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45화 (45/118)

2. 수한의 고민

명동.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 중심이었던 곳, 하지만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을 하면서 수도 서울의 모습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모습이 바뀌었다.

하지만 명동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가지 못하고 뒤처지게 되었다.

그런데 명동이 빠르게 발전하면 서울의 다른 지역과 다르게 뒤처지게 된 이유는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도 명동의 너무도 비싼 땅값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의 몇 배에서 몇 십 배나 차이가 나는 땅값으로 인해 빠르게 발전하는 다른 직역에 비해 발전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그래도 명동을 찾는 이들이 있었다.

지리적 여건 때문인지 아니면 전통이란 것 때문인지 많은 기업들이 이곳에 낡은 건물을 허물고 빌딩을 지었다.

비싼 명동 땅에 빌딩을 짓고 사옥을 가지는 것은 그만한 가치를 하였다.

남들에게 자신들의 힘을 나타내는 척도로 명동에 입성하는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대기업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몇몇 대기업들은 이런 명동으로 집중되는 대기업들의 사옥 짓기 열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른 지역에 커다란 사옥을 짓고 영향력을 과시했다.

확실히 명동보다 땅값이 싼 지역이라 그런지 같은 예산을 들이고도 더욱 커다란 사옥을 지은 기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명동에 사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어떤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커넥션을 형성하며 세를 과시했다.

그런데 그런 중심에는 일신그룹이라는 그룹이 있었다.

와장창!

명동 한복판 일신그룹 회장실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지상 40층의 고층 빌딩이라 그 소음이 밖으로 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회장실 바로 밖에 있는 비서실에는 충분히 들렸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무언가 부셔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데도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회장실에는 일신 컨소시엄의 대표가 들어가 있었다.

일신 그룹이 일본의 미쓰비 중공업과 혼타 자동차 그룹에 애원하다시피 해서 만든 컨소시엄이었다.

눈에 가시 같은 천하그룹이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뛰어든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기회라 생각하고 기술이 뛰어난 두 회사를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손해를 감수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악수로 작용을 했다.

3년이 흘러 대한민국 차세대 주력전차에 선정이 된 것은 천하그룹에서 개발한 전차가 채택이 되었다.

그 사실은 일신그룹 회장인 신상욱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최고의 인재만 모았고 또 최고의 협력업체들과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더욱이 독일에서 유학한 과학자와 미국의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던 이들까지 많은 계약금과 연봉 그리고 스톡옵션을 주고 영입을 하였다.

그 결과 정말로 명품이라 할 정도로 뛰어난 전차를 개발하였다.

독일의 자랑인 레오파드 2A7과 미국의 자존심인 에이브럼스 M1A3전차를 능가하는 고성능 전차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쟁업체인 천하 컨소시엄에 졌다.

말이 천하 컨소시엄이지 엄밀하게 따지면 그냥 천하그룹 산하 천하 디펜스와 몇몇 이름 없는 회사들의 합작품일 뿐이다.

신상욱 회장은 그것이 화가 나는 것이었다.

자신이 경영하는 일신그룹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천하그룹이다.

그들이 형성한 컨소시엄이라고 해 봐야 계열사인 천하 디펜스에 이름 없는 방위산업체 몇 개가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객관적인 역량으로 봐서는 감히 자신이 기획한 일신 컨소시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존재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시작부터 차세대 주력전차 선정에는 자신들이 개발한 전차가 선정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문에 주가도 많이 올랐다. 그렇지만 호재가 있으면 악재도 있는 것이 이치다.

자신들이 선정될 것이라 생각하여 올랐던 주식은 경쟁업체인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가 성능 평가에서 일신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보다 압도적으로 좋았다는 정보가 흘러나오자마자 급반전되었다.

몇 달 전 그런 정보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개발한 전차와 비교를 하지 못했기에 그저 약간의 반등이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험평가가 있은 뒤 증권가 객장의 분위기는 급반등 하였다.

오르던 일신그룹 주식들이 곤두박질 쳤고, 그 반대로 천하그룹의 관련 주식들이 끝을 모르고 상종가를 치고 있었다.

더욱이 어디에서 그런 정보가 흘러나갔는지 모르지만,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에는 미래 신기술이 적용이 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플라즈마 실드라는 기술이란 소문까지 구체적으로 퍼지고 있었다.

“자신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한참 주변에 있던 물건을 부셔 버리던 신상욱 회장은 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았는지 고개를 돌려 신원민 사장을 보며 물었다.

일신그룹 전략 기획 실장이자 일신 중공업 사장이기도 한 그는 아버지인 신상욱 회장의 명령으로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이라는 사업을 떼 내기 위해 일본의 미쓰비 중공업과 혼타 자동차 그룹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 하면 차기 그룹회장에 안착을 하는 일이었다.

더욱이 두 회사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그 분야의 최고 회사 중 한 곳이었다.

미쓰비 중공업은 일본의 주력전차도 개발했던 경험이 풍부한 회사이고 또 혼타는 말할 것도 없다.

그 때문에 신원민은 느긋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며 일정 조율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계획은 순조롭게 흘러 개발이 완료되었다.

아니, 세 회사에서 파견된 연구원들을 요소요소 적절히 분배한 때문인지 계획보다 빠르게 개발이 완료가 되었다.

한때 이를 두고 얼마나 칭찬을 들었던가. 그런데 결과는 비참했다.

자신들이 개발한 물건은 최상이었다.

그렇지만 경쟁자가 내놓은 물건은 자신들의 물건과 엄청난 차이를 냈다.

자신들의 최고의 목표는 괴물, 러시아의 T―95였다.

결과적으로 목표를 이루었다. 하지만 같은 괴물을 목표로 했던 경쟁자는 그 목표에 살짝 앞서는 정도가 아니라 한 단계 뛰어넘어 있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자신들은 경쟁자들에 밀려 버렸다.

만약 경쟁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개발을 완료했다면 이렇게까지 대우를 받지 않아도 될 것이었지만, 불운하게도 신원민의 경쟁자는 국내기업이었다.

거기다 그곳에서 개발한 전차는 현 시대에서는 불가능이라 알려진 기술을 실현시켰다.

그건 신원민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금 그룹 회장이자 아버지가 자신에게 역정을 부리고 있었다.

신원민의 이마에는 신상욱 회장이 던진 물건에 맞았는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을 새도 없이 자신을 닦달하는 아버지로 인해 신원민의 표정이 구겨졌다.

더군다나 지금 물어 오는 문제는 그로서 해결할 능력이 없는 일이었다.

아니 자신뿐 아니라 그룹 회장인 신상욱 또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리라.

그저 사업 실패로 인해 화풀이 상대가 필요했기에 신상욱 회장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자신의 큰아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중이다.

이러한 사정을 알기에 신원민은 그저 그의 아버지가 뭐라고 하던 참고 입을 다물 뿐이었다.

이 또한 신상욱 회장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하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 봐!”

결국 이것이었다.

어느 정도 화가 풀린 신상욱 회장은 만회하라는 소리를 하였다.

그렇지만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밀린 자신들이 만회를 할 방법은 없었다.

아니, 딱 한 가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경쟁자의 압도적인 무기인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자신들도 만들어 내거나 아니면 그것을 구입해 자신들이 개발한 전차에 옵션으로 넣어야만 했다.

그런데 경쟁업체에서 자신들에게 그것을 넘겨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란 것을 개발할 능력도 현재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 말은 이 상황을 만회할 그 어떤 것도 없다는 말이었다.

신원민은 왜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부쩍 다가온 일신그룹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기도 싫었다.

분명 자신의 실패를 누군가 기뻐하고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는 신원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 ◈ ◈

“고생했어! 고생했어!”

천하그룹 총회장인 정대한은 천하 디펜스를 찾아 이번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일일이 격려하였다.

사실 육군의 요구 사항이 너무도 과도해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기에 정대한은 연구가 진척이 없어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일부러 프로젝트 진행사항에 대한 보고도 생략했다.

진척이 있으면 보고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일부러 모든 일정을 그룹이 관여하지 않은 채 천하 디펜스 회장인 자신의 차남에게 맡겼다.

믿고 맡겼으면 끝까지 믿어 줘야 한다는 생각에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으니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는 군에서 외국에 판매할 수 없게 제동을 걸었다.

정대한 회장도 그런 국방부의 조치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해도 플라즈마 발생 장치는 너무도 위험천만한 물건이었다.

군 전략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 분명한 이 장치가 만약 적성국에 들어가게 된다면 대한민국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의 수출길이 막힌 것은 아니었다.

국방부와 잘 협약을 한다면 충분히 수출할 길이 있었다.

아마도 수출을 하게 된다면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는 설치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차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충분히 수출해도 그리 불만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한민국은 현재 주변을 둘러싼 국가 중 아주 위협적인 존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강력한 요구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다르다.

대한민국 육군이 최대의 위협을 주는 존재를 러시아의 T―95로 설정을 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전차를 개발하려 한 배경에는 주변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북쪽에는 같은 민족이지만 적대하는 북한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북한과 군사동맹을 체결하고 또 기회만 있다면 북한을 편입하려는 중국이 있다.

사실상 육군이 우려하는 것은 주적인 북한이 아니라 이곳 중국이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파렴치한 일도 서슴지 않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음식 재료로 폐기 처분해야 할 폐자재를 사용하는가 하면 독극물을 넣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를 위해 불법 복제나 해킹 등 범죄에 관해 엄중히 단속을 해야 함에도 중국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어떤 부분에는 기술 습득이라는 차원에 장려하기까지 하였다.

러시아 정부는 부인하지만 중국 정부에 넘어간 군사 기술은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육군이 우려하는 T―95의 연구 자료나 설계도도 분명 있을 것이 분명했다.

러시아의 군사 기술을 중국은 너무도 많이 불법 복제하여 사용하고 있기에 육군은 차세대 주력전차를 개발하면서도 T―95라는 무지막지한 괴물과 대결을 상정해 그에 합당한 성능을 요구하였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은 굳이 러시아나 중국과 전쟁을 할 것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굳이 플라즈마 실드가 적용된 전차를 도입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의 성능이 플라즈마 실드가 없다고 해도 T―95와 대결을 하지 못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니, 차체 방어력은 사실 T―95보다 우수하니 정상 교전 거리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플라즈마 실드가 없더라도 교전이 가능했고, 우위를 점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포의 성능이 T―95보다 우수해, 보다 먼 거리에서 정확한 사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러시아의 전차는 주포의 구경에 비해 화력이 약한 것도 문제지만, 조준경 또한 문제가 많았다.

물론 T―80U이후부터 많이 개량이 되고 개선이 되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서방세계의 포수 조준경에서 성능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미국에서 전차 교전 거리를 2㎞로 조정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러시아의 T계열 전차의 포수 조준경의 성능을 감안하여 안전한 교전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2㎞를 상정한 것이다.

아무리 화력이 좋은 주포라 해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T계열 전차의 조준경의 성능이 열악해 충분히 적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거리지만 2㎞ 이상 떨어지면 명중률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레오파드 2A7이나 에이브럼스 M1A3전차의 경우 화력에선 T―95보단 떨어질지 모르지만 2㎞에서도 충분히 T―95의 차체를 관통할 수 있다.

더욱이 T―95는 화력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엔진 성능이 떨어지다 보니 장갑 방어력이 많이 향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만큼 인해 무게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전차의 속도는 다른 T계열 전차보다 떨어지게 되었다.

그 말은 레오파드나 에이브럼스 전차가 정밀 조준할 시간을 주게 되었다.

뛰어난 원거리 사격 능력을 가진 레오파드나 에이브럼스인데 조금 떨어지는 화력이지만 충분히 T―95의 차체를 파괴할 능력은 있었다.

독일이나 미국은 러시아의 T―95가 위협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을 막을 방법이 있으니 더 이상 강력한 전차를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 강력한 전차를 막는 방법이 알려졌는데, 보다 뛰어난 화력과 기동성, 그리고 원거리에서의 정확한 사격을 할 수 있는 조준경까지 갖춘 전차를,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없다고 구입하지 않을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더욱이 레오파드 2A7이나 에이브럼스 M1A3보다 가격면에서 비슷하거나 조금 더 싼 가격인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를 두고 어떤 전차를 구입하겠는가.

이런 이유로 정대한 회장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더욱이 언젠간 한 방 먹여 주려고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일신그룹에서 알아서 얼굴을 들이밀고 카운터를 맞고 떨어졌으니 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를 지경이었다.

사실 정대한 회장은 대한민국의 차세대 주력전차로 자신의 회사에서 개발한 전차가 선정이 된 것도 기쁘지만 그것이 더욱 기뻤다.

더군다나 너무도 압도적인 성능 차이를 보여 일신그룹의 장기인 로비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차세대 주력전차 사업은 자신들이 아닌 일신그룹으로 넘어갔을 것이 분명했다.

일신그룹의 로비 능력을 천하그룹으로서는 만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대한 회장이 격려하며 좋은 분위기에 반해 한곳에서 홀로 인상을 구기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수한이었다.

플라자마 실드 발생 장치를 개발해 이번 차세대 주력전차 선정에 일등공신인 그의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제길,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네…….’

그렇다, 수한은 자신이 개발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로 인해 생각지도 않은 문제를 발견해 냈다.

한참 좋은 분위기에 초를 칠 생각이 없기에 조용히 있는 중이지만 이건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수한이 발견해 낸 문제점은 바로 플라즈마 실드를 켤 경우 적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은 물론이고 이쪽에서도 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플라즈마 실드란 것이 적의 공격을 방어해 주는 막을 형성해 주지만, 자신 역시 적을 발견하고도 실드로 인해 공격을 하지 못했다.

적을 막을 최고의 방패를 가지고 있지만, 그 방패로 인해 적을 무찌를 창을 휘두르지 못하는 경우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자신들이 개발한 전차는 완벽한 무기가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위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무기이기는 하다. 하나 승무원의 생존을 위해 전투 내내 공격도 않고 플라즈마 실드만 켜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 때문에 수한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한참 연구원들을 격려하던 정대한 회장은 쭉 한 명, 한 명 연구원들을 뒤로하고 자신의 손자인 수한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자신을 격려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별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말은 하였지만, 오래 묶은 생강처럼 인생의 반 이상을 사업에 전념한 정대한의 눈에 수한의 반응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군?’

정대한은 수한이 뭔가 고민이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좋은 분위기를 망칠 수 없었던 정대한은 조용한 목소리로 수한에게 물었다.

그런 정대한의 질문에 수한은 잠시 망설였다.

정말로 모두 축하하는 분위기에 초를 칠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이 자리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게 백호에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정대한은 웃는 낯으로 수한에게 질문을 하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현존하는 그 어느 전차도 자신들이 개발한 백호에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핵심 개발자인 수한이 문제가 있다는 소리에 깜짝 놀란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연구원들도 수한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자신들이 연구한 결과 백호에서는 어떤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핵심 개발자가 문제점이 있다고 말을 하니 깜짝 놀란 것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는 말이냐?”

정대한 회장은 얼른 질문을 하였다.

가장 완벽한 전차라 생각했던 백호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잘못하면 이번 차세대 주력전차 선발이 뒤집혀질 수도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게,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가동 중에는 적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응?”

수한이 백호의 문제점을 이야기 했지만 정대한 회장을 비롯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정대한 회장은 수한의 말이 이해할 수가 없어 다시 물었다.

그런 정대한의 질문에 수한은 차분히 백호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설명을 하였다.

수한의 설명을 모두 들은 정대한과 연구원들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완벽한 전차라 생각했던 백호에 그런 문제가 있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수한의 설명을 들은 연구원들도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 보았다.

백호가 전장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그리다 한참 교전을 하는데, 자신의 공격이 자신이 만든 방어막에 막혀 튕기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적의 공격을 막을 수도 있지만 자신도 공격을 못해 제압을 하지 못하는 장면은 참으로 아이러니였다.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있는 것이냐?”

정대한 회장은 잠시 멍했던 정신을 정리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런 정대한 회장의 질문에 수한은 자신 있게 대답을 하였다.

“조금 더 연구를 해 봐야 하겠지만, 지금 연구 중인 인공지능이 완성이 된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수한은 현재 자신이 홀로 연구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언급하며 대답을 하였다.

“뭐, 제가 문제점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수동으로 끄고 켜고 하면 운용 가능하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게 너무 걱정하는 표정 짓지 않으셔도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우려의 표정을 짓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 수한은 안심시켰다.

그런 수한의 말을 듣고서야 연구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수한의 말대로 수동으로 플라즈마 발생 장치를 끄고 켜고 하면 되는 문제였다.

다만 적절한 시간에 플라즈마 실드를 발생시킬 수 있는가가 문제였을 뿐이었다.

만약 적이 공격했는데, 그것을 모르고 적을 공격하기 위해 플라즈마 실드를 해제했다면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한은 아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작은 문제였지만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인공 지능에 대하여 말을 꺼냈다.

만약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완성이 된다면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백호에 탑재시킬 생각이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백호는 그냥 단순한 전차가 아닌 인공지능이 결합된 전차형 골렘 또는 전차의 형태를 한 로봇이 되는 것이다.

수한의 인공지능이란 말을 들은 정대한 회장이나 연구원들의 눈이 아까 전 백호에 문제가 있다고 했을 때보다 더욱 커졌다.

◈ ◈ ◈

“대사님, 프레지던트 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주한미군 사령관인 더글라스 사령관은 심각한 표정으로 주한미국 대사인 제럴드 박을 보며 물었다.

“음”

더글라스 사령관의 질문이 있었지만 제럴드 대사는 그의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도널드 부장, 들어온 정보가 없나?”

자신의 물음에 대답을 못하는 대사를 보다 고개를 돌려 북동아시아의 정보를 책임지는 CIA지부장인 도널드 부장에게 고개를 돌리고 질문을 하였다.

그렇지만 그 또한 더글라스 사령관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동안 한국이 차세대 주력전차를 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전차의 성능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국이 개발한 차세대 주력전차의 성능에 대한 정보를 확보한 이들은 어떻게든 그 기술들을 본국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을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본기업과 컨소시엄을 한 일신 컨소시엄에서 개발하는 전차에 대한 연구 결과는 모두 확보를 하였다.

그렇지만 천하 컨소시엄은 어떻게 보안을 철저히 지키는 것인지 대략적인 성능에 대한 정보만 흘러나오고, 정확한 연구 결과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천하 컨소시엄의 연구원들을 납치할 수도 없었다.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에 참여한 천하 컨소시엄의 연구원들의 경호가 너무도 삼엄하여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 요인 경호 수준을 넘어선 거의 대통령 경호에 준하는 것이었기에 요인 납치에 정평이 나 있는 CIA라도 힘들었다.

연구원들은 이중삼중으로 경호가 철저하고 또 화장실을 갈 때도 근접 경호원이 따라붙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이 머물고 있는 건물 곳곳에 CCTV는 물론,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참으로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이 하는 일에 알아서 자신들이 연구한 것들을 가져다 받쳤다.

자신들의 작은 이득을 위해 국가 기밀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넘기던 이들이었는데,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그런 기미가 없었다.

아니, 예전에 그랬듯 그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정보를 넘겨주던 이들이 한국의 국정원에 국가 기밀 누설죄로 잡혀갔다.

이것만 봐도 이번 정권을 잡은 이들이 이전의 정권과 다른 행보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저희도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도널드 지부장의 대답에 더글라스 사령관의 표정이 허탈해졌다.

그리고 그건 대답을 한 도널드 지부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CIA본부에서도 이미 정보가 들어갔기에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고를 하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한국이 너무도 철저히 정보 통제를 하는 바람에 그럴 수가 없어 답답한 심정이었다.

“참! 그는 어떻게 하고 있나?”

“그라니요?”

더글라스 사령관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사람을 지칭하며 질문을 하였다.

“그 왜 있지 않나? 미러클 가이!”

더글라스 사령관은 누군가를 가리키며 그의 행방을 물었다.

사령관의 질문에 제럴드 대사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정보를 책임지고 있는 도널드 지부장은 더글라스 사령관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연구에 그가 관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역시나! 그가 있으니 한국에서 그런 엄청난 것을 개발할 수 있었겠지.”

두 사람이 누군가를 가리키며 대화를 하자 제럴드 대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질문을 하였다.

“그 미러클 가이라는 자가 도대체 누구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대사의 질문에 도널드 지부장이 대답을 하였다.

“예, 미러클 가이라는 자는 15살에 미국에 유학을 와 사 년 만에 의학은 물론이고, 생명공학, 물리학, 핵물리학 등 여섯 개의 박사 학위와 다섯 개의 석사 학위를 취득한 천재입니다. 뿐만 아니라 박사 학위 논문 중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으로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관련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논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한 일 중…….”

도널드 지부장은 그가 알고 있는 미러클 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천재에 관한 정보를 제럴드 대사에게 들려주었다.

그런 도널드 지부장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제럴드 대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고 하지만 어린 나이에 그렇게나 많은 논문과 업적을 남겼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혹시 그가 한국인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한국의 이름으로는 정수한이라고 합니다.”

“정수한? 정수한…….”

제럴드 대사는 잠시 도널드 지부장의 이야기를 듣다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뭔가 그의 뇌리에 시원하게 뻥 뚫리지 않고 맴도는 어떤 느낌 때문에 쉽게 그 이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혹시 그 정수한이란 이름과 천하그룹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제럴드 대사는 정수한 이름을 되뇌일 때마다 이상하게 천하그룹이 뇌리에 떠올랐다.

그런 대사의 질문에 도널드 지부장이 쇄기를 박는 대답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저희의 정보에 의하면 그가 바로 천하그룹 회장인 정대한 회장의 친손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국의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에 총 책임을 맡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도 그의 작품이라 합니다.”

많은 정보를 쉼 없이 쏟아 낸 도널드는 목이 타는 듯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도널드 지부장의 이야기를 들은 제럴드 대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십대의 어린 나이에 미국에 유학을 가서 박사 학위를 딸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따는 것도 어려운데 여섯 부문에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또 다른 분야에서도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말에 놀랐다.

더욱이 그의 나이가 엄청 어리다는 말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 인물이라면 미국에서 그냥 두지 않았을 것인데 어떻게 한국에 그런 자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나라다.

만약 미국이란 나라가 아니었다면 진즉 파탄이 나도 났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

아니, 전 세계를 영도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미국이 문제를 안고도 이렇게 세계를 영도할 수 있는 것은 별 거 없다.

바로 인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는 자들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이 가진 재주를 미국에서 꽃피우게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그 열매를 미국이 따고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이란 거대한 인종 시장을 가진 나라가 커다란 내부 문제를 안고 가면서도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미국은 좋은 밝은 의미로만 인재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만약 인재가 미국을 벗어나려고 하면 철저히 망가뜨렸다.

미국에서 배워 간 재능을 밖에서 사용한다면 국익에 손해가 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인류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던 천재들이 그 뜻을 펴 보기도 전에 떨어진 이도 상당했다.

아무튼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제럴드 대사로서는 방금 전 도널드 지부장의 이야기대로 엄청난 천재였을 경우 미국이 그냥 두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그런 천재라면 본국에서 그냥 놔두지 않았을 것인데?”

제럴드 대사는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렇게 물었다.

자리에 있는 더글라스 사령관이나 도널드 지부장은 제럴드 대사가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처음에는 그런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나면 별 거 없었다.

미국이 뭔가 일을 꾸미기 전 수한이 먼저 선수를 쳐 미국을 빠져나온 것뿐이다.

수한의 학위가 박사 학위와 여러 개의 석사 학위가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수한이 석사 학위를 받은 학문도 박사 학위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수한은 미국이 함정을 파기도 전에 그들의 감시를 피해 미국을 빠져나갔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일단 함께 연구를 하는 연구소 직원과 담당 교수들에게 자리를 비우는 변명거리를 만들어야 했으며, 공항을 무사히 통과를 하기 위해서 신분을 위장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함께 생활을 하는 양어머니인 최성희의 안전도 확보를 해야 하기에 이중으로 신경을 써야만 했다.

더욱이 지근거리에서 감시를 하는 CIA의 요원들도 떨쳐 내야 하기에 말로는 쉽지만 빈틈없이 준비를 하고 그렇게 미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비록 수한이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너무 똑똑한 것도 그들이 보기에는 죄였다.

미국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죄 말이다.

이렇듯 세계의 경찰국이라 자처하는 미국이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도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어차피 세상의 정의는 힘 있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를 본국으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널드 지부장은 잠시 이야기를 중단하고 뭔가를 생각하다 그렇게 뜬금없이 말했다.

“그가 본국으로 가려고 할까?”

제럴드 대사는 수한이 순순히 미국으로 갈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 그렇게 물었다.

“가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이미 작정을 했는지 도널드 지부장은 강력하게 힘주어 말을 하였다.

그런 도널드 지부장의 모습에 제럴드 대사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만약 한국에서 CIA요원이 요인을 납치 시도를 하다 들키기라도 한다면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아무리 한국이 미국과 동맹이라고 하지만, 자국의 우수한 과학자를 미국에서 납치하려고 했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동맹이고 또 CIA가 한국 내에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하지만 공식적으로 첩보활동을 하는 CIA의 활동은 불법이다.

그런데 적성국 요인의 납치도 아니고, 자국 내에서 자국의 전략무기를 개발하던 핵심 인력을 납치하려는 이들을 그냥 두고 볼 무골호인(無骨好人)은 그 어디에도 없다.

만약 그런 것을 보고도 그냥 놔둔다면 그자야말로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일 것이다.

하지만 외교적 마찰이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제럴드 대사는 도널드 지부장의 결정을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은 한국 출신이라고 하지만 현재는 미국인이자 정부를 대표해 파견 나온 대사이다.

그러니 조국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해야만 했다.

지금은 그저 CIA가 하려는 일을 막지 않고 눈감아 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었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때 생각을 하면 되는 것이다.

“조금 전에 지부장이 말했던 것처럼 경호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했으니 문제가 되지 않게 철저히 연구를 한 다음 실행하시오.”

도널드 지부장은 자신이 한국에서 요인 납치를 하겠다고 하는데, 막지 않고 조심하라는 말을 하는 대사를 쳐다보았다.

“막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혹시나 싶은 생각에 제럴드 대사를 보며 물었다.

그런 도널드 지부장의 질문에 제럴드 대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지부장이 조국을 위해 희생하겠다는데, 내가 막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내가 비록 한국 출신이라고 하지만, 현재 내 조국은 한국이 아니라 아메리카 합중국이네! 자네가 그렇듯 나 또한 조국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야!”

제럴드 대사는 자세를 바로하고 옷깃을 여미면서 마치 국회 연설을 하는 것처럼 턱 끝을 치켜 올리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조심을 하고 완벽한 기회라 생각할 때 시행하겠습니다.”

제럴드 대사의 대답을 들은 도널드는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대사의 의지가 확고하니 더 이상 그를 의심할 수가 없었다.

사실 도널드 지부장은 한국계인 제럴드 대사를 믿지 않고 있었다.

CIA내부 자료에 의하면 그는 기회주의자였다.

그러니 자신이 위험에 처할 일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요인 납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분명 막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또 그렇지 않았다.

기회주의자이기는 하지만 조국에 대한 생각은 그 어느 미국인보다 투철했다.

그렇기에 괜히 여기서 더 문제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한국에서 작전을 하는 데 대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CIA요원으로 아무리 동맹국이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단한 자신들이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데 대사가 도우미가 된다면 일은 한결 편해질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그가 판단하기에 제럴드 대사의 성향은 기회주의자이며 보신 주의자였다.

말은 조국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 같이 말은 하지만,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또 배신도 서슴지 않을 위인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미국이란 세계 최강의 나라가 뒤에 있으니 저렇게 말을 하는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 ◈ ◈

안산의 한 오피스텔.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요란하고 시끄러웠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말이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였다.

안산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진출해 있는데, 이들은 그런 한국에 취업을 위해 나온 이들이 아니라 다른 일로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

“대장! 언제까지 여기 이렇게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겁니까?”

등소린은 처음 한국에 입국했을 때까지만 해도 금방 일을 끝내고 중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신분을 얻어 새 인생을 살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런 등소린의 예상과는 다르게 작전은 무기한 연기가 되었다.

무엇 때문이지는 모르지만 작전에 들어가기 전 상부에서 작전을 보류시킨 것이다.

“조용히 기다려! 나 또한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편한 것 같나?”

질문을 했던 등소린은 자신의 질문에 짜증을 내는 대장의 반응에 얼른 입을 닫았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사실 대장인 장현의 취미는 살인이다.

원래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였는지 아니면 훈련 중에 그리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는 살인을 좋아했다.

그것도 여느 암살자들처럼 목표를 단숨에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도축장에서 가축을 도축하듯 인체를 부위별로 해부하는 건 그의 특기였다.

등소린은 언젠가 대장인 장현의 그런 취미생활을 엿본 적이 있었다.

대상은 사형수였지만 당시 그 모습은 등소린이 다시 떠올려도 정말이지 소름끼쳤다.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대검 한 자루만 가지고 인체를 해부하는 그의 모습은 두 번 다시 생각하기 두려웠다.

그랬기에 조금 전 짜증을 내는 장현의 말에 등소린도 꼬리를 내린 것이다.

등소린 자신도 살인이라면 할 만큼 해 보았다.

더욱이 어려서부터 무술을 배우고 또 사형수를 대상으로 살인도 밥 먹듯 했다.

그렇기에 비록 흑검들 중 가장 밑에 있지만, 다른 흑검들이 두렵지 않았다.

아니,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흑검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대장인 장현만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어려서부터 무술을 연마해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어도 장현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그런 등소린의 자신감을 허공 속에 흩어지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최종적으로 기종 선정 시험이 끝났다고 한다. 그 말은 지금과는 다르게 연구원들의 경호가 조금은 느슨해질 것이란 소리다.”

장현은 무엇 때문에 상부에서 작전을 지연시켰는지 잘 알았다.

다른 흑검 대원들이 그저 납치와 살인에 특기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르게 장현은 작전의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과 또 작전의 성공을 위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깨닫는 능력까지 있었다.

그렇기에 중국에서 출발할 때와 작전 환경이 바뀌어 작전이 잠정적으로 중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군다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기에 상부의 작전 중단 명령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특종병 중의 특종병인 흑검이라고 하지만 총을 맞으면 죽는 것은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었다.

작전 성공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무사 귀환도 중요한 요인이다.

흑검 요원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런 요원을 최대한 많이 살려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흑검의 대장으로서의 임무인 것이다.

“대장! 공문입니다.”

작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또 다른 부하가 뭔가를 가지고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왔다.

이곳은 오피스텔 건물 전체가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많은 나라에 이와 같이 동산이나 부동산을 투자하였다.

그중에는 장현이 소속된 국안부도 있었는데, 이들은 각 나라에 스파이를 파견 보낼 때 의심을 받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하고 또 작전을 마치고 안전하게 지낼 안가의 성격을 띤 시설로 이용이 되었다.

이 오피스텔도 국안부에서 마련한 안가 중 한 곳이다.

장현의 부하는 자신이 들고 온 공문을 장현에게 넘겼다.

공문은 일반 서류 형식을 뛰고 있지만 이들 흑검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대장인 장현이 가지고 있는 보안카드를 이용해 공문을 살펴보면 그 안에 지령이 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한참을 부하가 가지고 온 공문을 살피던 장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 장현의 모습에 흑검들은 모두 긴장을 하였다.

결연한 그의 표정에 뭔가 특별 지시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현은 상부에서 내려온 지령을 살피고 부하들을 보았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긴장을 하는 부하들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장현의 그 미소는 무척이나 차가워 소름이 끼쳤다.

마치 죽음을 부르는 듯한 그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망감을 느끼게 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