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진실과는 다른 흐름
백수인 태주는 오늘도 친구들과 압구정 거리를 배회했다.
태주는 친구들과 이렇게 압구정을 배회하는 것은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 기획사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주와 그의 친구들의 꿈이 바로 연예인이 되어 이름도 알리고 돈도 많이 벌고 싶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압구정 일대를 돌아다녔다.
혹시나 길거리에서 기획사 스카웃터에게 캐스팅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오늘도 기획사가 있는 인근에서 배회하였다.
하지만 압구정에 소속사가 있는 연예인들의 얼굴을 간간히 볼 수는 있었지만 스카웃터는 좀처럼 만나지 못했다.
사실 태주나 그의 친구들은 자신들이 TV에 나오는 어떤 남자 배우나 연예인들 보다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까지 이들에게 다가온 스카웃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 스타라는 장동근이나 왕빈에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자신들이 잘났다고 생각하기에 웬만한 기획사의 스카웃터의 명함은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이들의 얼굴은 그럭저럭 봐 줄 만한 얼굴일 뿐이었다.
더욱이 이들의 옷차림이나 풍기는 분위기는 전혀 장동근이나 왕빈의 발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것이다.
그러니 눈이 있는 스카웃터들은 이들에게서 스타로서의 끼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접근을 하지 않은 것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자신들의 처지도 못하고 대형 기획사들의 스카웃터들이 눈이 삐어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뿐이다.
“상원아, 배고프다. 너 얼마나 있냐?”
태주는 친구들 중 한 명인 상원에게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일도 하지 않고 연예인이 되겠다고 백수 생활을 하다 보니 이미 집에서도 그에 대한 지원이 끊겨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현재 태주는 친구들에 빌붙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오늘은 얼마 없는데…….”
“새꺄! 누가 많냐고 물었냐? 얼마나 있는데그래?”
이들 무리의 우두머리격인 태주의 질문에 상원은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살짝 찌푸리다 대답을 했다.
“난 만 원뿐이다.”
상원의 대답에 태주 또한 인상을 찌푸렸다.
“너희는 얼마나 있냐?”
상원이 가지고 있는 돈이 너무도 적다는 생각에 다른 친구들에게 물었다.
그런 태주의 물음에 다른 친구들도 모두 비슷한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모두 태주와 비슷한 처지라 이들의 집에서도 겨우겨우 용돈을 챙겨 주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현재 이들의 수중에는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을 정도의 돈도 되지 않은 정도만 있었다.
“아, 시발! 우리 처지가 왜 이렇게 됐냐……. 대한민국에 인재를 알아보는 새끼들이 없어!”
수중에 있는 돈을 물어보는 자신을 향해 친구들의 불만 어린 표정에 화가 난 태주는 괜히 허공에 대고 신경질을 냈다.
그런 태주의 행동에 친구들은 움찔하고 말았다.
자신들보다는 태주가 조금은 싸움을 잘하기 때문에 혹시나 괜히 화풀이로 맞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어 그런 것이다.
“야, 시발! 그 돈으로는 우리 밥도 못 먹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지나가는 놈 삥이나 뜯자.”
갑작스런 태주의 제안에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솔직히 이들도 배가 고픈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뭐라도 먹을 것을 사 먹고 싶었지만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혼자 먹기도 빠듯했다.
그런 상태에서 빈털터리인 것을 알고 있는 태주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몰라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다.
지금 태주가 학생 때나 했던 양아치 짓을 하자고 하니 잠시 망설이며 다른 친구들의 반응을 살핀 것이다.
그런데 친구들의 반응을 살피던 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태주의 제안에 그리 싫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그, 그래…….”
작게 태주의 제안에 승낙을 한 친구들은 그때부터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주변을 살피다 적당한 먹잇감을 발견했다.
혼자서 여자 다섯 명을 데리고 음식점으로 들어가는 목표를 발견한 것이다.
“야, 저기 저거 어떠냐?”
“누구?”
태주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여자 다섯 명과 함께 들어가는 사내를 보았다.
딱 보기에도 자신들 어려 보이고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모범생처럼 생긴 놈이었다.
그런데 이때 태주는 상원이 가리킨 곳에 보였던 목표를 보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보자 화가 난 것이다.
“시발! 어떤 새끼는 부모 잘 만나 여자 끌고 밥 먹으러 다니는데, 누군 꿈을 찾아 방황하고 있으니, 젠장!”
괜히 화가 난 태주의 말소리에 상원이나 친구들도 덩달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모두 눈앞에 보이는 사내의 잘못인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저 새끼 나오면 치자!”
“그래, 개새끼! 나오기만 해 봐라!”
태주의 말을 들은 상원과 친구들은 사내가 식당에서 나오면 시비를 걸어 폭행하고 돈을 뺏기로 했다.
◈ ◈ ◈
“누나, 그것만 먹고도 괜찮아요?”
수한은 자신의 앞에 있는 접시에 담긴 음식의 반이나 남긴 루나가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손을 놓자 그렇게 물었다.
보기에 무척이나 부족해 보인 탓에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파이브돌스는 가창력도 가창력이지만 격렬한 안무를 동반한 댄스곡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이들의 앨범은 언제나 강렬한 비트의 댄스곡과 감미로운 발라드곡이 적절히 섞인 앨범을 가지고 컴백을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앨범을 구성하고 나오지만 방송국에서 방송을 할 때는 가장 인기가 많은 댄스곡이 주를 이루었다.
팬들도 젊고 아름다운 이들이 가만히 무대에 서서 발라드를 부르는 것보다, 아름답고 육감적인 몸매를 과감하게 드러내며 퍼포먼스를 하는 댄스곡을 더욱 사랑했기 때문에 기획사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방송에서나 행사에서는 댄스곡 위주로 구성해 무대에 올렸다.
이렇다 보니 이들이 하루에 소비하는 칼로리는 웬만한 운동선수들 못지않을 정도로 엄청났다.
그런데 1인분 나온 음식을 절반만 먹고 배부르다며 손을 놓은 루나의 모습이 수한은 걱정이 된 것이다.
친누나인 수정을 비롯한 오늘 처음 보는 다른 누나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다 먹고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는데, 루나만 다르게 행동을 하니 더욱 걱정되었다.
“루나 누나, 어디 아파요?”
수한은 루나가 걱정이 되어 그렇게 물었다.
그런 수한의 질문에 루나를 뺀 다른 여인들의 표정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였다.
그리고 그런 언니들의 표정에 루나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사실 루나가 배가 부르다며 먹기를 그만둔 것은 수한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 파이브돌스 멤버들 중 가장 군것질을 잘하는 멤버가 사실 루나였다.
달고 열량이 높은 음식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루나는 혼자서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을 정도로 단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한눈에 반한 이성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정도로 루나도 어리석지 않았다.
그렇기에 괜히 지금 수한의 앞에서 여우 짓을 하는 것인데 수한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수한의 엉성한 모습에 다른 레이나나 미나가 허탈한 표정을 하고, 또 친누나인 수정은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하냐는 눈빛을 하고 동생을 보았다.
이미 언니들의 표정에서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음을 눈치챈 루나는 눈으로 언니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언니! 내가 앞으로 잘할 테니 제발…….’
이렇게 수한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가지고 누나들이 눈빛으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모두의 식사 시간이 끝났다.
“다 먹은 것 같으니 그만 일어나자.”
수정은 모두 식사를 마친 것 같아 그렇게 말을 하였다.
“그래, 오늘 수한이도 알게 되고 오늘 참 즐거웠다.”
레이나는 수정의 말을 받아 수한을 보며 밝게 웃으며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미나도 레이나에 이었다.
“그래, 수정이에게 이렇게 잘생긴 동생이 있었다니……. 참! 수한이라고 했지?”
“네.”
수한은 갑작스런 미나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너, 네 누나가 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지?”
“네.”
“알고 있다는 더 말은 하지 않을게. 그러니 앞으로 수정이에게 잘해라.”
“네, 잘 알겠습니다.”
방송국을 나올 때 불쾌한 만남으로 인해 기분이 꿀꿀했던 수정은 동생 수한을 만남으로써 그런 기분이 모두 풀렸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나가려던 때 미나의 갑작스러운 말에 귀가 쫑긋하였다.
조금은 주제 넘는 말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수한은 자신이 알고 있는 누나가 어떤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처음 보는 누나 친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 그 말을 들었다.
“난 일단 나가 있을 테니 누나들도 준비하고 나오세요.”
수한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수한아 놔둬. 저녁은 누나가 사 줄게.”
“아니야. 오늘 누나들 본 기념으로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오!”
“와! 수한이 상남자네!”
비록 어리기는 하지만 수컷의 향기를 풍기는 수한의 말에 레이나는 물론이고 미나는 놀리듯 그렇게 수한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런 두 사람의 말 때문인지 조금 전부터 루나의 얼굴은 더욱 붉어져 있었으며, 뭔가 굳은 결심을 한 것처럼 수한의 뒷모습을 힐긋 거렸다.
◈ ◈ ◈
맛나게 저녁도 먹고 즐거운 기분으로 레스토랑을 나서던 수한과 파이브돌스. 그런데 그런 좋은 기분은 식당을 벗어나고 5분도 되지 않아 무너졌다.
처음 보는 양아치들의 값싸고 저속한 멘트에 조금 전까지 좋았던 기분은 시궁창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더욱이 괜히 시비를 걸며 행패를 부리는 양아치들의 모습에 수정은 참을 수가 없었다.
“당신들 뭔데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행패야?!”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성인 남성 네 명이 모여 시비를 거는 모습에 괜히 끼어들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멀리서 지켜볼 뿐이었다.
수한은 자신의 뒤에 있는 누나들이 걱정이 되어 일단 그녀들을 자신의 차에 가 있으라 말을 하였다.
“누나, 다른 누나들 데리고 차에 가 있어.”
“수한아 넌 어떻게 하려고?”
수정은 동생이 걱정되어 말했다.
그런 누나의 말에 수한은 누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누나, 걱정하지 마. 나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정도로 허약하지 않아.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차에 가서 기다려. 괜히 여기에 있으면 찍힐 수 있어.”
수한은 도저히 자신의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수정의 모습에 그렇게 대답을 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양할아버지인 혜원에게 배운 무술도 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수한이다.
비록 마법사였다고 하지만 수한이 당시 기사들이 알고 있는 포스 활성법을 몇 가지 알고 있었다.
수한이 현재 가진 능력은 마도사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는 전생의 기사들 못지않은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눈앞에 있는 양아치들의 행태는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불안해하는 누나를 안심시키며 혹시나 누나와 파이브돌스의 얼굴이 휴대폰 카메라에 찍힐 수 있으니 일단 피해 있으라고 하였다.
그런 수한의 말에 레이나는 그의 말이 맞는 판단이라 생각하고 다른 멤버들을 데리고 수한이 주차시켜 놓은 차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에 지금 상황을 신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수한의 뒤에 있던 여자들이 자리를 떠났지만 자신들의 목표인 수한이 남아 있자 양아치들은 수한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여자들 앞이라고 막말하던데, 조금 뒤에도 그럴 수 있는지 보자!”
태주는 조금 전부터 여자들과 수한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니꼬웠다.
앞에 있는 자신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여가 배알이 꼬이는 것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가까이서 보니 수한의 얼굴이 너무도 잘생겼다.
여자들의 얼굴도 자신들이 본 어떤 여자들보다 예뻤다.
그렇게 수한과 파이브돌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된 양아치들은 처음 수한을 목표로 했던 것보다 더 화났다.
그리고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수한을 향해 주먹을 날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양아치들의 주먹은 수한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비록 수한이 실전을 겪지는 않았지만 신체 능력만큼은 전생의 기사들 못지않았다.
그러니 전생의 뒷골목 조직보다도 못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눈앞의 양아치들의 주먹은 수한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날아오는 주먹을 보면 하품을 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수한은 양아치들이 휘두르는 주먹 사이사이를 마치 나비가 춤을 추듯 유영하였다.
그리고 그런 수한의 모습은 거리에서 수한과 양아치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카메라에 포착이 되었다.
거리뿐 아니라 수한과 파이브돌스가 나온 레스토랑 안에서도 수한과 양아치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창가에 포진해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자신들의 휴대폰이 들려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수한과 양아치들의 싸움을 녹화하면서, 실시간으로 그 장면을 SNS에 올리며 ‘좋아요’를 받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수한과 양아치들은 활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4:1의 싸움이었지만 네 명이 절대로 유리해 보이지는 않았다.
한편 양아치들의 우두머리인 태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여도 지치는 것은 자신들뿐인 것이다.
친구들 둘은 벌써 지쳤는지 거칠게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상원과 자신만이 조금은 여유가 있었지만 그건 다른 친구들과 비교를 해서 그런 것이지 목표였던 수한과 비교를 하면 전혀 아니었다.
그런 양아치들의 모습을 차분하게 지켜보던 수한은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들어오는 양아치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툭.
들어오는 앞발을 살짝 차 버려 중심을 무너트리니 양아치는 바로 볼썽사납게 다리를 벌리며 쓰러졌다.
그런 양아치를 돌아 또 다른 양아치에게 접근해 등을 살짝 밀었다.
지친 양아치는 수한이 등을 떠밀자 그 힘을 흘리지 못하고 앞으로 날아갔는데, 그가 나가는 방향에는 먼저 쓰러져 있던 양아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근육이 감당을 못해 통증을 호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양아치 위에 날아간 또 다른 양아치.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피하지 못하고 부딪혔다.
“비, 비켜!”
“오지 마! 악!”
이미 중심이 무너져 자력으로는 몸을 통제할 수 없던 두 양아치는 그만 충돌을 하였다.
쿵!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충돌해 신음을 흘렸다.
“제길!”
두 친구의 모습에 태주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이도 어려 보여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타깃으로 삼았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싸움꾼도 이런 싸움꾼이 없었다.
이미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지만 이미 자신들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이미 건넌 것이다.
“야아!”
하는 수 없이 이판사판으로 고함을 지르며 수한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마지막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수한의 동작은 한 점 거슬림이 없는 동작이었다.
둥글둥글 동그라미를 그리듯 동작에 끊기는 일 없이 물 흐르듯 연결이 되었다.
마치 잘 짜인 연극을 보듯 양아치들의 동작에 거슬림이 없이 하나둘 처리를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양아치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양아치들이 쓰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경찰이 도착을 하였다.
◈ ◈ ◈
“김 기자님, 기사 이렇게 쓰실 겁니까?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이런 식이면 저희도 그냥 있지 않겠습니다. 예, 예. 정정 보도 일 면에 확실히 실어 주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따르릉!
와글와글! 왁자지껄!
천하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은 때 아닌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여기저기서 걸려 오는 전화와 속보로 나간 스캔들 기사로 인해 천하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관계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다른 연예인도 아니고 천하엔터의 간판인 파이브돌스가 연관된 폭력 시비로 인한 스캔들이었다.
더군다나 그중에는 잘생긴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일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 뉴스에 나올 때까지만 해도 파이브돌스는 그저 주체가 아닌 배경 즉, ‘파이브돌스가 근처에서 폭력 사건이 있었다’라는 보도에서, ‘파이브돌스와 함께 있던 일행이 불량배와 시비가 붙었다’ 이런 수순으로 진행이 되었지만, 지금은 파이브돌스와 연애를 하는 남자가 행인을 폭행했다고 와전이 되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파이브돌스와 함께 있던 남자의 정체,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관해서만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며 펴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천하엔터는 사실과 다른 뉴스보도나 신문가십들에 대하여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 관해선 강력히 항의를 하는 한편, 정정 보도를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하엔터에서 그렇게 신문사에 요구를 하여도 말을 들어 주는 곳보다는 변명을 하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곳도 있었다.
그런 언론은 일체 관계를 끊고 법적 대응을 하기로 방침을 정한 천하엔터라 통화를 하면서도 강력히 경고를 했다.
파이브돌스가 그냥 천하엔터의 간판 연예인이 아니라 그 멤버 속에는 모그룹인 천하그룹의 회장인 정대한 회장의 손녀가 소속이 되어 있다.
로열 패밀리에 속하는 정수정이 소속된 그룹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룹에 흠집을 내려는 이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정도로 천하엔터의 직원들이 멍청하지도, 그렇다고 회사에 충성심이 약한 것도 아니다.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천하엔터의 사장인 정영화는 직접 이번 사건의 수습하고 있는 부서까지 내려와 물었다.
정영화에게 파이브돌스는 자신의 친자식과도 같이 애정을 쏟은 그룹이다.
첫 사장의 자리에 앉고 야심차게 기획한 작품이 바로 파이브돌스였다.
그룹의 리더에 자신의 조카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도 자신의 손으로 발탁해서 가르친, 그야말로 정영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런 그룹이 지금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자 그냥 자리에 앉아 대책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내려와 진두지휘를 하는 것이다.
“최 실장! 천하가드에 연락해! 이번 사건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람은 모두 털라고 해!”
“알겠습니다.”
급기야 정영화는 자신의 남편이 사장으로 있는 천하가드에까지 연락을 하라고 자신의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천하가드와 천하엔터는 같은 그룹 계열사라는 것 말고도 개인적으로는 사장끼리 부부이며, 회사끼리도 협력 관계에 있는 아주 돈독한 사이다.
현재 천하가드도 정보원을 총동원해 이번 일을 왜곡한 세력을 찾고 있었다.
사실 처음 사건과 현재의 사건 내용은 180도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또 어딘지 모르게 조직적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건이 발생한 지 단 며칠 사이에 이렇게 내용이 왜곡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참! 최한나 실장은 뭐하고 있나?”
“예, 최 실장은 현재 파이브돌스 숙소에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일로 불안에 떨고 있을 아이들을 위로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 그럼 파이브돌스 담당 매니저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파이브돌스의 총괄매니저인 최한나의 행방을 묻던 정영화는 다른 매니저들의 행방을 물었다.
“네, 매니저들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숙소 근처에 대기를 하며 언론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정영화는 비서의 대답에 만족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켜 주라고 해! 내 이번 일을 뒤에서 조종한 놈들을 찾아내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비서의 말을 들은 정영화는 매니저들이 잘하고 있다고 판단을 하고 이번 일을 왜곡하고 호도한 세력을 찾아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 다짐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현재 정영화의 주변에서 풍기는 기운은 그 이상이었다.
자식 같이 키운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피해자인 아이들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들을 생각도 않고 그저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소문만 믿고 파이브돌스를 욕했다.
“참! 수한이는 어떻게 한다고 해?”
사실 정영화는 밤늦게 파이브돌스가 경찰서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보통은 매니저가 처리했어야 할 일이지만 무슨 일인지 전화를 건 수정은 매니저가 아닌 자신에게 연락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경찰서에 가서 본 것은 편안한 모습으로 경찰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파이브돌스의 모습이었다.
무슨 불미스런 사건 때문에 연락을 한 것으로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저녁을 먹고 나오는 자신들을 향해 불량배들이 시비를 걸었는데, 조카가 그들을 제압했다는 것이다.
정영화는 무슨 일인지 자세히 알기 위해 담당 형사를 찾아가 사건일지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18년 만에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어린 조카가 누나들을 지키기 위해 혼자 성인 남자 네 명과 싸움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상처도 없고 또 시비를 걸었던 상대도 어떤 외부 위해도 없이 제압을 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자신이 누군가.
어려서부터 아버지 따라 무술을 익히고 자신의 남편은 국내 최고의 경호회사인 천하가드의 사장이 아닌가.
그렇다 보니 싸움을 하면서 상대를 상처 없이 제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반 체육관에서 약속 대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게 된 상태에서 상처 없이 상대를 제압하려면 그 상대보다 월등한 실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상황 파악 능력 또한 뛰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현장을 지배하고, 상황을 지배하며 또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어린 조카가 그것도 성인 네 명을 홀로 제압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처음 수정을 통해 인사를 했을 때만 해도 큰 키이기는 했지만 말쑥하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조카였다. 첫인상은 고생하지 않고 바르게 큰 모범생 이미지였던 것이다.
더욱이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조기졸업과 박사 학위까지 받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 수한의 이미지는 꽃미남 모범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정 박사는 저희가 기자회견을 할 때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정영화의 비서는 수한을 정 박사라고 부르며 수한이 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런 비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영화는 비서에게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
“기자회견을 오래 끌면 더 안 좋은 쪽으로 소문이 날 테니 당장 기자회견 준비해! 참! 그리고 당시 담당 형사에게도 연락해서 사건일지하고 그 사람도 회견장에 와 달라고 말해!”
“알겠습니다, 사장님!”
정영화는 모든 지시를 내린 뒤 창밖을 보며 차갑게 눈빛을 빛냈다.
마치 그 모습은 먹이를 노려보는 암사자의 눈빛과도 비슷했다.
◈ ◈ ◈
천하엔터가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서울 하늘 한곳에서는 신문을 보며 호탕하게 웃는 이가 이었다.
“하하하하!”
김장근 전무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늘자 신문을 보며 큰 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방음이 잘되어 있는 것인지 그의 웃음소리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
똑똑!
한참 기분이 좋아 웃고 있을 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였다.
“누구야!”
딸깍!
“전무님, 손님 오셨습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비서는 대답을 하였다.
“누군데?”
비서에게 자신을 만나러 온 손님이 누군지 물어보려는데, 비서의 뒤에서 조금 어눌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긴 상,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일본 대동제약 주식회사의 상무인 하야시의 비서인 료코였다.
“아니, 비서실장님이 어쩐 일로 저희 회사를 찾아오셨습니까?”
상무도 아닌 그 비서에게 김장근은 저자세로 인사를 했다.
그런 김장근 전무의 모습에 그의 비서는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어른 고개를 숙였다.
괜히 상사의 치부를 알은 체를 했다가는 회사 생활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다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터득한 비서로서, 조금 전 상황을 못 들은 척을 해야만 했다.
“전무님! 차를 어떤 것으로 준비를 할까요?”
비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비서의 물음에 아직도 상황을 깨닫지 못한 김장근은 고개를 돌려 료코에게 물었다.
“무슨 차로 드시겠습니까?”
“차는 됐습니다. 전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라는 상무님의 지시를 받고 이곳에 왔습니다.”
료코는 김장근의 질문에 자신의 용건만 간단히 대답을 했다.
그런 료코의 모습에 짧게 눈살을 찌푸리던 김장근은 금방 표정을 풀고 대답을 했다.
“아 예. 새로운 업체는 이미 물색해 놓았고, 이번에는 전처럼 실수 없이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미 그곳 사장에게도 언질을 주었기에 가셔서 계약만 하면 끝납니다.”
김장근은 하야시 상무가 어떤 일을 궁금해하는지 알고 바로 준비했던 대답을 하였다.
그런 김장근의 말에 료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겠습니다. 상무님께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런데…….”
료코는 말을 하다 말고 말끝을 흐렸다.
그런 료코의 모습에 김장근은 눈빛을 빛냈다.
지금 료코가 하려는 질문이 무엇인지 그 또한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저희 일을 방해했던 그를 말하고 싶은 것입니까?”
혹시나 싶은 생각에 김장근이 질문을 하자 료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은 김장근은 조용히 조금 전 자신이 읽던 신문을 가지고 료코의 앞에 펼쳤다.
“이것이 무엇이므니까?
자신의 앞에 아무런 말도 없이 신문을 내놓는 김장근의 모습에 신문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료코의 모습에 김장근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김장근도 잘 알고 있었다. 료코가 단순히 하야시 상무의 비서만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자신 역시 내연녀를 한 명 두고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료코의 모습에 순간 욕념이 흘렀다.
정말이지 김장근도 순간 이성을 잃을 뻔하였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순진무구한 모습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모든 남성을 욕망의 포로가 되게 할 정도로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는 료코의 모습은 정말이지 남자를 파멸로 이르게 하는 유혹이었다.
순간의 욕념에 넘어갈 뻔도 하였지만 김장근은 그 순간을 잘 참아 냈다.
현재 자신은 눈앞의 매력적인 여성보다도 약자였다.
자신이 속한 일신제약은 료코가 소속된 대동제약 주식회사에 비해 낮은 입장이었다.
직책을 떠나 그 입장에서 감히 갑에게 어떻게 할 수단이 없었다.
그러니 지금은 끓어오르려는 음심을 참고 조아려야 했다.
‘제길, 오늘도 미예를 찾아가야겠군!’
끓어오르는 욕망에 참을 수 없었던 김장근은 자신의 내연녀인 나미예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억지로 찾았다.
그런 김장근의 모습에 료코는 순간 눈을 반짝였다.
사실 조금 전 료코의 행동은 다분히 의도된 행동이었다.
남자를 유혹하는 법을 알고 그것을 잘 활용해 지금의 지위에 오른 료코다.
자신의 상사인 하야시의 명령으로 지금 일신제약에 와 있었다.
그리고 상사인 하야시를 도와주는 일신제약의 전무를 유혹해 약점을 잡고 회사에 조금 더 유리한 계약을 하려고 하였는데, 자신의 의도를 눈치챈 것인지 아니면 의지가 굳은 것인지 자신의 유혹을 뿌리친 김장근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판단도 잠시 김장근의 태도에 자신의 유혹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넘어오겠군!’
료코는 암거미가 먹이를 노리듯 속으로 입맛을 다스렸다.
비록 자신이 상사인 하야시 상무의 비서이자 내연녀이기는 하지만, 그녀도 나름대로 욕망이 있었다.
언제까지 하야시의 정부로 남아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든 회사에서 하야시처럼 이사의 직책을 받아 남자들 위에 군림하고 싶었다.
그렇기 위해선 회사에 이익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료코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으면 어떻게 하면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현재 하야시 상무의 정부로 있는 것도 사실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키기 위해 그의 정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음음…… 어디까지 말을 했지요?”
김장근은 순간 료코에게 음심을 품을 것을 감추기 위해 신음을 몇 번 하고 물었다.
그런 김장근의 질문에 료코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국지사 설립에 필요한 회사를 찾았다는 말을 했으무니다. 그리고 다른 일에 관해서 하려던 차였스무니다.”
료코의 대답을 들은 김장근은 자신의 앞에 놓인 신문의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이자가 우리 일을 방해했던 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사를 쓰도록 매수했습니다.”
김장근의 이야기는 요즘 한참 잘나가는 연예인과 함께 있던 그를 엮어 스캔들을 일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건을 왜곡해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었고, 앞으로 더욱 사건을 키워 결국 그가 가로챈 회사까지 언급하게 함으로써 그의 부도덕한 모습을 부각시킨다는 말이었다.
비록 화끈한 복수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키는 것이기에 료코로서도 썩 나쁘지 않은 계획이라 생각이 들었다.
“괜찮은 계획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 말고 이자가 나락으로 빠져들었을 때 준비한 것도 있습니다.”
얼마 전 찾아간 조폭에 관한 것을 간략하게 설명을 하며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일을 훼방 놓았던 수한을 육체적으로도 보복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1차로 사회적으로 매장을 하고 또 2차로 폭행을 하겠다는 김장근의 말에 료코의 눈은 더욱 요요롭게 반짝였다.
◈ ◈ ◈
“하,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
수한은 퇴근해 샤워를 마치고 뉴스를 보았다.
그런데 얼마 전 있었던 일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누나들과 저녁을 먹고 나오는 자신을 향해 시비를 걸었던 양아치들은 뉴스에서 그저 단순히 길을 가던 행인이 되어 있었고, 자신은 술 먹고 객기를 부린 불한당이 되어 있었다.
이것은 엄연히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일이다.
절대로 이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다만 자신이야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리하면 되는 문제였지만 누나들은 아니었다.
비록 오래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친누나와 친구이자 같은 그룹 멤버들이었다.
그런 누나들이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일이기에 함부로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비록 천하엔터에 사건에 대한 진행을 위임을 해 놓은 상태였기에 좀 더 참아야 하겠지만 거짓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를 하는 뉴스를 보니 화가 났다.
따르르릉!
뉴스를 보다 화가 나는 것을 다스리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수한은 잠시 멈칫거렸다.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이긴 했는데,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잠시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한이 잠시 전화를 받다 멈칫한 것을 느꼈는지 상대는 자신을 소개하고 용건을 말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전 천하엔터의 사장님이신 정영화 사장님의 비서실장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내일 저녁 6시에 회사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입니다. 정 박사님도 그 자리에 참석을 해 주셨으면 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건 상대가 누군지 그리고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했는지 알게 된 수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였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5시 반까지 천하엔터로 가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수한은 무엇 때문에 천하엔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미 변호사와 이번 루머에 관한 상담을 한 상태이기에 천하엔터에서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지 예상한 것이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수한은 어두운 창밖을 보며 뭔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꾸민 것일까?’
수한은 정말이지 이번 루머를 무슨 의도로 호도하며 일을 키운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렇기에 수한은 이번 일을 꾸민 자들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흥신소에 의뢰를 해 놓은 상태였다.
만약 자신도 모르는 음모가 있다면 그 음모를 꾸민 자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그냥 당하는 것은 전생으로 족했다.
현생에서는 절대로 참을 않을 것이다.
벌써 힘이 없어 한 번 원치 않는 일을 겪었다.
더 이상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하고 살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힘이 있었고 또 어떻게 힘을 써야 할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은 자신이 가진 힘을 어린 마음에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사용할 것만 같아 꾹 참고 있었을 뿐.
비록 자신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때때로 어린 육체와의 괴리로 불안정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작은 분노에도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를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이를 먹고 수양을 하면서 정신도 육체도 성장을 하며 일치가 되었다.
태풍의 중심이 가장 조용하다고 했던가. 지금 수한은 최대한 자신의 분노를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건을 왜곡해 자신의 주변을 힘들게 하는 이들이 밖으로 밝혀질 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