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32화 (32/118)

5. 다시 만난 인연

천하그룹, 대한민국 재계 순위 30위의 대기업이다.

한때 위기도 있었지만 위기를 노사가 하나로 뭉쳐 극복을 하였다.

IMF시절 대한민국 모든 기업들이 위기였다.

그런 어려운 시절 천하그룹 회장인 정대한은 다른 기업들이 위기를 직원들의 정리해고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과 다르게,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과 임원들의 월급을 삭감하는 일을 먼저 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재를 털어 그룹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힘입어 노조에서도 그룹 경영진의 노력을 깨닫고 그룹 정상화에 협조를 하였다.

이렇게 노사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위기의 IMF시절을 극복하였다.

그런데 천하그룹에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쳐 왔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그저 그룹을 흔드는 위기만 온 것이 아니라, 이번 문제만 해결이 되면 천하그룹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보너스도 함께 다가왔다.

그 말이 무슨 말인가 하면 국방부에서 이번에 전국에 있는 방위산업체에 차세대 전차 개발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국방부에서 이런 발표를 한 배경에는 내년으로 닥쳐 온 주한미군의 부분 철수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전시작전권을 회수하는 문제로 미국과 많은 협상을 하였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다 뭐다 하며 작전권 회수의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 하였지만, 그럴수록 미국은 이전 주한미군을 주둔했을 때보다 더 많은 부담을 대한민국에 강요를 하였다.

그로 인해 군에 들어가야 할 예산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전용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군에서 필요로 하는 군 장비들의 도입이 늦어졌다. 또 주한미군이 철수를 하면 그 공백을 메우는 데 곤란을 겪게 된다는 연구 결과로 인해 다시 한 번 미군 철수시기를 늦추며 다시 예산을 허비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군에서는 강력한 주장을 하게 되었다.

굳이 주한미군에 국방을 의지하기보다 현 대한민국 군의 전력을 향상시켜 주한미군이 철수를 했을 때 그 자리를 빈틈없이 메우자는 주장을 하였다.

그리고 그런 주장은 누가 들어도 타당성이 있었다.

해가 갈수록 미국에서는 예산을 들어 군을 감축하려고 하였다.

그러한 중에 해외에 주둔 중인 미군의 운용에 많은 부담을 느끼며 파병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세계의 화약고 중 하나.

그 때문에 미국도 함부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대가 변하고 공산 진영이 붕괴되면서 미국이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파병할 이유가 없어졌다.

미국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국방력이 향상된 것도 어느 정도 이유가 되었다.

예전에는 그러한 대한민국이 미국을 이끌어 가는 군수 복합 산업의 든든한 시장 역할을 해 주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대한민국 역시 비싼 미국 무기보다 자체 필요한 무기를 생산하거나 아니면 구입 구조를 다원화하여 전처럼 미국의 무기만 사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미군 철수라는 패였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그것으로 이득을 보았다.

하지만 대한민국도 바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에서 자주국방을 내세우며 전시작전권 회수와, 주한미군이 철수를 하더라도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자체 개발하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배경으로 이번에 국방부에서 말 많은 흑표를 대신할 차세대 주력 전차의 개발을 발표하였다.

그렇기에 천하그룹은 휴대용 대전차 무기 도입 사업 실패로 추락했던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번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에 사활을 걸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수한이 천하디펜스에 판매한 휴대용 미사일 설계도를 바탕으로 생산한 대전차 미사일 게이볼그(Gae Bolg)를 납품함으로써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그때 입은 피해는 아직까지 모두 회복한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깨 버리는 창―대전차 미사일―을 생산하는 천하디펜스, 그런데 천하그룹 회장 정대한은 이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방패―신형전차―를 생산해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였다.

신무기로 인해 전 세계에 이름값을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정대한 회장의 마음은 차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국방부의 발표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도전을 하려는 것이다.

사실 능력만으로는 기존 대한민국 육군 주력 전차인 흑표가 다른 나라의 주력 전차에 꿇리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또 그렇지 않다.

야심차게 개발한 흑표는 초기 계획과 다르게, 잦은 설계 변경과 군의 요구 사항 상승, 비례한 예산의 삭감 등의 난항을 겪으며 불량품이 생기고 말았다.

전차에 가장 중요한 건 화력, 방어력 그리고 기동력이다. 그런데 기동력을 담당하는 부품 중 엔진의 힘을 전달하는 파워 팩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일부 소문에 의하면 이 또한 정치권의 음모로 외국 생산 업체에서 로비를 받은 의원들이 국내 생산 업체에 불리하게 실험, 결국 예산을 초과해 외국산 파워 팩을 장착하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아무튼 날로 위협을 감행하는 북한 정권으로 인해 지지부진할 수 없어 흑표를 도입하긴 하였지만, 군에서는 든든한 무기가 아닌,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야심차게 대한민국이 내놓은 차세대 주력 전차 흑표는 잦은 고장으로 야전이 아닌 정비창에 수시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러니 흑표가 개발된 지 10년도 되지 않아 국방부에서는 새로운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흑표를 개량해 보려 갖은 노력을 하였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전차는 포병대의 자주포와 자주 혼동을 하나, 그 운용이 매우 다르다.

그렇다 보니 전차가 야전이 아닌 정비창에 더 오래 있다는 말은 전력의 누수를 말한다.

자칫 북괴가 오판을 하여 남침을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국방부는 주한미군 철수와 작전권 회수 시기가 가까워지자 급하게 전력 향상 계획 하나를 발표한 것이다.

◈ ◈ ◈

천하그룹 회장실.

“회장님, 수한 군 왔습니다.”

“들여보내!”

정대한 회장은 비서의 말에 대답하였다.

“부르셨어요?”

“어서 와라.”

수한은 천하그룹 회장실 안으로 들어서며 정대한 회장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런 수한을 보며 정대한도 밝은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정대한 회장에게 18년 만에 돌아온 손자인 수한은 보물이었다.

비록 다른 손자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봐 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수한의 혈관에 흐르고 있는 피가 자신의 피를 물려받은 혈육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거기다 손자가 돌아오자마자 어려운 회사에 도움을 주었다.

어떻게 어린 손자가 그런 대단한 물건을 설계하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다.

수한이 설계한 휴대 미사일 이름을 게이볼그라고 명명한 이유는 그 이름처럼 백발백중이었기 때문이다.

전설의 신창 게이볼그처럼 발사하면 목표는 명중이 되고 파괴가 되었다.

더욱이 게이볼그는 현대 군이 요구하는 모든 상항에 대하여 최고의 만족도를 주었다.

그 때문에 천하디펜스에서 실시한 게이볼그의 성능 실험을 지켜본 국방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직접 운용을 하는 육군에서도 모두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러니 지금 들어오는 수한이 귀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잠시만 기다려라 할애비랑 저녁이나 함께하자.”

“하실 말씀이 있어서 부르신 거 아니셨어요?”

수한은 정대한의 말에 그렇게 물었다.

손자의 질문을 받은 정대한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 주었다.

“물론 네게 할 말도 있고, 또 조금 있으면 저녁시간이 되기도 하니, 어떠냐?”

그리 급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수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면 그렇게 하죠.”

어차피 집에 들어가 봐야 자신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 했기에 할아버지의 제안이 싫지는 않았다.

물론 이건 수한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가 전화만 하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하지만 수한은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 ◈ ◈

정대한은 손자인 수한을과 저녁을 먹기 위해 자신이 자주 찾는 곳으로 데려왔다.

사실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이 음식점 이름에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천하’라는 이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앉아 있는 음식점 이름은 바로 천하옥으로 흔한 요정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이곳은 전통 한식은 물론이고, 중국의 만한전석(滿漢全席)과 일본 전통 요리 등, 전 세계의 요리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 특이하게 이름에 옥(屋), 즉, 집이라는 이름을 쓴 것처럼 전통 한옥을 개조하여 음식점으로 개장을 한 것이다 보니 멋과 운치가 함께했다.

그런 것이 참으로 특이해 이곳은 대한민국 내에서도 몇 안 되는 명물로 통하고 있었다.

아무튼 천하옥에 도착한 정대한은 수한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예.”

수한은 자신의 앞에 놓인 상차림에 놀랐다.

전생과 현생을 통해 가장 푸짐한 상차림이었다.

수한도 가끔 심심할 때면 TV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뭐 취미가 있어 보는 것은 아니고 양어머니인 최성희가 드라마 마니아였기에 어린 시절 그녀와 함께 생활하며 보게 되었다.

아무튼 드라마 속에서 본 임금들의 수라상도 지금 자신의 앞에 놓인 상차림 보다 못했다.

물론 드라마 속에 보인 수라상이 어느 정도 고증을 통해 검증을 하고 나온 것이라고 하지만, 상업적으로 장사를 하는 이곳의 상차림에 비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수한은 선뜻 음식에 손이 가지 않았다.

아무리 수한이 천재에 대마법사라고 하지만, 엄청난 음식 앞에 압도가 되었다.

“뭘 그리 구경만 하는 거냐. 음식 앞두고 그러면 벌 받는다.”

정대한은 음식을 앞에 두고 우두커니 있는 손자의 모습에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말을 하였다.

그제야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수한도 음식에 젓가락질을 하였다.

탁!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배가 어느 정도 차니 정대한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수한도 비슷한 시간에 식사를 마쳤다.

“어떠냐? 맛나더냐?”

정대한은 수한을 보며 물었다.

그런 정대한의 질문에 수한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예, 이곳 음식이 참으로 깔끔하고 맛있네요. 아버지 어머니도 모셔서 다시 한 번 먹고 싶네요.”

수한은 자신의 마음 그대로 정대한에게 대답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대답에 정대한은 살짝 농담을 하였다.

“허허, 그 자리에 이 할애비는 안 부르려고?”

“하하, 아니요. 그때 할아버지께도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손자가 대접하는 것 좀 먹어 보자.”

작은 농담이 분위기를 더욱 부드럽게 하였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변하자 정대한은 그제야 자신이 손자를 부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가 갑자기 연락을 해서 놀랐지?”

“아닙니다.”

“아니야, 좀 놀랐을 거야. 음……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정대한은 이야기를 시작하려니 무엇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선뜻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기에 말을 꺼냈다.

“네 소식은 계속해서 듣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네가 좀 도와주었으면 한다.”

두서없는 그의 말에 수한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그저 조용히 정대한을 쳐다보았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정대한은 차분하게 설명을 하였다.

“이번에 회사에서 그룹의 사활을 걸고 국방부에서 발표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에 전력을 다하기로 하였다.”

수한은 정대한의 말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사실 수한도 처음 전차를 접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곳 현대에 환생을 하고 가장 놀랐던 것은 마법이 없다는 것이고, 또 마법이 없으면서도 마도 문병이 누렸던 모든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케아 대륙에 전설로 내려오는 마법이 고도로 발달되어 실생활에도 마법이 사용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간간히 마도문명에 대한 고문헌에 나오는 내용을 수한은 익히 알고 있었다.

대마도사가 되기 위해 왕궁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많은 서적들을 탐독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마도시대에 출간된 서적도 있었는데, 사람이 썼다고 하기에는 그 글씨체들이 모두 일정했다.

그리고 책 내용도 많은 충격을 줬었다.

현생에나 있는 TV나 자동차, 그리고 비행기 등을 묘사한 내용도 있던 것이다.

물론 전부 똑같지는 않았다.

마도시대의 기술이 뛰어난 것도 있고, 또 현생의 물건이 더 뛰어난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바로 전쟁 무기들이었다.

물론 마도시대에는 대마법사들이 길거리에 치일 정도로 많았기에 무기가 발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대에 나타난 전쟁 병기들의 우수함을 폄하할 수는 없었다.

전생에 몸담았던 로메로 왕국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보았던 수한이다.

당시 믿었던 기사들의 배반으로 최후의 순간 자신이 죽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죽기 전 자신은 맹세를 하였다.

또다시 생을 살게 된다면 그때는 조국이 절대로 외세에 핍박받지 않게 하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그런 쪽에 관심을 두었다.

미국에 유학을 가서도 자신의 마법의 경지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학문뿐 아니라, 자국에 도움이 될 기술들을 많이 연구하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천하디펜스의 이사로 있는 자신의 사촌에게 판매한 게이볼그의 설계도였다.

물론 더 많은 것들을 연구하고 설계를 하였지만, 완성된 것은 사실 휴대용 미사일인 게이볼그 하나뿐이었다.

수한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정대한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네가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회사에 협조 요청을 하면 아마 들어줄 것이다.”

“그럼 할아버지께서 저희 회사 사장님께 말씀 드리면 되겠네요.”

사실 요즘 자신이 벌인 사업 때문에 자주 연구소의 자리를 비웠다.

물론 자신이 자리를 비는 것에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수한이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모두 마치고 남는 시간에 소장의 허락을 받고 일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꼭 그렇지만 않았다.

수한이 할 일을 모두 끝내고 개인적인 일을 본다고 해도 꼭 한두 명 수한을 색안경 쓰고 보는 이가 있었다.

그렇기에 천하그룹에서 수한을 데려가려 한다면 분명 말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수한은 자신이 나서는 것 보다는 천하그룹 회장인 정대한이 나서서 회사와 협상을 벌이는 게 더 외관상 좋으리라.

어차피 수한이 소속되어 있는 회사가 정부나 방위 산업체에서 발주하는 일을 수주 받아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이니 말이다.

“할아버지께서 회사 대표와 계약을 체결하고 파견 연구원을 부를 때, 절 포함시킨다면 별다른 잡음 없이 가능하겠네요.”

수한은 자신이 천하디펜스에서 차세대 주력 전차의 연구 개발을 하는 곳에 잡음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정대한에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정대한도 그 정도라면 주변에서 별다른 잡음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 ◈ ◈

“매형, 무슨 일인데 그렇게 표정이 어두운기요?”

리철명은 아까부터 표정이 어두운 자신의 매형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리철명이 물을 때마다 김갑돌은 별일 아니라는 말로 그의 말을 회피하였다.

“일은 무신 일, 일 없시야.”

매형의 말에 시선을 돌렸지만 조금 뒤 다시 돌아보며 또 표정이 좋지 못했다.

의뢰를 끝내기 위해 타깃을 따라 이동하던 것도 멈추고 곽철헌은 뒤를 돌아보며 리철명과 김갑돌을 보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타깃에 붙은 경호원만 확실히 떼 놓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오. 이번 일만 끝나면 당분간 일을 안 해도 될 정도로 돈이 들어오니 확실히 하기오.”

조금 전부터 표정이 좋지 못한 김갑돌 때문에 곽철헌은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그의 눈을 노려보며 다짐을 받듯 그렇게 말하였다.

“알갔어!”

“그 말 참말이오? 당분간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돈을 챙겨 줄 수 있다는 말이 참말이오?”

리철명은 곽철헌에게 다짐을 받고 싶은지 같은 질문을 하였다.

“그렇시오. 이번 일은 그저 흔한 해결 문제가 아니라 완벽한 처리를 요구한 의뢰디요.”

자세한 사정까지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 의뢰가 단순 의뢰가 아니라 완벽한 처리, 즉, 살인 청부란 말에 리철명의 눈이 반짝였다.

그도 한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몇 번 그런 의뢰를 처리한 경험이 있었다.

그럴 때면 다른 의뢰와 다르게 엄청난, 북한에 있을 때는 감히 만져 보지 못한 큰돈을 만져 볼 수 있었다.

그런 일로 작지만 집도 마련했고, 또 자식들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

비록 직접 처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호원까지 데리고 있는 대상의 의뢰라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 리철명은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곽철헌의 이야기를 들은 김갑돌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잠깐 보기는 했지만 곽철헌이 죽이려는 타깃이 자신과 가족들의 은인이라는 것을 김갑돌은 알 수 있었다.

너무도 강렬했던 사건으로 인해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은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은인을 죽이는 일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김갑돌의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이다.

“경호원이 타고 있는 차량은 확인했갔지?”

“맡겨 두라우! 절대 곽철헌 동무의 일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오.”

곽철헌의 말에 리철명은 신이 난 듯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그럼 리 동무와 김 동무만 믿고 난 먼저 가 보갔어!”

곽철헌은 타깃을 처리하기 좋은 장소를 미리 답사를 하여 카메라나 인적이 적은 지역을 봐 두었다.

그래서 그곳에 먼저 가 작동 중인 감시 카메라를 손보고 잠복을 하려 출발을 하였다.

한편 곽철헌이 자리를 떠나자 그제야 웃고 있던 표정을 풀어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매형을 돌아보는 리철명이 입을 열었다.

“매형, 정말 이러기요?”

“무시기 소리임메!”

“그기 몰라서 하는 소림메?”

자신을 향해 쏘아붙이는 리철명을 보며 김갑돌이 대답을 하였다.

하지만 곽철헌도 없겠다, 작정을 하고 물었다.

“아까부터 와 자꾸 그렇게 싫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냔 말임둥!”

자꾸 추궁을 하는 매제로 인해 김갑돌은 한숨을 쉬었다.

“하…….”

자신의 질문에 한숨을 쉬는 매형의 모습에 지금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리철명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그런 리철명의 모습에 김갑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니…… 이번 일 안 하면 안 돼갔어?

“그건 또 무시기 소리요?”

리철명은 갑자기 자신의 매형의 말에 깜짝 놀랐다.

솔직히 리철명도 이런 일을 하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이 살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들어 주다 내 가족이 죽게 생겼는데 그것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유과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넘어온 대한민국은 절대로 꿈과 희망이 넘치는 그런 낙원은 아니었다.

아니, 일부 맞는 말이기도 했다.

다만 그 꿈과 희망이 넘친다는 말 앞에 돈이 많은 이란 수식어가 붙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저 몸뚱이만 가지고 탈북을 한 사람 중 이곳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한 현실을 알기까지 리철명과 그의 가족들은 많은 고초를 겪었다.

사기도 당하고, 또 굶주림에 허덕이다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방값을 못 내 추운 겨울 길거리에 쫓겨난 경험도 있었다.

북에 있을 때는 못 먹고 배고픈 것은 있었지만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 나앉은 경험은 없었다.

비록 잘 먹이진 못했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물론 너무 배가 고파,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탈북을 했지만, 어찌 되었든 돈이 없으면 북이나 남이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자신은 어떻게든 돈을 벌기로 작정을 한 것은.

그래서 처음 살인 청부를 받았을 때도 망설임 없이 의뢰를 할 수 있었다.

죄책감? 그런 것 없었다.

이미 살인은 북에서도 많이 경험한 일이니까.

군에 있을 때 훈련을 위해 또 살인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 반동들을 이용한 사격을 많이 했다.

그중에는 일부러 훈련 중 그들을 풀어 줘 추적을 하면서 죽이기도 했다.

간부들은 그것을 사냥이라면서 웃고 떠들며 놀이처럼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것은 자신의 매형인 김갑돌도 이미 경험을 했을 것인데, 이렇게 망설이며 자신을 막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더욱이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매형도 이곳에 들어와 쓴맛을 본 상태가 아닌가.

매형이 이번 일에 나선 이유가 병들어 누워 있는 누이의 약 구할 돈이 필요해서였다.

탈북자라 일자리도 구하기 힘든 상태에서 사기를 당해 수중에 가진 것을 몽땅 잃어버렸다.

탈북자 지원 단체에서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들은 탈북자의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이지,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곳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탈북자들이 결국 하는 일이 바로 이런 일이었다.

군 출신 탈북자들이 쉽게 선택하는 일이 바로 깡패들의 용역이나 심부름 센터에 들어오는 의뢰 중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매형이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이유가 알고 싶어졌다.

북에 있을 때만 해도 자신보다 더 가족들의 일에 헌신적이던 매형이 돈이 필요하면서도 이렇게 망설이는 이유가 알고 싶었다.

“말해 보시라요. 무엇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리철명은 냉정하게 자신의 매형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찌 들으면 약간의 분노마저 섞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족을 부인인 자신의 누이를 잘 돌보지 못한 분노가 함축된 것이다.

그런 리철명의 질문에 김갑돌이 한숨을 쉬며 대답을 하였다.

“알갔어, 내 말하갔어…….”

김갑돌은 매제의 말에 자포자기를 하듯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기 말이지…….”

김갑돌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이야기를 듣는 리철명의 눈이 커졌다.

설마 자신들이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매형과 가족을 구해 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자 깜짝 놀랐다.

더욱이 라오스 국경을 넘을 때 군인들에게 끌려간 누이를 구해 온 사람이 그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단순히 놀라는 정도를 넘어 어처구니가 없었다.

민간인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기 참말이오?”

리철명은 도저히 방금 전 매형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래 님자에게 거짓말을 해서 뭐하갔어! 그때 그가 아니었다면 순덕어미는 다신 보기 어려웠을 기야, 암!”

매제의 질문에 김갑돌은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수한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다시는 자신의 부인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했다.

군인들에게 끌려가 어떤 고초를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더욱이 라오스는 북한과 수교를 맺은 나라.

군인들은 탈북 여성들이 싫증나면 노예로 팔아 버리든가, 아니면 현상금을 받고 북한 대사관에 넘겼을 것이다.

북한을 탈출을 하면서 브로커에게 주의 사항을 들었기에 분명 그랬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니 자신의 부인을 구해 온 수한이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김갑돌은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매제에게 들려주었다.

“안 되갔니? 우리 이 일 포기하자. 더구나 당시 듣기로 그의 아바이가 남한의 고위인사라 했다. 그래, 우리가 탈출했던 캄보디아 대사라 했지비.”

리철명은 마지막 수한의 아버지가 캄보디아 대사란 말에 경악을 했다.

그는 한국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래서 뉴스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의 상류층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권력은 북한의 당 간부들만큼이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막말로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 죽이듯 하여도 무마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동안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처리했던 대상들과는 아주 다른 존재들이었다.

매형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리철명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였다.

괜히 돈 좀 벌겠다고 나왔다가 자신의 가족들이 몽당 정육점에 걸린 고기마냥 팔려 갈지도 모르고, 어쩌면 땅속을 묻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북한이나 이곳 한국의 상류층들이 자신들의 심기를 어지럽힌 대상을 처리하는 방법은 비슷했기 때문이다.

◈ ◈ ◈

우웅!

달리는 차 안. 수한은 아까 전 할아버지와 음식점에서 하던 이야기를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자신이 공부한 것 중 할아버지가 말한 전차에 관한 건 하나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 보고 도움을 청하는 할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었지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휴대용 미사일을 설계한 것 때문에, 전차 역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신 듯하였다.

당시 엉겁결에 승낙은 했지만 걱정이 되는 수한이었다.

“뭐, 할아버지시라면 내가 미국에서 공부한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계실 것이니 알아서 배치를 하시겠지.”

수한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지는 것 같아 그만 편하게 생각하기로 하였다.

◈ ◈ ◈

“리 동무, 김 동무 준비하기요.”

미리 일을 마무리 할 준비를 하고 있던 곽철헌은 무전기를 들어 리철명과 김갑돌을 불렀다.

수한이 약속된 위치에 오면 그들은 준비를 하고 있다가 경호원이 타고 오는 차를 들이받아 무력화 시키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사고를 내면 분명 수한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갈 것이라 예상을 하였다.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 타깃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현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임을 알고 이런 준비를 한 것이다.

“저기 보이는군기래!”

리철명과 김갑돌에게 연락을 하고 잠시 뒤 수한이 타고 있는 차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지금쯤이면 연락을 받은 리철명과 김갑돌이 나타나 사고를 내야만 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

“리 동무! 리 동무!”

사고가 나야 할 지점을 지나치려는 경호원이 탄 차량이 보이자 곽철헌은 리철명을 불러 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운전대를 세게 쳤다.

빵!

그가 휘두른 주먹질로 인해 클랙슨이 눌리며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곽철헌은 나타나지 않는 리철명과 김갑돌을 기다리기보단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기에 일단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부릉!

일단 차에 시동을 건 곽철헌은 두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그 일이야 나중에 따지고, 의뢰를 해결하면 되는 일이다.

어차피 동조자를 둔 것은 보다 쉽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였지, 자신이 처리하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차를 몰고 수한의 차가 달리고 있는 방향으로 차를 몰아갔다.

마침 도로를 달리는 차가 별로 없었다.

아직 이 도로가 임시로 개통이 된 도로라 이 길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때문에 아는 사람만 이용하고 있는 중이기에 이 밤중에 도로에는 통행하는 차가 별로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곽철헌은 차를 몰아 수한이 타고 있는 차를 향해 돌진하였다.

한편 할아버지가 제안에 대한 생각을 접고, 집으로 향하기 위해 운전을 하고 있던 수한은 조금 전부터 자신의 차를 따라오며 라이트를 깜빡이는 차가 신경이 쓰였다.

음식점을 나와 운전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낡은 승용차 한 대가 뒤로 붙더니 저렇게 라이트를 위아래로 조작을 하는가 하면, 뒤로 가까이 붙어 경고등을 깜박여 댔다.

처음에는 경고등 깜박이기에 추월을 하려는지 알고 옆으로 비켜 주기도 하였지만, 깜박이던 차는 추월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따라오고 있었다.

이 때문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얼마 전부터 자신을 지켜보던 시선이 생각났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수한은 액셀을 밟아 차의 속도를 높였다.

벌써 5분이 넘게 자신의 뒤만 따라오던 차량은 어느 순간 자신의 차를 추월하더니 앞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지?’

조금 전까지 자신의 뒤를 따라오며 이상한 행동을 하던 차의 주인이 그냥 자신을 지나쳐 가자 수한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갸웃한 수한은 그래도 요즘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이 있었기에 방심하지 않고 운전을 하였다.

그런데 얼마를 달렸을까.

자신을 지나쳤던 차가 어떤 차와 추돌을 하여 사고가 나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끼익!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일단 갓길에 차를 멈추고 다른 차의 안전을 위해 삼각대를 세우고서는 사고가 난 지점으로 달려갔다.

수한이 사고 지점으로 다가가자 언제 따라붙었는지 수한의 뒤에서 차 한 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차 안에서 사람이 내려 수한의 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사고 지점으로 다가가던 수한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언젠가 한 번 할아버지 집에서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고가 났나 보네요. 일단 119에 신고를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사람이 할아버지와 연관된 사람이란 것을 알고는 그에게 부탁하고 일단 사고차량에 다가가 사람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어? 이 사람은…….”

수한은 사고 차량에서 사고자를 구조하다가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얼굴을 보자 그가 누군지 생각이 났지만 금방 털어 버렸다.

겨우 캄보디아에서 잠깐 본 탈북자였기에 그가 무슨 이유로 이곳에서 사고가 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타고 있던 차량이 조금 전 자신을 따르다 이상한 신호를 보내다 추월해 간 차량이란 것을 알고는 더욱 그랬다.

“신고했습니다. 곧 구급차가 도착할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잠시 할 말이 있습니다.”

수한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경호원에게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불렀다.

이미 사고를 낸 사람들은 모두 구조를 하여 안전하게 갓길로 데려다 눕혀 놓았기에 조용히 구급차를 기다리며 경호원과 이야기하러 자리를 벗어났다.

모든 조치를 했기에 굳이 자신이 가까이서 그들을 간호할 필요는 없었다.

한편 수한을 죽이기 위해 차를 운전하던 곽철헌은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시팔! 이게 어떻게 된 일임메! 일을 도와달라고 불렀더니 내 일을 방해를 함둥?’

곽철헌은 지금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수한을 처리하기 위해 액셀을 밟아 최고 속도로 돌진하고 있을 때, 수한의 차 뒤에서 튀어나온 리철명의 차가 자신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리철명의 차에는 오늘 처음 본 김갑돌이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충돌 직전 그의 복잡한 표정을 똑똑히 보았다.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건 곽철헌은 상관이 없었다.

다만 그가 자신의 일을 방해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죽인다.’

곽철헌은 자신의 타깃인 수한 보다 조금 전 자신의 일을 방해한 김갑돌에게 강한 살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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