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41화 (41/118)

6. 성능 실험

파주 국방 연구소 산하 화포 실험장.

군에서 전력 향상을 위해 운영 중인 이곳 화포 실험장은 사실 극비 실험장이다.

인가된 사람들 외에는 접근이 금지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평소에는 비어 있는 이곳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야! 조심해!”

하얀 연구원 복장을 한 사람들이 한쪽에서는 새로 개발한 것인지 도장(塗裝)도 되어 있지 않은 포(砲)를 거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1㎞ 정도 떨어진 곳에 대포의 표적으로 보이는 물체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번 포사격은 실전 목표물 타격 실험인지, 표적은 실물 크기의 물체였다.

천하 디펜스 화포 개발 주임인 박격포는 포신을 거치대에 고정을 시키며 자신의 보조를 하고 있는 이응표 연구원에게 물었다.

“화력 시험은 며칠 전에 끝냈잖아? 뭔데 다시 꺼낸 거야?”

“그걸 전들 알겠습니까? 위에서 하라니 하는 거죠.”

선임의 물음에 이응표는 조금은 짜증난 말투로 대답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화포 개발팀의 실험은 며칠 전 끝났다.

개발부장이나 화포 성능 실험을 참관하던 회사 고위 인사는 물론이고, 군 관계자들도 성공적인 화포 개발에 축하를 했었다.

신형 전차포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것에 고무된 사장의 지시로 금일봉과 함께 특별 포상을 받았다.

그동안 신형 전차포 개발에 휴가도 없이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30일이란 장기 포상이었다.

그런데 달콤한 휴가를 즐기던 화포 개발팀에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그 때문에 이곳 국방 연구소 산하 화포 실험장에 출근한 연구원들은 인상을 쓰며 연구소 창고에 봉인했던 전차포를 꺼내 수입하고 성능 실험을 하던 거치대에 거치를 하였다.

더욱이 신형 전차포는 130㎜ 신형 포탄을 사용한다.

아직 양산이 된 것이 아니기에 한 발을 발사하기 위해선 복잡한 절차를 거쳐 무기고에서 꺼내 와야만 하였다.

사실 신형 전차포뿐만 아니라 이 신형 130㎜ 포탄도 아직까지 극비에 속하는 물건이기에 수령을 하는 것도 참으로 복잡했다.

이런 모든 일을 휴가 중 복귀해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에 짜증이 난 것이다.

두 사람이 이렇게 뭐가 궁금한 것인지 떠들고 있을 때, 차체를 1㎞ 전방에 가져다 두고 온 차체 개발팀의 황유석 박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박격포 박사님, 준비 다 되셨습니까?”

“아, 황 박사! 오랜만이야!”

“아, 예. 그런데 준비는 다 되신 겁니까?”

황유석은 화포 개발팀의 주임인 박격포에게 말을 걸었다가 그가 인사를 해 오자 간단하게 인사를 받으며 다시 물었다.

그런 황유석의 모습에 박격포는 얼른 대답을 했다.

“준비는 다 됐고, 오늘 사용할 포탄만 수령해 오면 준비 끝이다. 그런데 황 박사 무슨 일인데 휴가 중인 우릴 부른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개발을 끝내고 그 포상으로 휴가 잘 보내고 있는 우리 화포 개발팀을 무엇 때문에 부른 겁니까? 누가 화포 성능을 의심합니까?”

이응표는 자신의 선임인 박격포가 차체 개발팀 선임 연구원인 황유석과 이야기를 하고 있자 슬쩍 껴들어 그렇게 물었다.

진짜로 신형 전차포를 개발한다고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리는 바람에 그동안 가정을 소홀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집에 들어가니 한창 재롱을 부릴 나이의 딸까지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낯을 가렸다.

더욱이 밤낮으로 신형 전차포 개발에 몰입을 해서 그런지 부부 관계도 소홀하게 되어 부부 관계도 휘청거리고 있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회사에서 나온 포상금에서 상당 부분 아내와 딸의 선물을 사는 것에 사용하였다. 거기다 남은 돈은 오랜만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행을 갔는데, 이번 일로 일찍 가족 여행을 끝내게 돼 아내와 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응표의 말도 곱게 나오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혹시 예전처럼 국회의 국방위에 있는 이들 중에 자신들이 개발한 신형 전차포의 성능에 대하여 의심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물었다.

“아, 그건 아니야! 이번에 우리 차체 개발부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서 그것을 실험하기 위해 부른 것이야.”

“뭐라고요?”

“뭐? 그게 정말이야?”

황유석의 대답에 처음 반응을 보인 것은 이응표였고, 그와 비슷하게 박격포가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황유석의 말에 반응을 하면서도 보인 태도는 180도 달랐는데, 이응표는 차체 개발부의 연구 성과를 알기 위해 휴가를 간 자신들을 부른 것에 항의의 표시를 했다.

하지만 화포 개발팀의 주임인 박격포의 반응은 그와 달랐다.

방금 황유석이 말한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에 개발한 차체의 장갑을 실험하는 것이었다.

실험을 위해 그동안 화포 개발팀에서 개발한 130㎜ 신형 전차포를 사용하지 않고, 이곳 화포 실험장에 있는 120㎜ 전차포를 가지고 실험을 했었다.

그런데 방금 전 자신들이 개발한 130㎜ 신형 전차포로 실험을 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말인가.

그 말을 뒤집어 보면 차체 개발도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전차나 군함의 경우 장갑 성능 기준이 자신의 주포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하 디펜스에서도 그러한 기준으로 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니 방금 전 황유석의 말을 인용한다면 차체에 올릴 130㎜ 신형 전차포로 직접 실험할 정도로 차체 장갑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전차포를 견딜 수 있다는 말이야?”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수한 박사가 자신하는 것을 보면 완성한 것도 같고…….”

황유석은 박격포의 물음에 뒷말을 흐렸다.

사실 그가 생각하기에 수한이 말한 것이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에너지 실드는 이론적으로야 가능하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그건 바로 에너지 실드에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였다.

길이 9.78m, 폭 3m, 높이 2m의 전차를 반구형으로 둘러쌀 정도의 에너지 실드를 형성하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발생해야 할지 쉽게 계산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작은 상자―마법 발생 장치― 하나 붙인다고 엔진에서 생산하는 전력으로 에너지 실드를 만든다는 수한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겉으로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과학자인 그가 느끼기에는 수한의 말이 너무도 황당무계하게 다가왔다.

자신이 개발한 것이 아니기에 황유석은 말끝을 흐리며 이들에게서 멀어졌다.

한편 방금 황유석이 하고 간 말을 곱씹은 이응표와 박격포는 멀어지는 황유석의 뒷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 주임님!”

“왜?”

“그런데 실험 끝나면 휴가 다시 줄까요?”

멀어지는 황유석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박격포는 느닷없는 이응표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 와중에 잘린 휴가에 대한 질문을 하다니 참으로 개념이 없는 후배였다.

“넌 이 순간에 그런 말이 하고 싶냐?”

개념 없는 후배에 대하여 훈계를 해 봤지만 이응표의 생각은 너무도 단단했다.

“뭐, 차체 개발팀이 개발을 끝냈으면 좋은 것 아닙니까? 혹시 개발 완료했다고 우리처럼 휴가를 주는 것 아닐까요? 저희는 중간에 잘렸는데…….”

사실 이응표가 박격포에게 정작 하고 싶은 말이었다.

중간에 휴가가 잘려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휴가를 회사에서 다시 챙겨 줄 것인가, 하는 그것이 가장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주임이라고 하지만 박격포도 그런 문제를 알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말이 좋아 주임이지 일선에서 직접 뛰는 엔지니어일 뿐이다.

즉, 관리자가 아니란 소리다.

그러니 잘린 휴가를 다시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박격포도 몰랐다.

“몰라, 자식아! 일이나 똑바로 해!”

자신도 모르는 질문을 하자 괜히 화가 난 박격포는 질문을 한 이응표에게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다 했지 말입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두 사람이 황유석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전차포의 거치를 완료했다.

◈ ◈ ◈

화포 실험장 통제실에 있던 수한은 안으로 들어서는 황유석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화포팀은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포탄이 도착하면 시험에 들어가도 됩니다.”

직접 전차포가 거치된 곳을 다녀온 황유석은 자신에게 물어 오는 수한의 질문에 답을 하였다.

황유석의 보고를 받은 수한은 오늘 실험을 총괄 지휘하는 김장군 전무에게 보고를 하였다.

“전차 포탄이 준비되면 테스트를 시작하지요.”

원래라면 이 자리에 김장군 전무가 아닌 정명환 회장이 와 있어야 하지만 천하 디펜스 회장이 회사의 다른 업무를 뒤로하고 직접 차체 방어 테스트를 관장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천하 디펜스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회장이 직접 관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모든 부분의 개발이 완료되어 통합해서 시험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정명환 회장 대신 육상 무기 개발 담당인 김장군 전무가 이번 테스트를 지휘하기 위해 함께하였다.

수한이 전차 개발 수석 연구원으로 있기는 하지만, 나이가 있기에 총괄 지휘하는 사람은 회사에 직위가 있는 김장군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수한이 정대한의 손자이자, 정명환 회장의 조카란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수한이 의무 복무 기간만 끝나면 이곳 천하 디펜스로 들어올 것이라 알려졌기에 다른 연구원들도 수한이 이번 전차 개발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이 된 것에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다.

사실 처음 수한은 그저 천하 디펜스에서 진행하는 신형 전차 개발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서울시스템의 파견 연구원들 중 대표였을 뿐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면서 많은 부분 수한이 설계를 하고 조언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수한의 위치는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 때문에 중간에 수한이 이곳저곳에 참견을 한다며 반발도 있었지만, 정명환 회장의 설명을 들은 연구원들은 모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관련 박사 학위는 물론, 연구 논문이나 또 직접 설계했던 무기들, 그리고 이번 전차 개발 프로젝트에 필요한 디자인이나, 설계 등,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작은 소란은 있었지만 수한의 능력을 눈으로 확인한 천하 디펜스의 연구원들은 더 이상 수한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다.

―화포 개발팀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통제실 스피커에 화포 개발팀에서 무전이 들려왔다.

“전무님! 테스트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말이야…… 저걸로 시험을 해도 괜찮겠나?”

김장군은 수한의 보고에 조금 의문이 들어 물었다.

아직까지 800m에서 120㎜ 포에 대한 방어 테스트에 통과한 장갑이 없었다.

그런데 120㎜ 포에 대한 시험도 하지 않고 바로 130㎜ 신형 전차포로 테스트를 한다는 것에 김장군은 우려를 표했다.

신형 전차포를 한 번 시험에 동원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신형 포탄의 생산 비용도 아직까지 엄청난 가격을 요했다.

물론 전차포가 개발 완료되었으니 포탄은 계속해서 생산이 되겠지만, 아직까지 그 단가가 쉽게 동원될 정도로 낮은 게 아니다.

아무튼 이런 김장군의 우려에도 수한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괜찮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시험이 통과된다면 몇 가지 더 버전을 만들어 시험을 해 보겠습니다.”

“뭐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수한의 말에 김장군은 할 말을 잊었다.

그냥도 아니고 또 다른 버전이 있으며, 그것을 시험하겠다는 수한의 말에 기가 막혔다.

무기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무기를 개발할 때는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어 개발하기보다는 프로토 타입, 즉, 원형 한 가지를 개발하고, 그후 업그레이드 겸 해서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 수한은 벌써부터 버전을 만들어 시험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정 박사, 그건 이번 시험이 끝난 뒤 논의하는 것이 어떻겠나?”

나이나 직급이 높은 김장군이지만 총괄 회장인 정대한이나 그룹 회장인 정명환이 수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함부로 하지 못하고 반 공대를 하며 말하고 있었다.

“전무님, 어차피 저희가 개발하는 전차는 세계 최고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수량이 한정된 국내에만 판매를 하시겠습니까? 우리도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몇 천 대씩 수출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미리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어 시험을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한의 미국이나 러시아의 압력에 밀려 그동안 대한민국이 무기 수출을 할 때 직접 무기를 판매하기보다는 기술을 판매한 것을 꼬집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미리 준비를 하여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직접 물건을 판매하자는 말을 하였다.

확실히 기술을 파는 것 보다도 물건을 파는 것이 핵심 기술의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무기를 판매하는 것이 더욱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물론 부분 기술 이전은 해 줘야 하겠지만 그건 한국도 선진국의 무기를 도입할 때 문구에 넣는 조항이었다.

“응…….”

수한의 이야기를 들은 김장군은 생각지도 못했던 수한의 대답에 깜짝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설마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김장군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뭐, 일단 전무님의 말씀대로 이번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시 논의해 보죠.”

수한은 일단 김장군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실드 마법을 이용한 방어력 향상 테스트가 성공을 한 다음 논의해도 되는 문제였기에 일단 오늘 시험에 충실하기로 하였다.

◈ ◈ ◈

위잉! 위잉!

테스트를 시작한다는 경고 사이렌이 시험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일 분 뒤 포사격을 실시하겠습니다. 시험장 내에 있는 사람은 안전한 대피소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화포 시험장 전역에 설치되어 있는 야외 스피커에서 사이렌과 함께 경고 방송이 울려 퍼졌다.

경고 방송을 들은 사람들은 인근에 마련된 대피소로 몸을 숨겼다.

“지금부터 시험 기체 장갑 방어력 시험을 실시한다.”

김장군은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그의 말이 스피커를 통해 시험장에 울려 퍼지고 시험장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굳어졌다.

“화포 개발팀 준비되었나?”

―완료되었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화포 개발팀 주임인 박격포의 보고가 들려왔다.

“그럼 내 지시에 따라 최초 전면 사격, 측면 사격, 후면 사격을 하겠다.”

―수신 완료!

김장군 전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격을 준비하고 있는 화포 개발팀의 박격포 주임의 보고가 들어왔다.

그 말은 김장군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는 말이었다.

화포 개발팀과의 교신을 마친 김장군은 시계를 돌아보았다.

초침이 12시를 가리키자 발사 명령을 내렸다.

“발사!”

―발사!

김장군의 명령에 화포 개발팀에서도 복명복창이 들려왔다.

포사격에서는 한 치의 실수가 인명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에 명령을 받으면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복명복창을 하게 되어 있었다.

쾅!

저 멀리 보이는 신형 전차포가 포탄을 발사하였다.

엄청난 소음과 함께 포신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지금이 비록 낮 시간이었지만, 130㎜ 포에서 터져 나온 불꽃은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을 한순간 하얗게 밝혔다.

너무도 밝았던 전차포 불꽃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표적의 상태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대기!”

―대기!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화포 개발팀은 전차포에서 떨어졌다.

“감적팀! 표적 확인!”

통제실의 명령에 표적 근처 감적호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표적이 되었던 차체를 확인했다.

―이상 무!

“그게 무슨 말인가?”

김장군 전무는 표적을 확인한 감적팀의 보고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런 김장군의 물음에 감적팀에서 보고가 들려왔다.

―표적에 탄착 흔적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하기 바란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김장군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것을 지시하였다.

수한에게 이번 실험에 대하여 사전에 설명을 듣기는 하였지만, 정말로 그런 시험이 성공을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탄착 흔적 없습니다.

그런데 다시 들려온 감적팀의 보고에 김장군은 물론이고, 통제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수한을 돌아보았다.

설마 정말로 에너지 실드가 작동을 했을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차포의 섬광 때문에 표적이 맞았는지 볼 수 없었던 김장군은 얼른 시험을 녹화하고 있던 카메라를 돌렸다.

빠르게 되감기를 하고 천천히 재생이 되는 화면 속에 최초 포탄을 발사하는 전차포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느린 화면으로 1㎞ 떨어진 곳에 있는 표적에 명중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런데 포탄은 표적 근처까지 날아가다가 무언가 투명한 막에 부딪힌 것인지 폭발해 버렸다.

이번 시험에 사용된 포탄은 대전차 고폭탄으로 탄두 내부에 화약이 들어 있는 탄이었다.

표적에 닫기도 전에 투명한 막에 부딪혀 폭발하는 탄두를 보며 화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장면이 화면에 딱 하니 송출되고 있었다.

그런 장면을 확인한 이들은 화면을 보면서도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전무님, 테스트를 계속 진행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까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김장군을 보며 수한이 한마디 하였다.

이제 겨우 초탄을 발사한 것이다. 앞으로 측면 사격과 후면 사격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곧 두 실험이 쓸데없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정 박사님!”

“네?”

수한은 시험을 계속 진행하려고 하였는데, 이때 황유석이 수한을 불렀다.

그에 대답을 한 수한에게 황유석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에너지 실드에 막혀 차체에 포탄이 도달하지도 않는데, 굳이 측면 사격과 후면 사격이 필요하겠습니까? 차라리 에너지 실드가 몇 발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시험을 하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

황유석의 말을 들은 수한은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군! 실드 마법에 막히는데 굳이 무의미한 시험을 더 할 필요는 없지.’

그의 말이 옳았기에 수한은 자신의 생각을 철회하고 황유석의 말대로 시험의 방향을 바꾸기로 하였다.

옆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장군도 황유석의 말대로 그게 옳은 판단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한편 이런 엄청난 방어 시스템을 만들어 낸 수한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그런데 사실 수한조차 자신이 만든 실드 마법 발생 장치에서 생성된 마법이 이렇게 효과가 좋을지 생각지 못했다.

사실 실드 마법은 저클래스 마법에 속한다.

비록 수한이 만든 마법 발생 장치가 상급 마나석에 해당하는 옥으로 만들어진 마법진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한계를 넘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수한의 예상 밖으로 너무도 좋았다.

수한은 실드 마법으로 그저 차체에 포격을 받기 전 힘을 분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실드 마법을 적용했다.

그런데 지구에서 처음 선보인 실드 마법은 마법진을 이용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마나석이 아닌, 마나석과 비슷한 옥으로 마법진을 생성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계산 이상의 효과를 내었다.

◈ ◈ ◈

박창규 국방 과학 연구소 소장은 연구원의 보고에 깜짝 놀랐다.

오늘 천하 디펜스에서 차세대 주력 전차의 장갑 방어력 시험을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대한민국이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을 선언한 지도 벌써 3년이나 되었다.

몇몇 업체에서 컨소시엄을 형성해 도전을 하였지만, 현재 남아 있는 업체는 천하 디펜스 컨소시엄과, 일신그룹이 주축이 된 일신 컨소시엄 두 곳뿐이다.

하지만 육군의 높은 성능 요구에 아직까지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박창규 소장도 잘 알고 있었다.

박창규 소장 또한 무기 개발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육군이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국방 과학 연구소에서 기술을 지원해 무기 개발을 해야 할 일이지만, 사실상 국방 과학 연구소는 이번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에서 손을 떼고 있는 상태다.

그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괜히 껴들었다가 덤터기를 쓸 수도 있기에 처음부터 강력히 주장해 국방 과학 연구소는 뒤로 빠졌다.

처음 그의 이런 주장을 할 때만 해도 각계각층에서 많은 질타가 있었지만 솔직히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포기한 연구였다.

박창규 소장 본인도 독일이나 미국의 무기 개발자들처럼 더 이상 전장에서 전차는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주장하지는 않지만, 과거처럼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 소규모 국지전 또는 시가전이 주를 이룰 것이라 생각해 그에 맞는 전차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장갑 방어를 위한 두터운 장갑을 두른 중전차가 아닌, 신소재를 이용한 보다 가볍고 작은 경전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판단 때문에 국방부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었다.

어차피 전차를 상대하는 방법은 무척이나 많다.

굳이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비슷한 성능의 중전차를 개발해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전차를 상대할 때 항공 전력이나 보병이 운영하는 대전차 미사일도 있다.

차라리 대전차 미사일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 보다 싸게 먹힐 수도 있는 일이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천하 디펜스에서 개발한 최신의 대전차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에 박창규 소장은 천하 디펜스나 일신 컨소시엄이 괜히 헛심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전 너무도 엄청난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에너지 무기가 완성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이것을 무기라고 분류를 해야 할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군사 무기로 활용을 하니 무기로 분류를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천하 디펜스 컨소시엄에서 대형 사고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문제로 대한민국은 한동안 큰 시달림을 겪을 것이 분명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집요한 압력과, 기술을 빼내기 위해 침투시킬 스파이들, 그리고 관계자들에 대한 은근한 회유 등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은 분명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1㎞ 거리에서 130㎜ 신형 전차 포탄을 세 발이나 견뎌 냈습니다.”

“헉!”

보고를 하는 직원의 말에 박창규 소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형 전차 포탄의 파괴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창규 소장이다.

130㎜ 신형 전차 포탄을 개발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본인이어었다. 그렇기에 천하 디펜스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에너지 무기가 세 번이나 연속으로 막아 냈다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천하 디펜스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신형 전차포와 신형 포탄의 조합이 가지는 파괴력은 지금까지 최고라 생각하던 러시아의 140㎜ 전차포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비록 구경에서 밀리기는 하지만, 러시아가 사용하는 140㎜ 전차 포탄의 텅스텐 탄자보다, 대한민국 국방 과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130㎜ 신형 전차 포탄의 탄자가 훨씬 단단하고 강력했다.

더욱이 장약의 모든 힘을 탄자가 받을 수 있게 고안된 포탄의 설계로, 비록 구경은 러시아에서 개발한 전차포보다 10㎜나 작았지만 파괴력은 비슷했다.

그런데 그런 전차포를 세 번 연속 막아 낸다는 말에 아니 놀라겠는가?

그 말은 세 번 적중을 해도 살아날 수 있다는 소리다.

140㎜ 전차포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직격하고도 살아날 수 있다는 소리는, 적보다 세 번 더 공격할 기회를 가진다는 소리였다.

산술적으로 세 배의 적과 동등한 교전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물론 군사학적으로 계산을 하면 조금 다를 테지만.

그런데 국방부나 육군에서 차세대 전차의 대항마로 생각하는 전차가 러시아의 T―95전차다.

아직 북한에 수입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동맹관계에 있기에 북한이 T―95전차를 보유했다고 상정해 개발을 하고 있었다.

사실 T―95는 1995년에 개발이 되었다가 러시아의 경제 사정으로 중단이 되었다.

아니, 개발하다 중단하였다기보다는 개발을 완료했으나 생산 단가가 너무도 높은 관계로 실전 배치할 수 없어 중단을 한 것이다.

그러다 2018년이 되어 러시아의 경제 사정이 어느 정도 나아지고, 또 같은 공산국가이기는 하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팽창으로 러시아를 위협할 정도로 군사력이 상승하였다.

더욱이 중국은 어떻게 빼냈는지 자신들이 중단한 T―95를 카피해 실전에 배치를 하려고 한다는 첩보를 획득하였다.

그래서 러시아는 부랴부랴 T―95를 개발 완료하고 국경 지역에 실전 배치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러시아의 T―95의 장비들은 대한민국이 개발하는 차세대 주력 전차에 들어가는 장비에 비해 구형일 수밖에 없다.

즉, 화력은 비슷한데, 방어력이나 기동성은 대한민국이 개발하는 전차의 성능이 우위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박창규 소장의 예상처럼 대한민국을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전차에 대하여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은 빤했다.

이미 화력 부문에서 대한민국이 개발한 전차포의 성능이 러시아의 T―95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졌을 것이다.

물론 그 정도는 미국이나 독일이 이미 개발했으니 알려져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 에너지 무기는 다르다.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무기로 인해 러시아의 전차포는 그 가치를 잃었다.

주변국에 이 소식이 알려진다면 분명 뭔가 반응이 나올 것이고, 대한민국은 그로 인해 몸살을 앓을 것이다.

보고를 받으면서도 박창규 소장은 이런 생각에 골머리가 아파 왔다.

그냥 세라믹 장갑을 개발해 육군이 요구한 성능을 충족했다면 이렇게 경악하지 않았을 것이다.

“젠장!”

박창규 소장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하고 말았다.

그만큼 그가 받는 스트레스가 막대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일개 무기 개발 소장으로서 그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가 자신의 조국인 대한민국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참으로 힘없는 나라의 설움이기도 했다.

최고의 것을 만들고도 주변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런 것을 해소하기 위해 박창규는 일찍 미국에 유학을 가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엄청난 보상을 들이밀며 유혹하는 미국과 중국 등 외국의 기업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현실은 박창규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힘들었다.

대한민국을 주도하는 위정자들은 주변 강대국의 압력에 맞설 생각은 하지 않고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작은 이득에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개발한 것들을 외국에 넘겨주고 이득을 취할까,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넘어간 군사 비밀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랐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박창규 소장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 천하 디펜스 컨소시엄에서 신(新)개념 에너지 무기를 개발했다고 하니 이것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질지 보지 않아도 훤했다.

그리고 정말로 박창규 소장이 보고를 받고 있을 때, 또 다른 곳에서 같은 보고를 받는 이들이 있었다.

◈ ◈ ◈

“보스! 보스!”

도널드 더크는 집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미국 CIA 동북아 책임자인 그는 사무실이 있는 이곳 한국의 정보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정보도 모두 취합해 그 안에서 조국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업무 시간이 이미 지났음에도 그의 책상에는 많은 서류들이 남아 있었다.

사실 이렇게 종이 서류로 된 보고서는 현대에는 잘 활용하지 않는 방법인데, 도널드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컴퓨터 모니터에 올라오는 정보로는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이렇게 서류를 만들어 보고를 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그의 부하들은 각지에서 보내지는 정보를 도널드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한참 서류를 뒤적이며 정보를 파악하고 있을 때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부하의 모습에 고개를 들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부하의 물음에도 너무도 차분하게 물었다.

그런 상사의 모습에 급하게 도널드 더크를 부르며 사무실로 들어온 미키 루크가 대답을 하였다.

“한국에서 획기적인 방어 무기를 개발했답니다.”

“방어 무기?”

미키 루크의 말에 도널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했다.

‘한국이 그동안 어떤 방어 무기를 개발하고 있었지?’

부하의 대답에 도널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정보에 한국이 방어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예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를 도입하려다 중국의 반대에 실패하고, 자체적으로 개발을 하려다 기술적 어려움에 포기하였다.

그 뒤로 더 이상 미사일 방어에 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한국이기에 방어 무기를 개발했다는 미키의 보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오늘 한국의 ADD 화포 실험장에서 한국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전차의 장갑 방어 실험이 있었습니다.”

미키의 보고에 도널드도 이미 그 실험에 대하여 보고를 받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실험은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미 미국도 러시아의 T―95에 대항하기 위해 전차를 개발하려 하였지만, T―95의 화력을 방어하기 위해선 너무도 과도한 장갑의 증가와 그에 따른 중량의 증가, 그리고 무게가 늘어난 것에 따른 기동성 하락으로 생존성이 좋지 못하다는 관계로 개발이 중단되었다.

기존의 장갑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T―95의 140㎜ 전차포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 러시아의 T―95에 대응하는 전차를 개발하겠다고 발표를 했을 때 많은 관계자들이 한국을 비웃었다.

비록 한국이 전차를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독일을 앞서는 것은 아니다.

K―2흑표가 꽤 뛰어난 성능의 전차라고 하지만 3.5세대의 전차이고, 또 그중에서도 하위에 속하는 전차다.

가격대 성능비가 조금 우수하다고 해도 그뿐이다.

그런 전차를 개발한 나라가 전차 선진국인 독일이나 자국이 포기한 것을 완성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는 너무도 웃긴 코미디였을 뿐이다.

도널드도 당시 한국의 국방부 장관이 그런 발표를 했을 때, 괜히 돈만 날리는 일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 돈이면 그냥 자국의 무기를 더 구입할 것이지 하는 생각마저 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부하는 그 일을 꺼내며 뭔가 보고를 하려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어떻다는 말이지? 이미 한차례 보고가 있었지 않나?”

비록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알지만, 한국에서 발표를 하고 연구에 들어갔기에 그동안 감시를 하며 정보를 취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들어오는 보고에 전차포의 개발은 완료가 되었지만, 역시나 장갑 방어력이 많은 연구원들의 보고와 같았다.

현대 과학으로는 1,200㎜의 장갑 방어력이 최고였다.

그렇지만 T―95의 장갑 파괴력은 2㎞에서 1,100㎜다.

그 말은 현존하는 모든 나라의 주력 전차의 장갑을 2㎞에서 파괴할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한 말이었다.

그렇기에 미국도 독일도 새로운 전차의 개발을 포기한 것이다.

그저 너 죽고 나 죽고 하는 심정으로 기존의 전차에 T―95의 장갑을 파괴할 수 있는 130㎜ 신형 전차포를 장착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교전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했기에 T―95를 능가하지 못한다면 같이 파괴할 수 있는 전차를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미국이나 독일이 이득인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T―95가 생산 단가가 기존의 러시아 전차들에 비해 비싸다고 하지만, 미국의 M1A3나 독일의 레오파드2A7전차보다는 훨씬 싼 전차였다.

즉 일대일 교환으로는 러시아 보다 미국이나 독일이 손해라는 소리였다.

그에 비해 한국의 전차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의 전차 생산 단가는 위정자들의 장난만 아니라면 무척이나 싼 가격에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도널드는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한국이란 나라가 참으로 알 수 없는 나라란 생각을 하였다.

보통 나라의 지도부가 부패를 하면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낙후된다.

하지만 한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지는 않지만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였다.

그렇기에 더욱 지켜보며 감시를 해야만 했다.

한국은 마치 동양의 전설처럼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일지도 몰랐다.

더욱이 몇몇 한국의 과학자들의 우수성은 이미 CIA나 러시아의 총정보국(GRU) 등 많은 나라의 정보국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더크 CIA 동북아 정보 담당자도 상부의 지시로 몇몇 한국의 과학자들에 꼬리를 붙여 감시를 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 과학자쯤은 아무도 모르게 납치나 부득이한 경우 암살도 하는 것이 CIA.

본국의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 어느 때라도 대상을 제거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다.

“그건 이미 실패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도널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하여 말을 하였다.

그에 미키도 그렇다고 대답을 함으로써 도널드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였다.

“그런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답답한 도널드는 부하에게 짜증을 내며 물었다.

그런 도널드의 질문에 오늘 한국의 ADD에서 올라온 정보를 보고하였다.

“한국에서 에너지 실드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뭐?”

도널드는 부하의 보고를 듣다 깜짝 놀랐다.

에너지 실드, 다른 말로 플라즈마 실드라고도 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해 보호막을 형성해 물체를 방어하는 미래의 무기다.

아직까지 과학계에서는 실현 불가능이라 보고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이 그런 오버테크놀로지를 완성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게 사실이야?!”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도널드는 그런 자신의 반응을 느끼지 못하고 부하인 미키를 주시했다.

“예, 사실입니다. ADD에 있는 제이슨 김의 보고에 의하면, 오늘 있었던 천하 디펜스 컨소시엄에서 실험한 것이 바로 그것이라 합니다.”

제이슨 김은 ADD에 근무하는 과학자로, CIA에 포섭이 된 사람이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할 당시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박사 학위를 딴 그를 CIA에서는 놓치지 않고 많은 돈과 시민권을 미끼로 포섭을 하였다.

그가 원할 때 시민권을 부여하고 보호를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포섭을 하였는데, 그동안 그는 한국에 신무기를 개발할 때마다 그 정보를 CIA에 넘겨주며 막대한 정보비를 받았다.

이번에도 그는 한국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주력 전차에 대한 정보를 CIA에 넘긴 것이다.

그런 제이슨 김의 정보라는 말에 도널드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에게 연락해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캐내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래,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자세하게 알아보라고 해! 그리고 빼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하고.”

“예.”

보고를 맞힌 미키는 얼른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가는 미키의 뒷모습을 보던 도널드는 뭔가 고심을 하더니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전화기가 있었는데, 첩보 영화에서 스파이들이 사용하는 보안이 철저한 전화기 같았다.

“국장님! 도널드입니다.”

CIA동북아 책임자인 도널드는 자신의 상관인 CIA 국장에게 직통 전화를 걸어 조금 전 미키에게 들은 정보를 보고하였다.

이렇게 국방 과학 연구소 산하 화포 실험장에서 있었던 천하 디펜스 컨소시엄의 장갑 방어력 실험에 대한 정보는 CIA뿐 아니라 많은 곳에 알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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