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44화 (44/118)

1. 대한민국 차세대 주력전차 선정

일신 컨소시엄 강남 사무실.

일신 중공업과 혼타 자동차 그룹, 미쓰비 중공업이 대한민국의 차세대 주력전차를 개발하기 위해 마련한 총본부다.

그런데 이곳 강남 사무실은 현재 살얼음판 마냥 무척이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일신 중공업 사장이자 일신 컨소시엄의 대표를 맡은 신원민이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질문을 하면서도 그의 눈빛은 혼탁하게 흐려져 있었다.

경쟁 상대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데, 자신들은 아직까지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더욱이 정보에 의하면 조만간 국방부에서 차기 주력전차 선정을 위해 뛰어든 업체들을 모두 소집을 한다고 하였다.

무척이나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한 업체에서 육군의 기준에 부합되는 전차가 설계가 되었기에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려는 것이다.

더군다나 얼마 전 북한의 김정운이 은밀하게 중국과 러시아에 들어가 고위급 인사를 만나 신형 무기 도입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중에는 각종 전쟁물자가 있었는데, 중국이 러시아의 T―72를 개량한 99식 전차도 다수 포함이 되었으며, 공격헬기와 전투기까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대전차 미사일과 전쟁 물자로 쓰일 수 있는 석유를 수입하였다고 알려졌다.

다른 것을 떠나 석유가 북한에 인도가 된다면 한반도에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다.

북한은 250만이나 되는 군인과, 능력에 부족하다 하나 10배에 달하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 숫자만 보면 대한민국이 무척이나 전력 면에서 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북한이 보유한 전차는 월남전 이전이나 직후에 개발된 무기들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그것도 운용한 기름이 없어 방치해 두고 있는데, 만약 러시아에서 석유가 북한에 유입이 된다면 대한민국에 큰 위협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육군의 전력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형 주력전차의 개발을 앞당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서방세계에서는 인정을 하지 않지만 이미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핵보유국이다.

그런 상태에서 핵무기를 보조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와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기름이 보유가 된다면 어떤 도발을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미 일신 컨소시엄에도 국방부로부터 공문이 내려온 상태다.

한 달 뒤에 있을 평가전에 일신 컨소시엄이 출품한 전차를 가지고 파주에 있는 ADD화포 시험장에서 평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신원민 사장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도 신형 장갑을 개발했습니다.”

장갑과 화포 개발을 담당한 미쓰비 중공업의 마쓰모토 켄이 신원민의 질문에 답을 하였다.

그동안 육군이 내건 말도 되지 않는 요구서의 장갑 방어력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가.

궁하면 통한다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개발한 각종 전차에 들어가는 특수 세라믹 철판을 조사하고 또 연구를 하였다.

물론 그건 한국이 원하는 신형 주력전차를 개발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일신 컨소시엄에서 개발하는 전차를 자국 일본 육군이 보유할 신형 전차의 시험기로 생각했기에 예산 절감을 위해 굳이 한국에서 연구를 하였다.

그리고 천하 컨소시엄과 경쟁을 하면서 드디어 신형 세라믹 장갑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신형 세라믹 장갑도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플라즈마 실드의 방어력에 크게 못 미쳤다.

그렇지만 일단 대한민국 육군이 제시한 요구서의 기준을 넘겼으니 일단은 경쟁에 참여할 수는 있었다.

다만 방어력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 자신들이 개발한 전차가 육군에 채택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들이 개발한 그것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습니다.”

마쓰모토는 신형 세라믹 장갑을 개발했으면서도 자신 있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아무리 획기적인 것을 개발했다고 해도 상대가 너무도 월등한 것을 가지고 있기에 큰 소리를 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차는 장갑 방어력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그들이 개발한 전차의 화력이나 엔진 성능에서는 저희보다 못하다고 알려졌습니다.”

같은 일본인이라고 기가 죽어 있는 마쓰모토의 모습에 발끈한 오다 이치로가 얼른 끼어들어 말을 하였다.

철저히 비밀로 붙여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천하그룹 내에 많은 숫자의 스파이들이 침투해 있었다.

너무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하고 있는 전차의 제원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각지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주포의 성능에서는 자신들이 미약하나마 앞서고 있었다.

정확한 화력은 모르겠지만 구경은 그들이나 자신들이나 똑같은 130㎜였다.

하지만 길이에서 80㎝정도 차이가 있었다.

44구경을 채택한 자신들과 다르게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50구경을 채택했다.

정확도와 화력에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마쓰모토나 오다는 자신들이 개발한 주포가 천하그룹의 주포보다 못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아니, 일등 국민인 일본에서 개발한 주포가 더 월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엔진 부문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혼타에서 만든 것이라 비교가 불가했다.

혼타에서는 2,200마력 디젤엔진을 개발해 일신 컨소시엄이 개발하는 전차에 집어넣었다.

그렇지만 천하그룹에서는 이제 겨우 1,800~2,000마력 디젤엔진을 개발했다.

마력에서 최소 200마력이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천하그룹에서 이번에 개발한 플라즈마 실드로 인해 전차의 전체 중량이 자신들이 개발한 전차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최소 비슷한 속도를 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신뢰도에서 그들의 엔진 보다는 혼타에서 개발한 엔진을 더욱 쳐 줄 것이니, 이것도 경쟁 회사보단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을 했다.

다만 장갑 방어력 부분에서 자신들이 밀린다는 것이 문제였다.

“종합적으로 우리가 개발한 도라―호랑이―가 천하 컨소시엄이 개발한 전차보다 우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로비를 적극적으로 한다면 충분히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다 이치로는 그렇게 자신들이 개발한 전차에 자부심을 느끼며 결코 자신들이 개발한 전차의 우수성을 떠들어 댔다.

그런데 희한하게 대한민국의 주력전차를 개발하면서 오다 이치로는 프로젝트명인 대호란 명칭 보다는 일본식으로 도라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런 오다 이치로의 말에도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하는 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컨소시엄의 중추가 일신그룹이 아니라 일본에 적을 두고 있는 혼타와 미쓰비 중공업인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일신 그룹 역시 그 풍토가 친일 성향의 기업이니 이 자리에 있는 이들도 일본어인 명칭에 거부감이 없었다.

오다 이치로의 말에 회의에 참석하기 전 어두웠던 표정들이 펴지며 신원민은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확실히 그의 말처럼 방어력 문제만 빼면 자신들이 꿀릴 이유가 없었다.

오다 이치로의 발언 후에 회의장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차체의 장갑 방어력에서 밀린다는 것에 고시하던 마쓰모토 켄도 오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차라는 무기는 방어력도 중요하지만 화력과 기동성도 아주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대에 들어서면서 전차의 천적인 공격 헬리콥터와 같은 항공 전력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그런 소프트웨어 개발에 노하우가 있는 미쓰비 중공업이다 보니 마쓰모토 켄은 그제야 자신의 고민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었다.

이렇게 오다 이치로의 발언에 힘입어 일신 컨소시엄의 회의장은 밝은 분위기에서 경쟁자인 천하그룹의 전차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연일 토론을 하였다.

◈ ◈ ◈

“앞으로 한 달 뒤 국방부에서 차세대 주력전차를 선정한다고 하니 의견들을 내보시오.”

천하 디펜스의 회의장에서 정명환 회장이 말을 꺼냈다.

그런데 천하 디펜스의 회의장은 일신 컨소시엄의 회의장과 분위기가 무척이나 달랐다.

처음부터 자신감을 내보이며 표정들이 무척이나 밝았다.

“저희가 개발한 백호가 아직 개량할 부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 보이는 성능만으로도 육군이 제시한 요구서의 기준을 넘어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력이나 기동성에서는 다른 우수한 전차 개발사가 따라올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방어력 측면에서는 저희 백호를 그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부문을 적극 홍보하여 차기 주력전차 선발에 우위를 차지할 것입니다.”

정수현 이사는 정명환 회장의 질문에 가장 먼저 대답을 하였다.

개발은 엔진이어들이 담당을 하고, 수주(受注)와 같은 일은 자신과 같은 세일즈맨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가장 먼저 나서서 의견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백호의 제원을 자세히 볼 수 있게 제원과 성능 실험에서 얻어진 자료들을 모아 카탈로그를 만들어 국방부와 군 장성 그리고 국방위원들에게 알려야 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도 이 카탈로그를 전달해 국민들에게 우리 천하 디펜스에서 만든 순국산 전차의 위력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정수현은 그냥 국방부가 발표한 시험 평가 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 홍보를 하는 한편, 기자들에게도 알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것을 알리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확실히 그것은 좋은 생각 같았다.

국방부도 무기 개발에 있어서 국산화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동안 국방부는 물론이고 정부도 국방 예산을 집행하는 것으로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국방을 위해 필요한 무기는 많은데, 예산은 한정적이라 정말로 육해공 3군의 예산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번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만 해도 그렇다.

무려 10조 원에 해당하는 예산이 집행되는 사업이었다.

10조면 대한민국 국방예산의 1/4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물론 한 번에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7년에 걸쳐 분할 집행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해 1조 3천억에 가까운 예산이 집행되는 것이니 작은 사업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해군이나 공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다행이라면 공군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차세대 신형 전투기 확보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소득은 별로 없지만 계속해서 정부에서 노력을 하니 크게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해군은 그렇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형상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군은 동해, 서해 그리고 남해를 지키는 세 개의 함대를 운용하고, 또 UN의 평화유지군 파병이나 아니면 긴급 상황 발생 시 지원하는 기동함대를 운용 중이다.

함대에는 순양함, 구축함, 호위함 등이 있는데, 대한민국 해군에는 순양함은 없고, 구축함과 호위함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사실 순양함과 구축함의 구분이 예전과 다르기에 배수량으로 구분을 하는데, 대한민국 해군이 운영하는 군함은 모두 배수량 사천 톤 이상, 만 톤 미만의 군함이다.

이는 구축함에 속함으로 대한민국 해군은 구축함만 있는 것이다.

아무튼 방공구축함인 이지스함 네 척에 이순신급 구축함 여섯 척 광개토대왕급 경구축함 세 척, 호위함으로 울산급과 포항급으로 총 서른한 척이 있다.

사실 이 중 호위함인 프리깃함들은 현대 해군 전력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연식이 오래된 것도 있지만 호위함들의 배수량과 무장 상태도 현재 해전에 맞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 해군과 비교를 해 봐도 그렇다.

아니, 일본 해군이 아니라 해안 순시선만 해도 대한민국 해군의 경구축함인 광개토대왕급과 비슷했다.

그러니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것이다.

그래서 해군은 끈임 없이 국방부에 노후화 된 해군함정을 교체하기 위해 신형 구축함과 호위함을 건조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예산을 문제로 번번이 거절을 하거나 뒤로 미루어졌다.

다행이라면 이번 육군의 신형전차 개발 사업에는 중국군 동향과 북한의 군 전력 현대화라는 일과 맞물려 넘어가긴 했지만, 아무튼 이런 문제로 무기의 국산화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산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만큼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첨단무기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문제로 많은 예산을 낭비하고 있었다.

물론 예산을 절감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일부 부도덕한 담당자들과 외국의 방위산업체 간의 로비와 리베이트로 인해 정당한 가격에 들여오기보다는 엄청난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국민의 세금으로 나라를 지킬 무기를 도입하면서 자신의 사익(私益)을 챙기는 이들로 인해 낭비된 예산만 없었더라면 대한민국 해군이나 공군이 요구한 전력을 절반 이상은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차제에 순수 국산 기술로 나라를 지킬 무기가 개발되었다고 한다면 정부는 물론이고, 국방부와 육군에서도 좋아할 것이다.

물론 일부 위정자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이익이 없으니 싫어할 수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환영할 것이 분명했다.

더욱이 국민들도 세계 최강의 전차를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긍심까지 높아질 것이다.

특히나 한국인들은 애국심이란 말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사실 이 애국심이란 말도 정치인들을 비롯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위정자들의 세뇌에 가까운 교육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나라를 위한 희생은 당연한 것이란 식으로 국민을 선동했으니 국민도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수현은 이런 점을 적극 이용해 자신들이 만든 백호가 육군의 차세대 주력전차로 선정되게 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럼 백호의 수주 가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략적인 이야기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신형 전차의 대당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 생산 가격도 채택이 되는 것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최고의 성능을 가진 무기를 만들어도 그 무기를 보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비싸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체할 기종이 있는데 비슷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면 당연 대체 기종으로 시선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일신 컨소시엄이 천하그룹에 스파이를 심어 놓은 것처럼 천하그룹도 경쟁업체에 스파이를 심어 놓고 있다.

사업이란 이런 것이다. 깨끗하게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실패가 없는 것이다.

“예, 백호의 생산비용은 차체에 들어가는 세라믹 장갑+2,000마력 엔진과 파워 팩 개발비+130㎜신형 주포 개발비+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 총 생산 비용은 78억 6천만 원입니다.”

정수현은 정명환의 물음에 백호의 자세한 생산단가와 총비용을 말했다.

“음, 설마 그게 판매 이익을 넣지 않은 순수 생산단가라는 말인가?”

너무도 엄청난 비용에 정명환은 신음을 흘리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 가격 중 35억은 새롭게 장착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의 비용입니다.”

정수현의 보고에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설마 그 작은 물건의 가격이 그렇게나 엄청난 가격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 조그마한 것이…….”

웅성웅성.

회의장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순간 정명환 회장도 이사들의 웅성거리는 소란을 정리하지 못했다.

그 또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의 가격이 그렇게 높을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건의 크기 때문에 비싸다 느끼고 있는 이들 중 단 한 명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방금 전 보고를 한 정수현이었다.

“잠시만 제 이야기를 더 들어 주십시오.”

정수현은 웅성거리는 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각자 옆 사람과 떠들던 이사들은 수현의 큰소리에 그를 돌아보았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의 크기를 생각하지 말고 그 물건의 가치를 생각해 보십시오.”

정수현의 말을 들은 이사들과 정명환 회장은 잠시 그의 말대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의 가치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생각할 것도 없이 이사들과 정명환 회장의 눈이 커졌다.

플라즈마라는 것을 개발하기 위해 그동안 선진국들이 개발비에 투입한 돈이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났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그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실드를 성공하기는 했지만 안정적으로 실드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만 실용화에 실패하였다.

적으로부터 보호를 하기 위해 플라즈마 실드를 개발하였는데, 유지 시간이 겨우 2초 미만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방어 무기로 채택을 한단 말인가.

더욱이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장비들의 크기 또한 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어 실제로 전차에 장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때문에 과학자들은 플라즈마 실드를 전차에 실용화하기 위해선 현대 과학이 100년은 더 발전을 해야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정명환 회장과 이사들은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35억이나 한다는 것에 놀랐던 것보다 더 경악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도 싼 가격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플라즈마 발생 장치는 독점적인 물건이다.

그 말은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말이었다.

“플라즈마 발생 장치의 가격은 35억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저희 백호는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정수현은 회의에 참석한 이사들이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자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이사들도 그런 정수현의 생각에 동조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가격은 많이 상승했지만 성능 면에서 여타 전차들과 차별되기에 납득했다.

사실 화력이나 기동성으로는 4세대지만 방어력 측면으로 보면 백호는 4.5세대를 넘어 5세대 전차였다.

예전 전문가들은 미래의 무기로 레일건이나 레이저와 같은 광학무기에 대한 예언을 했다.

일부 미래 무기는 실현이 되기도 했는데, 레일건이나 레이저 포 같은 경우 미국에서 실전 단계에 들어서 있다.

다만 국방예산 1,000조 원을 사용하는 미국도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전군에 배치하지 못하고 탄도 미사일을 막는 용도로 몇 대만 배치했을 뿐이다.

그런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작지만 플라즈마 실드를 실용화 직전에 있는 것이다.

이는 공격 무기가 아니라 방어 무기이기에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많은 숫자의 스파이들이 한국에 들어와 이것을 정보와 설계도를 빼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정부에서도 그것의 설계도와 연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 경호원들을 배치하겠다는 통보를 했을 정도였다.

“흠, 정수현 이사의 말을 잘 들었는데, 그래도 일신 컨소시엄이 개발하는 것과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질 것 같은데 말이지.”

정명환 회장은 방금 정수현의 이야기에 이해가 가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회장님께서 어떤 것을 염려하시는 것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백호가 비록 일신 컨소시엄이 개발한 전차에 비해 비쌀지 모르겠지만 성능만큼은 비교 불가이지 않습니까? 육군은 노후화 된 M48 계열 전차와 K―1전차를 교체를 하려고 합니다. 몇 대 더 교체하겠다고 실제 전투가 벌어졌을 때 상당한 전차들이 파괴가 된다면 그건 엄청난 손해입니다.”

정수현은 가격대 성능비를 따지며 북한이 운용하거나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도입하려는 전차들의 성능을 따지며 설명을 하였다.

비록 일신 컨소시엄에서 개발하고 있는 전차가 우수한 전차라고 하지만, 백호처럼 플라즈마 실드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방어 체계가 아닌, 기존처럼 장갑을 두껍게 하여 적 전차의 포탄을 방어하는 체계이다.

그렇다는 말은 아무리 뛰어난 장갑이라고 해도 다수의 적 전차에 피격이 되면 언젠가는 파괴가 된다는 말과 같았다.

이런 것을 따져 보며 비록 백호가 가격에서 불리하지만 실전 운용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싸다는 말이었다.

더욱이 한국은 주적인 북한만 생각할 수도 없었다.

북한은 언젠가 대한민국이 수복해야 할 곳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의 육군 전력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와,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어쩌면 능가할지도 모르는 육군전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도 국경을 맞대야 한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보다 월등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 무기를 다수 보유해야만 했다.

이미 이러한 점을 고려해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는 정수현이었기에 아버지이자 천하 디펜스의 회장인 정명환을 설득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이렇게 정수현의 설득에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뛰어난 성능으로써 육군이 요구하는 차세대 주력전차 선정에 채택이 될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 ◈ ◈

쾅! 쾅! 쾅!

굴곡이 심한 야지(野地)를 빠르게 달리던 전차는 표적을 발견하고 전차포를 발사하였다.

그런데 표적을 전차포를 발사하면서도 전차는 한 번도 정지를 하지 않고 이동 간 사격을 하였다.

이동 간 사격은 전차포 사격의 꽃이자 가장 어려운 기술이었다.

고속으로 달리며 적 표적에 정확하게 전차포를 사격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현대 전차전에는 꼭 필요한 기술이기에 전차가 발전을 하면서 포수의 기동 간 사격을 돕기 위해 조준경이나 탄도 계산기 그리고 주포 안정화 장치 등이 발전을 하였으나 그래도 승무원인 포수의 기술이 중요했다.

정확하게 표적에 박히는 포사격에 이것을 지켜보던 참관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하였다.

짝짝짝!

“대단하군!”

“그러게 말입니다.”

2㎞가 넘는 표적지에 정확하게 명중을 하는 모습은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 충분했다.

물론 오늘 주력전차를 선정하기 위해 각 기업에서 출품한 전차를 시험하기 위해 육군 최고의 전차부대 승무원들이 탑승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시원스럽게 멀리 있는 표적에 명중을 하고 있으니 이들의 답답한 가슴도 속 시원하게 뚫리는 듯하였다.

“정 장군 전차와 표적의 간격이 얼마라고 했지?”

별 네 개를 달고 있는 장군이 자신의 뒤에 있는 또 다른 장군에게 질문을 하였다.

“예, 가장 멀리 떨어진 3㎞ 표적이고, 차례로 2.5㎞, 2㎞입니다.”

정 장군이라 불린 남성이 대답을 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참관인들의 눈이 커졌다.

보통 전차포 사격을 할 때 표적은 1~1.5㎞ 내의 표적지를 향해 하였다.

더욱이 오늘은 완성된 전차의 포사격 시범이 아니라 시험 기체의 전차포가 가진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포사격이었다.

그런데 일반 표적에 대한 사격도 아니고 실제 북한이 가진 것으로 알려진 T―72전차에 대한 실물 사격이었다.

대한민국이 러시아의 T―72전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소련과 수교를 하고 차관으로 빌려 주었던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소련의 군수물자를 들여오는 불곰사업을 진행할 때 북한군 무기를 연구한다는 미명으로 들여와 운영하던 전차를, 노후화의 진행으로 인해 신형 전차 선정을 위한 전차포 시험에 표적으로서 쓰이게 된 것이다.

표적지 사격과 실물사격 중, 누가 뭐라고 해도 실물사격이 더 어렵다.

특히 T계열 전차는 다른 전차들에 비해 피탄 면적이 너무도 적어 정확한 사격이 아니면 초탄에 명중시키기가 무척 어렵다.

그런데 그냥 정지 상태에서 사격도 아니고 기동 간 사격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지만, 수풀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 표적을 정확하게 명중을 시키고 있는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지금 사격한 것이 천하그룹에서 내놓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조금 뒤 일신 컨소시엄에서 출품한 전차가 기동 간 사격을 할 것입니다.”

천하 디펜스에서 출품한 전차의 화력시범을 본 참관인들의 눈이 흥분으로 붉어졌다.

“천하 컨소시엄의 화력시범이 끝났습니다. 여러분 박수를 한번 쳐 주시기 바랍니다. 곧 이어 일신 컨소시엄이 내놓은 전차의 시범이 있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사람의 소개가 끝나자 그의 지시에 따라 천하 컨소시엄에서 화력시범을 마친 것에 대한 박수가 끝나자, 뒤이어 나올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 화력시범을 보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이 저 멀리 떨어진 들판을 주시했다.

크르르릉!

조금 전 먼저 시범을 보였던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보다 더 웅장하고 큰 엔진소음을 내며 달려오는 전차가 나타났다.

쾅! 쾅! 쾅!

나타난 전차도 빠르게 표적에 대한 추적과 함께 사격을 하였다.

그런데 두 번째 전차의 포사격을 지켜보던 몇몇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처음 나온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와 미세하게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세한 차이기는 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결코 미세하다고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 시범을 보인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는 멀리 떨어진 표적에 정확하게 명중을 시켰던 것에 비해, 두 번째 나온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는 가장 멀리 떨어진 3㎞의 표적과 2.5㎞의 표적을 놓쳤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 전차전 교범에 나온 최장거리인 2㎞의 표적에 정확히 명중을 시키긴 하였지만,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가 보였던 장거리 포사격의 정밀함을 목격한 뒤라 그런지 너무도 차이가 확연히 보였다.

더욱이 웅장한 굉음을 울리며 나타났던 그 육중함에 비해 포사격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에 그 실망감은 더욱 배가 되었다.

특히 군 관계자들의 실망감은 더했다.

전차란 것은 어찌 되었든 전쟁 무기.

그런 무기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물론 일신 컨소시엄에서 나온 전차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현대 전차의 교전 거리의 최장거리 2㎞.

그것을 따져 보면 일신 컨소시엄에서 선보인 전차의 성능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최장거리인 2㎞에서 정확하게 표적을 명중시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에 선보인 시번 때문인지 기준이 너무 올라가 버렸다.

차라리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면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이 일은 일신 컨소시엄으로서 참으로 뼈아픈 실책이 되었다.

“일신 컨소시험에서 내놓은 전차의 기동 간 사격을 보았습니다. 잠시 뒤 두 전차의 기동시범이 있겠습니다.”

아무튼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화력시범은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며 끝났다.

10분간 휴식 시간이 주어지고 기동 간 화력시범을 보였던 두 전차가 참관인들이 있는 단상 가까이 준비된 트랙에 도착을 하였다.

단상 앞에 있는 트랙에는 각종 장애물과 웅덩이 등 전차기동을 방해하는 것들이 놓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높낮이가 다른 지형도 갖춰져 있어 전차의 등판 능력까지 실험을 할 수 있게 설계가 되어 있어 전차의 차체 설계의 한계를 볼 수 있었다.

쿠르르릉!

웅장한 엔진 음을 울리며 전차가 빠르게 트랙을 달렸다.

1㎞ 구간의 직선거리를 빠르게 달렸다.

최고속도를 측정하는 직선구간을 빠르게 달린 전차는 곳 나타난 장애물 구간도 부드러운 코너웍(Corner Work)을 선보이며 장애물을 통과하였다.

촤아! 쿵, 쿠르르.

장애물을 통과하자 물웅덩이가 나타나고, 그 또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빠르게 통과를 하였다.

언덕이 나오면 빠르게 달려가 점프를 하듯 착지하며 내려왔다.

단상 앞을 빠르게 통과하는 전차의 모습을 지켜보던 참관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직선 구간과 장애물 구간, 언덕과 웅덩이 등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고 단상 앞을 지나가는 전차의 육중한 그 무게감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조금 전 실망시켰던 그 전차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기동 시범은 오늘 주력전차 선정을 위해 참관하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대한민국은 K―2흑표를 개발한 후 최고의 전차를 개발했다고 전 세계에 자랑을 했었다.

하지만 각종 시범을 보일 떄 흑표는 잡음을 내며 실망을 안겨 주었다.

전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워 팩의 성능 미달과, 전차의 생존 능력을 향상시킬 하드 킬의 미구현 등은 군 관련자들은 물론이고, 세계 최강의 전차를 보유했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국민들의 자부심에 금 가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날려 버릴 정도로 대단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지금 선보이고 있는 전차는 이전 흑표가 안고 있던 파워 팩의 문제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경주용 자동차가 트렉을 돌듯 너무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장애물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져,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앞을 지나가는 전차의 모습에 환호했다.

“일신 컨소시엄의 시범이 끝났습니다. 다음은 천하그룹의 시범이 있겠습니다.”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가 기동 시범을 끝내자 사회자가 다시 다음 차례인 천하그룹의 전차가 시범을 보인다는 소개를 하였다.

쿠르르!

조금 전 먼저 시범을 보인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 보다 작은 엔진음이 들려왔다.

두 전차의 엔진 음을 비교하면 너무도 차이가 났다.

대형 트럭과 중형 승용차 엔진소리만큼이나 차이가 날 것 같은 차이가 보였다.

참으로 비교가 되는 소음의 크기다.

조금 전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에 비해 조용한 등장이지만,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는 빠르게 직선구간을 통과했다.

마치 경주용 자동차처럼 빠르게 직선구간을 통과한 전차는 장애물 구간 역시 빠르게 통과해 나갔다. 물웅덩이도 통과, 언덕을 날듯 넘었다.

육중한 전차 중량을 무시하며 달리는 천하그룹의 전차는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가 보였던 놀라운 기동성을 능가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참관인의 눈앞을 지나쳤다.

그런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의 모습에 참관인들은 너무 놀라 반응을 하지 못했다.

분명 조금 전 지나간 천하그룹의 전차 중량은 70톤이 넘는다고 알고 있다.

흑표보다 15톤이나 무거운 중(重)전차.

그런데 조금 전 보인 기동성은 그동안 이들이 생각하던 전차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도 천하 컨소시엄의 기동시범이 끝났음에도 일신 컨소시엄 전차에 보내던 반응과 다르게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두 기업의 기동시범이 끝났습니다. 조금 뒤 마지막으로 장갑 방어력 시범이 있겠습니다. 시범이 준비될 동안 잠시 휴식시간을 갖겠습니다.”

사회자가 다음 시범을 준비되는 동안 휴식시간을 선언하자, 조금 전 전차들의 기동 시범을 본 참관인들은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가 선보인 기동시범에 대한 이야기로 소란스러웠다.

“정 장군, 방금 두 번째로 선보인 것이 천하 디펜스에서 만든 전차인가?”

질문을 하는 장군은 조금 전부터 천하 컨소시엄을 자꾸 천하 디펜스라 부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하 컨소시엄으로 전차를 개발했지만 일신 컨소시엄처럼 동등한 지분율을 가지고 형성한 것이 아닌, 천하 디펜스가 주축이 되어 자사가 생산하지 않는 부분만 컨소시엄을 형성해 참여하다 보니, 많은 장성들은 천하 컨소시엄이라 부르기보단 그냥 부르기 편하게 천하 디펜스라 부르는 것이다.

하긴 사업 주체가 천하 디펜스이니 그렇게 불러도 상관은 없었다.

아무튼 조금 전 찬하 컨소시엄에서 내놓은 전차의 기동성에 대하여 장군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70톤이 넘어가는 전차가 마치 경(輕)전차처럼 엄청난 기동성을 보인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천하 컨소시엄에서 만든 전차의 기동성과 자신들이 만든 전차의 기동성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에 대하여 물어보는 것이다.

마쓰모토는 엔진을 담당하는 혼타의 오다 이치로에게 물었다.

시범을 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개발한 도라의 엔진 성능을 자신하고 있던 이들은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가 선보인 기동성을 보며 그렇게 떠들었다.

“아무래도 그들이 우리가 개발한 엔진 못지않은 강력한 엔진을 개발한 듯합니다.”

마쓰모토 켄의 질문에 오다 이치로는 침중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비록 동급의 책임 연구원이지만 차체를 담당하는 마쓰모토가 조금 더 직급이 높았다.

사실 일신 컨소시엄이 외형적으로 일신그룹, 일신 중공업이 주축으로 형성된 컨소시엄이긴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일본의 미쓰비 중공업과 혼타가 핵심이었다.

일신 그룹은 그저 대외적인 얼굴마담 격으로 내세웠을 뿐, 전차를 개발하는 데 그리 힘을 쓰지 못했다.

모든 것은 미쓰비 중공업과 혼타가 주도했던 것이다.

이렇게 일신 컨소시엄 관계자 두 사람이 작은 소리로 떠들고 있을 때 주력전차 선정을 위한 성능 시범에 참관한 천하 컨소시엄 관계자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아직 방어력 테스트가 남아 있지만 천하 컨소시엄의 관계자 그 누구도 그것을 걱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기라는 획기적인 방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천하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조금 전 기동시험을 가장 걱정을 했다.

경쟁자인 일신 컨소시엄에 혼타 자동차 그룹이 참여하고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독일 벤즈사와 더불어 최고의 엔진을 설계하는 기업이 바로 혼타가 아닌가. 그랬기에 천하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솔직히 기동성 시범에서 일신 컨소시엄에 밀릴 것으로 예상을 하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분명 자신들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 엔진 성능이 자신들이 개발한 것보다 100마력이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걱정을 했는데, 막상 비교를 하니 현실은 정반대였던 것이다.

자신들보다 뛰어날 것으로 예상하던 경쟁자가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 못했다.

“예상보다 저들의 전차는 못하군?”

정대한 회장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렇게 말을 하였다.

“아무래도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저들의 전차가 상당히 무거운 것 같습니다.”

정대한 회장의 말에 이번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을 주도한 정명환 회장이 그의 말을 받아 대답을 하였다.

“저희는 수한이 개발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로 인해 장갑의 두께를 더 올리지 않아도 되었지만, 저들은 그렇지 못하니 애초에 요구한 방어력을 갖추기 위해선 장갑의 두께를 두껍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정명환은 차분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가 가진 문제점을 설명하였다.

확실히 방위산업을 담당하다보니 정명환 회장의 식견이 정확했다.

일신 컨소시엄은 전차의 장갑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신형 세라믹 장갑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140㎜전차포에 견딜 수 있는 장갑 방어력을 위해 장갑의 두께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신형 세라믹 장갑이 기존의 세라믹 장갑보다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그 차이는 5% 내외였다.

그러다 보니 장갑 방어력을 위해 차체설계는 물론이고, 장갑의 두께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일신 컨소시엄의 전차는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와 다르게 유인포탑을 채택하였다.

그러다보니 전차의 중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늘어난 중량으로 인해 비록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보다 100마력이나 높은 2,200마력의 엔진을 가지고 있지만 기동성 면에서 천하 컨소시엄의 전차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불안하게 생각하던 기동성에서도 경쟁자보다 우수하다는 생각이 들자 천하 컨소시엄 관계자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았다. 그 때문인지 군 관계자들도 천하 컨소시엄 관계자를 붙들고 말을 걸며 전차의 성능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우수한 전차를 개발하고도 상대적으로 밀리는 일신 컨소시엄 관계자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이제 오늘 시범의 마지막인 전차의 장갑 방어력 시험이 있겠습니다.”

장내가 조금 전 기동시험에 관한 이야기로 시끄러울 때 오늘 마지막 시험인 전차의 장갑 방어력 시험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 왔다.

그러자 언제 떠들었냐는 듯 장내는 조용해졌다.

이미 이 자리에 참석한 참관인들도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전차에 플라즈마 실드라는 미래의 방어무기가 장착되었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들의 눈으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눈도 깜박이지 않고 저 멀리 준비된 전차들을 지켜보았다.

저 멀리 단상과 3㎞ 정도 떨어진 먼 거리에는 원형의 표시 안에 전차가 들어가 있는 모습이 가물가물 보였다.

마치 포사격 표적지마냥 지상에 흰색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안에 전차가 한 대씩 자리했다.

두 전차는 500m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데, 각각 어떤 기업에서 생산했는지 비교하기 위해 구분을 하였다.

그 때문인지 참관인들은 유독 한쪽 전차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건 일신 컨소시엄의 마쓰모토 켄이나 오다 이치로도 마찬가지였다.

말로만 들은 플라즈마 실드를 진실인지 자신들의 눈으로 확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단상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는데, 그곳은 천하 컨소시엄의 관계자들이 자리한 곳이었다.

자신들이 만든 전차의 방어력에 전혀 의심을 하지 않고 있기에 천하 컨소시엄의 대표인 정명환이나 천하그룹 총회장인 정대한은 물론, 이번 전차개발에 참여를 했던 연구원들과 사업 추진에 일조한 천하 디펜스 이사들까지 모두 느긋한 표정으로 조금 뒤 쏟아질 칭찬을 기다리며 방어력 테스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방어력 테스트를 위해 대한민국 육군 주력전차인 K―2흑표가 준비되었습니다. 흑표의 사격이 있고, 또 다른 대전차 무기인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에 대한 테스트도 계속해서 진행이 될 것입니다. 대전차 미사일로는 러시아의 9M123 대전차 미사일과 천하 디펜스에서 개발한 게이볼그가 사용될 것입니다.”

사회자는 방어력 테스트를 위해 전차로는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55구경 120㎜활강포를 장착한 K―2흑표가 나섰고, 또 대전차 미사일에 대한 시험으로는 중국이나 북한이 보유했을 것이라 예상되는 러시아 최신 대전차 미사일인 9M123 흐르잔떼마를 언급했다.

흐르잔떼마는 나토명으로 AT―15 스프링거(Springer)라 불리며 세상에 나온 대전차 미사일 중 최고에 속하는 무기 중 하나이다.

또 이를 능가하는 대한민국의 명품 대전차 무기인 게이볼그의 명성 역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참관인들은 더욱 눈을 반짝이며 전방을 주시했다.

“먼저 전차포에 대한 테스트가 있겠습니다. 육군의 차세대 주력전차의 방어력 요구에 맞게 설계가 되었는지 알기 위해 1㎞에서 흑표의 사격이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참관인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세계 최강 전차로 명성을 날리던 흑표가 1㎞에서 표적 사격을 한다는 말에 눈이 커진 것이다.

비록 T―95라는 괴물 때문에 최강의 자리에서 밀려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표의 주포가 약한 게 아니다.

레오파드 2A7이나 에이브람스 M1A3과 비교해 화력은 동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전차가 1.5㎞도 아니고, 1㎞ 떨어진 거리에서 사격을 한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그 거리라면 최강의 방어력으로 알려진 레오파드나 에이브람스 전차라도 버티지 못하고 파괴될 것이 분명했다.

사회자의 설명이 무섭게 흑표에서 전차포가 발사가 되었다.

쾅!

흑표에서 발사된 포탄은 붉은 섬광을 내며 목표에 명중이 되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명중이 되었지만 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흑표는 첫 표적에 전차포를 발사하고 연이어 두 번째 표적에도 전차포를 발사하였다.

그런데 첫 번째 표적과 다르게 두 번째 표적에 날아간 포탄은 충돌음이 처음과 달랐다.

뿐만 아니라 표적에 명중한 첫 번째 포탄과 다르게 두 번째 날린 포탄은 튕겨 나 뒤쪽 산등성이에 떨어졌다.

일명 도비탄(跳飛彈)이란 것으로, 발사된 총알이나 포탄이 단단한 바위나 물체에 부딪혀 튀는 것을 말한다.

흑표는 그 뒤로 두 번씩 더 사격을 하고 사격을 끝냈다.

흑표의 사격이 끝나고 이번에는 대전차 미사일 사격이 있었다.

그렇지만 대전차 미사일은 전차포탄과 다르게 무척이나 비싼 물건이다.

그러다 보니 흑표처럼 많은 발사를 하지 않고 각각 일 기씩만 발사를 하였다.

흐르잔떼마가 먼저 발사되고 다음에는 게이볼그가 발사가 되었다.

표적사격에 의한 장갑 방어력을 테스트 하는 것이라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저 흑표가 표적에 각각 세 발씩 총 여섯 발, 뒤이어 흐르잔떼마와 게이볼그가 각각 한 발씩 총 네 발의 대전차 미사일이 발사된 것뿐이니 그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주포의 화력시험과 기동성 시험 그리고 마지막 방어력 시험이 끝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체되지 않았다.

“이것으로 모든 시험이 끝났습니다. 결과는 평가를 종합한 뒤 대한민국 차세대 주력전차에 대한 발표가 있겠습니다.”

사회자는 식순에 맞게 참관인들에게 오늘 테스트가 모두 끝났음을 알렸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어떤 기종이 대한민국 차세대 주력전차로 채택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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