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29화 (29/118)

2. 라이프 제약의 신제품

대한민국이 겨레 일보에서 터뜨린 뉴스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거대 기업들의 임원들의 횡포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분노케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너무도 심해 쉽게 잠잠해지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잘나가는 제약회사를 몇몇 부도덕한 병원과 짜, 매출 규모를 늘리게 만들었다.

거기까지면 지탄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칭찬을 했을 것이지만, 사건을 일으킨 대기업 계열사 간부는 그에 그치지 않고, 제약회사가 갑자기 늘어난 계약으로 인해 공장의 규모를 확장하게 만들었다.

물론 회사의 역량도 계산하지 않고 덥석 계약을 한 제약회사의 잘못도 있지만, 그것도 제약회사와 병원과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제약회사만 욕할 수도 없었다.

납품 하나를 할 때마다 각종 커미션을 요구하는 병원의 행태에 제약회사는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 문제도 그렇다.

병원에서 수량을 요구하니 제약회사는 자신들의 역량을 넘는 일을 무한 경쟁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거래처인 병원의 요구를 거절했다가는 소문이 안 좋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의사 협회나 병원장 협회에 그런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납품하던 병원과도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

그러니 제약회사로서는 병원의 요구에 따른 것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특정 제약회사를 흔들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이고, 그에 그치지 않고 은행에도 모기업의 힘을 이용해 제약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막아 버렸다.

뿐만 아니라 제3금융권에는 제약회사가 부도가 날 것이란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자신들이 방해를 해서 제약회사를 위기에 처하게 만들고서 제약회사의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더욱 그 뉴스에 분노하는 것은 그 이유가 자신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대형 제약회사의 한국에 지사 설립을 돕기 위해서라고 하니 흥분을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과거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기억 속에는 일제강점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분들의 자식들은 부모의 힘들었던 과거를 들으며 자랐다.

그러다 보니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일본이라면 살짝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과거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고 독도가 자신들의 땅이며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땅을 강제로 점유하고 있다 떠들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일부 한국인들 중에는 일본을 찬양하는 어처구니없는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일본 제약회사를 위해 같은 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정상적인 회사를 음모를 통해 부도 위기에 빠뜨리고 그것을 일본 제약회사에 넘기려 한 것이다.

차라리 자신들의 회사를 넘길 것이지 왜 다른 사람의 멀쩡한 회사를 그렇게 한 것인지 국민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위기에 처한 제약회사를 젊은 사내가 인수를 하였다.

한마디로 죽 써서 남을 준 격이 되었다.

일은 그때부터였다. 위기에 처한 회사를 마침 제약회사의 어려움을 알게 된 청년이 투자를 하고 제약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간부는 깡패를 동원하여 테러를 하려 하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깡패들이 간부의 의뢰를 거절하자 다음에는 일없이 바이크를 타고 몰려다니며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폭주족들을 이용해 납치, 유인을 하여 폭행을 하려고 하였다.

이것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음모를 꾸며 타인을 위해하려 하였다가 실패를 하자, 보복을 위해 깡패를 동원하고, 또 폭주족을 동원한, 그 대기업 계열사 간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어마어마하였다.

뉴스가 보도되고 금방 속보로 TV를 통해 방송이 되었다.

뉴스에 잠깐 얼굴이 비쳐졌지만 그 간부의 신상은 금방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더욱이 이 뉴스가 나가고 해외 각종 언론들도 이 문제를 대서특필 하였다.

그 때문에 다시 한 번 한국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물론이고, 국가의 격을 떨어뜨리게 되었다.

◈ ◈ ◈

“철수해!”

“사장님!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쾅!

“당신! 지금 상황이 어떤지 파악이 안 되나? 지금 한국인들이 저렇게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난 지경인데, 그런 상황에서 지사를 설립하자고?”

대동아제약 주식회사 사장 아키야마는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소리쳤다.

화를 내는 아키야마 사장의 모습에 하야시 상무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참 화를 내던 아키야마 사장은 시간이 흐르고 화가 좀 가라앉자 차분히 하야시 상무에게 말을 하였다.

“이사회에도 이 일이 조만간 알려질 것이니, 하야시 상무는 당분간 자숙을 하고 있도록 하시오.”

“자숙이라면…….”

자숙을 하라는 사장의 말에 하야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하야시 상무의 질문에 아키야마 사장은 책상에서 비행기 티켓을 꺼내 주었다.

“당분간 인도네시아지사에 지사장으로 있으시오.”

하야시 상무의 얼굴도 보지 않고 아키야마 사장은 그에게 인도네시아지사에 가라고 하였다.

미국이나 유럽지사도 아니고, 겨우 동남아시아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지사장으로 가라는 사장의 말에 하야시는 머리가 순간 팅 했다.

비록 자신이 한국에 지부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예산을 허비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지사 설립 기반을 마련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고작 조그만 사건 하나, 그것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에 책임을 지고 인도네시아지사로 좌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충격이었다.

더욱이 자신은 아키야마 사장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을 다했다.

고사(古事)에 토사구팽이라고 했던가.

하야시 상무의 머릿속이 무척이나 복잡하게 얽혔다.

‘날 버리겠다는 말인가? 아니야,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

눈앞에 보이는 비행기 티켓을 내려다보며 하야시 상무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끝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일신제약의 김장근 전무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와 더불어 김장근과 자신이 꾸몄던 일을 가로채 원인을 만든 수한의 얼굴이 가장 크게 떠올랐다.

‘그래, 이게 다 그놈 때문이야! 다 차려 놓은 밥상을 가로챈 죽일 놈!’

어느새 하야시의 뇌리에는 수한의 얼굴이 박혔다.

하야시 상무가 그렇게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아키야마 사장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깨웠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나! 알았으면 그만 나가 봐!”

“알겠습니다, 그럼 인도네시아지사에 가 있으면 되는 것입니까?”

“그래, 뒷일은 내가 처리할 것이니 자네는 인도네시아에서 몇 년 조용히 지내.”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더 이상 아키야마 사장에게서 자신이 구원받을 어떤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자 수긍할 수밖에 없던 하야시 상무는 대답과 함께 인사를 하였다.

그런 하야시 상문의 말에 아키야마 사장은 말없이 손짓을 하였다.

그만 밖으로 나가 보라는 소리였다.

하야시 상무는 아키야마 사장의 그런 모습에 조금 전 수한을 떠올리며 가졌던 분노를 이번에는 아키야마 사장을 향했다. 그는 사장실을 나서며 차갑게 눈빛을 빛냈다.

‘아키야마 사장, 날 이렇게 쳐 낸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밖으로 나온 하야시 상무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료코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걸어갔다.

◈ ◈ ◈

“료코.”

“예, 상무님.”

하야시의 부름에 료코는 바로 대답을 하였다.

그런데 정작 료코를 불렀던 하야시는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뭔가 결심을 한 것인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흠, 방금 사장실에서 사장님께서 나에게 인도네시아지사로 가라고 하셨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상무님은 이미 한국에 설립되는 한국지사에 가시기로 내정되시지 않았습니까? 더욱이 인도네시아 지부는 이미 거쳐 온 곳 아닙니까?”

료코는 지금 하야시 상무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하야시 상무가 한국에서 지부를 설립하는 일을 총괄하게 된 것도 사실 그가 새로 설립되는 한국지사의 지사장으로 내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인도네시아지사장으로 지내다 3년 전에 일본 본사로 돌아왔다.

이제는 전무로 승진만 남아 있었고, 그것도 한국지사장으로 가면서 승진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반 이사급이나 가는 동남아지사로 전무 진급자가 나간다는 것이 료코는 믿기지 않았다.

더더욱이나 그렇게 되면 한국지사에는 누가 지사장으로 간다는 말인가?

“그럼 한국지사는…….”

그렇게 고생을 해 겨우 한국지사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었는데, 엉뚱하게 인도네시아지사로 파견을 가야 한다는 하야시의 말이 믿을 수 없어 그럼 한국지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물었다.

“그건 보류하기로 결정되었다.”

료코도 하야시 상무가 본사의 호출을 받고 일본으로 돌아올 때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전문직 비서이기에 자신의 상관을 보좌하기 위해 각종 뉴스를 빼먹지 않고 체크를 하고 있었다.

일본은 물론이고, 곧 자신이 활동을 해야 할 한국의 뉴스도 놓치지 않고 모두 보고 있었다.

그중 자신이 다니는 대동아제약 주식회사의 협력사이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만나며 업무 협약을 했던 김장근이 누군가를 테러하기 위해 폭주족을 동원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뉴스를 보았다.

그가 경찰서에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잠깐 놀라긴 하였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물론 상관인 하야시 상무에게 보고는 하였다.

그런데 그것에 관해 깊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 료코로서도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데 료코는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다니요?”

료코는 하야시 상무의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다.

그런 료코의 질문에 하야시 상무는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보며 설명해 주었다.

“료코도 알겠지만, 내 입장에서 인도네시아지사장으로 간다는 것은 좌천이나 마찬가지야. 아니, 좌천이지. 그런 나와 함께 인도네시아지사로 갈 수 있겠어?”

하야시 상무의 이야기를 듣자 그제야 방금 전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 깨달은 료코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세요?”

하야시 상무의 비서이자 정부(情婦)였던 료코는 지금 하야시 상무가 무슨 결정을 하던 그에 따르기로 결심했다.

자신과 하야시 상무가 깊은 관계이긴 하지만, 영원히 그의 부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료코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하야시 상무의 곁에 남고 싶은 그녀이기에 료코는 그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였다.

료코가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던 하야시 상무는 그녀가 자신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을 하자 지금까지와 다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너만은 아직도 날 믿어 주는구나.”

사실 료코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하야시 상무도 알고 있었다.

그도 자신의 아내 보다는 비서인 료코와 궁합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부인과 이혼을 하고 료코와 재혼을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선 아내와 이혼은 절대로 안 된다.

자신이 비록 인도네시아로 좌천이 되어 지사장으로 가게 되었지만, 아내와 이혼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회사의 결정대로 인도네시아로 가겠지만, 비서인 료코는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료코가 개인 비서이지만, 그녀는 매우 우수한 인재이기도 했다.

그녀가 본사에 남겠다고 한다면 자신은 그녀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을 듣고 무척이나 기뻤다.

비록 좌천되어 권력의 핵심에서 멀어지기는 하지만, 위안을 삼을 수 있는 한 가지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 주니 고맙군. 그런 난 료코가 나와 함께 인도네시아로 가는 것으로 알겠어.”

“예, 인도네시아에서도 제가 상무님을 수행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한국에서 바로 회사로 들어와 피곤할 테니 들어가서 인도네시아로 갈 준비를 해.”

“알겠습니다, 그럼 저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

하야시 상무는 기쁜 마음에 지시를 하였다.

다른 때 같으면 그런 하야시 상무의 말에 비서로서 함께 퇴근하겠다고 했을 그녀였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 또한 마음속으로 정리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료코가 나가고 하야시 상무의 눈빛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차갑게 빛났다.

상처를 입은 맹수가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상대에 대하여 복수를 다짐이라도 하듯 그렇게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시선이 어딘가를 향하였다.

딸깍!

“여보세요.”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하야시는 어떤 결심을 했는지 입매를 굳게 다물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였다.

◈ ◈ ◈

“넌 어떻게 된 게, 사건 하나 잘 마무리 하나 싶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지냐?”

루나는 수한의 앞에 오늘 발행된 신문을 들이밀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 루나의 행동에 수한은 말도 하지 못하고 쓰게 웃어 보였다.

“그래, 수한아. 이참에 그냥 액땜 굿이나 한번 하자!”

루나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마냥 대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해하는 수한의 모습에 레이나는 재미있다는 듯 장난스럽게 말을 하였다.

“굿! 야, 그런 것 다 미신이야. 차라리 나랑 같이 교회나 가자!”

레이나의 말에 미나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열렬한 기독교 신자인 미나에게 굿이란 것은 악귀의 놀음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로 사람을 현혹하는 일이기에 절대로 가까이 해선 안 되는 죄악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미나야, 제발 너도 적당히 해라. 장난으로 그런 건데, 죽자고 달려들면 난 뭐가 되냐.”

레이나는 정색을 하며 소리치는 미나의 말에 그렇게 대답을 했다.

“너희 모두 조용히 해 봐! 수한이에게 할 말 있으니.”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수정은 정색을 하며 주변을 정리하였다.

평소에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큰언니 같은 모습을 보이는 수정이지만, 꼭 해야 할 말이나 리더로서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카리스마를 보여 주는 그녀인지라 모두 조용해졌다.

실내가 조용해지자 그제야 수정은 자신의 동생을 보며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조금 걱정스런 눈빛으로 자신의 몸을 살피는 누나의 모습에 수한은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도 말했잖아! 나 다친 곳 없다고. 자 봐!”

수한은 말을 하면서 양팔을 벌리며 제자리에서 앉아다 일어나다를 반복해 보이며 손발도 파닥여 자신의 건재함을 보였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수정은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 곳이 없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네가 직접 하려고 하지 말고, 고모부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청해.”

“누나, 너무 걱정하지 마. 나 이래 봬도 내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는 사람이야. 아니, 내 주변 사람 정도는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누나 일이나 좀 신경 써.”

수한이 누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그런 말을 하자 옆에서 또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수한아, 그럼 이 누나도 보호해 줄 거야?”

레이나는 눈을 아기 고양이 눈을 하고 양손을 모으며 수정과 수한이 있는 테이블에 턱을 괴며 물었다.

“어머!”

동생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레이나의 모습에 깜작 놀란 수정이 비명을 질렀다.

찰싹!

놀란 수정이 아직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찰진 소리와 함께 레이나의 비명이 들렸다.

“아야! 루나 너!”

갑자기 자신의 등짝을 후린 사람이 누군지 깨달은 레이나는 루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레이나를 피해 루나가 도망을 치자 두 사람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좁은 실내에서 벌이기 시작했다.

“야! 너희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지!”

레이나와 루나의 추격전을 보던 수정은 참지 못하고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런 수정의 서슬에 추격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얼른 멈추고 방 한쪽에 있는 의자로 가서 앉았다.

두 사람이 조용히 있자 실내는 한순가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수정은 자신의 고함소리에 루나와 레이나뿐만 아니라 예빈과 미나까지 자신의 소리에 조용히 하자 그제야 수한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오늘 네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우리 보고 제약회사 신제품의 광고 모델이 되어 달라는 말이지?”

수정은 차분하게 조금 전 수한이 자신에게 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미 고모이자 소속사 사장인 정영화에게 오늘 스케줄을 나가기 전 들은 이야기가 있기에 확인 차 물어본 것이다.

“응, 이번에 신제품이 나왔는데 그게 아주 획기적인 제품이거든. 더욱이 외상 치료제라 내가 구상하고 있는 광고 컨셉에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데 누나들이 가장 적당할 것 같아서.”

수한은 라이프제약에서 발표하는 급속 외상 치료제를 출시하기 전 제품을 알리기 위해 광고를 하자 준비를 하였다.

물론 몇 가지 버전이 있다.

그리고 여러 편의 시리즈 광고를 찍기 위해 많은 CF모델들이 거론되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현재 파이브돌스가 최고였다.

그래서 첫 광고의 모델은 파이브돌스가 낙점이 되어 수한이 나서서 협상에 나온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라이프제약의 역량으로만 하는 일이라 수한 개인의 친분을 이용하지 않으면 현재 대한민국 최고인 파이브돌스와 만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사실상 라이프제약의 주인이며 고문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 수한이 직접 방송국 대기실까지 찾아와 제안을 하는 중이었다.

물론 파이브돌스의 소속사 사장인 정영화에게는 이미 긍정적인 언질을 받은 상태다.

다만 동생을 끔찍이 여기는 수정 때문에, 광고 출연에 대한 가격 협상까지 수정에게 위임하였다.

그래서 지금 수한은 누나에게 자신이 생각한 광고에 대하여 설명을 하는 중이다.

“그러니 꼭 누나들이 맡아 줘.”

수정은 수한의 제안을 마음 같아서는 백 번이라도 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전 수한의 이야기를 들으니 광고에 자신 혼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파이브돌스 전원이 출연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보니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비록 자신이 리더이기는 하지만, 멤버들 각자 생각하는 것이 있을 테니 광고 출연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리더라고 마음대로 결정을 해 버리면 지금까지 멤버들 간의 결속에 금을 가게 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러니 아주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할 일이라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수정의 고민을 무색케 하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어머! 지금 우리 보고 광고 제안을 하는 거야?”

“뭐? 수한이는 연구원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연구원이 광고 모델 섭외까지 하는 거야?”

수정의 호통에 한쪽에 조용히 있던 레이나와 루나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자리로 다가와 물었다.

“아, 네. 제가 제약사 하나를 인수를 했는데, 그곳에서 외상 치료에 획기적인 신제품을 이번에 출시하거든요.”

“외상 치료제?”

수한이 외상 치료제라는 말을 하자 레이나가 관심이 있다는 듯 더욱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예, 기존의 외상 치료제보다 빠르게 회복을 시키기는 것은 물론이고, 효과도 더 뛰어나요. 누나들도 가끔 무대 등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칠 때가 있잖아요?”

수한은 레이나의 물음에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타박상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찍다 다쳐 흉터가 나면 속상하잖아요. 다음 스케줄에도 영향이 있을 때도 있고 말이에요.”

“그렇지, 그럴 때는 참 속상해.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자로서 상처가 흉터로 남으면 좀 그렇잖아?”

수한의 말에 레이나는 맞장구를 치며 호응했다.

그런 레이나의 반응에 수한도 흥이나 설명을 계속했다.

“그런데 이 외상 치료제는 따로 소독 따위를 하지 않고 현장에서 발라도 소독과 치료를 함께해요. 흉터도 남지 않고요.”

“그렇게 좋은 치료제가 나온다고?”

“네, 더욱이 임상실험에서 외상뿐 아니라 화상 치료에도 기존의 제품보다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고 해요.”

수한은 호응하는 레이나에게 라이프제약의 연구소에서 실험했던 결과 하나를 더 들려주었다.

라이프제약의 연구원들은 수한이 전해 준 외상 치료제 제조법과 효능에 대하여 여러 가지 실험을 하였다.

말로만 듣고는 그 효능을 100%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수한의 말대로라면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런 제품인 것이다.

그래서 그 말이 사실인지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였다.

그리고 얻어 낸 자료에는 주목적인 외상 치료는 물론이고,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기에 수술을 할 때 기존의 긴급 응급처치 젤 보다 더 효과가 좋았다.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수술용 긴급 응급처치 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수술 도중 실수로 혈관을 다치게 했을 때, 출혈을 막기 위해 바로 혈관 주변을 도포하게 된다.

그런데 라이프제약의 신제품은 많은 양을 도포할 필요도 없고, 상처 부위에 바르기만 하면 바로 복구가 되니, 기존의 젤 제품 보다 훨씬 수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화상 치료에도 기존의 화상 치료제 보다 효과가 좋았는데, 기존의 화상 치료제는 그저 2차 감염을 막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라이프제약의 치료제는 2차 감염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피부 세포를 재생을 도와 상처를 빠르게 회복을 시켰다.

2도 화상만 되어도 흉한 흉터가 남는데, 이 신제품은 그렇지 않았다.

꾸준히 치료만 한다면 3도 화상까지도 완치는 힘들어도 정상에 가깝게 치료가 되었던 것이다.

그 정도는 성형수술을 받으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니 이 얼마나 획기적인 제품이 아니겠는가?

이 때문에 라이프제약의 연구원들은 수한이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곳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아무튼 수한이 화상 치료까지 효능이 있다는 말을 하자 그동안 잠자코 있던 예빈이 끼어들었다.

조용하던 예빈이 이야기에 끼어든 것은 순전히 그녀의 집안에 화상 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자신의 실수로 뜨거운 국을 뒤집어쓴 동생에게 무척이나 미안했다.

자신보다 더 예쁜 동생이지만, 자신의 실수로 인해 화상을 입은 동생은 여름이 와도 짧은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팔과 허벅지에 큰 화상 자국이 있기 때문이다.

예빈은 그 때문에 휴가 기간에도 집을 자주 찾지 않았다.

휴가라고 집에 가면 동생을 봐야 하는데, 그건 동생이나 예빈 본인이나, 무척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22살의 한참 피어나는 때이지만 화상 때문에 사시사철 긴팔 긴 바지의 어둡고 칙칙한 옷만 입고 있으니 답답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 더욱 가지 못했다.

그런데 화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소리에 귀가 솔깃한 것이다.

“좀 오래 된 상처인데도 치료가 가능할까……?”

예빈은 조심스럽게 수한에게 물어보았다.

무엇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한은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설명을 하였다.

“물론 가능해요. 직접 확인을 해야 하겠지만 피부가 괴사한 것만 아니라면 가능해요.”

비록 이 외상 치료제가 포션은 아니지만, 포션의 80%에 가까운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수한 본인이 전생의 기억과 현생의 의학을 접목해 개발한 치료제다.

그러니 자신 있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을 할 수 있었다.

수한이 대답을 하자 예빈은 수정을 돌아보며 말했다.

“언니, 우리 이거 하자!”

마치 수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예빈은 아주 애절한 표정으로 수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예빈의 그런 부탁에 수정이나 다른 파이브돌스 멤버들은 그녀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조용히 다른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이미 그녀들의 눈에는 예빈의 부탁을 들어주어야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예빈의 가족사를 잘 알고 있는 그녀들이다 보니 예빈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파이브돌스 멤버들은 이미 예빈의 동생도 만나 본 적이 있었다.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물론 지금은 22살의 성인이 되었지만 외상 때문에 소극적인 그녀를 보면 안타까웠던 마음도 있었다.

예빈을 닮아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해, 가수에 소질이 있는 아이인데 팔과 다리에 화상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짠했다.

“다들 승낙한 거지?”

“그래, 뭐 우리야 광고 한 편 더 찍으면 좋지!”

“맞아, 돈 벌어 주겠다는데 우리야 환영이지!”

“저도 찬성이에요.”

모든 멤버들이 광고를 찍는 것에 찬성을 하자 수정은 고개를 돌려 수한을 보며 대답했다.

“다들 하겠다고 하니 나도 찬성. 그럼 언제 촬영할 건데?”

“응, 일단 한 달 뒤 출시하기로 했으니 조금 빠르게 촬영을 했으면 하는데…… 고모가 누나들 오늘 고별 무대 끝나면 15일간 휴가라고 해서…….”

수한은 이미 고모인 정영화로부터 파이브돌스의 스케줄을 듣고 온 상태다.

다만 이렇게 직접 찾아와 부탁을 하는 건, 힘들게 스케줄을 소화하고 몇 달 만에 휴가를 얻은 그녀들의 시간을 뺏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오늘 스케줄이 끝나고 휴가를 준다고는 했는데, 보름이나 될지는 몰랐네?”

“와! 웬일이래?”

“그렇게, 최 실장님이 그런 소리는 없었는데?”

그녀들은 휴가 기간에 대해 처음 듣는 건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다들 좋아했다.

“뭐, 휴가가 보름이라고 하니, 그중 하루 잡아서 촬영하면 되겠네!”

“그래, 보름이나 되는데, 겨우 하루 정도야…….”

다른 멤버들이 겨우 하루 촬영하는 것에 별로 싫어하지 않자 수정은 다시 고개를 돌려 수한에게 광고 컨셉에 관해 물었다.

“그런 광고 컨셉은 어떻게 되는데?”

“아, 그것은 말이야…….”

수한은 신제품의 효능을 알리기 위해 환자를 섭외해 치료하는 모습을 찍고, 파이브돌스가 치료가 된 환자와 행복하게 뛰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조금 식상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치료제를 선전하는 데 그만한 것도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수한의 이야기에 예빈이 나서서 물었다.

“혹시 환자는 섭외가 된 거야?”

예빈의 물음에 수한은 이제부터 환자를 섭외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적당한 환자를 섭외해야 하는데, 자신의 상처를 쉽게 내보이려 하겠어요?”

수한의 이야기를 들은 예빈은 눈을 반짝였다.

“그럼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치료해 줄 수 있어?”

예빈이 하는 소리에 파이브돌스 멤버들은 눈을 반짝였다.

지금 그녀가 누굴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빈 언니 혹시 수빈이 말하는 거예요?”

루나의 말에 예빈은 말없이 수한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눈에는 무척 간절한 표정이 숨어 있었고, 그런 것을 포착하지 못할 만큼 수한이 둔하지 않았기에 금방 알 수 있었다.

‘예빈 누나 동생이 외상으로 많이 힘든가 보구나!’

수한은 예빈의 동생인 수빈이 어떤지 보지는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괜찮겠어요?”

수한은 다른 말 않고 괜찮겠냐는 질문을 하였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지만 상처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일을 쉽게 말 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수한이 자신 있게 말을 했다고 하지만, 환자 본인이 수한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수한의 반응에 예빈은 굳은 결심을 하듯 두 손을 쥐고 말했다.

“내 실수로 수빈이 상처를 안고 평생을 어둡게 살아가게 할 수는 없어. 어떻게든 설득을 할 테니 가장 먼저 내 동생을 치료해 줘!”

치료하는 모습을 찍는 것인데 예빈은 이미 자신의 동생이 금방이라도 나을 것이라 믿고 가장 먼저 치료해 줄 것을 부탁했다.

사실 수한이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라이프제약에서 개발한 치료제로 치료를 하는 것인데 예빈은 이미 그런 것도 잊고 수한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다.

그런 예빈의 모습에 그녀가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주일 뒤 촬영하는 날 봬요.”

신제품 홍보를 위해 광고 모델 섭외를 오긴 했지만 또 다른 모델까지 섭외가 일사천리로 끝나자 수한은 일주일 뒤 약속을 하고 파이브돌스의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대기실을 나온 수한은 급히 라이프제약 사장인 조봉구에게 전화를 하였다.

“봉구 아저씨, 섭외 끝났고요. 일주일 뒤 천하병원 외상 치료센터에서 봬요.”

수한은 할 말만을 끝내고 간단하게 통화를 끝냈다.

할아버지인 정대한 회장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제약회사의 숨통이 트이기는 했지만 아직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

이번 외상 치료제와 뒤이어 출시될 자양강장제가 성공을 해야만 했다.

회사에서의 직함이 고문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주인은 자신이 아닌가.

그러니 성공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직접 뛸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라이프제약의 다른 사람들은 회사를 정상화 하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한 상태이니 그나마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는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

◈ ◈ ◈

“엄마!”

예빈은 이번 시즌 고별 무대를 성공리에 마치고 회식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다른 때 같으면 무사히 활동을 마친 것에 대한 파티를 하고 숙소로 향했을 것이지만 오늘은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집을 찾은 것이다.

“엄마! 어디 있어?”

예빈은 집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그렇게 소리치며 자신의 엄마를 불렀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엄마를 찾아?”

“어? 수빈아! 집에 있었던 거야? 엄마는?”

조금은 만나기 껄끄러운 동생이 엄마를 대신해 문을 열어주자 예빈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엄마는 동창 모임이 있다고 좀 늦으신다고 했어!”

깜짝 놀라는 예빈과는 다르게 그녀의 동생 수빈은 평소와 같이 간단하게 대답을 해 주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수빈아, 잠깐만. 네게 할 말이 있어.”

“응? 무슨…….”

수빈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다 깜짝 놀랐다.

평소 자신을 보면 부담스러워하던 언니가 오늘은 무슨 일인지 먼저 할 말이 있다고 말을 걸자 수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릴 적 실수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뒤로 언제나 미안해하며 무엇이든 양보만 하던 언니가 무슨 일로 말을 걸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래 무슨 말이야?”

자신을 보며 물어 오는 동생을 보면 예빈은 일단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하였다.

“일단 우리 앉아서 이야기 하자.”

예빈은 거실 쇼파에 가서 앉으며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다.

언니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빈도 언니를 따라 쇼파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예빈은 조금 전 방송국에서 수한의 제안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리고 머릿속이 정리가 되자 수한이 한 제안을 동생에게 들려주었다.

“수빈아, 너 그거 치료할 수 있다고 하면 치료 받을래?”

“뭐?”

수빈은 언니의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직 자신의 말에 진의를 깨닫지 못한 동생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말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이번에 화상 치료에 획기적인 신제품이 출시되었다고 해, 네 화상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번에 한 번 치료를 받았으면 해서.”

“언니 그게 정말이야? 이 상처를 치료 할 수 있다고? 의사는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다고 했잖아.”

처음 언니에게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작은 희망이 들기는 하였지만, 곧 예전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이 기억이 나 체념을 하였다.

쉽게 포기를 하는 동생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던 예빈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이번에 신약이 개발되었데, 이미 임상실험이 끝나고 곳 출시된데. 그러니 너도 한 번 이번에 치료해 보자.”

언니의 간절한 부탁에 수빈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까지 자신의 부모님과 언니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수빈이다.

부모님은 딸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언니는 자신의 실수로 동생이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죄책감에 많은 희생을 하였다.

그렇기에 수빈도 언니의 그런 부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태가 아닌가.

“알았어. 아빠, 엄마 오시면 말씀 드려 볼게.”

“아니야.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니, 내가 아빠 엄마에게 말씀 드릴게.”

어느 순간 예빈은 수한이라면 자신의 동생을 충분히 낳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 동생을 설득하는 것도 조금은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다.

괜히 동생이 치료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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