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37화 (37/118)

2. 해법(解法)은 마법이다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계획.

일명 XK―3개발 계획이라 명명된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차의 요구 성능이 각국 군부에 알려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물론 일각에선 말도 되지 않는 무리한 계획이란 말도 있고, 또 일각에선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들로 인해 양방의 공방전은 무척이나 치열했다.

공방을 벌이는 이들은 화력 측면에서는 이미 러시아의 T―95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던 140㎜를 실현하였기에 넘어갈 문제고, 기동력과 방어력 측면에서 첨예하게 대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장갑 소재의 발전을 들었다.

레오파드2A7이나 미국의 M1A3에 들어가는 장갑이 2㎞에서 1,000~1,100㎜의 장갑 방어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런데 이 두 전차에 들어간 전차 장갑이 개발된 지도 벌써 10년이나 지났다.

그러니 현재 발전된 기술로는 충분히 1,200㎜ 이상의 방어력을 가진 신소재가 개발되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일부 그들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 육군이 내세운 교전 거리 1㎞를 들어 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교전 거리 2㎞가 아니라 1㎞에서 1,200㎜의 관통력을 가진 전차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을 꼽으며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장갑 성능이 발전을 했어도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현대전에서 전차포의 성능과 장갑 방어력의 경쟁에서 전차포가 조금 더 우세하다는 학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육군이 요구한 XK―3의 요구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더욱이 기동력에서도 다른 것을 차치하고 0~34㎞를 하는데 4초를 요구한 것도 전차의 방어력과 결부하여 불가능하다고 주장을 하였다.

이런 이유로 개발사에 요구한 XK―3의 성능 요구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확실히 처음 국방부에서 XK―3개발을 발표하고 벌써 2년이 지나면서 많은 방위 산업체들이 XK―3의 개발 사업에 참여를 철회하였다.

전차 방어력을 충족하기 위해선 전차의 중량이 최소 80톤은 나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과한 중량은 결과적으로 전차의 생존에 발목을 잡는다.

2차 대전에는 전차가 전장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기라 다양한 중량의 전차들이 등장하였다.

20톤 미만의 경전차에서 160톤에 이르는 엄청난 무게의 슈퍼헤비급 전차까지 다양한 전차들이 등장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 시기가 전차가 가장 급격히 발전한 시기이기도 했다.

1916년 1차 대전에 보병들을 지원하여 적 참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나왔던 전차는, 속도는 물론, 화력도 지금의 전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 후 전차의 각국은 전차의 효용성을 깨닫고 갖은 노력을 기울여 자국에 맞는 전차를 개발하였다.

당시 전차는 지금의 전차와는 그 개념이 달랐는데, 참호를 파고 지루한 참호전을 하던 당시의 육군은 적진지에 구축된 참호를 보다 효율적으로 넘기 위해 두터운 장갑을 가진 무기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군함을 육상에서 운용하는 것을 생각해 내었다.

당시 자동차의 엔진은 그리 강력하지 못해 처음 전장에 등장한 전차는 시속 4마일로 10㎞가 조금 넘어가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15년이 지난 2차 대전에서는 시속 30㎞가 넘어가는 전차가 나오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포와 함께 크기도 다양하고, 무게도 다른 많은 종류의 전차들이 생산되었다.

어떻게 보면 과도기전 실험 기체들이 다양하게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전차의 주포가 구경이 커지면서 강력한 파괴력을 과시하자 이에 맞서기 위해 전차의 장갑도 두꺼워지고 중량이 늘어갔다.

그리고 중량이 늘어가면서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엔진의 성능도 향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각국은 이렇게 엔진의 성능과 다양한 무게 그리고 화포의 성능까지 실전을 통해 최적의 전차를 만들었다.

방어를 위해 장갑만 두텁게 한다고 살아남는 것이 아님을 실전에서 알게 되었기에 화력, 방어력 그리고 기동성까지 모든 것의 밸런스를 맞췄다.

하지만 러시아가 최근 개발해 실전에 배치한 T―95의 140㎜ 주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렇기에 독일이나 미국의 경우 만약 교전을 하게 된다 가정해서 전투 교리를 절대로 2.5㎞를 유기하게 만들었다.

레오파드2A7이나 M1A3같은 경우 아무리 단단한 전면장갑이라 하여도 1,100㎜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T―95의 주포의 관통력은 2㎞에서 1,200㎜.

사실 2.5㎞라 해도 안심할 수는 없는 거리였다.

그러니 독일과 미국의 군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 최악을 가정하여 교전 거리를 정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북한이 러시아의 최신예 주력 전차인 T―95를 보유했다는 것을 가정하고, 한반도의 지형을 감안해 교전거리를 2.5㎞를 유지하기란 힘들다는 생각에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었다.

사실 한반도에서 전차 교전이 벌어졌을 때, 2㎞의 교전거리를 확보하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2.5㎞를 확보한다는 말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그래서 XK―3의 장갑 방어력을 그렇게 무리하게 요구하게 되었다.

◈ ◈ ◈

탁! 탁!

수한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XK―3의 설계도를 살폈다.

컴퓨터를 이용해 3차원으로 설계된 XK―3의 모습은 무척이나 특이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XK―3의 최고 난적으로 생각하는 러시아의 T―95와 비슷한 모습과 비슷했다.

크고 두툼한 차체와 비교되는 둥글고 납작한 포탑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포탑은 납작한 접시 모양을 하면서도 또 특이하게 주포가 있는 부분에서는 쭉 뻗은 것이 전체적으로 물방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긴 대롱에 매달린 물방울 말이다.

천하그룹은 XK―3개발을 위해 천하 디펜스의 전차 디자인팀뿐 아니라 그룹 내 직원 모두에게 공고를 하였다.

전차 디자인 공고를 하면서 당선되는 작품에는 엄청난 상금과 고가점수를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함께 넣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직원들이 XK―3의 디자인을 내었는데, 그중에 수한의 것이 채택이 되었다.

다양한 디자인들이 나왔지만, 육군이 요구하는 전차 성능을 감안한 디자인 중 수한의 것을 능가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디자인이 획기적이고 멋있게 보인다고 해도 군의 요구에 맞지 않거나, 실현 불가능한 디자인이라면 채택할 수가 없었다.

수한이 XK―3의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가장 중점으로 생각한 것은 역시나 관계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방어력 부문을 생각해 디자인 하였다.

일단 1,200㎜의 관통력을 가진 전차에게 피격이 되었을 때 승조원을 보호하기 위한 전차이기에 가장 위험한 부분인 전면장갑을 두텁게 디자인해야 했다.

이 부분에서 수한은 단순히 장갑을 두텁게 하기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스라엘의 주력 전차인 메르카바 전차였다.

메르카바 전차는 이스라엘이 무수히 많은 전쟁을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차였다.

주변에 적들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1970년 영국이 전차의 면허생산을 철회하자 급하게 전차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이스라엘의 주변 중동국가들은 구소련의 최신전차인 T―62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던 반면, 이스라엘은 영국이나 미국제 구형 전차를 운용하고 있었다.

강력한 주변국의 전차에 비해 열세란 것을 알게 된 이스라엘은 중동국가들의 압력에 굴복해, 영국이 약속했던 치프틴(Chieftain) 전차의 면허생산을 취소하자 3차 중동전의 경험을 토대로 자국에 맞는 전차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실전을 경험으로 전차 승조원들의 조언을 토대로 개발된 전차가 바로 메르카바MK1이다.

기존의 전차와 다르게 메르카바MK1는 승조원의 생존을 극대화하기 위해 엔진룸을 뒤가 아닌 앞쪽으로 배치를 하였다.

두터운 전면장갑이 적 전차의 피격에 파괴가 되더라도 엔진을 희생함으로써 승조원들의 생존을 늘린다는 설계였다.

수한도 이런 메르카바 전차의 설계를 차용해 XK―3의 엔진룸을 메르카바 전차처럼 차체 앞에 설계를 하였다.

또 수한이 참조한 전차는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전차만이 아니라 러시아의 T―95의 디자인도 차용을 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피탄 면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T―95가 가진 무인포탑의 설계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는 방어력을 위해 두터운 장갑을 설계하다 보니 전차의 중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늘어난 차체 중량을 생각지 않고 포탑을 설계하게 된다면 또 다른 군의 요구 조건에 걸리게 된다.

시속 0~34㎞를 4초에 도달해야 하는데, 무게가 늘어나면 속도를 맞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근거리에서 발사되는 대전차 미사일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능동 방어 체계인 하드킬 기능을 이용해 막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능동 방어 체계가 만능은 아니다.

어느 정도 회피 기동을 하여 시간을 만들어 줘야 날아오는 미사일을 보고 파괴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회피 기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인 4초를 지켜 줘야 한다.

사실 전차의 성능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파괴하기 위한 무기 또한 발전을 하고 있어서 기존에는 4~6초였던 것이 4초로 줄어든 것이다.

아무튼 수한은 이런 점을 감안해 포탑의 무게를 줄여야만 했다.

그래서 XK―3의 승조원들을 모두 차체 내부에 위치하게 하고, 포탑의 기능은 자동 장전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한 포탄의 저장 공간으로 디자인하였다.

그러다 보니 요구하는 방어력을 가지면서도 최적의 전차 디자인이 완성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최대한 중량을 줄인다고 하였지만, 아직도 전차의 중량이 무거웠다.

육군이 요구한 방어력은 최소 1,300㎜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면장갑은 디자인의 변경으로 어느 정도 충족을 시켰지만, 아직 측면장갑과 후면장갑의 경우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측면장갑이나 후면장갑이 전면장갑에 비해 방어력이 낮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최소 요구가 1,150㎜와 1,100㎜였기 때문에 이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아니면 전차의 전체적인 크기를 늘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번에는 엔진 성능이 문제가 된다.

수한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무게를 최대한 줄이는 디자인을 했어도 설계한 전차의 중량이 75톤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무지막지한 방어력을 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그렇지 않고 여느 전차들과 같은 디자인을 했다면 포탑의 무게로 인해 아마도 90톤이 넘거나 아니면 100톤에 이르는 초중전차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XK―3는 전차로써는 성공적인 작품이 되겠지만, 한국 지형에서는 운용할 수 없는 전차가 될 것이 분명했다.

현재 디자인된 XK―3의 중량을 감안하여 개발한 엔진은 주력 전차가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톤당 마력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여기서 전차의 중량이 늘어난다면 육군이 요구한 0~34㎞를 4초에 주파하는 것은 포기해야만 했다.

아니, 지금의 설계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반응속도가 6초를 가리켰다.

그 말은 엔진의 성능을 더욱 끌어 올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수한은 이렇게 설계도를 보며 최대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디자인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모니터를 들여다보아도 더 이상 줄여야 할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길, 더 이상 줄일 곳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수한은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그렇게 소리쳤다.

정말이지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 앞이 막막했다.

이런 느낌은 전생에 마법의 성장이 멈췄었던 5클래스에 머물며 암담하게 느껴지던 6클래스의 수식을 보았을 때보다 더 답답했다.

그때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도 보였다.

앞서 나간 선배들이 갈고닦아 놓은 6클래스의 길이 있었기에 믿고 묵묵히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새로운 것 앞으로 가 본 적이 없는 길을 자신이 홀로 개척을 하면서 나가야 한다.

그러니 너무도 답답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것이다.

그런 수한의 행동에 누가 쳐다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곳 연구소에는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연구원들도 모두 수한과 같은 처지였기 때문이다.

무기 개발에 관해서는 천재라 알려진 수한이 이럴진대 다른 연구원들은 오죽 하겠는가?

선박의 엔진도 아니고 2,000마력의 엔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XK―3의 엔진을 개발하는 일을 담당하는 파트의 연구원들도 수한처럼 머리를 싸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천하 디펜스에서 XK―3를 개발하고 있는 팀 중 그나마 한가한 곳은 전차를 개발하고 있는 파트였다.

그렇지만 이들이라고 힘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러시아가 140㎜ 전차포를 개발했다고 하지만, 사실 한국이나 전차포를 생산하는 나라들은 120㎜ 이상의 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 그동안 연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130㎜포를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 얼마나 막막하겠는가.

물론 천하그룹이 총력을 기울여 XK―3를 개발에 들어간 시간이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얼마나 개발이 진행이 되었겠는가.

아직도 설계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계속해서 최근의 기술을 접목해 설계에 반영하여 실험체를 생산해 성능 실험을 하고 있을 뿐이다.

실험 기체가 시뮬레이션에서 나왔던 성능도 내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많았다.

띠릭!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일을 가지고 계속 들여다본다고 해서 해결책이 보일 것도 아니기에 수한은 과감하게 컴퓨터의 전원을 내렸다.

물론 그동안 작업을 했던 것을 저장해 놓는 것은 잊지 않았다.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천하디펜스의 연구소도 서울시스템의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연구원들을 마냥 붙잡고 있지 않았다.

이런 창의적인 연구를 하는 연구원들의 작업 효율을 위해서라면 출근과 퇴근 즉, 근무 시간을 선택해서 하게 두는 것이 더 능률적이다.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인해 막혔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는 수시로 연구원들이 쉴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 여가 시설들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천하 디펜스의 연구소를 나온 수한은 연구소를 나오기까지 3단계의 보안 시설을 통과해야만 했다.

지금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비록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만 알려진다고 해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곳 연구소에서는 XK―3의 개발뿐 아니라 다른 무기들의 연구도 하고 있기에 보안은 아주 중요했다.

사실 천하그룹이 총력을 기울여 XK―3의 개발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곳 연구소에서 XK―3개발부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만큼 이곳 연구소가 천하 디펜스가 생산하는 모든 무기들을 연구하는 곳이다 보니 전차는 물론이고, 각종 미사일과 포탄 그리고 대한민국 군이 사용하고 있는 각종 항공 장비들의 개량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그러니 당연하게 보안은 철저할 수밖에 없다.

3단계의 보안을 통과한 수한이 밖으로 나오자 그의 앞에 검정색 세단이 다가와 섰다.

검정 승용차에서 나온 운전기사는 얼른 수한이 차에 탑승하기 편하게 문을 열어주었다.

“나오셨습니까?”

수한이 차에 오르기 편하게 차문을 열어 준 사람은 2년 전 인연을 맺은 탈북자인 김갑돌이었다.

그런데 북한 사투리가 심했던 2년 전과는 다르게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외모 또한 많이 바뀌어 있었는데, 언뜻 봐서는 그가 탈북자였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어 보였다.

아니, 세련된 정도가 아니라 40대 후반에서 50대로까지 보였던 모습이 2년 만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변해 있었다.

나이에 비해 늙어 보였던 김갑돌이 이렇게나 변하게 된 것은 수한을 만나 안정된 직장을 구하고 잘 먹은 것도 있지만, 이 안에는 많은 비밀이 있었다.

수한은 조은 제약을 인수하면서 회사명을 라이프 제약으로 변경을 하였다.

그리고 라이프 제약으로 회사명을 바꾸면 외상치료제의 제조식과 함께 주었던 바이탈리티 포션의 제조식도 함께 주었던 것이다.

바이탈리티 포션은 자양강장제라는 이름으로 둔갑했는데, 수한은 이것을 아직까지 외부에 시판을 하지 않았다.

물론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지 않으면 손해이기에 100% 원액의 판매는 금지하는 대신 1/10으로 희석한 제품만 판매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 희석된 바이탈리티 포션은 그 효능 때문에 제품 이름인 활력 보다 액체 비아그라로 알려지며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었다.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하면 바이탈리티 포션을 먹게 되면 몸의 세포가 활성화 되면서 기능이 떨어졌던 인체 장기들이 일시적으로 활력을 찾는다.

이때 떨어졌던 성기능 역시 활성화 되는데,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와 다르게 지금까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없어, 부작용 없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알려져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김갑돌은 이런 희석된 바이탈리티 포션이 아닌 원액을 그대로 복용을 하였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복용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이것은 수한의 지시로 그렇게 된 것인데, 이는 김갑돌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김갑돌과 같이 수한의 밑으로 들어온 리철명 그리고 그가 선택한 20명의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들도 김갑돌처럼 수한의 지시로 바이탈리티 포션을 장복하고 있었다.

수한은 이들을 자신의 친위세력으로 양성하여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조직하였다.

이로 인해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의 친위대들은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은 돌아가면서 수한과 가족들을 경호하고 있는데, 오늘은 김갑돌이 수한을 수행하는 날이었다.

“집으로 가지요.”

수한은 차에 오르며 행선지를 말했다.

전에는 수한이 이렇게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지 않고 직접 자신이 운전해 출퇴근을 하였다.

하지만 모집했던 친위대가 정상 궤도에 오르자 각자 자리에 배치를 하고 자신도 이들과 동행을 하였다.

수한은 친위대가 없다고 해서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무술이 퇴보한 현재에 수한은 전승되는 원형 그대로의 무술을 배웠다.

거기에 지구에는 없는 마법을 그것도 전생에서도 이종족만 발을 들였던 7클래스 마스터에 8클래스 유저의 경지에 올랐다.

수한에게 마법은 최후의 순간 꺼낼 수 있는 비장의 수단이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자신의 안전은 친위대가 없어도 충분히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음에도 다른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친위대의 호위를 받아들였다.

보통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주변의 조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수한은 그렇지 않았다.

합리적인 이성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 중에서도 최고의 마법사인 수한이다.

능력이 아깝기는 하지만 친위대가 곁에 있음으로써 하다못해 자신의 짐을 나눠 들 수도 있다 생각해 가족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수한이 차에 탑승하자 차는 부드럽게 출발을 하여 연구소를 빠져나갔다.

◈ ◈ ◈

차 안에서 생각에 잠겨 있던 수한은 달리던 차가 속도를 줄이자 고개를 들었다.

“앞에 무슨 일이지?”

앞을 보니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궁금해진 수한은 창문을 내리고 앞을 살펴보았다.

“위험하십니다.”

운전을 하고 있던 김갑돌은 수한이 차의 창문을 열고 고개를 밖으로 내밀자 얼른 행동을 제지했다.

하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수한은 김갑돌의 제지에도 전방을 살폈다.

그렇지만 사고 지점과는 거리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체가 되던 차는 느리지만 통행은 되었다.

수한이 타고 있던 차도 사고 지점을 지나가면서 현장을 보게 되었다.

‘아니?!’

사고현장을 보게 된 수한은 깜짝 놀랐다.

그곳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길 가장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잠시 차 좀 세우세요.”

“무슨 일이십니까?”

수한이 달리는 차를 세우라고 지시를 하자 김갑돌은 무엇 때문에 그런지 물었다.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일단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야겠습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바로 파이브돌스의 멤버 예빈의 동생인 수빈이었다.

2년 전 라이프 제약에서 생산한 외상치료제 광고를 찍고 콤플렉스였던 화상을 치료한 뒤 천하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고 모델 겸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수빈이었다.

광고 촬영 뒤 몇 번 만나기도 했지만 XK―3프로젝트를 진행이 바빠 그 후로는 보지 못했는데,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운전을 하던 김갑돌은 자신의 은인이자 고용주인 수한의 말에 얼른 차를 길 가장자리에 세웠다.

한편 자신이 타고 가던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나자 수빈은 급하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언니 미안한데, 난 좀 늦을 것 같아.”

어딘가 급하게 가다가 사고가 난 것 때문인지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으로 상대방에게 연신 사과를 하고 있었다.

“아니야. 그냥 앞 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뿐이야. 아니, 승빈 오빠가 안전운전을 하고 있어서 다친 곳은 없어, 다만 차가 조금 망가졌지만 다친 사람은 없어, 그래…….”

수빈은 자신이 난 사고에 대하여 상대에게 자세히 설명을 하며, 안심을 시켰다.

자신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말에 걱정을 하는 언니에게 정말로 미안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승빈 오빠가 경찰에 연락했으니 조서만 꾸미고 바로 갈게. 그래…….”

사고가 났다는 소리에 엄청 걱정을 하는 언니를 안심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자신이 타고 왔던 차를 보니 마음이 심란했다.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다친 사람이 없다고 말은 하였지만, 말 그래도 다친 사람만 없을 뿐이다.

그녀가 타고 왔던 차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은 차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하지만 급하게 달리고 있었기에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고 큰 충격으로 가드레일과 충돌을 하였다.

다행히 에어백이 작동을 하여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충격이 있었는지 몸이 뻐근했다.

하지만 차를 내려서 살펴본 수빈은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한 것이다.

그사이 운전을 하던 매니저는 내려 경찰에 신고와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였다.

물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기 전 회사에 전화를 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수빈이 이렇게 통화를 마치고 망가진 차를 살펴보고 있을 때,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수빈 누나!”

“누, 누구?”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수빈은 깜짝 놀랐다.

도로 한가운데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날 줄은 정말로 몰랐다.

자신이 비록 연예인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곳은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도 아니고 고속도로.

너무 놀라 살짝 물러나며 방어적인 모습을 취한 수빈은 겨울잠 이른 저녁 가로등 불빛만으로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연예인을 하면서 다른 연예인들과 교우관계가 그리 좋지 못해 친하게 지내는 남자 연예인들도 거의 없었다.

심지어 같은 소속사 남자 연예인도 수빈 자신과 친한 이들이 드물었다.

사실 어려서 화상으로 인해 또래 친구들에게 당한 것이 있어 많이 소심한 편이다.

2년 전 상처를 치료하고 많이 극복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그런 성향이 그녀에게 남아 있었다.

잔득 경계를 하며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에 망가진 차 쪽으로 다가가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한편 수한은 수빈의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고 또 경계를 하는 수빈의 모습에 고소를 지었다.

‘아, 날 못 알아보는구나!’

수한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수빈의 모습에 그녀에게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괜히 경계를 하는 그녀를 놀라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이다.

“누나! 저 수한이에요, 정수한! 예빈 누나가 속해 있는 파이브돌스 리더 크리스탈 누나 동생이요.”

수한은 혹시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누나인 수정의 이름까지 팔아 가며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런 수한의 정성이 통했는지 수빈이 경계를 하던 모습을 풀었다.

“어머!”

수빈은 수한이 자신의 정체를 말하자 그제야 가로등 불빛 사이로 보이는 수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이네요.”

너무 오랜만에 본 수한이다 보니 수빈은 자신도 모르게 수한에게 존칭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어색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수한에게는 알 수는 없지만 나이를 떠나 함부로 말을 놓을 수 없는 그런 카리스마가 있었다.

“누나,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런데 뭘 그렇게 어색하게 말씀하세요.”

수한은 자신을 보며 어색해하는 수빈의 모습에 편하게 말을 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을 하였다.

“으, 응. 그래, 그렇게 할게. 그런데 정말로 오랜만이야.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야?”

수빈은 고속도로에서 자신을 부른 수한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사고가 난 것 같은데, 어디 다치신 곳은 없어요?”

평상시에는 이렇게 나이에 맞는 말투 보다는 조금 어른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던 수한이지만, 가족과 연관이 있는 이들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나이에 맞는 말투가 나왔다.

하지만 수한 본인은 그런 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상시에는 나이 많은 연구원들과 생활을 하다 보니 어려운 말투를 사용했다.

같은 박사급의 대화, 아니, 나이가 많은 동료 박사들 중에서도 수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없기에 오히려 그들이 수한의 지적 능력을 따라가지 못해 수한을 어려워하였다.

그러다 보니 수한도 그들과 대화를 할 때는 전생의 대마도사였을 당시의 말투가 나왔고, 그것을 연구원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렇게 가족과 관련된 사람들과 있을 때면 또 달랐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환생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한은 가족과 관련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면 흔한 보통의 청년들처럼 나이에 맞는 말투를 사용했다.

“응, 난 괜찮아! 7시에 루나 언니 생일 파티에 참석을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급하게 차를 몰다가 사고가 나고 말았어. 뭐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보는 바와 같이 차가 망가져 루나 언니 생일 파티에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수빈은 이야기를 하다 말고 짜증이 난 것인지 망가진 차의 뒷바퀴를 걷어찼다.

“아야!”

짜증이 나 걷어차기는 했지만 그런다고 차가 아파하겠는가.

오히려 무생물인 차를 찬 그녀의 말이 아파할 뿐이다.

끼익!

수한과 수빈은 대화를 하던 도중 갑자기 들려오는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에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 ◈ ◈

승훈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여자와 오늘 저녁 데이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4년을 사모했고, 또 군대 2년 동안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우연히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리에 밤 세워 술을 마신 적도 있었다.

그렇게 혼자 짝사랑하던 여자를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은 그런 자신을 불쌍히 여겼는지 짝사랑하던 여인을 만나게 해 주었다.

우연히 만난 그녀는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을 것이라 예상했던 그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혼자였다.

그녀가 혼자란 것을 알게 된 뒤로 승훈은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런 승훈의 노력에도 전 남자친구에게 큰 상처를 입은 그녀의 마음은 친구 그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극 정성이면 하늘도 감동을 한다고 승훈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는지 그녀가 데이트를 허락하였다.

퇴근길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마치 자신의 앞날을 축복해 주는 것만 같은 심정에 승훈은 마냥 기분이 좋았다.

“오! 베이비~”

카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조금 뒤 만날 그녀를 생각하며 눈이 오는 날이면 평상시 속도보다 20% 감속을 해야 한다는 안전수칙도 잊고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이런 승훈의 선택은 무척이나 잘못된 행동이었다.

자신을 축복해 주는 것이라 생각했던 눈은 어느새 곳곳에 빙판을 만들어 냈다.

그녀를 만나기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눈길이라는 것도 생각지 않고 속도를 냈다.

“어! 어?”

한참 달리던 승훈은 뭔가 차에 이상이 느껴졌다.

오늘 데이트를 위해 차량 정비도 했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핸들이 떨렸다.

승훈이 그렇게 차에 이상을 느끼며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그가 타고 있던 차가 차선을 이탈하고 있었다.

끼익!

승훈은 차에 이상이 느껴지자 급한 마음에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차는 속도를 줄이는 것 보다는 눈길에 회전이 걸리며 미끄러졌다.

그런데 비명을 지르던 승훈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피해!’

미끄러지는 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승훈의 눈에 들어왔는데, 그의 눈에 비춰진 것은 점점 가까워지는 가드레일에 부딪힌 차 주변에 있는 남녀의 모습이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도 못하고 점점 다가오는 풍경에 승훈은 정신이 멍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승훈이 미끄러지는 차의 핸들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로를 미끄러지며 다가오는 차의 모습에 수빈은 당황했다.

“악!”

자신도 모르게 수빈은 비명을 질렀다.

오랜만에 만난 수한으로 인해 조금 전 일어났던 사고의 충격을 극복하고 있었는데, 자신을 덮쳐 오는 차의 모습에 잠시 뒤 벌어질 사고에 대하여 공포를 느낀 것이다.

수빈이 자신에게 미끄러져 오는 자동차에 공포를 느끼며 비명을 지르자 수한은 얼른 수빈의 몸을 감싸며 손을 뻗었다.

“매직실드!”

수빈의 몸을 감싸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앉아 보호하며 몸을 돌려 빠른 속도로 자신들 곁으로 미끄러져 다가오는 자동차에 손을 뻗으며 마법을 시전하였다.

수한은 그동안 웬만해선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그를 위협할 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기일 때 납치를 당하고, 3년 전 캄보디아에서 탈북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던 때 외에는 그동안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비밀이 외부에 알려질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에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언제 사용할 것인가.

수한은 이런 생각에 자신과 수빈을 덮쳐 오는 자동차를 보며 마법을 사용하였다.

텅!

무섭게 미끄러져 오던 승훈의 자동차는 수한이 시전한 마법에 부딪혀 멈추었다.

크― 궁!

1차로 수한의 실드마법과 부딪힌 승훈의 차는 마법과 부딪히며 속도가 줄었고, 또 가드레일에 처박혀 있던 수빈의 사고 차량 뒷부분에 2차로 부딪히며 멈췄다.

삑! 삑! 삑! 삑!

사고가 났지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수한이었다.

아니, 수한은 처음부터 정신을 잃고 있던 것이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든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수한은 사고 차량에 다가가 차문을 열어 운전자를 밖으로 꺼냈다.

사고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우선 운전자를 차에서 꺼낸 것이다.

승훈을 좌석에서 빼낸 수한은 잠시 안도의 숨을 쉬려고 하다 다급해진 표정으로 그를 부축했다.

“누나! 얼른 차에서 떨어져요.”

수한은 승훈을 차에서 빼내고 안도의 숨을 쉬려다 차에서 새어 나온 기름 냄새를 맡았다.

아직까지 위험은 없었지만 차에서 나온 기름으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기에 경고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승훈을 부축해 사고 지점에서 멀어졌다.

수빈도 경고를 하는 수한의 모습에 얼른 사고가 난 자신의 차 너머로 몸을 피했다.

한편 사고 수습을 위해 경찰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수빈의 매니저는 조금 전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다 수빈을 덮쳐 오는 승용차를 보며 굳어 있었다.

다행히 수빈이 무사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천천히 다가오다 급하게 들려오는 수한의 소리를 들었다.

그 경고 소리를 들은 매니저는 급히 다가와 사고가 난 차를 넘어오는 수빈의 몸을 받아 주었다.

수빈이 그렇게 무사히 사고 지점을 벗어나고 수한의 부축을 받으며 승훈까지 모두 사고 지점을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소리가 들렸다.

펑! 화악!

눈길에 미끄러진 승훈의 차에서 새어 나온 기름에 불이 붙어 폭발을 한 것이다.

그리고 불타는 승훈의 차에 붙어 있던 수빈의 차도 금방 불이 옮겨 붙었다.

한순간에 차량 두 대가 불타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경찰과 매니저 그리고 수한과 수빈 등은 혹시 2차 폭발이 있을지 몰라 조금 더 사고 지점에서 멀어졌다.

“괜찮습니까? 어디 불편한 곳은 없습니까?”

수한의 곁으로 다가온 경찰이 물었다.

그런 경찰의 질문에 수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수빈도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 이분은 좀 살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한은 부축을 해 안전한 곳으로 옮긴 승훈을 보며 경찰에게 말했다.

경찰도 조금 전 사고가 난 차에서 수한이 승훈을 구출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얼른 무전을 날렸다.

다행이라면 사고가 나기 전 수빈의 매니저인 승빈의 신고로 구급차가 금방 당도했다는 것이다.

“오빠, 약속시간에 많이 늦은 것 같으니 오빠가 남아서 뒷수습 좀 해 줘!”

수빈은 경찰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매니저인 승빈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다.

“넌 어떻게 하고?”

자신에게 수습을 부탁하는 수빈을 보며 물었다.

“응, 난 여기 수한이 차 타고 루나 언니 생일파티에 바로 갈게!”

수빈이 낯선 남자와 차를 타고 가겠다는 말에 깜짝 놀란 승빈은 수빈이 말한 수한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사실 수빈의 매니저를 하고 있는 사람은 수빈의 사촌오빠였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수빈의 연예계 활동을 위해 사촌인 승빈이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여긴 크리스탈 언니의 동생인 정수한이라고 해.”

수빈은 사촌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수한의 정체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수빈의 이야기를 듣고 승빈은 수한이 누구인지 생각해 냈다.

‘아, 이 사람이 수빈이가 좋아한다는 그 천재구나!’

이미 사촌동생 예빈으로부터 수한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었기에 금방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누나, 오늘이 루나 누나 생일이었어?”

XK―3프로젝트 때문에 그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관계로 오늘 루나의 생일이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던 수한이 수빈에게 물었다.

“응, 그런데 너, 너무 무심한 것 아니야? 그동안 연락도 한번 안 하고…….”

수빈은 자신은 물론이고, 친누나가 있는 파이브돌스에게도 연락 한번 안 한 수한에게 작은 푸념을 하였다.

“미안, 내가 맡은 일이 좀 극비를 요구하는 일이라…….”

수한은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생각하며 사과를 했다.

그런 수한의 말에 수빈도 수정에게서 들은 것이 있기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여긴 내가 처리할 테니 그럼 얼른 생일파티에 가 봐!”

승빈은 도로 한가운데에서 언제까지 있을 수는 없었기에 수빈에게 말을 하였다.

어차피 자신들의 사고처리는 끝난 상태이고, 뒤이어 일어난 사고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기에 자신만 남아서 조서를 꾸미면 끝날 일이었다.

더욱이 수빈은 동승자였기에 첫 사고와도 무관하였다.

“오빠, 그럼 부탁해! 경찰 아저씨, 저희는 가도 되죠?”

“아, 네. 그만 가 보셔도 됩니다. 참! 그쪽 분은 오늘 정말 용감한 일을 하셨습니다.”

경찰은 허락을 하고는 수빈의 옆에 있는 수한에게 사고 차량에서 운전자를 구조한 것에 대하여 칭찬했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경찰의 말에 조금 전 사고 직전에 마법을 사용했던 것에 대하여 생각을 하고 있던 수한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별일 아니란 듯 대답을 하였다.

“김 주임님! 우린 이만 가지요.”

수한은 얼른 김갑돌을 불러 말을 하였다.

조금 전부터 수한의 곁에 다가와 있던 김갑돌은 수한의 말을 듣고 뛰어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수한과 수빈은 시동이 걸린 차에 올라 현장을 떠났다.

‘그래, 마법을 접목하면 되는 일이었어! 내가 그동안 왜 마법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수한은 수빈과 차에 오른 뒤 조금 전 마법을 사용해 미끄러지던 차를 막았던 것을 생각하며 그동안 자신이 XK―3의 방어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하던 것을 떠올렸다.

아무리 해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던 것이 조금 전 마법을 사용함으로써 해결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한은 자신이 마법을 너무도 등한시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반성하였다.

자신의 기반은 양할아버지인 혜원에게서 배웠던 무술도 아니고, 미국에서 배웠던 고등교육도 아니다.

전생에서부터 기억하고 있는 마법이 바로 수한의 가장 자신하는 힘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수한은 그런 마법을 잊고 있었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는 가까운 곳에 있다고 했던가.

수한을 2년 동안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던 문제가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을 사용하면 바로 해결될 문제란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자 조금은 허탈해졌다.

물론 마법을 사용하면 금방 해결될 문제이지만 마법을 XK―3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이곳 지구에는 전생의 이케아 대륙처럼 마법을 사용하게 해 줄 수 있는 마나석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마나석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아직 발견을 하지 못했다.

지구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자신 혼자뿐이니 지구의 광석을 모두 찾아본 게 아니기에 확신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수한이 마법을 XK―3에 적용을 하기 위해선 따로 연구를 해야 할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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