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34화 (34/118)

7.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계획

“감사합네다.”

“정말로 감사합네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정말로 할 말이 없습네다.”

리철명과 김갑돌은 수한을 향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였다.

현재 이들은 천하그룹 산하 병원인 천하병원에 와 있었다.

이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몸이 아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김갑돌의 부인인 리순임의 치료를 위해 입원을 시키기 위해 온 것이다.

수한은 리철명과 김갑돌을 받아들이면서 회사 복지 차원에서 지원되는 의료 서비스를 이용해 리순임을 천하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비록 수한이 고문으로 있는 라이프제약이 천하그룹 계열이 아니기에 할인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룹 회장의 손자에, 병원장이 그의 큰어머니였다.

그러니 병실을 굳이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구할 수 있었다.

수한은 몸이 아픈 김갑돌의 부인만 병원에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리철명과 김갑돌 두 사람을 받아들이면서 혹시나 두 사람의 가족들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가족들에 대한 종합 검진도 신청을 하였다.

가족이 건강해야 두 사람이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않고 일에 전념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복지 정책은 아직 천하그룹에도 실행되지 않고 있는데, 수한은 라이프제약을 인수하면서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이런 정책을 실시하였다.

이는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좋은 시스템을 한국에 들여와 적용을 시킨 것뿐이다.

그 때문에 라이프제약의 직원들의 직업 만족도는 큰 폭으로 향상이 되었다.

처음 수한이 조은제약을 인수하고 라이프제약으로 상호를 바꾸면서 강조했던 것이 직원이 행복한 회사였다.

직원이 행복해야 그들이 일하는 직장이 행복하고, 또 그들이 생산한 약을 사용하는 이들이 행복해진다는 주장을 하며, 비록 그 때문에 수익은 조금 줄었지만 상관이 없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어느 한계 이상을 넘어가면 모두 사치일 뿐이다.

사람이 사치를 부리기 시작하면 그 한계는 없어진다.

옛 어른들 말씀으로 서 있는 놈은 앉고 싶어 하고, 앉으면 눕고 싶어 한다라 하였다.

인간은 적당히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지 않으면 게을러진고 나태해진다.

수한은 비록 그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이 주인으로 있는 라이프제약의 직원들만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도의 복지를 누리게 해 주고 싶었다.

수한이 생각하기에 한국의 기업 문화는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

마치 중세 왕정 국가를 보는 듯하다.

마치 회사가 자신의 소유물인양 경영을 하였고, 또 직원들을 아무 때나 쓰다 버릴 수 있는 소모품으로 생각을 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70년대 정부가 국가 발전을 위해 펼친 기업 정책이 몇 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기조를 이어 가면서 만들어진 현상이었다.

당시에는 대한민국의 경제는 북한보다 못하였다.

국민 소득이 1,000불이 되지 못하던 시대였다.

그렇다 보니 외화를 많이 벌어 오는 기업에 힘을 실어 주어 외화를 많이 벌어 오게 만들어야만 하였다.

그러다 보니 기업인들에게 유리한 법령들이 만들어졌다.

물론 그 때문에 대한민국은 많은 발전을 하였다.

수한은 그런 기업인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국가와 국민의 희생 속에서 성장한 기업들은 지금에 와선 그것이 마치 자신들만의 노력으로 그렇게 된 것처럼 떠들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물건의 단가를 낮춰 외국 제품과 경쟁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그들의 공장에 들어가는 전기료를 대폭 낮춰 주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의 시장 개방 압력을 받으며 국내 곡물 시장의 문호를 개방하였다.

이처럼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성장을 했으면 기업들은 자신들의 본분을 깨닫고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국민들에게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불법으로 편취하여 외국으로 빼돌렸다.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버진 아일랜드나 바베이도스 등에 돈을 빼돌리고, 또 그도 모자라 차명계좌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재산을 빼돌렸다.

이 모두 불법으로 처벌을 받아야 할 일이지만 이 또한 로비를 통해 자신들의 범죄를 감추었다.

수한은 이런 기업들의 모습에서 전생의 귀족들을 보았다.

전쟁이 없을 때는 백성들의 위에 올라 각종 권리를 누렸으면서 정작 전쟁이 나자 가장 먼저 조국을 배신하고 나라를 전복하는 데 앞장섰다.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민족과 나라도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

그런 귀족들의 모습을 한국의 대기업 경영자들에게서 보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영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히 일부였고, 대부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쉽게 국정도 바꿀 위인들이 대다수였다.

수한은 그런 이들을 보면 반면교사의 예로 삼아 자신의 행동 지표로 삶았다.

그래서 처음 실시한 것이 바로 직원들의 복지 정책이고, 그것은 라이프제약에 속한 직원들을 만족시켰다.

그러했기에 라이프제약의 직원들은 말단에서 사장까지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란 생각으로 자신의 직분에 맞게 열심히 노력을 하였다.

그렇게 노력을 함으로써 라이프제약은 금방 정상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약진을 할 수 있었다.

아무튼 리철명과 김갑돌의 가족들도 두 사람이 라이프제약의 직원이 됨으로써 직원 가족들이 누리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리철명 씨는 전직 북한 특수부대에 근무를 했다고 하는데, 탈북자 중에 그런 분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수한은 자신을 보며 감사 인사를 하는 리철명을 보며 물었다.

두 사람을 받아들이면서 구상했던 것을 완성하기 위해선 자세히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생각 보다 인원이 적다면 탈북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특수부대 출신 중에서도 선발할 생각이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저와 같은 특수부대원들이 많이 군을 나와 외국으로 외화 벌이를 나갔습네다. 그리고 상당수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들어왔습네다.”

수한의 질문에 리철명은 자세한 숫자는 이야기 하지 않고 상당히 많다고 말을 하였다.

수한은 이런 리철명의 대답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리철명 씨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스무 명만 모집해 주십시오.”

“스, 스무 명 말씀이십네까? 그렇게나 많이 뭐르 하려고?”

리철명은 탈북자들 중에서 특수부대원 출신 모집을 하라는 말에 깜작 놀랐다.

그가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한국의 국정원에서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특수부대 출신 스무 명이 모여 있다면 결코 그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집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괜찮겠습네까? 아실지 모르갔지만, 저희들은 국정원에 감시를 받고 있습네다. 또 국정원에서도 저희들에게 모이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합네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것은 불법적인 일로 아무리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탈북자 그중에서도 북한군 특수부대원 출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은 군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데, 북한의 특수부대원의 훈련 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다.

그 때문에 이들에게는 손에 들리는 모든 것이 무기로 활용될 수 있는 인간병기들.

비록 북한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많은 군인들이 군복을 벗고 살기 위해 외화 벌이에 나서긴 했지만, 아무튼 극히 위험한 존재임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때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아랍의 테러 단체의 군사 고문 또는 군사 훈련 교관으로 파견을 다닐 정도로 유명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몸에 익은 살인 기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 전직 북한군 특수부대원 스무 명이면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러니 이들에 대한 감시가 없을 수 없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신원은 저희 라이프제약에서 보증을 할 것이니 안심하십시오.”

수한은 리철명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조금 쉽게 생각을 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지만 곧 그런 생각은 털어 버렸다.

회사에서 이들을 신원 보증하고 그것도 안 되면 할아버지를 통해 정부와 협상을 할 생각이었다.

정부도 굳이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많은 요원을 파견하여 예산을 낭비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한곳에 모여 있고, 또 확인된 단체에서 이들을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이 이득이란 것을 알 것이다.

수한이 이렇게 리철명과 김갑돌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일단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뚜벅뚜벅.

“수한이, 오랜만이네?”

수한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은 바로 이 병원의 원장이자 수한의 큰어머니인 장서희였다.

“큰어머니,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수한은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건 장서희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우리 조카 무슨 일로 병원을 다 찾아온 거니? 설마 날 만나러 온 거야?”

“하하, 그게…….”

큰어머니의 너스레에 수한은 뒷머리를 긁으며 얼버무렸다.

“응, 옆에 계신 분들은 누구시니?”

장서희는 수한의 옆에 서 있던 리철명과 김갑돌을 보며 물었다.

그런 장서희의 질문에 자세를 바로 하고 대답을 하였다.

“예, 이번에 절 구해 주신 분들이에요. 그리고 저희 회사 보안팀 직원이기도 하고요.”

수한은 리철명과 김갑돌의 신분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대답에 장서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신문을 통해 얼마 전 있었던 사고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

장서희도 정 씨 가문의 일원이기에 조카인 수한이 겪은 사고에 대하여 관심을 보였다.

18년 만에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조카이기도 하고, 자신의 시아버지인 정대한 회장이 관심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기에 그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다.

둘째 조카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실용화 할 수 있는 설계도를 그려 거래를 하여 막대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것 때문에 안팎으로 심해지던 압력에서 벗어난 둘째 조카의 밝은 표정을 보았기에 장서희도 수한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런데 병원에는 웬일이야? 설마 얼마 전 사고가 있었다고 하던데,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니?”

큰어머니의 우려석인 말에 수한은 얼른 대답을 하였다.

“아니에요. 제가 아파서 온 것이 아니라 여기 김갑돌 씨 아내분이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이참에 직원 가족들 종합 검진을 받으려고요.”

“아, 그래?”

“예, 저희 회사는 직원의 복지에 좀 신경을 쓰는 편이라 직원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회사에서 의료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장서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 또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을 했었다.

그랬기에 미국의 의료 서비스 현황을 잘 알고 있었다.

미국 회사들의 직원과 그 가족들의 의료 보험을 책임진다.

한때 한국의 국민 의료 보험을 벤치마킹하여 미국에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보기 좋게 기득권 세력의 방해로 실패를 하였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장서희는 조카의 깨인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래, 참 좋은 회사 같구나!”

장서희는 자신이 느낀 대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 큰어머니의 말에 수한은 밝게 미소를 지었다.

비록 회사에서의 직함이 고문이기는 하지만, 사실 자신이 실질적인 주인 아닌가.

더욱이 직원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확대는 자신이 직접 기안한 제도였다.

그러니 지금 장서희가 하는 칭찬은 수한 자신을 칭찬하는 말이었다.

“집에 자주 좀 들리렴.”

“알겠습니다.”

장서희는 계속해서 조카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있었기에 수한에게 말을 하였다.

그런 큰어머니의 말에 수한도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헤어졌다.

잠시 멀어지는 큰어머니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수한은 다시 고개를 돌려 리철명과 김갑돌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뒷일은 제게 맡기시고 일단 스무 명을 모집해 주세요.”

“알갔습네다.”

수한의 지시에 리철명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였다.

리철명의 대답을 들으며 수한은 어제 세웠던 계획에 살을 보테 계획을 완성하였다.

수한의 생각은 라이프제약 내에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 스물두 명으로 보안팀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일부는 이름 그대로 라이프제약을 지키는 보안팀으로써 임무를 수행하고, 또 일부는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경호를 하게 만들 생각이다.

물론 가족들에게는 천하가드에서 나온 경호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수한이 생각하기에 천하가드의 경호원만으로는 안전을 확신하기 힘들었다.

수한 본인의 기준으로 천하가드의 경호원들의 수준은 조금 수준 미달이었다.

이는 수한의 기준이 무척 높은 것이지만, 그의 생각에 가족의 안전에 대한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준에 기존 천하가드의 직원들이 못 미치는 상황이니 자신이 직접 가족들의 안전을 챙길 생각이었다.

물론 그런 수한의 생각에 천하가드의 사장이나 수한의 할아버지인 정대한 회장은 조금 불쾌한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수한에게 그런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가족과의 이별은 한 번이면 충분했다.

타의에 의해 18년간 가족과 생이별을 했던 수한이기에 이런 수한의 생각을 거부하는 이들을 생각해 줄 만큼 수한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한은 전생의 기억과 현생에서 배운 모든 것을 동원해 특별한 경호원들을 만들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공부하던 중 들은 그것을 이곳에서 완성시키려고 결심을 하였다.

이러한 수한의 결심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미국보다 먼저 슈퍼 솔져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결과물은 아직 시간이 더 흐른 뒤에 만들어질 결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 ◈ ◈

“천하그룹에서 이번 국방부의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에 뛰어든다고?”

“예, 정보에 의하면 천하그룹 정대한 회장이 그룹의 사활을 걸고 이번 군의 주력 전차 개발 사업에 뛰어든다 합니다.”

일신그룹 전략회의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였다.

원래 일신그룹의 사업 영역과 천하그룹의 사업 영역은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1980년대 들어 대한민국이 고도 성장을 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일신그룹은 많은 기업들을 막대한 자본과 작전을 통해 먹어 치웠다.

그렇게 기업 사냥을 한 일신그룹은 재계 서열 30위권이던 것을 10위권 안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때부터였다.

그전에는 천하그룹과 부딪히더라도 그저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천하그룹에 피해를 주던 것에서 벗어나 동종업계에서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을 하는 중 천하그룹은 사세가 기울어 이제는 30위권으로 떨어졌다.

다만 천하그룹은 양적 팽창을 한 일신그룹이나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자체적으로 계열사들 중 연관이 있는 계열사 별로 합병을 하고, 또 일부는 다른 기업에 팔아 버렸다.

외형적으로야 천하그룹이 축소되어 50위권 외곽으로 쳐졌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부실 규모가 줄어들어 IMF, 즉, 외환 위기 때 오히려 이때 규모를 축소했던 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안전할 수 있었다.

아무튼 천하그룹과 공공연하게 앙숙으로 지내고 있는 일신그룹은 국방부에서 발표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계획에 뛰어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주력 전차 개발 계획은 역대 최대 규모로 낙후된 육군 기갑부대의 M48계열 전차 전량과, 88전차로 불리는 K―1전차를 교체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이 수량만 해도 1,000대에 달하는데, 대당 가격이 100억이라고 하면 무려 1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인 것이다.

그러니 천하그룹뿐 아니라 일신그룹도 이에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좋은 생각 없나?”

일신그룹 회장인 신상욱은 그룹 사장들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신상욱 회장의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전차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전차란 그저 군에서 사용하는 무기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어찌 차세대 주력전사 개발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군복무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신상욱 회장을 비롯한 스무 명이 넘어가는 임원진 모두 각종 이유를 들어 병역을 회피하였다.

그러니 먹음직한 떡이 있어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서로 눈치만 보느라 안건을 내놓지 않자 신상욱 회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왜 다들 꿀 먹은 벙어리마냥 대답이 없는 것이야!”

호통을 친 신상욱 회장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회의장에 앉아 있는 임원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먼저 나섰다가 덤터기를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이 좋아 1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이었다.

분명 10조 원은 엄청난 금액이다.

하지만 사업이 최초 입안대로 1,000대나 되는 노후화 된 전차를 모두 교체를 할지도 사실 믿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국방위에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사업 예산의 규모를 줄이려 할 것이다.

또 국방위뿐만 아니라 군부 내에서도 반발이 있을 것이고,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뒷돈을 요구하는 이들도 나올 것이 분명했다.

이런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들도 넘어야 할 산이지만, 우선적으로 선정이 되었다고 하여도 육군이 요구하는 요구 성능을 충족하려면 그 또한 고난의 연속이다.

대한민국 육군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주력 전차 흑표가 왜 망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오는 일이다.

성능만 놓고 보면 흑표는 무척이나 대단한 전차이다.

다른 선진국의 주력 전차에 밀리지 않는,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욱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과도한 성능 요구와 빡빡한 개발비는 잦은 설계 변경과 부실한 불량 장비를 만들어 냈다.

그 때문에 흑표는 처음 계획과 다르게 많은 부분이 처음 계획과 다른 불안정한 완성품을 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관행적인 로비로 인해 국산화도 이루지 못하고 주요 부품을 외국에서 들여오게 되었다.

이 때문에 다시 한 번 예산이 초과되고 그 때문에 도입 대수를 삭감하기에 이르렀다.

아니, 거기에 그치지 않고 육군은 요구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흑표를 수령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이처럼 어처구니없게 여러 상황이 맞물려 흑표는 애물단지가 되었고, 또 흑표를 생산한 방산 업체는 적자를 보게 되었다.

이 때문에 지금 일신그룹 회의장에서도 누구 하나 나서서 안건을 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잘못해 자신이 그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면 나중에 모든 잘못을 자신이 덮어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신상욱 회장의 장남이자 일신그룹 전략기획실장이며 또 일신 중공업의 사장인 신원민이 입을 열었다.

“회장님.”

“그래, 신 사장이 말해 봐.”

이곳은 회사이기에 신원민이나 신상욱 회장 모두 직함을 부르며 이야기를 하였다.

“저희 그룹이 천하 보다 재계 순위나 규모면에서 앞서 간다고 하지만 방위사업 부분에서는 아직 그들과 경쟁을 하기에 기술이나 규모면에서 그들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신원민 사장이 말을 하자 신상욱 회장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자신의 아버지 때부터 천하그룹과는 전쟁 아닌 전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그들을 앞서며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아직도 천하그룹을 압도한다고 단언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신상욱 회장은 그것이 불만이었다.

재계 순위만 다져도 10위 안에 들어가는 일신과, 이제 겨우 30위권에 머물고 있는 천하그룹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또 그렇지 않아다.

자신이 거느린 일신그룹은 여타 다른 그룹들에 비해 부채 비율이 무척이나 높았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하면서 회사의 부채 비율은 2,000%가 넘어가는 계열사도 있었다.

가장 부채 비율이 적은 일신제약도 부채 비율이 1,400%나 되었다.

일신그룹의 평균 부채 비율을 따지면 2,100%나 되었다.

아무리 부채도 자산이라고 하지만, 너무도 자본 구조가 취약했다.

IMF 이후 정부에서는 기업들의 부채 비율을 줄이라고 하였지만, 대한민국에 적을 두고 있는 그룹들은 그때뿐이었다.

잠깐 부채 비율이 1,000% 미만으로 떨어진 때도 있었지만, 잠시뿐이었다.

이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제2의 IMF가 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할 정도다.

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다시 오르고 있어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신그룹은 마이독경(馬耳讀經)식으로 주변의 말에 전혀 귀를 귀 기울이지 않고 덩치만 키워 나갔다.

정부는 이런 일신그룹의 경영 행태를 질타를 해야 하지만, 이미 이들에게 매수된 정치인들의 비호로 어이없게도 국고를 열어 지원을 하였다.

이에 반해 천하그룹은 일신그룹을 대신하는 정치인들의 공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 임원들의 임금 삭감과 부실 기업의 정리 등을 통해 다른 기업들이 덩치를 키울 때 천하그룹은 오히려 내실을 다지기 위해 규모를 축소시켰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천하그룹은 IMF가 닥쳐 왔을 때도 선행된 체질 개선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쉽게 넘어갔다.

부채 비율이 겨우 300%밖에 되지 않는 우량 기업이다 보니 IMF의 영향을 피해 간 것이다.

물론 아주 영향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불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들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다른 기업들에 비해 쉽게 통과하였다.

이렇게 남들 어려운 시기에 내실을 다지고 남들이 안 할 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천하그룹은 일신그룹의 공격으로 밀렸던 재계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내막을 알고 있는 신원민 사장은 객관적으로 자신들과 천하그룹을 비교하며 이번 주력 전차 개발 사업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제 말씀이 회장님께서 듣기에 거슬리더라도 이 부분에서는 아주 객관적으로 보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방위산업에 관해서 저희 일신이 천하에 비해 한 수 내지는 두 수 정도 뒤처지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특단의 조치?”

“예, 특단의 조치 말입니다.”

“그래, 어떤 특단의 조치를 해야 천하에 뒤처지는 기술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지?”

신상욱 회장은 자신의 큰아들이 하는 말에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계속되는 말에 넘어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가 알기로도 천하그룹의 방위산업 부분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였다.

이번에 육군에 보급된 대전차 미사일만 해도 그렇다.

자세한 성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대전차 미사일 중 손을 꼽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물건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까지 성능 개량의 여지가 있는 물건이기는 하나, 그건 그것대로 신상욱 회장의 배를 아프게 하였다.

개량의 여지가 있다는 말은 다르게 말해서 개량을 하면 더욱 잘 팔려 나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상욱 회장은 큰아들의 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책이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다른 것이 아니다?”

“예, 저희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들에 버금가는 기술을 가진 곳과 합작을 하면 됩니다.”

신원민 사장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상욱 회장은 눈이 커졌다.

그동안 자신은 일신그룹이 천하그룹보다 더 낫다는 매너리즘에 빠져 생각하지 못했다.

분명 작은 기업이라고 해도 대기업보다 뛰어난 무언가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상욱 회장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그의 큰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확실히 큰놈이 낫군!’

신상욱 회장은 그렇게 자신의 큰아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의 아들들을 돌아보았다.

사실 이 자리에는 신상욱 회장의 4남 3녀나 되는 그의 자식들이 모두 자리에 있었다.

신원민나 신영민 같은 계열사 사장의 자리에 있는 자식도 있고, 그룹 내 이사의 자리에 있는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자식 중 자리에 어울리는 자식은 몇 없었다.

그리고 그중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바로 신원민였다.

자신의 장남이기도 하고 또 가장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본 자식이라 그런지 그의 관심도 각별했다.

사실 신상욱에게는 본부인 말고도 많은 여자들이 있다.

그중에는 외부에 알려진 여인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인들도 있었다.

그리고 신원민의 어머니는 신상욱이 다른 여인들과 사랑해서, 아니, 그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신원민의 어머니는 아니었다.

신원민의 어머니는 사실 신상욱 회장의 아버지인 신영호 회장의 비서였다.

회장의 자리를 놓고 형제들과 경쟁을 하던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생각하는 것들을 보다 빠르게 알기 위해 아버지 지근에 측근을 심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때 그의 눈에 뛴 존재가 바로 신원민의 어머니인 최영인이었다.

명문 배꽃여대 비서행정학과 출신이며, 또 미모 또한 대기업인 일신그룹 회장의 비서를 할 정도로 출중했다.

여러모로 자신의 눈에 들어오던 그녀를 아무도 모르게 내연녀로 만들었다.

비록 자신에게 본부인이 있다고 하지만 상류층에게 첩은 그리 흠이 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니, 최영인 정도의 재원이라면 훈장과도 같은 존재라고 하는 것이 맞았다.

그 이전에도 여자가 필요하면 당대 최고 스타들도 하루저녁 수청을 들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신상욱에게 최영인은 정말이지 그의 마음을 흔드는 최고의 여자였다.

미모면 미모, 머리면 머리 어느 것 하나 떨어지는 것 없는 최영인에 처음 아버지의 생각을 읽기 위한 도구에서, 어느 순간 그의 마음을 빼앗아 가 버렸다.

그러다 보니 최영인과 잠자리를 자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에게서 난 자식이 장남이 된 것이다.

물론 본부인에게서 난 신영민은 불과 3개월뿐이 차이가 나지 않고, 또 본부인의 영향력이 그룹 내에 결코 작지 않기에 신원민이 신상욱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보다 더한 공이 필요했다.

회장인 신상욱 다음으로 일신그룹에 영향력을 가진 존재가 바로 그의 본부인이기 때문이다.

신상욱이 그룹 회장이 되기 위해 그의 부인과 정략 결혼을 하였다.

그의 부인도 일신그룹에 못지않은 재벌가.

자신이 회장의 자리에 앉기 위해 처가의 도움을 받은 것이 있기에 가장 뛰어난 큰아들을 두고도 쉽게 차남을 쳐 내지 못하는 것이다.

비록 자신의 자식이라고 하나, 본부인에게서 낳지만 않았어도 차남인 신영민을 계열사 사장 자리에 앉히지 않았을 것인데, 본부인 자식이라는 것과 대외적으로 보는 눈이 있어 계열사 사장 자리에 앉혔다.

그러다 보니 신영민이 맡은 일신제약은 대그룹 계열사라는 프리미엄에 비해 성장이 더뎠다.

아니, 성장은 하고 있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과 같은 기업이었다.

대그룹인 모기업 때문에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덩치 불리기를 하는 일신그룹이라고 하지만, 진즉 일신제약을 그룹에서 분리했을 것이다.

아무튼 큰아들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신상욱 회장은 조금은 펴진 얼굴로 물었다.

“그럼 네 생각엔 어떤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과 사를 구분해 계열사 사장으로 대우하던 것과 다르게 무척이나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신상욱의 기분을 느낀 것인지 신원민의 표정이 풀려지는 반면 다른 자식들의 표정은 굳어져만 갔다.

그도 그럴 것이 후계자 경쟁을 하고 있는 와중 한 사람이 아버지의 마음에 조금 더 다가갔으니 아니 그렇겠는가.

이런 분위기에서 신원민은 얼른 표정을 고치고 대답을 하였다.

“필요할 것 같아, 여기 자료를 준비해 왔습니다.”

신원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철을 가져와 회의 참석자들에게 한 부씩 돌렸다.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계획의 획득 계획 의견서…… 이게 무엇이냐?”

신상욱 회장은 신원민이 넘겨준 서류를 보며 물었다.

“예, 국방부에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계획이 발표하고, 뒤이어 몇몇 기업들이 그 사업에 뛰어든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제가 임의로 그 기업들과 저희 일신과 역량을 비교한 표입니다.”

신원민은 자신의 아버지가 물어 오는 질문에 간단하게 답변을 하고 서류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보시는 자료에 나오듯 저희 일신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기술이나 연구 인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타 기업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선 그러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Consortium)을 기획하는 것입니다.”

“컨소시엄?”

신상욱 회장은 큰아들이 컨소시엄을 구상하자는 말에 눈이 커졌다.

하기는 10조나 되는 큰 사업인데, 단일 구성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일신그룹이라고 해도 무리가 가는 사업이었다.

만약 성공을 한다면 막대한 이득을 취하겠지만, 그러지 않고 이전 주력 전차인 흑표처럼 사업이 표류를 하게 된다면 그룹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러니 큰아들의 컨소시엄 구성이란 말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좋아! 하지만 국방부나 군에서 요구하는 차세대 주력 전차의 성능을 보면 상당하던데, 우리와 컨소시엄을 함께 구상할 기업은 어떻게 선정하였나?”

신상욱은 큰아들의 구상이 신선하기는 했지만,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아무나 사업에 참여시킬 수는 없었다.

“예, 저도 그런 것을 고려해 일단 삼일정보를 그리고 일본의 미쓰비 중공업과 혼타 이렇게 세 개 회사를 저희 일신중공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려고 합니다.”

“혼타와 미쓰비 중공업이라?”

큰아들이 일본의 대표적 그룹인 미쓰비와 혼타를 언급하자 깊이 생각에 잠겼다.

한국 기업인 삼일정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큰아들의 생각에 맞장구를 쳐 주었지만 혼타와 미쓰비는 달랐다.

물론 큰아들이 무엇 때문에 두 일본 기업을 언급한 것인지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정서상 자국의 주력 전차를 개발하는 일에 외국 기업 그것도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 빤했다.

더욱이 두 기업은 일본 내에서도 우익 기업으로 알려진 기업으로 매년 많은 돈을 우익 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무슨 걱정을 하는 것인지 잘 알겠지만 저희는 사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최고의 기업들과 손을 잡아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 내 그것을 공급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큰아들의 말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잘 알고 있지만, 신상욱 회장은 선뜻 그 말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상인이 최고의 물건을 판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의 생각도 함께 충족을 해 줘야 최고의 상인이다.

그런데 큰아들은 그것이 조금 부족했다.

일신그룹이 친일본 성향을 띄는 기업으로 알려져 뭇매를 맞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사업을 했다가는 결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었다.

막말로 경쟁 업체에서 여론 몰이를 한다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을 막아 낼 역량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는 일이다.

“아버지!”

그동안 조용히 있던 차남 신영민이 신상욱을 불렀다.

자신의 아버지가 형의 말에 관심을 보이자 배가 아파진 그는 어떻게든 형의 계획에 흠집을 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여긴 회사다.”

하지만 들려온 것은 핀잔뿐이다. 너무 다급해 이곳이 회사 그것도 임원 회의라는 것을 잊은 그의 잘못이다.

그렇지만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하지만 방금 전 신원민 사장의 말에 큰 결점이 있습니다.”

신영민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며 말을 이었다.

“무슨 이유에서 그러는지 잘 알겠지만 미쓰비와 혼타를 컨소시엄에 포함시킨다면 한국의 정서상 그 구상은 무조건 실패를 합니다.”

신상욱 회장은 평소 미덥지 못한 차남의 말이지만, 자신이 생각하던 것을 꺼내자 놀란 눈으로 차남을 보았다.

그동안 욕심만 많았지 사업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차남이었는데, 이런 식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라 놀란 것이다.

“그렇다면 넌 대안이 있는 것이냐?”

아들에게는 공과 사를 구분하라 말을 했으면서 그는 너무 놀라 평소대로 말을 하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런 신상욱의 말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예, 대안이라 하기에는 그렇지만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신영민은 신원민이 낸 안건을 살짝 수정해 대답을 하였다.

그는 미쓰비와 혼타가 일본 내에서 우익 기업으로 유명하니 그들과 직접 손을 잡아 컨소시엄을 형성하기보다는 두 기업과 자신들이 출자를 하여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이번 국방부가 발표한 사업에 입찰을 하자는 것이다.

정말이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소리였지만 신상욱 회장이 생각하기에 너무도 타당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처음 안건을 꺼낸 신원민도 자신이 어떤 것을 놓쳤는지 그제야 생각이 났다.

일신 그룹은 이렇게 자신들의 역량이 부족함을 알면서도 천하그룹에서 국방부가 발표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참여를 한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이들도 컨소시엄을 구상해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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