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23화 (23/118)

5. 다시 시작되는 악연

와장창!

무언가 부셔지는 소리가 국내 최고급 호텔인 백제호텔의 펜트하우스에서 울리고 있었다.

“바가야로!”

대동제약 주식회사 상무인 하야시는 이성을 잃고 자신의 손에 잡히는 것들을 주변에 던지며 광분을 하고 있었다.

지사 설립이라는 임무를 띠고 현해탄을 건너왔다.

이미 자본적으로 많은 부분 잠식하고 있는 한국이다 보니 처음에는 무척이나 쉬운 임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들어와 뚜껑을 열어 보니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일본에 많은 부분 의존을 하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외국자본에 아니, 일본이나 중국 회사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을 꺼려했다.

물론 텃세가 있을 것은 예상을 하였다.

그렇지만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한국 공무원들에게 로비도 하고 또 한국 국회의원에게 후원금도 살포하며 텃세에 맞섰다.

그렇지만 그런 하야시의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를 하였다.

그렇게 본사에서 내려온 임무에 실패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던 찰나 한국의 협력업체인 일신제약에서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한국의 특성상 외국회사가 직접 지사를 설립하는 것에 민감하니 조금은 부실한 한국의 회사를 인수해 운영하는 것은 어떠하냐는 의견이었다.

하야시 본인이 생각하기에 참으로 참신한 의견이었다.

그렇게 하는 게 텃세도 피하고 비밀리에 실험을 하는 일이 나중에 걸리더라도 일본이 욕먹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를 준 일신제약에 약간의 보상을 주긴 했지만 그건 나중에 자신들이 거둬들일 결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조만간 작업을 하던 한국의 제약회사가 자신의 수중에 들어올 찰나였다.

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토록 성공을 장담하던 일신제약 전무의 약속은 공염불이 되었다.

“상무님 진정하십시오.”

보다 못한 하야시 상문의 비서인 료코가 진정을 시키려 했다.

하지만 벌써 한국에서 두 번의 실패를 본 하야시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진정? 지금 내게 진정하라고 하는 것인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자신을 만류하는 위해 나서는 료코를 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비서이자 내연녀인 료코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녀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하야시 상무의 분노가 컸다는 반증이었다.

“조금 뒤 일신제약의 김장근 전무가 도착을 할 것입니다.”

료코는 비서로서 하야시 상무의 스케줄을 꿰고 있었다.

조금 뒤 대동제약 주식회사의 한국 협력업체 일신제약의 전무인 김장근이 하야시 상무를 찾아온다는 것을 자신의 상관에게 상기시켰다.

김장근 전무가 온다는 말에 하야시는 눈은 불똥이 튀었다.

이 모든 일이 김장근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 생각한 하야시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자가 온다는 말이지? 일을 망쳐 버린…….”

하야시는 얼마 전 호언장담하던 김장근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번 조은제약 인수 실패의 원인을 그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사실은 김장근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야시를 도왔다.

그런데 하야시는 이번 일의 실패를 모두 그에게 뒤집어씌우고 있었다.

하긴 하야시 상무도 현재 제대로 된 판단을 할 겨를이 없었다.

두 번에 걸친 실패로 그 자신도 잘못하면 해고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패 때도 그렇지만 이번 두 번째 시도 또한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작은 결실이라도 있었다면 명분이라도 있을 것인데 돈을 쓰고 귀중한 시간까지 허비한 지금 하야시 상무 역시 잘못하면 해고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아니 귀국하면 해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든 이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든가, 아니면 자신을 대신 희생할 희생양이 필요했다.

협력업체라고 하지만 일신제약은 대동제약 주식회사와 싸움을 한다면 결코 무사할 수 없다.

비록 그들이 한국의 대그룹인 일신그룹 계열이라고 하지만, 일신그룹이라고 해도 대동제약 주식회사와 척을 져서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하야시였다.

조금 뒤 자신을 찾아올 김장근 전무를 자신의 희생양으로 삼아도 일신제약에서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일신제약에서 김장근 전무를 희생하는 대신 자신에게 뭔가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지만 일단 자신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야시는 료코의 말에 하던 행동을 멈추고 쇼파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을 하였다.

그런 하야시의 모습에 료코는 조용히 지저분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수한은 조봉구 사장의 전화를 받고 라이프제약으로 이름을 바꾼 회사로 달려갔다.

비록 피곤하기는 하지만 제약사의 주인으로서, 또 자신이 준 제조법으로 만든 외상치료제 시제품을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가야만 했다.

시제품이 만들어진 회사 연구실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수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겁니까?”

수한은 시제품이라고 나와 있는 치료제를 들어 보았다.

작은 밀폐용기에 담겨 있는 말 그대로 시제품이다.

그런데 그것을 만들어 낸 연구원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기대에 차 있는 표정이었다.

수한은 그런 연구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연구원들의 표정을 보니 효과는 어느 정도 기대 이상인 듯 보였다.

하지만 수한은 자신이 준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외상치료제인 만큼, 효과가 있는 것인지 살피기 시작했다.

치료제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실험용 흰 쥐가 한쪽 옆에 준비되어 있었다.

수한은 그런 실험용 쥐의 몸에 상처를 내고 준비된 외상치료제를 상처 부위에 적정량 도포하였다.

찍! 찌직!

몸에 상처가 나자 쥐는 고통을 호소하였다.

하지만 곧바로 치료제가 상처에 닫자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상처를 입었던 쥐의 고통에 찬 비명이 줄어들면서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1시간여가 지나자 1㎝크기의 상처가 작은 흔적만 남기고 치료가 되었다.

수한은 그런 과정을 모두 살펴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한편 수한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연구원이나 조봉구 사장은 긴장을 하고 보고 있는데, 수한이 미소를 짓자 모두의 얼굴이 펴지기 시작했다.

수한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에서 그가 만족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군요.”

“야호!”

“와!”

수한이 실험용 쥐에게서 시선을 떼고 좋다고 하자 연구원들은 그동안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겪었던 고통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비록 완성된 제조법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이런저런 비율을 달리하며 연구하여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제품화 하는 것은 모두 이곳에 있는 연구원들의 몫이었다.

즉, 수한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실험에 성공한 실험식을 넘겨준 것이고 연구원들은 그런 실험식을 가지고 상용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비록 수한이 준 실험식이 바로 상용화를 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것이지만, 제약사라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이윤을 내기 위한 회사다.

그러니 완성된 제조법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그냥 무턱대고 제품을 생산하기보다, 더 적은 재료로 가장 효과적인 조합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게 완성된 조합법으로 생산 단가와 판매 비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연구원들은 수한이 준 제조법을 참고로 많은 실험을 하였다.

그 때문에 희생된 실험용 쥐도 꽤 많이 발생했지만 오늘에야 최적의 외상치료제의 조합법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시제품이 제조법의 주인인 수한에게서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즉, 라이프제약의 연구원들은 오늘 회사의 주인이자 감사인 수한에게 시험에 통과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시킨 것이다.

사실 연구원들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이 심했다.

회사가 어려워진 게 자신들의 잘못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병원이나 다른 제약사에서 음모를 꾸며 함정으로 자신들을 몰았다고 하지만, 자신들이 개발한 의약품이 다른 제약사들에 비해 아주 뛰어났다면 병원에서 감히 그런 음모를 꾸미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병원이야 어차피 제약사 별로 비슷한 성분의 의약품이 생산되기에 환자의 치료에 어떤 제약사의 약을 쓸 것인지는 그들의 제량이다.

그런데 만약 다른 제약사에서 생산한 비슷한 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치료제를 만들었다면 그런 시도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수한이 제조법이 담긴 조합식을 내놓았을 때는 조금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20대의 젊은 감사가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대학에서 연구했다는 조합식이니 더욱 그랬다.

이곳 연구소에 있는 연구원들은 모두 박사나 석사의 학위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들에게 적게는 10살에서 많게는 20살 이상 어린 수한이 조합식을 주었으니 아니 그러겠는가.

처음 조합식을 받은 연구원들은 수한이 자신들을 시험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런 초기의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수한이 알려 준 조합식으로 만든 외상치료제는 기존의 치료제보다 최소 10배는 더 뛰어난 치료제였다.

일반 외상은 물론이고 화상치료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연구원들의 마음가짐은 바뀌었다.

나이는 비록 자신들보다 한참 어리지만, 뛰어난 의학박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알려 준 조합식을 판매에 적합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들에게 내려진 시험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실험에 매달렸다.

퇴근도 늦춰 가며 실험에 매달린 결과 이렇게 처음 조합식을 알려 준 주인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니 아니 기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기쁨도 잠시, 수한의 한마디에 연구원들의 낯빛이 바뀌었다.

“신제품 외상치료제도 완성이 되었으니 이번에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 주는 자양강장제를 연구해 보도록 하죠.”

“네? 자양강장제요?”

“예. 국민 자양강장제인 박카D를 능가하는 라이프제약만의 최고급 자양강장제 말입니다.”

수한은 말을 하면서 품에서 메모리 칩을 연구원들 앞에 꺼내 놓았다.

메모리 칩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수한이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작성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이케아 대륙의 대마도사가 되기 위해 연구했던 것들 중 일부가 들어 있는 것이다.

수한―제로미스―는 대마도사가 뒤기 위해 다른 마법사들과 다르게 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한 연구를 하였다.

이는 어떻게 보면 네크로멘서의 연구와 어느 정도 접점이 있어, 잘못하면 인간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네크로멘서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수한이 수십 년을 인적 없는 산속에서 홀로 연구를 한 것도 이런 이유도 있었다.

아무튼 그때의 연구 자료 일부를 활용해 현대의 자양강장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을 생산하기 위해 제조법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라이프제약의 연구원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연구원들이 또 다른 일거리에 경악하고 있을 때 그들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있던 조봉구 사장은 눈을 반짝였다.

이미 오후에 연구실에서 외상치료제 시제품이 완성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수한 보다 몇 시간 먼저 신제품의 효능을 보았다.

이 외상치료제의 효능은 단순 외상치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는 기존의 외상치료제와 별개로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 말이 무슨 말인가 하면, 상처가 기존 치료제에 비해 단순 빠르게 치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흉터도 작았다.

웬만한 상처쯤은 흉터도 남지 않고 아물었다.

이런 것을 보면 만약 이 외상치료제를 성형외과와 연결하여 판매를 한다면 엄청난 효과를 볼 것이 분명했다.

흉터가 남지 않는 치료제가 있다면 그들이 쓰지 않을 리가 없었다.

또 외과 치료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수술 후 남는 흉터 자국이다.

남자라면 흉터쯤이야 하면서 웃어넘길 수 있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작은 흉터에도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바로 여자다.

미를 위해서라면 뼈를 깎는 고통도 참는 것이 여자이지만 작은 생채기에도 속상해하는 것이 바로 여자.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의 상처도 그렇다.

그것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이 이 획기적인 외상치료제는 시판되면 불티나게 팔릴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던 제약사들이 이 외상치료제 하나로 곤경에 처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획기적인 제품의 기초를 알려 준 수한이 또 다른 것을 내놓은 것이다.

조봉구의 입장에서 수한이 하나하나 내놓는 것이 모두 돈 덩어리로 보였다.

비록 속물은 아니지만 한 번 어려움을 겪은 뒤로 돈의 소중함을 여실히 깨달은 조봉구였다.

그러니 돈이 될 것이란 예상이 되자 눈을 반짝인 것이다.

“하지만 이건 외상치료제와 다르게 복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식을 변경하는 것을 금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의 물질들의 순서에 맞게 재료를 조합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임의로 순서를 바꾸게 된다면 큰 위험을 초례할 수 있습니다.”

수한은 메모리칩을 연구소 소장에게 넘기며 주의를 주었다.

외상치료제와 다르게 방금 준 자양강장제 조합식에 대해 경고를 했다.

그런 수한의 주의에 젊은 연구원들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의문을 표했지만 나이 많은 연구원들은 뭔가 눈치를 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담겨 있는 자양강장제는 성분들의 효과를 모아 최고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료 각각의 화학작용으로 최종적으로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수한은 자신이 하려는 말을 자세히 풀어 설명을 하였다.

즉 차례로 재료를 조합하다 보면 단계별로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만약 조합의 순서를 임의로 바꾸게 되면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이 원래 계획하던 물질이 아닌 엉뚱한 것으로 변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질은 자양강장 효과가 없는 것에서부터 먹으면 인체에 해가 되는 물질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니 꼭 메모리칩에 있는 조합 순서대로 제조해야 합니다.”

연구원 중 한 명이 수한의 설명을 듣고 질문을 했다.

“그럼 순서만 맞는다면 용량은 상관이 없습니까?”

연구원의 질문을 받은 수한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이번 자양강장제는 제가 드린 조합식에 맞는 용량을 그대로 적용을 해야 합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조합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물질이 용량에 따른 다른 성분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절대로 조합식에 나온 용량도 변경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완성된 물질에 대해선 희석이 가능합니다.”

“완성된 물질에 한해서만 희석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사실 여기 담긴 내용대로 제품을 만든다면 영화 속 히어로도 가능할 것입니다.”

수한은 농담처럼 말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수한이 메모리 칩에 넣어둔 조합식의 물질은 바이탈리티―활력― 포션이었다.

이 바이탈리티 포션을 신체 장기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은 물론이고 장복하게 되면 끊임없는 스태미나를 가지게 된다.

별다른 훈련을 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케아 대륙에서는 이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귀족들이 마탑에서 구입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수한도 원액 그대로 판매를 하기에는 이 바이탈리티 포션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희석해도 된다는 말을 첨부한 것이다.

사실 들어가는 재료를 보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귀한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자신에게 시간이 나게 된다면 조금은 싼 가격의 재료를 연구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현재 자신이 시간이 없는 관계로 기존에 알고 있는 자료만 정리해 넘겨준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이건 조합식대로만 완성하면 되는 것이니 이전 외상치료제보단 단시간 내에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이것과 그것은 라이프제약이 새롭게 세상에 나가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수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구원들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던 조봉구 사장까지 눈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신들의 받아 오던 부당한 대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약속만 믿고 시설을 확장했다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당했던 그 부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

만약 지금 저 앞에 있는 물건과 새롭게 앞으로 나올 자양강장제만으로도 이전 조은제약이 잘 나갔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사세가 확장이 될 것이란 자신감이 들었다.

◈ ◈ ◈

백제호텔 펜트하우스 내 작은 회의실

고풍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인테리어와 다르게 분위기는 무척이나 삭막했다.

“제게 그렇게 장담을 하더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

“죄, 죄송합니다.”

“죄송? 이게 죄송하다고 말하면 끝나는 문제입니까? 김 상의 장담 때문에 제가 어떤 처지에 놓인 것인 줄이나 아십니까?”

하야시는 눈앞에 보이는 김장근의 모습에 낮게 으르렁 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요절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부하가 아닌 협력 업체의 간부였다.

비록 자신이 다니는 대동제약 주식회사의 하청업체나 마찬가지인 일신제약의 전무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기에 이 이상 자신의 기분대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은 정말이지…… 제가 끝까지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억지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있던 하야시의 귀에 김장근 전무가 변명을 하는 것이 들렸다.

솔직히 김장근의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았다.

자신의 영향력은 물론이고, 모기업인 일신그룹의 힘까지 빌려 은행까지 압력을 넣어 자금줄을 막아 버렸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채 시장에 소문을 퍼뜨려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자신의 일은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옛말에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고 했다.

이 말은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일은 하늘이 정한다는 말이었다.

자신은 할 도리를 모두 했지만 뜻하지 않게 엉뚱한 사람이 나타나 하야시 상무가 아니, 대동제약 주식회사가 노리던 제약회사를 사들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노리던 제약회사를 사들인 자가 누군지 그 정체를 밝히려 하였지만 밝혀진 정체는 참으로 황당하였다.

이제 겨우 약관 20살의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청년이 재벌가의 후손도 아니었다.

어디서 그런 엄청난 돈이 나온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상당한 천재라는 사실만이 알려졌다.

그리고 은밀히 알게 된 정보인데, 자신들이 그렇게 가지려고 음모를 꾸몄던 회사가 라이프제약으로 바뀐 후 획기적인 외상치료제가 개발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존 외상치료제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극비 프로젝트이지만 또 다른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신약이란 게 개발하고 싶다고 개발되는 것도 아니고, 또 당장 시판을 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하지만 놓친 물고기가 크다고 했던가.

김장근이나 하야시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음모에서 벗어난 라이프제약이 너무도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뜻대로 일이 진행이 되었다면 그 모든 것이 자신들의 것이란 생각이 들자 더욱 그랬다.

특히나 욕심 많은 김장근의 입장에선 자신이 주도적으로 움직였으니 협상을 통해 대동제약 주식회사에서 많은 뒷돈을 받을 수도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계약은 물 건너가 버렸다.

자금줄을 막았지만 새로운 물주가 나타나 위기에 처한 조은제약을 인수하였다.

더욱이 얼마나 자금줄이 탄탄한지 어음 만기일은 물론이고, 은행의 부채까지 상당 부분 갚아 버렸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은행에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은밀한 방법으로 알아보니 조은제약을 인수한 그 청년이 자금을 형성한 것도 불법적인 면이 없이, 정상적으로 자금을 운영했기에 비집고 들어갈 흠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김장근이지만, 하야시 상무는 그런 그의 말을 들어 줄 수가 없었다.

만약 김장근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어 줄 경우 자신의 입장이 참으로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이대로 일본으로 돌아간다면 자신의 미래는 빤했기 때문이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것이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할 수 없지…….”

하야시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장근에게 은근한 말투로 협박을 했다.

비록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김장근이 못 알아들을 정도로 아둔하지도 않았다.

“상무님! 다른 대안을 구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시간을 더 달라는 것입니까?”

“예, 일단 다는 제약사를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는 조은제약 말고도 조금만 손을 쓰면 금방 하야시 상무님이 원하시는 정도의 제약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김장근은 얼른 하야시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로 머리를 굴려 그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현재 하야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빨리 한국에 자신들의 꼭두각시가 될 위장 제약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김장근으로서는 이미 물 건너간 라이프제약은 차치하고 새로운 먹이를 하야시에게 넘겨줘야 했다.

어차피 한국의 제약회사들의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장근이기에 하야시에게 새로운 먹이를 던져 주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그곳이 어디지?”

하야시는 시간이 얼마 없음을 잘 알기에 마음을 진정하고 물었다.

그런 하야시의 반응에 김장근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동양제약이라고……. 규모는 조은제약보다 조금 작고 또 재무 구조가 조은제약보다 탄탄하기는 하지만, 저희 일신에서 약점을 잡고 있으니 대동제약 주식회사에서 손을 내민다면 회사를 팔 것입니다.”

김장은은 마른침을 삼키며 어떻게든 하야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얘를 섰다.

“인가와 떨어져 있어 민원이 들어올 일도 없고 진입도로가 가까워 물류 이동에도 조은제약보다 좋은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참으로 비굴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하야시가 몸담고 있는 대동제약 주식회사가 그가 속한 일신제약에 비해 큰 회사이고 또 신약을 공급해 주는 갑의 입장에 있는 회사라고 하나, 대한민국에서 대그룹인 일신그룹의 계열사의 전무이사라는 자의 행동치고는 너무도 비굴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김장근의 이야기를 들은 하야시도 어느 정도 분노가 가라앉았다.

어차피 이미 떠난 버스였다.

죽은 자식 불알 잡는다고 기회를 놓친 조은제약에 계속해서 미련을 둘 필요는 없었다.

대동제약 주식회사의 입장에서 굳이 조은제약이 아니더라도 한국에 자신들의 신약을 실험 할 수 있는 장소만 마련하면 되는 것이니 다른 회사를 물색해도 충분했다.

“좋아, 이번에도 이런 일이 반복이 된다면 그땐 내 인생을 걸고라도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야시의 경고에 김장근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자신에게 기회를 준 하야시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다시 한 번 제게 기회를 줘, 감사합니다.”

만약 제삼자가 봤다면 김장근이 왜 하야시에게 감사를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의 직속상관도 아닌 그저 협력업체의 이사에게 이리도 고개를 숙이며 비굴하게 구는 김장근의 모습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일신그룹이나 일신그룹의 사정을 알고 있는 상위 경영진에 속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하는 행동이었다.

일신그룹 자체가 일본의 자금으로 세워진 회사였다.

그리고 일본의 비호로 성장한 회사이다 보니 일신그룹의 임원들은 일신그룹과 협업을 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에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너인 회장 일가가 1년에 한 번씩 일본에 누군가에게 찾아가 인사를 한다고 하는 것은 일신그룹에 속한 경영진들에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비록 계열사이긴 하지만 일신제약의 전무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김장근도 일신그룹의 비밀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대동제약 주식회사와 일신그룹의 관계를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그에 속하는 하야시 상무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그룹차원에서 도움을 주라는 공문이 내려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비록 김장근이 전무라는 하야시의 상무라는 직급보다 높기는 하지만, 외부로 보이는 직급 차이는 소용이 없었다.

겉으로야 일신제약에 협업하는 대기업인 대동제약 주식회사의 상무이기에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여다보면 그룹차원에서 어떤 비밀이 있었다. 그리고 김장근은 그런 비밀을 약간이나마 알고 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우리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든 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군요.”

하야시는 일단 김장근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으니 그 문제는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일을 방해한 자를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고 했던가.

조은제약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켜 회사의 가치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놨더니 엉뚱한 놈이 나타나 회사를 먹어치웠다.

하야시의 입장에서 자신은 돈만 쓰고 시간 낭비에, 엉뚱한 놈에게 잘 차려진 정찬을 헌납한 꼴이었다.

그건 하야시의 성격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하찮게 여기는 한국인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건들인 것이다.

“그렇습니다, 하야시 상. 저도 그놈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요. 남의 것을 가로채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 줘야 합니다.”

두 사람은 이제는 조금 전과 다르게 자신의 일을 방해한 누군가에 대한 일로 의기투합을 하였다.

“따끔한 교훈이 필요할 것입니다.”

김장근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좋은 집안, 좋은 학벌,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는 일류그룹의 계열사 전무이사라는 입지적인 자리에 올라와 있는 그였다.

그런데 어디 듣도 보도 못한 어린놈이 나타나 방해를 했다.

그 때문에 자신은 로열 클럽에 다가갔던 위치에서 한순간 깊은 수렁으로 떨어질 뻔하였다.

김장근의 입장에선 자신을 위기로 몰아넣은 수한이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는데, 그런 자신의 입장에 맞장구를 쳐 주는 하야시의 반응에 절로 흥이 나 소리쳤다.

김장근이 흥분해 소리치는 것에 하야시는 눈이 반짝였다.

굳이 자신이 손을 쓰지 않더라도 눈앞에 있는 김장근이 나서서 자신이 하려는 일을 처리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존심상 직접 처리하고 싶었지만 이곳은 자신의 조국인 일본이 아니었기에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었다.

대동제약주식회사에도 이런 유의 일을 처리하는 고충 처리부서가 있기는 하다. 하나 아직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닌데 자신이 직접 일을 벌이다 잘못돼 외부에 알려지면 일을 성공 하고도 자신의 입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김장근이 나서서 자신이 처리하겠다는 말을 하자 하야시로서도 굳이 막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 김 상의 말대로 따끔한 교훈이 필요한데, 어른인 김 상이 그럼 그자에게 교훈을 줄 수 있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야시가 은근한 말로 김장근에게 일을 미루자 김장근은 이때다 싶어 그의 제안을 덥석 물었다.

김장근은 하야시가 나서기 전 일단 자신이 먼저 그동안 하야시에게 당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나섰던 것이었다. 자신의 의도대로 하야시가 자신에게 일을 넘기자 눈을 반짝였다.

솔직히 그도 그동안 하야시의 비위를 맞추는 것에 여간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이런 일이라면 다른 부하들을 시킬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하야시의 직급을 생각해 본사에서 자신에게 하야시의 문제를 전담하게 지시를 내렸다.

처음에는 이것이 기회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일이 뜻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

사실 그 원인에는 자신이 잘못한 것보다는 하야시가 실수를 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처음 하야시가 한국에 들어와 자신의 조언을 듣지 않고 회사를 설립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그가 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결을 시켜 주었다.

하지만 어디에나 텃세라는 것이 있어서 하야시의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다.

김장근의 고난은 그때부터였다.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으로 실패를 봤으면서 모든 잘못을 김장근에게 넘긴 것이다.

김장근도 수한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을 보면 소인배이기는 했지만 하야시는 김장근보다 더한 소인배였다.

아무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게 모두 김장근이 제대로 자신을 돕지 않았다며 생떼를 쓰는 하야시로 인해 김장근은 직급이 오르면서 겪지 않았던 스트레스성 위궤양을 다시 한 번 앓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자 자신의 일을 방해한 수한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 ◈ ◈

엉뚱한 곳에서 자신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수한은 느닷없는 누나의 호출에 강남으로 향했다.

원래는 국산 소형차를 타고 다녔는데, 수정의 닦달로 외제차로 바꾸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최고 스타인 자신의 동생이, 그것도 18년 만에 돌아온 동생이 불안하게 국산 소형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정은 자신이 연예인을 하면서 벌은 돈으로 수한에게 차를 사 주었다.

처음에는 수한의 나이도 있으니 유명 스포츠카를 선물하려고 했으나, 이는 수한이 거절을 했다.

나이도 나이지만, 수한은 현재 대체 복무를 위해 방위산업체에 연구원으로 있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20살인 자신이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출근을 한다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거절을 한 것이다.

이유를 대며 거절을 하는 동생의 말에 수정은 스포츠카가 안 된다면 안전한 세단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수정이 사 주려는 외제 세단은 무척이나 가격이 비싼 것이라 이 또한 수한이 거절을 하였다.

수한의 계속된 거부에 수정이 화를 내자 그런 누나의 화를 풀어 주기 위해 절충안으로써 SUV차량을 구입하기로 하였다.

비록 처음 수정이 사 주려던 스포츠카나 세단에 비해 가격대가 낮기는 하지만, SUV도 외제 차량이라 그런지 국산 SUV에 비해 무척이나 고가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부를 했다가는 무슨 사단이 일어날지 몰라 SUV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이런 결정에 라이프제약의 조봉구 사장도 수한이 국산 소형차가 아닌 외제 SUV로 바꾼 것에 찬성을 했다.

비록 조봉구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 있기는 하지만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고문인 수한이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위신이 서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확실히 소형차보다 승차감이 무척이나 좋았다.

아무튼 그래서 현재 수한은 누나가 사 준 SUV를 타고 누나를 만나러 강남으로 가고 있었다.

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나간 수한은 수정이 알려 준 카페로 들어갔다.

그런데 카페 안에는 누나인 수정 말고도 다수의 여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언뜻 보니 그중에는 전에 한 번 본 여자도 있었다.

아이돌 가수이자 같은 그룹 멤버로, 자신보다 연상이기는 하지만 말도 잘 통하고 또 그룹 내 막내라 그런지 동생 같은 느낌마저 드는 그녀가 싫지는 않았다.

많은 여자들 중 누나 말고도 아는 얼굴이 있다는 것에 어느 정도 안도하며 수한은 수정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누나,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야?”

수한은 수정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수정을 보며 물었다.

“어? 벌써 왔어?”

“수한아, 어서 와!”

가장 먼저 수정이 멤버들과 이야기를 하다 옆에서 들린 수한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반응을 하였다.

그리고 수정과 함께 있던 사람 중 루나가 눈을 반짝이며 수한을 보며 인사를 했다.

“네, 루나 누나도 그동안 잘 있으셨어요?”

“응, 나야 잘 있었지. 뭐 국내 스케줄과 해외 스케줄로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건 감내해야지.”

루나는 수한의 말에 장황하게 설명을 하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런 루나의 모습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여자들이 눈을 반짝였다.

자리에 있던 여인들 중 한 명이 수정을 보며 물었다.

“수정아, 누구야?”

“그래, 누구야! 우리도 소개를 해 줘야지.”

“맞아! 누군데 우리 아이스 퀸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맞는 것인지 정체가 궁금해지네!”

멤버들의 물음에 수정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랑스러운 듯 수한을 소개했다.

“응, 내 동생이야!”

수정이 수한을 보며 동생이라고 소개를 하자 수한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여자들이 눈이 동그래졌다.

“동생?”

“브라더?”

“리더 동생이라고? 리, 리얼리?”

수한의 정체를 들은 여자들은 조금은 과장된 반응을 보이며 눈을 크게 뜨며 수정과 수한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멤버 중 한 명이 자신들은 놀라고 있는데, 유일하게 놀라지 않고 있는 루나를 보며 물었다.

“뭐야! 막내는 알고 있던 거야?”

미국 출신의 레이나는 루나가 수정의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는 것에 그렇게 물었다.

그런 레이나의 질문에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전에 수정 언니 따라 외출한 적 있었잖아. 그때 만났어.”

루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레이나는 곧 고개를 돌려 수정에게 따지듯 말했다.

“너 어떻게 막내에게만 이런 멋진 남자를 소개해 줄 수 있어!”

너무도 당당한 레이나의 말에 다른 멤버들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테이블에 있던 여자들도 얼굴이 붉어졌다.

수한이 카페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힐긋힐긋 수한의 얼굴을 쳐다보던 여자들은 레이나의 말에 여자로서 너무도 창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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