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40화 (40/118)

5. 프로토 타입

수한이 연루된 클럽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 되는 듯하였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것이 꼭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변호사들이 나서서 서로 합의를 보고 손해배상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 하고 모두 끝냈는데, 사건은 그 다음 날 벌어졌다.

어떻게 알려진 것인지 아침 뉴스에 어제 있었던 클럽에서 수빈과 수한 그리고 대일 병원 원장 아들 간의 다툼이 방영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대일 병원도 병원이지만 천하 엔터에 비상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그 자리에 국내 최고 아이돌그룹인 파이브돌스가 함께하고 있었으며,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여자 연예인도 자세한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를 해 나오긴 했지만,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금방 수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델 활동과 드라마 배우 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수빈이기에 요즘은 파이브돌스 멤버 예빈의 동생이 아닌, 수빈으로 더 알려진 상태다.

특히나 전날 드라마 촬영과 인터뷰 스케줄 때문에 입고 있던 복장 그대로 사진에 나온 것이라, 신문사는 뉴스가 나간 뒤, 인터넷에 모델 겸 배우인 수빈이 아닌가, 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뒤로 정황 증거라며 당시 클럽에 있던 손님들 중 상황을 촬영했던 사람들의 증거 영상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이쯤 되자 이미 사전합의는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건을 덮기 위해 합의를 했는데, 이대로 두었다가는 피해자인 수빈이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구설수에 오르면 누가 잘잘못을 하였던 나중에 피해를 보는 것은 여자였다.

특히나 예쁜 여자 연예인이라면 그 피해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처음 사건을 두고 옥신각신하다 중간에 엉뚱한 상상을 하는 이가 끼어들면 그때부터는 사건의 진실공방이 아닌 자신들끼리 이전투구를 하는 전장으로 변한다.

그리고 결국 모든 잘못은 사건현장에 있던 여자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천하 엔터에서는 뉴스가 나간 뒤 빠르게 대처를 하였다.

당시 클럽 관계자에게 받은 당시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는 CCTV 영상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인 것이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큰 사고가 없었기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쌍방합의를 하여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발표를 하였다.

이렇게 천하 엔터에서 뉴스가 나가고 난 뒤 즉각적인 해명과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를 하였다. 하지만 가해자인 유승민과 대일 병원 측에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잠시 소란이 일기는 했지만, 뒤늦게 대일 병원에서도 천하 엔터가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인정을 하여 사건은 커지지 않고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그 일로 사건 당사자인 유승민은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미국으로 도피를 하였다.

아직 방학 기간이 조금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런 사고를 치고 한국에 남아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었다.

유승민이 이렇게 급하게 미국으로 나간 것은 천하 엔터에서 뉴스가 나가고 난 뒤,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한 파이브돌스의 극성팬과 수빈의 팬들 일부가 대일 병원과 집 주변에 몰려와 썩은 달걀 투척을 하는 등 테러를 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몰지각하게 병원 로비까지 몰려가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병원 입구 담벼락에 페인트 낙서와 달걀 투척을 하는 모습이 뉴스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팬들을 욕하는 이들은 없었다.

학창 시절 유승민의 행했던 사고들이 잇달아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번 사고도 흔한 연예인의 스폰서나 상납과 같은 자극적인 사건이 아닌 전적으로 유승민의 범죄로 인식이 되었고, 모든 지탄의 시선이 그에게 돌아갔다.

이렇게 유승민의 학창 시절 그가 행했던 사건사고가 알려지면서 인터넷 악플러도 악성 댓글을 달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되다 보니 유승민의 부모로서는 아무리 못났든 자식이기에 일찍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유승민의 집과 대일 병원에 행해지던 팬들의 테러는 중단이 되었다.

물론 천하 엔터와 파이브돌스 그리고 수빈이 나서서 팬들에게 자제를 부탁을 하였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수빈과 함께 있던 수한이 팬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었다.

남다른 수한의 모습으로 인해 일부 안티들은 이것이 천하 엔터에서 준비 중인 신인을 홍보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잠깐 돌기는 했지만 파이브돌스 골수팬 중 한 명이 올린 사진으로 그러한 루머는 금방 사라졌다.

팬이 올린 사진은 바로 3년 전 있던 파이브돌스의 스캔들 기사의 일부였다.

수한이 누나인 수정과 그녀와 함께 활동을 하는 파이브돌스 멤버들과 처음으로 저녁을 먹고 나오다 벌어졌던 사고에 대한 기사와 당시 사진이었다.

기사에 수한의 신분이 자세히 나와 있었기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수한에 관한 루머는 당시처럼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다.

◈ ◈ ◈

수한은 루나의 생일날 고속도로에서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를 막기 위해 우연히 발현시킨 마법을 전차 개발에 응용하기 위해 연구에 들어갔다.

그동안 부족했던 방어력 향상을 위해 그렇게 궁리를 해 보아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는데, 드디어 그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마법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수한 본인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분명 존재는 한다.

그렇지만 마법은 수한 혼자만 사용이 가능한 것이라 이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였다.

더욱이 적용을 하고도 실제로 작동이 되어야만 했다.

물론 수한이 탑승을 하지 않고 일반 전차 승문원들이 운용을 해야 할 것이기에 마력이 없이도 전차에 적용된 실드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 때문에 수한은 처음 마법을 생각해 낸 지도 한참이 지나서야 현실에 마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것은 이곳에도 전생의 이케아 대륙에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필수 조건인 마나석이 존재했던 것이다.

물론 100% 같은 것은 아니었다.

세상이 다르니 마나를 담고 있는 마나석 역시 그 특성이 다른 것인지, 이케아 대륙의 마나석은 어느 정도 등급이 되면 자체적으로 소비한 마나를 흡수해 마나를 적정 농도 유지하는 데 비해, 지구에서 발견한 광석은 마나를 발산한다는 특징은 같았으나, 마나를 자가 복구하는 기능은 없었다.

즉, 한마디로 두 세계의 마나석을 비교한다면 이케아 대륙의 그것은 자체 충전 기능이 있는 충전지라면, 지구의 마나석은 한번 소비하면 충전이 되지 않는 일반 건전지와 같았다.

수한에게 있어 이런 것이라도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자신의 조국인 대한민국에 상당량이 분포되어 있는 자원이기에 더욱 좋았다.

사실 수한이 지구에서 마나석을 찾은 것은 오래전부터다.

일신그룹의 추적을 뒤로하고 현운사에서 숨어 지낼 때, 수한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최우선으로 전생에 익혔던 마법을 수습하기로 하였다.

비록 전생의 기억과 정신력을 가지고 있던 수한이지만, 지구에 있는 마나 분포는 전생의 그것과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너무도 미미한 마나의 농도와 난개발로 인한 마나의 오염은 수한이 마법을 수련하는 데 많은 걸림돌이 되었다.

어렵게 마나를 모아도 오염된 것이라 그것을 다시 정제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지식에 비해 마력의 양이 적어 높은 경지로 오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마법의 경지를 올리고 있을 때, 우연히도 마나를 품은 물건을 발견하였다.

◈ ◈ ◈

아침 일찍 조식을 마친 수한은 3년 전 발견한 자신의 아지트로 가기 위해 산길을 올랐다.

수한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선 현운사 뒤로 300m 더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300m쯤 올라가면 샛길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그 샛길을 따라가면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원래는 이 샛길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

지리산 골짜기를 돌아다니는 산짐승들이나 다니는 길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이 길로 수한이 다니다 보니 어느새 작은 산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무튼 새벽 수련을 마치고 개인 시간이 주어졌기에 수한은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아지트에서 마법을 수련하기 위해 산길을 오르는 중이다.

‘아, 너무도 느리다. 언제 전생의 경지를 찾을 것인가? 이곳의 마나 분포도가 너무도 낮으니…….’

수한은 산길을 오르며 그런 생각을 하였다.

벌써 이곳에 온 지도 9년이나 되었다.

만 6개월에 납치가 되고, 또 납치된 곳을 빠져나와 이곳에 숨어든 지도 벌써 9년이나 흐른 것이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또 이 세상에 없는 마법을 익혀 위기에서 벗어났다.

물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에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수한은 마법만이 자신을 지키고 또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의붓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양육을 하고 있음을 수한은 잊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수한은 어떻게든 자신 주변인들을 본인이 직접 구할 수 있는 힘을 원했다.

전생에 7클래스의 마법을 가지고도 자신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확실하게 구원하지 못했다.

비록 중간에 배신자가 있었기에 완벽하게 구원할 수 없었던 것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무튼 수한은 전생의 기억 때문에라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하고 싶었다.

그러했기에 친부모 곁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이곳 지리산에서 나가지 않은 채 납치범들을 피한다는 핑계로 마법을 수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법은 생각처럼 경지가 오르지 않았다.

이것은 수한이 전생에 비해 자질이 부족해서도 또 깨달음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수한이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 원인은 바로 이곳 지구가 수한이 전생에 살던 이케아 대륙보다 마나의 분포가 낮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적은 마나도 인간들의 개발과 공해로 많이 혼탁했다.

그 때문에 도시보다 깨끗한 자연 상태를 간직한 지리산이라고 하지만, 이케아 대륙에 비해 많이 탁했다.

그래서 그런지 수한은 마나를 모아 바로 자신의 마력으로 만들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마나를 정제해야만 했다.

그래야 아무런 탈 없이 몸 안에 있는 순수한 마력과 결합을 하여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혼탁한 마나를 바로 마력으로 만들어 순수한 마력과 결합을 하게 된다면 마력이 적을 때야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마력을 쌓아 갔을 때 결국 큰 탈이 나고 말 것이다.

몸 안에 있는 마력이란 것은 어떻게 보면 생명체의 생명력과도 연관이 있는 에너지였다.

물론 안으로 파고들면 조금 더 복잡한 것이 있지만 마력이 많아지면 생명체의 수명이 늘어나기에 전혀 연관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아무튼 그런 생명력에 오염된 마력이 흘러들게 되면 생명력에 타격을 받아 마력이 늘어나도 오히려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었다.

혼탁한 마력은 생명력을 갉아먹고 오염을 시켜 세포를 파괴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수한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전생에 수한이 익혔던 마법 때문이었는데, 전생의 수한이 마법의 근간이 된 것도 생명체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연구하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갈래인 라이프 포스 학파다.

이 라이프 포스 학파의 마법사들은 클래스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이 오염된 마력을 쌓은 이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마법학파보다 클래스를 올리는 데 월등했기에 많은 마법사들이 이 방법으로 마력을 키웠다.

이 때문에 라이프 포스 학파는 순식간에 이케아 대륙에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지만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무섭게 기세를 떨치던 라이프 포스 학파는 학파를 부흥시켰던 이것 때문에 오히려 많은 학파의 공격을 받아 멸망하게 되었다.

많은 학파의 마법사들이 라이프 포스 학파에서 알린 마력을 쌓는 방법으로 클래스는 높이다 부작용으로 불구가 되거나 심한 경우 죽기도 하였다.

부작용은 마나 트러블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특히 높은 클래스에 있던 마법사나 마도사들의 피해가 심하였다.

이는 몸에 많은 마력을 쌓고 있는 마도사들이 정상적인 클래스보다 많은 마력이 몸에 쌓이다 보니, 이를 통제하지 못하여 몸 안에서 마력이 폭주를 하였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각 학파의 마법사와 마도사들은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반성하기보다는 이러한 방법을 퍼뜨린 라이프 포스 학파에 죄를 전가해 그들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러한 학파의 역사가 있었기에 살아남은 라이프 포스 학파의 마법사들은 오염된 마나를 마력으로 혼합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사실 다른 학파의 마법사들만 이런 마나 트러블을 겪은 것이 아니라 라이프 포스 학파 내에서도 많은 고위 마법사들이 마나 트러블로 인해 유명을 달리했기에 다른 학파의 공격이 없더라도 빠르게 무너졌을 것이다.

아무튼 수한은 오염된 마나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몸에 마력을 축적할 때는 아주 세심하게 마나를 컨트롤 하였다.

더욱이 이 세상에는 자신이 마나 트러블을 겪을 때 도와줄 마법사가 아무도 없었기에 더욱 조심을 하였다.

두 시간이나 마나를 모으는 일에 매진을 하였지만, 모인 마나는 얼마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얼마 되지 않은 마나도 깨끗하게 정제를 하고 나면 정말로 코딱지만큼도 되지 않았다.

‘이렇게 마나를 모아서 언제 전생의 경지에 오르고 부모님을 찾아가지…….’

수한은 오전 수련을 끝내고 자세를 풀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전생의 경지만 되찾으면 그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마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든 생각이었으며, 이러한 목적이 없었다면 진즉에 친부모를 찾아갔을 것이다.

부모님께 효도를 하는 것은 자신이 마법 실력을 모두 갖춘 이후 안전이 확보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록 현재는 불효를 하는 것일망정, 다시 누군가에게 납치가 되거나 위험에 빠지면 부모님을 걱정하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마법에 매진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고 모이는 마나의 양은 미비해 가슴이 답답했다.

‘제길, 이 세상에 마나석이라도 있었으면 도움이 될 텐데…….’

벌써 지리산에 들어온 지 9년이나 되었다.

하지만 수한의 경지는 겨우 3클래스 유저의 수준이었다.

마스터도 아니고 유저의 경지일 뿐이기에 수한은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구의 마나 분포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수한의 수련 속도가 빠른 것이다.

물론 그건 수한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7클래스의 경지에 들었던 경험이 있고, 또 8클래스의 깨달음을 얻었으며, 9클래스로 가는 힌트를 얻은 수한이다.

그런 그에게 3클래스 유저의 경지는 정말이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다.

아무튼 이런 생각 후에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현운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현운사로 들어오던 수한은 현운사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분주함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의 현운사는 지리산 입구의 대사찰인 백운사의 분사였기에 스님으로는 자신의 의붓 할아버지기 되어 준 혜운뿐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현운사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주지이자 유일한 스님인 혜운과 자신의 양어머니인 최성희 그리고 본인뿐이다.

그런데 지금 현운사 안으로 들어서는 그의 눈에는 여러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 오늘이 모임이 있는 날인가 보구나!’

수한은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들이 무엇 때문에 조용한 현운사를 찾았는지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수한은 현운사 안으로 들어서며 보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하였다.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수한의 인사를 받으며 일부 어른들은 수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덕담을 해 주시거나 평소 먹지 못했던 과자를 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어? 어디서 마나가 느껴지는 것이지?’

수한은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는 도중 어디선가 마나가 느껴졌다.

평소 느끼던 오염된 마나가 아니라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마나였다.

가까이서 느껴지는 이 순수한 마나로 인해 수한은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수한의 눈에 마나가 있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 느꼈던 순수한 마나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보이지 않자 수한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디지? 어디서 느껴지는 것이야!’

그것만 알 수 있다면 부족한 마나를 보충해 빨리 경지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마나의 근원을 찾을 수 없자 조급해진 것이다.

금방 사라진 그 순수한 마나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한은 점심을 먹고 한 참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얼마 뒤 자신이 아까 느꼈던 순수한 마나를 풍기던 것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순수한 마나를 풍기던 것은 현운사를 찾은 방문객 중 한 명이 끼고 있던 가락지에서 풍기던 기운이었다.

나중에야 그것이 옥가락지란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그것이 오래전부터 신비한 힘을 간직하고 있는 왕이나 권력자들에게 진상되었던 물건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뭐 지금이야 돈만 있으면 구입할 수 있는 보석의 일종이긴 하지만, 아무튼 마나를 품은 물건을 이곳에서도 발견하게 된 것이 수한에게는 중요했다.

‘저것만 있으면 경지를 올릴 수 있다.’

수한은 손님이 끼고 있는 옥가락지에 시선을 집중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어린 시절 수한은 이 세계에도 마나를 품은 마나석과 같은 물질을 발견하고 그것이 옥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순수한 마나를 품고 있는 옥을 이용한다면 빠른 시일 안에 전생의 실력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옥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수한은 자신이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했음을 알게 되었다.

마나를 품고 있는 보석이 아무리 마법이 없는 세계라고 하나, 싸게 거래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정말로 어리석었다.

마나라는 것은 생명의 기운과도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한이 그것을 놓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한이 본격적으로 혜원에게 무술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공양이라면서 지킴이 회원 중 몇 명이 현운사에 보약을 지어 보냈다.

그런데 혜원은 자신에게 들어온 보약을 손자인 수한에게 먹였다.

이미 육체가 노쇠하여 약발이 받지 않을 것이니 차라리 어린 수한이 먹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보약을 달여 먹였다.

수한은 당시 보약을 먹으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엄청난 마나를 느끼며 깜짝 놀랐다.

아무튼 그렇게 경지에 올랐던 수한이 그동안 이 세상의 공부를 하면서 마법을 잊고 있었다.

마법이 없는 곳에서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이목을 끌게 된다.

수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기득권자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소유하는 일을 참지 못한다.

자신이 뺏거나 아니면 아무도 갖지 못하게 부셔 버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동안 자신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철저히 숨겼다.

물론 아예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마법을 사용하기는 하였다.

그랬기에 어린 나이에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또 다른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더욱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이란 나라가 쉽게 수한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수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한은 자신을 붙잡으려는 미국의 여러 단체들을 따돌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수한은 몇몇 미국 고위 공무원들을 세뇌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수한은 아직도 미국 땅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수한은 XK―3의 부족한 방어력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자 본격적으로 XK―3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기본 디자인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하였지만, 내부 설계는 다시 해야만 하였다.

실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마법진을 보이지 않게 그려야 할 것이며, 또 그것을 발동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선 또 다른 장치가 필요하였다.

그런데 이 장치란 것이 겉으로 보기에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그 장치를 뜯어 보고 복사를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겉으로 보이는 외양이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을 한다는 말이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구상하고, 또 그것의 위치를 정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수한은 이왕 마법을 XK―3에 적용을 하기로 계획한 김에 라이트 마법도 함께 적용하기로 하였다.

수한이 라이트 마법을 생각하게 된 것은 무거운 전차의 중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야 기동성이나, 장갑의 두께를 더 늘려 방어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해 봐야 하겠지만, 장갑을 그대로 두어 기동성을 높이는 타입이나, 아니면 속도를 늘리지 않는 대신 장갑의 두께를 늘려 방어력을 늘리는 것, 그리고 마법을 두 가지 적용하는 것이 아닌, 각각 실드 마법만 적용한 것과, 라이트 마법만 적용한 타입 등 다양하게 실험을 하려고 결심했다.

마법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을 하자 이제는 몇 가지 테스트 할 것이 생각났다.

이것을 잘 체크한 수한은 일단 처음 생각했던 실드 마법과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마법진을 설계하였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라이트 마법을 똑같은 방법으로 설계를 하고는 마지막으로 두 가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진을 설계하였다.

마법은 두 가지이지만, 설계는 이렇게 세 종류를 하여 테스트를 하기로 하였다.

설계를 마친 수한은 이것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테스트를 하기로 하였는데, 그것은 마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기 때문이다.

막말로 돈에 눈이 어두워 미국이나 주변 강대국에 팔아먹을 수 있었다.

물론 설계도를 판다고 해서 자신이 생각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는 없었다.

아니, 설계도를 보고 그린다면 충분히 만들 수는 있을 것이지만 작동은 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수한만이 지구 유일의 마법사이기에 우선 장치에 마법을 활성화 할 수 있게 최초 운영을 마법사인 그가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마법이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고 발동을 하듯 마법진도 최초 운영은 마법사가 마법 주문을 통해 가동을 시킨다.

그러고 난 뒤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게 마나가 담긴 키를 이용해 마법을 시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비밀이 알려져도 상관은 없었지만, 수한이 꺼려 하는 것은 마법진을 설계한 사람이 자신이란 것이 알려질 때 발생할 문제를 걱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0위 안에 들어가는 군사력이 강력한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제적으로 호구로 통하는 이유는 한국을 둘러싼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이 나라들이 강대국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들이 강한지 알지 못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나 중동이나 아프리카 제3세계 국가들과 비슷하다 생각하고 있기에 국제 호구 취급을 받는 것이다.

즉, 자신들이 힘이 없다고 느끼기에 강대국이 뭐라 해도 수긍하기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는다.

수한은 이런 한국이 정말로 창피했다.

전생에 행복하지 못했기에 가족의 행복을 알게 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한국이 무시를 당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이렇게 군사 무기 쪽에 도움이 되는 공부만 하였다.

물론 다른 쪽도 공부를 하여 학위를 받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가장 집중한 것은 방위 산업 쪽의 연구였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직업이 있지만 갈수록 규모가 줄어드는 산업이 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없어지지 않을 산업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부흥할 산업도 아닌 산업, 그것이 바로 방위 산업이다.

인류는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으며 자국에 적대하는 국가를 막기 위해, 그리고 무찌르기 위해서 많은 돈을 투자해 무기를 개발하였다.

미국과 소련을 대립 점으로 자유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 공산주의 국가의 시대가 열리면서 양측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무기 개발에 힘썼다.

2세기 전만 해도 인류는 화살을 쏘고 칼로 전쟁을 하였다.

그러다 총기가 개발이 되고 무거운 갑옷을 벗어 버리면서 무기의 발전이 시작되었다.

아니, 발전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발전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전의 전쟁사를 냉병기가 주축을 이루는 전쟁사였다면, 총기와 화포가 개발되면서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

이전 성벽은 방어하는 측면에서 아주 유용한 수단이었지만, 화포와 총이 발명되면서 그러한 것은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성이란 것에 고립이 되어 고사당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화포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옛 개념에서 벗어나 한 번에 얼마만 한 피해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목적에 의해 화포도 당양하게 발전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예산을 투자해 오던 나라들이 이제는 과도하게 발전한 무기 때문에 군의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군대란 소비 집단이다. 그런 군대의 규모가 클수록 군대를 뒷받침할 그 나라의 경제 규모도 커야만 한다.

현대의 모든 것은 예산으로 돌아간다.

그 때문에 과도하게 발전한 무기를 구입하는 것도 예산이고 군대의 규모를 정하는 것도 예산이다.

그러다 보니 경제 규모에 맞는 적절한 군대와 장비의 선택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물론 북한처럼 경제 규모와 상관없이 선군정책으로 국민들이야 죽거나 말거나 군사력 확충에 힘쓰는 나라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나라를 뺀 다른 나라에서는 예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상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도 점점 군인들의 숫자를 줄이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해외파병도 줄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신 장비의 도입도 그 수량을 제안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엄청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확충을 위해 최첨단 무기들을 개발에 도입하였다.

하지만 장기간 계속되는 경제 침체로 무조건적인 도입에서 물러나 적정한 규모의 무기 도입과, 기존 장비들을 유지 보수 하는 쪽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추세다.

국방 예산 천조 원을 사용하는 미국이 이럴진대 사십조 원을 사용하는 한국은 어떻겠는가.

그나마 정상적으로 국방 예산이 처리된다면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각종 비리로 새고 있었다.

위에서 비리를 저지르니 그 아래 관리자들도 어떻게 하면 세금을 빼돌릴까 궁리를 하는 처지다.

그러다 보니 국가 산업도 영향을 받고, 그 속에서도 비리로 얼룩져 가고 있는 것이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였다.

수한이나 혜원, 그리고 지킴이 회원들이 막으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정말로 이런 애국심이 없었다면 수한은 방위 산업과 관련된 학위를 취득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의학 분야에만 몰두했을 것이다.

전생에 그가 알고 있는 약만 이곳에서 만들어 팔아도 수한은 일반인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돈을 벌어들일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도 2년 전 라이프 제약에서 발매한 외상치료제 뉴 라이프는 현재 엄청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 수출을 시작해 그 금액만 하여도 연간 1억 달러를 가뿐히 넘기고 있다.

단일 품목으로는 최고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 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 이유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공장을 늘렸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획기적인 상품 하나가 무너져 가던 회사를 중견기업 정도로 확장시킨 것이다.

더욱이 외상치료제 뉴 라이프에 이어 자양강장제인 활력이 발매되면서 이윤은 더욱 늘었다.

수한은 라이프 제약에 활력의 농도를 진하게 한 활력―P를 올 연말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렇듯 수한이 돈을 벌려고 하면 편하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반이 있었다.

그런데 마법을 사용한 것 때문에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감시를 받고, 위협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한데, 한국은 이들에게서 수한이나 그 가족을 지켜 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켜 주려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외면하거나 아니면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 ◈ ◈

널따란 테이블 위 자질구레한 잡다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테이블 위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로세로 30*30*10㎝의 철로 된 상자였다.

이 상자는 수한이 몇 달 전 생각한 마법진과 그 운용 장치를 결합한 것이다.

수한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마법 발생 장치를 만들었다.

마법 발생 장치는 아직 실험 단계라 누가 확인하기 위해 뜯어 볼 수도 있지만, 들여다봐야 알 수 없는 것이라 그냥 두었다.

나중에 천하 디펜스에서 준비 중인 시험 기체가 XK―3에 채택이 된다면 지금 만들어 둔 마법 발생 장치 중 하나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것이다.

사실 이 마법 발생 장치 한 개를 만드는 비용도 상당해, 세 가지 버전 전부를 만들기에는 국내 생산되는 옥의 수량이 많이 부족했다.

단일 마법진이 들어간 장치에는 상급 옥이 열 개가 들어간다.

그렇지만 실드 마법과 라이트 마법 두 가지를 넣은 발생 장치에 들어가는 상급 옥의 수량은 무려 서른 개, 즉, 마법진 한 개를 운용할 때보다 세 배나 들어갔다.

산술적으로 두 개의 마법이니 두 배인 스무 개가 들어가야 하는 게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서로 다른 마법을 동시에 운용하기 위해선 더 많은 마나가 필요했다.

그리고 많은 마나뿐 아니라 두 마법이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마나도 있어 세 배나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수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수한이 예상한 숫자는 두 개에서 최대 다섯 개 정도였다.

하지만 옥은 이케아 대륙에 있던 마나석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마나를 품고 있는 것은 같았지만, 마나를 발산하고 소모하는 량이 미세하게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예초 수한이 예상했던 숫자에서 오버되었다.

“음…… 마법진을 두 개를 넣는 것 보다는 한 개만 넣는 것이 경제적이군!”

자신이 만든 마법 발생 장치를 보며 그동안 이것을 만들면서 적어 놓은 자료들을 살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수한은 자신이 만든 마법 발생 장치를 들고 차체시험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수고하십니다.”

수한은 차체시험장에 도착하자 XK―3의 차체로 쓰일 시험기체에 달라붙어 조립을 하고 있는 연구원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연구원들이 XK―3의 차체를 조합하는 것은 전적으로 수한이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연구원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았고, 또 이번 XK―3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정대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수한의 요구였기에 두말없이 시험 기체를 조립하는 중이다.

“박사님, 그런데 포탑도 조립합니까?”

차체를 조립하고 있던 연구원 중 한 명이 수한을 보며 물었다.

“아닙니다. 오늘은 장갑 방어력 측정을 위한 실험을 하기 위해 조립하는 것이니 굳이 포탑까지 조립할 필요 없습니다.”

수한은 방어력 테스트를 위한 것이니 포의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였다.

“그럼 엔진도…….”

“아닙니다, 엔진은 설치하셔야 합니다.”

연구원이 방어력 테스트라는 말에 그럼 힘들게 넣은 엔진도 꺼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수한은 말을 자르며 먼저 요구했다.

자신의 연구실에서 마법 발생 장치를 활성화 해 오기는 했지만, 나중에 이 장치를 전차에 설치를 한 뒤 마법을 모르는 사람이 운용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마법 발생 장치를 수한이 활성화 하면 그 뒤로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동력으로 마법을 활성화 시킬 수 있게 마법진을 구성하였다.

사실 실드 마법이나 라이트 마법만 생각하면 마나석에 해당하는 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하나 옥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전적으로 마법을 모르는 사람도 운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엔진에서 전달되는 전력을 마나로 치환시키는 마법진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마법을 모르는 일반인도 실드 마법이나 라이트 마법을 가동시킬 수 있게 된다.

“박사님, 그런데 지금 들고 오신 그것이 말씀하신 비장의 무기입니까?”

차체를 조립하던 연구원 중 가장 선임인 황유석 박사가 수한에게 물었다.

이미 수한이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한이 뭔가 들고 시험장에 나타나자 물은 것이다.

“맞습니다. 이건 반(反)중력 장치의 일종으로, 무게를 10% 정도 줄여 줍니다. 그리고 이건 배리어 발생 장치로 일종의 에너지 막을 형성해 방어막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건 이 두 가지를 합쳐 놓은 것입니다.”

수한의 설명이 계속되자 자리에 있던 연구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래전 공상과학 만화에나 등장하던 단어가 지금 수한에게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완벽한 반중력 장치는 아니지만, 무게를 1/10이나 줄여 주는 장치를 만들고, 또 하나는 에너지 방어막이란다.

이 얼마나 황당한 소린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연구원들은 지금 수한이 자신들을 상대로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너무도 진지한 수한의 표정에 연구원들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자자, 처음 하는 실전 실험이니, 화포 연구소 사람들에게도 연락해 주십시오. 이참에 화포 연구소에서 개발한 XK―3의 주포도 실험해 보겠습니다.”

수한은 자신을 보며 놀라고 있는 연구원들을 독려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연구원들은 수한의 진두지휘를 받으며 빠르게 차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한은 연구원들이 차체를 조립하고 있을 때, 차체 안으로 들어가 가지고 온 마법 발생 장치 중 우선 실드 마법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설치하였다.

아직 라이트 마법 발생 장치는 차체 방어력 테스트가 완벽하게 끝난 상태에서 설치할 예정이기에, 시기적으로 이후에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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