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33화 (33/118)

6. 사람을 얻다.

아침 일찍 신문을 보고 있던 신영민은 눈이 커졌다.

관심이 있는 경제면이 아니고 또 고속도로에서의 작은 교통사고였지만 신영민이 그 사고에 관심을 보이기에 충분했다.

언젠가 자신의 지시로 잠시 관심을 보였던 자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띠!

“김 비서! 들어와 봐!”

신영민은 급하게 인터폰으로 김 비서를 찾았다.

그에게 지시한 것이 있어 혹시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전에 내가 지시한 것은 어떻게 되었나?”

“어떤 일 말씀이십니까?”

신영민 사장의 질문에 김 비서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있어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되물어 오는 비서의 모습에 신영민은 자신이 보고 있던 신문을 그의 앞에 밀었다.

부시럭!

“음, 이 일 말씀이십니까?”

김 비서는 신문을 읽고서야 신영민이 어떤 것을 물어 오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김 비서는 생각이 정리가 되자 신영민의 질문에 답변을 하였다.

“우선 전에 지시하신 일 가운데 라이프제약의 고문으로 있는 정수한의 일은 아직 진행 사항입니다.”

“진행 사항?”

“예, 이 사진에 나온 자들은 제가 의뢰를 한 자들이 압니다.”

“그렇단 말이지?”

신영민은 혹시나 신문에 난 자들이 자신의 지시로 김 비서가 의뢰를 한 해결사들인지 알고 가슴을 졸였다.

자신의 일도 아닌 일로 아버지에게 혼이 난 뒤로 신영민은 하는 일마다 무척이나 신중하게 생각하게 고민을 하고 진행을 하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그 일은 일단 취소하도록 해.”

신영민은 전에 자신의 지시로 수한에 대한 테러를 중단하도록 시켰다.

처음 화가 났을 때는 그저 화풀이로 별 생각 없이 지시를 하였지만 신문을 보고 알았다.

수한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란 것을 말이다.

만약 수한이 천하그룹 정대한 회장의 직계란 것을 알았다면 결코 이런 황당한 지시를 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아니, 내리더라도 조금 더 신중하게 지시를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자신 말도 정수한을 노리는 자가 또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기사에는 죽은 김장근 전 전무의 죽음도 기사에 나온 사고자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 자신 말고도 김장근 전 전무와 정수한 라이프제약 고문을 노리는 자가 분명 더 있었다.

‘아버지가 시킨 것일까? 아니야, 아버지라면 이렇게 허술하게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 누구?’

신영민은 문득 배후자를 생각을 하자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렇지만 곧 그런 생각을 털어 냈다.

자신의 아버지라면 결코 이렇게 황당하게 일을 마무리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의 아버지에게는 아직 확실한 실체를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은밀하게 일을 처리해 주는 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굳이 이렇게 탈북자 출신의 해결사에게 일을 맡길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같이 지시한 것은 어떻게 할까요?”

“그건 이미 상당히 진척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 그렇긴 하지만 김장근 전 전무가 작업을 해 둔 제약사가 생각 보다 부실합니다.”

김 비서는 신영민의 지시로 수한에게 보복을 하는 일 말고 또 다른 일에 대하여 물었지만 신영민은 그것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어. 일단 인수하고, 그 회사 간부들 중 불법을 저지른 놈들을 족쳐 손해 본 부분을 복구하면 되는 거다.”

신영민은 언제나 그렇듯 기업 사냥을 하고 손실된 부분은 인수한 회사의 간부들의 부정을 추적해 철저하게 받아 냈다.

물론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신영민이 온전히 정당한 방법만으로 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조사를 하고 또 비리를 못 찾을 때면 없는 일도 만들어 올가미를 씌웠다.

한마디로 자신이 목표로 하는 기업의 단물과 쓴물 모두를 빨아먹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건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비서는 신영민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을 하겠다는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사장실을 나가는 김 비서의 등 뒤로 신영민은 뭔가를 생각하는지 그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흔들리고 있었다.

◈ ◈ ◈

“그러니까 사기를 당해 부인 약값이라도 벌려고 용역일이라도 하기 위해 나왔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네다.”

김갑돌은 경찰에 조서를 받고 있었다.

이미 한 번 조사를 받았지만, 또 불려 가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입니까?”

김갑돌을 조사하는 형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알기로는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출신 때문에 자격지심이 강해 어지간해서는 이처럼 다른 탈북자의 일을 도우면 도왔지 방해하진 않았다.

더욱이 자신들의 생명을 도외시하고 막았다는 것이 믿을 수 없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추궁을 하는 것이다.

“정말입네다. 어제도 말씀 드렸다시피 인간으로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네다.”

“그러니까 무엇 때문에 할 수 없었는지 이야기하시라고요.”

조사를 하는 형사는 참으로 답답했다.

분명 어제 조사 과정에서 살인 청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 살인청부를 받고 바로 거절을 하든가, 아니면 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돈을 벌겠다고 현장에 동행을 했단다.

그런데 현장에 나가 타깃을 확인하고 마음이 변해 그것을 막았다고 하니,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하는 이야기 내가 전부 들어 줄 테니 천천히 이야기 하세요.”

형사는 김갑돌이 뭔가 이야기를 할 것 같으니 살살 달래며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기러니까…….”

김갑돌은 처음 이야기를 한 것은 자신이 북한에서 탈북을 하는 과정부터 시작이 되었다.

그러다 중국을 경유해 라오스 그리고 캄보디아 국경을 넘을 당시 자신의 부인과 몇 명의 탈북 여성들이 라오스 국경경비대에 붙잡힌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김갑돌 씨 말씀은 당신들이 탈북을 하는 과정에서 브로커에게 줄 돈이 부족한데, 도움을 주고, 또 국경경비대에 붙잡힌 당신 부인과 다른 탈북 여성들을 구해 주어 차마 죽이지 못하고 마음을 돌렸다는 말입니까?”

형사가 자신의 말을 정리를 해 주자 김갑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허……!”

형사는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데, 지금 김갑돌은 그런 자신이 간단하게 요약한 말이 맞다고 하니 기가 찼다.

“알겠습니다. 그만 당신 자리로 가 계십시오. 어이, 김 형사. 여기 김갑돌 씨 다시 유치장으로 데려가.”

조사를 마친 김갑돌이 유치장으로 돌아가자 조사를 하던 형사는 답답해졌다.

잘만 하면 뭔가 건수가 있을 것도 같은데 그게 잘 엮기지 않아 무척이나 답답했다.

그는 정말로 큰 건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끄집어내지 못하자 짜증이 밀려오는 형사였다.

“실례합니다, 권순 경사지요?”

자신의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짜증을 내고 있던 권순에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제가 권순인데, 누구십니까?”

권순 형사가 자신을 부른 사내를 돌아보며 물었다.

“네, 저는…….”

사내는 말을 하면서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강도영 변호사라고 합니다.”

자신을 변호사라 소개를 한 그는 자리에 앉으며 말을 하였다.

“전 정수한 씨의 부탁으로 탈북자인 리철명 씨와 김갑돌 씨의 변호를 위해 찾아왔습니다.”

강도영은 자신이 경찰서를 왜 찾아왔는지 권순 형사에게 말을 했다.

그런 강도영의 말에 권순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자신을 죽일 번하였던 사내들을 변호하기 위해 변호사를 보낸 수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두 사람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아니, 오히려 사고가 날 것을 막은 사람이니 포상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강도영 변호사는 현재 경찰 유치장에 있는 김갑돌과 리철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어떻게 보면 변호사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일단 범죄 공모를 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끝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 때문에 권순 형사도 이 문제를 함부로 처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대상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로열 패밀리의 일원이었다.

대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외국 주제 대사의 아들이기도 한 사람이 살인 청부 대상이었다는 것에 현재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더욱이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파이브돌스의 리더인 크리스탈의 친동생이며, 이전에는 길거리에서 양아치들과 시비가 붙는 바람에 매스컴을 타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참으로 이슈가 끊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일단 사건 공모를 하였다고 자백해서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권순이 사전 공모에 대하여 말을 하자 강도영 변호사도 이 부분에 한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비록 의뢰인을 도운 정황이 있지만 살인 청부에 관한 사전 공모는 아주 중한 범죄다.

일단 살인의 의도를 알고 공모를 했기 때문에 그것을 사전에 막았다고 하지만 무죄라고 주장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일단 그동안 전과가 없고, 또 들어 보니 돈이 없어 일거리를 찾아 그런 것이니 그 부분을 정상참작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강도영 변호사는 그래도 의뢰인이 부탁한 것도 있으니 어떻게든 두 사람을 경찰서에서 빼내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뭐, 그거야 검찰에서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야 조사만 하는 것이니…….”

권순 형사도 변호사까지 나서자 더 이상 이 문제를 붙잡고 있어 봐야 자신의 일만 많아질 것이란 판단에 검찰에 떠넘겼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두 사람 검찰에 송치하시는 것입니까?”

강도영은 권순 경사의 말에 다짐을 받듯 물었다.

그런 강도영의 질문에 권순 경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도영 변호사는 권순 경사의 답변을 듣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한에게서 사건 의뢰를 받으면서 김갑돌과 리철명이 풀려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들었다.

경찰서에 오기 전 이미 수한에게서 탄원서까지 받아 온 상태이기에 검찰에 송치 된다면 더 쉽게 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공모를 하였다고 하지만 그 범죄를 막은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 ◈ ◈

파이브돌스 멤버들은 뉴스를 접하자마자 급하게 수한을 찾았다.

아직은 활동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일찍 연습을 마치고 수한을 찾은 것이다.

수한은 어느 사이 파이브돌스의 공동 동생이 되어 있었다.

몇몇은 조금 더 선을 넘기는 하였지만, 어찌 되었든 공식적으로는 누나, 동생 사이였다.

“너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수정은 수한을 보자마자 수한의 몸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런 누나의 모습에 수한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누나, 난 그 사건과 아무런 상관없어. 뉴스 내용과 좀 다른데…… 전에 내가 아빠, 엄마 만나러 캄보디아에 갔었을 때 만난…….”

수한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곽철헌의 차에 돌진한 김갑돌에 관해 그를 어떻게 만났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하였다.

한참 수한의 이야기를 들은 수정과 파이브돌스 멤버들은 처음 수한을 만나기 위해 들이닥쳤을 때와는 다르게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어떻게 그런 인연이 있을 수 있냐.”

“내 말이……. 역시 사람은 착해야 복 받는다니까.”

“그래요, 언니. 그러니 언니도 매일 절 괴롭히지 말고 좀 착해 봐요.”

“뭐야?!”

수한과 김갑돌의 기이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루나의 기습에 레이나는 순간 흠칫하였다.

평소 장난이 심한 레이나는 수시로 멤버들에게 장난을 쳤다.

다만 리더인 크리스탈이나 동갑인 미나, 그리고 자신 보다 한 살 어리긴 하지만 차분한 예빈에게 장난을 거는 횟수보다 막내인 루나에게 치는 장난의 횟수가 많았다.

특히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막내라 자신의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치는 루나의 반응이 너무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다.

그러다 보니 파이브돌스의 숙소나 대기실은 두 사람으로 언제나 난장판이 되기 십상이었다.

지금도 레이나 보다 먼저 루나가 선수를 쳤다.

이렇게 레이나와 루나는 틈만 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에 대하여 장난을 쳤다.

“둘 다 조용히 못해?!”

오늘도 어김없이 소란을 피우자 수정이 나서서 두 사람을 제압했다.

“네.”

“알았어.”

장난을 치던 두 사람이 수정에 의해 제압이 되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러자 예빈은 수한을 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참, 수한아. 조금 있으면 수빈이 올 거야.”

“수빈 누나는 또 왜요?”

수빈이 온다는 예빈의 말에 수하는 또 그녀는 왜 자신을 찾아오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수빈은 전에 라이프제약의 외상 치료제 CF를 촬영을 한 뒤 천하 엔터와 계약을 하였고, 또 당시 촬영을 하던 감독의 눈에 띄어 또 다른 광고 촬영을 하며 모델로 데뷔를 하였다.

아마도 촬영을 끝내고 이곳으로 오려는 것으로 보였다.

“응, 아마 상처를 치료해 준 것에 대하여 감사 인사를 못해서 그럴 거야.”

“감사는 무슨 감사요.”

수한은 예빈의 마을 듣고 수빈이 무슨 이유로 자신을 보러 오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보면 수한도 한국 남자는 한국 남자인가 보다.

예빈의 이야기를 듣고 겸연쩍어 하며 손사래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예빈이나 수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여자라면 자신의 외모에 대하여 무척이나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

그리고 화상으로 인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징그럽게 엉긴 피부를 보노라면 성격이 소심해진다거나, 심하면 자괴감에 빠지고 심할 경우 자살 충동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마저 있다.

비록 수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콤플렉스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생기고 또 매사에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하지만 CF촬영을 한 뒤로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바뀌어 언제나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였고, 언제나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활동적으로 움직였다.

예빈은 자신의 동생이 그렇게 밝게 바뀐 것은 너무도 감사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동생이 소심하고 소극적으로 변해 가는 것에 안타까워하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더욱이 파이브돌스의 비주얼 담당인 예빈의 동생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수빈은, 데뷔하자마자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어, 요즘은 언니인 자신도 만나기 힘들었다.

이렇게 동생이 잘된 것이 모두 수한의 도움이라 생각한 예빈은 수한의 곁에서 밝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이때 그런 예빈의 모습에 쌍심지를 켜고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어머, 여기 얌전한 고양이인 줄 알았더니 부뚜막에 먼저 오르려고 하네!”

루나는 크리스탈에게 혼나고 의자에 앉으려고 하다 예빈이 수한의 곁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

“언니, 수한이는 제 거예요.”

루나는 예빈에게 말하고는 수한의 뒤에서 끌어안았다.

“어머, 어머!”

“어머! 용감한 막내라니까!”

“야! 루나 너! 수한이에게서 안 떨어져?!”

루나가 기습적으로 수한을 뒤에서 껴안는 모습을 보게 된 파이브돌스의 멤버들이 한소리 하였다.

하지만 멤버들의 그런 소리에도 루나는 꿋꿋하게 수한을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아니, 더욱 힘을 주어 끌어안고 자신의 얼굴을 수한의 얼굴에 가까이 붙이며 과감한 애정 표현을 하였다.

“너 미쳤어?!”

루나의 그런 진한 애정 행각에 멤버들은 주변을 살폈다.

아무리 파이브돌스와 수한의 관계가 많이 공개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처럼 행동을 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너 이러다 스캔들 난다.”

레이나는 루나의 행동에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경고를 하였다.

하지만 루나는 결심을 한 것인지 언니들의 만류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럼 나야 좋지!”

확실히 루나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하였다.

대한민국에 수한이 만큼 신랑감으로 최고의 조건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집안을 봐도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대그룹 회장의 친손자로 로열 패밀리에 속한다.

그리고 가족 관계로는 대기업인 천하그룹 회장이 친할아버지이고, 아버지는 외교관으로서 캄보디아 주재 대사이시고, 어머니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라 평가하는 디자이너였다.

한 명 있는 누나는 대한민국 최고 아이돌그룹인 파이브돌스의 리더였다.

또 수한 본인만 보더라도 또 어떤가.

20살에 미국에서 의학, 전자, 전기, 물리 등 박사 학위를 취득한 천재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물려받은 것이 아닌 직접 자신이 개발한 물건을 팔아 회사를 사들일 정도로 재산도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엄친아, 슈퍼맨인 것이다.

이런 남자인데 누가 채 가기 전에 찜해 놓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루나는 그렇게 장난 반, 진담 반 섞어 수한을 자신이 찜했다고 선포를 하는 중이었다.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면 더욱 좋다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멤버들도 그런 루나의 선언이 결코 장난만은 아니란 것을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한편 수한은 이런 루나의 애정 행각에 무척 당황했다.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다. 가족을 제외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또 표현을 해 주는 사람은 루나가 유일했다.

물론 다른 파이브돌스 멤버들도 수한에게 호감을 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호감 표시일 뿐 루나처럼 적극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인지 루나의 애정 표현에 당황하기는 하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아니, 루나의 그런 과감한 표현 때문인지 어느새 수한의 마음속에 루나의 모습이 들어서고 있었다.

“안 돼! 누구 마음대로 수한이 언니 것이라는 거예요.”

언제 왔는지 한가한 카페의 입구에 수빈이 서 있었다.

그녀는 카페 안으로 들어서다 루나의 말을 들었는지 그렇게 소리쳤다.

쿵쿵쿵쿵!

수빈은 쿵쿵 거리면 일행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리고 수한을 껴안고 있는 루나의 팔을 풀어 수한에게서 떼어 내었다.

“어어?”

수빈이 자신의 팔을 붙잡아 수한에게서 떼어 놓자 루나는 당황했다.

너무도 당당하게 자신의 팔을 수빈이 풀어내자 당황한 것이다.

그런 수빈의 모습에 당황한 사람은 비단 루나뿐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등장해 자신과 루나를 떼어 내는 수빈의 모습에 수한 또한 당황했고, 또 자신의 동생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에 예빈 또한 엄청 당황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당황과는 다르게 흥미롭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루나와 매일 아옹다옹하는 레이나였다.

‘호! 이것 봐라?’

레이나는 이 모습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솔직히 자신이 생각해도 수한은 무척이나 아까운 대상이었다.

나이가 조금만 어렸어도 추파를 던졌겠지만 아쉽게도 수한은 자신의 친구인 크리스탈의 동생이었다.

그것도 다섯 살이나 나이 차이를 가진 그런 대상인 것이다.

그 때문에 속은 쓰리지만 포기를 하였다.

수한이 나이가 조금만 더 많든가, 자신이 루나의 나이 정도만 되었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다섯 살이나 나는 나이 때문에 포기하였다.

결혼 상대를 찾아보면 수한 정도는 아니지만, 따라다니는 남자들은 많았다.

나중에 가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그중에서 한 명은 남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수한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그 뒤로 레이나는 아쉬운 마음이 들 때마다 수한에게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하는 루나를 도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레이나의 눈에 루나보다 한 살 더 어린 수빈이 나타났다.

더욱이 레이나는 수빈의 언니인 예빈도 은근히 수한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같은 그룹 안에 있다고 하지만 이들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수한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해서 예빈이나 루나가 서로 머리카락을 잡고 싸우는 것도 아니니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나중에 가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해결을 하면 되는 문제이니 말이다.

“수빈 누나 어서 오세요.”

루나를 자신에게서 떼어 놓고 그녀를 노려보는 수빈을 향해 수한은 인사를 하며 두 사람을 갈라 놓고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이런 수한의 행동에 장난기 많은 레이나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머, 우리 수한이 선수인가 보네?”

“예?”

수한은 갑작스런 레이나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보았다.

한편 레이나의 눈짓에 미나도 이 장난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어머, 그러게 말이야. 얌전한 줄 알았더니 수한이 엄청 선수였어!”

그녀들은 어느새 눈치를 주고받았는지 수한과 루나 그리고 수빈을 대상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레이나와 미나의 행동에 예빈과 수정도 함께하였다.

“내 동생이 이렇게 선수였다니…….”

수정은 수한을 보며 실망했다는 표정을 하며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돌렸다.

모르는 사람이 그런 수정의 모습을 본다면 정말로 동생의 행동에 실망하여 낙담을 한 것이라 믿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수한은 그런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누나들이 자신과 수빈 그리고 루나를 놀리고 있음을 눈치챘다.

“뭐, 꽃이 나비에게 찾아오는데, 굳이 나비가 꽃을 가릴 필요가 있나?”

수한은 그렇게 누나들의 놀림에 응수를 하며 자신의 오른쪽에 루나를 그리고 왼쪽에는 수빈을 앉혔다.

“어머!”

“어머나!”

수한의 행동에 수빈과 루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수한이 자신들에게 이렇게 적극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놀랐다.

한편 루나와 수빈의 행동에 장난을 치기 위해 수한을 몰아붙인 것인데, 엉뚱하게 수한이 적극적으로 그런 자신들의 말에 호응을 하자 루나와 미나 그리고 수정 등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곳은 자신들만 있는 장소가 아니라 외부에 공개된 카페가 아닌가.

장난도 정도가 있는데 만약 누가 이런 자신들의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구설수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뭐 자신들이야 이미 확고한 자리에 앉아 있으니 별로 타격을 받을 일이 없겠지만 수빈은 아니었다.

이제 갓 데뷔를 한 수빈이 아닌가.

지금 잘나간다고 하지만 어디나 안티는 있었다.

예쁘고 청순한 이미지에 성형을 하지 않은 천연 미인이란 수식어로 떠오른 수빈에게도 안티는 있었다.

안티라는 것이 무슨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저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들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들이 무엇이라도 된 것과 같은 착각을 하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만약 스타들이 자신들의 말에 반응이라도 할라치면 더욱 기승을 부렸다.

근거도 없이 쓴 자신의 글에 심취해, 마치 그것이 진실인양 떠들고 다른 사람이 하는 진실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한 안티들의 유명한 사건이 바로 모그룹 리더의 학력을 의심해 만든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이란 ‘X진요’ 사건이다.

해당 외국 대학에서 그 가수가 실제로 재학을 했으며, 졸업까지 했다고 졸업 증명을 했음에도 그들은 믿지 않고, 계속해서 해당 가수와 그의 가족들을 해코지 하였다.

결국 그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처음 문제를 제기한 놈은 외국으로 도망쳤다.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란 것을 이용해 대한민국 법의 심판을 피해 간 것이다.

그로 인해 그자의 말에 놀아난 일부 안티들만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받았고, 정작 가장 먼저 처벌을 받아야 했던 그놈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 후로도 자신이 마치 기존 사회 규범에 희생당한 순교자인양 행세를 하였다.

아무튼 이런 관계로 자신들의 장난이 엉뚱하게 진행이 되자 레이나와 미나 등은 얼른 자신들의 장난을 사과했다.

“그, 그만! 우리가 잘못했다.”

“우리 장난이 심했지! 미안!”

레이나와 미나는 얼른 수한과 루나 그리고 수빈을 보며 사과를 하였다.

그런 누나들의 사과에 수한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그러게 누나들 장난이 심했어요.”

수한의 말에 두 사람은 눈이 동그래졌다.

“어?”

“우리가 장난을 친 것을 어떻게 알았어?”

레이나는 수한의 말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런 레이나의 질문에 수한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어휴, 진짜. 한순간 좋다 말았네…….”

루나는 조금 전 수한의 행동에 조금 당황했지만 기분은 싫지 않았다.

아니, 가슴이 잠시 설레었다. 그런데 그게 장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실망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건 수빈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가슴에 간직하고 있었는데, 수한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자 엄청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언니들의 장난에 맞불 작전을 쓴 것이란 것을 깨닫고는 너무도 부끄러워졌다.

“언니, 두고 봐!”

수빈은 괜히 부끄러워 조금 전 다른 언니들과 함께 자신을 놀린 예빈을 향해 도끼눈을 뜨고 소리쳤다.

그런 수빈의 모습에 루나 또한 언니들을 보며 소리쳤다.

“숙소에 들어가서 봐요!”

수빈과 루나는 언니들에게 복수를 다짐하였다.

그런 두 사람의 복수 선언에 레이나와 미나 그리고 예빈은 뭐가 그리 웃긴지 싱글벙글하였다.

“그러든가, 말든가?”

마치 두 사람을 놀리듯 레이나가 그렇게 소리쳤고, 그런 레이나의 말에 루나의 눈빛이 반짝였다.

“누나, 그만 떠들고 우리 밥이나 먹어요. 다들 배고프지 않아요?”

수한은 더 이상 이곳에서 떠들다간 사람들의 시선에 녹아 버릴 것 같아 이들을 중재하였다.

그런 수한의 노력이 통했는지 여자들의 표정들이 밝아졌다.

그러고 보니 수한을 만나러 오기 전까지 연습실에서 안무 연습을 하였던 터라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수빈 또한 춤 연습은 아니었지만, 하루 종일 CF촬영을 하고 왔기에 허기가 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촬영 때문에 무언가를 함부로 집어먹을 수가 없었기에 하루 종일 굶었다.

그러니 저녁시간이 조금 지나가는 시각이라 무척 배가 고팠다.

◈ ◈ ◈

강도영 변호사는 리철명과 김갑돌을 데리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다녀왔습니다.”

강도영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하였다.

“아저씨,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듣기 불편해요.”

수한은 라이프제약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인사를 하는 강도영을 반겼다.

자신이 혜원의 양손자가 되면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지금 사무실로 들어서는 강도영 변호사의 도움도 있었다.

사실 강도영 변호사는 혜원이 수장으로 있는 지킴이의 일원이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며 그의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강도영 역시 지킴이들의 정신에 감명을 받아 지킴이에 투신을 하였다.

자신의 분야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이바지하는 지킴이들을 어려서부터 지켜보다 보니 수한도 그들의 삶에 빠지게 되었다.

환생을 하며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보니 지킴이의 정신에 더욱 감명을 받았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기사로서 맹세한 것들을 저버리고 주군을 배신했던 근위기사들 때문에 나라가 전복됐으며, 자신 또한 죽음에 이르지 않았던가.

그러한 전생의 삶을 돌아보며 대를 이어 정신을 이어받아 그것을 지켜 나가는 지킴이들에게 수한은 존경을 마지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앞에 있는 강도영 변호사다.

돈이 없어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적은 비용으로 변호를 하였고, 그도 내기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보수로도 변호를 해 주었다.

그러한 강도영 변호사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어려선 자신도 강도영 변호사와 같은 인권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였다.

하지만 중간에 생각을 바꿔 진로를 변경하였지만, 한때 존경하던 강도영이 자신을 보며 존칭을 사용하는 것에 수한은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강도영 변호사는 지금 지킴이 동료로서 자리하는 것이 아닌,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의뢰인을 만나는 자리이기에 그는 수한에게 존칭을 하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습니다.”

강도영은 자신의 뒤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오는 리철명과 김갑돌을 돌아보며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한편 수한은 강도영이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하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강도영 변호사 뒤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온 두 사람을 돌아봤다.

“어서 오세요. 자리에 앉으세요.”

수한은 강도영 변호사 뒤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있던 리철명과 김갑돌을 보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아, 예!”

수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사람은 얼른 앞에 있는 쇼파에 자리를 하였다.

“그때는 경황 중이라 제대로 인사를 못했네요. 감사합니다.”

사건 당시 자신을 죽이려고 돌진하는 차에 충돌한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하였다.

비록 이들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기 전 범인과 공모를 했었다고 자백을 했었지만, 그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 시켰다.

공모를 하였지만 살인을 막았고, 그것이 정상참작이 되어 무혐의로 풀려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들은 죄가 없다.

다만 이들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살기에 돈이 없는 탈북자는 무척이나 고단하다.

그냥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도 힘든데, 동포라고는 하나, 그들은 탈북자.

사람들은 이들을 보는 시각이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다.

그러니 살인 청부에 공모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한국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같은 탈북자를 배신한 이들을 다른 탈북자들이 좋게 보지도 않을 것이다.

수한은 자신이 베푼 은혜를 갚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앞을 막은 이들을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래서 강도영 변호사를 통해 이들을 변호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사정을 알게 되어 이 자리에 불렀다.

“내 일은 여기까지이니 이만 가 보겠다.”

강도영 변호사는 리철명과 김갑돌을 수한에게 데려오는 것까지가 의뢰였기에 더 이상 수한에게 존칭을 하지 않고 편하게 말을 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난 이만 가 보마.”

“예, 전 아직 일이 남아 있어서 더 나가지 않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오냐. 참, 싸인 받아 준 거 고맙다.”

강도영 변호사는 수한의 사무실을 나서며 인사를 하였다.

그가 수한에게 고맙다고 한 이유는 바로 수한이 파이브돌스 전원의 싸인을 받아다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강도영 변호사가 파이브돌스의 팬이란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늦둥이 아들이 파이브돌스의 열혈 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늦게 본 자식이라 그래서 그런지 너무나 오냐오냐 키워 버릇이 없고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파이브돌스라는 아이돌 그룹에 심취하게 되었다.

학교도 가지 않고 파이브돌스의 뒤만 따라다니는 것이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는데, 이때 수한이 파이브돌스의 리더 크리스탈의 동생이란 것을 알게 되고 수한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수한으로서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기에 누나를 만났을 때, 인사와 함께 싸인을 부탁했다.

그리고 수정을 포함한 파이브돌스 멤버들은 강도영의 아들 강성민에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라는 글을 남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누나들의 말이라 그런지 그 뒤로 강성민의 행동이 180도 바뀌었다.

모범생과 거리가 있던, 아니, 불량 학생에 가까웠던 강성민이 바뀌었다.

누가 깨워야 겨우 일어나던 그가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일어나고, 자신의 방을 청소하며, 또 심심하면 빠지던 학교도 지각도 하지 않고 등교를 했던 것이다.

물론 그런 강성민의 행동을 작심삼일이라 생각하며 얼마나 갈 것인가.

우려의 심정으로 지켜보았지만 정말로 마음을 잡았는지 아직까지 그런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수한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세요.”

“아니야, 그것 때문에 성민이의 행동이 180도로 바뀌었다. 전에는 정말로 저게 커서 뭐가 될까……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정말로 고맙다.”

강도영의 말을 들은 수한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그럼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할 것이 아니라 누나들에게 인사를 해야죠.”

“하하, 그래 네 말이 맞다. 언제 날 잡아 저녁이라도 대접을 해야 할 것인데…….”

강도영은 말을 하며 은근하게 수한을 쳐다보았다.

이참에 그도 파이브돌스란 가수들이 어떤 이들인지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대단하면 엇나가던 아들이 말 몇 마디에 생활을 바꾸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뭐, 그건 나중에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수한은 강도영 변호사가 은근하게 자신을 쳐다보자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였다.

수한의 대답을 듣고 강도영 변호사는 사무실을 나갔다.

강도영 변호사가 나가고 사무실에는 이제 수한과 리철명 그리고 김갑돌만 남게 되었다.

자신들과 수한만 남게 되자 김갑돌과 리철명은 긴장을 하였다.

특히 수한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리철명은 수한의 시선에 긴장을 하였다.

“저, 무슨 일로 저흴 부른 것임네까?”

비록 나이가 어려 보이지만 풍기는 기운이나, 조금 전 자신들을 데려온 변호사와도 잘 알고 있는 듯한 수한의 모습에 함부로 할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리철명의 모습에 수한은 잠시 뜸을 들이며 리철명과 김갑돌을 지켜보았다.

수한의 시선에 포착된 리철명과 김갑돌의 모습은 참으로 불쌍해 보였다.

분명 자신이 알기로 두 사람은 이제 나이가 겨우 30대 초반이라 들었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으로 보였다.

더욱이 못 먹어 그런지 키도 작고 피부도 거칠어 더욱 나이가 들어 보였다.

특히나 몇 달 전에 한 번 보았던 김갑돌의 모습은 그때 보았던 것보다 더 안 좋은 상태였다.

한국에 들어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수한이 보기에 정말로 캄보디아에서 봤을 때보다 상태가 안 좋았다.

“그동안 무슨 일 있었습니까? 전보다 아닌 것 같습니다.”

수한이 말을 하자 김갑돌은 지금 수한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일 없습네다.”

김갑돌은 괜히 수한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괜찮다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누가 봐도 김갑돌의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수한이 보기에 김갑돌은 뭔가 망설이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수한은 자신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김갑돌의 말에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김갑돌은 선뜻 수한의 말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매형의 모습에 리철명이 입을 열었다.

“저 실은…….”

리철명은 현재 자신들의 처지와, 김갑돌의 부인인 자신의 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주지훈 목사의 도움으로 한국에 들어와, 정착을 하는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정착 자금을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 때문에 자신의 누이가 아파 병원에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를 못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때문에 안 좋은 일이지만 곽철헌의 제안을 받고 수한을 따라다니는 경호원이 타는 차량을 막는 역할을 맡았다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그제야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졌던 일의 전말을 알게 된 수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또 주변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자신은 상관없지만 자신의 가족들이 주변 사람들이 누군지 모를 범죄자의 목표가 되었다는 것이 못내 화가 났다.

본인은 누가 와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수한은 자신만의 세력이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

비록 가문에 무력 집단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수한 본인의 힘이 아닌 정 씨 가문에 속한 힘이다.

온전한 자신의 힘이 아니라면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수한은 직접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손발이 필요했다.

“두 분…… 제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습니까?”

느닷없는 수한의 제안에 리철명이나 김갑돌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우는 풍족하게 드린다고는 말씀 드리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한은 자신이 두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에 대하여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었다.

“일단 두 분이 제 밑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먼저 라이프제약 보안팀 직원이란 직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원이시니 4대보험이 적용이 될 것이고, 또 제 직속이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별다른 간섭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제가 시키는 일만 하시면 되는 일입니다.”

수한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리철명과 김갑돌의 눈이 점점 커졌다.

절대로 자신들에게 손해가 나지 않는 제안이었다.

탈북자로서 기업의 정식 직원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는 리철명이다.

더욱이 조금 전 말한 4대 보험을 적용한다는 것은 요즘 뉴스에 나오는 비정규직 직원도 아니고, 정식 직원으로 채용을 해 준다는 말이었다.

“하갔습네다!”

“저도 하갔습네다! 무슨 일이라도 시켜 주시라요.”

김갑돌 보다 먼저 탈북을 하여 한국에 오래 있었던 리철명이 먼저 수한의 제안에 응했고, 김갑돌도 매제의 모습에 일생일대의 기회란 생각에 대답을 하였다.

두 사람이 자신의 제안에 승낙을 하자 수한의 눈이 반짝였다.

즉흥적으로 제안을 하였지만 제안을 하면서 수한은 머릿속으로 두 사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또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보호할 것인지도 계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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