지. 그것이 현재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노리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모습이었다.

◈ ◈ ◈

“그런데 이대로 괜찮은 것이냐?”

정명환은 파주에 있는 천하 컨소시엄 공장에 달린 수한의 연구실에 와 있었다.

오늘 일신 컨소시엄에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가 들어오기로 하였는데, 이 모든 것이 이미 사전에 계획된 대로 흐르고 있어 정명환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위험은 있어도 직원들의 신변에 이상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것이 모두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지금까지야 사전에 계획한 대로 진행이 되어 가는 듯 보이지만 그래도 이제부터 상대해야 할 집단은 단순하지 않았다.

알려진 존재만 해도 미국 CIA의 특수부대와 중국 국안부(MMS)의 특수부대원들이다.

이들이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탈취와 개발자인 수한을 납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을 국정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이 때문에 연구소와 연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천하 디펜스에서는 천하 가드에 요청을 하여 특급 경호원들을 배치시켰다.

천하 가드의 특급 경호원들은 모두 대한민국 특수부대에서 복무하고 또 최정예로 알려졌던 이들만 따로 분류시킨 인물들이었다.

그 때문에 이들을 연구원들의 경호원으로 붙이는 비용도 상당했다.

그렇지만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연구원들을 외국에 빼앗기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눈물을 머금고 감내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 정명환은 그런 특수부대 출신의 특급 경호원들이 붙어 있는 수송팀이 못내 걱정이 되었다.

적이 웬만해야 안심을 하겠는데, 사실 특수부대 출신의 특급 경호원이라고 해도 일선에서 벗어난 지 오래 된 사람들이다.

꾸준히 훈련을 하는 것과 실전을 한 번 경험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갭이 존재하다.

그러니 정명환의 걱정이 단순 기우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런 정명환을 보면서도 수한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자신이 아무리 준비를 단단히 했다고 하지만 피해는 발생할 것이다.

수한도 자신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다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어둠 속에서 자신들을 노리는 적들을 일소할 계획이다.

말로만 우방임을 떠드는 미국에도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이 결코 쉬운 상대만은 아니란 것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중국에도 경종을 울려야 했다.

대한민국이 마치 오랜 과거 중국에 사대 하던 조선처럼 생각하는 중국 정치가들에게 따끔한 교훈을 안겨 줘야만 할 때였다.

또한 주변 강대국의 말이라면 무조건 고개부터 숙이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에게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위해선 이번 일로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해야만 했다.

아니, 막으려 해도 모두 막을 수는 없으니 분명 피해는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

자국민의 피해를 보면서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그래도 중국이나 미국에 큰소리 한 번 치지 못하고 그저 읍소하듯 떠들다 국가적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잘못을 한 이들에게 큰소리도 치지 못하면서 자국민에게는 큰소리만 치는 이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었다.

말로만 국민의 종이요, 국민의 일꾼이라 떠들며 실질적으로는 국민을 개떡으로 알고 있는 이들. 그들은 분명 이번에도 말로만 떠들다 그칠 것이다.

이런 이들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과 분리를 하여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위험한 계획을 수한은 계획하였다.

나라를 좀먹는 정치꾼과 그런 정치꾼과 결탁하여 국민을 착취하는 장사치들을 최대한 가려내야만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보다 더 발전하는 밝은 미래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삼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작은 위험은 있겠지만 큰 피해는 없을 것입니다. 저도 따로 준비한 이들이 있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직원들과 자리를 교체했을 것입니다.”

수한은 아직도 직원들을 걱정하는 정명환의 모습에 조금 신경이 쓰인 수한은 그렇게 정명환을 위로하였다.

확실히 그런 말을 들은 정명환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도 수한이 말한 이들을 잘 알고 있었다.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 중에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이 있는데, 그들 중에서 믿을 만한 이들만 추려서 경호부서를 꾸렸다는 것을 말이다.

비록 나이들이 좀 많기는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은 현역 특수부대원을 능가하고 있었다.

막말로 날래기는 호랑이를 능가하고 힘은 불곰을 능가하였다.

그러한 바탕에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살인무술이 겸비되니 그 무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정명환이 안심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 삼촌!”

“왜?

느닷없는 수한의 부름에 정명환이 무엇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인지 물었다.

그런 정명환의 대답에 수한은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다운 그레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이번 신형전차에 들어가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안에 들어간 마법진은 실드 마법이 아니라, 보다 상위의 마법인 배리어 마법이다.

배리어 마법은 실드 마법와 마찬가지로 방어 마법이기는 하지만 실드 마법이 대상 앞에 작은 방패를 형성하는 것이라면 배리어 마법은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반구형이 방어막이 덮어쓰는 형태로 형성이 된다.

더욱이 배리어 마법은 실드 마법보다 2단계나 높은 5클래스 마법이다.

그런데 3클래스에 방어마법으로 실드 마법이 있고, 5클래스에 배리어 마법이 있듯 4클래스에도 방어마법은 존재했다.

3클래스 실드 마법이 개인이나 작은 물체를 보호하기 위한 작은 방패를 형성한다면, 4클래스 방어 마법은 실드 마법의 확장형으로 보다 큰 방패를 형성하는 마법이었다.

이름도 그레이트 실드다. 수한은 자신들이 지키고 싶다고 해서 언제까지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도 가지지 못하게 방해를 하고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강대국의 방식이다. 핵무기가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무서움도 잘 알고 있었기에 국제사회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나라를 철저기 고립시키고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존에 핵무기를 보유한 핵보유국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을 나누지 않기 위한 조치에 불과했다.

자신들만 그런 무기를 가지고 있었을 때는 어떤 짓을 해도 통했는데, 다른 자들도 보유하게 되면 자신들의 말이 잘 먹히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이란이다.

처음 핵무기를 개발할 때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단합을 하여 제재를 하였다.

해상과 공중 등 전 방위적으로 봉쇄를 하여 기본 생필품은 물론이고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수입을 하지 못하게 하는 통에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핵무기를 개발 완료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경제 제재는 풀리고 생필품과 의약품이 그 나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핵무기가 없었을 때에는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강대국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던 나라가 핵무기라는 위험한 무기를 보유하게 되자 입장이 바뀌었다.

아무튼 그런 강대국들의 행동을 보면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도 언젠가는 강대국의 논리에 의해 공개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공공의 적으로 몰려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고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당한 시기에 플라즈마 실드에 관한 통제도 풀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무턱대고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외국에 팔 수도 없는 문제다.

어느 나라든 외국에 자국의 무기를 수출할 때는 성능을 하향시켜서 자국에 최대한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수출을 하였다.

그러니 대한민국 정부도 천하 컨소시엄에 그러한 요구를 할 것이다.

수한은 이러한 미래를 생각해 적당한 마법인 그레이트 실드 마법을 응용한 다운 그레이드판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생각하였다.

그렇다고 그레이트 실드 마법이 배리어 마법에 비해 효용가치가 적은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현대 무기에 적용하는 것이라면 어쩌면 그레이트 실드 마법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배리어 마법을 사용하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생산하는 것 보다 그레이트 실드 마법을 적용하는 것이 생산비용 면이나 속도에서 훨씬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들었다.

1단계 차이지만 4클래스 마법진과 5클래스 마법진에 들어가는 마나석―옥(玉)―의 수준이나 수량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개량했습니다.”

“뭐? 그게 가능한 것이냐?”

정명환은 수한의 말에 깜짝 놀랐다. 솔직히 기존의 장치도 아무리 뒤져 봐도 그것의 작동 원리를 알 수가 없었다.

어떤 메커니즘을 가지고 작동하는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개량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기존의 것이 반구형으로 막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이번 개량한 것은 원하는 방향에 커다란 벽을 세우는 것과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수한이 그레이트 실드 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정명환의 눈빛이 바뀌었다.

지금 수한이 하고 있는 물건의 가치를 금방 깨달은 때문이다.

“언제까지 정부에서 그것을 막아 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라도 먼저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하이에나와 같은 놈들이 언제까지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니…….”

정명환은 조금 전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수송으로 걱정하던 것도 잊고 수한이 말한 개량형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런 정명환의 모습에 수한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화살은 쏘아졌다. 날아가는 화살을 중간에 막을 수는 없으니 이제는 화살이 정확하게 표적에 명중하기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걱정이 많은 정명환이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걱정을 떨치지 못하자 수한이 정명환의 관심을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수송에서 개량형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쪽으로 돌린 것이다.

그런 수한의 의도대로 정명환의 관심이 새로운 물건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명환도 사업가다. 그러니 새로운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 또 그래야만 했다.

새로운 상품에 대한 가치를 측정하고 그것의 판로에 대해서도 계획을 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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