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26화 (26/118)

8. 밝혀지는 진상

천하엔터테인먼트 본사 로비는 늦은 시각이었지만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찰칵! 찰칵!

직원들은 물론이고 많은 기자들 때문에 로비는 꽉 막혀 어수선하였다.

“정영화 사장님! 방금 발표하신 말씀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번 파이브돌스와 관련된 루머는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여기 당시 사건 담당 형사님께서 나와 계시니 물어보시면 제 말씀이 진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알게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천하엔터는 이번 사건에 관련된 거짓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이 자리에서 발표하겠습니다.”

정영화 천하엔터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이 있자 그에 대한 답변을 하며 강력 대응을 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찰칵! 찰칵!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변에 있던 카메라 기자들은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이 사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강력 대응을 하겠다면 어느 선까지 생각하시고 계신 것입니까?”

기자들은 그동안 각종 루머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이 개인 혹은 소속사와 연계해 악성 루머와 관련된 대처를 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기사를 실어 날랐다.

그런데 연예인이 루머와 관련해 대응을 할 때 어느 정도로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서 기사 내용도 달랐다.

이는 루머를 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 대응이 너무 과하거나 아니면 너무 형식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 수위를 물은 것이다.

그런 기자의 질문에 정영화 사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차갑게 답하였다.

“이번 일은 단순한 사건이 아닙니다. 사건과 관련도 없는 저희 소속 연예인에게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게 한 것은 물론이고, 또 사실과 관계없는 거짓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꾸며 저희 천하엔터는 물론, 그룹 이미지까지 실추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생각입니다.”

“손해배상이요?”

“그렇습니다. 그동안 악성 루머를 양산하는 안티들을 팬이라는 생각에 연예계는 최대한 양보를 하며 그들을 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악성 루머를 양산하는 안티들은 반성은 커녕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연예인들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해 더욱 교묘하게 연예인들을 벼랑으로 몰아갔습니다. 이것은 연예계뿐만 아니라 선량한 팬들을 생각하면 뿌리를 뽑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희 천하엔터는 모든 비난을 무릅쓰고 법이 허용하는 최선을 다해 안티들과 싸울 것입니다.”

목에 핏대까지 세워 가며 열변을 토하는 정영화 사장의 서슬에 기자들은 물론이고 옆자리에 앉아 있던 형사까지 긴장을 하였다.

조용한 가운데 한 기자의 질문이 있었다.

“저 그런데 동영상에 나온 그 남자는 파이브돌스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까? 그 늦은 시각에 왜 그들은 함께 있었던 것입니까?”

왠지 천하엔터와 각을 세우고 있는 듯 조금은 민감한 질문이었다.

질문을 한 사람은 마치 파이브돌스와 동영상에 나온 남자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뉘앙스로 물었다.

그런 저질스런 질문에 모든 사람들이 침묵을 하며 정영화 사장을 돌아보았다.

그때 자리에 있던 수한이 대신 마이크를 들고 대답을 하였다.

“아니…….”

“방금 질문은 아마 저를 두고 하는 질문 같은데, 그 질문은 제가 답변하겠습니다.”

수한이 질문을 받은 정영화 사장을 대신에 마이크를 들고 대답을 하자 기자들은 그동안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는 수한의 정체에 대하여 무척이나 궁금해하였다.

잘생긴 외모의 사내가 파이브돌스의 스캔들 해명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는 것에 의아해하기도 했다.

물론 몇몇 눈치 빠른 기자들은 수한의 모습을 보고 혹시 동영상의 주인공은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제 이름은 정수한이라고 합니다. 이름에서 짐작을 하시겠지만 파이브돌스의 리더인 크리스탈과는 남매 사이입니다.”

웅성! 웅성!

수한이 자신의 정체에 대하여 발표를 하자 기자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믿을 수 없습니다. 파이브돌스의 리더, 크리스탈의 가족 관계는 팬들에게 많이 알려진 상태입니다. 크리스탈의 가족 관계는 캄보디아 대사로 부임하신 정명수 대사와 패션디자이너이신 조미영 여사님이 계시고, 동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했던 기자는 수한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반박을 하였다.

그렇지만 수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에서 서류 한 장을 들어 올렸다.

“이건 제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가 나온 서류입니다. 여기 오신 기자님들은 19년 전 크리스탈의 동생이 백화점에서 유괴범에게 납치가 되었다가 실종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수한은 19년 전 자신에게 일어났던 유괴사건을 언급했다.

그리고 파이브돌스의 리더, 크리스탈의 가족 사항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라 기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탈은 방송에 데뷔를 하고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의 가족 관계와 자신이 연예인이 된 사연을 말했었다.

오래전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TV에 얼굴을 알리려 나왔다는 인터뷰를 했었다.

그런 크리스탈의 가족사를 팬들은 물론이고, 이 자리에 있는 기자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럼 당신이 당시 유괴되었던 크리스탈의 동생이란 말씀입니까?”

조금 전 질문을 했던 기자의 옆자리에 있던 또 다른 기자가 질문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이미 가족들과는 사실 확인을 끝낸 상태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 무엇 때문에 늦은 시간에 있었냐고 했는데, 기자님들은 저녁에 밥 안 드세요?”

수한은 질문에 답을 하기보단 오히려 질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비록 저녁밥을 먹기 위한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연예인의 저녁 식사 시간이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일이었다.

“바쁜 스케줄로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동생으로서 누나의 연락을 받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게 이상한 것입니까? 더욱이 대한민국 최고로 핫한 스타를 소개해 주겠다는데, 기자님들이라면 나가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대답을 하면서도 수한은 여유를 잃지 않고 살짝 농담을 섞어 가며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그러다 보니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대체로 수한과 천하엔터에게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저 그런데 정수한 씨는 언제 자신이 천하그룹의 회장님이신 정대한 회장님의 손자란 것을 알게 되셨습니까?”

이미 기자회견을 하게 만든 루머는 일단락된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기자는 자신이 파이브돌스의 리더 크리스탈의 실종되었던 동생이며, 천하그룹의 회장님이신 정대한 회장님의 손자라고 말하는 수한에게 언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물어 왔다.

그런 기자의 질문에 수한은 사실 그대로를 말했다.

“그건 제가 납치된 곳에서 탈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아까 수한과 파이브돌스를 이상한 관계가 아니냐고 질문을 했던 기자가 또다시 나서서 수한의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이미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누가 자신들 쪽에 호의적인지 아닌지 느끼고 있던 수한은 그 기자를 냉정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방금 질문을 하신 기자님은 기자로서의 소양이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수한은 자신과 천하엔터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그 기자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말에 기자는 화를 냈다.

“뭐라고?!”

“아니, 기자라면 당시 저에 관한 기사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알지 못하면서 지금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수한이 말을 하는 동안 앞에 앉아 있던 기자들은 수한에 대한 19년 전 기사를 살피고 있었다.

수한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앞으로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알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편한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던 기자는 취재 대상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야 한다는 기본적인 것도 살피지 않고 질문을 했다가 수한에게 면박을 당하였다.

다른 동료 기자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기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지만 지금 화가 난 그를 위로하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그가 수한과 각을 세우며 대립하고 있는 동안 수한에 관한 정보를 수집을 했기 때문이다.

19년 전 벌써 천재 아기로 한바탕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천재적인 두뇌를 노린 어느 영재학원 원장이 깡패를 시켜 유괴를 하였다가 실종이 되었다는 뉴스 스크랩을 본 것이다.

뉴스 스크랩을 확인한 기자들로 인해 기자회견장은 다시 한 번 소란스러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수한은 물론이고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그 분위기가 소강되기를 기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장내가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한 기자가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당시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것입니까? 당시 많은 인원이 동원되어 정수한 씨를 찾았는데 말입니다.”

기자들은 천재였던 수한이 당시 자신의 처지를 알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수한의 실종은 엄청난 이슈를 내며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당시 수한의 종가인 천하그룹은 무엇 때문인지 당시 일신그룹과 대립을 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물론 일신그룹도 천하그룹 못지않은 손해를 입었다.

그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두 그룹의 대립을 중재하였다.

두 그룹이 소해를 감수하며 대립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특별명령으로 군은 물론이고, 경찰까지 전국에 걸친 대대적인 수색을 하였다.

돈은 물론, 엄청난 인원이 수한을 찾기 위해 동원이 되었는데, 이제 와 모두 알고 있었다고 하니 도대체 돌아오지 않은 이유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걸 이 자리에서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은 이야기 같군요. 이번 일과 관련도 없는 문제이니 말입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사건으로 처리되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궁금증만 가중하고 결과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천하엔터와 파이브돌스가 아닌 자신의 사건으로 모으는 데 성공한 수한은 눈을 반짝였다.

뭔가 계획을 하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기다려라! 처음 계획과 다르게 내 정체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너희에 대한 복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수한은 천하엔터 로비 정문 밖 어딘가로 시선을 주며 그렇게 다짐했다.

사실 수한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복수를 위해서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말했던 것처럼 정체를 숨기고 외부에서 일신그룹을 흔들려 하였다.

하지만 누나와 파이브돌스를 이대로 둘 수도 없었다.

그냥 두었다가는 사실이 어떻게 호도되어 흐르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습성을 보면 우상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있지만 또 반대로 그 우상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려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안 좋은 습성도 있었다.

현재 흘러가는 흐름을 보면 파이브돌스를 옹호하는 내용보다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그들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처음의 계획을 포기하고 그냥 정체를 밝히기로 한 것이다.

◈ ◈ ◈

“요즘 하는 일은 잘돼 가고 있느냐?”

정대한은 오랜만에 찾아온 막내 손자를 보며 물었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오냐, 그런데 넌 어떻게 지네기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이냐?”

자신을 보며 인사를 하는 손자를 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런 정대한의 물음에 수한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연구소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그거 연구하고, 또 제약회사 하나 인수해서 그것 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수한의 대답에 정대한 회장도 이미 보고를 받은 내용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가 수현이 좀 도와줬다면서?”

조금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정대한은 수한을 보며 라이프제약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천하디펜스의 정수현 이사와 계약을 했던 것을 말하였다.

“아닙니다. 정당한 거래였을 뿐입니다.”

“네 덕분에 곤란한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정대한은 정말로 수한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가족이라고 하지만 딱 한 번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손자가 위기에 빠져 있던 가족들을 구한 것이다.

사실 천하그룹은 방위산업 비리로 인해 불량기업으로 찍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특정 기업을 밀어주고 있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국방위를 잡고 있는 그들은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비리를 저질렀지만 그들은 놔두고 천하디펜스만 꼬집어 언론에 노출을 시켰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잘못된 관행을 근절시킨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국방위가 한 일이 맞는 일이다.

하지만 결론은 그게 아니란 것이 문제다.

천하디펜스는 중간에 중계 이익을 취하려 했지만 오히려 불량무기를 비싼 값에 팔았다는 의심을 샀다.

이것도 다 경험이 일천하고 의욕이 앞선 정수현 이사의 실수 아닌 실수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놓고 보면 국방위에 속한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뒷돈을 잘 챙겨 주지 않은 천하디펜스를 혼내기 위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더 엄정한 잣대로 심사를 하였다.

아무튼 그 일로 위기에 처했지만 때마침 수한이 새로운 무기 설계도를 천하디펜스에 판매를 한 것으로 그 일을 덮을 수 있었다.

물론 많은 손해를 보며 국방부에 판매를 하였기에 이번 거래로 이윤을 추구할 수는 없었다. 대신 해외 판매가 승인이 났기에 그 손해는 충분히 만회를 하고도 남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그렇기에 지금 정대한 회장이 수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참! 제약회사를 인수했다고 했지?”

“예, 그런데 그건 무슨 일로……?”

이야기를 하다 말고 정대한 회장은 수한에게 제약회사를 인수한 이야기를 했다.

수한은 무슨 일로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인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대한을 쳐다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네 백모가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데, 그곳에 네 회사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을 납품해 보지 않겠느냐?”

수한은 할아버지의 말에 깜짝 놀랐다.

솔직히 현재 라이프제약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았다.

아직까지 일신제약과 대동제약 주식회사에서 손을 쓴 것 때문에 판매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납품을 하라고 하니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바라고 있었지만 감히 청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대한이 그런 말을 먼저 해 주자 고마웠다.

비록 여유자금이 많이 남아 있었으나, 아직까지 정상 운영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을 하였다.

그렇기에 쌓이는 재고를 처분하는 것에 고심하고 있었는데 정대한이 자신의 큰어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 납품을 하라고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회사의 주인이자 고문인 자신의 체면이 서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무슨 그게 대단한 일이라고. 네가 한 일에 비하면 그건 택도 없는 일이지.”

“그런데 어쩐 일로 절 부르신 거예요?”

좋은 분위기에 이야기를 하다 문득 자신을 부른 정대한이 자신을 부른 이유에 대한 본론을 꺼내기까지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이 먼저 물었다.

그런 수한의 물음에 정대한은 표정을 바로하고 물었다.

“그래, 그건 그렇고…… 이번 일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네 누나와 관련된 일인데…….”

정대한의 말을 종합해 보면 누나의 일이니 빠른 시간에 해결을 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물론 수한이나 수정이 속한 파이브돌스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일을 해결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당사자가 어떤 결론을 내줘야 주변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물어본 것뿐이다.

그런 정대한의 물음에 수한도 여기까지 오기 전에 생각해 둔 것을 말했다.

“예, 그렇지 않아도 내일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솔직하게 알릴 생각입니다.”

수한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말을 하자 정대한은 눈이 커졌다.

자신이 살펴본 눈앞의 손자는 일반인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집념이 강한 아이였다.

더욱이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비록 몇 번 보지 않았지만 사촌을 위해 엄청난 재산이 될 물건도 쉽게 내주는 것을 보면 전에 복수를 하겠다는 일에도 주변을 돌보는 것만큼이나 확실하게 매듭지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지금 전에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번복하려고 하고 있었다.

“전에는 복수를 위해 숨기겠다고 했는데 무슨 이유로 정체를 밝힐 생각을 한 것이냐?”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지만 정대한은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그런 정대한을 보며 차분히 이야기를 하였다.

“제 복수도 중요하지만 내 주변의 행복이 우선입니다. 현재 저로 인해 누나들이 다른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싫습니다.”

단호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런 수한의 표정에 정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요즘 젊은 것들하고는 생각이 다르고 바르게 섰다.

“그래, 그래야 정 가의 자손이지!”

비록 자라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바르게 큰 손자의 모습에 정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핏줄에 대한 자부심이 깃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들이 네 존재를 알게 될 것인데 괜찮겠느냐?”

“그건 상관없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대비를 한다고 해도 전 상관없습니다. 기필코 그들의 입에서 잘못했다는 말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마치 자신에게 다짐을 하는 것처럼 수한은 정대한이 아닌 어딘가를 향해 다짐을 하듯 소리쳤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정대한은 미소를 지으며 지긋이 쳐다보았다.

◈ ◈ ◈

기자들이 돌아간 로비는 무척이나 한산했다.

뚜벅뚜벅!

“오늘 수고했다.”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나와서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너 이 녀석! 말투가 그게 뭐냐!”

“예?”

수한은 느닷없는 영화의 말에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에 눈을 깜박였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고모인 내게 말을 하면서 그렇게 딱딱하게 말을 하는 거야! 편하게 말을 해!”

정영화는 자신의 막내 조카를 보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너무도 딱딱하게 말을 하는 것이 왠지 거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과 제일 친했던 동생 명수의 아들인데 마치 타인처럼 사무적으로 말을 하는 조카로 인해 조금은 화가 나기도 해 그렇게 말을 한 것이다.

“편하게요?”

“그래, 편하게.”

사실 편하게 말하라고 한다고 해서 쉽게 말을 놓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친척이라고 하지만 이제 겨우 처음 보았는데, 그것이 쉽겠는가?

수한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편하게 말을 하라는 정영화의 말에 무척이나 난감했다.

하지만 편하게 말을 하라고 하고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정영화 때문에 당황하던 수한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또!”

“예, 알겠어요.”

“그래, 지금은 좀 낯설어 그럴 수 있으니 고모가 이해하고 넘어갈게. 하지만 다음에는 우리 조금 더 편하게 말하자, 알겠지?”

“네, 고모님!”

“고모님이 뭐야! 그냥 고모라고 불러! 네가 그렇게 부르니 내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이잖아!”

“네, 그것도 고칠게요.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다음에 봬요.”

“그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늘 수고했다. 들어가.”

“그럼 안녕히 계세요.”

수한은 고모 정영화에게 인사를 하고 천하엔터를 나왔다.

오후 6시에 시작했던 기자회견을 끝내고 잠깐 고모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벌써 시간은 저녁 9시를 넘기고 있었다.

◈ ◈ ◈

신태양파 행동대장 신영필은 기자회견이 있는 천하엔터테인먼트 로비 기둥 위에서 기자회견장을 지켜보았다.

그가 상관도 없는 이곳 천하엔터의 기자회견장에 있는 이유는 자신의 큰형님인 신태양파 두목 신태양의 명령 때문이었다.

“제길, 어쩌지?”

신영필은 지금 도저히 앞으로의 일을 판단할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조직 사회에서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영필 본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깡패로 남을 것이면 그런 불문율을 기억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선 단 한 가지 잊어선 안 되는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대기업과 연관된 일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나 대기업과 연관되어 좋은 결말을 본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폭이 피하는 이들 중 경찰이나 검찰보다도 더 까다로운 존재가 바로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돈의 힘으로 경찰이나 검찰은 물론이고 법조계, 정계까지 움직이는 이들이 바로 재계의 대그룹들이었다.

그중 가장 주의해야 할 대상이 바로 천하그룹이었다.

다른 기업들이야 알게 모르게 조직들과 공생의 관계에 있어, 어느 정도 서로 조금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무마가 되었다.

하지만 천하그룹만은 그렇지 못했다.

천하그룹의 시작이 바로 자신들과 같은 음지에서 시작하여 양지로 나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대한민국에 있는 조직들의 뒤에 도사리며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조직인 신태양파 하고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었다.

하지만 조직의 두목인 신태양이 이전 강남을 잡고 있던 길상사파에서 독립을 하고, 그들이 차지하고 있던 강남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암묵적인 인가가 있었기 때문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길상사파가 강남을 자신들에게 빼앗기고 해체가 된 이유가 잘나가던 길상사파가 천하그룹과 척을 지면서 두목 최상길이 병신이 되고, 부두목과 핵심 간부들이 교통사고와 알 수 없는 이런저런 사고로 인해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 벌어진 내부 갈등으로 그리된 것이다.

이때 신태양도 길상사파의 하부조직의 간부로 있었는데, 조직이 흔들리고 핵심 간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조직을 추스르지 못하자, 기회를 노려 자신이 거느린 부하들을 데리고 독립을 했다.

그후 한 조직에 있던 다른 조직을 습격해 지금의 세력을 이룬 것이다.

그 때문인지 신태양은 천하그룹의 일이라면 무조건 양보를 하였다.

이전 조직원들은 무엇 때문에 강남의 떠오르는 신성인 신태양이 돈이 되는 일을 마다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조직이 안정이 되고 신태양파가 강남을 이전 길상사파가 꾸렸던 것의 70% 정도 장악하고 나서야 뒤늦게 신태양의 이야기를 들어 그동안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상부의 일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 조폭이 마냥 대단하고 모든 것을 힘으로 처리할 것 같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힘으로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머리를 써서 일을 처리했다.

폭력은 하책 중에서도 최하책이기 때문이다.

조직이라는 것이 시작부터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의 주시를 받고 있다.

그런데 폭력을 행사하면 그 조직은 바로 목표가 되어 공권력의 공격을 받아 해체가 되는 것이다.

길상사파가 그랬던 것처럼 해체가 되는 과정에서 신태양이 그랬던 것처럼 조직의 누군가가 나서서 조직을 인수할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천하그룹과 연관된 일은 최대한 피하고 있었는데, 조직에 큰 의뢰가 들어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내 기업 순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기업, 일신그룹의 계열인 일신제약의 전무에게서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자그마치 계약금만 5억짜리 의뢰였기에 신태양도 솔깃했다.

더욱이 타깃의 신분이 작은 제약사의 젊은 사장이었다.

그래서 흔쾌히 의뢰를 받아들였는데,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뭔가 이상한 조짐이 보여 지금까지 조사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조사를 뒤로 미루며 타깃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금 신영필은 타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천하그룹의 직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한때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천하그룹 회장 정대한의 삼남의 장자라는 것이었다.

신영필은 방금 전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얼른 두목인 신태양에게 보고를 해야만 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조직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보세요. 저 영필입니다.”

신영필은 급히 천하엔터에서 나와 신태양에게 전화를 하였다.

그리고 방금 전 기자회견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보고를 하였다.

“알겠습니다. 전 이만 철수하겠습니다.”

두목 신태양에게 보고를 한 신영필은 전화를 끊고 뒤를 한 번 돌아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괜히 골로 갈 뻔했네.”

문득 신영필의 뇌리에 불구가 된 길상사파의 간부가 생각이 났다.

지금의 두목인 신태양은 물론이고 자신도 이쪽 세계로 끌어 주었던 그는, 지금의 자신처럼 길상사파의 행동대장으로 있던 이였다.

같은 고향 출신이라고 신태양과 자신을 조직으로 끌어 주었고 또 작은 조직을 만들 수 있게 도움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말로는 그리 편하지 않았다.

조직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그 선배 또한 누군가의 공격으로 평생 안고 가야 할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강제로 은퇴하기 전까지 동생들을 잘 챙겨 주었던 선배라 그나마 조금은 나은 생활을 하고 있지, 다른 선배들처럼 자신의 잇속만 챙기던 이들의 말로는 참으로 비참했다.

아무튼 얼마 전 보고 온 선배와 같은 꼴을 볼 뻔했던 신영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떠났다.

◈ ◈ ◈

“알았다. 넌 그만 하던 일 중단하고 그만 철수해라.”

신태양은 갑자기 걸려온 행동대장 신영필의 전화에 인상을 찡그렸다.

“휴…… 다행이군.”

“형님, 무슨 일입니까?”

조직의 상무 직함을 가지고 있던 이상호가 신태양을 보며 물었다.

그런 이호성의 물음에 신태양은 방금 전 걸려 온 신영필의 전화 내용을 그대로 알려 주었다.

“그게, 휴…… 얼마 전 일신제약의 김 전무 있지?”

“김 전무가 왜요?”

“그 새끼가 의뢰한 것 취소다.”

이호성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뢰야 취소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두목인 신태양이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일신제약이라면 대기업인 일신그룹의 계열사인데, 그곳의 의뢰를 취소했다가 저희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는 거 아닙니까?”

일단 화를 내는 두목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이호성은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서 그런 말을 하였다.

물론 신태양도 충분히 그 이야기에 공감이 가는 말이었지만 방금 전 신영필의 말에 따르면 나중의 일보다 의뢰를 받아들였을 때의 문제가 더 감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말로 일신그룹이 지금은 천하그룹보다 대단하다고 하지만, 김장근은 그저 일신그룹의 계열사 전무. 그가 의뢰한 목표는 계열사 임원과는 차원이 다른 천하그룹의 직계였다.

더욱이 알아보니 한때 납치 실종이 되어 전국이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엄청난 이슈를 나았던 사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목표의 아버지가 현역 대한민국 외교부 고위 간부였다.

그런 인물의 아들을 자신들이 건들었다가는 날고 기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안 되었다.

“네가 김 전무에게 연락해서 이번 의뢰는 취소한다고 말해 줘라. 시팔! 대상이 웬만해야 담그든가 하지! 누구를 호랑이 아가리에 처넣으려고 하는 거야!”

“아니, 형님! 도대체 타깃의 배경이 어떻기에 저희가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간다는 말입니까?”

자신의 조직이 지금은 강남에 있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예전 길상사파가 가지고 있던 모든 구역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이호성에게 지금 신태양이 하는 이야기를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아, 내가 아직 그 설명을 못했군. 잘 들어라, 너도 김 전무와 친분이 있다고 그자의 의뢰를 따로 받을 생각 말고……. 김전무가 의뢰한 놈의 정체가 천하그룹의 직계란다.”

“네?”

신태양은 자신이 신영필에게 들었던 수한의 정체에 대하여 설명를 하였지만, 이호성은 그의 말을 금방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 때문에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태양을 보았다.

“아니, 뜬금없이 여기서 천하그룹이 왜 나옵니까?”

비록 자신의 조직에 대하여 자부심이 대단한 이호성이지만 천하그룹만큼은 그도 귀가 따갑게 들었기에 이 순간 언급되자 되물었다.

그런 이호성의 질문에 신태양은 화도 내지 않고 다시 한 번 그에게 수한의 정체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러니까, 일신제약의 김전무가 손 좀 봐 달라 의뢰한 놈 정체가 천하그룹 정대한 회장의 손자라고 하더라.”

“손자요? 천하그룹 회장의 손자?”

“그래, 너도 그 집안에 실종된 손자가 있다는 것은 들어 봤지?”

“음…… 아! 18년 전인가 누군가에게 유괴되었다는 그 손자 말씀입니까?”

이호성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예전 언뜻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나 대답을 하였다.

이호성이 길상사파에 있을 때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가 있었다.

그건 이제 겨우 두 살이나 되었음 직한 갓난아기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아기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가 되었는데, 실종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아기를 찾는 자에게 1억의 보너스와 업소 한 곳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부상도 있었다.

지금이야 1억이면 우스운 돈일지 모르지만, 18년 전이라면 그렇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업소 관리라는 것은 자신들과 같은 조폭에게 대단한 일이다.

업소를 관리한다는 말은 한 마디로 간부가 된다는 말이니까.

그러니 조직에서 내려온 명령으로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조직원들도 눈에 불을 켜고 그 아기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 아기가 실종된 천하그룹 회장의 손자란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 기억하고 있었기에 지금 이호성은 쉽게 그 말을 믿기 힘들었다.

“지금 네 표정을 보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겠지만, 조금 전 천하엔터에서 기자회견이 있던 자리에서 기자들 앞에서 발표를 했단다.”

신태양은 자신도 신영필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라 쉽게 믿기지 않던 차에 기자회견이 있었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사무실 한쪽에 있는 TV를 켰다.

TV가 켜지고 채널을 뉴스 전문 채널로 돌리자 조금 전 끝난 천하엔터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달되고 있었다.

―이번 파이브돌스의 스캔들은 안티팬들이 퍼뜨린 악성 루머로 밝혀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문의 피해자로 나온 사내들은 피해자가 아닌, 파이브돌스와 함께 있던 정수한 씨에게 해코지를 하려다 제압이 되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던 파이브돌스와, 사건의 중심인 정수한 씨와의 관계는 가족으로 밝혀졌습니다. 파이브돌스의 리더이자 천하그룹 회장인 정대한 회장의 손녀인 정수정 씨와 이 정수한 씨는 친남매 간으로 밝혀졌습니다. 정수한 씨는 19년 전 의문의 세력에 납치가 되었다가 실종이 되었는데, 18년 만에……. 아기 때부터 천재로 알려진 정수한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병역 의무를 치르기 위해 군 대체 복무규정에 의해 모 군수산업체에 연구원으로 들어가 대체 복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그래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정수정 씨의 연락을 받고 저녁을 함께……. 이번 사건은…….

틱!

신태양은 뉴스의 리포터가 하는 이야기를 듣다 수한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하고 바로 TV를 꺼 버렸다.

“너도 방금 봤지?”

“예,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이호성은 신태양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대답을 하였다.

아닌 것이 아니라 멋모르고 이번 의뢰를 받아들였다가 큰일을 치를 뻔했다.

10억이란 돈이 아깝기는 했지만 목숨보다 소중할 수는 없었다.

한때 잘나가던 길상사파가 왜 무너졌지 잘 알고 있는 이호성은 이번 김장근의 의뢰를 취소한다는 신태양의 말에 적극 찬성을 했다.

만약 다른 이유로 의뢰를 취소했더라면 이호성도 아무리 신태양이 두목이라고 하지만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조직이라는 것이 위계질서가 있기는 하지만 두목의 독단으로 운영이 되는 게 아니다.

작은 규모의 조직이라면 충분히 두목 독단으로 운영이 될 수도 있지만 신태양파처럼 큰 조직이라면 조직 내에서 파벌이라는 것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 없이 간부가 건의한 의뢰에 관해서는 두목이라도 쉽게 취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타깃의 배경이 어마어마한 경우, 간부도 납득을 할 수 있기에 이번 일은 쉽게 해결이 되었다.

“김 전무에게는 제가 잘 알아듣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뒷말 없게 잘 설명해라.”

“예.”

두 사람은 신영필이 전한 말 때문에 장시간 하던 회의도 멈추고, 맥이 풀리고 말았다.

그만큼 그의 말이 신태양과 이호성을 지치게 만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