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28화 (28/118)

1. 김장근의 말로

“이게 뭔가?”

커다란 사무실, 그 안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자리에 서서 한 사람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지금 서 있는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는 사람은 대한민국 재계의 실력자 중 한 명인 신상욱 회장이었다.

일신그룹의 초대 회장인 신영호의 뒤를 이어 일신그룹의 회장에 오른 그는 회장에 오르기 무섭게 정권과 유착이 되어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물론이고, 정부가 가지고 있던 국영기업 민영화 사업에서 많은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30위권이었던 일신그룹을 당당하게 10위권 안으로 끌어올렸다.

더욱이 그는 정계에 로비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 그리고 재계에도 결혼을 통한 피의 동맹을 이룩했다.

사실 이것은 있는 자들끼리 서로 새로운 경쟁자를 만들지 않겠다, 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어찌 되었든 일신그룹이라는 이름을 대한민국 안에 확고한 자리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신상욱 회장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성이 지금 도전을 받고 있었다.

아니, 한 사람으로 인해 이름이 더렵혀지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탁!

신상욱 회장은 호통을 치며 내려친 것은 오늘 아침에 배달된 신문이었다.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바로 신문을 통해 경제와 세상이 돌아가는 일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신문 일 면에 자신이 경영하는 그룹의 이름이 떡 하니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룹의 이름이 신문에 오르내리는 것은 별게 아니다.

아니, 신문에 나온다는 건 좋은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내용이라면 썩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그룹 홍보부는 뭐하는 놈들이야?!”

화를 내던 신상욱은 급기야 그룹 이미지를 홍보하는 홍보부 이사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회장의 호통에 지명을 당한 홍보 담당 이사인 신영돈 상무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자신도 오늘 아침에서야 신문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일신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일신제약의 고위 관리가 조폭을 이용해 경쟁 업체 사장을 납치해 폭행을 하려다, 오히려 덜미를 잡힌 내용이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웬만한 일이면 신문사에게 미리 연락을 줘 보도 통제를 했을 것이지만, 이건 너무 엄청난 사건이라 괜히 시간을 늦췄다가는 특종을 놓칠 수 있었기에 신문사에서 바로 사건을 보도한 것이다.

그 때문에 일신그룹의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다.

비록 계열사라고 하지만, 먼저 10대 그룹에 해당하는 일신그룹의 이름이 전면에 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협력 관계에 있는 관계라 하지만 특종을 다른 신문사에 넘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눈이 있으면 한번 확인들 해 봐! 이따위로 일할 거면 모두 사표 써!”

신상욱 회장의 계속되는 큰소리에도 자리에 있는 이사들은 어느 누구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괜히 이 자리에서 변명이라고 늘어놓았다가는 죽여 달라는 말과 다름이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모두 입도 뻥긋하지 않는 것이다.

“이 새끼는 회사에 끼친 손해를 책임지게 하고 파직시켜!”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회장의 지시에 한 사람이 대답을 하였다.

대답을 한 사람은 신상욱 회장의 차남이며 사고를 친 간부의 직속 상급자인 일신제약의 사장인 신영민이었다.

말을 하면서도 신영민의 표정은 무척이나 굳어 있었다.

현재 신영민은 차기 그룹 회장 자리를 두고 자신의 큰형과 경쟁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 차에 사고를 친 사람이 자신의 측근인 김장근 전무라는 것이 다른 이사들에게 알려진다면 좋을 것이 없었다.

아직 다른 이사들의 표정을 보면 아직까지 그저 자신의 밑에 있는 간부 정도로만 알고 있는 듯했다.

그렇기에 신영민은 이 일이 알려지기 전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신영민의 눈에 그의 아버지인 신상욱 회장이 내려놓은 신문이 들어왔다.

고개를 숙이고 수갑을 찬 모습으로 구치소에 있는 김장근의 모습은 그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 ◈ ◈

“감히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해?!”

김장근은 자신의 앞에 있는 수한을 보며 그렇게 소리쳤다.

한편 수한은 사람을 시켜 이곳까지 불러내 고함을 치는 김장근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는 인물인데 자신이 그의 일을 방해했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당신의 일을 어떻게 방해했다는 거지?”

이미 김장근과 수한의 관계는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한은 자신에게 고함을 지르는 김장근에게 존칭을 써 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자신은 그동안 누군가와 척을 질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저 18년 만에 가족의 품에 돌아왔고, 또 남들은 회피하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대체복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아는 사람의 회사를 인수해 정상화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이 자신의 직장에 자부심을 느끼게 일거리도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전혀 생면부지의 인물이 나타나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 수한의 생각과 다르게 김장근은 수한을 철천지원수를 쳐다보듯 소리쳤다.

“조은제약!”

“조은제약?”

김장근의 조은제약이라는 소리에 수한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을 따라 하였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김장근은 분노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하였다.

“내가 작업을 해 놓은 조은제약을 네놈이 가로채지 않았나!”

그 말에 수한은 그제야 조은제약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자금 압박을 받았는지 이해가 갔다.

별다른 악재도 없는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안 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대출금까지 상환하라고 압박을 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특히나 조은제약은 몇 가지 약에 관해선 특허까지 가지고 있는 제약회사였다.

사실 그것만 팔아도 충분히 대출금을 갚을 수도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면 새로운 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막고 있던 것이 바로 일신제약의 전무인 김장근이었다.

“설마 당신이 조은제약을 함정에 빠뜨린 장본인인가?”

수한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인 차 물었다.

그런 수한의 질문에 김장근은 별것도 아니란 듯 대답을 하였다.

“어차피 국내 작은 제약사인데 일본의 대기업에서 사 주겠다면 감지덕지 하고 팔아야지 감히…….”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조은제약을 부도 위기까지 몰아갔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김장근의 의뢰를 받고 수한을 이 자리로 데려온 폭주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웅성! 웅성!

잠시 수한의 뒤에 있던 폭주족들 속에서 야간의 소란이 일었다.

비록 자신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이런 일을 하기는 했지만, 설마 어처구니없는 일에 자신들이 이용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일부 폭주족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뒤쪽에서 소란이 일자 수한은 잠시 자신의 뒤에 있는 폭주족들을 쳐다보았다.

‘생각 보단 나쁘지 않네?’

무턱대고 흉기를 휘두르지 않고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나 방금 전 김장근의 어이없는 이야기를 듣고 소란을 일으키는 모습에서 수한은 폭주족들이 악에 물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버러지 같은 새끼! 어디서 감히 어른이 찍은 것을 가로채! 상도덕을 모르는 것들은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리지.”

김장근은 마치 수한을 보며 훈계를 하듯 행동했다.

그는 자신이 말을 하고도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듯 조금 전까지 화를 내던 것과 다르게 혼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김장근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은 그가 미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또라이 아니야!’

“미친놈이군!”

수한은 김장근을 보며 미친놈이라고 단정을 하였다.

엄밀히 따지면 김장근의 행위는 범죄에 가까웠다.

이득을 보기 위해 타인과 공모해 다른 사람을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그것을 막은 수한에게 보복을 하기 위해 사람을 써 납치를 한 것이니, 이건 명백한 범죄 행위였다.

법에 관해선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것만 알 수 있었지만, 사람을 시켜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것은 분명 범죄 행위였다.

수한은 지금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를 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때부터 수한의 차에 부착되어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는 녹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저 녹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까지 녹음을 하고 있었기에 만약 이것을 경찰이나 검찰에 신고를 한다면 김장근은 꼼짝 없이 감옥에 가야만 할 것이다.

“당신은 법이 무섭지도 않나? 감히 이런 일을 하려고 하다니.”

눈앞에 있는 남자가 혹시 법도 무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건 아닐까.

아직까지 김장근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수한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훗, 보이는 것처럼 아직 어리군. 대한민국의 법이란 건 다 있는 자의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있는 거다. 들어 보지 못했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말이야!”

김장근은 자신의 말에 수한의 기가 꺾였다고 생각되었는지 자신의 말에 취해 대답했다.

이미 김장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자신을 납치하려고 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된 수한은 자신이 처음부터 이 상황을 녹화해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의 집안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물적 증거가 없다면 아무리 김장근을 잡아들이려고 해도 이리저리 빠져나갈 수도 있고, 또 구속이 되더라도 보석금을 내고 집행유예 같은 경미한 처벌로 풀려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기도 했다.

사실 이렇게 녹화를 하게 된 계기는 별것도 아니다.

전에 양아치들이 자신을 붙들고 시비를 걸었을 때, 당시 상황을 찍은 SNS 동영상이 없었다면 오히려 자신이 죄를 뒤집어쓸 뻔하였다.

더욱이 당시 함께 있던 누나들이 고초를 겪을 뻔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 뒤로 수한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항상 증거를 남기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그래서 오늘도 블랙박스에 녹화와 녹음을 한 것이다.

“이제 네 처지를 알았지? 괜히 어른들 일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 주지. 처리해!”

김장근은 당당했다. 자신이 하려는 일이 범죄란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이 드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일단 김장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한의 뒤에 있던 폭주족 중 몇 명이 수한에게 접근을 했다.

그들은 이미 김장근의 기사인 김도영에게 상당한 금액을 약속받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폭주족들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도 앞으로 나선 것이다.

“전무님 약속한 것은 지키셔야 합니다.”

폭주족들의 리더인 정완이 앞으로 나서다 말고 김장근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 정완의 말에 김장근도 기분이 무척이나 좋은 것인지 대답을 하였다.

“일처리 하는 것 보고 나서 내 마음에 들면 한 장 더 주지.”

앞으로 나서던 폭주족은 김장근의 말을 듣기 무섭게 눈이 반짝였다.

착수금으로 500만 원을 받았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500만 원을 더 받기로 했는데, 지금 의뢰인이 자신의 마음에 들면 천만 원을 더 주겠다는 소리를 하였다.

그러니 정완을 비롯한 폭주족 일부는 눈이 돌아갈 지경이 되었다.

겨우 사람 하나 불러와 손보는 것으로 2천만 원을 받는다는 생각에 흥분한 것이다.

그런 일부 폭주족의 모습에 수한은 속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돈의 노예가 된 자들을 확실하게 손을 봐 주기로 결심했다.

폭주족을 자신이 폭행한다고 해서 법에 접촉을 될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자신은 어찌 되었든 폭주족의 위협에 이곳까지 억지로 끌려온 것이고, 또 방금 전 이들의 대화로 범죄 행위가 성립이 되었으니 자신이 손을 쓴다고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날 좀 쉽게 보는군.”

자신이 혼자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여러 명이 달려드는데 기다려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수한은 가장 먼저 달려드는 폭주족을 향해 접근했다.

김장근이 돈을 더 준다는 말에 가장 먼저 달려들던 종수는 제일 처음으로 수한과 만나게 되었다.

퍽!

순간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가장 먼저 달려들던 종수의 신형이 제자리에 무너졌다.

털썩!

하지만 쓰러지는 종수를 보며 흠칫할 새도 없이 수한은 다른 폭주족을 향해 몸을 날렸다.

종수의 뒤에서 달려들던 재덕은 자신을 향해 날듯이 덮치는 수한의 모습에 당황해 제자리에 멈칫했다.

그런 잠깐 멈칫한 것이 재덕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종수를 쓰러뜨리고 재덕을 향해 덮친 수한은 공중에서 재덕의 관자놀이를 발끝으로 건드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스쳐 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한의 이 수법은 무척이나 고난이도의 수련을 쌓은 전통 무술 불무도 고수만이 할 수 있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재덕이 느낀 충격의 양은 마치 헤비급의 복서의 주먹을 맞은 것과 비슷했다.

수한의 힘 조절 덕분에 재덕은 그저 눈앞이 번쩍 하는 느낌만 받고 기절해서, 그다지 고통은 느끼지 않았다.

그 뒤로도 수한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솔개가 병아리를 채 가듯 공중에 떠서 폭주족을 덮치는 수한의 모습에, 아직 뒤에서 지켜보던 폭주족이나,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김장근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실제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날아다닌다.’

수한의 동작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공통적으로 그렇게 인식이 되었다.

지금 수한은 처음 종수를 공격 이후 아직까지 땅에 내려오지 않고 공중에서 마치 징검다리 건너듯 한 번씩 공격하고, 다른 사람에게 날아가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저……!”

그런 모습에 김장근은 자신도 모르게 말도 못 하고 어정쩡한 감탄성만 흘려 낼 뿐이었다.

털썩!

자신에게 덤비던 폭주족들을 모두 쓰러뜨린 수한은 아직 뒤에 남아 있는 폭주족을 보았다.

“더 할 텐가?”

남은 폭주족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자신이 속한 폭주족의 리더와 간부들이 모두 쓰러지는 모습을 본 그들은 고개를 흔들어 덤벼들 의사가 없음을 표했다.

남은 폭주족들의 그런 모습에 수한은 시선을 돌려 김장근을 쳐다보았다.

그런 수한의 시선엔 김장근은 자신의 곁에 있던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어서 처리해!”

김장근의 명령에 경호원들은 인상을 구겼다.

마음 같아서야 싫다고 거부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의뢰인의 요구를 거절했다가는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서에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조항이 있기는 하나, 대한민국에서 경호 업체가 우선인 경우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장근처럼 높은 인간들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무너진 경호 업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 싫더라도 나서야만 했다.

경호원이 앞으로 나서자 수한은 눈이 반짝였다.

‘분명 저 사람은 처음부터 이런 상황이 못마땅한 표정이었는데, 왜 나서는 것이지?’

경호원의 사정을 모르는 수한은 그런 생각을 하였다.

“자네에겐 유감이 없지만, 내 사정상 어쩔 수 없네.”

앞으로 나서던 경호원은 지금 수한이 자신을 보며 찡그린 표정에서 수한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바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호원의 말에 수한도 그의 입장을 깨달고 말없이 천천히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너무도 침착한 수한의 걸음에 경호원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음…….”

수한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느껴지는 심적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경호원을 꿈꾸며 각종 무술을 익힌 그는 대한민국에 있는 경호 업체에 속한 경호원들 중 상당한 실력자로 알려져 있었다.

더욱이 그는 자신이 경호원이 되기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군대도 특수부대에 지원하여 다녀왔다.

즉, 어중이떠중이로 겉멋이 들어 경호원이 된 게 아닌, 진짜배기 경호원이었다.

그러니 지금 수한이 방사하고 있는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한편 자신이 기운을 운용하며 다가가고 있는데, 그것을 잘 버티고 있는 김장근의 경호원을 다시 보게 된 수한이다.

‘호…… 천하가드 아저씨들 말고 여기서 진짜배기를 보게 되네.’

정말이지 수한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미국 유학 생활과, 천하가드를 알게 되면서 많은 경호원들을 보았다.

그리고 천하가드 소속의 경호원들과 다른 경호원들의 수준 차이를 알게 되었다.

지금 천하가드에 속하는 경호원들 못지않은 사람을 보게 되자 감탄을 하였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 또한 제압을 해야 자신을 이곳에 부른 김장근을 징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들자 바로 행동에 나섰다.

괜히 어물거리다 김장근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증거를 가지고 있어도 김장근의 행동으로 봐선 자신의 역량을 이용해 사건을 무마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늘 이곳에서 일을 끝내기로 했다.

타닥, 탁! 쿵!

수한이 접근을 하자, 앞으로 나섰던 경호원은 결코 자신이 쉽게 볼 상대가 아님을 알기에 먼저 공격을 하였다.

하지만 선수를 취했다고 하지만, 수한에게는 그의 수는 빤히 다 보였다.

그렇기에 간단하게 경호원의 공격을 막고, 가까이 붙어 가슴에 짧고 강한 공격을 하였다.

일명 심장치기라는 복싱의 기술이었다.

이런 공격을 허용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심장마비가 와 숨을 쉴 수가 없다.

물론 무척이나 위험한 기술이긴 하지만, 수한이 이 모든 것을 통재할 수 있었고 또 짧은 순간이기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마지막 경호원까지 처리한 수한은 도망치기 위해 승용차에 오르는 김장근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쿵!

뒷덜미를 잡아채 뒤로 던져진 김장근은 공중에 붕 떠 3m를 날아갔다.

“윽!”

뒤로 날아가 굴러 떨어진 김장근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기절을 하였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기절한 김장근의 모습에 수한은 할 말을 잃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큰소리를 치던 김장근인데, 정작 손도 쓰기 전 나가떨어져 기절한 모습에 맥이 풀리고 말았다.

그런 김장근의 모습을 본 수한은 더 이상 손을 쓰는 것도 포기하고 전화기를 꺼내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김장근과 그가 사주한 폭주족들이 모두 연행이 되었다.

물론 수한도 신고 당사자로서 경찰서에 동행을 하였다.

다만 이 때문에 누나와의 저녁 약속은 조금 늦어지게 되었다.

“여보세요, 매니저님. 제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좀 늦을 것 같으니 먼저 식사하고 계세요.”

수한은 파이브돌스의 매니저인 유한상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시간보다 좀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을 하였다.

6시에 퇴근을 하고 유한상과 통화를 하여 저녁 약속을 잡았다.

그 중간에 김장근의 사주를 받은 폭주족과 함께 이곳까지 오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또 그 일당을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면 약속시간에 늦을 수도 있었기에 양해를 구한 것이다.

자신이 먼저 약속을 잡아 놓고 늦게 가면 실례이기 때문에 미리 연락을 하고 양해를 구했다.

◈ ◈ ◈

웅성웅성, 경찰서는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신고하신 분 맞습니까?”

“예, 제가 신고한 사람입니다.”

수한은 경찰이 묻는 대로 대답을 해 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경찰은 신고한 수한의 이름부터 직업과 관련된 신상에 관해 질문을 하고 또 피의자인 김장근 하고의 관계도 물었다.

“그럼 일신제약 김장근 전무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질문을 하던 형사는 처음과 다르게 김장근의 신분을 알게 되자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신제약이라면 대기업인 일신그룹 계열사이고, 또 그곳 전무라는 확실한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납치 유인 하고, 사람을 시켜 위해를 가하기 위해 사주를 했다는 거야?!”

급기야 조사를 하던 경찰은 수한에게 반말을 하였다.

“지금 뭐하자는 것입니까? 저 사람의 직업이 뭐건 내가 오늘 처음 보는 것이 맞기에 처음 본다고 말했는데, 이게 무슨 짓이죠?”

수한은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경찰을 보며 경고를 하였다.

경찰은 수한의 어린 모습과 또 김장근의 일신제약 전무라는 사회적 직위를 알고는 수한에게 잘못이 있다 미리 짐작을 하고, 지금까지 조사를 꾸미던 것을 치우고 새롭게 조서를 작성하였다.

그러면서 신고를 하고 참고인 조사를 위해 조사를 하던 수한을 마치 폭주족과 한패인양 몰아붙이는 것이다.

이에 수한은 지금 자신에게 참고인 조사를 하던 경찰을 노려보았다.

“경고하는데, 조사 똑바로 하십시오. 후회하지 마시고.”

자신의 앞에 앉은 경찰에게 경고를 하였다.

“뭐, 지금 너 뭐라고 했어? 이게 좋은 말로 하니 경찰이 우습게 보여?!”

오히려 자신에게 경고를 하는 수한의 모습에 화가 난 경찰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그런 경찰의 큰소리에 경찰서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지며 모든 시선이 집중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태를 인식하지 못한 그는 앞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는 수한을 노려보았다.

◈ ◈ ◈

겨레 일보 기자인 차화연은 뉴스거리를 찾아 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서는 언제나 사건사고가 많은 곳이니 특종은 아니더라도 뉴스거리 하나는 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경찰서에 들어섰다.

평소 안면이 있는 형사 1과로 향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경찰서 내부가 무척이나 조용했다.

‘무슨 일이지? 대한민국에 사건이 없을 수가 없는데,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이지?’

이상한 생각이 든 차화연 기자는 조용히 형사 1과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그녀의 눈에 요상한 광경이 눈에 뛰었다.

‘어? 저 사람은…….’

차화연의 눈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있는 남자의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돌아온 천재의 이야기는 그녀의 머릿속에 아직 남아 있었다.

‘천하그룹 회장의 손자가 왜 경찰서에 있는 거지? 그리고 이 형사님은 무엇 때문에 천하그룹 회장의 손자에게 화를 내는 거야?’

비록 자신이 연예부 기자가 아니라 당시 기자회견장에 직접 간 것은 아니지만 동료 연예부 기자에게 듣기로 정수한이라 알려진 그 남자는 무척이나 이지적이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경찰서에 있는 것도 이상한데, 그가 앉아 있는 모습이나 화를 내고 있는 경찰의 모습, 그리고 주변에 있는 경찰과 피의자들 모두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마침 눈에 다른 신문사 기자가 눈에 뛰자 옆에 가서 살짝 물었다.

“김 기자, 무슨 일인데 이렇게 삭막해?”

차화연은 아직까지 넋 놓고 쳐다보고 있는 김상현 기자에게 물었다.

한편 갑작스러운 큰소리에 소리가 들린 곳에 집중을 하고 있던 김상현은 갑자기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랐다.

“에구머니나!”

“뭐, 뭐야! 뭔데 그렇게 놀라?”

깜짝 놀라는 김상현의 반응에 질문을 했던 차화연도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휴, 차 기자. 좀 인기척 좀 내고 다니자! 깜짝 놀랐잖아! 그런데 무슨 소리야?”

김상현은 차화연에게 작게 타박을 하고 물었다.

그런 김상현의 질문에 차화연은 다시 자신의 궁금증을 물었다.

“아니, 지금 무슨 일인데 여기 실내가 이렇게 삭막하냐고. 그리고 저기 이 형사는 무슨 일인데 저 사람을 노려보는 거야?”

차화연이 자신의 궁금증을 조리 있게 물어 오자 그제야 김상현은 조금 전 있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게 말이야…….”

한참 김상현에게 조금 전 어떤 일이 이곳에서 벌어졌는지 알게 된 차화연은 기가 막혔다.

그러면서 뭔가 특종의 냄새가 나는 것이 그녀의 촉을 건드렸다.

‘호……! 이것 봐라? 이거 잘만 쓰면 특종을 하나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차화연은 특종을 하나 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특종 하나 못 가져온다고 그녀를 구박하던 편집장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후후, 기대하시라! 내가 특종을 가져가도 그럴 수 있는지 두고 보겠습니다.’

속으로 칼을 갈던 차화연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중심으로 걸어갔다.

“이 형사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살벌해요?”

넉살 좋게 이해인 경사에게 인사를 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 차화연의 인사에 이해인 경사는 순간 흠칫했다.

“차 기자가 여긴 어쩐 일이야?”

“저야 사건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야 하는 기자 아닙니까? 무슨 일이에요? 여기 이분은 무슨 일로 여기 있는 거예요?”

차화연은 자신의 인사에 반응을 하는 이해인 경사의 모습에 슬쩍 시선을 수한에게 주고는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참고인 조사를 하는 중이야.”

이해인 경사는 얼른 표정을 바꾸며 말을 하였다.

하지만 차화연은 이해인 경사의 말에 속지 않았다.

자신이 본 모습은 절대로 참고인 조사 정도로 보이는 장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편 새로 나타난 인물로 인해 분위기가 반전이 되자 수한은 눈이 반짝였다.

‘호, 기자란 말이지?’

단발머리에 코는 오뚝하고 눈꼬리와 입꼬리 살짝 올라간 것이, 꾸미지는 않았지만 미인이며, 또 말하는 것을 보니 애교도 있으며, 자신이 미인인 것을 이용할 줄도 아는 여우였다.

그러면서도 눈동자의 초점이 흐리지 않고 대상을 직시하는 것을 보니 강단도 있어 보였다.

이에 차화연이란 기자를 이용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녀의 가슴을 보니 경찰서 출입을 하기 위한 기자증을 목에 걸고 있어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아, 기자님이세요? 그럼 기자님, 제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수한은 차화연을 보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마침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알고 싶었던 차화연은 얼른 수한의 말을 받았다.

“무엇이 궁금하신가요? 제가 알고 있는 일이라면 알려 드릴게요.”

차화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한은 이해인 경사가 말리기도 전에 그녀에게 질문을 하였다.

“사건을 신고하였습니다. 참고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협조를 위해 경찰서에 왔는데, 참고인 조사를 하던 중 피의자의 신분이 대기업 계열사 간부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저를 범인으로 몰아가려는 저분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수한은 말의 내용과 다르게 아주 느긋한 표정으로, 입가에는 여유 있게 미소까지 머금고 물었다.

그런 수한의 질문에 순간 차화연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옆자리에 있는 이해인 경사를 돌아보았다.

차화연이 돌아보자 이해인 경사의 표정이 더욱 좋지 못하게 찡그려졌다.

“제가…….”

이해인 경사가 변명을 하려고 하자 수한은 손을 들어 막았다.

주객이 전도된 듯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경찰인 이해인 경사는 자신의 직장인 경찰서에서 수한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뻥긋도 못하였다.

“폭주족을 동원해 저를 위협하고, 또 폭행을 가하려던 저기 일신제약의 전무가 신분이 확실하다는 이유로 저에게 큰소리를 친 여기 이해인 형사님에게 전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요?”

계속되는 수한의 질문에 차화연은 그제야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내막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물론이고 여기 경찰들도 어떤 고정관념에 빠져 일을 처리할 때가 있었다.

일반인들 보다는 직장이 확실한 사람, 그리고 일반적으로 작은 규모의 직장 보다는 큰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그리고 낮은 직급 보다는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떤 근거에 의해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직급이 높으니 거짓을 말하지 않을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피의자가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고, 직급도 아주 높은 전무란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눈앞에 있는 젊은, 아니, 어리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의 청년의 말을 신뢰하지 않은 이해인 경사의 태도가 문제가 된 것이다.

사실 차화연도 수한의 신분을 알고 있기에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지, 수한의 신분을 몰랐다면 아마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렇게 쉽게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김장근 같이 성공한 남자가 무엇 때문에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할 만한 나이의 어린 청년을 폭주족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말을 믿겠는가.

한편 이해인은 지금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자신이 현장에 출동하기 전 신고 접수를 받았을 때, 젊은 청년이 신고를 하였고, 또 그의 이름을 들었다.

젊은 수한의 모습에 현혹이 되어 오판을 하였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 흥분이 가라앉자 이제야 생각이 난 것이다.

“여기 정수한 씨가 어디 계신가요?”

이해인이 한참 자신의 실수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깔끔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단정하게 머릿기름을 발라 넘긴 머리의 모습과 너무도 잘 어울려 보였다.

“누구시죠?”

이해인은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는 정수한의 이름을 거론하는 남자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천하그룹 법률팀에 있는 주병진 변호사라고 합니다.”

주병진 변호사는 대답을 하며 명함첩에서 명함을 꺼내 이해인에게 주었다.

엉겁결에 명함을 받아 든 이해인은 명함과 주병진 변호사의 얼굴만 말없이 쳐다보았다.

“안녕하십니까? 법률팀에서 온 주병진이라고 합니다. 도련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해인 경사에게 명함을 준 주병진 변호사는 그의 옆에 있는 수한을 보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런 주병진 변호사의 태도에 이해인의 정신은 아득히 날아가고 말았다.

천하그룹 법률팀이면 대한민국에서도 열 손에 꼽는 전문 변호사 단체였다.

하지만 천하그룹에 관한 일만 전담하기에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 구성원들의 이력이 아주 화려했기에 그쪽 방면에서는 다들 인정하는 이들이었다.

지금 수한의 앞에 있는 주병진 변호사만 해도 하버드 로스쿨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를 하고, 또 미국의 대형 로펌에서 승률 90%라는 엄청난 업적을 올렸다.

그리고 잘나가던 때 갑자기 천하그룹 법률팀으로 이직을 하였다.

천하그룹 법률팀으로 직장을 옮기고 그는 담당했던 재판에서 지금까지 100%의 승률을 쌓고 있었다.

차화연 기자는 옆에서 주병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이미 그가 누구인지 금방 눈치챘다.

‘무슨 일이기에 주병진 변호사까지 이 자리에 나타난 거지?’

차화연은 분명 조금 전 정수한이 참고인 조사만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피의자도 아니고 참고인 조사를 하는데 무엇 때문에 변호사가 나타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저, 저기 정수한 씨는 겨우 참고인 조사만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주병진 변호사님은 이곳에 어쩐 일이세요?”

“누구시죠?”

“예, 저는 겨레 일보의 차화연 기자라고 합니다.”

차화연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변호사에게 질문을 하였고, 그런 차화연의 질문에 주병진 변호사는 그녀의 신분을 물었다.

그리고 차화연은 당연하게도 자신이 겨레 일보의 기자란 것을 밝혔다.

차화연이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되자 주병진 변호사는 잠깐 수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부른 주병진 변호사가 차화연의 신분을 알고 자신에게 시선을 주자 수한은 고개를 끄덕여 보임으로써 허락을 하였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 주병진은 수한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이번 일의 증거까지 모두 확보해 두었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에서 적을 파멸시키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다.

수한의 허락이 떨어지자 주병진 변호사는 사건의 전말에 대하여 대략적인 것만 들려주었다.

괜히 너무 깊은 것까지 알려 주었다가는 공권력과 척을 질 수도 있는 문제이니, 그것은 정식으로 고발장을 제출하고 나중에 알려도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기자들의 머리는 대략적인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그 안에서 사건의 핵심을 찾아내 기사로 쓸 수 있었다.

차화연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특종을 캐냈다.

‘대박! 일신그룹 계열사 전무가 천하그룹 회장의 손자를 납치 폭행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는 말이지? 호호호, 어젯밤 꿈에 낡은 화장실에 빠지더니 내가 돈벼락을 맞겠구나!’

차화연은 두 눈이 반짝였다.

겨레 일보는 기자들에게 취재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기사에 상금을 걸고 있었다.

뉴스의 등급에 따라 상금의 액수도 차등 지급하는데, 조금 전과 같이 전 국민이 관심을 보일 만한 뉴스라면 상당한 액수의 상금을 주었다.

“여보세요? 편집장님, 내일 조간 일 면에 제 것이에요!”

차화연은 경찰서를 나와 급하게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면서 경찰서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의 낡은 경차에 올라타 액셀을 밟았다.

부웅!

비록 낡긴 하였지만 차화연의 애마는 힘차게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차화연의 차가 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한도 변호사인 주병진과 함께 경찰서 현관을 나섰다.

“이번 사건은 주 변호사님이 확실하게 챙겨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경쟁 기업을 위기에 처하게 한 부도덕한 일과, 자신의 음모가 실패하자 도련님을 음해하려던 그자를 꼭 죄의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전 그렇게 믿고 누나와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뒷일은 제게 맡기시고 일 보십시오.”

주병진은 수한이 약속이 있어 이만 가보겠다는 말을 하자 자신에게 맡겨 두라는 말을 하였다.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수한은 주병진의 말을 듣고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경찰서에서 이해인 경사와 실랑이를 벌인 것 때문에 약속 시간까지 조금은 빠듯했기 때문에 조금은 빠르게 운전을 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