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52화 (52/118)

1.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지켜라!

남산 삼청각.

이곳은 과거 중앙정보국의 안가였다가 다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이관되어 운영이 되었다.

그러고 또 우여곡절 끝에 민간에 판매가 되어 음식점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과거에도 국가수반의 비밀 요정으로 쓰였던 곳이라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기에 참으로 안성맞춤인 구조로 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삼청각을 이용하기 위해선 무척이나 비싼 비용을 주어야만 했다.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신 겁니까?”

정명환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여당의 원내대표인 황준표 의원을 보며 물었다.

정치인들과 가깝지도 그렇다고 척을 지고 살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황준표 만은 달랐다.

그는 전형적인 부패한 정치인이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디든 비집고 들어가 입을 벌리는 위인이었다.

다만 뛰어나 처세술과 여당 원내대표라는 권력 때문에 외부에 그런 것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재계나 정계 언론의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일이었다.

특히나 친일 행적이 의심되는 위인이기도 하였는데, 그가 표방하는 정책들은 하나같이 일본과 관계된 정책에 한해선 너무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의 독도 도발이나 역사교과서 왜곡에 관한 문제가 나올 때면 그는 언론의 질문에 얼버무리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렇기에 정명환을 위시한 천하그룹의 오너 일가는 황준표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라의 일을 하는 국회의원이 나라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천하그룹의 정씨 일가는 고대(古代)로부터 전통적으로 무장의 집안이었다.

고려시대에는 무장의 집안으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조선시대에는 외세가 침입을 했을 때 의병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때에는 가산을 털어 독립운동에 투신을 하였다.

그런 집안이니 마치 박쥐처럼 자신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위인이나 황준표처럼 자신의 이득이 되는 일에는 큰소리치면서 나라의 일에는 소극적인 소인배와는 상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그것도 여당의 원내총무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전에 있었던 일로 조금 껄끄러워 웬만하면 다시 만나기 불편한 사이인데, 무엇 때문에 자신을 만나자고 한 것인지 너무도 찜찜했다.

그런 정명환 회장과는 다르게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그를 보는 황준표 의원은 딱딱하게 물어 오는 정명환의 질문에 능구렁이처럼 부드럽게 대응하였다.

“일이 있어야 정 회장과 술자리를 합니까? 가끔 이렇게 자리를 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이야기도 하고 또 그룹 경영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하는 것이죠.”

느물거리면 이야기를 하는 황준표는 문득 뭐가 생각이 났다는 듯 감탄성을 치며 입을 열었다.

“아! 내가 정 회장과 만난다고 하니 누가 정 회장을 꼭 좀 봤으면 한다고 해서 오늘 이 자리에 초대를 했습니다.”

말은 마치 생각이 나서 그랬다고 하지만 정명환은 오늘 이 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직 자리에 있지 않고 곧 온다고 한 인물이 오늘 자신을 이 자리에 불러낸 장본인이란 것을 말이다.

“도착하셨습니다.”

황준표 의원의 비서가 방으로 들어와 마지막 손님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렸다.

“마지막 손님도 도착했다고 하니 우리 오늘 깊은 대화를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여당의 원내총무씩이나 되는 황준표가 이리 너스레를 떠는 것인지 정명환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가 결코 좋은 자리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이득이 있을 때만 움직이는 위인. 그가 이렇게나 적극적인 것을 보니 황준표 의원에게 엄청난 이득이 작용하는 일이란 것은 분명한 일일 터. 그걸 생각하면 분명 자신이 뭔가 양보를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드르륵!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방으로 들어오는 인영이 보였다.

‘음!’

정명환은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

“이런! 제가 먼저 와서 기다렸어야 하는데…….”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바로 일신 중공업 사장이자 일신 컨소시엄의 대표인 신원민이었다.

신원민은 애물단지가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처리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예전 황준표 의원을 선동해 천하 컨소시엄으로부터 사들였던 것을 이제는 반품을 하려고 이 자리를 마련하였다.

만약 일신 컨소시엄에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카피할 수만 있었다면 굳이 이런 자리를 마련하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력 부족인지 아니면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에 안전장치가 견고한 것인지 건들 때마다 사고를 일으켜 결국 실험은 불발로 돌아갔고, 그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은 물량이라도 반품하려고 이렇게 황준표 의원을 앞세워 천하 디펜스의 회장인 정명환과의 자리를 만든 것이다.

“제가 굳이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정명환은 안으로 들어오는 신원민의 얼굴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다.

그런 정명환을 황준표 의원이 잡았다.

“정 회장! 이거 너무한 것 아닙니까? 사람 면전에서 이것 참!”

황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정명환을 보며 소리쳤다.

정명환이 자리에서 나가 버리면 신원민이 약속한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며 소리친 것이었다.

“이거 저 때문에 그런 것입니까? 제가 늦어서 그런 것이면 죄송합니다. 요즘 회사 돌아가는 것이 워낙…….”

신원민은 정명환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며 양해를 구했다.

그가 나가 버리면 어렵게 마련한 자리가 말짱 황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애물단지로 인해 자금이 묶인 것 때문에 회사는 지금 허덕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남보다 못한 동생인 신영민이 수작을 부리는 것 때문에 신원민으로서는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요즘 그룹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상한 조짐이 보였다.

연이은 실패로 인해 자신의 그룹 내 입지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 때, 신영민의 행보에 동조하는 이사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신영민의 뒤에 일본의 미쓰비 중공업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더욱 어수선했다.

그러니 오늘 자신의 계획대로 애물단지가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천하 디펜스에 넘겨야만 했다.

물론 자신의 지시로 실험을 하다 손실된 만큼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기는 하겠지만, 어떻게든 애물단지를 반품하고 돈을 가져가야만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아쉬운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신원민은 오래전 일로 원수나 마찬가지 사이인 정명환을 만난 것이다. 현재 자신은 갑(甲)이 아니라 을(乙)이었다.

그래서 구원군으로 안면도 있고, 이득을 위해서라면 후안무치한 일도 서슴지 않는 황준표 의원을 중개인으로 넣은 것이다.

이미 황준표 의원에게는 이전보다 더 큰 이득을 약속했다.

현재 그만큼 자신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황준표이다. 쉽게 자신의 청을 들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거래 내용을 크게 하였다.

그런 신원민의 짐작대로 황준표는 이번 거래액의 일 할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신원민도 일단 살고 봐야 했기에 그 제안을 수락한 상태.

많은 돈이 걸려 있어 그런지 신원민은 물론이고 황준표도 밖으로 나가려는 정명환을 붙잡았다.

“정 회장님! 도와주십시오.”

신원민은 정명환을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부탁을 하였다.

그렇지만 정명환은 그런 신원민을 보며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았다.

3년 전 자신의 조카가 돌아와서 그나마 더 이상 일신그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은 것이지, 이전 조카가 돌아오기 전에는 정씨 일가 아니, 천하그룹은 신원민의 일가와 엄청난 대립각을 세웠다.

그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중재를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그때의 앙금이 모두 풀린 것도 아닌 지금 자신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는 신원민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막말로 몇 달 전에도 눈앞에 있는 황준표 의원을 앞세워 곤란을 겪게 만든 것이 바로 본인이면서 뻔뻔스럽게 말을 하는 신원민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요즘 일신그룹이 힘든데, 이런 때 천하에서 도움을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황준표 의원은 신원민의 옆에서 지원사격을 해 주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정명환은 그 말이 좀처럼 곱게 들리지 않았다.

마치 들어주지 않으면 앞으로 재미없을 것이란 협박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명환은 황준표의 말에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제가 무엇 때문에, 아니, 저희 천하그룹이 무엇 때문에 일신그룹을 도와줘야 한다고 하는 겁니까? 참 듣기 그렇습니다. 일신그룹은 재계서열 5위에 위치한 거대 기업이고, 그에 비하면 저희 천하는 이제 겨우 20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오히려 도우려면 일신그룹이 저희 천하를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뻔뻔스러운 신원민이나 은근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황준표 의원의 말에 정명환은 억양에 높낮이도 없이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정명환의 그런 대답에 신원민은 물론이고 그를 돕기 위해 지원사격을 하던 황준표 또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현재 악재로 인해 휘청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산 규모면에서 일신과 천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천하 디펜스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에서 대한민국의 차세대 주력전차를 생산하는 업체로 선정이 되면서 관련 그룹 전체가 현재 상승세라 어느 정도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멀었다.

이런 것을 들먹이니 신원민이나 황준표는 할 말을 잊었다.

그렇지만 그 말에 수긍을 하고 포기할 수는 없는 입장인 신원민은 어떻게든 천하 컨소시엄으로부터 사들인 애물단지를 처분해 자금을 마련해야만 했다.

“정 회장님! 외형이야 그럴지 모릅니다. 하나 정 회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현재 저희 그룹의 사정이 어렵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신원민은 정말이지 정명환이 그냥 자리를 일어날 것만 같아 얼른 사정을 하며 다시 한 번 애원을 하였다.

“저희가 사들인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제발 반품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신원민이 이렇게 정명환을 붙들고 도와달라고 하는 이유는 전에 신원민이 앞에 있는 황준표 의원과 협잡을 하여 억지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자신들도 구입할 수 있게 했었기 때문이다.

천하 컨소시엄에서는 국회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에 걸린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천하 컨소시엄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특별법이 통과되어야만 그동안 전차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국회 명령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지만 천하 컨소시엄도 이대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심정으로 특별조항을 일신 컨소시엄과 계약할 때 넣었다.

그것은 바로 일신 컨소시엄이 재시험에서 탈락을 했다고 해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반품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집어넣은 것이다.

자신들이 개발한 전차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조항을 삽입하는 걸 일신 컨소시엄도 흔쾌히 수락을 하였는데, 이는 일신 컨소시엄 또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만 아니면 대한민국의 차세대 주력전차 선발에 선정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다시 한 번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가 선정이 되었다.

1조라는 돈이 한순간에 공중으로 사라지게 생긴 것이다.

더욱이 천하 컨소시엄에서 반품을 받아 준다고 해도 이백 개 전량 반품을 할 수도 없었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다섯 개를 실험을 한다는 명목으로 분해하여 연구를 하려다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신원민은 어떻게든 남은 장치를 반품해 자금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정명환을 붙들고 협상을 하였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은 점점 지쳐 갔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정 회장! 나도 이렇게 부탁하네! 이대로 가다간 제2의 IMF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네!”

황준표는 조금 과장을 하며 정명환을 설득을 하였다.

하지만 황준표의 말은 단순히 과장만이 아니었다.

현재 일신그룹을 필두로 돌아가는 상황이 IMF사태가 발생하던 때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거대기업이 태우그룹 무너졌듯 일신그룹이 지금 그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연이은 사업 실패와 그룹 전반에 걸친 부정적인 소문이 퍼지고, 만기된 어음뿐 아니라 아직 만기가 남은 어음까지 불안 심리로 인해 엄청난 할인율에도 불구하고 속속 은행에 접수가 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신그룹과 거래를 하는 은행에서도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올라왔다.

그러니 신원민이 이렇게 애가 타는 것이었다.

일신그룹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선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건 계기는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그게 바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구입하는 데 쓰인 1조 원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실수로 원금 1조 원을 모두 돌려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금을 돌려받을 수만 있다면 현재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신 사장이 그렇게 부탁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들어주기는 하겠지만 우리 천하에서 판 금액에 다시 사들일 수는 없습니다.”

“예, 그건 감수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판매한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반품하는 것이 아니라 일신 컨소시엄에서 필요 없게 된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니 그것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정명환은 한참 줄다리기를 하던 것에서 한발 물러나 신원민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다만 대당 50억으로 판매했던 그 가격 그대로 주기에는 아까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명시했다.

“당연하죠.”

신원민은 정명환의 말에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대답을 하였다.

하지만 대놓고 저리 말하니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도대체 얼마를 책정하려고 저런 엄포를 내는 것인지 두려움이 생겼다.

“신차를 사서 반품을 해도 중고차가 되듯 그것도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정명환은 이미 이런 것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가격을 절반으로 책정을 해 버렸다.

“아니, 그래도 50억짜리를 절반에 산다는 것은…….”

신원민은 설마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가격을 절반이나 깎을지는 상상도 못하였다.

그런데 정명환은 실제로 그렇게 대당 가격을 절반이나 깎은 25억에 되사겠다는 말을 하니, 신원민으로서는 정말이지 눈뜨고 코 베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싫으시면 거래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로서는 손해날 것이 없으니…….”

사실 현재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부탁을 하는 신원민이 아니라 정명환이었다.

절반의 가격이라도 감지덕지 하며 받아들여야만 했다.

더욱이 현재 그룹 전반에 돌아가는 사정을 알고 있는 신원민은 이복동생인 신영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이때, 빈틈을 보였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 가격 받아들이겠습니다.”

신원민으로서는 속에서 부하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전량 회수가 되는 대로 입금하겠습니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는 그리 크지 않은 물건이다.

다만 물건의 특수성이 있기에 철저한 보안이 필요했다.

그러니 거래를 하는 입장에서 물건을 안전하게 건네받은 뒤에 돈을 지불하려는 것이다.

전략물자로 묶인 품목이니 만약 일부라도 외부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신원민은 얼른 자신들이 파손시킨 게 있다는 것을 말했다.

괜히 나중에 숫자가 맞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계서열 5위의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국가에서 안보 문제로 지정한 품목이 이유 없이 숫자가 부족한 사태를 야기했다가는 이번에 발생한 위기와는 그룹에 끼치는 영향은 비교 불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파손시킨 수량까지 알렸다.

그 때문에 추가로 금액이 삭감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원민으로서는 지금 이 자리에선 모든 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방 안에 있던 사람 누구도 앞에 있는 음식은 손도 대지 않고, 정리되자마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하긴 좋은 관계도 아닐뿐더러 얼마 전 얼굴을 붉혔던 관계이니 한시라도 빠르게 자리를 벗어난 것이다.

방을 나와 삼청각 주차장에 이른 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정 회장! 전 아직 당에 일이 남아 있어서 그럼 이만…….”

신원민과 황준표 의원은 볼일이 끝나자 그렇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신원민은 며칠 뒤 정식으로 일신 컨소시엄이 가지고 있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반환에 대한 계약을 위해 다시 봐야 한다.

오늘은 구두로 약속만 하였으니 정식 계약서를 마련해야만 했다.

◈ ◈ ◈

“제길, 이게 지금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김상문은 폐쇄된 일신 컨소시엄의 연구소가 자리한 파주에 와 있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그의 직속 상급자인 신영민의 지시로 연구소에 남아 있는 전차개발 자료와 애물단지가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일부를 빼돌리기 위해서다.

물론 직접 연구소에 들어가 물건을 빼돌리는 것은 아니고, 전문가에게 의뢰를 한 후 이 모텔에서 넘겨받기로 하였다. 그렇기에 이곳에 와 대기를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김상문은 지금 무한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비록 출세욕에 눈이 어두워 신영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이곳 파주까지 오다 보니 문득 걱정이 된 것이다.

비록 전문 지식은 없지만 지금 자신과 신영민이 빼돌리려고 하는 물건은 뉴스를 통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국가에서도 전략물자로 지정해 외부 반출을 금지한 품목으로 만약 잘못되었다가는 평생 햇빛도 보기 힘든 국정원 비밀감옥에 수용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런 곳이 있다면 말이다. 향간에 그런 곳이 진짜로 있다 없다 말들이 많은데,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예전 군사정권 하에서는 그런 곳이 실제로 운용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물건을 빼돌리는 데 성공을 한다면 대한민국 재계서열 5위의 일신그룹 계열사 사장이 되는 것이고, 만약 잘못된다면 꼬리를 끊고 잠적을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의뢰를 한 자는 전문가였다.

절대 붙잡혀도 자신의 신분을 발설하지 않을 것일 터, 아니, 그도 정확하게 자신이 의뢰를 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의뢰를 할 당시 혹시 만약을 위해 신분을 숨기고 제3의 인물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상문은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비록 폐쇄가 된 연구소이기는 하지만 아직 경비 인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설 경비도 아니고 안에 있는 물건이 물건이다 보니 군인들이 연구소 출입구는 물론이고 연구소 담장 곳곳에 CCTV를 설치한 채 감시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김상문으로서는 하수인을 기다리는 것이 여간 초조한 게 아니었다.

똑똑!

갑자기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배달이요.”

늦은 시각 무슨 배달이란 말인가? 하지만 김상문은 밖에서 들리자 얼른 문에 바짝 다가가 물었다.

“안 시켰는데요.”

주문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귀를 문에 바짝 가져다 댔다.

그러자 밖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

“육계장과 일신 제약에서 나온 소화제를 주문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자신이 다니는 회사명과 소화제란 말이 들리자 그제야 문을 열었다.

“아, 제가 주문한 것 맞네요.”

방금 전 김상문과 문밖에 있던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는 사실 이들이 사전에 약속된 암호였다.

늦은 시각 남자가 머물고 있는 모텔에 여자가 아닌 남자가 접근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혹시나 남들에게 들켰을 때를 대비한 암호였다.

“여기 있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들고 온 가방을 김상문 앞에 내려놓았다.

남자가 들고 온 배달 가방에는 검정색 상자가 들어 있었다.

가로세로 30㎝ 높이 10㎝의 크지 않은 물건이었다.

검은 상자 위에는 제조 번호만 작게 적혀 있는 무척이나 산뜻한 디자인의 상자였다.

“맞군!”

김상문의 자신이 주문한 물건이 맞자 고개를 들었다.

“여기 잔금이오.”

자신이 가져온 가방에서 조금 작은 가방을 꺼내더니 남자에게 밀었다.

남자는 자신의 앞으로 밀려온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바로 닫았다.

그런 남자를 본 김상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확인하지 않는 것이오?”

남자는 김상문의 질문에 한쪽 입꼬리만 살짝 비틀어 올리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맞겠지. 만약 나중에 확인해서 금액이 틀리면 뭐,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니…….”

무척이나 작은 목소리였지만 김상문의 귀에는 아주 또렷하게 들렸다.

그런데 김상문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자신은 의뢰를 하면서 제3자를 통해 의뢰를 하였고, 또 지금도 변장을 하고 있어서 정체를 숨기고 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나 있다는 듯 말을 하고 있으니 그것이 의문이었다.

“그럼 난 이만.”

남자는 자신의 볼일이 끝났기에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김상문은 곧 그에게서 관심을 끊었다.

이제부터 최대한 빠르게 자신에게 넘어온 물건을 가지고 신영민에게 가져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만 무사히 신영민 사장에게 가져다주면, 내가 일신그룹 계열사 사장이 된다.”

김상문은 자신의 앞에 놓인 검은 상자를 보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에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장밋빛으로 빛날 자신의 미래가 보이듯 김상문의 약에 취한 것처럼 중얼거리며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쳐다보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서 이것을 신 사장에게 가져다줘야지.”

김상문은 테이블에 놓인 플자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들어 준비한 가방에 넣었다.

5㎏ 정도 되는 무게의 상자 3개를 준비한 가방 깊은 곳에 넣은 김상문은 모텔을 빠져나왔다.

차를 타고 모텔을 빠져나가는 김상문의 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조금 전 김상문에게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가져다주었던 남자가 길모퉁이에서 나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미끼를 전달했습니다.”

간단하게 보고한 남자는 잠시 김상문이 사라지는 거리를 보다 자취를 감췄다.

◈ ◈ ◈

탁!

현장에 나가 있는 요원의 보고를 받은 김석원은 전화기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그의 표정이 너무도 굳어 있어 그를 보는 다른 요원들의 표정도 덩달아 굳어졌다.

“이 시간부터 우린 작전에 돌입한다. 매국노들을 소탕할 때까지 퇴근이란 없다.”

국정원 5국의 국장 대우 차장인 김석원이 그렇게 선언을 하였다.

아직 5국이 정원이 채워지지 않은 관계로 그의 직급도 차장에서 국장으로 승진을 하지 못하고 다만 국장 대우라는 요상한 꼬리표가 붙은 것이다.

김석원은 이미 국정원 내에서 실무와 사무를 고루 경험을 한 국정원 내에서도 베테랑이었고 또 국정원 직원들에게도 신망이 두터웠기에 극비인 5국의 국장으로 내정이 되었다.

그러니 지금 자리에 있는 요원들은 그런 김석원의 매국노 소탕이란 말에 각오를 다시 하였다.

더욱이 지금 들어가는 작전은 군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무척이나 민감한 물건에 대한 불법으로 국외로 반출하려는 반역자를 잡기 위한 작전이다.

김석원이 어떻게 그런 정보를 가져왔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작전은 들어갔다.

그리고 반역자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자신들은 명령에 따라 반역자들이 물건을 외국으로 반출하지 못하게 막는 일만 남은 것이다.

“차장님!”

“왜?”

“그런데 저희 인원만으로는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일본에서 NNSA의 수장인 사이고 다가모리와 직속 닌자대가 움직였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5국 내 김석원을 보좌하는 장민석 과장이 물었다.

그도 마음 같아서야 나라의 비밀병기를 팔아먹으려는 매국노들을 자신의 손으로 일망타진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방금 언급한 NNSA는 일본이 기존의 내각조사실만으로 날로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에 발맞춰 일본이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에 확대 개편한 집단이다.

조금 음울한 이야기지만 국정원의 능력은 일본의 NNSA보다 밑이었다.

그런데 NNSA 내에서도 스페셜리스트인 닌자대가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침투와 암살을 주특기로 하는 그들을 막기에는 자신들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걱정이 앞섰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들을 막아 줄 이들은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우린 그것을 팔아먹으려는 반역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현장에서 일망타진 할 수 있게 준비를 하도록.”

김석원은 과장인 장민석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미 일본의 닌자대를 대비한 준비를 이미 수립하였기에 걱정이 없었다.

다만 이번 일로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의 특수부대들이 너무도 많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미국 CIA의 처리반이나 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중국 MMS의 흑검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특수부대인 빔펠의 한 개 팀이 들어왔다는 정보를 취득하였다.

◈ ◈ ◈

“수한아.”

“예.”

“이대로 괜찮겠느냐?”

명환은 무엇이 그리 걱정이 되는 것인지 조카인 수한을 붙들고 계속해서 물었다.

그런 삼촌의 질문에 수한은 그가 무엇 때문에 그리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은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편하게 대답을 하였다.

“다 잘될 것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다 조치를 취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일이 잘못되어 물건이 외부로 넘어간다고 해도 그것 또한 대책을 세워 두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수한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맞춰 놓은 상태다.

신영민이 빼돌리려는 플라즈미 실드 발생장치는 물론이고, 저들이 거래를 하려는 장소에는 이미 국정원에서 나온 요원들뿐만 아니라 지킴이 소속 무인들, 자신이 데리고 있는 탈북자 출신의 경호원들도 있었다.

더욱이 이번 일은 천하그룹 정대한 회장의 귀에도 들어갔기에 천하그룹 산하 천하가드의 특급 경호원들, 정씨 가문의 본가에 있는 무력대도 동원이 된, 아주 거대한 그물망이 펼쳐져 있었다.

이는 무협소설에 나오는 천라지망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대한 함정이었다.

그렇게 수한이 짜 놓은 그물망에 신영민은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든 것이다.

사실 이건 수한이 신영민을 타깃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욕심 많은 일신그룹의 누군가가 자신을 파멸로 이르게 만드는 미끼인지도 모르고 먹이를 물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수한의 예상으로는 신형전차 개발에 경쟁을 했던 신원민이 미끼를 물것이라 예상을 했는데, 그의 동생인 신영민이 먹이를 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에 접근하기도 쉽고 신형전차 선정에도 탈락했기에 입지가 불안해진 신원민이 자신이 나서서 일본과 협상을 할 것으로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사업가로서 감각이 있는 신원민은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복제할 생각을 했었다.

물론 복제에 실패한 신원민도 그룹에서 입지가 줄어들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국가에서 전략물자로 묶여 있는 물건의 경우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컸기에 욕심을 버렸다.

그러한 신원민과 다르게 일신제약의 신영민의 입장은 또 달랐다.

이대로 그룹의 후계 구도가 굳혀지면 그에게는 미래가 없었다.

후계자인 신원민과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신원민은 본부인이었고, 자신은 첩의 자식이었다.

그 때문에 어려서부터 갖은 고초를 겪으며 성장을 하였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다. 이복형인 신원민이 그룹 핵심 부서의 이사로 재직을 하고, 또 후계자로서 착실히 단계를 밟아 갈 때 그는 힘들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그러던 차에 신영민에게 기회가 왔다.

굳건하던 신원민의 연이은 사업의 실패로 후계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때에 외부에서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신영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로 흘러가면 자신의 미래는 대그룹 일신그룹의 일원이 아닌, 이복형 신원민이 던져 주는 애완견 정도의 삶만이 남은 것이다.

그것도 신원민이 마음이 후했을 때의 이야기고, 만약 신영민을 죽이려 한다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일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렇기에 신영민은 외부의 유혹에 넘어간 것은 그에게는 생존을 위한 일이었다.

수한이 그것까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신영민이 수한이 쳐 놓은 덫에 미끼를 문 덕분에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번 일은 단순하게 일신그룹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룹 전체에 영향이 미치는 엄청난 일이다.

국가에서 금지한 품목을 불법을 저지르려고 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그룹이고 여야에 고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 그들을 도우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들을 도우려다가 자신도 딸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거함이 침몰할 때는 되도록 침몰하는 배와 멀리 떨어져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촌께서는 제가 알려 드린 것처럼 신원민과 계약을 하신 것입니까?”

“그래, 설마 그런 조건에 그들이 계약을 할지는 상상도 못했다.”

수한은 일간 일신에서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때문에 연락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애물단지가 된 그것을 어떻게든 처분을 해 자금을 회수해야만 하는데, 전략물자로 묶인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처분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천하 컨소시엄에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그것을 처분할 수 있는 곳은 천하 컨소시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신이 또다시 권력을 이용하려고 할 것을 예상한 수한은 그때를 대비해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해 두었다.

이 새로운 계약서에는 일신 컨소시엄이 천하 컨소시엄으로부터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살 때 가격의 1/4로 책정되어 있었다.

일신 컨소시엄으로서는 정말로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현재 그룹 사정으로는 그것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일신그룹은 사정이 좋지 못했다.

예초에 국회의원을 동원에 사업 실패를 뒤집으려고 했던 그것이 잘못되었다.

처음 신형전차 선정에서 패배를 했을 때 포기를 했으면 이렇게까지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전차개발에 들어간 자금 일부를 손해 보는 것으로 끝났을 일인데, 억지로 순리를 거역한 대가는 엄청났다.

어떻게 새 나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정황이 언론에 유포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오래전부터 정경유착이니 그런 것 때문에 부자들의 행사에 무척이나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신그룹은 특히 더했다.

그러던 차에 언론을 통해 신형전차 선정에 대한 내막이 알려지면서 일신그룹은 국민에게 소위 흔한 말로 찍히고 말았다.

억지로 순리를 거역했으면 선발이라도 되었다면 타격이 적었을 것인데, 선정에도 탈락하고 예산만 1조 원이나 탕진을 했으니 이 일은 도미노가 쓰러지듯 일신그룹에 악영향을 미쳤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나는 물론이고 네 할아버지도 단단히 준비하고 있으니.”

정명환은 수한에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말을 하였다.

수한의 말이 없더라도 오랜 적이었던 일신그룹을 쓰러뜨리기 위해 만반을 준비하고 있던 천하그룹이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일신그룹의 비리를 만천하에 고개를 하려고 작정을 하였다.

물론 그 때문에 대한민국 정계에 적잖은 파장이 있을 것이지만, 그건 잠시일 뿐이다.

예전 IMF사태를 야기했던 때와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예전과 다르게 한 번 시련을 겪은 뒤 더욱 탄탄하게 다져졌다.

그러니 대한민국 경제는 그리 걱정할 것이 없었다.

이 또한 일신그룹을 잡기 위해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준비를 하였다.

수한은 지킴이 회의에서 관련 회원들에게 일신그룹이 해체되었을 때 그들이 가지고 있던 것들을 회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예전 일신그룹이 다른 기업을 삼켰던 것처럼 만신창이가 된 일신그룹은 다른 기업들에 의해 해체되고, 피해는 최소화 되도록 방법을 마련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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