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생일파티에서 생긴 일
카페 POISON은 평소와 다르게 무척이나 화려한 장식들이 실내에 걸렸다.
POISON은 영어로는 포이즌이라고 읽기도 하지만 이곳 카페는 프랑스 요리를 하는 곳이라 프랑스식으로 쁘아종이라고 간판 밑에 한글로 작게 적혀 있었다.
카페인 쁘아종이 이렇게 평소와 다른 장식을 한 이유는 오늘 생일을 맞은 파이브돌스의 멤버 루나의 생일파티를 위해 카페의 사장이 영업을 일찍 종료하고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일기에 이렇게 장식을 한 것이다.
사실 카페 사장이 파이브돌스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페 쁘아종은 강남에서도 유명하였다.
쁘아종에서 나오는 프랑스 요리와 커피가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유럽으로 유학을 갔다 온 유학생들에게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유명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 장사를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금액만 해도 상당한 것이었지만 카페 사장 본인이 좋아서 루나의 생일파티를 자신의 카페에서 하려고 하는 것이니 상관없었다.
“응, 다친 곳은 없고?”
한참 생일파티가 진행이 되고 있어 시끄러운 카페에서 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조용한 자리로 피해 전화를 받는 예빈이다.
그녀가 속한 그룹의 위상을 말해 주듯 전화를 받는 그녀의 곁을 지나가는 남녀 모두가 그녀에게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 예빈은 자신에게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 줄 여유가 없었다.
일이 늦게 끝나 출반한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걸려 온 전화 내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는 말에 동생의 안부가 걱정이 되었다.
“여긴 걱정하지 말고 병원 들려서 진찰받아.”
한참 동생과 통화를 하고, 동생의 부탁대로 일단 오늘의 주인공인 루나를 찾아 사정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았다.
예빈이 통화를 마치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안쪽 사람이 몰린 곳에 루나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루나야, 잠시 이야기 좀 하자.”
루나에게 다가간 예빈은 한참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루나를 불렀다.
생일 축하 인사를 받던 루나는 자신을 부르는 예빈의 모습에 주변에 양해를 구하여 그녀에게 다가갔다.
“잠시 실례할게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헤치고 나온 루나는 한 손에 샴페인을 들고 예빈에게 다가갔다.
“언니 무슨 일인데?”
아직 생일파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마신 것인지 루나의 얼굴이 상당히 붉어져 있었다.
“너 파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취한 거야?”
자신의 생일파티가 기쁜지 상당히 들떠 있는 루나는 자신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이 권할 때마다 샴페인을 마셨다.
샴페인이 비록 알코올 도수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술이다.
그것을 주는 대로 받아 마셨으니 취기가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야! 나 안 취했다.”
루나는 나무라는 예빈에게 자신은 취하지 않았다고 항변을 하였다.
하지만 루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취한 얼굴이었다.
“알았으니 조금 쉬어. 이제 시작인데 주인공이 이렇게 취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잖니?”
예빈은 루나를 살살 달래면서 그녀를 카페 직원 휴게실로 유도했다.
이곳도 오늘 파티를 위해 비워 두었는데, 파티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카페 사장은 오늘 루나의 생일파티에 많은 연예인들이 올 것을 생각해 파티를 즐기면서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게 이렇게 휴게실도 따로 준비를 했다.
간단한 드링크도 준비가 되어 있어 편히 쉴 수 있어 좋았다.
휴게실로 들어온 예빈과 루나.
취한 루나를 휴게실 쇼파에 앉힌 예빈은 루나에게 정신이 들게 숙취 해소 음료를 하나 건넸다.
루나는 그런 예빈이 건넨 드링크를 마시고 정신을 차리려 하였다.
루나 자신도 너무 기분이 좋아 많이 마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을 거절할 수 없어 받아 마신 것이 화근이었다.
“휴, 이제 살 것 같네! 아, 언니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했지?”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시고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자 루나는 예빈이 무언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생각나 물었다.
그런 루나의 모습에 예빈도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아까 수빈의 말을 전해 주었다.
“응, 조금 전 수빈이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루나는 수빈이란 말에 고개를 들어 물었다.
“아니, 이것이 언니 생일에 늦는단 말이야?”
조금 장난기 섞인 말이지만 친한 수빈이 아직 자신의 생일파티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약간 실망했다.
그런 루나의 모습에 예빈은 수빈이 파티에 오다가 사고가 났음을 알렸다.
“그게 일이 늦게 끝나 급하게 오다 사고가 나서 좀 늦는다고 하더라.”
“뭐?!”
루나는 수빈이 사고가 나서 아직 못 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자신은 그저 일 때문에 늦는 것에 작은 투정을 한 것인데 설마 사고가 났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언니 미안해! 그런데 수빈이 괜찮데? 많이 다치지 않았데?”
자신의 말에 갑자기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빠르게 말을 하는 루나의 모습에 놀랐다.
친언니인 자신보다 더 걱정을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나의 이런 표정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루나의 부모님이 얼마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응, 다친 곳은 없데. 앞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미끄러진 것뿐이라. 다친 곳은 없데.”
수빈이 다친 곳이 없다는 예빈의 말에 불안했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루나는 수빈이 자신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오다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던 일이 겹쳐지면서 자신의 잘못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루나의 부모님이 사고를 당하신 것도 작년 이맘때 방송에서 파이브돌스가 상을 타 그것을 축하해 주는 파티가 열리는 곳에 참석을 하다 사고가 발생을 하여 돌아가신 것이기 때문이다.
예빈도 그러한 루나의 사정을 알기에 조금 전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을 걱정했다.
루나가 그 사고로 인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상담을 받으러 다녔기에 최대한 충격을 받지 않게 말을 한 것이다.
뚜루, 뚜뚜! 뚜루, 뚜뚜!
불안에 떨고 있는 루나를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들의 지난 타이틀곡의 멜로디가 들리자 얼른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수빈아 검사는 잘 받았어?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셔?”
전화를 받은 예빈은 전화기 액정에 수빈의 이름이 뜨자 얼른 물어보았다.
루나뿐 아니라 말은 하지 않지만, 예빈 또한 자신의 동생 수빈의 상태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루나가 너무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에 그것을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니? 응, 알았다.”
“언니, 수빈이 전화야? 뭐래? 괜찮데? 응? 응? 말해 봐!”
전화를 받은 예빈은 동생에게서 온 전화를 확인하고 동생의 상태를 물었지만 수빈에게서 들려온 말은 별거 아니었다.
아니, 별거 아닌 것만은 아니었다.
수빈이 전한 마지막 말에 예빈은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어 버렸다.
그런 예빈의 모습에 불안한지 루나가 계속해서 물었지만 예빈은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언니, 예빈 언니! 정신 차려 봐!”
“으, 응. 아 미안. 방금 전에 뭐라고 했지?”
예빈은 계속되는 루나의 보챔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물었다.
그런 예빈의 모습에 루나는 수빈이 전화로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다.
“방금 수빈이 전화지?”
“응.”
“수빈이 뭐래? 괜찮데?”
루나는 계속해서 수빈의 몸 상태를 물었다.
그런 루나의 물음에 예빈은 잠시 루나를 쳐다보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이것아. 수빈인 내 동생이지 네 동생이냐? 수빈이 걱정하는 만큼 이 언니들이나 좀 걱정해 봐라!”
루나의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난 예빈은 그렇게 삐진 척 루나를 흘겼다.
“아이, 언니! 내가 언니들 좋아하는 것 잘 알면서. 어서 말해 봐, 수빈이 뭐래?”
조금 전 불안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예빈을 향해 애교를 부리며 물어 왔다.
그런 루나의 모습에 실소를 하고 대답을 해 주었다.
“몸에 이상 없단다. 참! 그리고 지금 여기 오는 중인데, 아주 중요한 손님 모시고 온다니 준비 단단히 하라고 하던데?”
“중요한 손님? 누구?”
수빈이 손님을 데려온다고 했다는 말에 루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겨우 연예계 2년차인 수빈이 중요한 손님을 생일파티에 데려온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생일파티는 루나 본인의 생일파티인데 수빈이 데려온다는 손님도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일 터다. 중요한 손님이 누군지 정말 궁금했다.
루나는 너무나 궁금해 수빈이 데려온다는 중요한 손님에 관해 물어보았지만 예빈은 끝까지 알려 주지 않았다.
아무리 때를 써도 예빈이 들어주지 않자 루나는 짐짓 삐진 척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궁금증이 커져 갔지만 예빈은 그런 루나를 피하며 루나를 애태우게 하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창 파티가 무르익고 있을 때 카페의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왔다.
얼추 시간이 흘렀기에 더 이상 손님이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시간에 카페의 문이 열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루나 언니! 생일 축하해요.”
안으로 들어서던 수빈이 루나에게 다가가 껴안으며 무척이나 반갑게 축하 인사를 하였다.
“고마워!”
“이것아! 네 친언니는 난데, 어떻게 루나를 먼저 찾니? 아까 루나도 그렇더니…… 니들 혹시…….”
예빈이 친언니인 자신보다 루나를 먼저 찾는 동생을 향해 위험 수위의 발언을 하였다.
그런 예빈의 말에 수빈과 루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한마디 하였다.
“언니! 우린 정상이거든? 우리 좋아하는 사람 있어!”
루나와 수빈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선전포고를 하듯 소리쳤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더욱 신기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루나 누나! 생일 축하해요. 너무 늦게 알아서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어요. 참! 그런데 좋아한다는 사람이 누구예요? 전에는 나만 좋다고 하더니…….”
수빈을 내려 주고 주변 상가를 뒤져 뒤늦게 알게 된 루나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루나에게 어울릴 만한 선물이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선물은 다음에 주기로 하고 생일파티를 하고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마침 루나와 수빈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예빈에게 떠들고 있던 타이밍이라 수한이 이야기 속으로 껴들었다.
한편 갑자기 생각지 못했던 수한의 출연에 루나는 무척 당황했다.
“어? 너…… 네가 여기 어쩐 일이야?”
루나는 수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그렇게 물었다.
“수빈 누나가 아까 전화 하던데, 못 들었어?”
수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차를 타고 오면서 수빈이 예빈에게 전화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기 때문에 물어보았다.
수한의 이야기를 들은 루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 예빈에게서 수빈이 중요한 손님을 데려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작 들어온 것은 수빈 혼자뿐이었다.
‘그러면 조금 전 수빈이 함께 온다는 중요한 손님이 수한이었던 거야?’
루나가 이렇게 자신이 한 말 때문에 공황상태에 빠져 있을 때, 파티장 한쪽에서 일단의 여인들이 다가왔다.
“어머! 수한이도 왔네?!”
“수한아 오랜만이야!”
“누나들 안녕하셨어요.”
한쪽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던 레이나와 미나 그리고 수정이 다가와 수한에게 인사를 하였다.
수한도 그런 누나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요즘 일이 바쁘다면서?”
“예, 좀 일이 풀리지 않아서 좀 그래요.”
서로 근황을 이야기하며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수정아! 너도 오랜만에 본 동생하고 이야기 좀 해!”
미나는 뒤에서 조용히 있는 수정을 보며 말을 걸었다.
파이브돌스가 한자리에 있으니 자신의 누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 수한은 조용히 누나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일이 풀리지 않아 연락을 하지 않은 것 때문에 삐진 듯 보였다.
그런데 조금 전 미끄러지는 자동차가 자신들을 덮칠 때 마법을 사용해 막아 내며 그동안 자신을 고민에 빠지게 했던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낸 지금, 기분이 너무도 좋은 수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누나에게 다가갔다.
“누나! 그동안 잘 있었어?”
“흥, 너 그동안 연락도 안 하고…….”
잔득 화가 난 듯한 수정의 말투에 수한은 그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어서 미소만 지었다.
한편 그런 수한의 모습이나 파이브돌스의 당황하는 모습에 루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은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요즘 새로운 여자 아이돌들이 많이 쏟아지고 또 인기도 얻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지명도에서 파이브돌스를 능가하는 아이돌은 없었다.
파이브돌스가 연예계에 데뷔를 하고 정상에서 활동한 지 벌써 7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파이브돌스에는 갖가지 소문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대세는 파이브돌스가 동성애자란 소문이었다.
물론 중간에 스캔들이 한 번 있기는 했지만 가족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아무튼 정상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도 없고 또 이렇다 할 스캔들도 없었던 파이브돌스 멤버들이 낯모르는 사내의 등장과, 관심을 보이며 모이는 모습에 사람들도 관심을 보였다.
물론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수한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루나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는 인원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파이브돌스와 같은 소속사에 있는 연예인들이라 수한이 천하 엔터를 찾았을 때 한두 번 얼굴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한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한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파이브돌스 멤버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지 정체를 궁금해했다.
수한이 삐진 누나를 풀어 주고 있을 때, 루나는 수한과 함께 등장한 수빈을 붙잡고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그런데 수빈이 너 어떻게 수한이랑 함께 온 거야?”
조금 전 샴페인을 너무 마셔 취기가 오른 모습은 어디 가고 눈을 초롱초롱 밝히며 수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런 루나의 곁에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수한에게 관심이 있는 예빈도 자신의 동생을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 ◈ ◈
쿵쿵, 쾅쾅!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리고 현란하게 깜빡이는 사이킥 조명 아래 젊은 남녀가 어울려 춤을 추고 있었다.
루나의 생일파티는 쁘아종에서 1차를 하고 가까운 사람들만 따로 2차를 왔는데, 루나가 선택한 곳은 클럽이었다.
그간 방송을 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자는 의미에서 모두 찬성을 하였다.
이 찬성하는 인원에는 수한의 누나인 수정도 한몫 하였다.
파이브돌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리더인 크리스탈이었다.
그러다 보니 방송가에서 그녀를 노리는 늑대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녀의 미모면 미모, 지성이면 지성, 더욱이 그녀의 배경이 바로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대기업의 직계가 아닌가.
그러니 젊은 남자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에서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로 인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니 오늘같이 매니저도 없는 날 화끈하게 놀아야 한다는 멤버들의 말에 적극 동조하며 집에 가 쉬겠다는 수한을 억지로 끌고 클럽에 온 것이다.
그리고 클럽에 억지로 들어온 수한은 정말이지 생전 처음 접하는 클럽의 분위기에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수한이 미국에 유학을 갔다 오기는 했지만 미국의 클럽이나 파티를 즐겼던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누나들을 따라 클럽에 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마치 마약을 복용한 중독자 마냥 남녀가 음악에 맞춰 의미를 알 수 없는 몸짓을 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전생과 현생을 통해 단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던 것을 본 탓인지 수한은 한동안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런 모든 게 그저 유흥이란 것, 스트레스를 푸는 한 가지 방편이란 것을 알게 되자 조금은 편해졌다.
사실 환생을 하여 나이는 젊을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양할아버지인 혜원보다도 구닥다리인 수한이다.
전생에 대마도사의 경지까지 올랐고, 죽기 직전 위자드에 오를 수 있는 깨달음을 얻었던 수한이다.
그런 수한이 클럽처럼 소란스러운 곳이 편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한 방편이란 것을 깨닫자 소란스럽게 들리던 음악도 이제는 산사에 울리는 범음(梵音)소리처럼 들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던가?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수한은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현재 8클래스에 머물고 있는 경지가 9클래스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작은 깨달음이 쌓이고 쌓여 클래스를 완성하고, 또 위 클래스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수한이 이렇게 요란하고 현란한 클럽 안에서 깨달음을 얻고 있을 때 조용히 앉아 있는 수한의 곁으로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여기서 혼자 뭐해?”
수한의 곁으로 다가온 사람은 오늘의 주인공인 루나였다.
루나는 수한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무려 2년여를 만나지 못했다.
이전에는 수정을 따라 가끔 만나 차를 마시기도 하고 또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비록 자신보다 어린 남자였지만, 수한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히려 수한이 오빠 같고 또 아빠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루나는 수한에게 더욱 기대게 되었다.
처음 수한을 봤을 때만 해도 그저 외모적으로 자신의 이상형에 가장 근접한 남자였기에 연하란 것을 알면서도 호감을 보였다.
그런데 계속해서 만남을 갖다 보니 어느새 수한에게서 남자를 느끼게 되었다.
의지할 수 있고, 또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남자 말이다.
수한이 그룹의 리더인 크리스탈의 동생이라서가 아닌, 또 대그룹인 천하그룹 회장의 손자라는 배경을 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정수한이란 한 명의 남자로서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연예계란 곳이 겉으로 보기에 화려해 보이지만 그 수면 아래는 얼마나 지저분하고 삭막한지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알지 못한다.
아니, 어느 정도 소문이 퍼져 짐작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무리 자신이 소속된 천하 엔터가 대그룹 계열사라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견제와 시기를 받았다.
천하 엔터 말고도 대한민국에 대기업 계열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든 기획사도 몇 있었다. 또 대기업 계열사는 아니지만 방송가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중견 기획사들도 모두 천하그룹에 칼을 갈고 있는 이들이다.
비록 파이브돌스가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언제 어느 때라도 틈이 보이면 비집고 들어가 그 자리에서 밀어내고,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승냥이마냥 노리고 있다.
그러한 압박을 견디고 정상에 서서 올라오려는 이들을 견제하고, 그들의 소속사의 음모에도 의연하게 견뎌야 한다.
그 때문에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스타들이 정상에 오르고도 오래도록 밝게 빛나지 못 한 채 사그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중에는 천하 엔터에 소속된 동료나 선배도 있었고, 아니면 다른 기획사에 소속된 스타도 있었다.
막말로 파이브돌스가 대한민국 아이돌 중 탑의 자리에 오르자 왕좌에서 밀려난 그룹이 있었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아시아를 평정하고 세계로 뻗어 나가려던 그룹이었지만 파이브돌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정상에 등극하면서 그들은 잊혀진 존재로 전락하였다.
물론 정상적인 그룹이었다면 그럴 일이 없었을 것이지만, 그 그룹은 전형적인 기획사의 스타 만들기 코스를 답습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인가 하면 초기 그룹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시작으로, 방송가 고위인사나 재계의 고위인사에게 몸 로비를 하였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터지면서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정상을 찍고 세계 무대로 나가려던 문턱에서 추락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한참 천하그룹에서 이미지 향상을 위해 회장의 손녀가 포함된 파이브돌스를 적극 뒷받침해 주던 시기와 맞물려 파이브돌스를 대한민국 정상에 오르게 하였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고 했던가.
정상의 그룹이 주춤할 때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던 파이브돌스는 소속사는 물론이고, 모기업이 물심양면으로 밀어 주자 최고의 자리에 올라 그 빛을 세상에 알렸다.
이렇듯 정상에서 빛나던 별이 추락하고 또 다른 별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바로 연예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예비 스타들의 경쟁은 말할 것 없이 힘들었다.
그러한 스트레스를 수한을 알게 되면서 루나는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장장 2년이나 그런 수한을 보지 못했으니 루나가 얼마나 답답하고 또 힘들었겠는가.
그나마 같은 그룹 내에서는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는 사이라 참고 견딜 수 있었지, 다른 회사의 그룹들처럼 같은 그룹 내에서도 서로 시기하고 경쟁을 하는 관계였다면 아무리 긍정적이고 당찬 루나라고 해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본 수한으로 인해 루나는 한없이 수한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다.
“너도 같이 즐기지 왜 이렇게 혼자 따로 있는 거야?”
루나는 빈 수한의 술잔에 테이블에 있던 술병을 들어 따르며 말하였다.
혼자 자작을 하고 있는 수한이 왠지 쓸쓸해 보였기 때문에 조금 더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
“그냥 처음 오는 것이라 잘 모르겠네요.”
수한은 지금 자신의 기분을 그대로 말했다.
루나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 줘야 할지 모르기도 했지만 지금 한 말이 현재 수한의 심정이었다.
하지만 수한의 대답을 들은 루나는 수한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누가 봐도 수한은 킹카였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그렇다고 옷을 못 입는 것도 아니다.
아니, 무척이나 자신의 몸에 맞게 옷을 갖추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 번도 클럽에 와 본 적이 없다는 수한의 말에 놀랐다.
“그게 정말이야? 한 번도 이런 곳에 와 본 적이 없다는 것이…….”
도저히 수한의 말이 믿기지 않아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스테이지에서 열심히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춤에 열중하고 있을 때 루나는 수한의 곁에서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루나는 오늘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멤버들과 팬들이 마련해 준 생일 파티도 즐거웠지만 지금 이렇게 수한과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했다.
그동안 힘들었던 연예계 일들이나 멤버들에게도 하지 못했던 고민들을 수한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다.
수한이 어떤 위로와 힘이 되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루나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
“넌 요즘 어때?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난항에 빠졌다고 하던데?”
자신의 이야기꺼리가 떨어지자 이제는 수한의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네,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실마리가 보이고 있어요.”
수한은 루나가 자신의 일에 관심을 보이자 가볍게 이야기를 하였다.
여자들에게 군대나 무기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는 정도로 대답을 하였다.
하지만 수한에게 관심이 있는 루나는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수한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떤 일을 하기에 2년 동안 한 번도 만나러 오지도 않고, 친누나인 수정과도 손에 꼽을 정도만 통화를 했는지 정말로 궁금했다.
“전에 언니에게 듣기로는 탱크인가 뭔가를 만든다고 하던데, 맞아?”
루나는 일반 사람들이 전차를 1차 대전 당시 영국이 비밀무기인 전차의 전선에 투입하는 작전을 숨기기 위해 물탱크를 운반한다고 퍼뜨린 것에서 유례 된 탱크라 부르며 물었다.
이런 루나의 관심에 수한은 뜻밖이었다.
보통 여자들은 이런 일에 관심이 없다고 알고 있던 것과 다르게 루나는 관심이 있는 듯해 수한으로서도 루나의 관심이 그리 싫지 않았다.
루나의 이런 모습에 수한의 마음도 살짝 열리는 듯했다.
그동안 루나를 보면서 그녀의 한결같은 모습에 마음을 열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는 루나의 모습이 수한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런 마음이 품자 조금 전 루나의 질문에 조금 더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보안을 요구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국방부에서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알렸기에 핵심 내용만 아니라면 알려도 상관은 없었다.
“그것이, 지금 하고 있는…….”
수한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루나의 눈은 반짝이며 수한이 하는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을 하였다.
클럽의 분위기와 다르게 루나와 수한이 있는 자리는 너무도 진지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행복을 루나는 그곳에서 느꼈다.
한편 한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던 수빈은 조금 쉬기 위해 스테이지를 내려오고 있었다.
“언니, 난 좀 쉬었다 올게.”
“그래, 난 좀 더 놀다 갈게.”
수빈은 언니인 예빈에게 쉬겠다는 말을 하고 스테이지를 내려와 테이블로 걸어갔다.
스테이지를 내려와 자리로 이동을 하는 수빈의 손목을 잡는 손길이 있었다.
“어머!”
느닷없는 손길에 깜짝 놀란 수빈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누, 누구세요?”
수빈은 모르는 남자가 자신의 손목을 잡고 끄는 것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그런 수빈의 모습에 남자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쁘게 생겼네! 연예인 되고 싶지 않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를 스타로 만들어 줄 수 있어!”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으로 엉뚱한 소리였다.
이미 데뷔를 한 지 2년이나 된 수빈이다.
더욱이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파이브돌스의 얼굴 마담인 예빈의 친동생으로 미녀 자매로 알려졌다.
그런 자신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고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감언이설을 늘어놓는 남자를 수빈은 혐오감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저 그런 것 관심 없어요. 이 손 놓으세요.”
차가운 말과 함께 수빈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떼어 내기 위해 팔을 뿌리쳤다.
하지만 남자가 얼마나 단단히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것인지 수빈의 힘으로는 도저히 남자를 뿌리칠 수 없었다.
“이거 왜이래요.”
수빈의 손목을 잡고 있던 남자는 수빈이 자신의 팔을 뿌리치려 하자 아귀에 힘을 줘 그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뭘 그리 빼고 그래? 여자들 내숭은 잘 알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오늘 내가 쏠 테니 같이 가자고.”
남자는 수빈이 거부를 하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수빈을 자신이 나온 룸으로 데려가기 위해 그녀를 억지로 끌었다.
“왜이래요!”
자꾸만 자신의 팔을 강제로 끌자 수빈이 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녀의 소리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묻혔다.
◈ ◈ ◈
“언니들 안 힘들어요?”
예빈은 춤을 추다 말고 자신의 옆에서 춤을 추던 언니들에게 말을 하였다.
“그래, 오랜만에 흔들었더니 힘도 들고, 목도 탄다. 잠시 쉬자!”
레이나는 예빈의 말에 정말로 오랜만에 클럽에 와서 마음 것 스트레스를 발산하자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하지만 벌써 27살이란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지, 아무리 안무 연습으로 단련이 되었다고 하지만 벌써 30분이나 스테이지에서 내려가지 않았더니 너무도 힘들었다.
레이나의 말에 옆에 있던 미나나 수정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와 비슷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테이지를 내려와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온 그녀들은 자리에 앉아 술을 따라 마셨다.
“루나야, 수빈이는 어디 갔어?”
자신의 자리에 앉아 타는 목을 적시기 위해 술을 한잔 마신 예빈이 동생 수빈이 보이지 않자 루나에게 물었다.
“언니들이랑 같이 있지 않았어?”
루나는 한창 수한과 이야기를 하다 예빈과 언니들이 자리에 오자 잠시 이야기를 중단했다.
그리고 예빈이 수빈의 행방을 물어 오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히려 물어 왔다.
“뭐? 수빈인 우리보다 먼저 쉬러 간다고 갔는데?!”
예빈은 루나의 말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수빈이 먼저 자리에 가겠다고 한 것이 10분도 전이었다.
그런데 아직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에 놀랐다.
“아니, 애가 어디 간 거야?!”
예빈이 사라진 동생 때문에 불안해하자 수한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찾아보겠다고 말을 하였다.
“누나, 내가 나가서 찾아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자신이 찾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난 수한의 뒷모습이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자, 그때까지도 동생을 걱정하는 예빈을 달래기 위해 루나가 예빈의 곁에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언니, 너무 걱정하지 마. 수한이 찾아온다고 했으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루나와 파이브돌스 멤버들이 불안해하는 예빈을 달래고 있을 때 수한은 어두운 클럽 안을 살폈다.
하지만 클럽 안에 수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실내 화장실 쪽으로 이동을 하여 살펴보았다.
물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지는 않고 안으로 들어가는 손님에게 부탁을 하여 안을 살폈다.
잘생긴 외모의 수한이 정중히 부탁을 하자 그 손님도 수한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하지만 화장실 안에도 수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수한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일행이 있는데 수빈이 말도 없이 클럽을 떠났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의 소지품도 자리에 있는데 그런 것도 다 놔두고 그녀가 숙소로 말도 없이 돌아갔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혹시 11시쯤 저와 함께 들어왔던 여자분 보지 못했습니까? 파이브돌스 멤버들과 함께 들어왔는데…….”
수한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클럽 입구에 있는 웨이터에게 물었다.
파이브돌스와 함께 들어온 일행이기에 분명 그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란 생각에 물었다.
역시나 수한의 짐작대로 대한민국 정상의 아이돌 파이브돌스의 일행은 웨이터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돌았다.
그녀들이 클럽을 찾은 것을 자신이 알고 있는 단골들에게 전화를 하였기에 지금 클럽 안은 평소보다 손님이 더 많았다.
이것도 가려 받아 그런 것이지 만약 입구에서 통제를 하지 않았다면 클럽은 콩나물시루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무튼 웨이터들은 수한의 질문에 함께 온 일행 중 먼저 밖으로 나간 사람은 없다고 알려 주었다.
“감사합니다.”
수한은 웨이터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다시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클럽 홀에는 수빈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기에, 혹시나 싶은 생각에 이층 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수한의 귀에 불안에 떠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이래요. 자꾸 이러시면 신고할 거예요.”
없어진 수빈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사라진 수빈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을 똑똑히 들은 수한은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수한은 수빈의 목소리가 들린 방 입구에서 목적을 이룰 수가 없었다.
“못 들어갑니다. 다른 곳으로 가십시오.”
방 입구에는 귀에 리시버를 끼고 양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수한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안에 내 일행이 있는 것 같으니 일행만 데리고 가겠습니다.”
자신을 막아선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들에게 수한은 자신의 용무만 보고 가겠다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수한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야 흔한 일이었다.
여성 편력이 상당한 자신들의 고용주는 오늘도 클럽에서 반반한 여자 한 명 데려와 룸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클럽에 놀러 온 여자들은 모두 그렇고 그런 여자들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오늘 안으로 들어간 여자도 결국에는 고용주가 던져 주는 돈에 넘어갈 것이라 보았다.
그러면서 눈앞에 있는 수한을 잠시 쳐다보던 그들은 속으로 수한을 불쌍하게 생각하였다.
방금 전 수한이 일행이라 했으니 아마도 여자의 애인으로 생각하는 듯 보였다.
자신을 막는 경호원들을 보며 인상을 찡그린 수한은 경호원들이 반응도 하지 못할 속도로 그들을 제압했다.
퍼벅! 쿵! 쿵!
경호원 두 명에게 짧게 끊어 치기 한 방씩을 먹여 주었다.
부지불식간에 공격을 받은 경호원들은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몸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입구에 서 있는 경호원 두 명을 제압한 수한은 급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과 경호원이 실랑이를 하는 동안 안에 있는 수빈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