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35화 (35/118)

8. 국방부의 발표

늦가을 대한민국 국방부에 큰 뉴스가 있다는 소식에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국방부에 몰려들었다.

기자들은 이미 국방부에서 어떤 내용의 발표가 있을 것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국방부 장관님께서 입장하십니다.”

군복을 입은 홍보관이 나와 회견장에 소리쳤다.

홍보관의 말에 웅성거리며 소란스럽던 회견장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회견장 안으로 들어서던 국방부 장관은 잠시 조용한 회견장 안의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안으로 들어서는 자신을 보면 눈을 반짝이는 기자들의 모습에 장관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시 살피고 힘차게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십니까? 국방부 장관인 김명한입니다.”

찰칵찰칵!

국방부 장관이 단상에 서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준비하고 있던 카메라 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번쩍번쩍!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와 불빛으로 한동안 장내가 셔터 누르는 소리와 불빛으로 가득하였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다시 조용해지자 김명한 장관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 분들도 알고 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이자, 전쟁이 완전히 종식된 나라가 아닌 휴전을 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국방부 장관은 바로 오늘의 주제를 말하기보다 현 대한민국의 상황을 이야기 하였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하며 평화스러운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원조를 받으면서도 북한 정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필요할 때만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비료며 식량이며 원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게 했습니까? 그들은 그때뿐이었습니다. 뒤로는 원조한 식량을 군량미로 비축을 하고, 또 북한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일 때 북한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선군정치를 하며 대량 살상 무기를 연구하였습니다. 그 결과물로 엄청난 양의 생화학 무기는 물론이고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내 비핵화 선언도 파기를 하였습니다.”

연설을 하던 중 목이 마른 것인지 아니면 잠시 쉬어 가려는 것인지 김명한 장관은 단상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컵을 들어 물을 한 잔 마셨다.

꿀꺽.

실제로 그런 소리가 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회견장 안에 모여 있던 기자들의 귓가에는 김명한 장관이 마시를 물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북한은 휴전선 인근에 1만 3천 대의 장사정포와 방사포, 그리고 700여 기의 탄도 미사일을 배치해 두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아 북한은 말로는 한민족이니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해야 한다고 떠들지만 그들의 속마음은 민주적 평화적 통일이 아닌, 자신들의 무력으로 남한을 남침하여 점령 흡수 통일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김명한 장관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꾸준히 북한이 그동안 한국과 한반도 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뒤로는 전쟁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 예로써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차관을 들여 러시아에서 신형 전투기를 도입한 것과 신형 전차를 개발한 것을 들었다.

비록 북한이 도입한 전투기가 대한민국이 보유한 공군 주력 전투기의 성능에 한참 모자라지만 그 숫자가 배는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이 개발한 신형 전차는 대한민국 육군에 무척이나 위협적인 존재였다.

물론 북한이 개발한 신형 전차와 대한민국이 보유한 전차의 성능 비교를 한다면 대한민국이 더 우수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종합적인 성능에서 더 우수한 것이지 화력 하나만 놓고 본다면 또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북한은 전차 성능을 평가하는 공격력과 방어력, 기동력 중 공격력에 더 중점을 두고 개발을 하였기 때문이다.

우수한 한국의 전차 화력을 막아 낼 장갑(裝甲)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북한은 차라리 화력만이라도 동등하게 만들어 적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전차의 화력을 끌어올렸다.

공산진영의 전차포는 자유 진영 즉, 미국이나 독일을 필두로 한 진영의 전차포 보다 화포 성능이 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유진영의 화포보다 구경이 더 크게 개발을 하였다.

그래서 러시아나 중국, 북한 같은 나라의 화포는 미국이나 독일, 한국의 화포보다 구경이 5밀리 정도 컸다.

세계의 주력 전차들의 주포 구경이 120밀리인 것과 다르게 러시아의 T계열 전차들의 화포 구경은 125밀리였다.

그렇지만 구경이 작은 한국이나 미국의 전차 주포가 화력면에서 더 월등했다.

북한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기에 전차의 주포를 개발하려 하였지만, 그러한 기술이 없어 다른 쪽으로 화력을 업그레이드 하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전차 주포를 이용한 대전차 미사일이었다.

이것은 무척이나 위협적인 것으로 전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을 쉽게 볼 수만은 없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북한이나 러시아의 이런 전차들이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전차를 잡는 방법은 동등한 전차 전력으로 잡거나 아니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로켓을 발사해 잡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T계열의 전차는 주포에서 쏠 수 있는 미사일이 있기에 전차에 가장 위협이 되는 헬리콥터에 대응을 할 수 있었다.

한국군은 북한에 비해 전차 전력이 부족하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량에서 북한에 한참 부족했다.

아무리 성능이 떨어진다고 해도 숫자에서 배 이상 밀린다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이런 부족한 전차 전력을 지원하기 위해 육군 항공대가 있었다.

이 육군 항공대에는 많은 숫자의 공격 헬기들이 배속되어 있는데, 북한의 전차는 이러한 공격 헬기에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이러한 문제도 해결을 해야만 하였다.

아니, 대한민국 육군이 보유한 전차들이 적 항공기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춰야 한다.

이것을 하드킬이라 하는데, 전차의 생존을 위해선 무척이나 중요한 4세대 전차에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K―2흑표가 원래 이 하드킬 장치를 탑재하려 하였지만 기술상 문제로 탑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흑표는 4세대 전차에 들어가지 못했다. 3세대 전차에 비해선 월등한 성능 향상을 하였지만, 4세대 전차에는 미치지 못해 3.5세대라 불린다.

아무튼 그 때문에 육군은 흑표가 배치가 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필요에 의해 흑표 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4세대 전차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전 노령화 사회로 들어섰다.

출생률에 비해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소리다.

그리고 출생률이 줄었다는 말은 의무복무를 할 사내아이의 출생률도 줄었다는 말과 같았다.

그러다 보니 해가 갈수록 군대에 갈 자원은 줄어들고 일부에서는 기존 남자만 가던 군대를 여자도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때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렇게 되자 여성계에서 난리가 났다.

그동안 여자들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었는데, 이젠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대는 남자가 의무적으로 가야만 하는 곳이었지만 시대가 바뀌니 그렇지 못했다.

그동안 여성가족부에서는 많은 여성의 사회적 지휘 향상이라는 목표로 많은 정책들을 펴 왔다.

그런데 막상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지 난리가 났다.

어떻게든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여론을 조장하고 주장을 하지만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여군들이 활약을 하고 있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독일, 이스라엘 등 많은 나라들이 여자도 남자들과 똑같이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여성가족부의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억지일 뿐이었고, 그 때문에 국민들의 공감을 가질 수 없었다.

물론 그런 공감을 얻지 못한 데에는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발의했던 어처구니없는 정책들이 한몫을 하기도 했다.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킨다고 학교 급식에 보리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법안이나, 모 자동차 회사에서 생산한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모양이 남자의 성기 모양하고 비슷하다며 생산을 하지 못하게 하라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정책만 내놨다.

그뿐만이 아니라 혹서기 전력난이 심할 때, 전 국민이 단합하여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을 때, 그들은 몇 명 있지도 않은 부처에 에어컨을 틀어 국민 정서에 역행을 하였다.

이처럼 욕을 먹고 있는 정부 부처였으니 누가 공감을 하겠는가.

이러한 때 그들이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어떻게든 이반 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동안 막아 왔던 군 전력화 사업에 지지를 표하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예전 같으면 국방 예산을 삭감해 자신들의 예산으로 돌리려고 했을 여성가족부가 두 손을 들자, 국방부에서 그동안 부족하다 생각하던 전력 향상을 위해 이참에 차세대 주력 전차의 개발을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예전 같으면 우선 대상 업체를 선정하고 국방 과학 연구소(ADD)와 협력해 개발을 했을 것이지만, 이례적으로 육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갖출 수 있는지 선정하기 위해 여러 업체에 의사를 타전하였다.

그러면서 사업에 참여할 업체에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실험용 기체를 가져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국방부는 발표하기 전 관련 방위산업체에 이런 의향서를 전달하였다.

그래서 천하그룹의 정대한 회장이 국방부 장관 명의의 의향서를 받고, 그룹의 총력을 기울여 실추된 천하그룹의 이름을 다시 세우기 위해 수한에게까지 도움을 청한 것이다.

김명한 국방장관은 육군이 요구하는 차세대 주력 전차의 능력에 관해 말을 하였다.

“육군은 현 주력 전차인 K―2흑표 보다 30% 정도 향상된 전차를 요구하고 있으며, 흑표가 이루지 못한 하드킬 기능을 갖춰야 할 것이라 요구하였습니다. 이는 저희도 군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발표문을 읽던 김명한 국방장관은 육군이 요구하는 차기 주력 전차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뒤 잠시 뜸을 들였다.

기자들은 오늘 발표할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듣고 왔기에 국방장관이 모든 이야기를 끝냈음에도 눈을 반짝였다.

지금까지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기에 기자들을 긴장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김명한 장관은 자신들이 모르는 새로운 내용을 발표할 생각인 것이다.

이를 눈치챈 기자들의 눈빛이 바뀌고 손이 빨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명한 장관의 발표를 들으며 선행적으로 준비했던 기사 내용과 비교해 수정을 하면서 기사를 쓰고 있었는데, 지금부터는 그렇게 느긋하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키보드에 있던 시선을 떼 김명한 장관의 입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미 여기 있는 기자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공군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사업이 2년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김명한 장관이 육군 차기주력 전차 개발에 관한 발표를 하다 말고 느닷없이 공군의 이야기를 하자 눈만 깜박였다.

장관이 하려는 말이 무언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발표에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기자들의 모습에 김명한 장관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공군의 업그레이드 사업에 이어 육군의 전력 향상을 위한 차세대 주력 전차의 개발을 발표하였고, 또 공군과 육군에 이어 해군도 전력을 향상시키기며 동북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해군에도 신형 군함을 건조할 것입니다.”

국방장관의 해군에도 조만간 신형군함을 건조하겠다는 발표에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결례임을 알면서도 기자들 중 한 명이 김명한 장관의 말을 끊으며 질문을 하였다.

“장관님!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면 군에 그만한 예산이 있는 것입니까?”

아직 발표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너무도 궁금한 나머지 어쩔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출입증을 뺏겨도 질문을 한 기자는 꼭 알아야 했다.

“물론 예산이 다 확보가 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회에 이미 동의를 받은 상태이기에 조만간 예산이 확보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명한 장관은 이미 사전에 여당과 야당 대표들과 사전에 협의가 된 내용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을 하였다.

“날로 심해지는 북한의 도발을 대비하기 위해 여당과 야당 대표가 모여 협의를 했습니다. 내년 예산안을 논의할 때 국방 예산을 예년보다 40% 향상하였습니다.”

김명한 장관의 말에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대한민국 국회는 정부 예산 집행에 많은 걸림돌이 되었다.

정당지원금은 늘리려 하면서도 정부예산안은 어떻게든 삭감하려고 노력을 하였다.

그런데 10%, 20%도 아니고 무려 40%의 예산을 증액한다는 말에 놀란 것이다.

대한민국 국방 예산은 1년에 45조 정도.

그중 신무기 개발이나 신형 무기 도입에 들어가는 예산은 그리 많지 못했다.

더욱이 신무기 개발과 도입에는 주변국의 눈치도 봐야 했기에 더욱 그랬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번에 그런 전례를 무시하고 예산을 무려 40%나 증액하기로 했다는 말에 기자들이 놀란 것이다.

이는 국내 기자들뿐 아니라 외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에 들어가는 예산 10조도 엄청난 것이다.

물론 그 10조가 무도 개발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개발비는 그중 2―3조 정도일 것이지만, 나머지 7조에서 8조로 개발한 전차를 생산한다면 엄청난 규모였다.

특히나 다른 선진국들도 아직까지 4세대 전차의 배치를 완료한 나라는 없었다.

그들도 아직 개발하는 중이거나 도입 중이다.

◈ ◈ ◈

“총리, 조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비와호가 내려다보이는 히코네 성 그 깊은 곳에 위치한 방 한곳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일본 전통 예복인 하카마를 입고 있는 고령의 노인이 현 일본 총리인 아베 미노루를 보며 말을 하였다.

노인의 말에 일본 총리를 마치 주인의 말을 듣고 있는 하인마냥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회주님!”

일본 총리라면 일왕 다음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노인은 절대로 일왕이 아닌데도 아베 총리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질문에 답을 할 뿐이다.

“우리 대일본제국이 80년 전 대동아공영권을 꿈꾸며 일으켰던 전쟁에서 연합군에 패하였지만, 선배들의 피를 토하는 노력으로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에서는 비록 패배했을망정 경제는 이미 우리를 패전으로 몰았던 연합국을 넘어서게 되었다. 강대국 미국도, 그리고 러시아도 우리 대일본제국의 돈이 아니면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짝짝짝짝!

노인은 격정적으로 말을 하였고, 방 안에 있던 사내들은 그의 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박수를 치기 시작하였다.

그런 주변 사람들의 박수에도 노인은 창밖으로 보이는 비와호수를 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더러운 미국 놈들의 압제에도 이를 악물며 참고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그런데 감히 이등 국민인 조센징들이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려 하고 있다. 미노루!”

“하이!”

“어떻게 할 것인가?”

노인은 말을 하다 말고 아베 총리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조선이 망하고 대한제국이 들어서고, 또 그 뒤 일제 강점기를 지나 대한민국이 수립이 되었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 대한민국이란 명칭 보단 오래전 망한 조선이란 이름을 사용하며 또 한국인을 조선인이라 부르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들으면 무척이나 오류가 심한 말이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노인의 말을 정정해 주지 않았다.

아니, 이들도 한국이나 한국인들을 조선과 조선인, 이들 말로 조센징이라 부르고 있었다.

이로 보아 이들은 아직도 군국주의가 판치던 근대의 일본 제국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조금 전 노인이 말을 하면서 일본 제국이라고 떠드는 것을 보면 확실했다.

“미개한 놈들이 누구 덕에 지금의 행복을 누리는 것인지 모르는 것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가 없다.”

“그렇습니다, 대부님!”

노인의 말에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50대 중반의 사내가 대답을 하였다.

자리에 있는 다른 일본인들 보다 덩치가 큰 그는, 총리에게 회주이라 불리는 노인이 풍기는 카리스마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마주하는 사람의 숨이 탁 막을 것 같은 기도를 가지고 있는 그는 일본 전통으로 내려오는 고무술(古武術)을 익힌 고수이기도 했다.

사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일본의 정계는 물론이고, 재계까지 막후에서 조종하는 집단인 흑룡회(黑龍會)의 회주와 간부들이었다.

흑룡회는 1901년 처음 등장을 하였다.

이들은 겉으로는 낭인들의 모임이었지만 사실 겐요사(玄洋社)의 해외 담당 그룹으로 활동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겐요사의 요인들이 2차 대전 일본이 패망한 후 전범 재판에 끌려가며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것과 다르게 이들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아니, 정통 사무라이가 아닌 낭인들로 구성이 되어서 그런지 패망 후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정계와 재계 그리고 암흑가로 흘러 들어가 세력을 형성하였다.

그리하여 모체였던 겐요사가 있던 자리를 흑룡회가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나 암흑가로 흘러 들어간 이들은 일본의 깡패 집단인 야쿠자들을 규합하고,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면서 정계와 재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암흑가를 기반으로 일본의 정치와 금력을 아우르게 된 흑룡회는 그에 그치지 않고 겐요사가 꿈꾸던 일본 지상주의를 이루기 위해 예전 그들이 했던 일을 다시 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이 일어서기 위해선 한반도가 꼭 필요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또 앞으로도 일본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조선 정벌을 부르짖었다.

조선이 대한민국으로 국명이 바뀌었음에도 이들에게는 그래서 아직도 대한민국이 아닌 조선인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갖가지 해악을 한국에 퍼뜨린 것도 바로 이들이었다.

그리고 해방 후에도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미래에 다시 한 번 한반도를 식민지화하기 위해 일본에 충성하는 민족 변절자들을 이용해 한국에 기반을 마련하였다.

“어떤 대책이 있나?”

“하이! 그렇지 않아도 이번 조선의 장관이 국방력 강화를 위해 주력 전차를 개발한다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중 저희 일본에 충성을 하는 이가 있어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베 총리는 흑룡회 회주의 질문에 얼마 전 일신그룹의 회장인 신상욱이 혼타와 미쓰비 중공업에 제안한 사업 구상을 회장에서 설명을 하였다.

“대부님, 일신의 신상욱이 혼타와 미쓰비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신상욱?”

“예, 그 있지 않습니까? 10년 전 그의 아비인 신영호가 죽어 회장직을 계승하겠다고 대부님을 찾아와 인사를 왔던 조센징 말입니다.”

사카모토 료헤이는 아베 총리가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흑룡회주에게 설명을 하였다.

그런 료헤이의 설명을 듣고 누군지 생각이 난 것인지 눈을 반짝인 흑룡회주가 물었다.

“그자의 믿을 수 있는가?”

흑룡회주는 일신그룹 회장인 신상욱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물었다.

그러자 료헤이가 대답을 하였다.

“이등 민족인 조센징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지금까지 그자와 그의 가족들이 본국에 해를 끼치지 않고 또 조선이 발전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만 해도 저희의 일을 돕는 것이니 지원을 할 뿐입니다.”

“맞아! 조센징은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먹이만 주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꼬리를 흔드는 개 같은 놈들이 있으니 잘만 이용하면 우리의 사냥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야.”

흑룡회주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앞잡이 역할을 했던 민족변절자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말을 하였다.

“맞습니다. 그자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제 나라까지 팔아먹을 종자입니다, 그러니 그의 요구대로 혼타와 미쓰비에 언질을 줘 컨소시엄을 형성하게 만들어 그 과실을 저희가 가져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료헤이는 덩치는 육체만 쓰는 위인처럼 보였지만 사실 알고 보면 두뇌를 쓸 줄 아는 두뇌파였다.

그랬기에 일본을 막후에 조종하는 흑룡회 회주의 눈에 들어 양자가 되지 않았겠는가?

“좋아! 그건 그렇게 하고, 그 일은 어떻게 되었나?”

흑룡회주는 한국의 일에 관해서 일단 일신그룹의 신상욱 회장이 제안한 대로 들어주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어떤 일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회주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총리는 조금 전과 다르게 이마에 땀을 흘리며 머뭇거렸다.

“왜 말이 없나!”

자신의 질문에 아베 총리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호통을 질렀다.

“그, 그것이 아직 기술이 부족해…….”

총리는 자신을 보며 호통을 치는 흑룡회주의 모습에 전전긍긍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비록 총리라고 하지만 흑룡회주가 지시한 것은 총리라는 직책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비록 일본의 총리이고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과의 협정문을 임의로 고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일본이 미국의 국채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예전처럼 미국을 압박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미국의 대안이 일본뿐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미국을 위협하던 소련이 해체가 되고 또 중국이 급성장을 해 위협을 한다고 해도, 미국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대외 무역 적자의 폭이 상당히 좁혀졌기 때문이다.

아니, 소폭이기는 하지만 흑자도 내고 있었다.

더욱이 일본은 이전 정권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총리가 재임 시절 밀어닥친 재해로 인해 발전소 하나가 폭발을 하고 말았다.

이를 잘 대처를 했으면 상관이 없었지만 당시 그자는 실수를 저질렀다.

고장 난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사용한 냉각수를 아무런 안전 조치 없이 무단으로 바다에 방류한 것이다.

그렇게 방류한 이유가 거대한 바다가 그 정도의 오염 정도는 충분히 자연 정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반대를 하는 중에도 일본의 과학자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보고를 하였기 때문에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실책이었다.

방사능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것이었다.

전혀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바다를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자연의 보고였던 바다는 오염이 되었고, 갖가지 방사능에 오염된 기형 생물들이 바다에서 잡혔다.

그 후로 일본의 국제적 발언권은 급락하였다.

일본은 2차 대전에서 패전을 하여 UN에 상임이사국에 들지는 못했지만, 경제력을 바탕으로 상임이사국 못지않은 발언권을 행사하였다.

그런데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더욱이 소련과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손을 잡았던 미국이 자신들뿐 아니라 한국과 대만에도 힘을 실어 주면서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이전 총리의 실책 때문이란 생각이 들자 너무도 억울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러한 말을 꺼냈다가는 본전도 찾지 못함을 잘 알고 있는 그는 그저 잘못했다고 선처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흑룡회자가 원하는 것은 미국과 맺은 불평등한 협정문의 수정이었다.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하여 만은 협정문이 평등하게 수정이 되었지만 단 한 구절이 수정되지 않았다.

그것은 일본이 원한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2차 대전 패전을 하고 맺은 협정문은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산재한 많은 나라들이 들고 일어나 수정을 하지 못했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2차 대전 때 일본군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각국의 강력한 요구로 일본은 타국을 공격할 무기를 가지면 안 된다는 문구가 삽입된 항복 문서에 사인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당시 항복을 하면서 포기했던 군대까지 복구를 했으면서도 그것만은 수정되지 못했다.

솔직히 일본의 군사력은 세계 10위권 안에 위치해 있다.

그것은 일본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그러한 일본의 군사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해군과 공군만 따진다면 아시아 국가에서 일본과 비교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세계 군사력 2위의 중국만이 일본과 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적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추게 된다면 2차 대전 잔인한 일본군의 군화에 밟혔던 전철을 다시 밟을지 모른다. 그런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에 그것만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러한 것을 총리가 해결하지 못 한다고 본 흑룡회주는 차가운 눈으로 아베 총리를 노려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는 것이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주변국과 화합과 협력을 추구했다면 진즉 그러한 문제는 해결이 되었겠지만, 일본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전범들을 사당에 기리고, 2차 대전 당시의 일본군 군복을 꺼내 입어 당시 일본군의 정신을 이어받자고 다짐을 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일본을 정상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겠는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일본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주변국과 관계를 개선하지 못할 것이다.

◈ ◈ ◈

서울 시스템의 최신규 사장은 무척이나 긴장이 되었다.

웬만한 일에는 긴장을 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그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그가 지금까지 사업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 보았다.

그중에는 군의 중요 관계자도 있고 또 장관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만나는 사람은 앞으로 그의 사업에 무척이나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 천하그룹에서 연락을 왔을 때는 솔직히 믿을 수가 없었다.

비록 자신도 방위산업체에 등록된 업체이긴 하지만 천하그룹 하고는, 아니, 천하그룹의 계열사인 천하디펜스 하고 비교를 해도 엄청난 차이가 나는 회사다.

그런데 그런 천하그룹에서 국방부에서 발표한 대규모 사업을 함께하자는 제의를 하였을 때 장난전화가 아닌가, 의심을 하였다.

천하디펜스는 누구나 아는 대한민국 최고의 방위산업체다.

육해공 어느 분야 빠지지 않고 관여하는 그런, 방위산업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곳인데 그곳에서 연락인 온 것이니 최신규로서는 신경이 쓰였다.

“어서 오십시오.”

이미 상당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고, 계약만 남아 있는 상태이기에 오늘 계약을 위해서 천하그룹 산하 로열 호텔에서 컨벤션센터에서 먼저 도착해 있던 최신규는 안으로 들어오는 천하디펜스의 회장인 정명환을 맞았다.

정명환 회장은 컨벤션센터 안으로 들어서다 자신 보다 먼저 도착해 인사를 하는 최신규 사장을 보며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사전에 계약에 대한 협의는 모두 끝났기에 계약만을 남겨 두고 있기에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계약이 마무리되자 정명환은 최신규 사장을 보며 말을 하였다.

“연구팀에 꼭 정수한 연구원을 책임자로 구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 아니, 저희 연구소의 연구원을 어떻게 아시는지?”

최신규는 천하 디펜스의 회장이 일개 연구원을 알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더욱이 수한은 비록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연구원으로 있기는 하지만 수한은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어린 나이에 관련 박사 학위를 다섯 개나 가지고 있는 천재란 것을 떠나 비밀 단체인 지킴이의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존재이다.

그런데 그런 수한을 일면식도 없는 정명환이 알고 있다고 생각되자 긴장을 한 것이다.

지킴이들에게 수한은 단순한 차기 수장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적 스승인 혜원이 천기를 읽고 받아들인 존재였다.

물론 지킴이 회원 전부 그런 혜원의 주장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한이 보여 준 능력을 보며 혜원의 말이 결코 허언만은 아니란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더욱이 20살이란 나이로 미국에 넘어가 다섯 개의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은 그동안 자신을 희생하면 끝까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노력하던 지킴이들에게 그동안 희생하던 것을 자신의 후대에 물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솔직히 말이 좋아 나라와 민족을 위한 희생이지, 그것은 그들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엄청난 고통이었다.

더욱이 지킴이 본인들은 가족에게도 자신들의 정체를 알리지 못하는 회칙 때문에 아픔을 겪은 이들이 참으로 많았다.

때로는 부정을 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간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족이나 주변 친인들에게 받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지킴이들은 묵묵히 그런 의심을 감내했다.

그렇다고 그게 참고 흘려버릴 수 있는 가벼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킴이들은 자신들의 일을 소명이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자신들의 고통을 자신들의 자식에게 그리고 손자에게까지 이어지길 원하는 것도 아니다.

될 수 있으면 자신의 대에 조상들이 그렇게 기다렸던 미륵이 도래하길 기원했다.

그런데 자신들이 기다렸던 미륵으로 예상되는 수한이 나타났을 때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래서 처음 회주인 혜원이 미륵의 탄생을 지킴이에 알렸을 때는 오히려 의심을 했었다.

혜원이 나이가 들어 노망이 든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그렇지만 혜원이 미륵이자 전륜성황이라 내세운 존재가 이제 돌도 되지 않은 아기란 것을 알았을 때는 조금 허탈한 심정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아기의 정체를 알고는 모두 숨을 죽이며 혜원의 뜻을 따랐다.

아기를 키우기 위한 지원을 하고, 공부를 시키기 위해 유학도 보냈다.

이런 지킴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는지 20살도 되지 않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니, 그냥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정도가 아니라 다섯 개 부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수한이 일찍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게 된 것도 그런 수한의 천재성 때문이었다.

수한이 박사 학위를 받고 얼마 있지 않아 은밀한 움직임이 지킴이들에게 포착이 되었다.

지킴이들은 시대가 바뀌면서 한반도 내에서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나라와 민족을 수호하기 위해 국외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였다.

옛날에는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산속에서 심신을 단련을 하다, 나라가 위급하면 세상으로 나가 의병을 일으키면 되었지만 현대에는 아니다.

국제 역학 관계가 얽히고설키어 복잡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 방식으로는 자신들의 소임을 다할 수 없게 되었다.

지킴이 내부에서도 방법을 다양화 하게 되었는데, 일부 회원들을 외국으로 보내는 방법이었다.

외국에 터전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외국에 나간 지킴이 회원 중 미국 정부에서 수한의 주시하는 것을 포착해 수한을 미국에서 빼냈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 조기에 귀국을 한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미국은 갖은 수단을 동원해 수한을 빼돌렸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이렇게 수한을 숨겼는데, 천하디펜스의 회장이 어떻게 수한의 존재를 알았는지, 수한을 천하디펜스가 주축으로 하는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을 협력하는 연구원 수장으로 보내라는 것인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최신규 사장이 의문을 나타내고 있을 때 먼저 말을 꺼낸 정명환 회장이 말을 하였다.

“아직 모르시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정수한 연구원은 제 조카입니다.”

“예? 정수한 연구원이 회장님의 조카라고요?”

최신규는 정명환이 한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사실 최신규는 수한이 천하그룹의 오너 일가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지킴이 회주인 혜원의 의붓 손자라는 것만 알고, 수한이 처음 병역 문제로 연락을 했을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연구원으로 받아들인 것뿐이다.

물론 수한이 연구원으로 들어오면서 그가 운영하는 서울 시스템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천재라 알려져 있었지만 그래 봐야 아직 실무경험이 부족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처음 한 사람 몫만 해 줘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연구소장의 말에 의하면 서울 시스템 연구소에 있는 다른 어느 연구원들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대체복무 기간이 끝나더라도 자신의 회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내주면서라도 수한을 붙잡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정명환 회장이 그런 최신규 사장의 꿈을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아! 역시 피가 다르니 다른 환경에서 자라더라도 호랑이가 되는구나!’

최신규도 수한의 출생에 대하여 대충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야 수한이 누구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수한의 천재성이 이해가 갔다.

호랑이의 핏줄을 받았기에 호랑이가 된 것이라 생각하니 수한을 자신의 회사 임원의 자리를 주고라도 붙잡으려던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잘 알겠습니다.”

정명환의 이야기를 듣고 최신규는 바로 생각을 접었다.

차라리 이 기회에 천하그룹과 인연을 맺어 두면 앞으로 서울 시스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을 알기에 자신의 생각을 접고 수한을 포기한 것이다.

뭐 대체복무를 위해 연구소에 출근한 것이 이제 겨우 10개월 정도가 지나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수한이 연구소에서 한 일만으로도 그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충분히 해 주었기 때문에 포기도 쉬웠다.

사실 수한이 연구소에서 하던 연구는 수한이 대체복무 기간 안에 완성을 하기만 해도 엄청난 이득이었다.

그런데 수한은 자신이 맡은 연구를 벌써 완성을 시키고 다른 연구원들의 연구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니 수한을 이번 천하디펜스와의 협력에 보내는 것에 굳이 제동을 걸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연구원들은 기존에 하던 연구 때문에 빼지 못하지만, 수한은 이미 자신이 맡은 연구가 끝난 상태이다. 거기다 비록 대체복무를 하는 연구원이지만 서울 시스템 연구소 직원들 중 수한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수한이 천하디펜스로 파견되는 연구원들의 수장으로 간다고 해도 이의는 없을 것이다.

◈ ◈ ◈

천하디펜스 내부 회의실.

회의실 안에는 천하디펜스 회장인 정명환 회장은 물론이고 임원들은 물론이고 전차 개발과 관련된 부서의 연구원들까지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상석에는 천하그룹의 총회장인 정대한 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명환 회장, 서울 시스템에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가?”

정대한 회장은 아직 회의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빈자리를 보며 정명환에게 물었다.

현재 회의장에 빈자리가 몇 보였는데, 그 자리는 이번 차기 주력 전차 개발에 협업을 하는 서울 시스템 연구원 대표의 자리였다.

오늘 회의의 주제는 차기 주력 전차의 개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회의였다.

그런데 천하그룹 회장인 정대한 말고 천하디펜스의 대표인 정명환을 회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천하디펜스는 천하그룹의 일반 계열사와 달랐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천하디펜스는 원래 항공기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천하항공과 미사일이나 포탄을 제조, 개발하는 천하화학, 선박 회사인 천하조선 그리고 천하중공업과 천하 철강 등이 구조 조정을 통해 합병한 회사가 바로 천하디펜스다.

그러다 보니 기존 합병 전 천하항공이나 천하화학 등 계열사 사장들이 합병을 하면서 그들의 거취가 애매해졌다.

하지만 정대한 회장은 천하디펜스의 대표를 회장의 직책으로 올리고, 합병한 천하항공이나 화학 등의 회사 사장으로 있던 이들을 천하디펜스 사장의 자리에 앉혔다.

물론 구조 조정을 할 때 자리에서 물러난 이들도 꽤 많았지만, 어찌 되었든 천하 디펜스의 대표는 회장이 되고, 회장의 자리에는 당시 천하중공업의 사장으로 있던 정대한 회장의 차남인 정명환 사장이 회장의 자리에 취임을 하였다.

아무튼 정명환 회장을 보며 물은 정대한 회장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물음에 정명환 회장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비서를 보았다.

정명환 회장의 뒤에 대기하던 비서는 얼른 대답을 하였다.

“1시간 전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회의 시간 전까지는 도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비서는 무척이나 사무적으로 대답을 하였는데, 사실 서울 시스템에서 파견을 나오는 수한이 회의 시간에 늦는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회의 시간 보다 먼저 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뿐이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회의장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 ◈ ◈

“수한아.”

“예, 아저씨.”

수한은 밖으로 나가려는데, 자신을 부르는 최신규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원칙적으로 회사이니 사장님이라 불러야 하지만, 최신규는 수한이 어릴 때부터 봐 온 터라 이렇게 아저씨라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 천하디펜스에 가서 연구를 하다 보면 네 대체복무 기간도 끝날 것 같은데, 그 뒤로 잘 부탁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수한은 최신규 사장의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

그런 수한의 표정을 읽었는지 최신규 사장이 웃으며 말을 하였다.

“얼마 전에 정명환 회장님께 들었다. 정 회장님께서 네 둘째 큰아버지시라고?”

“아!”

수한은 최신규의 말을 듣고 조금 전 그가 한 이야기가 무슨 소리인지 깨달았다.

사실 얼마 전 할아버지에게 불려갔을 때, 언뜻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대체복무가 끝나면 할아버지의 회사로 들어오라는 소리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러 할아버지의 제안을 거부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원수인 일신그룹에서 자신을 알게 되었기에 굳이 외부에서 따로 그들과 싸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싸웠다가는 각개격파를 당할 수도 있었기에 큰 바람막이인 천하그룹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물론 자신의 소유인 라이프제약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자신의 힘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에 끝까지 가져갈 것이다.

더욱이 라이프제약에서 비밀리에 생산되고 있는 그것을 잘만 활용하면 지금과는 상상도 못할 돈을 벌어들이고, 또 힘을 가지게 될 것이기에 라이프제약을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예, 할아버지에게 그런 언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너도 알겠지만 우리 회사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회사다. 일반 공장 시스템을 연구해 주기도 하지만, 주로 하는 것이 너도 알겠지만 군에서 내려오는 것들이다.”

최신규 사장의 말을 들으며 수한은 자신이 연구하던 것을 생각해 보았다.

KF―16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연구하였고, 부분적으로 완성을 해 소장에게 넘겼다.

그것으로 인해 서울 시스템은 국방부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 줄 알았던 일이 수년이 앞당겼으니 아니 그렇겠는가.

더욱이 시뮬레이션 결과 전혀 기존의 시스템과 충돌을 하지 않고 완벽하게 작동을 하고 있으니 국방부로서는 서울 시스템의 기술력을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최신규 사장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회사의 기술력이 아니라 수한이 도와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지금 수한이 대체복무가 끝나면 천하디펜스나 천하그룹에 입사할 것이고 또 회장의 핏줄이니 임원으로 들어갈 것이란 사실은 100%였다.

능력이 있으면 원수만 아니라면 데려다 쓴다고 소문이 난 천하그룹이고, 정대한 회장이다 보니, 수한이 천하그룹으로 들어가면 서울 시스템에도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하는 중이다.

수한도 자신을 도와준 최신규의 노고를 잘 알기에 그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천하그룹이 대기업이고 천하디펜스가 대한민국 최고의 방위산업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 전부 해결할 수는 없었다.

비록 그것들과 비교되지 않겠지만, 서울 시스템의 연구원들도 천하그룹에 있는 인재들 못지않은 수재들의 집합체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수한은 자신의 구상을 펼치기 위해선 이들의 도움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제가 이렇게 크기까지 아저씨들의 힘이 얼마나 컸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천하그룹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잊지 않을 것이니, 다른 아저씨들에게도 연락해 주세요.”

수한은 그동안 외부에 알리지 않았던 자신의 포부를 최신규 사장에게 들려주었다.

우선적으로 반민족 기업이 일신그룹을 응징하기 위해 힘을 기를 것이라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킴이 회원들의 도움도 절실했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천하그룹이 일신그룹과 동등하게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커져야만 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국방부가 발표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사업을 따내야 했다.

들려오는 정보에 의하면 일신그룹도 이번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사업에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어이가 없는 것은 일신그룹이 자국의 차기 전차 개발 사업에 적국이나 마찬가지인 일본의 기업과 손을 잡는다고 하였다.

일본이 한국과 동맹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이 보이는 행보를 보면 동맹이 아닌 적대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앞뒤 말이 다르고 한국령인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한국이 강제 점검하고 있다고 떠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종군위안부 문제를 역사 교과서에서 삭제하고, 그것도 모자라 로비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한국이 거짓 선동하는 것처럼 조작을 하려고 하였다.

이렇게 앞에서는 한일양국의 협력을 주장하면서 뒤로는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고 대립을 힐책하는 일본이다.

수한은 절대로 그러한 일본인들을 자신의 조국인 대한민국의 동맹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이는 전생의 기억을 돌아봐도 이러한 자들은 나중에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니 겉과 속이 다른 일본과 손을 잡고 조국을 지킬 무기를 만들겠다는 일신그룹을 좋게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굳이 의붓 할아버지인 혜원에게 들었던 것처럼 일신그룹이 반민족 기업이라는 것 때문도 아니고, 오래전 자신을 납치했던 납치범을 후원을 했다고 해서 편견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관련 정보를 종합 분석해 내린 결론으로 수한은 일신그룹이나 일본을 그냥 그대로 두었다가는 자신의 조국과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이 불행해질 것이라 판단을 하고 그들을 적이라 규정하였다.

그리고 그런 적들을 파멸시켜야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가장 우선 국방력 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천하디펜스에서 회의가 있어 이만 가 볼게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수한은 그렇게 최신규에게 인사를 하고 서울 시스템을 나와 천하디펜스로 향했다.

<『그레이트 코리아』 제5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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