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20화 (20/118)

2. 사촌의 사정

루나는 같은 그룹 리더인 수정이 외출을 한다는 말에 무턱대고 따라 나왔다.

사실 그녀가 속한 그룹은 스케줄이 끝나면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았다.

스케줄이 끝나면 언니들이 모두 숙소에 있거나 매니저를 따라서 회사에 가 연습을 한다.

그러다 보니 루나는 가끔 일탈을 꿈꾸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위치가 그룹 내 막내니 자기주장을 강하게 어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리더인 수정이 스케줄이 끝났는데 메이크업을 지우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눈치가 빠른 루나는 수정이 외출을 하려는 것을 눈치채고 기회를 엿봤다.

분명 매니저인 최한나가 혼자 내보내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정은 그룹 내 리더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속한 기획사의 모기업인 천하그룹의 오너 가족.

괜히 날파리가 꼬일 수 있어 외출을 할 때면 매니저가 동행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회사에 일이 있기에 따로 매니저를 붙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한참을 최하나 실장과 수정이 실랑이를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다 수정의 입에서 동생을 만나러 간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자신이 알기로는 수정에게 동생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동생이란 말을 하자 실장님도 외출을 허락하는 것이 아닌가.

수정이 만난다는 동생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고, 외출도 하고 싶은 마음에 기회는 이때다 싶어 나섰다.

그런 루나의 행동에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최한나 실장은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과 로드매니저는 일이 있어 다른 멤버들을 숙소에 데려다주고 회사로 들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카페에 들어설 때까지도 사실 루나는 수정이 만나려는 동생에 대한 궁금증은 그리 크지 못했다.

루나에게는 오랜만에 매니저와 함께 외출이 아닌 비록 그룹 리더인 수정과 함께하는 것이지만 일단 스케줄 외적으로 외출을 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들뜬 마음에 수정의 뒤를 따라 카페로 들어왔다.

그러다 카페 구석에 혼자 자리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다.

언뜻 봐도 헌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에 사색에 잠겨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지적으로 보였다.

루나는 방송에서도 자신의 이상형은 잘생기고 지적인 남자라고 떠들고 다닐 정도로 이상형에 대하여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아무리 잘생겼어도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은 남자와는 대화도 잘하지 않았다.

사실 방송을 하다 보면 참 잘생기고 키가 큰 남자들은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적인 모습을 보이는 남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삼박자를 모두 갖춘 남자들은 모두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유부남들이었다.

사실 20대에 지적으로 보이기는 무척이나 힘든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결혼 적령기에 미혼이라면 벌써 다른 여자들이 채 갔다.

그러다 보니 루나의 이상형은 방송국에서 찾아보기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 수정을 따라 카페에 왔는데 그곳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본 것이다.

더욱이 연예계에 데뷔를 한다면 바로 대한민국 최고 스타인 왕빈이나 형빈을 능가하는 대표 미남으로 불릴 정도로 대단한 미남자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수정의 뒤를 따라가던 루나는 수정이 자신이 한눈에 반한 남자의 곁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언니 아는 사람이에요?”

생각에 잠겨 있는 이상형의 남자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무척이나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응, 오늘 만나기로 한 내 동생이야.”

루나는 수정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언니가…… 내 이상형이 어떤지 잘 알고 있으면서 이런 킹카를 나한테 소개시켜 주지 않고 있었다니!’

문득 수정에 대한 원망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정이 한 말 중 동생이란 그 말 속에 깊은 애정이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방송가에 생활을 하다 보니 눈치가 빠른 루나였다.

분명 깊은 애정이 깃들긴 했지만 그건 이성 간의 그런 애정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그런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언니 정말로 동생이 있던 거야? 언니 무남독녀라 하지 않았어?”

루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정에 대한 가족관계를 떠올리며 작게 물어봤다.

그런 루나의 물음에 수정은 작게 코를 찡긋 하더니 그간의 사정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약속을 한 동생은 아직 자신이 왔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그리 고민하는지 사색에 빠져 헤어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한이 혼자만의 생각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며 수정은 자신에게 질문을 한 루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루나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았다.

무엇 때문에 루나의 표정이 밝은지 알 수는 없었지만 계속 기다리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일단 수한을 깨우기로 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

웬만하면 생각이 끝날 때가지 기다려 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자신 혼자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같은 그룹의 막내와 함께 나왔다.

자신보다 2살 어린 동생이지만 자신의 동생인 수한보단 2살 많은 누나였다.

사실 혼자 몰래 나오고 싶었으나, 매니저인 최한나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그룹 막내인 루나를 데려온 것이다.

“어? 누나 언제 왔어?”

수한은 조금 전 주지훈 목사와 상의했던 문제를 생각해 보던 중이라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약속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깨닫지 못했던 수한은 얼른 누나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런데 사과를 하던 중 누나의 옆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눈을 깜빡였다.

‘어? 누구지?’

언뜻 봐서는 매니저 같지는 않았다.

외모가 자신의 누나인 수정 못지않게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수정이 고양이 상에 도도한 여신과 같은 미모를 지니고 있다면, 함께 나온 여성은 약간 귀여운 그러면서도 호기심 많은 아기 고양이 같은 인상을 풍기는 미녀였다.

“응, 여긴 누나가 있는 그룹의 막내 루나라고 해. 루나야, 여긴 내 동생 정수한.”

수정의 소개가 있자 수한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정수한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정수정이라고 합니다.”

“정수정이요?”

루나가 자신의 예명이 아닌 본명을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수한이 눈이 커지며 자신의 누나인 수정을 돌아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루나의 본명이 자신의 누나인 수정과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이름도 성도 같아 놀란 것이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말을 했던 루나는 수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건 수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네가 생각하는 게 맞아. 나하고 이름이 같아서 헛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이름처럼 크리스탈이란 예명을 지었고, 루나도 그렇게 예명을 사용하는 거야.”

“아!”

수한은 수정의 설명을 듣고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루나가 너보다 2살 많으니 앞으로 나한테 하듯 잘 지내. 루나도 수한이 보면 친동생처럼 잘해 주고.”

“알았어, 누나. 루나 누나, 앞으로 잘 부탁해요.”

“으응, 그래. 잘 지내자.”

루나는 수한이 자신을 누나라 부르며 잘 부탁한다는 말에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수한의 손을 잡으며 말을 하였다.

‘하필 이상형이 연하라니…….’

루나는 정말로 울고 싶었다.

정말 처음으로 한눈에 반한 이상형의 남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동생이고, 또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남자라는 것을 알고 좌절했다.

솔직히 나이가 어린 것은 뭐 장애가 되지 않았지만, 그 연하의 남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의 동생이란 것이 함부로 손을 내밀지 못하게 억제를 하였다.

수정의 동생이란 것까지는 좋았는데, 연하라는 것에서 막혀 버렸다.

동갑만 되었어도 수정에게 떼를 써서라도 연결해 달라고 부탁을 했을 것인데, 왜 하필 연하란 말인가.

루나는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루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정과 수한은 루나에게서 관심을 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무슨 일인데 날 보자고 한 거야?”

“응,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엄마, 아빠 보러 캄보디아에 갔다가 일이 좀 있었는데…….”

수한은 누나의 질문에 오늘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이유에 대하여 차근차근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에서 탈북자를 만나고 또 그들을 돕는 주지훈 목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감탄을 하였다.

그리고 국경수비대에 걸려 탈북자 중 일부가 그들에게 억류되었다고 했을 때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내가 배운 것이 있어서 그들을 구출해 줄 수는 있었어. 그런데 앞으로 탈북자를 돕기 위해선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내가 미국에서 공부했던 걸 일부 활용해 그 비용을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은데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누나를 만나 이야기를 해 보면 방도가 있지 않을까, 해서 만나자고 한 거야.”

수한은 자신이 수정을 만나자고 한 이유에 대하여 설명했다.

정말로 수한은 탈북자들을 돕고 싶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수한으로서는 같은 민족이면서 분단되어 있는 현생의 조국이 답답했다. 또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한국 소식을 접했을 때 북한이나 자신이 태어난 대한민국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말로는 같은 민족이니 도와야 한다면서 정작 그 말을 떠드는 자들은 그들을 돕기 위해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탈북자들만 돕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도 돕지 않고 자신의 사리사욕만 취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모습을 외부에서 지켜볼 때마다 수한은 왠지 외국의 동문들이 자신을 측은하게 쳐다보는 듯 느껴졌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수한은 대학에서 억척같이 공부를 하고 또 논문을 작성했다.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으니 학과 공부는 무척이나 쉬웠다.

더욱이 전생에 없던 새로운 것들을 접하다 보니 마법의 깨달음도 더욱 깊어져 금방 전생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었다.

“어쩌지 나도 모아 놓은 게 별로 없어서 네가 하려는 것을 도와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텐데…….”

수정은 수한의 이야기를 듣고 수한이 하려는 일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자신이 비록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의 리더라고 하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자신이 대그룹 오너의 직계라고 하나 아직 할아버지도 정정하고 유산을 받으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다.

자신의 통장에 몇 억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수한이 하려는 일을 생각하면 새발의 피였다.

수정의 대답을 들은 수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 수한도 수정에게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수한 자신이 속한 지킴이에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수한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괜히 그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모인 단체라고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부탁은 가족이나 수정에게 할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 부탁하는 건 아니었다.

수한이 지킴이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주지훈 목사를 한빛에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더 이상은 민폐였다. 비록 자신이 지킴이의 회장인 혜원의 손자라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해야 하는 문제다.

알고 있는 것은 많은데, 그것을 가지고 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참으로 답답했다.

수한은 전생에 자신이 마도사로 깨달음을 얻기까지 연구했던 생명마법에 관한 것은 물론이고 현생에서 그와 비슷한 생명공학을 공부해 더욱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잘만 활용하면 이케아 대륙에 있던 포션에는 못 미치지만 그와 비슷한 약품을 현생에서도 만들 수 있었다.

이케아 대륙에는 트롤이란 재생력이 강력한 몬스터가 있지만 이곳 지구에는 그런 몬스터가 없었다.

하지만 트롤과 비교할 수는 없으나 지구에도 자가 치유력이 뛰어난 생물들이 꽤 있었다.

그것을 조금만 더 연구를 하면 충분히 지금 나와 있는 그 어떤 외상 치료제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수한이 이것을 연구해 미국에서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현생에서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에 대한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자신의 말에 수한의 표정이 좋지 못하자 수정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그렇게 잠시 자리에는 침묵이 흘렀다.

수한과 수정의 대화를 들으며 루나 또한 자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란 생각에 조용히 있어 더욱 조용했다.

주변의 소음과는 별개로 수한이 있는 자리만은 그렇게 침묵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런 침묵이 답답했는지 수정이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아!”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

수정의 감탄사에 뭔가 긍정의 향이 풍겼기에 수한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쳤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수정이 대답했다.

“응, 난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 없어 크게 도와주진 못하지만 오빠들은 회사에서 일을 한지 오래되었으니 널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오빠? 누구?”

“아, 전에 가족 모임에서 봤잖아! 수종 오빠하고 수현 오빠!”

수한은 수정의 설명에 그때서야 수정이 오빠라 부른 사람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사촌형인 두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수정의 말이 들려왔다.

“아, 수현 오빠는 안 되겠다.”

“그건 무슨 말이야? 그 형은 왜 안 되는데?”

수한은 수정이 한 말의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수정은 수현은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게 요즘 수현 오빠 사정이 좋지 못하거든.”

“사정이 좋지 못하다고? 어떤 사정이 있는데?”

“그게…….”

수정은 현재 사촌인 수현의 사정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현재 수현이 후계 수업을 받고 있는 회사의 사정이 무척이나 좋지 못했다.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군 장비에 대한 국정감사가 무척이나 타이트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일부 품목에서 불법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수현이 있던 기업에서 납품한 물자는 이상이 없이 통과를 하였다.

하지만 수현의 주도로 수입해 군에 납품한 장비에서 결함이 뒤늦게 발견이 된 것이다.

그 때문에 현재 수현은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외부에서는 회사가 부도덕하게 불량품을 수입해 국방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하였고, 또 회사 내에서는 그 사업을 주도했던 수현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현은 간부들이 말을 하지 않지만 자신을 비난하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수현이 오너 일가로 후계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을 간부들이 알고 있기에 드러내 놓고 비난하지 않을 뿐이란 사실을 말이다.

수한은 수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심에 빠졌다.

분명 가족 모임에서 그들이 회사에서 어떤 직책에 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들었다.

그리고 모임이 끝나고 수한은 집에 돌아와 그들에 대한 자료도 따로 조사를 해 읽어 보았다.

분명 그런 정보가 있었다.

사촌형인 수현에 대한 생각을 하다 뭔가 머릿속을 번쩍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아!”

수한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무슨 일이야?”

수한의 감탄사에 수정은 무슨 일인지 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어 가던 표정이더니 무슨 일인지 표정이 밝아지자 수정도 궁금해져 물은 것이다.

“아, 잘하면 수현 형도 좀 돕고 또 내가 하려는 일의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나서…….”

“그래? 뭔데? 뭔데?”

수한이 곤궁에 빠진 사촌도 돕고 또 자신이 하려는 일의 자본금을 마련할 길이 있다는 말에 궁금해진 것이다.

그런 수정의 모습에 수한은 어이가 없었다.

이제는 20대 중반에 들어가는 수정이 마치 어린아이마냥 동그랗게 눈을 뜨고 물어오는 모습에 그만 실소를 하고 말았다.

“누나, 체통을 지켜! 누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그룹 리더잖아?”

“그래. 언니, 창피해요.”

수한의 말에 그동안 조용히 수한과 수정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만 있던 루나가 수한의 말을 받았다.

그런 두 사람의 말에 수정은 얼른 자세를 바로 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자신들을 보는 주변의 시선이 느껴진 때문이다.

◈ ◈ ◈

천하 디펜스, 천하그룹이 거느린 계열사 중 방위산업을 하는 계열사였다.

원래 천하그룹에는 방위산업체가 여러 개였으나 다년간 계속된 경영악화로 이를 통폐합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방위산업은 사향산업으로 들어섰다.

최고의 몇 개 회사 빼고는 만성적인 적자를 면치 못해 도산을 하거나 다른 업체에 M&A를 당하였다.

천하그룹 또한 천하 디펜스, 천하 금속, 천하 화학 등 방위산업과 관련된 업체만 다섯 곳이나 되었다.

하지만 천하그룹도 세계적인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일신그룹과 척을 지면서 보이지 않게 계속되는 그들의 방해로 더욱 어려워지자 천하그룹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관련 업무를 통폐합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천하 디펜스에 천하 금속과 레이더 설비를 개발 생산하던 천하 에코 그리고 폭약을 만들던 천하 화학의 일부 공정을 천하 디펜스로 통합하였다.

이렇게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많은 직원과 임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나중에 사업이 정상화 되면 우선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희망 퇴직을 받았기에 별다른 잡음은 없었다.

다른 기업들은 기업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말로는 명예퇴직이란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직원들을 강제로 퇴사를 시켰지만 천하그룹은 그렇지 않았다.

오랜 기간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한 직원들을 그렇게 퇴직을 시킨다는 것에 고개를 숙이며, 한동안 신입직원을 모집하지 않고 희망자에 한해 퇴직한 계열사 직원을 그룹 차원에서 취업을 시켜 주었다.

그 때문인지 회사를 위해 퇴사를 하였지만 퇴직한 천하그룹 직원들은 회사에 그리 큰 불만을 나타내진 않았다.

자신들도 회사가 정상화 된다면 다시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천하그룹에 큰 위기가 닥쳤다.

아니, 천하그룹만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천하그룹의 계열사 중 천하 디펜스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타깃이 되어 얻어맞고 있었다.

◈ ◈ ◈

―국방부 국정감사와 육군에 보급된 군 장비에 관한 국방위 감사에서 국방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방위 감사 내용 중에 군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 중 일부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총 5,500대 이르는 북한의 전차를 막기 위한 육군이 보유한 대전차무기 중 상당 부분 이미 사용 시한이 지났거나 불량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나 작동을 하는 무기조차도 북한의 전차인 폭풍호와 천마호, 그리고 주력 전차인 선군호의 방어를 뚫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관계로 국방부는 작년 긴급 예산을 책정해 대전차 미사일을 사들였는데, 그 또한 30%가량이 불량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불량 대전차 미사일을 사들인 업체는 국내 굴지의 C그룹 계열사인 C디펜스라는 업체로…….

틱!

일단의 사내들이 모여 TV를 시청하다 모니터를 껐다.

쾅!

TV를 사내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런데 그중 가장 상석에 앉은 노년의 사내가 앞에 있는 테이블을 힘껏 내려쳤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어떻게 했기에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모르고 있었던 것이냐!”

“할아버지 그것이…….”

“갈! 어디서 할아버지란 말이 나와! 여기가 집이야? 회사와 집을 구분도 못하는 놈!”

이곳은 천하그룹 본사 회의실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국정감사에 나오는 뉴스로 신경이 곤두선 천하그룹 임직원들은 드디어 터질 일이 터졌다는 표정이었다.

모두 굳은 표정으로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뉴스를 본 회장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뉴스 내용은 딱 봐도 천하그룹 산하 천하디펜스를 타깃으로 한 내용이었다.

솔직히 사업을 추진할 때도 등 떠밀리듯 추진한 사업이라 시작 초기에도 말들이 많았다.

사업 진행을 해 봐야 좋을 것도 없던 그런 사업이었는데, 회장의 둘째 손자가 사업을 추진했기에 어느 누구도 막지 못했다.

경영 수업을 일환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인데 이렇게 뉴스에까지 나오게 되자 그룹 회장인 정대한 회장의 귀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사업을 추진한 정수현은 대책 회의에 불려 와 있는 와중 뉴스를 시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방금 뉴스를 본 정대한 회장에게 불호령을 듣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곳이 회사란 것도 망각하고 변명을 하려 하다 실수로 할아버지란 말을 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더욱 큰 호통을 들어야 했기에 정수현을 지금 공황 상태에 이르렀다.

“회사에서 취급도 하지 않는 품목을 무엇 하려고 억지로 추진해 이따위 구설수에 오르게 만든 것이야!”

정말로 정대한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들에게 독하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키워 온 회사였다.

하지만 손자 하나가 그룹의 이미지를 망처 놓았다.

그동안 천하그룹과 관련된 회사는 언제나 최고의 물건만 만들어 낸다는 이미지를 심어 놓았다.

그런데 그것이 무너졌다. 더욱이 오늘 국방부에서 공문이 날아왔다.

수입대행을 하면서 리베이트와 불법이 있었는지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문이 날아왔다는 것은 사실상 자신들을 이번 국정감사의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업무를 추진하던 천하디펜스와 담당인 정수현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잘못하면 이 일이 천하그룹으로 번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번 조사에 뭔가 이상한 일이 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TV까지 이름이 거론이 되어 전 국민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기에 희생양이 필요했다.

다른 때 같으면 국정감사 시기만 지나면 흐지부지 될 문제였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NB정권 이후 북한과 첨예하게 대립을 하고 있고 또 얼마 전에도 서해에서 해군 함정 간 소규모 교전이 있었다.

북한은 1999년과 2002년 연평도 인근에서 벌어진 교전 이후 수시로 서해상에서 도발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남북 간 화해 무드로 대한민국은 북한과 적극적인 교전이 아닌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대응만 해 왔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런 대한민국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요즘 들어서는 더욱 도발이 빈번해졌다.

이는 서해상에서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휴전선 인근에서도 요즘에는 북한의 도발로 인한 총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 국방을 지켜야 할 무기가 불량이란 뉴스가 나왔으니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뉴스에서는 천하디펜스에서 납품한 물건이 30%나 불량이라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이는 과장된 보도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뉴스가 나갔기에 천하그룹으로서는 어떻게 손써 볼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의도로 생방송 중에 그런 오보가 나간 것이기에 천하그룹이 뒤늦게 방송국에 항의를 한다고 해도 방송국 측에서는 해당 리포터를 경질하고 정정방송을 잠깐 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천하그룹이 받은 피해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수현은 미치고 환장할 심정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스트레스로 지금 이 자리도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네놈이 벌인 일이니, 네가 책임지고 이번 일 마무리해!”

“알겠습니다.”

수현은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했다.

그런 수현의 모습에 정대한은 보기도 싫다는 표정으로 손짓을 했다.

나가 보라는 표시였다. 그런 정대한의 모습에 정수현은 이술을 깨물었다.

할아버지인 정대한은 언제나 저런 표정과 행동을 하였다.

자신이나 사촌인 수종에게 최고만을 강조하고 천하그룹을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으로 만들기를 요구했다.

그런데 얼마 전 보았던 사촌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작은 아버지의 자식들인 수정과 18년 만에 돌아왔다는 사촌동생에게 보내는 할아버지의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회장실 밖으로 나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눈빛이 차가워졌다.

괜한 자격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따르릉!

할아버지인 정대한에게 혼나고 회사로 돌아가려던 때 전화기가 울린 것이다.

발신자를 보니 사촌인 정수정이었다.

“음!”

발신자 표시를 본 수현은 괜히 짜증이 났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없기에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내면을 감추는 것은 무척이나 쉬웠다.

“그래, 어쩐 일로 대한민국을 빛내는 요정이 내게 전화를 한 거냐?”

자신의 기분을 감추며 아주 친근하게 수정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수정이 잠시 만나자는 말을 하자 약속을 잡았다.

“그래, 거기로 가면 되는 거지?”

수현은 뭔가 자신과 거래할 게 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하는 업무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수정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고 하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차피 지금 기분으로는 일도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아 수정이 말한 약속 장소로 차를 몰았다.

◈ ◈ ◈

딸랑!

문이 열리자 작은 방울 소리가 울렸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정수현은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자신을 부른 수정의 모습을 찾았다.

사실 수현도 자신의 사촌인 수정에게 살짝 마음이 있었다.

사촌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친구들이 아닌 그가 수정에게 작업을 걸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정은 자신과 사촌이었다.

일본이라면 그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사촌 간의 결혼은 허락되지 않았다.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이지만 수현은 수정이 있는 자리로 향했다.

자신은 수정과 어떻게 되지는 않겠지만 친해져 자신의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에 언제나 수정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무슨 일로 부른 거야? 전화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일이란 건 또 뭐고?”

수현은 자리에 앉자마자 수정을 향해 자신을 부른 용건을 물었다.

그런 수현의 모습에 수정은 자신이 부른 용건을 수현에게 말했다.

“아, 내가 오빠를 부른 것은 내가 용건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수한이가 오빠에게 볼일이 있다고 해서……. 수한이는 아직 오빠 연락처를 모르잖아.”

수현은 수정의 말에 잠시 인상이 구겨졌다.

하지만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음료를 마시던 수정은 그런 수현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수한이가? 무슨 일이지? 그런데 수한이는 아직 안 왔나?”

수현은 자신에게 볼일이 있다고 수정에게 대신 약속을 잡게 한 수한이 아직 자리에 없자 조금은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수현의 모습에 수정은 짐짓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오빠 그런 거 아냐. 수한이는 잠시 누구 배웅 좀 하느라 나간 거야. 조금 전까지 나랑 함께 있었는데…….”

수정은 수현이 불쾌해하는 모습을 보고 변명을 했다.

조금 전까지 자신과 함께 나온 루나를 숙소로 데려다주기 위해 현재 자리를 떠났기에 수현이 오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 내가 속한 그룹에 루나라고 알지?”

“루나? 그래, 알지.”

“오늘 내가 수한이 만나러 나오는데, 한나 언니가 못 나가게 하잖아. 그래서 루나를 함께 데리고 나왔었거든.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어 수한이 보고 데려다주라고 했어.”

수정이 속한 그룹은 이미 활동한 지 5년이나 된 그룹이다 보니 숙소에서 생활하든 아니면 따로 집을 장만해 활동을 하든 간섭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수정은 자신의 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수정의 집은 서울에 소재해 있고 회사와도 가까워 데리고 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집은 모두 지방에 있어 따로 집을 구해 나가지 않는 이상 숙소에 있는 것이 편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이다 보니 이들을 찾는 곳이 많아 따로 집을 얻어 생활하기보단 함께 생활하는 게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있으면서도 회사에서 지급하는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곧 올 시간 되었어!”

수현은 수정의 변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수정이 말한 루나에 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관에서 방울 소리가 들렸다.

딸랑!

◈ ◈ ◈

수한은 누나의 부탁으로 오늘 알게 된 루나를 그녀의 숙소까지 데려다주게 되었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적극적으로 자신의 말에 호응을 하는 그녀로 인해 수한은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누나, 도착했어요.”

“응, 벌써 도착한 거야?”

“네, 오늘 즐거웠어요.”

수한은 루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루나는 수한의 말에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차를 타고 오면서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카페에서 첫눈에 반해 버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수한과 함께 있고 싶었다.

하지만 수한이 조금 뒤 사촌과 사업적으로 이야기 할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차에서 내렸다.

“우리 다음에 또 볼 수 있을까?”

루나는 차에서 내리면서 작은 용기를 내며 그렇게 물었다.

그런 루나의 모습에 수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느닷없는 그녀의 말에 수한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두근!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 것을 느끼며 루나의 두 눈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루나는 당황하며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 이만 가 볼게!”

루나는 자신보다 어린 수한에게 먼저 다음 만남을 신청한 게 무척이나 창피해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루나의 모습에 수한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럼 시간 되면 다음에 또 봬요!”

수한은 뛰어가는 루나의 뒤에 대고 그렇게 소리쳤다.

너무도 창피해 뛰어가던 루나는 뒤에서 들린 수한의 목소리에 그만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 수한의 차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루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진 수한이었다.

창을 통해 루나에게 손을 흔들어 준 수한은 차를 돌려 조금 전 떠나온 그 카페로 다시 돌아갔다.

수한의 차가 단지를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루나는 가슴이 너무도 두근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이대로 수한을 보내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르고 본 것인데, 정신을 차리니 너무도 창피했었다.

그래서 무작정 자리를 피하고 싶어 뛰었는데, 뒤에서 들려온 수한의 말이 정말이지 너무도 기뻤다.

비록 수한이 자신처럼 반해서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이 반한 상대가 다시 자신을 보자고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행복에 들뜬 루나는 그렇게 발걸음도 가볍게 숙소로 행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뭔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수한이 타고 온 차가 단지를 빠져나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차와 루나의 모습을 번갈아 지켜보았다.

‘이거 특종인데!’

루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의문의 시선은 그렇게 남이 모르는 특종을 하나 건졌다는 생각에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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