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48화 (48/118)

5. 신원민의 착각

국방부 장관인 김명한은 국방부 산하 방위산업청 청장의 면담 요청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 청장, 무슨 일로 면담을 요청한 거요?”

김명한 장관은 평소 자신이 만나자고 해도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빼던 사람이 먼저 만나자고 하자 궁금해 그렇게 물어본 것이다.

“예, 다름이 아니라 요즘 신형 전차 도입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 찾아뵈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예산보다 빠른 시간에 신형전차의 개발이 완료가 되는 바람에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그동안 세워 둔 계획이 꼬이고 말았다.

이미 개발이 되었는데 생산을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특별예산을 산정하기 위해 국방위에 특별예산안을 제출하였지만 반려되고 말았다.

그 이유가 과도한 국방예산이 집행되었고, 현재 국방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주변국에 국비 경쟁을 초례한다는 이유를 들어서였다.

그렇지만 사실 속뜻은 그런 이유가 아니라 특별 예산을 책정해 봐야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란 사실을 김명한 장관은 잘 알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더러워서라도 얼마 정도 예산을 전용하여 찔러 주었겠지만, 이번 신형전차를 구입하기 위한 특별 예산은 그럴 수가 없었다.

현재 육군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전차의 상태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나 해군의 이지스 함 구매에 해당할 정도로 엄청난 예산을 책정하고 진행하는 사업이다.

개발이 끝난 신형전차를 주문하는데, 부족한 구매 대금을 위해 특별 예산을 요구한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전용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국방위에서는 나라를 생각하기보단 자신의 호주머니 생각 먼저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김명한 장관에게 박세기 청장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을 하였다.

“장관님, 제가 하는 이야기 곡해하지 마시고 들어 주십시오.”

박세기 청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저들은 국방부가 처음 계획대로 1,000대의 신형전차를 구입해 주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것이면 전략물자로 묶인 그것을 풀어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박세기 청장의 말을 듣고 있던 김명한 장관은 전략물자로 묶인 백호에 대하여 천하그룹에서 전략물자 지정을 풀어 달라는 말을 하였다는 소리에 놀라 소리쳤다.

그런 김명한 장관의 모습에 박세기 청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장관의 생각에 동조를 하였다.

“당연한 소립니다. 그럴 수는 없지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신형전차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외부로 유출이 되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저들의 주장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예초에 1,000대를 구입하겠다는 계획 하에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예상보다 개발이 빨리 끝나는 바람에 예산 확보를 하지 못해 문제가 벌어진 것 아닙니까?”

박세기 청장은 차분히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그런 박세기 청장의 말에 김명한 장관도 동의를 하였다.

“맞는 말입니다. 설마 천하에게 이렇게 빨리 개발을 끝낼 줄…… 사실 우리도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김명한 장관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그렇게 박세기 청장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그런 장관의 모습에 이때다 싶었는지 박세기 청장은 며칠 전 정대한 회장과 면담을 했을 때 들었던 제안을 넌지시 들려주었다.

“장관님, 그런데 천하그룹에서 이런 제안을 해 왔습니다.”

“그게 뭐요?”

뭔가 은밀한 말을 전하듯 박세기 청장이 김명한 장관의 곁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정대한 회장이 한 제안을 들려주었다.

“정대한 회장이 제안하길, 천하그룹에서 내는 세금 중 일부를 신형전차로 납부를 하면 어떻겠냐는 것입니다.”

“뭐요?”

김명한 장관은 박세기 청장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나라에 납부해야 할 세금을 현물로 내겠다는 제안을 할 생각을 했겠는가.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기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던 김명한 장관은 조금 시간이 지나자 머릿속으로 조금 전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다.

‘세금의 일부를 현물로 납부를 한다? 음…… 그것도 괜찮은 생각 같은데…….’

차분히 생각을 하니 그 제안이 썩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국고에 예산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집행하는 의원들의 생각에는 국방부에 분배해 줄 예산이 없는 것뿐이다.

막말로 국방부에 예산을 나눠 준다고 해서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부처에 예산을 나눠 주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도 있지만 국방부는 아니었다.

더욱이 큰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렇게 빡빡하게 예산안을 짜서 올라오는 경우가 없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예전 같으면 로비스트를 통해 많은 중개료가 오고 갔고 또 그 과정에서 국방위인 그들에게도 어느 정도 뒷돈이 건네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 기업이 선정이 되었으며, 그중에서도 로비를 잘 하지 않는 천하그룹에서 프로젝트가 넘어갔다.

그러니 더욱 예산을 분배해 주지 않는 것이다.

“장관님, 정부가 제품을 개발하라고 주문을 해 놓고 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기업이 흔들린다면 어느 누가 정부의 말을 듣겠습니까? 더욱이 천하그룹은 이번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매진을 하였습니다. 비록 편법이기는 하지만 길이 있는데, 대통령께 이 문제를 말씀드려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막말로 미국에서는 많은 돈을 줄 터이니 신형전차 아니,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팔라고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박세기 청장은 요즘 계속되는 미국의 압력에 이렇게 하소연을 하였다.

그런 박세기 청장의 말에 김명한 장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또한 요즘 미 대사관에서 걸려 오는 전화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다.

계속해서 이번 신형전차에 대하여 문의를 하고,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에 대하여 자료를 넘겨달라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을 하고 있었다.

전략물자로 규정이 되어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말을 하여도 막무가내였다.

자기네들은 전략물자에 대하여 함구하면서 우리의 것에 대해선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알겠소. 내 대통령님께 말씀드려 보겠소.”

김명한 장관은 박세기 청장에게 자신이 대통령께 천하그룹에서 제안한 것을 전달하겠다고 답변을 하였다.

그런 김명한 장관의 답변을 듣자 박세기 청장의 표정이 조금 펴졌다.

사실 그도 요즘 육군의 지인들에게 계속해서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번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신형전차를 조속한 시일에 많은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과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라는 첨단 장비를 외부로 유출시켜선 절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 ◈ ◈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국정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엄연히 국민의 대표로서 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하며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지켜봐야 할 이들이 엉뚱한 일로 혼돈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세금의 일부를 현물로 받겠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냔 말입니다.”

“그게 왜 말이 되지 않습니까? 그럼 정부가 그런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요. 그리고 모든 세금을 현물로 받겠다고 했습니까? 일부 국방부에서 특별예산으로 신청한 금액만 현물로 받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그건 아니죠. 이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립니다.”

의회는 서로 편을 갈라 자신들의 주장만 떠들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는 의원들로 소란스러웠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은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국회가 열리게 되면 국민들이 자신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의정 활동을 하는지 TV를 통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방송이 되지 않다 보니 의원들의 일을 TV뉴스를 통해서만 볼 수가 있었다.

그때면 국회의원들은 상대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심하면 주먹을 휘두른다든가, 아니며 앉아 있던 자신의 의자를 던진다든가 하며 난동을 부렸다.

그런 모습이 외신기자의 눈에 띄어 이슈를 만들기도 하였고, 또 어떤 외국 기업의 셔츠 광고에 쓰이기도 하였다.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 것이 국민들에게 국회의원들의 회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TV를 통해 방영을 하자 싹 바뀌었다.

싸우는 모습만 보였다가는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말로 국회에서 싸움만 하던 의원들은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이 되었다.

그때부터 국회의원들의 국회 내에서의 행동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몸싸움만 버리지 않는다 뿐이지 하는 행동은 똑같았다.

자신의 당원이 아니라고 해서 상대 의원의 말이 옳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대통령 특별안건으로 부족한 국방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법을 안건으로 상정을 하였다.

그리고 안건이 마이크를 타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바로 소란이 인 것이다.

“아니, 황 의원! 황 의원은 평소 나라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찬성을 해야 한다고 떠들던 사람이 오늘은 무엇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입니까? 국방을 튼튼히 하기 위해 낡은 무기를 폐기하고 새로 개발된 최신형 무기를 도입하는 예산을 마련하겠다는데 이런 안건을 반대하다니, 이거 평소 황 의원이 말하는 종북 아니오! 종북!”

거세게 대통령 특별법을 반대하는 의원을 보며 다른 당의 의원 한 명이 그렇게 소리쳤다.

평소 민생을 위해 안건을 내는 의원 보고 국가 발전에 저해하는 종북 사고를 가진 의원이라 소리치며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 트집을 잡던 의원이 있었다.

그런 자가 이번에는 국가방위를 위해 노후화 된 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개발된 최신형 전차 도입을 위한 특별예산안에 대하여 거부를 하고 있자 이렇게 소리친 것이다.

지금 공격을 당하는 의원도 사실 이번 예산안을 특별히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계파에서 반대를 하고 나서니 어쩔 수 없이 그도 반대를 하는 것뿐이었다.

솔직히 그는 법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그 권력을 누리고 싶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재선을 한 의원일 뿐인 그는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재선을 한 국회의원이라고 하지만 당 내 그의 영향력은 이제 겨우 초선한 의원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최소 삼 선은 해야 당 내에서도 어느 정도 힘을 쓸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겠으나 아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당 내 특별한 직책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시키는 일이나 잘해야 나중 선거철이 오면 당의 후원을 받을 것 아닌가.

“말은 바로 하시오. 나보고 종북이라니! 내 증조부는 일제강점기에……. 내 할아버지는 6.25 때 공산당과……. 그런데 나보고 종북이라니! 사과하시오!”

공격을 받은 황 의원은 자신의 집안 내력까지 떠들며 고함을 질렀다.

이렇듯 국회는 이번 대통령 특별법에 대하여 대립을 하였다.

사실 떠들고 있는 여야 의원들은 모두 이번 대통령이 낸 특별법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현 유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이었다.

유재인 대통령은 알려지기로 결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국민 사대 의무 중 어느 것 하나 피해 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고위 공직자들 중 많은 이들이 국민 사대 의무 가운데, 국방의 의무를 제대로 치른 이들이 드물었다.

그것은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병역의무를 이수하지 않았다.

갖은 핑계를 대고 회피하였다.

그렇지만 윤재인 대통령은 오대 독자로서 제2보충역으로 현역 입대가 아니라 공익 근무 요원 같은 곳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었지만, 대통령은 육사에 지원하여 장교로 근무하였다.

뿐만 아니라 납세의 의무를 철저히 지켰는데, 미납된 세금이나 누락된 세금도 하나 없었다.

더욱이 자녀들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었다.

고위공직자의 자녀들 중 대다수가 이중 국적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청백리인 셈이다.

청백리라고 해서 굳이 헐벗고 가난하다는 소리가 아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의무를 충실하게 임한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보니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고, 여론 조사에서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히게 되었다.

그런 대통령이 편법에 가까운 특별법을 상정하자 여당이나 야당 모두 어떻게 대처를 할지 몰라 당황하였다.

그래서 이렇게 더욱 국회가 소란스러운 것이다.

소란스러운 국회 회의장을 보던 황준표는 슬쩍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몇몇 의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자네들 잠시 나 좀 보지.”

아직 회의 중이라 자리를 나가면 안 되는 일이지만, 의장석이 있는 중앙 단상이 너무도 소란스러운 관계로 이들의 움직임을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국회 회의장을 찍고 있던 방송 카메라 또한 이들을 포착하지 못했다.

회의장 구석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황준표 의원은 동료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자신이 불러낸 의원이 다가오자 그들을 불러 이야기를 하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내 자네들에게 제안할 것이 있어서 불렀네.”

“무슨……?”

황준표 원내총무의 말에 불려 온 의원들의 눈이 반짝였다.

이런 때면 언제나 상당한 돈이 오갔다. 그렇기에 의원들의 눈이 빛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국회의 일에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일했다면 나라가 참으로 발전을 하였을 터인데, 국민의 대표라고 선출된 의원들 중 상당수가 이렇게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정책을 결정하였다.

“자네들 얼마 전 국방부에서 실시한 프로젝트로 인해 육군이 이번에 신형전차를 선정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

“물론이죠. 지금 그 신형전차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특별예산을 지금 편성하기 위해 대통령이 수를 쓴 것 아닙니까? 설마 이번 대통령이 발의한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것입니까?”

여당 의원이니 당연 대통령이 이번 발의한 한시적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하느냐 물어보는 의원이었다.

그런 동료의원을 보며 황준표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황준표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빼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며 누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나 돌아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자 조그만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일신에서 이번 선정에 불만을 가지고 내게 부탁을 해 왔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건 이미 군에서 시험을 끝내고 선정을 한 것 아닙니까? 그것을 저희가 다시 뭐라고 하기에는…….”

황준표 의원의 이야기를 들은 동료 의원 중 한 명이 부정적 의견을 냈다.

비록 자신들이 국회의원이기는 하지만 군에서 이미 끝낸 일을 뒤집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은 군인들만의 일이 있는 것이고 또 국회의원도 국회의원으로서 일이 있는 것이다.

비록 국회의원이 별정직 공무원으로 상당한 권한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그걸 누가 모르나. 하지만 저들의 입장에선 할 수 있는 말이기에 그러는 것이야. 막말로 부가 장치 하나 때문에 심사에서 탈락을 했다면 자네들이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나?”

“그게 무슨…….”

“이번 신형전차에 들어가는 플라즈마 뭐라는 장치 말이네, 일신에서는 그것을 자신들의 전차에도 설치를 할 테니 똑같이 심사를 해 달라 요청했단 말일세.”

황준표 의원의 이야기를 들은 의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들으면 일신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알기로는 그 장치가 천하 컨소시엄에서 만든 장비라는 것이다.

“의원님, 그렇지만 그건 천하에서 만든 물건 아닙니까? 막말로 천하에서 그것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 아닙니까?”

모여 있던 의원 중 한 명이 그렇게 말을 하자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황준표 의원이 그런 의원들을 보며 말을 하였다.

“그러니 우리가 나서야지. 국방을 지키기 위한 최고의 전차를 선정해야 하는데, 한쪽에만 있는 장치는 공정한 심사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나서서 천하가 일신에 그 장치를 공급하게 하는 것이네.”

“천하에서 저희의 말을 듣겠습니까?”

계속되는 설득에도 의원들이 부정적인 말을 하자 황준표는 낮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감히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말을 듣지 않는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만약 그렇다면 천하그룹은 이참에 내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경험하게 될 것이야.”

너무도 단호한 황준표 의원의 말에 주변에 있던 의원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참으로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지만 현 대한민국에서 여당 원내총무인 황준표 의원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모인 의원들도 황준표 의원이 영향력을 잘 알기에 이렇게 모인 것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그럼 의원님이 앞에서 저희를 끌어 주십시오.”

의원들도 괜히 여기서 더 이상 뺐다가는 황준표 의원에게 찍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동조를 하였다.

조금 찜찜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눈앞에 있는 황준표 의원의 힘이 두렵기에 나서서 거부를 하지 못했다.

그런 의원들의 모습에 황준표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방금 한 말이 얼마나 억지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일신에서 약속한 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남들의 손가락질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이번 특별법만 봐도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잘 알 수가 있었는데, 특별법을 반대하는 의원들을 모아 의견을 조율한 뒤 이번 일신그룹의 부탁을 끼워 넣는다면 타협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대통령을 만나 이번 특별법을 시행하는 문제와 이 이야기를 절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으니 그건 내게 맡겨 두고 자네들은 내 말에 지지를 해 주면 되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의원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황준표는 자신이 총대를 메고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짓겠다고 말을 하였다.

여당 최대 계파의 원내총무이기에 자신감을 보이는 황준표였다.

그리고 그런 황준표의 자신감에 고개를 숙이는 의원들이었다.

◈ ◈ ◈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천하 컨소시엄의 총괄 지휘하고 있던 정수현은 소리를 쳤다.

방금 천하 디펜스의 회장이자 천하 컨소시엄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의 아버지인 정명환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흥분한 것이다.

“음…….”

정명환은 자신의 둘째아들의 반응에 신음성을 흘렸다.

그도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너무도 화가 났다.

그렇지만 회장인 그가 흥분을 한다면 사태를 수습할 수가 없어 참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개발한 장치를 경쟁회사에 공급을 하고 심사를 받으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그게 말입니까? 방굽니까?”

정수현 상무가 그렇게 흥분을 하며 소리를 지르지만 회의장 어느 누구도 어린 그의 큰 소리를 막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개발한 전차가 육군에 차세대 주력전차로 선정이 된 것을 인정해 이사에서 상무이사로 승진을 한 정수현이었다.

“정수현 상무! 그만 흥분하고 자리에 앉게! 여기 정 상무만큼 모두 화가 나 있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흥분한 둘째 아들의 모습에 정명환 회장은 그를 나무라며 자리에 앉게 하였다.

하지만 정명환 회장의 말에 수긍을 하고 자리에 앉는 정수현이었지만 아직 화가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

정수현이 자신의 자리에 앉자 회의장은 한순간 적막에 휩싸였다.

똑똑!

“정수한 사장이 도착했습니다.”

보통 회의가 진행이 되면 아무리 직급이 높은 사람이라도 늦은 사람은 회의장에 들어올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회의는 긴급하게 소집된 회의라 멀리 있는 사람은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금 도착한 정수한은 이번 문제가 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개발한 사람이고 또 그것을 생산하는 회사의 사장으로 임명된 사람이라 늦게 도착을 했음에도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자리에 앉도록 하지.”

수한은 회의에 늦은 것에 대하여 사과를 하였다.

그렇지만 그가 늦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던 정명환은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그래 오면서 대충 이야기는 들었겠지?”

정명환은 수한을 보며 그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예, 들었습니다. 저들의 말도 되지 않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요?”

“그래, 아무래도 일신에서 로비를 벌인 것 같아.”

“그렇겠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단체로 한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지요. 그런데 저들은 자신들의 말이 억지란 것을 알고는 있는 겁니까?”

수한은 문득 그것이 궁금했다. 현재 일부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성명을 발표했는데, 너무도 억지스러운 주장이었다.

기업이 개발한 물건을 경쟁회사에도 공급을 하여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평한 경쟁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억지스러운 주장이었다. 그런 국회의원의 성명을 들었지만 그냥 무시하면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천하그룹에선 그들의 성명을 그냥 무시할 수만도 없었다.

그게 요상하게도 천하그룹에서 제안한 세금을 일부 대물로 납부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차후 차세대 주력전차가 개발 완료가 되면 바로 구매를 시작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천하그룹은 그 약속을 믿고 그룹의 사활을 걸고 총력을 기울여 프로젝트를 완성하였다.

다른 사업 부문의 투자는 줄이고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에 모든 가용 예산을 투입하여 개발을 완료하였다.

그 때문에 정부에서 약속을 제대로 이행을 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었다.

그래서 편법으로 그룹이 납부할 세금의 일부를 개발한 전차로 대답을 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런 제안이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정부는 비록 세수가 조금 줄어들기는 하지만 어차피 신형전차를 구매해야 하는 것이니 따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도 이른 시일에 신형전차를 인도받을 수 있게 된다.

막말로 일 년에 헛되이 낭비되는 세금이 많다.

즉, 이렇게 낭비될 예산이라면 차라리 정부예산을 조이고, 세금 대신 납부된 신형전차는 군대에 보낸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이것이 천하그룹에 정부가 특혜를 주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 분명했다.

아니, 특혜가 맞았다.

하지만 그것을 전부 천하그룹만을 위한 특혜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예초 정부, 아니, 국방부가 약속한 것이 신형전차가 개발되면 바로 구매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몇 년 기다리라는 말은 계약 위반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관계에서 기업이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천하그룹 회장인 정대한도 이렇게 편법을 동원해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여당의원들 일부와 야당 의원들이 모여 성명을 발표하였다.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지 말고 공정한 평가를 하라는 말도 되지 않는 성명이었다.

그들의 주장이 전적으로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맞는 말도 있기에 천하그룹도 그들의 성명발표에 아무런 대응을 못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상대로 언론을 들이밀어 봤자 이득 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하 컨소시엄에서는 긴급회의가 벌어진 것이다.

의원들의 억지 주장을 들어줄 수도 그렇다고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뭐 일신이 저들에게 어떤 약속을 하고 저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리의 것을 원한다면 주죠.”

수한은 너무도 담담하게 일신그룹이 원하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넘겨주자고 말을 하였다.

“뭐라고? 그게 할 소리야!”

급기야 수한의 대답을 들은 정수현이 소리쳤다.

너무도 쉽게 대답을 하는 수한의 모습에 화가 난 수현이 큰소리로 고함을 지른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도 담담한 수한의 모습에 정명환은 눈을 반짝였다.

“네게 무슨 복안이라도 있느냐?”

뭔가 생각이 있기에 수한이 저렇게 담담하게 자신이 개발한 물건을 팔겠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물어본 것이다.

“네, 팔려고 개발한 것 사 주겠다는데 못 팔 것도 없지요. 물론 천하 컨소시엄에 포함된 회사이기에 원가로 판매를 하던 것인데, 저들은 경쟁사 아닙니까? 전략물자라 다른 곳에 팔지도 못하는데 솔직히 천하 컨소시엄에 팔면 남는 게 별로 없어요.”

농담을 하는 것인지 진담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수한의 언변에 회의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정명환은 지금 회의 중이란 것도 잊고 조카인 수한에게 평소 회사에서의 말과 다르게 가족 간 대화처럼 물었다.

그런 정명환의 물음에 수한이 웃으며 대답을 하였다.

“저희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의 성능에 자신이 없으신 것 아닙니까?”

수한은 정색을 하며 회의장을 둘러보았다.

“저들이 우리가 개발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장착한다고 저희가 개발한 백호가 저들의 전차에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알아본 것에 의하면 차체 장갑이 이번에 새로 개발된 세라믹 장갑이라 기존의 것보다 튼튼하다고는 하죠.”

일신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의 장갑이 자신들의 것 보다 우수하다는 말에 회의장은 다시 한 번 소란스러워졌다.

그렇지만 수한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쳐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탕!

모든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킨 수한은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 갔다.

“여러분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는데,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적용된 전차는 장갑의 강약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차체 장갑은 기존 방어력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백호의 차체 방어력은 세계 최강의 화력을 가진 T―95를 상정하고 설계되었습니다. 그 말은 플라즈마 실드를 제외하고도 차제 장갑의 능력은 최상이란 소립니다.”

수한은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시선을 맞추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이상의 차체 장갑 능력은 있으나 마나란 소립니다. 즉, 과유불급(過猶不及), 예산 낭비란 소립니다.”

“아!”

수한의 이야기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수한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알아듣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빼고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와 일신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의 한 대 생산 비용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더욱이 일신 컨소시엄의 대호는 과도한 중량의 줄이기 위해 전면에만 장갑을 두텁게 한 것 때문에 전차의 균형이 조금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 때문에 우수한 사격 통제 장치에도 불구하고 원거리 사격에서 초탄에 명중을 시키지 못한 것이다.

전차 간 격돌에서 초탄의 명중률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런데 동급의 전차로써 서로 비교를 하는 와중 이런 결함이 발견이 되었으니 대호로선 백호에 한발 뒤쳐질 수밖에 없다.

현대전에서 강력해진 주포의 화력으로 인해 원거리 사격이 지향되고 있는데, 초탄 명중률이 떨어진다면 어떤 관계자가 좋아하겠는가. 그리고 조금 전 수한은 천하 컨소시엄에는 지금 원가로 공급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하였다.

물론 수한이 원가라고 했지만, 그게 정말로 원가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막말로 수한이 얼마에 공급을 하던 수한의 마음이었다.

다만 천하 컨소시엄에 원가로 40억에 고급을 하고 있다고 했으니 만약 일신 컨소시엄에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판매하게 된다면 그것에 얼마간 이윤을 더해 공급을 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는 수한의 말대로 전략물자로 분류되어 외국에 판매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천하 컨소시엄에는 또 다른 수입원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수한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사람들의 표정은 처음 회의실에 들어서기 전과는 딴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군! 기존에도 백호와 비슷한 단가를 가지고 있던 일신의 전차였는데,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까지 달게 된다면 단가가 얼마나 올라갈지 상상이가지 않는군! 뭐 그렇다고 해도 엄밀히 따져보면 비싼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정명환 회장은 수한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그가 하려는 말의 뜻을 모두 깨달았다.

“모두 정수한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 알 것이니 이만 회의를 끝내기로 하지. 그리고 총회장님께는 내가 회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로 한 것이니 그만 각자 자신의 자로 돌아가기 바라네!”

정명환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회의를 마치기로 하였다.

◈ ◈ ◈

“회장님, 천하 컨소시엄에게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공급받기로 하였습니다.”

신원민은 황준표 의원에게서 천하그룹에서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바로 자신의 아버지이자 일신그룹 회장인 신상욱 회장에게 달려와 보고를 하였다.

“그게 정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황준표 의원의 말에 의하면 이달 말에 파주에 있는 ADD시험장에서 다시 한 번 시험평가를 하기로 하였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마치 시험을 잘 본 아이가 부모에게 칭찬을 해 달라고 조르는 듯 보고를 하였다.

그런 신원민을 장하다는 듯 쳐다보는 신상욱이었다.

한편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신영민은 인상을 구겼다.

지금 자신의 유학 동기인 미쓰비 그룹 사남과 은밀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때 아닌 걸림돌이 나타난 것이다.

차세대 주력전차 선발에서 탈락한 대호를 일본에 은밀히 팔아넘기려고 하는 때, 느닷없이 재평가를 한다고 하니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재평가에서 평가가 뒤집혀 대호가 주력전차로 선정이 된다면 자신의 후계자 도전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후계자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신원민이 대규모 프로젝트에 실패를 하고 그룹의 자금을 엄청나게 탕진한 것 때문에 자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때 구원투수로 자신이 나서서 손해를 조금이나마 만회를 한다면 탈락했던 후계자 자리를 다시 한 번 도전할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신원민의 말대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신원민이 대표로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선정이 된다면, 다시는 후계자 자리에 도전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의 제약회사 사장 자리마저 위험에 처할 것이 분명했다.

후계자 자리에 도전을 했던 자신을 신원민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민은 긴장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궁리를 하였다.

어떻게 해야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그것을 생각해 보았다.

‘제길,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신영민이 이렇게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을 때도 그 옆에선 신상욱과 신원민은 앞으로 어떻게 해서 결과를 뒤집을 것인지 의논을 하고 있었다.

◈ ◈ ◈

월말이 되고 약속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결과를 본 천하 컨소시엄과 일신 컨소시엄의 표정은 극명하게 차이가 보였다.

무려 1조라는 거금을 주고 미리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200개를 구입한 일신 컨소시엄이었다.

재평가가 이루어지면 이전의 결과가 뒤집힐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신원민과 일신그룹의 회장인 신상욱의 표정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말도 안 됩니다. 어떻게 더 우수한 우리 대호가 탈락을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신원민은 도저히 결과를 승복할 수 없어 시험평가를 한 방위사업청 청장에게 따졌다.

그렇지만 그런 신원민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 이번 평가는 방위사업청의 관계자뿐 아니라 공정을 위해 육군의 일선 전차승조원은 물론이고, 군수지원단의 장교들까지 총출동하여 종합적인 평가를 하였다.

이전에 실시되었던 평가보다 더욱 혹독한 평가를 했을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모두 고려한 평가였다.

사실 평가에서 신원민이나 일신 컨소시엄 관계자들이 자랑하던 장갑방어력도 평가하는 관계자들에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신 세라믹 장갑을 도입했다는 것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했다. 하지만 중량을 줄이기 위해 선택했던 측면과 후면의 장갑을 줄인 것이 마이너스 평가를 받아 오히려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고, 승조원들의 안전을 위해 엔진룸의 설계를 변경한 천하 컨소시엄의 백호가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격 경쟁에서 천하와 일신의 향방이 결정되었다.

백호의 판매 금액은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부착하고도 120억 원이었다.

그렇지만 일신에서 개발한 대호의 판매금액은 150억 원이나 되었다.

원래 생산단가를 줄여서 제출을 하였지만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천하에서 사오는 것 때문에 원래 생산단가에서 20억이나 줄였지만, 어쩔 수 없이 대호의 판매 가격은 천하의 백호보다 30억이나 비싸게 책정이 되었다.

화력은 백호가 미세하게나마 우세했다. 그리고 기동성에서는 대호가 백호보다 가벼운 관계로 우세하였다. 또 방어력 측면에서는 둘 다 플라즈마 실드로 인해 동률을 이루었다.

물론 플라즈마 실드를 빼고 실험한 상태에서도 최신형 세라믹 장갑을 채택한 대호보다는 백호가 종합 점수에서 일선 전차부대 승조원들의 평가에서 우세하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생산단가에서 판결이 났는데, 막말로 비슷한 성능인데 비싼 가격이 매겨진 제품을 구매할 구매자는 없을 것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30억이나 차이가 난다는 건, 즉, 일신 컨소시엄의 대호를 네 대 가격에 천하 컨소시엄의 백호는 다섯 대를 더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비슷한 성능에 실무자들의 평가에서도 더욱 신뢰도가 높은 전차가 가격까지 싸다면 그건 경쟁을 해 보나 마나 한 일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원민이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평가하는 곳에 참석을 했던 신상욱 일신그룹 회장은 충격에 뒷목을 잡고 쓰러지고 말았다.

큰아들의 호언장담에 무려 1조 원이나 쓰고 원수와도 같은 천하그룹에 물건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결과는 호언장담과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아무리 일신그룹이 국내 재계순위 10위권에 들어가는 그룹이라고 하지만 1조 원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이번 평가에서마저 탈락한 대호로 인해 천하 컨소시엄에서 거금을 주고 사들인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전략물자로 묶여 있는 것이라 어디 다른 곳에 판매할 수도 없었다.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헐값에 천하 컨소시엄에 되팔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것도 천하 컨소시엄에서 사 준다는 전제 아래서 나오는 손해였다.

그렇다고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외부로 유출을 시켰다가는 손해 정도가 아니라 그룹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는 문제이니 신상욱 회장이 뒷목을 잡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한쪽에서 침몰해 가는 경쟁자를 보는 천하 컨소시엄의 관계자들은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국회의원들을 충동질해 자신들을 공경에 처하게 만들었지만 위기는 전하위복이 되어 돌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득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경쟁자로 인해서 말이다.

그런데 침중한 일신 컨소시엄의 분위기와 반대로 천하 컨소시엄의 관계자처럼 미소를 짓는 한 사람이 있었다.

‘훗! 그렇게 잘난 척을 하더니 꼴좋구나! 이로써 내게도 기회가 왔다.’

신영민은 이복형의 실패에 속으로 그렇게 기뻐하였다.

한때 기회가 온 것으로 생각해 나섰다가 된서리를 맞을 뻔하였다.

자신의 방심으로 벌어진 위기였는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했던가. 천하 컨소시엄뿐 아니라 신영민에게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신영민은 그룹 회장인 자신의 아버지가 쓰러졌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신그룹에 풍운이 일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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