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49화 (49/118)

6. 흔들리는 일신그룹

방위산업청 내 한 사무실, 사무실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무실 주인도 있었지만 이곳에는 사무실의 주인보다 상위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그는 상석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그 뒤에 시립하고 있었다.

“장관님, 이번에는 다른 말 나오는 것 아니겠지요?”

정대한 천하그룹 회장은 상석에 앉아 있는 김명한 국방부 장관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얼마 전 계약 직전까지 가서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계약이 무산되었다.

계약을 두고 특혜다 뭐다 트집을 잡아 계약을 무산시키고 공정한 심사라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일신그룹에서 밀고 있는 대호와 천하그룹이 밀고 있는 백호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렇지만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원래 국방부에서 평가한대로 천하 컨소시엄에서 생산한 백호전차가 정식으로 K―3라는 제식명을 획득하였다.

두 번에 걸쳐 같은 평가를 받았기에 천하 컨소시엄의 백호와 국방부가 계약을 하는데, 더 이상 제동을 걸 트집거리를 어떤 것도 없어졌다.

사실 납부해야 할 세금의 일부를 대물로 전환해 납부를 허가한다는 것은 크나큰 특혜이긴 했다.

그 때문에 계약 직전까지 간 것을 철회하고 다시 평가를 받게 되었다.

계약에 제동을 건 국회의원들도 재평가를 받는다면 제동을 걸었던 안건을 합의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이는 일신그룹에서 로비를 하여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천하 컨소시엄에서 만든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만 있다면 자신들이 개발한 대호가 더 우수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평가에서 자신들의 전차가 선정이 된다면 납부할 세금의 일부를 대물로 납부를 하는 것이 일신그룹으로서 나쁜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신그룹의 로비를 받은 국회의원들도 이런 생각까지 했기에 대통령 특별법으로 제안한 안건에 반대를 하면서도 천하에서 재평가를 받아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진다면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군대와 국방부 심사관들은 이들의 생각과 다르게 천하 컨소시엄의 백호에 손을 들어 주었다.

그 어느 것 하나 일신 컨소시엄의 대호에 빠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더 우수한 것도 있었고 특히나 순수 국산 기술로 전 부속을 국내 생산을 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또 가격 또한 일신의 대호에 비해 훨씬 저렴하였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대호와 백호는 그렇게 성능이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대호가 훨씬 비쌌다.

그것은 순전히 국내 기술이 아닌 일본의 기술과 합작를 하였기에 그리된 것이다.

중요 부속 대부분이 일본에서 생산되는 것들이다 보니 대호의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당연 백호와 대호는 비슷한 성능에 비해 대호가 더 비쌀 수밖에 없다.

“국방위와 소속 의원들도 이미 동의를 했으니 더 이상 말이 나오진 않을 겁니다. 솔직히 이번 재평가로 천하의 기술력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국방부 장관인 김명한은 이번 일로 천하그룹에 약점을 잡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장관이라는 고위공직자가 계약을 했으면서 그것을 제대로 이행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천하그룹의 기술력을 칭찬함으로써 은유적으로 이번 일에 대하여 사과를 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장관님의 말씀을 믿겠습니다.”

정대한 회장은 더 이상 이번 일에 대하여 끄집어내 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사업을 하면서 그의 감각에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는 생각에서 그만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대한 회장의 생각은 아주 적절했다.

아무리 현 시점에서 자신이 유리한 이점을 차지했다고 하지만 정부 고위공직자를 막다른 곳으로 밀어붙여 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막말로 좀 비싸더라도 천하의 백호를 대체할 물건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국방부 장관으로서 조금 욕을 먹더라도 계약을 틀어 버릴 수도 있었다.

사실 그런 예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예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도 그러한 예가 있었다.

조국의 하늘을 수호해야 하는 차세대 전투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전투기들을 살펴보고 비교를 해야 함에도 로비를 통해 평가서의 기준을 이상하게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예상하고 또 실무자들이 원하던 전투기를 탈락시키고 엉뚱한 전투기를 들여왔다.

더욱이 선정된 전투기 사업자는 예초의 약속과 다르게 기술 이전도 별로 해 주지 않았다.

자국의 전략 기술에 해당되는 부분이라 전수가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웃긴 것은 당시 전투기 사업자가 속한 나라에서는 사업자를 지원하면서 기술 이전을 약속했다.

그렇지만 계약이 끝난 뒤 말을 바꾸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일부 몇몇 사람들의 개인 이득으로 인해 국책 사업은 별다른 성과 없이 많은 예산만 허비하게 되었다.

더욱이 계약을 해 들여온 전투기는 부품을 구하기 힘들어 고장이 난 전투기의 부품을 빼 다른 전투기가 고장이 났을 때 교환을 하는 이른바 동종교환을 하여 전투기를 운용하게 되었다.

이 또한 계약 위반이었다. 사업자는 만약 자신들의 전투기가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이 된다면 충분한 부품을 공급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이 또한 지키지 않았다.

이런 전례가 있기에 정대한 회장도 더 이상 김명한 장관을 압박하지 않고 슬쩍 이야기를 돌린 것이다.

“여기 계약서를 살펴보시고 조금 뒤 기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계약을 끝마치는 것으로 하지요.”

김명한 장관의 뒤에 있던 박세기 방위산업청장은 얼른 준비된 계약서를 가지고와 계약서를 김명한 장관과 정대한 회장의 앞에 내려놓았다.

계약서가 테이블에 놓이자 정대한 회장의 옆에 앉아 있던 정명환 천하 디펜스 회장이자 이번 프로젝트인 천하 컨소시엄의 대표직인 그가 계약서를 살폈다.

아무리 천하그룹의 총괄 회장이라고 하지만 정대한은 사실 이번 계약에 들러리였다.

국방부와 계약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천하 컨소시엄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계약서를 들여다보던 정명환 천하 컨소시엄 대표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번 재평가로 인해 손해를 본 자신들에게 조금은 유리하게 계약서가 작성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명환 회장이 미소를 짓는 데는 그 이유가 있었다.

계약서의 한 가지 문구 때문이었는데…….

……라) 대한민국 육군은 천하 컨소시엄에 500대의 K―3전차를 구매한다.

마) 대한민국 육군은 조속한 시일에 예산을 편성해 남은 500대를 최우선적으로 구매를 한다.

바) 천하 컨소시엄은 최초 계약한 K―3전차를 계약일로부터 2년 내에 보급 완료한다.

……하) 대한민국 정부는 국방을 지키는 유군의 노후화 된 육군의 전력을 교체하기 위한 사업에 적극 협조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예산을 이유로 도입이 시급한 신형전차 구입에 적극 지원한다는 취지로 세금의 일부를 대물로 납부를 하려는 천하그룹의 제안을 허가한다.

계약서의 특약사항의 내용은 정명환이나 그의 아버지이자 천하그룹 총회장인 정대한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계약서의 내용은 처음 이야기가 나오던 200대 계약에서 1.5배가 늘어난 500대를 계약하게 되었다.

이는 대통령이 자신이 고심해 내놓은 법안을 일신그룹의 로비를 받은 국회의원들이 트집을 잡아 태클을 건 것에 대한 강경수였다.

물론 그 안에 천하그룹에 미안한 마음도 어느 정도 들어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200대 계약에서 500대로 늘어난 것은 국가정보원에서 전해 들은 중국의 위험한 행동 때문이었다.

중국 국안부 소속 특무팀이 대한민국에 신분을 숨기고 들어왔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그들이 무슨 이유로 한국에 들어왔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번 대한민국 육군의 차세대 주력전차인 K―3백호에 들어가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어떻게든 빼돌리기 위해서란 것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비록 연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도 특수부대인 SA부대원을 동원하였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열 포졸이 한 명의 도둑을 지키지 못한다 했다.

만약 일이 잘못되어 K―3의 핵심인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개발한 연구원이 잘못되었을 때를 대비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초기 계약을 500대로 늘린 것이다.

물론 원래 계획대로 1,000대를 계약한다면 더 좋겠지만, K―3백호의 대당 가격은 120억 원으로 책정이 되었다.

그 말은 원래 계획보다 2조 원이나 예산이 늘어난 금액이다.

물론 K―3백호의 성능을 생각하면 예산이 늘어났다고 하나, 돈이 아깝지 않았다.

그렇지만 12조라는 세금을 모두 대물로 납부하게 계약을 한다면 그건 천하그룹에 너무도 많은 특혜를 주는 것이라 나중에 이것을 가지고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계약에서도 세금을 대물로 대체할 수 있는 수량은 처음 나왔던 200대뿐이었다.

나머지 300대는 국회에서 국방부에 특별예산을 허가하기로 하였다.

이런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천하그룹으로서는 일단 바로 500대라는 엄청난 물량을 공급 계약을 하게 되었다.

오늘 정식 계약이 이루어지면 천하 컨소시엄은 빠르게 생산 라인을 증설해야만 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설비로는 2년 내에 500대를 생산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짓고 있는 공장이 완성이 된다면 일 년에 350대 생산이 가능해진다.

기존 생산 라인을 업그레이드 한다면 새로운 공장이 생산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년간 500대 생산도 가능했다.

그것도 완성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당장의 문제로 현재의 생산 라인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과 새 공장을 짓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시간이 되어 공보실에 방위산업청 내 공보실에 내외신 기자들이 모여서 최종 계약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최종 계약을 하기 위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 ◈ ◈

대한민국 육군 정식으로 천하 컨소시엄이 개발한 세계 최강의 전차 500대 구매 계약 체결…….― 문화일보 ㅁㅁ기자.

육군 차세대 주력전차로 선정된 천하 컨소시엄의 K―3백호 500대 구매계약……. ― 조아 일보 XX기자.

자랑스러운 순수 국산 전차 최강을 찍다. 육군 2년 내 최신형 전차 500대 전방부대 배치, 5년 내 노후화 된 M48계열 전차와 K―1전차 교체, 동북아 최강의 전차 군단 구상……. ― 우리일보 ㅇㅇ기자.

천하 컨소시엄과 국방부 장관인 김명한이 방위산업청에 마련된 공보실에서 기자들 보는 가운데 계약을 마치자 기자들은 이러한 소식을 빠르게 세상에 전달을 하였다.

실시간으로 검색이 되는 인터넷 인기 순위는 순식간에 바뀌어 갔다.

최신형 전차나, K―3백호, 대한민국 육군 등 이번 계약과 관련된 관련 단어가 검색어 순위가 빠르게 랭킹에 자리하였다.

◈ ◈ ◈

촤악!

일신그룹 신상욱 회장은 신문을 읽다 말고 거칠게 접어 버렸다.

아니 구겨 버렸다.

신문 일면에 크게 대서특필 된 천하 컨소시엄의 차세대 주력전차 K―3백호의 사진이 떡 하니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사 내용에 천하 컨소시엄과 경쟁을 하던 자신들의 이야기도 짧게 언급이 되어 있었다. 이미 몇 주 전에 차세대 주력전차의 선정이 끝났는데, 계약이 늦어진 이유가 일신그룹에서 로비를 하여 다시 재평가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란 언급을 하였다.

더욱이 논조가 무척이나 일신그룹에 부정적으로 써져 있어 신상욱 회장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그렇다고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 없었다.

비단 이 신문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여타의 언론사들도 비슷한 논조로 기사를 썼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한두 언론사가 그랬다면 일신그룹의 영향력을 이용해 정정 보도를 하게 만들거나 명예훼손으로 신고를 할 것이지만, 여건 상 그러지 못했다.

특히나 몇 년 째 계속되는 일본 총리와 의원들의 망언과 독도와 동해에 대한 도발, 그리고 역사 교과서와 2차 대전 당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일본의 문제와 그런 일본과 친일본 성향을 보이는 일신그룹의 이미지가 맞물린 현재 일신그룹에 긍정적인 보도를 할 언론사가 몇이나 있겠는가.

더욱이 어디서 그런 사실이 새어 나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재로썬 일신그룹이나 신상욱 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신원민 사장 들어오라고 해!”

신문을 팽개친 신상욱 회장은 밖에 대고 큰소리로 소리쳤다.

문 밖에 있는 비서진에 소리친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불려 온 신원민이 회장실로 들어섰다.

신상욱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오는 신원민을 보며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책상 위에 있는 명패를 던져 버렸다.

휙!

쿵!

날아간 명패는 들어오던 신원민의 얼굴 옆을 지나 문짝에 박혀 버렸다.

‘헉!’

자신의 얼굴로 뭔가 날아오자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인 신원민은 자신의 얼굴 옆을 지나간 무언가가 뒤에 있던 문과 부딪혀 큰소리를 내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음…….’

하지만 놀람도 잠시 문짝에 틀어박힌 명패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아무리 화가 나지만 저것을 내게 던졌다는 말인가? 어떻게 그럴 수가…….’

신원민은 문짝에 박힌 물체의 정체를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검은색의 삼각형 모양의 길쭉한 물체, 그것은 바로 자신도 매일 보는 물건이었다.

상아로 만든 그것은 사람을 향해 던져선 안 되는 무척이나 위험한 물건이었다.

만약 날아오던 명패를 피하지 않았다면 크게 부상을 당했을 수도 있다. 그것을 자신의 얼굴을 향해 아버지가 던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신원민은 큰 충격을 먹었다.

신상욱 회장 또한 화를 주체하지 못해 저지른 일에, 문짝과 부딪혀 큰소리를 내며 틀어박히는 자신의 명패를 보자 정신이 들어왔다.

‘이런 내가 너무 흥분을 했군!’

자신이 신문 기사를 보고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달은 신상욱 회장이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사과하지는 않았다.

대그룹 회장으로서 그리고 집안에 카리스마 넘치는 지배자로서 그동안 행사해 왔기에 신상욱은 비록 자신이 흥분해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의 아들이지만 그래선 안 되는 일이었지만 신상욱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신원민의 눈빛이 처음으로 바뀌었다.

이번 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지금 신상욱은 예상하지 못했다.

“네놈은 일을 어떻게 했기에 이따위 기사가 나오게 만드는 것이야!”

자신의 잘못을 알지만 신상욱 회장은 그것을 인정할 수가 없어 오히려 세게 나가기로 하였다.

급기야 테이블에 있던 신문을 들어 신원민의 얼굴에 던져 버렸다.

던져진 신문가지들은 신원민의 얼굴에 맞고 바닥에 떨어졌다.

비록 아프지는 않았지만, 명색이 그룹의 후계자인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무언가를 던지는 아버지의 모습에 신원민의 눈빛은 더욱 가라앉았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입술을 굳게 다문 신원민, 그리고 그런 아들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난 나머지 신상욱은 큰소리로 소리쳤다.

“내가 컨소시엄의 일은 손 떼라고 했지!”

한 달 전 신상욱은 이곳에서 신원민에게 일신 컨소시엄의 일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를 했다.

천하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밀린 뒤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 연구하던 것들을 일본에 넘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 미쓰비 그룹과 연줄이 있는 작은 아들이 나서자 그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런데 지시를 받고 나갔던 신원민이 판을 뒤집을 묘수가 있다면 들려준 이야기에 솔깃해 둘째 아들인 신영민에게 잠시 하던 일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실 개발 자료를 일본에 넘기기보단 자신들이 전차를 생산해 납품을 하는 것이 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비록 국회의원들에게 로비 자금으로 얼마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차세대 주력전차의 구매 금액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되지 않는 아주 적은 금액이었다.

그렇기에 미쓰비 그룹에 개발 자료를 넘기는 것을 보류시킨 것이다.

그래서 신원민의 말대로 회유한 국회의원들이 힘으로 끝났던 일을 재평가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1,000억이라는 비자금과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라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1조 원을 사용하였다.

비록 일신그룹이 대한민국 재계서열 10위권의 대그룹이기는 하지만 한꺼번에 1조 1,000억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더욱이 1조 원을 들여 구매한 그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란 것은 재평가에서 선정이 되지 않으면 공중으로 떠버리는 돈이었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는 전략물자로 묶여 있는 물건이라 어디다 되팔 수도 없는 물건이다.

그렇다고 천하 컨소시엄에 반품을 할 수도 없었다.

그건 구매 계약을 할 때 물건에 하자가 있지 않는 이상 반품을 할 수 없다는 특약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할 당시 물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천하 컨소시엄에서 무엇 때문에 그런 이상한 문구를 집어넣었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자신들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재평가에서 차세대 주력전차로 천하 컨소시엄의 백호가 정식 제식명을 부여받으며 채택이 되었다.

그 말은 재평가를 받기 위해 들어간 1조 1,000억 원은 허공으로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달 전 평가에서 탈락을 하고 주가가 폭락했다. 하지만 재평가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깜짝 반등을 하였다.

그렇지만 깜짝 반등을 했던 주식은 재평가에서 마저 탈락을 했다는 소식과 어디서 흘러나온 말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이 재평가를 받기 위해 국회에 로비를 했고, 또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사기 위해 1조 원을 사용했다는 이야기, 재평가 탈락으로 1조 원대로 구매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전략물자로 묶여 재판매도 하지 못해 애물단지가 되었다는 자세한 이야기까지 증권가에 흘러가면서 일신그룹 관련 주식들이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신그룹 관련 주식으로 인해 서킷브레이크(CB)가 두 차례나 발생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하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재평가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일신그룹의 전체 주가가 벌써 70%나 빠져 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내려갈지는 알 수가 없었다.

◈ ◈ ◈

일신그룹 회장실에서 신원민이 그의 아버지에게 깨지고 있을 때 다른 곳에선 일신그룹을 뒤흔들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 비서!”

신영민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뭔가를 곰곰이 생각을 하다 자신의 오른팔인 김상문 비서실장을 불렀다.

그런 신영민의 부름에 바로 달려와 대답을 하는 김상문 비서실장이다.

“예,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김상문 비서실장이 사무실로 들어오자 신영민은 손짓으로 그를 가까이 불렀다.

신영민의 손짓에 그가 은밀히 자신에게 지시할 것이 있음을 깨달은 김상문은 조심스럽게 신영민 곁으로 다가갔다.

신영민 곁으로 다가간 김상문은 표정을 굳히고 신영민이 어떤 지시를 할지 대기를 하였다.

그런 김상문의 모습에 신영민도 표정을 굳히고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김상문의 옆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그렇게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결심이 선 것인지 신영민이 입을 열었다.

“김 실장.”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직책이 아닌, 비서로만 부르던 신영민이 무슨 일로 직책으로 부르는 것인지 김상문은 더욱 긴장을 하였다.

“말씀하십시오.”

조심스럽게 입을 연 김상문은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었다.

신영민이 이럴 때면 뭔가 큰 사건이 터졌다.

그것을 그동안 수습한 것은 전적으로 김상문 자신이었다.

비서실장이란 직책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상관인 신영민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였던 김상문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비록 계열사라고 하지만, 일신그룹에 속한 제약회사의 사장인 신영민의 비서실장으로 벌써 오 년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현재 그룹이 돌아가는 전반적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때 일신제약의 사장인 신영민의 비서로 발령이 났을 때만 해도 더 이상의 야망은 그에게 없었다.

이미 후계 구도가 신원민 중공업 사장으로 내정이 되어 있기에 괜히 되지도 않는 일에 줄타기를 하다 도매급으로 처리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그룹의 흐름이 예전과 달랐다.

탄탄하던 신원민 일신중공업 사장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직까지 자신의 상관인 신영민의 위치가 신원민 사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자신의 상관이 그룹 후계 구도에 다시 도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더군다나 신영민 사장은 그룹 내부에는 그리 인맥이 탄탄하지 못하지만 외부로 돌리면 또 달랐다.

김상문은 신영민에게 미쓰비 그룹에 연줄이 있을 줄은 얼마 전까지 알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본에 더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인맥이 어떤 역할을 하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현재 그룹 전반에 흐르고 있는 기류를 잘만 활용을 한다면 충분히 그룹 후계 구도를 다시 한 번 꿈꿔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신영민의 입에서 그 이야기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당신, 이번에 나와 함께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지 않겠어?”

“예?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느닷없는 소리에 김상문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앞뒤 말을 모두 자르고 말을 하니 쉽게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왜 그래? 지금 내 말 못 알아듣겠어? 김 실장도 야망이 있을 것 아니야?”

신영민은 김상문이 오래전 포기했던 것을 끄집어내었다.

그가 일신제약의 비서실로 발령이 되면서 포기했던 것을 말이다.

신영민을 도와 그룹의 중심으로 나가는 꿈도 꾸었던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김상문의 꿈은 금방 시들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작은 계열사 비서실이라고 하지만 그룹 전반에 흐르는 흐름을 모두 알 수가 있었다.

신영민이 진즉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묻어 두었던 야만에 대하여 신영민이 꺼내고 있었다.

“김 실장도 현재 그룹이 돌아가는 전반적인 흐름을 잘 알고 있을 거야. 후계자로 자리 잡고 있던 형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뭐 그렇게 말아먹고 또 그룹의 위상을 흔들리게 만들었다면 아무리 후계자라고 해도 책임을 져야지.”

마치 들으라는 듯 이복형인 신원민의 일을 끄집어내며 김상문의 표정을 읽는 신영민이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에 안 듣는 척 하면서 모두 듣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신영민은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노숙자들 명의 좀 구해 봐!”

“그건 무엇을 하시려고 말입니까?”

신영민은 느닷없이 노숙자들의 명의를 김상문 비서실장에게 구해 오라는 말을 하였다.

“최소한 100명 정도는 구해야 할 거야!”

100명 이상의 노숙자 명의를 구하라는 말을 듣고서야 지금 신영민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김상문은 잠시 시선이 흔들렸다.

지금 신영민은 노숙자의 명의로 주식을 구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일신그룹의 주식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건 일신제약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회사에 여유 자금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사장님, 지금 주식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잘 알고 있군. 김 실장의 짐작대로 이번 기회에 은밀하게 주식을 모은다면 언젠가는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야.”

말을 하면서 신영민의 차갑게 반짝였다.

현재 일신그룹의 주식의 보유 현황은 이러했다.

그룹 회장인 신상욱이 전체 주식의 12.4%를 가졌고, 그다음으로 일신중공업 사장인 신원민이 5.5%, 그룹 부회장인 신상현 5%, 신영민 본인이 3.5%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상욱의 부인이자 신원민의 친모가 3%, 신영민의 모친이 1.1%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만 해도 30.5%의 높은 비율의 우호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호지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연금관리공단과 같은 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일신그룹 관련 주식이나 은행권에서 가지고 있는 지분도 모두 우호지분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신영민이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은 현재 일신그룹의 주식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기관에서 대규모 투매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관이 투매한 주식을 사들이더라도 보유 주식이 5% 이상 늘어나게 되면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해야만 한다.

신영민은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숙자들의 명의가 필요한 것이다.

기관에서 매도하는 물량은 몇 명이서 모두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신영민이 신경을 쓰는 것은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그룹의 주식감시팀과 자신의 이복형인 신원민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이 그룹의 주식을 사 모은다면 분명 제재를 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룹의 주식감시팀은 말 그대로 그룹의 주식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운영되는 특수팀으로 회장 직속으로 운영이 되는 팀이다.

그리고 팀의 수장은 아버지인 신상욱 회장에게도 보고를 하겠지만, 그룹 후계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이복형 신원민에게도 보고를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그들 몰래 주식을 모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 자신의 명의나 자신과 연관된 사람의 명의로는 주식을 매집할 수가 없었다.

“명의야 구할 수 있지만…….”

김상문은 뒷말을 흐리면 현재 일신제약의 자금 사정에 대하여 은근하게 말을 하였다.

그런 김상문 비서실장의 대답에 신영민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큰소리를 쳤다.

“자금은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많이 모집해!”

“알겠습니다.”

신영민이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현재 애물단지가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 때문이었다.

그가 일신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의 개발 일지를 가지고 미쓰비 중공업과 협상을 벌이려다 중단한 일이 있다.

이때 중단한 이유가 천하 컨소시엄에서 사들인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란 것을 알게 된 미쓰비 중공업에서 신영문에게 은근한 제안을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소관도 아니고 또 수량이 정해진 물건이라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늘이 신영민을 불쌍히 여긴 것인지 총력을 기울여 시도했던 재평가에서도 신원민이 추진하던 일이 실패로 돌아갔다.

돈은 돈대로 가져다 쓰고, 또 그룹 이미지마저 깎아 먹어 버렸다.

그 여파로 현재 그룹 관련 주식이 끝을 모르고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이때 또다시 미쓰비 측에서 은밀한 제안이 들어왔다.

연구 일지만으로 전에 이야기하던 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현재 일신 컨소시엄이 천하 컨소시엄으로부터 구입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요구하였다.

물론 미쓰비 중공업에서는 일신이 가지고 있는 플라즈미 실드 발생 장치 200개 모두를 원하였지만, 신영민은 그것의 가치를 깨닫고 거부를 하였다.

그러면서 원래 대호의 연구 일지를 구입하려고 했던 금액을 높여 불렀다.

신영민이 협상 가격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이 확보한 플라지마 실드 발생 장치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에서 이것을 전략 물자로 묶어 두어 외부로 반출하지 못하게 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됨으로써 신영민의 머리를 빠르게 돌아가게 만들었다.

정부에서 전략물자로 묶은 물건이기 때문에 200개 전량을 일본에 넘기나 적은 숫자를 넘기나 위험한 것은 같았다.

그렇다면 굳이 일본의 미쓰비 중공업에만 넘길 필요는 없었다.

그것을 원하는 곳은 많으니 말이다.

가까이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있을 것이며, 21세기 떠오르는 강자인 대국 중국이 있을 것이며, 중국과 동맹이며 예전 최강대국 미국과 자웅을 겨루던 러시아가 있었다.

그들이라면 자신이 얼마를 요구하든 들어줄 것이 분명했다.

천조국이라 불릴 정도로 국방예산을 사용하는 미국이나,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러시아, 21세기 들어 세계의 자본을 빨아들이며 급속도로 팽창하는 중국 역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구입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할 것이다.

이런 생각에 일단 협상이 진행되는 미쓰비 중공업에 상당한 금액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신영민의 예상대로 그들은 관심을 보였다.

물론 수량을 줄인 신영민의 행동에 조금 껄끄러운 모습을 보이기는 하였지만 현재 갑(甲)은 신영민 본인이었기에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이번 기회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어쩌면 후계자 정도가 아니라 여차하면 아버지를 밀어내고 일신그룹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막말로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회사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미 미쓰비에서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들었기에 신영민은 자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오른팔인 김상문 비서실장을 이번 일에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아버지에게 분기별로 보고를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일신그룹의 후계자에서 멀어졌을 때의 일이다.

만약 자신이 일신그룹의 후계자에 가까웠다면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후계자 정도가 아니라, 사용하기에 따라 그룹의 회장 자리도 가능하게 된다면 김상문 비서실장이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있다.

신영민이 이런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같은 급의 비서들 중에서도 자신을 수행하는 김상문이 가장 대우를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힘이 없어 참고 있지만 김상문 비서실장도 자신과 비슷한 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신영민이다.

“김 실장, 걱정하지 말고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내 부사장 자리라도 알아봐 주지!”

신영민은 혹시나 김상문이 자신의 일을 아버지에게 보고를 할까 봐 이렇게 부사장 자리를 제안하였다.

“미쓰비에서 도와주기로 했으니 절대로 실패할 수가 없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알겠습니다.”

김상문은 신영민의 제안에 고민을 하던 것을 털어 냈다.

신영민의 말대로 미쓰비 중공업에서 신영민을 도와주기로 했다면 게임을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쓰비 중공업의 역량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김상문이었다.

회사의 비서실장 정도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선 많은 것을 공부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중에는 세계에 있는 많은 기업들의 정보에 대한 것도 포함이 된다.

물론 모든 국가에 있는 기업들을 알 수는 없지만, 상위에 속하는 그룹이나 기업들,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회사와 관련이 있는 기업이라면 모두 숙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

신영민 사장의 제안을 수락한 김상문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브로커를 통해 노숙자들의 명의를 구입해야 하고, 또 그룹의 주식 중 주주회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만 분류해 매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가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상문은 바쁘게 움직였다.

◈ ◈ ◈

햇볕이 잘 드는 실내 사내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첫째야!”

“예, 아버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느냐?”

천하그룹 정대한 회장은 창밖으로 넓은 정원을 보며 손에는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천하그룹 사장에 있는 첫째 아들인 정명국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무언가 은밀하게 추진하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고 그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지 대화는 주어가 빠진 상태에서 진행이 되었다.

“둘째 너희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

첫째 정명국의 대답에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천하 디펜스의 회장인 정명환에게 물었다.

“저희는 이번 XK―3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처지라 그리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하는 수 없지. XK―3프로젝트가 원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라 여유가 없겠지.”

정대한도 정명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XK―3프로젝트, 즉,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 프로그램인 그것에 선정이 되어 천하 컨소시엄이 개발한 백호가 정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육군으로부터 내후년까지 500대 납품을 하기로 계약을 하였지만, 올해 인도받을 100대는 현재 개발된 기본 옵션으로 납품 계약을 하였지만 나머지 400대 그리고 차후에 국방부가 예산을 마련됐을 때 추가 구매하기로 한 물량 500대는 기본형에 개량을 한 개량형을 납품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계약이 이루어진 이유는 현대전에 요구되는 시가전에 맞는 무장이나, 전차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추가 무장에 대한 개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기에 그렇게 계약을 하였다.

물론 기본형에 추가로 업그레이드되는 무장에 대한 가격은 별도로 비용을 추가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천하 컨소시엄 연구소에서 나온 안건으로 부족한 대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기관포나 30㎜기관포를 장착하는 안과, 천하 디펜스에서 생산되는 다목적 휴대미사일 게이볼그를 추가하는 안이 나와 그것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런 안이 나오게 된 것은 이런 시스템이 이미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 검토를 하는 중이었다.

러시아나 북한의 최신형 전차들은 포구에서 휴대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포탑 외부에 설치를 하여 포탑 안에서 원격으로 발사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천하 컨소시엄에서도 대공 능력을 구형의 7.25㎜기관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강력한 무기로 대응하기로 하고, 20㎜나 30㎜기관포 내지는 휴대용 미사일의 탑재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기관포로 방향을 잡았을 때는 20㎜보다는 30㎜기관포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30㎜가 더 지지를 받는 이유는 20㎜보다 더 강력한 화력을 가지고 있어 시가전 지원에도 더 확실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런 연구 때문에 천하 디펜스에는 현재 여유 자금이 부족한 상태다.

그렇기에 정대한 회장의 질문에 정명환은 여력이 부족하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자신의 아버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을 것이다.

“요즘 수한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고 있냐? 요즘 통 찾아오질 않아!”

아들들과 차를 마시며 사업 이야기를 하던 중 정대한은 문득 손자인 수한이 생각나 물었다.

수한은 현재 천하 컨소시엄의 수석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엄청난 일을 하고 있었다.

XK―3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연구 중에 있었다. 거기다 천하 디펜스에서 추진하고 있던 재래식 무기 개량에도 힘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으로도 엄청난 프로젝트인데도 수한은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정대한이 시간을 내 찾아가도 만나기가 어려웠다.

“아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일 것입니다. 조만간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물건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정명환은 아버지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그가 말을 하면서도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예전 한 번 추진하다 돈만 까먹고 실패했던 프로젝트가 똑똑한 조카로 인해 빛을 보게 생겼기 때문이다.

만약 재래식 무기 개량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둔다면 이건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 못지않을 정도로 세계를 놀라게 만들 것이 분명했다.

이미 구형이 되어 마탕한 사용처도 없어 애물단지가 된 재래식 무기들이 이 프로젝트로 인해 새롭게 각광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만 완성이 된다면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 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줄 것입니다.”

정명환은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을 하였다.

그런 둘째 아들의 호언장담에 정대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알겠다. 그럼 명국이는 내가 지시한 그것을 최대한 쥐어짜 모집하기 바란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은데, 그렇다고 그들에게 노출이 되면 안 된다. 알겠지?”

“물론이죠. 이제 복수의 시간만 남았습니다. 20년을 참았는데, 괜히 흥분해 실수를 하면 안 되죠.”

“맞는 말이다. 20년을 기다린 복수다. 저들이 흔들릴 때 단숨에 목줄을 거머쥐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정대한은 창밖의 노을을 보며 무언가 노려보듯 소리쳤다.

그런 정대한의 모습은 붉은 노을을 받으며 뭔가 아우라를 형성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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