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강남에서 생긴 일
쿵쿵짝!
와!
“감사합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와! 와!
“파이브돌스였습니다. 다음은…….”
무대가 끝나고 파이브돌스는 자신들의 노래를 들어 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언니…… 힘들어.”
막내 루나는 무대가 끝나고 어두운 무대 뒤를 돌아 복도에 들어서자 바로 투정을 하였다.
무대를 내려왔다고 하지만 가끔 무대 뒤에 몰래 숨어 들어오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루나는 그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언제나 무대가 끝나고 팬들이 보이지 않은 곳까지 와서야 사적인 말을 하였다.
그리고 그건 루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방심하여 사적인 이야기를 했다가 구설수에 오르는 연예인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이들은 데뷔 초부터 다른 매니저나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다. 지금도 관계자들만 다닐 수 있는 복도에 들어서서야 약간의 불만을 수정에게 토로한 것이다.
“조금만 힘내. 이번 활동 끝나고 회사에서 휴가를 주기로 약속을 했으니…….”
수정은 막내 루나의 투정에 그렇게 달랬다.
그런데 휴가라는 말에 루나보다 다른 멤버들이 눈을 반짝이며 수정에게 물어 왔다.
“휴가? 정말?”
“수정아, 정말로 실장님이 우리 이번 활동만 끝나면 휴가 주시기로 약속하신 거야?”
동갑인 레이나와 미나가 수정을 향해 물었다.
그리고 이들보다 1살 적은 예빈도 휴가라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정말로 몇 달 만에 들어 보는 휴가라는 말에 벌써부터 심장이 뛰는 것이다.
천하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휴가를 줄 때 결코 적은 기간을 주지 않았다.
열심히 활동을 했으니 그에 맞게 확실히 재충전하기 위한 시간을 주었다.
이번 활동이 끝나면 최소 보름에서 한 달 정도 휴가가 주어질 게 분명했다.
이들은 어느새 대기실에 모여 분장을 지우며 조금 전 복도에서 나왔던 휴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수정, 실장님이 이번엔 휴가를 얼마나 줄 것 같아?”
화장을 지우고 있던 수정은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곁에 다가온 레이나의 물음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을 하였다.
“응, 내가 이번엔 시간이 좀 필요해서 한 달 꽉 채워서 달라고 했어!”
한 달이라는 말에 레이나의 눈이 활처럼 휘며 기뻐하였다.
“그 말 정말이지?”
“응.”
수정은 레이나의 다짐을 받는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런데 언니, 회사에서 이렇게 일찍 휴가를 준다는 건…… 여름에 휴가가 없는 거 아니에요?”
이번에는 옷을 갈아입고 화장까지 지운 예빈이 수정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휴가를 받는 일이 좋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처럼 휴가철에 놀러 가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어릴 때부터 가수가 되기 위해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이 되고, 또 노력을 해 가수로 데뷔를 했다.
큰 기획사에 소속이 되어서 그런지 데뷔한 후 금방 이름을 알리며 스케줄이 늘었다.
사실 예빈은 자신이 운이 무척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속한 기획사가 흔히 알려진 몸 로비를 하는 그런 기획사도 아니고, 자신이 운이 좋아 합류하게 된 그룹에 엄청난 인물이 함께해서 그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주는 대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소속사 사장의 조카가 리더인 것이다.
그러니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트랙을 달리는 자동차처럼 무섭게 달려왔다.
활동하는 만큼 인기는 올라갔지만 그만큼 힘이 들었다.
가까웠던 친구들과도 연락이 점점 줄어들고, 가족과도 쉽게 통화를 할 수도 없었다.
물론 회사에서 관리를 하는 면도 있지만, 그만큼 정신이 없고 피곤해 숙소에 돌아오면 골아 떨어져 연락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개인 인맥 관리를 하는 것도 겨우 활동을 중지하고 휴가를 받았을 때뿐이다.
그래서 휴가라는 말에 파이브돌스의 다른 멤버들이 흥분을 하는 것이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 여름에 또 휴가 달라고 할 거니까.”
수정의 말에 멤버들은 하던 일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수정을 보았다.
“리더! 너 무슨 일 있지?”
“그래, 너 혹시 연애하냐?”
“언니 남자 만나요?”
“누구예요?”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을 지우고 있던 멤버들은 수정의 생각지도 않은 발언에 모두 놀라 그렇게 한마디씩 하였다.
그동안 데뷔 이후 스케줄이나 휴가에 관해 한번도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던 수정이 무슨 일이 있는지 일탈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이 언니에게 말을 해 봐! 내가 심사를 해 줘야, 우리 순딩이가 바람둥이에게 걸렸는지 아닌지 알려 주지!”
“맞아요. 수정 언니는 은근 맹한 구석이 있어 남자에게 빠지면 쑥 빠질 스타일이라 안 돼요.”
“맞아, 맞아! 수정이 남편감은 우리에게 허락을 맡아야 돼!”
“그래, 수정 언니도 그리고 레이나 언니나 미나 언니, 예빈 언니도 남자 생기면 멤버들 허락 받아요.”
갑작스럽게 올라온 화제가 순간 잊지도 않은 수정의 남자 심사 자리로 바뀌더니 결국 다른 멤버들 역시 남자가 생기면 멤버들의 허락을 맡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야! 그런데 왜 넌 빼는 건데!”
“그러게, 저 여우. 저만 쏙 빠져나가는 것 봐라! 안 돼! 너도 만약 남자 생기면 우리에게 허락 맡아!”
“예…….”
루나는 미나가 자신의 말에 반기를 들자 문득 몇 달 전에 본 수한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수정의 개인적인 일로 외출을 하려고 하자 최한나 실장이 루나에게 함께 나가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늦은 시각 외출이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남자를 만나다 걸리기라도 하면 막 컴백을 했는데, 스캔들에 휘말려 구설수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천하엔터테인먼트의 운영 방식 때문에 다른 기획사나 방송가에서 벼르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조금만 삐끗해도 물어뜯으려고 달려들 개새끼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래서 저녁에 외출하려는 수정을 따라서 외출을 하였다.
그리고 그날 루나는 자신의 이상형의 남자를 보게 되었다.
비록 자신보다 2살이나 어린 남자였지만, 정말로 자신이 상상만으로 꿈꾸던 이상형의 남자가 그날 그 자리에 나왔다.
더욱이 신분도 확실하고 또 알고 보니 엄청난 천재였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한다거나 하지도 않고, 무척이나 매너가 넘치는…… 정말이지 소설에나 나오는 그런 최고의 남자였다.
나이가 어린 게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포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날부터였다. 루나는 수정이 하는 말에 최선을 다했고, 먼저 나서서 숙소를 치웠다.
이 모든 것이 미래에 시누이가 될 수정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자신의 그런 행동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어차피 이전에도 막내였기에 했던 행동들이라 멤버들은 그냥 넘어갔다.
미나의 남자라는 말에 루나가 이렇게 한 번 본 수한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 이런 루나를 유심히 보는 사람이 있었다.
“야! 루나 너 정말로 우리 몰래 남자 만나고 있는 거 아니야?”
한순간 망상에 빠져 있던 루나는 순간 흠칫하며 망상에서 빠져나왔다.
“내, 내가 남자가 있긴 무슨…….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매일 언니들 하고 같이 살고 있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한의 생각을 하던 루나였지만 오리발을 내밀며 변명을 하였다.
“그만 떠들고 정리다 했으면 나가자!”
수정은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 없어 소리쳤다.
이미 스케줄이 끝났는데 방송국에 남아서 떠들 생각이 없는 수정은 수다를 떨고 있는 멤버들을 불러 그렇게 이야기했다.
사실 수정이 방송국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것은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남자들 때문이었다.
정수정이란 존재를 보고 호감을 느껴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천하그룹 정대한 회장의 손녀로서 배경을 보고 접근하는 남자들 때문이었다.
그런 남자들 때문에 남자 만나기가 두려운 수정이었다.
“그래, 준비 다 끝났으니 나가기만 하면 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난 멤버들은 대기실을 빠져나가 자신들이 타고 온 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가고 있는데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소리가 있었다.
“수정아!”
뒤쪽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수정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수정의 표정은 풀리고 방송에서 카메라를 볼 때의 표정이 되었다.
“선배님, 무슨 일이시죠?”
수정의 예의 바르게 물었다.
그런 수정의 질문에 수정을 부른 남자는 웃으며 대답을 하였다.
“스케줄도 끝나고 시간도 남았을 텐데, 우리 어디 가서 술이나 한찬하자!”
방송을 마치고 나오던 강한은 우연히 자신의 차를 세워 둔 주차장으로 향하다 수정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한편 자신이 싫어하는 유형의 전형인 강한이 선배랍시고 자신에게 술을 권하자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댔다.
“선배님, 죄송해요. 오늘 선약이 있어서…… 오늘은 안 되겠네요.”
수정의 거절에 강한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 어떻게든 유혹하기 위해 달라붙었다.
“약속? 무슨 약속인데? 그냥 그 약속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 나랑 한잔하자.”
막무가내인 강한의 말에 수정은 잔득 굳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지금 선배님은 가족 간의 약속을 겨우 술 마시기 위해 깨라는 말씀인가요?”
차가운 수정의 말에 강한은 자신이 너무 강압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정이 겉으로 보기에 연약하고 보호해 줘야 할 것 같은 외모를 가졌지만, 그것과 다르게 어릴 때부터 각종 무술을 배워 남자 못지않은 체력을 가지고 있음은 방송가에 잘 알려졌다.
특히 어릴 때 동생이 유괴되어 실종이 된 뒤로 가족에 관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졌다.
강한은 가족과의 약속이란 소리에 얼른 꼬리를 말았다.
“아, 가족과의 약속이라면 그럴 수 없지. 내가 실수했다. 그럼 먼저 간다.”
강한은 얼른 사과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런 강한을 쳐다보는 파이브돌스 멤버들은 코끝을 찡그리며 조그맣게 한소리했다.
“어휴…… 저 껄떡쇠 누가 안 잡아 가나.”
“그러게 말이야. 자기가 아직도 인기 많은지 안다니까?”
“맞아, 맞아.”
멤버들은 그렇게 한소리하고는 자신들의 차가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서들 와라! 오늘 수고 많았다.”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로드 매니저에서 정식 매니저로 승격이 된 유한상이 이들을 맞으며 말을 했다.
그런데 잔득 굳어 있는 수정의 모습을 본 한상이 물었다.
“아니, 우리 여왕님께서 무슨 일로 기분이 언짢은 것인지요?”
굳어 있는 수정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한상은 농담을 섞어 물었다.
그런 한상의 질문에 루나가 대신 대답을 했다.
“오다가 발바리 만났어요. 오늘도 발바리가 언니 보고 또 짖고 갔어요.”
루나는 강한을 덩치는 작지만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발바리라는 개를 빗대며 조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 루나의 말에 굳어 있던 수정도 기가 막히는지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풋!”
“호호호!”
“발바리?”
아직 발바리가 누구를 말하는지 알지 못하는 한상은 루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한상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수정 말고도 굳어 있던 또 다른 멤버인 예빈이었다.
사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파이브돌스 멤버들 중 가장 예쁜 사람은 예빈이었다.
그래서 파이브돌스 초기에는 예빈의 인기가 최고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멤버들의 인기도 올라가며 지금은 모두 비슷해졌지만, 초기만 해도 예빈의 인기는 최고였다.
미인에 인기도 많다 보니 많은 남자 연예인들에게 이상형이라는 말도 듣고, 작업도 많이 받았다.
그중에는 조금 전 만났던 강한도 있었다.
물론 파이브돌스가 스케줄이 바빠 따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예전 자신에게 그렇게 만나 달라고 추파를 던지던 남자가 어느 순간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빠져 자신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같은 그룹의 멤버라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이 더 인기가 있고 예쁜데 다른 멤버에게 눈을 돌린 강한에게 화가 나면서, 그 남자의 시선을 빼앗아 간 수정에게 더욱 화가 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릴 때의 치기였다.
나중에 강한이 수정의 배경을 알고 수정에게 끈덕지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그런 치기는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이 인기를 끌 수 있던 것도 수정이 속한 그룹을 띄우기 위해 회사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했기 때문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 전 상황에서 기분이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강한은 한때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으면서도 조금 전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고 수정만이 있는 것처럼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선 것이다.
“있잖아요. 3세대 아이돌 출신 방송인 강한이라고……. 이 여자, 저 여자에게 흘리고 다니는…….”
얌전한 줄 알았던 예빈의 뜻밖의 모습에 한상이 눈을 크게 뜨며 그녀의 말을 듣다, 그녀의 말속에 뭔가 일이 있음을 깨닫고 조금 전까지 웃던 표정을 지우며 물었다.
“그래, 그 강한이란 놈이 너희에게 뭐라고 했냐?”
굳은 한상의 목소리에 수정이 그의 기분을 풀어 주었다.
괜히 그냥 두었다가는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정은 한상이 고모부가 운영하시는 천하가드에서 파견된 직원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천하가드의 보디가드들 중에서도 실력이 아주 뛰어난 직원이 바로 한상이었다.
그가 파이브돌스의 매니저로 있는 것이 바로 수정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란 것도 고모를 통해 들었다.
“그냥 저보고 스케줄 끝났으니 술이나 한잔하자고 해서 거절했어요.”
“그래, 그 정도면 뭐……. 그런데 다음에 다시 그런 일 있으면 내게 말해라.”
“알았어요. 그만 가요.”
수정은 알았다는 말을 하고 얼른 차에 올랐다.
멤버들은 조금 분위기가 어색해져 침묵을 했다.
조금 전의 일로 차 안은 무척이나 어색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이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수정은 자신의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 시간 있지? 강남 XX빌딩 지젤이란 카페로 나와!”
수정은 전화를 걸자마자 그렇게 자신의 용건만 간단히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언제나 예의 바른 수정이 너무도 무례하게 전화를 걸고 끊자 멤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정을 쳐다보았다.
“누군데 전화를 그렇게 해?”
미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정의 돌발적인 행동에 물었다.
그런 친구의 물음에 수정은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면 간단하게 대답했다.
“동생.”
“동생?”
“응, 너희도 잘 알 거야. 내게 동생이 있었다는 거 말이야.”
“응, 실종됐다면서?”
이야기를 듣던 미나가 유괴라는 말을 입안으로 삼키고 실종이란 말을 하였다.
괜히 아픈 상처를 들춰낼 필요는 없으니 순화해서 물은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찾았어!”
수정은 미나가 자신을 생각해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도 순순히 친구들이 알고 싶어 하는 궁금증을 알려 주었다.
‘어머! 수한이가 온다고?’
한편 수정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나는 조금 전 수정이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한 사람이 수한이란 것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졌다.
괜히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다.
◈ ◈ ◈
약속 장소인 카페 지젤에 도착한 수정은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녀의 뒤로 다른 멤버들도 따라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네 동생 구경이나 하자.”
레이나는 수정이 따라 내리는 자신들을 보고 있자 그렇게 말을 하였다.
사실 그녀들은 수정의 동생이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예전 언뜻 지나가는 식으로 수정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수정은 뭔가 애잔한 눈빛으로 실종된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브라더 콤플렉스 환자마냥 동생에 관한 말을 할 때마다 특이한 반응을 보이곤 하였다.
그 때문에 자주 들은 것은 아니지만 멤버들 머릿속에 수정의 동생에 관한 어떤 이미지가 박혀 있었다.
그런데 상상만으로 그려졌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수정이 자신의 동생이 돌아왔다고 하니 멤버로서 아니, 또 다른 가족으로서, 돌아온 동생을 봐 줄 의무가 있다는 말도 되지 않는 억지 명분을 만들어 수정을 설득했다.
한편 레이나의 말을 들은 수정도 레이나의 말이 조금 억지스럽긴 했지만 수한을 멤버들에게 못 보여 줄 것도 없었다.
이미 멤버 중 한 명은 수한을 만났었기에 다른 멤버들에게 보여 주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알았어. 한상 오빠.”
수정은 레이나의 말에 대답을 하고 아직 대기를 하고 있던 매니저 한상을 불렀다.
“수정아 왜?”
수정을 약속 장소에 내려 주었는데, 파이브돌스의 멤버들도 따라 내리자 잠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한상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런 한상에게 수정은 수한을 멤버들에게 소개해야 하니 그만 회사로 돌아가라 말하였다.
“오빠, 우린 여기서 내려서 동생을 만나고 들어갈 테니, 오빤 먼저 들어가세요.”
“그래, 그럼 너무 늦게까지 밖에 있지 말고, 동생만 만나고 일찍 들어가라. 요즘 분위기 별로니 무슨 일 만들지 말고, 알았지?”
“알았어요. 저희도 요즘 분위기 안 좋다는 것 알고 있어요. 동생만 만나고 일찍 숙소로 들어갈게요.”
매니저인 유한상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파이브돌스 멤버들은 일제히 한상에게 인사를 하였다.
“오빠, 땡큐!”
“오빠, 사랑해! 내일 봐!”
“알라뷰!”
오랜만에 매니저 없는 멤버들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멤버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격렬했다.
특히나 조금은 외향적인 미나의 경우 콩글리쉬로 감사를 표하였다.
매니저인 한상과 너무도 친하다 보니 이런 농담도 쉽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상의 주의처럼 현재 천하엔터테인먼트를 보는 다른 기획사나 언론들의 논조가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같은 계열사 중 한곳이 작년 국정감사로 인해 안 좋게 언론에 노출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로비를 통해 어느 정도 사건을 무마하긴 했지만 남과 북이 대립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 여건상 그런 유의 사건은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천하그룹은 각 계열사에게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주의하라는 공문이 내렸다.
특히나 언론의 노출이 쉬운 천하엔터테인먼트에 그런 주의는 조금 더 강도 높게 내려왔다.
◈ ◈ ◈
서울 강남을 장악하고 있는 신태양파의 사무실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고급 양복을 입은 그 사내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덩치들을 가볍게 밀치며 안으로 들어섰다.
“신 사장 만나러 왔으니 비켜 주지.”
자신을 막아서는 조폭들을 밀어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일신제약의 전무인 김장근이었다.
일이 틀어져 광분하는 하야시를 간신히 달래고 자신들의 일을 망친 수한에게 교훈이라는 말로 포장한 폭행을 하기 위해 이렇게 조폭 사무실을 찾은 것이다.
원래라면 김장근이 직접 조폭의 사무실을 찾아오지 않았겠지만, 하야시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이기 위해 직접 나섰다.
사실 일신그룹 차원에서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 이런 더러운 일을 하는 처리반이 따로 있지다. 하나 일단 자신들의 흔적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제삼자를 이용해 본때를 보여 주려 조폭에게 의뢰를 하려는 것이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신태양파가 가장 가까이 있기도 하고, 현재 두목인 신태양이 전국에서 알아주는 전국구 주먹이면서 그 밑에도 전국구로 알려진 주먹들이 꽤 있었다.
더욱이 신태양파에는 김장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비밀을 지키기에 좋았다.
이런 일은 비밀이 가장 중요했는데, 괜히 일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다면 골치 아파진다.
안면 때문에 의뢰하기도 편하고, 적당한 보상만 있으면 별별 의뢰를 다 받아 주는 그들이기에 김장근으로서도 회사 고충 처리반에게 연락을 하는 것보다 이런 조폭들에게 의뢰하는 게 편했다.
괜히 그들에게 아쉬운 소리할 필요 없이 돈으로 해결을 하는 편이 김장근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김장근을 막아섰던 조폭 중 한 명은 너무도 당당한 김장근의 모습에 일단 어떻게 왔는지 물었다.
그런 조폭의 질문에 김장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일신에서 온 김장근이라고 하는데, 이호성 상무 좀 불러 주지.”
김장근이 말하는 일신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김장근의 모습을 봐선 자신들과 같은 조직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나 조직의 간부를 알고 있는 것을 봐선 보통 사람은 아니란 판단을 하게 되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무조건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던 모습과는 다르게 김장근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는 이호성 상무를 찾아갔다.
◈ ◈ ◈
“어머! 완전 꽃돌이네!”
레이나는 수한이 자리에 앉자마자 곁에 바짝 앉아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수한은 자신을 보며 서슴없이 농담을 건네는 레이나의 모습에 무척이나 당황했다.
개방적인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왔지만 이처럼 처음 본 사람에게 들이대는 경우는 처음 겪어 보기 때문이다.
“너 이름이 뭐냐?”
한편 수한의 맞은편에 앉은 미나는 수한의 눈을 쳐다보면 이름을 물었다.
“정수한입니다.”
자신의 턱을 만지면 스킨십을 하는 레이나를 말리며 자신의 이름을 물어 오는 미나의 질문에 답을 한 수한. 하지만 수한의 고난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한 번 만나 대화를 했던 루나를 빼고, 예빈까지 합세해 수한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 너희들 적당히 하지 못해?!”
자신의 동생이 멤버들의 행동에 버거워하자 급기야 수정이 나서서 수한을 구원하였다.
하지만 그런 수정의 만류에 예빈은 행동을 멈췄으나 레이나와 미나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적당히 해라!”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가려는데 나타나 기분을 망친 강한 때문에 기분을 풀기 위해 피곤한 동생을 불러내 저녁이라도 함께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의 방해로 수한이 피곤해하자 화가 난 것이다.
그런 수정의 변화를 눈치챈 예빈은 얼른 행동을 멈췄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레이나와 미나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수한에게 달라붙어 그를 괴롭혔다.
딱! 딱!
급기야 레이나와 미나의 이마에 번개 불이 작렬했다.
참고 참았던 수정의 알밤이 두 사람의 이마에 내려앉은 것이다.
“아야!”
“아퍼!”
두 사람은 수정에게 맞은 이마를 한 손으로 문대며 찔끔한 표정으로 수정을 쳐다보았다.
“니들이 애냐? 일하느라 피곤한 얘를 왜 그리 괴롭히는 거야!”
“수정아, 미안해.”
“알았어, 그만할게.”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수한의 표정은 무척이나 지친 표정이었다.
처음 카페로 들어왔을 때의 상큼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마치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온 마라토너 같은 표정이 되어 있었다.
“이것 봐봐. 니들 때문에 이 지친 모습, 보이지 않냐?”
“맞아요. 언니들 좀 적당히 하세요. 더 하면 실장님께 연락할 거예요.”
수정이 레이나와 미나에게 주의를 주고 있을 때 두 사람이 수한을 괴롭히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던 루나가 두 사람에게 협박을 했다.
사실 루나가 두 사람에게 협박을 하는 것은 자신도 수한에게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서열에서 밀려 수한의 곁으로 가지 못하고 수정의 옆에 붙어 있다 보니 정작 오랜만에 수한을 봤으면서도 수한에게 처음 인사 말고는 아직 말도 걸어 보지 못한 루나 본인이 화가 났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게 나이 먹은 것들이 더 난리냐! 난리!”
확실히 25살인 레이나와 미나가 어린 예빈이나 루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한의 곁에 바짝 붙어 있으니 그런 것이다. 한편 이런 소란은 실시간으로 SNS에 ‘나라를 구한 놈!’이란 제목으로 올라가 조횟수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횟수도 조횟수 있지만 달리는 댓글도 장난 아니게 많이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달리는 댓글의 양상이 참으로 극명했다.
파이브돌스의 팬들 중 남성 팬들은 ‘부럽다’, ‘나라를 구한 놈!’이란 반응과 ‘우리들의 여신에게서 떨어져라!’라는 반응이었다.
그에 반해 여성팬들의 반응은 단 한 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수한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다 그런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나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파이브돌스와 함께 있는 수한의 모습을 본 일부 악플러들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모욕부터, 수한이 천하엔터에서 준비 중인 연예인인데 일부러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후자인 연예계 데뷔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주장이 늘어가고 있었다.
이에 편승해 일부 댓글을 달고 있는 사람 중에는 있지도 않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는데, 자신을 천하엔터에 근무하고 있는데 수한이 정말로 천하엔터에서 준비 중인 연습생이 맞는다는 글이었다.
그 때문에 정작 천하엔터는 현재 엄청난 전화 연락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카페에서 놀고 있는 파이브돌스나 수한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설마 자신들이 지금 카페에서 떠들고 있는 모습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 것이란 것은 상상도 못하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수한이 아직 저녁 전이라고 했지?”
“응, 일이 좀 많아서 아직 못 먹었어.”
“그럼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뭐야, 누나들도 아직 밥을 먹지 못한 거야?”
수한은 수정이 자신들도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시간은 저녁때를 한참 지나 벌써 10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밥을 먹지 못했다니 이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에게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다.
“아니, 다 먹고 살자고 일하는 것인데 아직도 밥도 챙겨 먹지 않고 뭐했어!”
수정을 보며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 말은 이 자리에 없는 천하엔터 관계자들에게 하는 소리였다.
“내가 맛있는 저녁 사 줄게 이만 나가자.”
수정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한은 테이블에 간단한 군것질 거리와 커피잔 담긴 쟁반을 들어 반납을 하러 일어났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수정은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마냥 어리게만 보았는데, 지금 보니 무척이나 남자다웠다.
그리고 이미 수한에게 반한 루나는 조심스럽게 다른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멤버들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카운터로 간 수한이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폭탄 발언을 하였다.
“언니들, 넘보지 말아요. 수한이는 이미 제가 찜했어요. 만약 제 말을 듣지 않겠다면 전쟁이에요.”
루나의 그런 폭탄 발언에 레이나와 미나는 물론이고, 자리에 있던 멤버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머! 어머!”
“헐!”
짧은 경악성과 허탈한 감탄성을 하는 멤버들과 다르게 미나는 얌전하던 막내 루나가 이렇게 당돌하게 선전포고를 하자 눈을 깜빡이며 놀라워했다.
“와! 막내 무지 용감한데! 좋았어! 도전 받아 주겠어!”
“이것들이 아직도 장난질이야! 내가 경고하는데, 내 동생 가지고 장난치면 아무리 너희라도 용서 못해!”
미나가 루나의 선언에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자 루나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하지만 옆에서 미나의 행동을 지켜보던 수정은 미나가 지금 루나를 놀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경고를 했다.
18년 만에 돌아온 동생이다. 그런 동생을 자신들의 장난거리로 취급하는 것은 누나로서 무척이나 화가 나는 일이다.
그래서 이를 경고를 하듯 그렇게 말을 하였다.
장난을 좋아하는 미나와 레이나지만 가끔 보이는 수정의 저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살짝 무서웠다.
“알았어, 장난 그만 칠게!”
미나는 수정의 경고에 항복을 하였다.
하지만 미나와 다르게 루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수정을 보며 대답을 했다.
“언니, 전 방금 한 말 진심이에요.”
너무도 진지한 루나의 대답에 이젠 오히려 수정이 할 말을 잊었다.
루나가 한 말로 분위기가 어색해지려던 찰나 카운터에 반납하고 돌아온 수한이 먼저 차를 빼겠다며 말을 하였다.
“누나, 난 먼저 나가 차를 대기시킬 테니 천천히 나와.”
“응.”
수한의 말에 간단하게 대답을 한 수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지품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도 자리에 내려놓은 자신들의 물건을 챙겼다.
◈ ◈ ◈
“야, 보기 좋은데?!”
“보기 좋긴, 짝이 맞지 않잖아!”
늦은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수한과 파이브돌스 주위로 일단의 남자들이 다가오며 그렇게 떠들었다.
마치 1980년대 영화에 나오는 양아치들의 대사처럼 무척이나 고루한 말이었지만 저녁을 먹고 나온 여자들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한편 기분 좋게 저녁을 먹고 누나들의 숙소로 데려다주기 위해 나오던 수한은 양아치처럼 구는 남자들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 상관하지 말고 갈길 가라.”
수한은 괜한 시비에 말려들기 싫어 그렇게 사내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작정하고 시비를 걸려고 대기를 하고 있던 사내들은 수한의 말에 뭐가 그리 고까웠는지 큰소리를 치며 수한에게 달려들었다.
“뭐야, 어린놈의 새끼가 싸라기밥을 처먹었나! 어디서 그따위야!”
느닷없이 양아치들이 달려들었지만, 이미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쳐다보던 수한은 진즉부터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들의 공격을 쉽게 피했다.
“어? 이 새끼 봐라, 피해?”
자신의 주먹을 피한 수한의 모습에 더욱 흥분한 양아치는 막무가내로 수한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양아치들의 공격은 수한의 몸에 어떤 위해도 가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다수의 양아치들에게 둘러싸인 수한의 모습에 불안을 느낀 수정이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양아치들의 공격을 피하던 수한은 지금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가진 능력 중 마법이나 무술 어느 것 하나만 사용해도 지금 눈앞에 있는 양아치들은 최소 병신을 만들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주먹은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그의 눈에 그 궤도가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 맞아 주려고 해도 몸이 먼저 반응을 하기 때문에 맞아 줄 수도 없었다.
한편 양아치들은 괜히 잘생긴 놈이 유명 연예인과 늦은 시간에 함께한다는 것이 배알이 꼴려 근처에 대기를 하다 화풀이를 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더욱 화가 났다.
“이 새끼 맞아라!”
양아치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인지 자신들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수한을 한 대 때리고 싶다는 욕망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