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21화 (21/118)

3. 미래를 위한 작은 시작

밝은 실내,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덜컹!

“그것은 가져왔냐?”

수현은 수한을 보며 물었다.

“네, 여기.”

수한은 수현이 어떤 물건에 대하여 물어보자 알루미늄 케이스로 만든 가방에서 USB칩을 꺼내 주었다.

“이것이 네가 말한 그것이냐?”

수한에게서 칩을 넘겨받은 수현은 시선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칩에 그처럼 대단한 물건의 설계도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손안에 있는 물건은 시중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의 메모리칩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어제도 말했다시피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할 때 설계해 둔 거야!”

수한의 설명을 들은 수현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에 있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은 천하 디펜스의 연구소에서 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연구원들이었다.

연구원 모두가 관련 분야의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인재들이었지만,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지금 수한이 넘겨준 무기와 같은 것을 만들지 못했다.

그저 기존 도입된 무기들에 대하여 기술 이전을 받아 연구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수한이 넘겨준 무기의 설계도는 사실 전 세계에서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 때문에 천하 디펜스의 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원들이 하던 연구를 중단하고 이렇게 나와 수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수한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수한이 설계했다는 무기의 설계도를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들어가서 살펴보기로 하자!”

수한은 연구원들이 자신의 손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 때문에 부담이 되었는지 얼른 말을 하였다.

그러자 연구원들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사실 그들도 이렇게 밖에 사무실에 서 있는 것보다는 수현의 손에 들린 설계도를 어서 빨리 살펴보고 싶었다.

◈ ◈ ◈

“오 마이 갓!”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연구원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저렇게 간단한 공정으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돌려보니 정상적으로 작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저 설계대로라면 그동안 대한민국이 수입하던 대전차 무기의 도입 비용의 1/10 정도로 생산할 수 있었다.

물론 생산 비용이 1/10이라는 것이지, 판매비용이 그 정도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군에 납품하는 대전차 무기의 1/2 가격으로만 판매해도 엄청 남는 장사였다.

더군다나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구입하여 데드 카피한 동종 무기보다 더욱 뛰어난 무기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연구원들과 수현은 눈을 반짝였다.

만약 이 무기를 자신들이 생산할 수만 있다면 현재 받고 있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사님! 이거 우리가 만듭시다.”

천하 디펜스 연구소 소장인 김정웅 박사는 자신들을 불러 모은 수현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연구원들이 수현과 함께 있던 이유는 수한이 가져올 설계도를 검토하기 위해 자리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수한이 가져온 무기 설계도를 검토한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한이 설계한 무기의 특징은 현재 군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모두 충족하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은 현재 개발된 전차를 모두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목표에 대한 유선 유도 방식이 아닌 파이어 앤드 포겟, 즉, 사수는 미사일을 발사한 후 표적에 대한 유도를 할 필요 없이 조준 발사 후 표적에 대하여 잊어도 된다.

사수에 대한 생존성이 높아졌으며, 탑 어택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아무리 강력한 방어 장갑을 가진 전차라도 파괴할 수 있었다.

전차가 아무리 방어력이 뛰어나다 해도 상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전면과 측면, 후면은 반응 장갑으로 방어력을 높일 수 있지만 상판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전차의 최대 약점은 바로 장갑 두께가 가장 얇은 상판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전차의 상판을 공격하는 탑 어택 방식의 미사일이기에 일단 표적 상부에서 폭발을 하게 된다면 전차는 살아남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수한이 설계한 무기의 강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무려 사거리가 5㎞나 되는 중거리라는 것이다.

휴대용 대전차 무기로서 사거리가 5㎞나 된다는 것은 엄청난 전술적 활용도를 가진다.

이런저런 모든 것을 감안해도 수한이 설계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생산한다면 이는 현존하는 최고의 대전차 무기가 될 것이다.

더욱이 연구원들이 설계도를 살펴본 결과 이 무기는 개량의 여지가 있었다. 무기로서 조금만 더 설계 변경을 한다면 충분히 장거리 대전차 무기로도 활용이 가능했다.

그러했기에 김정웅 소장은 수현에게 적극적으로 어필을 한 것이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설계도를 살펴보면서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다른 무기에도 충분히 활용할 만한 구석이 보여서 더욱 안달이 났다.

한편 수현은 연구소장인 김정웅 박사까지 나서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눈을 크게 떴다.

사실 어젯밤에 만나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수한의 말을 믿지 않았다.

천재라 알려진 사촌이 설계했다는 것을 구경이나 해 본다는 심정으로 오늘 약속을 잡은 것뿐이다.

현재 자신이 처한 사정이 급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수한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었는데, 그저 한번 구경이나 해 보자는 생각으로 했던 약속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일단 설계도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하니…… 그래, 계약하자!”

수현은 전문가인 연구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모두 확인했기에 수한을 보며 계약을 하자고 했다.

일단 친척이라고 하지만 수한이 천하그룹 소속이 아니기에 설계도상의 무기를 생산하려면 계약을 해야만 했다.

◈ ◈ ◈

현재 천하 디펜스의 상황으로써는 빠르게 계약을 하여 무기를 만들어 실험을 해야만 했다.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실험을 해야 하고,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군 관계자에게 시범을 보이고 난 뒤 국방부와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를 모두 밟고 채택이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이다.

물론 설계도가 있으니 금방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실전 실험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최소 몇 개월은 소비가 될 것이니 어서 빨리 계약을 끝내야만 했다.

그렇지만 계약은 생각보다 순조롭지 못했다.

비록 수현과 수한이 친척이라고 하지만 이 일은 엄연히 비즈니스인 것이다.

개발자와 기업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수한의 입장에선 최대한 많은 계약금을 받기를 원하고, 또 그에 반해 수현의 입장에선 최대한 비용을 아끼려 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무기 설계도 검토와는 다르게 계약은 조금 지지부진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수현은 조금 전 수한이 요구한 계약금에 난색을 보였다.

수한이 계약금으로 2천억을 불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옵션으로 자신이 설계한 무기를 판매할 때마다 5%의 인센티브를 요구한 것이다.

순익이의 5%도 아니고 판매액의 5%를 요구했으니 수현으로서는 과하다 생각하였다.

하지만 수한의 입장에선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무기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이고, 또 시간 등을 계산하면 자신이 요구한 것은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막말로 수현이 담당하여 도입한 대전차 미사일의 구매 금액만으로도 수한이 계약금으로 요구한 금액을 상회한다.

그런데 겨우 구매 대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대전차 미사일의 설계도를 소유하게 되는 일인데 수한의 입장에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형님! 잘 생각해 보십시오. 라이센스를 사시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수한의 대답이 있었지만 수현으로서는 선뜻 그의 말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물론 수한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계약을 하려니 그런 것이다.

지난 자신이 전담해 추진한 사업이 잘못돼 후폭풍을 맞고 있는 현재, 이번 계약으로 자신의 아버지나 그룹 회장인 할아버지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수현의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계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계약은 쉽게 이뤄질 수도 있는 일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수현의 이런 지지부진한 모습 때문에 함께 자리하고 있는 천하 디펜스 직원들의 표정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었다.

이들의 생각에도 수한의 계약서상 요구는 무척이나 타당하다 못해 퍼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계약을 끓고 있는 수현이 못마땅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정수현 이사가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참으로 도적놈 심보네!’

수현의 부하 직원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수한도 점점 지쳐 갔다.

비록 필요한 기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찾아오긴 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막말로 그나마 자신의 혈족이 운영하는 회사라 찾아와 이런 금액에 판매를 하려는 것이지, 수한도 자신이 설계한 설계도의 가치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설계도를 미국 방위 산업체인 제너럴에 판매한다면 지금 수한이 천하 디펜스에 요구한 금액의 1000배는 더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계약을 한다면 인센티브는 받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에 계약을 포기할까, 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막말로 작은 제약사를 하나 차리겠다는 계획을 철회하면 되는 문제였다.

어차피 현재 자신의 여건상 제약사를 차린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운영을 하려면 대체 복무가 끝나는 3년 뒤나 되어야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전문 경영인이나 아니면 양어머니인 최성희에게 대신 경영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할 판이다.

시간만 자꾸 허비하고 진척이 없자 급기야 최후 통첩을 했다.

“형님! 계약할 의사가 없으면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형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런 무기 설계도를 그 가격에 구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수한의 말에 수현도 불현듯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괜한 욕심에 이번 계약이 불발이 되고 그 이야기가 그룹 회장인 할아버지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정말로 후계자와는 완전 멀어지는 것이었다.

문득 자신의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괜히 그들이 자신을 보는 모습이 자신의 실수를 찾아내려는 눈빛처럼 보였다.

“좋아! 네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 대신 나도 조건을 하나 걸게!”

“조건을 하나 거시겠다고요?”

수한은 수현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이렇게 좋은 계약 조건에 또 어떤 수한은 물론이고 천하 디펜스의 직원들도 멍한 표정으로 수현을 돌아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회사 사정으로 네가 제시한 계약금을 일시불로 지급할 수가 없다. 너도 저번에 가족 모임에서 들어 알겠지만 현재 우리 회사가 조금 어렵다.”

수현의 말은 현재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 일시불로 계약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계약금을 분할 지급하겠다는 소리였다.

대신 인센티브를 10%에서 15%로 상향 지급 하기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수한은 그런 수현의 계약 조건을 듣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수현이 제시한 조건이 수한이 생각하기에 그리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에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차라리 이게 더 수한 자신에게 좋았다.

모두 필요한 것도 아닌데 굳이 엄청난 계약금을 받아 통장에 묵혀 둘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설립하려는 제약사의 초기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수현이 제시한 200억보다는 적게 들 것이란 생각에 수락을 하였다.

초기 계약금으로 200억을 지급하고, 6개월 뒤 다시 200억을 지급하고 다음은 분기마다 200억씩 지급하기로 했다.

인센티브는 무기를 판매한 뒤 분기별로 정산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초 계약금을 지불하고 6개월 뒤에 2차 계약금을 지불하는 이유는 설계도대로 무기를 제작해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둔 것이다.

즉, 무기를 제작하고 실험하고 또 국방부와 협약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계약이 끝나고 양측 모두 원만하게 계약이 끝난 것을 축하했다.

◈ ◈ ◈

“엄마! 저 왔습니다!”

수한은 현운사 산문을 들어서며 소리쳤다.

마침 마당을 지나던 최성희는 느닷없이 들려오는 양아들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았다.

“어머? 아들 어쩐 일이야? 바쁘다고 하지 않았니?”

“헤헤, 바쁘긴 해도 엄마 얼굴 보고 싶어 내려왔어요.”

“에구, 듣기만 해도 기쁘네! 그런데 정말로 어쩐 일이야?”

최성희는 수한의 말에 기쁘긴 했지만 아들이 겨우 그런 일로 지리산까지 내려왔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고 물었다.

이미 대체 복무를 하기 위해 연구소에 출퇴근을 하느라 피곤할 것인데 겨우 하루 있는 휴일 이곳까지 내려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정말이라니까요. 엄마 얼굴 뵈러 온 것이에요.”

수한은 최성희의 추궁에도 능글맞게 대꾸를 하며 빙그레 웃었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최성희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할아버지 안에 계시니 어서 들어가 인사드려라!”

“네, 그럼 할아버지랑 이야기 할 것도 있고 하니 조금 뒤에 찾아뵐게요.”

“그래, 그럼 조금 뒤에 보자.”

“예.”

수한은 최성희에게 인사를 하고 의붓 할아버지 혜원이 있는 객방으로 향했다.

이미 나이가 있어 거동이 불편한 혜원은 이곳 혜원사 주지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현재 객방 하나를 차지한 채 시간을 정리하고 있었다.

최성희는 그런 혜원이 마지막을 정리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이곳에 남아 수발을 들고 있었다.

수한은 양어머니인 최성희와 헤어져 혜원이 묵고 있는 객방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안에 신호를 보냈다.

“할아버지, 저 수한입니다.”

“허허, 우리 전륜성황께서 오셨나!”

혜원은 수한을 만나기 전 꾸었던 전륜성황의 모습을 기억하며 수한을 부를 때면 전륜성황이라 불렀다.

이는 정말로 수한의 정체를 부처께서 이 나라를 위해 보낸 전륜성황이라 믿고 또 수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의미로 그렇게 부른 것이다.

물론 수한도 혜원이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것에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의붓 할아버지가 되어 준 혜원의 소망이 그것이라면 꼭 이루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헤헤, 할아버지 아직도 제가 전륜성황이라 생각하세요?”

수한은 자신을 전륜성황이라 부르며 깡마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 혜원의 손길을 느끼며 그렇게 물었다.

그런 수한의 질문에 혜원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한껏 띄며 대답을 하였다.

“그럼, 넌 부처님께서 어지러운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보내신 전륜성황이지. 이 할애비가 부처님을 만나 뵙고 직접 들었다니까!”

마치 손자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혜원은 객방 문 밖으로 보이는 골짜기를 보며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 혜원을 보던 수한은 객방 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할아버지, 3월이라고 하지만 아직 바람이 차요. 안으로 들어가요.”

“그래, 그러자꾸나.”

두 사람은 방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혜원이 아랫목에 자리하자 수한은 혜원에게 큰절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인석아! 인세에서 고생했으니 이젠 부처님이 계신 극락정토에 가야지!”

혜원은 수한의 말에 정색을 하며 난색을 표했다.

물론 그 말이 정말로 빨리 이 세상을 떠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래, 어쩐 일로 여까지 내려왔느냐?”

할아버지의 질문에 수한은 자신이 혜원을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할아버지, 제가 작년에 친부모님을 만나러 외국에 갔다 온 것은 아시죠?”

수한은 자신이 작년 캄보디아로 친부모를 만나러 갔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오늘 혜원을 찾아온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한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혜원은 자신도 모르게 염불을 외쳤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수한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동안 자신이 했던 일이 무언지 반성을 하게 되었다.

한민족을 지킨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지킴이의 수장으로서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참으로 부끄러웠다.

이제 겨우 약관이 된 손자는 벌써 뜻을 세우고 자신을 찾아와 의논을 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앞에 있는 손자의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웠다.

“그래, 생각해 놓은 것은 있느냐?”

혜원은 수한이 자신의 복수도 뒤로하고 불쌍한 동포를 돕기 위해 준비를 한다는 말에 물었다.

그런 혜원의 물음에 수한은 드디어 혜원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예, 제가 미국에서 전공한 것들 중 의약 분야에 가장 자신이 있습니다. 비록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준비해 둔 것도 있으니 회사만 있으면 빠른 시간에 신약을 생산할 자신이 있습니다.”

혜원은 수한의 이야기를 듣다 깜짝 놀랐다.

물론 혜원도 수한이 천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일반적으로 알려진 천재와는 그 궤를 달리하는 비교 불가의……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인재였다.

양녀인 최성희를 통해 수한이 미국에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인간의 생명에 관련된 신약을 이미 개발하였다는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킴이에는 많은 이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중에는 제약 분야에 있는 사람도 있고, 또 의사나 약사, 한의학에 뛰어난 이들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수한이 말한 신약 개발이란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그래도 일반 사람들 보다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도 한의학은 조예가 있어 젊었을 때는 인근 마을에 시주를 나갔다가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간단한 침술이나 처방을 해 주기도 했었다.

“허허…….”

정말이지 말이 나오지 않는 손자였다.

“그래, 그럼 내가 어떤 도움을 주길 바라느냐?”

혜원은 수한의 이야기를 듣다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이 도울 일이 뭐가 있는지 물었다.

오랜 연륜을 가지고 있는 혜원이 보기에 손자가 자신에게 뭔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있어 이곳 지리산까지 내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혜원의 질문에 수한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다름이 아니라 봉구 아저씨 회사 있잖아요.”

“봉구? 조봉구? 수원에서 제약회사를 운영한다는 조봉구 말이냐?”

혜원은 수한이 말한 이가 누군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예, 그분 회사가 요즘 자금 때문에 고난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 참 안타까운 사람이야! 능력은 있는데 주변 여건이 참…….”

혜원은 조봉구를 생각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능력은 있는데, 주변 상황 때문에 뜻을 펴지 못하고 사업이 어려워진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말인데, 제게 봉구 아저씨 좀 소개해 주세요.”

수한은 혜원이 조봉구를 자신에게 소개해 줄 것을 부탁했다.

“네가 봉구를 만나 뭐하게? 네가 개발했다는 신약을 만들게 하려고?”

“예, 봉구 아저씨 회사에서 제가 개발한 신약을 만들어 팔려고요.”

“그럼 좋기는 하지만 너도 들어서 알겠지만 현재 봉구 회사가 곧 부도가 날 것이라고 하더라.”

“그건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참에 제가 봉구 아저씨 회사를 인수하려고요.”

“뭐라고? 네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서?”

혜원은 수한이 조봉구의 제약회사를 사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비록 조봉구의 회사가 부도가 날 상태이긴 하지만 그의 회사가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사실 조봉구의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가 너무도 회사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었다.

잘나가던 조봉구의 제약회사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 그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제약사와 병원들의 농간에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오래전부터 병원의 비리가 만연해 있다.

병원의 이익을 위해 제약사에 무리한 리베이트를 요구하기도 하고 또 농간을 부려 비슷한 약을 생산하는 제약사끼리 경쟁을 시켜 약값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중 조봉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은 조봉구가 거래하던 병원들과 경쟁 제약사들이 짜고 조봉구가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게 만든 것이다.

조봉구에게 제약공장 규모를 늘리게 만들고는 거래를 끊어 버렸다.

주문이 늘어 그것을 맞추기 위해 공장 규모를 늘렸더니 하루아침에 거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물론 모든 병원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한순간 많은 거래 주문이 끊기니 대출을 하여 확장한 공장의 가동이 줄어들고, 그러다 이자도 제때 갚지 못하게 되었다.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이런 소문이 장안에 퍼지고 소문이 퍼지니 은행에서는 대출한 원금을 회수하려고 하였다.

이러니 그 종착은 부도로 마무리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비단 조봉구에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에 있는 제약회사에 언제 어느 때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병원은 갑의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많은 이윤을 책임져 주는 회사에 손을 들어 주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제약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자를 물리쳐야만 한다.

만약 조봉구가 조금만 욕심을 줄였더라면 무리해서 공장을 늘리려고 대출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수에 맞게 들어오는 주문을 거절했어야 하지만 은행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무리하게 규모를 늘리니 이런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혜원은 수한이 조봉구를 소개해 달라는 말을 하자 난감했었다.

조봉구가 당장 은행에 갚아야 할 빚이 20억이나 되기 때문이다.

물론 20억이 조봉구가 사장으로 있는 제약회사가 갚아야 할 빚의 전부는 아니다.

일단 이달 안에 20억을 갚지 않으면 부도가 난다.

그리고 그 뒤로 돌아오는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면 그때도 부도를 맞을 수 있었다.

이렇게 부채가 많은 제약회사의 사장인 조봉구를 소개해 달라는 수한의 말에 걱정이 들었다.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혜원은 수한을 한 번도 남이라 생각지 않았다.

18년 전 자신을 찾아왔을 때부터 수한은 혜원에게 손자였고, 혈육이었다.

◈ ◈ ◈

“어르신 안녕하셨습니까?”

조봉구는 혜원의 호출에 깜짝 놀랐었다.

계속되는 자금 압박과 밀려오는 어음 결제 일을 생각하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괜한 감언이설에 속아 계산도 하지 않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무리한 대출을 받은 때문에 현재 뒷목을 잡고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러던 차에 할아버지 때부터 인연을 맺어 온 혜원 스님이 찾자 자신의 할아버지를 뵙는 기분으로 지리산 현운사에 들렸다.

한순간만이라도 근심 걱정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 혜원이 부르자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내려온 것이다.

자신이 회사에 있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정말로 무작정 내려왔다.

괜히 누군가에게 자신의 심정을 풀어 놓지 않으면 정말이지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요즘 고생이 많다고 하던데, 좀 어때?”

혜원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사자 앞에서 표시를 낼 수가 없어 이렇게 물었다.

그런 혜원의 질문에 조봉구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토해 내듯 대답을 하였다.

“좀 힘드네요.”

다른 때 같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오래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친우이고 또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의 후견인이었으며 자신의 결혼식에 주례를 봐 준 사람이 바로 혜원이었다.

이미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할아버지의 친우였으니 적어도 100세는 넘었을 것이라 예상을 할 뿐이다.

“저 그런데 어쩐 일로 절 부르신 것인지요.”

조봉구는 할아버지의 친우였던 혜원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을 부른 용건을 물었다.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는 조봉구의 모습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참으로 기개가 뛰어났던 아이인데…….’

혜원은 지금 조금은 위축되어 있는 조봉구의 모습에 참으로 안타까웠다.

매사에 사리분별이 뛰어나고 인의가 투철했던 아이인데, 현실에 치여 의기소침해진 모습이 보기 좋지 못했다.

“네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불렀다. 밖에 수한이 있으면 안으로 들어오너라!”

이미 밖에는 조봉구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수한이 대기하고 있었다.

연구소에서 대체 복무를 하고 있기에 수시로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수한은 일주일 전 혜원에게 부탁을 해 조봉구를 만나게 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오늘 그가 오기 전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봉구 아저씨.”

수한은 방 안으로 들어서며 조봉구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조봉구는 눈만 깜빡였다.

“그, 그래, 수한이. 오랜만이다. 전에 미국에 간다고 인사를 왔을 때 보고 처음이지?”

조봉구는 수한이 방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에 무슨 일인가, 생각을 하다 자신을 보며 인사를 하는 수한에게 마주 인사를 했다.

눈앞에 있는 수한은 자신의 큰딸과 동갑인 아이였다.

동갑인 자신의 딸은 이제 대학에 들어갔는데, 수한은 어려서부터 천재로 알려지며 미국에 유학을 간다며 5년 전에 인사를 왔었다.

그런데 듣기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것은 물론이고 박사 학위까지 받고 돌아오기 위해 장기체류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곳에 있는 것이 놀라웠다.

“그래, 박사 학위까지 받겠다고 하더니 공부를 다 마친 것이냐?”

어려서부터 천재로 불리던 수한이다 보니 혹시나 싶어 물어보았다.

그런 조봉구의 물음에 수한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네, 작년에 학위를 받고 귀국했어요. 지금은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창선 아저씨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대체 복무를 하고 있어요.”

수한은 자신의 현재 거취를 조봉구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런 수한의 대답에 조봉구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자신의 일처럼 축하를 해 주었다.

“아, 그래? 정말 축하한다. 어린 나이에 박사 학위를 따다니…… 정말로 축하한다.”

조봉구의 축하에 수한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 어르신 조금 전 절 부르신 용건을 말씀하시다 말고 왜 수한이를 부르신 것입니까?”

문든 조금 전 일이 생각난 조봉구는 자신에게 용건을 말하겠다던 혜원이 갑자기 수한을 부른 이유를 물었다.

그런 조봉구의 질문에 혜원도 미소를 지으며 수한을 돌아보며 말을 했다.

“자네를 부른 것은 사실 내가 용건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기 수한이가 자네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불렀네.”

혜원의 말을 들은 조봉구는 의문 가득한 눈으로 수한을 돌아보았다.

자신에게 어떤 볼일이 있어 혜원을 통해 이곳까지 부른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조봉구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수한이 나서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지금부터는 제가 아저씨에게 말씀 드릴게요.”

“그래, 난 잠시 부처님 좀 뵙고 오마.”

혜원은 수한과 조봉구 두 사람이 조용히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이 아직 차니 단단히 차려입고 다녀오세요.”

“알았다.”

객방 밖으로 나가는 혜원을 염려한 수한은 걱정을 하였다.

비록 피를 나눈 혈육은 아니지만 끈끈한 조손의 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화였다.

이런 두 조손의 대화에 조봉구는 저절로 마음이 포근해졌다.

그동안 자신의 가슴을 억누르던 압박감에서 어느 정도 해방이 된 듯 마음이 편안해진 것이다.

‘내려오길 잘했네!’

조봉구는 정말로 이곳에 잘 내려왔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동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계속되는 자금 압박으로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더욱이 큰딸은 올해 대학에 들어간 새내기였다.

만약 부도를 맞게 된다며 그의 가족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더 이상 대출이 어렵다는 말만 하고, 거기에 더 나아가 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조봉구의 회사는 무리한 확장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에서 서로 대출을 해 주겠다고 다투던 그런 회사였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부채율도 적고 또 자체적으로 특허도 몇 가지고 있었기에 국내 제약사들 중에서 무척이나 탄탄한 회사였다.

하지만 동종 업계의 함정에 빠진 지금은 언제 부도를 맞을지 모르는 그런 회사로 전락하게 되었다.

물론 조봉구가 부도를 맞는다 해서 은행은 손해가 없었다.

그의 회사가 가진 특허만 다른 제약사에 팔아도 충분히 손해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이런 정도면 이자 상환을 연장해 줄 수도 있는데 은행에서는 조봉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저런 고민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조봉구는 오늘 지리산까지 내려온 것에 만족했다.

“아저씨,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무척 당황스러우시죠?”

“…….”

조봉구는 수한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수한의 말마따나 조금은 당황했기 때문이다.

그런 조봉구를 보며 수한은 이유를 단도직입적으로 꺼냈다.

“제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 너무 고깝게 듣지 마시고 끝까지 들어 주세요.”

“알았다.”

조봉구는 수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하였다.

그가 지금까지 보아 온 수한은 절대로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천재라 불리며 어른들의 기대 이상을 보여 준 아이였기에 조봉구도 다른 지킴이의 어른들처럼 수한을 기대에 찬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수한이 크면 자신의 딸과 결혼을 시키고 싶다는 작은 욕심을 내기도 했었다.

사실 지킴이에 속한 어른들은 수한을 자신의 사위나 손자사위 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수한은 조봉구의 허락이 떨어지자 일주일 전 혜원에게 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진행이 될수록 조봉구의 표정이 수시로 펴졌다 구겨지기를 반복했다.

수한의 이야기가 끝나고 침묵에 빠진 조봉구는 침중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을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비록 어린 나이기는 하지만 천재인 수한에게서 듣게 된 말이라 조봉구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만약 조봉구가 조금만 권위적인 사람이었다면 수한의 말에 크게 화를 냈을 것이지만, 조봉구 또한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수한의 말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네 말은 내 회사를 사고 싶다는 그 말이냐?”

“네, 정확하게는 아저씨의 회사 대주주가 되겠다는 말이에요.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현재 제가 대체 복무를 하는 중이라 회사를 운영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회사를 운영할 능력도 되지 않고요. 제가 아까도 말씀 드렸던 것처럼 제가 아저씨 회사를 인수하게 된다면 전 대주주로 남고 아저씨는 지금처럼 회사를 운영해 주세요.”

“그렇지만 만약 그랬다가 내가 욕심을 부려 회사 돈을 빼돌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미 조봉구의 마음은 수한에게 넘어간 상태다.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는 부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수한이 회사 부채를 갚아 주고, 회사까지 인수해 자신 보고 전문경영인이 되라고 하지 않는가.

더욱이 이번 일로 인지도가 떨어진 회사의 인지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상품까지 가지고 말이다.

막말로 지금 수한이 하는 이야기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 없는 얘기였다.

더욱이 더 이상 은행에 아쉬운 소리를 하며 돈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소리에 조봉구는 해머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처음에는 의심이 되기도 했는데, 수한이 보여 준 계약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수한은 조봉구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수현과 계약을 한 계약서를 보여 주었다.

그 계약서에 수한이 천하 디펜스에서 받아야 할 돈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여유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려 주었다.

수한이 자신에게 건 조건도 결코 나쁠 게 하나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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