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몰려드는 스파이들
일신 중공업은 일본의 미쓰비 중공업과 혼타 삼사의 컨소시엄을 형성해, 일명 일신 컨소시엄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이 발주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사업, 즉, XK―3전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기업인 미쓰비와 혼타가 대한민국의 차세대 주력 전차를 개발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
사실 일신그룹은 정부나 국민들의 시선을 부정적으로 비출 것을 우려해 함께 컨소시엄을 형성한 미쓰비와 혼타에 제의를 하였다.
다른 이름으로 컨소시엄에 참여를 하는 것을 말이다.
정상적인 관계라면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것은 상대 기업에 무척이나 실례되는 제안이다.
자신들의 이름을 부정하고 유령회사마냥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사업에 참여를 제안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미쓰비와 혼타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일신그룹이 대한민국에서야 10위권에 들어가는 대기업이지, 세계적으로 따진다면 일신그룹은 전 세계 회사 규모에서 100위권 밖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지만 미쓰비와 혼타는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아주 거대한 기업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와 혼타가 일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름도 바꿔 가며 대한민국의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은 그들만의 속셈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수한 한국의 전차 설계 기술을 빼돌려 자국의 전차 개발에 이용할 생각이기에 일신그룹의 제안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용했던 것이다.
물론 일신그룹과 협상을 할 때는 강짜를 부려 많은 부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계약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대한민국이 발주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쓰비와 혼타는 많은 성과를 보였다.
솔직히 한국의 K―2전차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도 주력 전차를 개발했었다.
세계 최강을 부르짖으며 개발한 전차는 10식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첨단 기술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기에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밀리터리 마니아의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나온 작품을 기대와 달리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3세대 전차들부터 120㎜ 활강포를 채택한 것을 따라 120㎜ 활강포를 장착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3.5세대에 들어가는 이 10식 전차는 기존 서방 세계에서 44구경장에서 화력을 늘리기 위해 55구경장으로 주포의 길이를 늘린 것에 반해, 10식은 기존의 44구경장을 채택함으로써 화력을 향상시키지 못했다.
물론 10식이 주전장으로 채택한 곳이 넓은 야지(野地)가 아니라 도심의 시가전을 상정하고 만든 전차라 화력을 늘리지 않고, 기존의 44구경장 주포를 탑재하였다.
이는 어느 정도 현대전에 입각한 생각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어중간한 중량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미국은 미래의 전장이 시가전이라 예언하며 빠른 공수를 위해 30톤 미만의 경전차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일본도 이 이론을 따른 것이라면 10식의 중량을 더 줄였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44톤이라는 어중간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전차의 방어력은 전면 장갑에 쏠리게 되었다.
신형 장갑이 개발된 것이 아니기에, 전차 방어를 위한 장갑은 전면에 치중하게 된 것이다.
차라리 중량을 더 늘리더라도 장갑 방어력을 높였어야 했지만, 일본의 전차 개발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화력도 3.5세대의 다른 전차에 비해 떨어지고, 또 방어력에서도 동급의 전차들에 비해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한국의 K―2흑표에게도 월등히 뒤졌고, 이전에 개발된 독일의 레오파드2A6나 미국의 M1A2에 비해서도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보면 몇 년 뒤 개발된 레오파드2A7이나 M1A3에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때 10식 전차를 만든 기업이 바로 미쓰비 중공업이었다.
큰소리 뻥뻥 치며 개발을 하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속빈 강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10식의 대당 생산 비용은 흑표보다 20억 원 정도 더 비쌌다.
성능은 떨어지면서 가격은 더 비싼……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전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일신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한국의 주력 전차 개발 사업에 참여를 하면서 많은 기술들을 습득하게 되었다.
이미 기반 기술은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의 ADD의 기술을 전수받다 보니 미쓰비나 혼타의 전차 개발력은 더욱 향상되었다.
사실 미쓰비나 혼타의 기술은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 했기에 그런 전차가 나온 것이지, 기술 자체는 일본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구술도 꿰어야 보석이라는 옛말처럼 일본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ADD의 지원을 받으면서 종합적인 전차 설계 기술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미 미쓰비와 혼타는 독자적으로 일본에서 자국에 맞는 신형 전차를 개발하는 중이다.
물론 이것은 일신그룹이 모르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비록 동맹국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많은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콤플렉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선진 문물을 한반도를 통해 습득을 하다 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던 것이 근대에 조선보다 먼저 개항을 하고 서양의 선진 문물을 먼저 받아들이면서 그 격차는 역전이 되었다.
그리고 일본은 먼저 근대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선을 강제로 합병을 하고 수십 년 동안 식민통치를 하였다.
이러던 것이 잠재의식에 남았는지 일본은 수시로 한국을 도발하며 언젠가는 한반도를 다시 식민통치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한국에 스파이나 아니면 일제강점기 때처럼 자신들의 앞잡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인들의 정신을 흔들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일신그룹인 것이다.
자신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일신그룹은 일본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이번처럼 자국의 중요한 무기 개발을 스스럼없이 일본에 제안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튼 한국의 뛰어난 전차 설계 능력과 제조 기술을 배운 일본은 한국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주력 전차에 견줄 수 있는 전차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엄청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일신 컨소시엄과 경쟁을 하며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을 하고 있는 천하 디펜스에서 신(新)개념 방어 체계가 완성이 된 것이다.
그냥 개발만 된 것이 아닌, 실용화 단계에서 그것이 외부에 알려졌다.
◈ ◈ ◈
“미나모토 박사! 그 이야기 들었습니까?”
혼타의 야마자키 박사는 급히 차량 개발부를 찾아와 차량 개발부의 부장인 미나모토 료헤이를 부르며 물었다.
미나모토 료헤이는 미쓰비 중공업에서 일신 컨소시엄에 파견된 인물로 이들 컨소시엄에서 개발하고 있는 전차의 기본 설계는 물론, 차체 디자인을 한 인물이다.
그리고 차량 개발부에 뛰어들어 미나모토에게 말을 건 사람은 혼타에서 파견된 전차의 엔진을 개발하는 연구부의 부장이었다.
이미 일본에서는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인데, 지금 한 사람은 벌써 2년째 계속되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엄청난 정보를 듣고 놀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에게 하소연을 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다.
“야마자키 박사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들어오는 것인가?”
비슷한 연배이기는 하지만, 정확히 야마자키 보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은 미나모토 박사가 차분한 어조로 호들갑을 떨며 들어오는 야마자키 박사를 타박하며 물었다.
하지만 너무도 엄청난 정보를 듣게 된 야마자키 박사는 그런 미나모토 박사의 타박에도 굴하지 않고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이럴 때가 아니라니…… 무슨 소립니까?”
계속해서 자신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어수선하게 떠드는 야마자키 박사의 모습에 급기야 인상을 찡그리며 물어보았다.
“이런 내가 너무 앞서갔군요. 한국인들이 엄청난 짓을 벌였습니다.”
“네? 한국인들이 무슨 일을 벌였기에 엄청난 짓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그러니까…….”
야마지키 박사는 자신이 조금 전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었다.
“며칠 전 천하 디펜스에서 전차 방어력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그들은 우리처럼 그냥 장갑을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차체를 만들어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미나모토 박사는 야마자키 박사의 말을 듣고 눈이 커졌다.
한국이 비록 철강 기술이 뛰어난 편이기는 하지만 자국 일본에 비해 손색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도 전차 포탄에 견딜 수 있는 특수강을 만들어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그들은 벌써 차체를 완성해 실험을 했다는 말에 기가 막혔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고 합니까?”
질문을 하면서도 미나모토 박사는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며 질문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미나모토의 기대와 다르게 야마자키 박사의 입에서는 그의 생각을 부정하는 말이 들려왔다.
아니, 그의 예상을 벗어난 소리란 말이 정답일 것이다.
“본국에서 온 소식인데, 저들이 프라즈마 실드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뭐요?”
야마자키 박사의 말을 들은 미나모토 박사는 너무 놀라 이곳에 다른 연구원들이 있다는 생각도 잊고 큰 소리로 소리쳤다.
그 때문에 한참 연구를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미나모토 박사에게 쏠렸지만, 그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야마자키 박사만을 주시했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본사 마쓰자카 전무가 급전으로 알려 온 소식입니다.”
“음…….”
야마자키 박사의 말을 듣고 난 미나모토 박사는 깊은 패배감에 빠졌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미나모토 박사는 자신의 밑에서 연구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무척이나 무시하고 있었다.
외국 유명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사들이라고 하지만 그가 보기에는 무척이나 실력이 떨어졌다.
아니, 솔직히 자신이 데려온 인원들과 그리 차이가 나지도 않았지만, 일본인이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인종이라 생각하는 미나모토 박사였기에 그렇게 생각하였다.
아무튼 그렇게 한 단계 밑이라 생각하던 한국에서 세계 최고라는 일본에서도 개발되지 않은 프라즈마 실드를 개발했다는 말에 할 말을 잊었다.
아니, 깊은 패배감이 그를 짓눌렀다.
그런데 이들의 대화가 너무도 컸던지 차량 개발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들도 미나모토 박사와 마찬가지로 짙은 패배감에 빠지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한 가지 사업을 가지고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상대가 한참을 앞서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차이는 현재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 차이였다.
그냥 다른 것도 아니고 플라즈마 실드라는 엄청난 기술이다.
미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던 일본도 플라즈마 실드에 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이론으로야 가능하지만, 현재 지구상에 있는 공학 기술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명이 되었던 기술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을 자신들보다 한 수 낮은 한국의 기술자들이 완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모두 하던 일도 잊고 멍해졌다.
그리고 그건 비단 일반 연구원들뿐 아니라 책임자인 미나모토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를 전하러 왔던 야마자키 박사는 차량 개발부의 분위기가 이상하자 미나모토 박사에게 인사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미나모토 박사! 난 이만 가 보겠네!”
하지만 그가 인사를 하거나 말거나 미나모토 박사는 이미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의 정신은 한국이 플라즈마 실드를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명해졌다.
◈ ◈ ◈
일본 국가 안전국(NNSA, Nipoon National Security Agency).
NNSA는 일본의 정보 기관 중 최고의 기관으로 이전 최고의 정보 기관인 내각 조사실과 내각 정보국, 해상 보안청, 공안 조사청 등의 정보 기관의 상위 기관으로, 국가 안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다.
특히 이들의 일은 미국의 CIA나 냉전시대 소련의 KGB처럼 일본에 해가 되는 국가의 요인을 암살 또는 납치를 주 임무로 하고 있었다.
될 수 있으면 자국에 이익을 위해 납치를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암살을 하여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일을 하였다.
사실 일본이 NNSA를 출범하게 된 것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 것인데, 이전에는 이런 정보 조직을 가질 수 없었다.
2차 대전 패전으로 일본은 군대를 가질 수 없었는데 일본은 자국의 보호를 위해 자위대만 가지게 되었다.
자위대는 군대와 다르게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정규 군대가 아닌 준 군사 조직 내지는 중국의 무장 경찰과 비슷한 조직이다.
아무튼 군대가 없다 보니 일본은 군사 정보를 취급하기보다는 패망했던 일본을 부흥하기 위해 기업 정보에 집중을 하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내각 산하 정보 조직인 내각 조사실이다.
이들의 활약으로 각국에 있는 우수 기업들의 내부 정보를 빼돌려 일본은 폐허 속에서 급속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경제 대국으로 들어선 일본인들은 해외여행을 하면서 많은 부침에 시달리게 되었다.
일본인들이 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해적이나 테러조직의 타깃이 되었던 것이다.
납치와 살인의 표적이 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전 정보 조직으로는 해외에서 소용이 없음을 깨달은 일본은 정보 조직을 확대 개편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편성된 것이 내각 정보국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들만으로는 일본이 원하는 만큼의 정보 획득이나 해외의 국민들을 보호할 수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 우익단체들의 반발로 일본도 자위대가 아닌 군대를 가지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이건 일본의 정치인들의 고도의 전략이었다.
그런 정치인들의 전략이 맞아 들어가 일본은 대외적으로 국가 안보와 국민의 보호라는 명제로 기존의 정보 조직을 뛰어넘는 조직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일본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NNSA인 것이다.
국가 안전 보장국의 약자인 NSA에 일본인들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을 일본을 나타내는 영어식 표기인 제팬(JAPAN)보다 일본(니폰, NIPOON)이란 표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야 JAPAN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자신들은 NIPOON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일본 국가 안전 보장국(Nipoon National Security Agency)의 앞 글자를 따서 NNSA를 출범했다.
일본은 NNSA를 출범하면서 이름에 걸맞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였다.
요원들을 영국의 MI6나 미국의 CIA 등 각국 정보기구에 연수를 보내는 등 많은 노력을 하였다.
물론 짧은 연혁 때문인지,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실력은 많이 떨어지지만, 점차 그 개선되고 있었다.
그런 일본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총리를 빼고, 최고의 지위에 있는 NNSA의 수장 사이고 다카모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부하가 가져다 둔 전문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전문의 전면에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는데, 특급을 뜻하는 TOP라는 글씨가 선명하니 찍혀 있었다.
전문의 일련번호를 보며 한국에서 보내 온 것인데 한국의 정보가 TOP이 적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일본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이 벌어졌을 때만 그런 전문이 올라왔는데, 지금 어떤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이런 위급한 전문이 자신의 책상에 올라온 것을 보면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이고는 한국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 거렸다.
한국에서 TOP이란 문구를 찍혀 오는 전문은 대부분 북한의 문제였는데, 일본인들이 공포에 마지않는 핵문제가 주내용이었다.
혹시나 이번에도 그런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사이고는 조심스럽게 전문을 풀기 시작했다.
혹시나 중간에 전문이 가로채질 것을 우려해 암호문으로 된 숫자가 무수하고 난잡하게 써져 있었지만, 사이고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숫자가 써진 종이를 플라스틱판에 올렸다.
숫자는 빠르게 사이고가 알아볼 수 있게 문자로 번역이 되었다.
[작성자 : Sinjo Han.
한국 천하 디펜스 컨소시엄에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임박, 차체 방어력 시험에서 신무기 등장, 신무기 종류는 플라즈마 실드로 추정됨, 목격자 다수, 정보는 미국의 CIA와 러시아의 해외 정보국(SVR), 중국 국가 안전부(MSS)등에도 알려짐, 현재 이들 요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한국으로 입국 중…….]
참으로 놀라운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것은 다 떠나서라도 한국이 미래 무기라 알려진 플라즈마 실드를 실용화 했다는 내용에 사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첨단무기에 관해 유머까지 떠도는 미국도 아니고, 그동안 자신들 보다 몇 십 년은 뒤쳐졌다고 알려진 한국에서 오버 테크놀로지가 실현되었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놀라운 것이고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른 나라들도 첩보를 입수하고 요원들을 파견하고 있다고 하니 자신들도 빠르게 요원을 파견해야만 했다.
띠!
전문을 확인한 사이고는 책상 위에 있는 인터폰을 눌러 비서를 불렀다.
“비상 소집이다. 차장급 이상은 모두 올라오라고 해!”
비상 소집을 명령하고 깍지를 끼고 턱을 괸 사이고는 생각에 잠겼다.
플라즈마 실드 기술은 단순하게만 생각할 수 없는 문제였다.
간단하게는 한국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전차 하나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 기술이 다른 곳에도 접목이 될 수 있다면 일본에게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일본은 우수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압박했다.
독도를 두고 영유권을 주장하기도 하고 2차 대전 당시 저질렀던 전쟁 범죄에 관해서도 부정을 하며 동맹에 대한 예의를 잊고 안하무인격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만약 그 플라즈마 실드 기술이 부족한 한국 해군에 접목이 된다면 일본이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확실한 방패를 가진 한국 해군에 기존의 일본 해군이 우위를 점한다고 자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량 면에서 우세했던 공군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상대를 격추시킬 수 없는데, 상대는 나를 격추시킬 수 있다면 숫자는 그저 허수에 불과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사이고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비록 자신이 해군 사령관이나 공군 사령관은 아니지만 국가 안보국 국장으로 있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 ◈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 검은 눈의 외국인이 찾아와 대통령인 윤재인을 만나고 있었다.
“프레지던트! 한국과 저희 미국은 굳건한 혈맹입니다. 양국이 그동안 한반도에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노력을 하였습니까?”
주한 미국 대사인 제럴드 박은 어떤 요구를 하려고 이렇게 장황하게 말을 꺼내는 것인지 듣고 있는 윤재인으로서 심히 거북했다.
솔직히 대통령인 윤재인은 주한 미국 대사인 제럴드 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제럴드 박의 원래 이름은 박상현이었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은 대한민국 서울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미국의 외교관으로서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한 것은 전적으로 그가 자신의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상현이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에 유학을 하던 당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였다.
의무 복무를 피하기 위해 유학하던 중에 국적을 포기했으면서 정작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처구니없게도 그는 미군에 자원입대를 한 것이다.
그 때문에 미국에서도 그의 자질 문제가 대두되긴 하였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누가 되었든 자국의 이익에 위배되지만 않는다면 모두 수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박상현은 제럴드 박이란 이름으로 미국 사회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급기야 주한 미국 대사에 취임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성공담인 것처럼 자서전에 버젓이 기재를 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윤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그가 자신을 찾아와 장황하게 얘기하는 게 여간 고깝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미국이 동맹국이고 또 국적을 선택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 의지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의무를 저버리고 국적을 포기했으면서 정작 국적을 취득한 곳에서는 성공을 위해 회피했던 군복무를 자원했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윤재인 대통령도 그렇기에 미국이 새로운 주한 미국 대사로 제럴드 박을 임명했다는 말에 기가 막혔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제럴드 박의 대사 취임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부역해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던 조선인 순사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군대도 동원해 전쟁을 불사하는 미국이라고 하지만, 동맹국에 너무한 처사였다.
이 때문에 한동안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지기는 하였지만 한국 내 친미 성향의 정치인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이란 나라에 의지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약속도 없이 찾아와 쉬지 않고 떠드는 제럴드 박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괜히 짜증이 난 유재인 대통령은 속으로 참을 인을 새기며 인내하였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서 홀로 바로 설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위정자들 대부분이 자신과 그 일족의 영달을 위해 일본이나 미국, 중국에 줄을 대고 있는 상태다.
그런 상태가 건국 이래로 쭉 이어지고 있다 보니 이제는 대통령이라고 해서 함부로 이런 틀을 깰 수가 없어졌다.
한때는 대통령의 권한이 절대적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민주화란 미명 아래 권력이 분산되고, 그 권력들이 어느 한 정당에 집중이 되면서 이제는 대통령이라도 그들의 권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모인 권력은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권력을 세습하였다.
정계, 제계 그리고 언론에 마치 중세 귀족들의 권력을 잡고 나라를 좌지우지하듯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안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정치인 2, 3세들이 등장하고, 정권이 비호 아래 성장한 대기업들은 국민의 희생과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을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이룩한 부를 가지고 기업을 자신의 왕국처럼 만들어 권력을 다졌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부정을 고발하여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할 그들이 권력에 편승해 또 다른 권력 집단이 된 언론 재벌이 등장, 귀족화 하였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자진 부를 이용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계승하고 권력을 계승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윤재인은 그런 것들을 타파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정치계에 입문을 해 지금에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윤재인 본인도 깨끗하게만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웃는 얼굴로 정적을 나락으로 밀어뜨릴 때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정치적 동반자였던 동료 의원을 모함하기도 했다.
대의를 위해선 희생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과감하게 손을 썼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고 보니 자신이 참으로 순진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정치인들의 궁극적 목표인 대통령의 자리가 자신의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통령의 권한은 오래전 자신을 지지하던 정치인들에게 넘어간 지 오래였다.
제럴드 박이 혼자 떠들고 있을 때 윤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자신이 그동안 이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을 되짚어 보았다.
“그러니 한국도 그동안 미국의 원조를 받은 값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재인 대통령이 자신만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제럴드 박은 그제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였다.
“미국의 원조요? 무슨 원조를 미국이 한국에 했다는 것입니까?”
주한 미국 대사인 제럴드 박의 말에 윤재인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 대통령의 물음에 제럴드 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한국이 이만큼 성장하는 데 미국이 원조를 해 주지 않았습니까?”
너무도 뻔뻔스럽게 한국이 성장을 한 것이 미국의 원조를 받았기에 그리 된 것이라 폄하를 하고 있었다.
“대사는 지금 말을 삼가기 바랍니다. 비록 오래전 미국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그 대가를 충분히 미국에 지불하였습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너무도 황당한 미국 대사의 말에 강경하게 대답을 하였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한국이 성장하는 데 미국의 도움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오로지 한국인들을 위해 미국이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한국을 지원하였고 그 이상으로 받아 갔다.
“또 뭐를 우리에게 요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우리에게서 무상으로 받아 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오!”
윤재인 대통령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을 하는 제럴드 박 대사의 태도에 화가 나 외교적 실례라는 것도 무시하고 호통을 쳤다.
그런 윤재인 대통령의 모습에 제럴드 박 대사는 움찔 하였다.
자신이 그동안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외교관으로서 활동을 하면서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더욱이 한국이라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나라다.
자신이 나고 성장한 나라가 한국이지 않는가.
너무도 보잘것없는 강자에 약하고 언제나 굽실굽실하는 약소국, 그것이 한국이었다.
그런데 세계 최강 대국 미국의 대사인 자신에게 큰소리를 치는 한국 대통령이라니 제럴드 박은 너무나 당황해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 대통령께선 제가 누구인지 잊으셨습니까? 제게 이런 모욕을 주시다니 참으로 유감입니다.”
제럴드 박은 최대한 고상하게 말을 하고 싶었지만 누가 봐도 자신이 무시를 받은 것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말에 나타내고 있었다.
“지금 대사야말로 조금 전 자신의 말을 되짚어 보기 바랍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화를 내는 대사의 모습에 더욱 냉정히 대처를 하였다.
사실 제럴드 박이 한국에 대사로 임명이 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더욱이 그가 군복무를 회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대사관 앞에 많은 국민들이 시위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주한미군들의 사건사고는 더욱이 안 좋은 한미관계에 기름을 부었다.
이러던 차에 자질이 의심되는 자가 대사로 부임을 했으니 더욱더 관계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었다.
사실상 한미관계는 예전과 같지 않았다.
어느 순간 미국은 한미관계보다 미일관계를 더욱 비중 있게 다루었다.
뭐 자신들의 말에 보다 순종적인 일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국제 관계에서 편향되게 외교를 한다면 그건 동맹이 아니라 그저 거래 상대일 뿐이다.
이렇듯 점점 어긋나고 있는 두 나라지만 아직까지 동맹으로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을 하고 함께 북한을 견제했다.
날로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입장에서 조금 더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한국이나 미국도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제럴드 박과 같은 이를 자신들의 대표로 보낸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잘못이다.
“본국의 우수한 기술들을 전수하였으니 한국도 본국이 필요한 기술을 넘겨줘야 하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결국 제럴드 박은 그동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하였지만 그것도 순 억지였다.
대사로서 정말이지 자질이 의심이 되는 인간이었다.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데, 기술 이전을 받기 위해 우리 대한민국이 미국에 지불한 비용이 얼마인지 대사는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겨우 돈 몇 푼…….”
“허허, 이만 가시오. 더 이상 당신에게 하례 할 시간이 없으니 그만 가 보시는 게 좋겠소. 그리고 당신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내 다 알고 있지만, 함부로 그것을 탐하지 마시오. 우리 대한민국이 예전의 그 무능한 국가는 아니니.”
윤재인 대통령은 제럴드 박의 강짜에 더 두고 보지 않고 축객령을 내렸다.
갑작스런 축객령에 제럴드 박은 미국 대사로서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어 화가 났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미국 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파견된 외교관이고, 앞에 있는 사람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다.
비록 미국보다 국력이 약한 한국이라고 하지만, 그의 영향력이 이 순간만큼은 자신보다 크기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내심은 무척이나 분노로 가득했다.
소인배인 제럴드 박은 강대국 미국의 대사인 자신을 무시한 윤재인 대통령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감히 나를 무시해?! 어디 그 자리에 얼마나 오래 있을 수 있나 두고 보자!’
제럴드 박은 그렇게 자신을 무시한 대통령에게 앙심을 품으며 청와대를 나왔다.
한편 접견실을 나가는 제럴드 박의 뒷모습을 보는 윤재인 대통령의 눈도 이 순간 빛났다.
분명 그가 청와대를 나가 가만있을 위인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띠!
“비서실장, 국정원장 부르게.”
윤재인 대통령은 인터폰으로 국정원장을 호출하였다.
◈ ◈ ◈
똑똑똑!
집무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윤재인 대통령은 노크 소리에 대답 하였다.
끼익!
작은 문소리가 들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김세진 국정원장이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비서실장의 보고와 함께 그의 뒤에서 김세진 국정원장이 나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김세진 국정원장입니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어서 와요. 자리에 앉아요.”
업무를 보던 중 비서실장의 보고에 얼른 자리를 권하고 자신도 집무실 가운데 있는 쇼파에 가서 앉았다.
“내가 김 원장을 부른 것은…….”
일정에도 없는 호출에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던 김세진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내자 자세를 바로 하였다.
한마디라도 놓칠 수 있기에 경청을 하는 것이다.
“조금 전 주한 미국대사가 다녀갔는데, 아무래도 그의 행보가 수상합니다.”
김세진 국정원장은 대통령의 말에 긴장을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자신에게 보고가 올라오고 있는 것들이 조금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김세진 국정원장은 대통령에게 국정원에서 들어온 정보에 관해 보고를 하였다.
“국내에 활동 중인 CIA요원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MSS에서도 10여 명이 국내로 들어왔고, 또 일본의 NNSA에서도 일 개 팀이 보강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국과 러시아에서도 비밀요원들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합니다.”
“음…….”
국정원장의 보고를 들은 윤재인 대통령은 신음을 흘렸다.
사실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스파이들이 국내에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더 많은 스파이들이 들어오고 이들 주변국 스파이들뿐만 아니라 멀리 유럽에 있는 영국에서도 스파이가 들어온다는 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그렇겠지?”
대통령은 밑도 끝도 없이 말을 하였다.
하지만 김세진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대답을 하였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저희가 나서서 보호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정원장은 뭐가 그리 걱정이 되는 것인지 말을 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데, 천하그룹에서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나라고 별수 있나.”
윤재인 대통령은 잠시 천하그룹의 정대한 회장의 얼굴을 떠올리다 인상을 찡그렸다.
일주일 전 국방부에서 올라온 보고를 받았다.
ADD 산하 화포 시험장에서 천하 디펜스에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실험에 대한 보고였다.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은 국방부에서 야심차게 진행하는 사업이라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있었다.
정기 보고라 생각하고 넘기려 하였는데, 비서실장의 당부에 보고서를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엄청난 것을 발견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플라즈마 무기를 실용화 했다는 것이었다.
공격 무기가 아닌 방어 무기였지만, 그것의 성능이 너무나 뛰어난 것이 문제였다.
보고서에는 그저 그 무기가 천하 디펜스에서 만들었다는 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가치에 대한 평가까지 함께 들어 있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을 때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주한 미국대사가 설레발을 치고 나간 것만 보아도 앞으로 그것 때문에 자신이 피곤해질 것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절대로 그것이 다른 나라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김세진 국정원장은 천하 디펜스가 ADD 화포 실험장에서 선보인 플라즈마 실드에 관한 보고를 받고, 그것이 앞으로 조국을 지킬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란 사실을 깨달아 그것에 대한 보호에 심혈을 기울였다.
아직 대통령의 정식 제가가 없었기에 많은 인원을 투입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직권으로 천하 디펜스의 차세대 전차 개발팀의 연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들을 파견해 둔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 들어온 각국의 정보 기관의 요원들을 파악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었다.
한 명이라도 놓쳤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쩐 짓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다 보니 김세진의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그들에게 접근하는 자들을 예의 주시하시고 천하 디펜스의 연구원들에 대한 경호는 내 정대한 회장에게 다시 한 번 이야기 하고, 그들의 경호는 SA(Special Ace)에 맡기기로 하지.”
대통령은 플라즈마 실드라는 엄청난 무기를 만들어 낸 천하 디펜스의 연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2020년에 특수 목적으로 양성한 특수부대를 투입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SA는 스페셜 에이스의 머리글자를 따 부르는 명칭으로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수부대 중에서도 최고의 대원들을 뽑아 만든 부대였다.
그 존재 여부도 극비로 분류되어 있으며, 군 내부에서도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극소수다.
아무튼 대한민국이 비공식적으로 적대국에 보복을 하기 위해 만든 부대로, 천하 디펜스의 연구원들을 보호한다면 어느 누구도 쉽게 연구원들을 음해하지 못할 것이다.
◈ ◈ ◈
“대장, 이번 작전 끝나고 신천지에서 일주일 휴가를 보내는 거 확실하죠?”
등소린은 앞서 걸어가는 사내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신천지가 무엇이냐면 그것은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장장 10년을 두고 건설한 위락 시설이었다.
중국 공산당이 경제 개방을 하면서 엄청난 고도 성장을 하였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국토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1/3에 가까운 수의 국민, 그리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나라가 바로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이 경제 개방을 하면서 엄청난 노동력을 가지고 값싼 저가 제품을 양산을 하였다.
티끌 모아 태산 된다고, 값싸고 저가 제품을 엄청나게 생산하다 보니 중국의 경제는 날로 발전을 하였다.
하지만 중국이 발전을 하더라도 중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는 가격도 싸고 품질도 믿을 수 없는 싸구려 내지는 짝퉁이란 이미지였다.
이러한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중국이 진행한 프로젝트가 신천지 프로젝트였다.
넓은 중국 땅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수려한 자연 환경을 가진 곳이 꽤 많았다.
이런 천연의 자원에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마치 전설에 나오는 무릉도원을 방불케 할 정도의 신도시를 건설하였다.
기존 발전 우선이 아닌, 말 그대로 중국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한, 세계에 자랑하기 위한 목적으로 휴양 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신천지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야만 입장이 가능했기에 중국인들 중에서도 그곳을 방문한 사람은 몇 없었다.
공산당 간부이거나 아니면 외국의 귀빈들만 그곳을 방문했을 뿐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철저하게 관리를 하였기에 아직까지도 신천지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까지 알려진 것은 없었다.
다만 그곳을 다녀온 외국 귀빈들의 입에서 나온 작은 정보를 보면 지상의 낙원이요, 환상향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이번 임무를 완료하면 이들 팀에게 신천지 방문이 허가된 것이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이들의 정체는 중국 국가 안전부(MSS)에서도 은밀한 흑검(黑劍)이었다.
국안부의 요원들 중 최고의 요원만 따로 양성한 이들이 이들 흑검인데, 이들의 일은 여느 요원과 다르게 요인 암살과 납치가 전문이었다.
더욱이 흑검 중에서도 이들은 납치보다는 요인 암살이 특기인 팀이었다.
이들이 한국에 입국한 것은 상부에서 내려온 암살 명령 때문이었는데,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속국과 같은 한국이 자신들을 위협할 만한 무기를 개발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그것을 파괴할 목적으로 이들을 한국에 파견한 것이었다.
자신들의 속국이라 생각하는 한국이 자신들보다는 경쟁국인 미국과 조금 더 가깝다는 사실에 위협을 느꼈기에 그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비록 위험한 무기이지만 한국 같이 작은 나라가 가지고 있다면 별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건 다른 문제였다.
지금도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든 것이 바로 미국이다.
아니, 전 세계 국가와 전쟁을 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세계 최강 미국이다.
일단 핵무기는 차치에 두고라도 미국의 전력을 살펴보면 육군에 병력 64만여 명, 10개 사단, 해안 경비대 43,000여 명, 3세대 전차인M1A1, M1A2 전차 5,855대와, 3.5세대 전차로 불리는 M1A3 전차 1,500대, 보병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장갑차 M113, M2/M3 등 25,678대, 지상군의 화력 지원을 하는 견인포 1,836문, 자주포 1,594대,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인 MLRS 1,143대뿐만 아니라 육군 항공대 전력인 UH―60, AH―64 헬기 4,050대가 있다.
이 육군 병력만 해도 엄청난 화력인데, 미군의 힘은 육군이 아닌 해군과 공군, 그리고 전천후 기동 군단인 해병대에 있다.
해군의 전력으로는 병력 333,000명 배수량 10만 톤 이상 항공모함 11척과 원자력 잠수함 71척, 이중 전략 핵잠수함이 14척이다.
그리고 이지스 순양함이 22척, 이지스 구축함 61척에 상륙함 29척, 또 해군은 자체 내부에 항공대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보유한 전투기로는 F/A―18E/F 전투기 964대, 헬리콥터 641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 미국이 보유한 항공모함 한 척이면 웬만한 나라의 전력인데 그것을 11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해군이 이런데 공군이나 해병대는 따로 언급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전력을 보유한 곳이 바로 미국이란 나라다.
그중 해병대는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 긴급 투입되어 각종 전투를 치르며 미국 내 최정예로 정평이 났다.
거기다 또 어떤 첨단무기가 있을지 모르는데, 한국이 개발한 플라즈마 실드 기술이 넘어가게 된다면, 중국은 물론, 세계 그 어느 나라도 미국의 행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런 판단 아래 흑검에게 플라즈마 실드 기술을 개발한 한국의 과학자를 납치하거나 암살을 하라고 명령을 하였다.
그렇지만 납치 보다는 암살에 무게를 두고 명령을 내렸다.
괜히 기술을 빼내겠다고 힘들게 납치를 하다 엉뚱한 자들에게 정보가 넘어가면 애써 키운 흑검을 잃을 수도 있디.
또 죽 쒀서 개 준다는 말처럼 다른 나라에 어부지리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갖지 못할 것 같으면 아무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는 심보였다.
“조용히 하고 일단 안가로 간다. 조용히 하고 따라오도록.”
흑검의 대장인 장현은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면 신천지에 갈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해 있는 등소린에게 주의를 주며 앞으로 걸어갔다.
이들은 대장의 그런 말에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공항을 빠져나가는 흑검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치직!
“중국 국안부 요원으로 보이는 여섯 명이 방금 홍콩발 133기를 타고 입국했습니다.”
공항 기둥 뒤에서 장현과 흑검이 들어온 것을 상부에 보고한 남자는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그 또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마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처럼 국정원 요원인 남자를 지켜보던 사람도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