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27화 (27/118)

9. 불쾌한 만남

어두운 조명의 5평 남짓의 룸에 혼자 앉아 있는 김장근의 표정이 무척이나 굳어 있었다.

그가 이곳 비즈니스 클럽 VIP룸에 있는 것은 자신이 의뢰한 건으로 신태양파의 간부인 이호성이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의뢰를 한 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가 자신과 만나자고 연락이 오자 바로 이곳으로 온 것이다.

강남에 있는 텐프로 클럽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클럽이라 회원권이 없다면 출입도 못하는 무척이나 비싼 곳이었다.

하지만 김장근은 3천만 원이나 하는 회원권을 구입해 각종 로비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자주 이용했다.

아무튼 은밀한 이야기를 하기 좋은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이호성은 아주 짧게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나갔다.

그리고 이호성이 통보하는 이야기를 들은 김장근은 지금 분노에 취해 몸을 가눌 수가 없어 홀로 룸에 남아 있는 것이다.

기분 같아서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일신제약 전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이곳에서 함부로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겉으로 보이에 그저 잘나가는 업소처럼 보이나 이곳 비즈니스 클럽의 주인은 김장근이 쉽게 볼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비즈니스 클럽에 출입하는 사람의 면면도 그렇고, 은근히 도는 소문에 의하면 이곳 비즈니스 클럽의 주인의 정체가 정계 막후 인물이라는 설도 있었다. 또 다른 소문으로는 대한민국 상위 0.1%에 들어가는 로열패밀리라는 소리 역시 돌았다.

그렇다 보니 함부로 이곳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람도 없었다.

“김 전무님, 죄송하지만 이번 의뢰를 포기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10억이나 되는 의뢰를 포기하겠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군? 의뢰를 포기한다면 그럼 계약금으로 준 5억의 3배를 배상해야 하는데…….”

“뭐, 계약금은 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위약금은 못 드리겠습니다. 저희 쪽에서 의뢰를 포기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전무님께서 타깃에 대한 정보를 거짓으로 하였기에 원칙대로라면 계약금도 돌려드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안면도 있으신 분이라 그건 돌려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럼…… 참! 제가 전무님께 외람되지만 충고 한마디하고 가겠습니다. 괜히 다른 조직에 가서 의뢰를 하는 수고 하지 마십시오. 타깃의 정체를 듣고 전무님의 의뢰를 받아들일 조직은 대한민국에서 없을 테니 말입니다.”

조금 전 자신을 만나러 온 이호성이 하고 간 말이 귓가에 아직도 생생하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개새끼! 감히 깡패 따위가 감히 날, 이 김장근을…….”

와장창!

참고 참았지만 도저히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을 벽에 던져 버리고 말았다.

그 바람에 유리 글라스는 그 본연의 임무를 하지도 못하고 수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이곳 룸이 VIP를 위한 곳이다 보니 방음이 잘되어 있어서 그런지 밖에서 아무도 이런 소란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자신을 분을 주체하지 못한 김장근은 한참을 이호성이 나간 문을 쳐다보며 눈을 희번덕거렸다.

◈ ◈ ◈

타다다닥! 탁탁! 다라락! 탁탁!

삐빅! 삑삑! 드르륵! 득득!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들이 작업하는 것은 일반인은 이해할 수도 없는 0과 1의 화면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분명 모니터에는 0과 1로 점철된 알 수 없는 기호뿐이었는데, 이들의 컴퓨터와 연결된 중앙의 커다란 모니터에는 그들이 자판을 두들길수록 복잡한 도형이 그려지고 있었다.

딩동댕! 딩동댕!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데, 사무실 벽에 부착되어 있는 스피커에서 업무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자! 모두 수고들 했습니다. 오늘 업무는 이만 종료하기로 하겠습니다. 연구원들은 각자 자신들이 작업하던 컴퓨터의 잠금장치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연수고 소장의 작업 종료 선언이 있자 작업을 하던 연구원들은 일제히 손을 놓았다.

보통의 연구소 같으면 업무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완성이 될 동안 연구소에서 숙식을 하며 작업을 했을 터이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이곳은 방위산업체로서 국가에서 발주한 프로젝트를 연구하여 기간 내에 완성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보안이란 명목 하에 연구원들이 일과 외의 시간에 연구소에 남아 있는 것을 원천봉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보안을 위해서 작업한 것의 개인적으로 백업도 못하게 하였다.

연구소장은 연구원들이 퇴근을 하면 이들의 컴퓨터에서 연구원들이 작업한 프로그램을 모두 삭제를 하였는데, 이는 정보가 메인 컴퓨터에만 남게 하기 위해서다.

혹시나 연구원들이 몰래 자신이 쓰던 컴퓨터에 백―도어를 만들어 아무도 몰래 침투하여 정보를 빼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다 보니 작업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또 진척이 별로 없었다.

더욱이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면 만약 연구원 누군가가 바이러스라도 살포했을 때 프로젝트 자체를 망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렇지만 보안이란 문제 때문에 어느 누구도 연구소장의 이런 조치에 말을 하지 못했다.

아무튼 연구원들은 소장의 업무 종료 선언에 일제히 하던 작업에서 손을 떼고 소장의 지시대로 자신의 컴퓨터를 종료했다.

수한 역시 빠르게 두들기던 자판에서 손을 뗀 채 오늘 자신이 한 작업을 들여다보았다.

‘답답하네! 보안을 신경 쓰는 것은 좋은데, 너무도 비능률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지루하기만 해!’

수한은 지금 다른 연구원들이 하는 파트가 늦어지는 것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이 답보 상태라 무척이나 답답했다.

솔직히 지금 자신이 속한 연구 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은 회사의 정식 연구원이 아닌 대체 복무를 위한 대체 인력이었다.

그렇다 보니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접근도 못하고 그저 연동 프로그램만 설계하고 있었다.

이미 자신이 해야 할 분량은 끝나 이 연동 프로그램이 정상 작동을 하는지 테스트를 해야 하지만 다른 연구원들이 본 프로그램을 완성시켜 줘야 실행이 가능한 상태라 하는 일도 없이 연구를 하는 척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수한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연구를 하는 편이 더 능률적이겠지만, 규정상 함부로 자리를 떠나거나 회사가 지급해 준 컴퓨터로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막말로 회사가 수한에게 지급한 컴퓨터는 다른 외부 컴퓨터와 연결된 것이 아니라 이곳 팀의 메인 컴퓨터와만 연결된 독립 컴퓨터였기 때문이다.

즉, 그 말은 함부로 다른 작업을 했다가는 자신이 한 작업이 메인 컴퓨터에 저장이 될 것이고, 그건 지금 팀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소장님과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수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였다.

자신이 맡은 부분은 이미 끝냈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소장이 다른 일을 주지 않는 이상 이 팀에 남아 있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이런 결심을 한 수한은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퇴근한 다른 직원들과는 다르게 휴게실에서 소장이 나오길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을 기다렸을까.

휴게실에서 음료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을 때 연구실에서 마무리 작업을 끝낸 소장이 나오고 있었다.

“아직 퇴근 안 했나?”

연구실의 문을 잠그고 나오던 정종현은 퇴근도 하지 않고 휴게실에 남아 있는 수한을 보며 말을 걸었다.

사실 정종현 소장은 처음 사장이 수한을 데려왔을 때 이를 무척이나 고깝게 생각을 했었다.

보안이 철저해야 할 연구소에 대체 복무를 위해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연구원으로, 그것도 새파랗게 어린아이를 데려왔으니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모른다.

그 때문에 수한은 초기에 무척이나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다만 수한의 스펙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듣고서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정종현 소장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외모에서 풍기는 것이 정종현의 생각을 굳게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때문에 그동안 서로 소 닭 보듯 하며 지냈는데, 수한이 퇴근도 않고 자신을 기다린 것 같은 느낌을 받자 정종현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예, 소장님께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한은 정종현 소장의 질문에 답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답변에 자신을 따라오라는 말을 하였다.

“할 말이 있다고 하니, 이곳에서 이럴 것이 아니라 내 방으로 가지.”

“예.”

정종현 소장이 자신의 방으로 자리를 옮기자 수한도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리를 떠나 소장실로 향했다.

자신의 집무실에 도착한 정종현은 자리에 앉으며 수한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지.”

“감사합니다.”

소장의 말에 수한은 자리에 앉으며 감사 인사를 하였다.

잠시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작은 침묵이 흘렀다.

정종현 소장은 소장대로 수한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수한은 수한대로 어떻게 말을 꺼낼 것인지 생각을 정리하느라 아무 소리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 ,내게 할 말이란 것이 무언가?”

정종현은 무슨 일로 퇴근도 하지 않고 자신과 면담을 하려고 한 것인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처음 어린 모습에 수한을 삐딱하니 쳐다보던 시선도 그동안 수한이 업무를 하는 것을 보며 어느 정도 가셨다.

예전 수한을 데려온 사장이 수한을 보며 천재라고 하던 말이 이해가 갈 정도로 수한의 능력은 팀에서의 공헌도가 상당했다.

다만 정식 직원이 아니다 보니 수한에게 중요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을 뿐이다.

3년 뒤에는 이곳을 떠나야 할 인력에게 아무리 그가 뛰어나다고 해도 중요 프로젝트를 맡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아까운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조금은 하찮은 연구거리만 할당해 줄 뿐이었다.

“음……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가 할 부분은 모두 끝마쳤습니다. 다른 시키실 일이 없다면 개인적으로 다른 것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뭐라고?”

정종현은 수한의 말에 깜짝 놀랐다.

비록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아직 메인 프로그램은 완성이 된 것이 아니다.

원래라면 메인 프로그램이 완성이 되고 난 뒤 연동 프로그램이나 응용 프로그램이 개발하는 것이 순서이다.

하지만 회사에 오더를 준 국방부의 요구에 의해 동시에 프로젝트가 진행이 된 것이다.

물론 메인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들여온 프로그램을 한국 실정에 맞게 뜯어고치는 것이라 연동 프로그램도 그 수준에 맞게 기존의 것을 변경하면 되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지만 벌써 완성을 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직 메인 프로그램이 완성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완성을 했다는 걸 나보고 믿으라는 말인가?”

정종현은 도저히 수한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들은 기억이 없는 황당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한은 그런 정종현 소장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메인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기존의 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긴 하지…….”

수한의 말에 정종현은 살짝 기가 죽어 꼬리를 내렸다.

아닌 말로 처음부터 자신들이 만드는 게 아닌, 다른 곳에서 완성한 것을 가져다 변형을 시키는 것이니 과학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다.

그러니 수한의 말에 큰소리치지 못하고 뒷말을 흐린 것이다.

그런 정종현 소장을 보며 수한이 단호하게 말하였다.

“그래서 전 소장님이 말한 성능을 내면서도 기존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뭐,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나? 기존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예, 기존의 것과 호환이 됩니다.”

수한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말을 물어 오는 정종현에게 장담했다.

그런 수한의 대답에 정종현은 기가 막혔다.

사실 국방부에서 요구한 것은 그저 한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이 아닌, 사실상 한국에 맞게 재조정을 하면서도, 미국 몰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는 게 목적이었다.

원칙대로라면 미국에서 들여온 군사 기술 등을 함부로 개조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계약서상의 작은 문구 하나를 삽입함으로써 기존에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넓은 개활지가 많은 미국과 다르게 한국은 산악지대가 많다.

깊은 협곡도 있어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미국제 무기가 무용지물이 될 때가 더러 있었다.

그 때문에 한국은 고심 끝에 현실에 맞게 무기의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한 것이다.

미국은 그런 한국의 꼼수에 무기 도입 비용을 상향하며 응해 주었는데, 미국의 생각으로는 한국이 그 정도 기술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기에 가능했다. 무기를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조항을 승낙한 것이다.

자신들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프로그램을 재조정 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속으로 이런 한국을 비웃었다.

하지만 그런 미국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한국의 과학자들은 몰래 웃었다.

미국은 모르고 있었지만 한국의 과학자들의 실력은 그들의 상상 이상.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창의성 높은 한국 과학자들의 노력에 미국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한국 실정에 맞게 개조가 되었다.

물론 모든 무기들이 성공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은 아니었다.

외부의 방해나, 아니면 이기심에 물들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조국의 현실을 외면한 이들로 인해 엄청난 연구비를 들이고도 기존의 무기보다 못한 성능으로 전락한 것도 꽤 많았다.

아무튼 이런데 방금 수한의 이야기만 따져 보면 자신들이 지금 연구하고 있는 메인 프로그램 없이도 기존 미국에서 들여온 무기를 업그레이드 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만약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 자네의 제안을 고려해 보지.”

정종현은 정말로 수한의 주장대로 기존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는 프로그램을 완성했다면 수한에게 충분히 개인 시간을 줄 수 있었다.

지지부진한 메인 프로그램을 완성할 시간을 벌어 줬기 때문이다.

사실 정종현으로서는 위에서 쏟아지는 압력에 머리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3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메인 프로그램으로 인해 다른 것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사장이 데려온 수한이 미국에서 자신들이 연구하던 무기의 실행 프로그램과 비슷한 것을 연구했다고 해서, 메인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프로그램을 연구하라고 지시를 했었다.

이곳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구형이 된 KF―16의 운용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와, 5세대 전투기의 특징인 스텔스 기능을 탐지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에 필요한 프로그램의 개발, 공 대 공 전투 능력의 향상할 수 있는 무기 체계를 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그리고 그중 수한이 연구하던 것은 바로 공 대 공 전투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수한은 이를 위해 날로 발전하는 첨단 무기를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같은 편대의 전투기까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술 정보 데이터 링크 시스템[TIDLS]를 섞어 프로그램을 짰다.

더욱이 기존 KF―16이 가지고 있는 운용 프로그램으로 운용이 가능하게 프로그램 하였다.

이미 프로그램 정보는 연구소 메인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으니 그것만 확인하면 되는 일이다.

정종현 소장은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수한에게 이만 돌아가라고 하였다.

“일단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다음 주 월요일에 보기로 하지. 자네가 프로그램 한 것을 검토할 시간도 필요하니.”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 월요일 출근해서 뵙겠습니다.”

수한은 월요일에 보자는 정종현의 말에 알겠다는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정종현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눈빛으로 수한의 등을 쳐다보았다.

◈ ◈ ◈

일신제약 전무실.

김장근 전무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는 보지 않고 턱에 손을 괸 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전무님, 김 기사 도착했습니다.”

노크를 한 사람은 김장근의 비서였다.

비서는 조금 전 김장근의 지시로 그의 기사인 김도영을 불렀다.

“들어와.”

“전무님, 부르셨습니까?”

김도영은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며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평소 김장근의 차를 운전하면서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김도영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요즘 김장근의 심기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김도영으로서는 괜히 꼬투리를 잡혀 직장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별로지만, 월급만큼은 여느 운전기사들에 비해 잘 나오는 일신제약이라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워, 김장근의 더러운 성격도 참아 가며 붙어 있는 중이다.

이런 김도영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오자 김장근은 비서에게 나가 보라는 말을 하였다.

“이 비서는 그만 나가 봐.”

“예, 전무님 그럼 필요한 것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비서는 얼른 인사를 하고 집무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집무실 안에 단둘이 남게 되자 김장근은 낮은 목소리로 김도영에게 말을 하였다.

“전에 내게 해결사를 알고 있다고 했던가?”

김도영은 무슨 일 때문에 자신에게 해결사에 대하여 물어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조금 불안했다.

하지만 전무가 물어 오는데 대답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대답했다.

“예, 몇 명 있습니다.”

“실력은 좀 되나? 회사 일을 방해하는 놈이 있어서 좀 손봐야 하는데…….”

무엇에 홀린 것인지 김장근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김도영을 압박하며 말했다.

그런 김장근의 압박에 눌린 김도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가는 분명 불이익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용도인지 알아야 말씀 드릴 수 있는데 말입니다…….”

김도영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그런 김도영의 태도에 김장근도 마음에 들었는지 본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도 내가 요즘 일본의 대동제약 주식회사의 상무를 전담하는 건 알고 있지?”

“예, 제가 전무님을 수행했으니 잘 알고 있습니다.”

김도영도 김장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김장근을 일본의 제약회사 상무를 만나는 자리에 모셨으니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어린놈 하나가 하야시 상무와 내가 추진하던 일을 방해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 때문에 하야시 상무도 상무지만, 내 입장이 참으로 난처해졌어.”

김장근은 거기까지 말을 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하지만 이쯤 되자 김도영도 지금 김장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운전기사를 하고 있지만 젊었을 때는 겉멋에 휘둘려 친구들과 어울려 폭주 좀 뛰던 경력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주변에 그런 쪽으로 나간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금 김장근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대답했다.

“혼내 주시려는 거라면, 몇 명이나 필요하신 것입니까?”

그저 방해한 사람을 손 좀 봐 주려는 것으로 생각한 김도영은 아무 생각 없이 몇 명이나 필요하냐고 물었다.

사실 이 일이 강남의 조폭이 포기한 의뢰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모르고 달려든 게 그의 운명이니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많이. 모을 수 있으면 많이 모아 봐.”

김장근은 신태양파의 이호성이 자신에게 하고 간 말이 있었기에 인원수를 많이 모아서 손을 보려고 하였다.

사실 김장근도 천하그룹을 자세히 알지 못했기에 무모한 수를 쓰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구하려면…….”

김도영은 어차피 일이 이리 되었으니 돈이라도 좀 챙기자는 생각에 착수금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런 김도영의 말에 김장근은 이호성이 돌려준 의뢰비에서 일부를 주었다.

강남의 신태양파야 이름값이 있으니 10억이라는 거금을 의뢰비로 내밀었지만, 김도영이 부를 자들은 그저 그런 양아치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거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김장근은 5만 원권 200장이 들어 있는 봉투를 김도영의 앞에 밀었다.

“착수금이야. 성공하면 더 챙겨 줄 테니 잘해 봐.”

김도영은 김장근이 내민 봉투를 들어 살짝 내용물을 확인해 보았다.

5만 원권 묶음 2개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헉!’

무려 천만 원이 그의 손에 들린 것이다.

그런데 이때 놀라는 김도영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이 있었다.

“이건 자네 수고비.”

방금 받았던 봉투보다는 조금 얇은 봉투가 하나 더 테이블 위에 놓였다.

그것을 본 김도영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방금 전 자신이 확인한 봉투에 천만 원이나 들어 있었다.

그것보다는 못하지만, 뒤에 나온 봉투에 들어 있는 것도 언뜻 보기에 묶음 한 다발인 것으로 보였기에 자신의 수고비로 500만 원일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저건 저대로 챙기고 이건…….’

돈을 보자 욕심이 생긴 김도영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였다.

착수금으로 받은 천만 원 중에서 자신의 몫을 빼고 친구들에게 의뢰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수고비는 친구들에게는 비밀이었다.

김장근은 아무런 말없이 돈 봉투를 챙기는 김도영을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 비치는 김도영의 모습은 정말이지 찌질한 양아치였다.

하지만 김장근은 모를 것이다.

자신 또한 그런 김도영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 ◈ ◈

“아! 씨팔! 언제 나오는 거야!”

“새꺄! 좀 조용히 좀 해라! 어련히 나오겠냐!”

“내가 뭐! 나야 빨리 끝내고 돌아가 한잔하자는 말이지.”

사내들은 그늘진 골목에서 옹기종기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종수야! 네가 가서 좀 살펴보고 와라.”

“귀찮아, 재덕이 보내.”

종수라 불린 사내는 귀찮다며 다른 사람의 이름을 꺼냈다.

“아 새끼, 꼭 귀찮은 일은 나보고만 하라고 해!”

격이 없이 말하는 것을 보면 친구들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 중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과 자질구래한 일을 하는 이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야, 야! 나온다.”

골목 입구에서 망을 보고 있던 이의 소리에 바닥에 앉아 있던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릉!

골목 안에는 이들이 타고 온 것인지 바이크들이 세워져 있었다.

각자 자신의 바이크에 오른 이들은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갔다.

◈ ◈ ◈

띠딕! 부웅!

수한은 소장과 면담을 하고 연구소를 나와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음, 이제 월요일까지 시간도 있으니 누나나 보러 갈까?”

오늘은 금요일. 원래라면 내일도 출근을 해야 했다.

주 5일 근무가 실시 된 지도 벌서 몇 년이 흘렀지만, 연구소는 법정 공휴일만 쉬는 관계로 토요일까지 근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주는 수한에게 해당 사항이 없었다.

소장인 정종현이 수한에게 월요일에 보자고 즉, 휴가 아닌 휴가를 주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이 맡은 분야를 모두 끝냈는데 데리고 있다고 자신들이 하는 일이 진척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보안 때문에 수한에게 다른 사람이 하는 연구를 보여 줄 수 없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수한에게 내일 출근하지 말고 월요일에 출근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수한에게는 생각지 않은 시간이 남게 되자 오랜만에 누나를 보러 가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끔찍이 생각하는 누나였기에 자신이 이렇게 생각지 않을 때 깜짝 이벤트를 하면 좋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누나르 생각하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저기 파이브돌스 담당 매니저인 유한상 씨 전화 아닙니까?”

수한은 누나가 속한 그룹의 담당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의 스케줄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십니까? 저 크리스탈의 동생 정수한입니다. 기억하시죠?”

비록 자신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누나를 돌보고 있는 유한상에게 정중하게 말을 하는 수한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천하그룹 오너의 손자라 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을 하였다.

“다름이 아니라 누나가 시간이 있으면 저녁이라도 함께하려고 하는데……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전화를 받은 유한상이 파이브돌스의 스케줄을 확인하는 것인지 잠시 수화기에서 뭔가 뒤적이는 소음이 들렸다.

―7시에 들어가는 생방송이 있는데, 그것이 오늘 마지막 스케줄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린 유한상은 마치 신병이 상관에게 보고를 하듯 똑 부러졌다.

그런 유한상의 목소리에 수한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했다.

전에 보았을 때도 느꼈지만 참으로 순박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일에서는 물러섬이 없지만, 천하그룹 오너 일가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철저했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이 방송국 앞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혹시나 안티나 아니면 그에 버금가게 스타에게 피해를 주는 광팬은 아닌지 경계를 하던 그.

하지만 자신이 천하그룹 정대한 회장의 손자라는 것이 알려지자 태도가 180도 바뀌어 마치 전생에 있던 귀족에게 봉사하는 기사들처럼 깍듯했다.

“그럼 다른 누나들도 스케줄이 모두 끝난 것인가요?”

혹시 다른 누나들은 어떤지 물었다.

―파이브돌스 모든 스케줄이 7시 반이면 끝납니다.

“아, 그래요? 그럼 매니저님도 누나들 데려다주면 일과 끝이겠네요?”

―하하, 그렇죠. 오랜만에 일찍 집에 들어갑니다.

“그럼 오늘 제가 저녁 살 테니 드시고 들어가세요.”

수한은 누나의 옆에서 도와주는 이들에게 저녁을 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럴 게 아니라 매니저님이 식당 하나 섭외해 주세요. 제가 스텝들까지 모두 대접 할 테니.”

수한은 그냥 모든 스텝들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하였다.

자신의 수중에 돈은 남아돌고 있었다.

작년 사촌형인 정현수에게 팔았던 설계도의 값으로 받은 돈이 통장에 절반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돈에는 구애받지 않는 수한이다.

그러니 이럴 때 누나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 한 번 확실히 베풀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식당 섭외되면 주소 찍어 주세요. 그럼 조금 있다 뵙겠습니다.”

수한은 한상과 통화를 마치고 집으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별로 땀을 흘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예인인 누나의 체면이 있으니 깔끔하게 샤워를 하고 나가기로 한 것이다.

집으로 차를 돌리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전 연구소를 나온 뒤부터 누군가 자신의 뒤를 따르는 느낌을 받은 때문이다.

‘음, 저 바이크는…….’

아까부터 자신의 주변으로 바이크를 탄 사람들이 자주 목격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수한의 차 뒤로 바이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 모습을 확인한 수한은 그들이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부러 방향을 바꿔도 보고 또 차선도 변경해 보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쫓아 방향을 틀거나 차선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무슨 목적이지?’

수한이 자신의 뒤를 쫓는 의문의 폭주족이 무엇 때문에 자신을 쫓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폭주족들은 폭주족대로 머리가 복잡했다.

아는 형님이 돈을 벌수 있다는 말에 친구들을 모아서 움직였다.

20살의 젊은 놈 하나를 지정한 곳으로 데려오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타깃을 쫓아 뒤를 따르다 보니 이게 생각처럼 일이 되지 않았다.

그냥 국산차를 타고 다니면 가까이 가서 위협하면 되는데, 이게 국산차가 아니라 비싼 수입 외제차였던 것이다.

괜히 그런 차 잘못 걷어찼다가는 나중에 깽 값을 물어 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용돈 좀 벌어 보려다 집안 말아먹을지도 모르기에 쉽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원하는 곳으로 타깃을 몰 수가 없었다.

“정완아! 어떻게 하지?”

“아씨 몰라! 일단 덮쳐! 뒷일은 우리에게 일을 시킨 자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정완이라 불린 이들의 리더는 생각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지자 뒷일은 생각지 않고 일단 목표를 덮치기로 했다.

목표를 덮쳐 의뢰인이 원하는 장소에 데려다주면 자신들의 일은 끝나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중의 일은 의뢰인이 알아서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다.

리더의 명령이 떨어지자 폭주족들은 바이크의 속도를 더해 수한의 SUV차량에 접근했다.

위험천만한 그들의 모습에 수한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끼익!

너무도 위험하게 운전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수한은 차를 정차하였다.

일단 그들과 대화를 해 보고 무엇 때문에 자신의 뒤를 밟은 것인지 알아보려는 생각에 차를 정차한 것이다.

수한이 차를 멈추자 주변을 에워싸고 달리던 폭주족들도 바이크를 멈춰 수한의 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비록 자신보다 나이는 많아 보이지만 지금 수한도 기분이 좋지 않은 관계로 입에서는 반말이 나갔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절대로 반말을 하지 않는 수한이 이렇게 초장부터 반말을 하는 것은 자신이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님을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수한에게 다가오는 폭주족들은 다른 목적이 있어 수한에게 다가오는 것이기에 그런 수한의 모습에 긴장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폭주족들에게 이런 일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니었다.

가끔 흥신소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을 의뢰할 때가 있었다.

그런 때면 이들은 바이크의 기름 값과 술값을 벌기 위해 망설임 없이 일을 하였다.

그 때문에 신세 망친 부녀들도 더러 있었다.

아무튼 수한이 조금 위협을 해 보았지만 폭주족들은 그런 것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수한을 압박했다.

‘한두 번 해 본 게 아닌 듯하네!’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폭주족을 보며 수한은 이들이 지금과 같은 일을 여러 번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이런 일을 한다면 분명 초보적인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의 침착한 모습에서 결코 이들이 초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좋은 말 할 때 우릴 따라와라. 괜히 맞고 후회하지 말고.”

수한에게 다가오던 정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더욱 거리를 좁혔다.

한편 수한은 자신에게 따라오라는 말을 하는 정완의 말에 고민을 하였다.

사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폭주족들이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의 행동으로 봐선 이들이 자신에게 용건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탁 내지는 의뢰로 자신을 찾아온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배후가 있었군! 이들의 행동으로 봐선 날 그자에게 데려가려는 것 같은데?’

수한은 정완이 하는 말을 분석하고는 그가 자신을 이들의 배후에게 데려가려는 것을 깨닫고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 ◈ ◈

“언제 온다는 거야!”

“전무님 조금만 더 기다리시죠. 그자를 데리고 오고 있답니다.”

김장근은 자신이 의뢰한 자들이 수한을 데려오고 있다는 말에 애가 달았다.

그동안 수한 때문에 일본의 대동제약 주식회사의 하야시 상무에게 당한 굴욕을 생각하면 그저 남의 손에 일을 맡기기보단 자신이 직접 자신이 당한 울분을 털어 내기로 하였다.

이렇게 김장근이 변덕을 부린 덕에 폭주족들은 수한을 김장근에게 데려오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다가오는 자동차와 여러 대의 바이크의 라이트 불빛이 나타났다.

끼익! 덜컹!

수한이 탄 SUV는 김장근이 앉아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그리고 수한을 데려온 폭주족의 바이크는 그런 수한의 뒤에 일렬로 정차하였다.

수한은 자신을 데려온 장소에 처음 보는 남자가 검은색 세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본 수한은 그가 자신을 이곳으로 오게 만든 장본인이라 짐작하고 자신도 차에서 내렸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김장근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당신은 누구고, 무슨 이유로 날 이곳으로 부른 거지?”

이미 작정을 하고 있었기에 좋은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 수한의 말에 김장근은 더욱 흥분했다.

딱 봐도 자신의 절반도 살지 않은 새파랗게 어린놈이 반말을 하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역시나 싸가지가 없군!”

“당신은 싸가지가 있어서 모르는 사람을 이렇게 불량배를 시켜 납치하나!”

자신을 싸가지 없다고 말하는 수한은 김장근에게 잘한 일이냐는 듯 물었다.

이에 김장근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 것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애비, 애미가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켜서…….”

할 말이 없던 김장근은 순간 한국의 어른들이 할 말이 막혔을 때 하는 흔한 넋두리를 하였다.

하지만 이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역린이 된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가정교육?”

수한은 김장근의 말을 듣자 19년 전 자신이 납치당하던 기억이 오버랩 되었다.

아무리 의붓어머니인 최성희가 자신을 극진히 돌봐 주었다고 하지만, 수한의 뇌리에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느낀 모성애와 부성애 그리고 형제애.

자신을 위해 가족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행복을 타인에 의해 단절되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자 수한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한이 흥분을 하자 그의 몸에 쌓여 있던 마력이 혈관을 통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력이 움직이자 주변에 있는 마나들이 공명을 하기 시작했다.

한편 수한을 이곳까지 데려온 폭주족들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점점 가슴을 조여 오는 답답한 뭔가를 느끼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때까지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누구를 건들인 것인지.

<『그레이트 코리아』 제4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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