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다녀왔습니다
“컷!”
짝짝짝!
우렁찬 남성의 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고하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
“수고 많으셨습니다.”
방송 녹화를 하던 사람들은 PD의 소리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동료 연예인들을 향해 인사를 하였다.
수정은 오늘 오전 해외 스케줄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바로 방송국으로 향했다.
사전 예약된 방송 스케줄이라 다른 멤버들은 귀국 후 휴식을 취하러 숙소로 돌아갔지만 그녀는 다른 멤버들처럼 쉬지 못하고 장시간 촬영을 하였다.
함께 녹화를 한 선배들과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는 그녀를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크리스탈! 스케줄도 다 끝났는데 한잔 하러 가지 않겠어?”
수정을 부른 사람은 연예계에서 바람둥이로 소문난 강한이었다.
강한은 수정보다 데뷔가 2년 빠른 선배로, 현 남자 아이돌 그룹 중 탑에 있는 슈퍼크루의 멤버였다.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연예계라 그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현재 수정은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였다.
해외 스케줄을 마치고 바로 방송국에 달려와 녹화를 할 때문에 무척 피곤했다.
“선배님 죄송해요. 해외 스케줄 끝내고 바로 달려와서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아 오늘은 이만 가 봐야겠네요. 다음에 기회 있으면 그때 같이 한잔해요.”
수정은 자신을 붙잡는 강한에게 완곡한 거절을 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수정의 얼굴에는 음영이 짖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 크리스탈은 내가 봐도 너무 피곤해 보인다. 어서 들어가 봐.”
수정의 거절에 뭔가 말을 하려던 강한 대신 먼저 그 옆에 있던 다른 연예인이 말을 하였다.
방송 녹화가 끝나고 뒤풀이를 하려고 하였는데, 수정의 상태가 영 아니었기 때문에 강한이 붙잡는 것을 일부러 막아 준 것이다.
‘이런…….’
한편 강한은 자신의 앞에 끼어드는 남자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강한의 말을 가로막고 수정에게 쉬라고 말을 한 남자는 강한이 소속된 슈퍼크루와 쌍벽을 이루는 울트라비스트의 리더인 요한이었다.
사실 강한은 울트라비스트의 리더인 요한에게 강한 경쟁심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있는 사이로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부모도 잘 알고 있는 사이로 이들 부모의 관계도 참으로 두 사람의 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강한의 집안도 잘나가는 집안이었지만, 요한의 집은 강한의 집보다 조금 더 잘사는 집이었다.
그리고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두 사람은 언제나 비교되는 관계였다.
하지만 강한은 덩치가 크고 또 남자답게 생긴데 반해, 요한은 호리호리한 체격에 샤프한 도시남의 젠틀한 느낌의 세련된 남자였다.
이렇듯 모든 것이 대조적이면서 또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학교생활은 물론, 연예계에 진출한 것도 비슷한 시기에 했기에 많은 사람들은 두 사람을 비교하길 좋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면에서 약간씩 강한이 요한보다 떨어졌다.
이 때문에 요한은 모르겠지만 강한은 요한에게 심각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많은 여성 연예인과 염문을 뿌리는 것도 사실 그녀들이 이상형으로 요한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요한과 사귀기 전에 자신이 먼저 그녀들과 사귀면 요한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유치한 행동들이었다.
그러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게 부질없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요 근래 깨달으면서 이전에 했던 유치한 행동들을 이젠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 들어 강한은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 한 여자에 정착을 할 때라고 생각한 것이다.
벌써 그의 나이 29살이나 되었다.
물론 30살 이후로도 아이돌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강한은 이제는 슬슬 아이돌 가수를 은퇴하고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바로 수정이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주는 대기업 회장이다.
비록 이제는 건강상 문제로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상위 0.1%에 들어가는 로열패밀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는 외무부 고위공직자이며 그녀의 어머니는 유명 패션디자이너였다.
뒤늦게 패션업계에 뛰어들긴 했지만, 현재 수정의 어머니는 한참 주가 상승 중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이었다.
이렇듯 자신이 결혼을 했을 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수정을 자신의 결혼 상대자로 점찍고 접근을 하고 있는데, 중간에 요한이 막아선 것이다.
‘이 자식도 크리스탈에게 관심이 있는 것 아니야?’
강한은 요한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수정을 보내는 모습에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요한은 방송 녹화 도중 내내 피곤한 모습을 보이는 수정이 무척이나 안 돼 보였다.
만약 오늘 촬영이 몇 시간 더 연장이 되었다면 아마 중간에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수정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요한도 연예계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딱 보기만 해도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그래, 피곤하면 얼른 들어가 봐.”
강한이나 요한 말고도 수정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았다.
함께 녹화를 한 다른 연예인들도 이들 주의로 모여들며 한 말 거들었다.
분위기가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깨달은 강한은 하는 수 없이 오늘은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길, 오늘은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젠장, 다음을 노려야겠군!’
하는 수 없이 강한은 수정에게 들어가 쉬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피곤하다니 그럼 들어가 쉬어라! 연예인은 몸이 재산이니 건강 챙기고.”
마치 착한 선배인양 강한은 자신을 포장하며 수정에게 권유했다.
“네, 선배님들 죄송해요.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아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수정은 얼른 인사를 하고 매니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괜히 늦장을 부리다 다시 붙잡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걸음을 빨리한 것이다.
멀어지는 수정의 모습을 두 눈 가득 담던 강한은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옆에 있는 요한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강한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알고 있는 요한도 고개를 돌려 강한을 보며 피식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요한의 모습에 강한은 모멸감을 느꼈다.
요한의 미소에서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강한의 생각은 맞는 것이었다.
요한이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 도중 끼어든 것은 강한이 무슨 의도로 수정에게 작업을 걸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강한이 수정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이 그저 인사치례로 그런 말을 했다면 그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강한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요한은 괜히 수정이 그와 가까워지는 게 보기 싫었다.
사실 요한도 강한 못지않게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에 민감했다.
어느 순간부터 강한과 자신을 비교하고 또 방송에서도 경쟁구도로 방송을 하다 보니 그를 의식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이상형이라 말했던 여자 연예인들을 자신보다 먼저 가로채는 것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었다.
솔직히 남자들 중 자신을 좋다고 하는 여자 싫어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자신을 좋다고 했던 여자들이 어느 순간 자신과 경쟁을 하는 다른 남자 연예인을 사귄다면 그 남자를 좋게 생각할 수 있을까.
더욱이 평소에도 자신을 보며 이죽거리는 사람을 말이다.
그래서 괜히 강한이 하는 일을 훼방 놓고 싶어져 끼어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의도대로 두 사람이 엮이지 못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넌 나한테 안 돼!’
강한을 보며 요한은 왠지 모를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눈에 빤히 보이는 수작을 하는 강한이 너무도 가소롭게 느껴졌다.
한편 자신을 붙잡는 선배의 손에서 무사히 벗어난 수정은 한시라도 빨리 방송국을 빠져나가 쉬고 싶었다.
‘피곤해 죽겠는데, 같잖은 게 선배라고 붙잡고 난리야!’
수정은 선배랍시고 자신을 붙잡은 강한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문도 소문이지만 자존감이 강한 수정은 사생활이 지저분한 강한을 남자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강한이 선배라고 자신의 몸에 손을 댄 것에 기분이 상했다.
비록 수정이 건방진 성격은 아니지만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하는 자들까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성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강한을 만류하던 요한을 좋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사실 두 사람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둘 다 50보 100보였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두 사람은 서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비슷한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강한이 많은 여성편력을 자랑한다면, 요한 또한 그에 못지않은 여성편력을 가지고 있었다.
잘생긴 외모에 혹한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추파를 던지면, 오는 여자 거부하지 않는다는 듯 사귀었던 것이다.
그러니 수정이 보기에 두 사람은 똑같은 부류였다.
다만 오늘은 피곤한 자신을 붙잡는 강한을 막아 준 것에 고마울 뿐이다.
◈ ◈ ◈
또각또각!
“천천히 가자!”
“언니, 나 피곤해! 어서 가서 쉬어야겠어!”
수정은 방송국을 나가기 위해 빠르게 걸어갔다.
그런 수정의 뒤로 매니저인 최한나는 구슬땀을 흘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이미 다른 스태프들은 퇴근을 하였다.
그 때문에 수정의 의상이나 소품들을 매니저인 그녀가 챙겨야 했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걸어가는 수정을 따라가기가 무척이나 힘겨웠다.
사실 매니저인 그녀도 수정과 함께 해외 스케줄을 하였기에 이만저만 피곤한 것이 아니다.
다만 수정이 방송 촬영을 하는 동안 조금 쉴 수 있었다는 것뿐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완벽한 휴식이라고 볼 수 없다.
방송국에서 담당 연예인이 촬영을 하고 있는데 마음 놓고 휴식을 할 수는 없기에 그녀는 잠깐 의자에 앉아 휴식을 하다 다시 수정이 속한 그룹의 홍보를 위해 방송국 여기저기 인사를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빠르게 걸어가는 수정의 뒤로 최한나는 한숨을 쉬며 따라갔다.
방송국을 나와 입구에 서 있으니 저 멀리서 수정을 태우러 벤이 한 대 다가왔다.
부웅…… 끼익!
벤이 자신의 앞에 서자 막 차에 오르려던 수정은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멈칫했다.
“누나!”
너무나 늦은 시간이라 팬들도 모두 돌아갔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남아 있던 팬이 있었는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비록 피곤하긴 했지만 수정은 밝은 표정으로 오르려던 자세를 풀고 몸을 돌렸다.
“아직 남은 팬이 있었네요.”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 앞에서는 절대로 피곤한 표정을 보이지 않는 수정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부른 팬을 향해 작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금방 바뀌었다.
“수정이 누나, 오랜만이야!”
자신을 예명이 아닌 본명으로 부르는 남자를 보며 수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절대로 자신의 팬들은 자신을 본명인 수정이라고 부르지 않고 예명인 크리스탈이라고 불렀다.
물론 둘 다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명칭이긴 하지만, 수정은 방송과 사생활을 철저히 분리를 하였다.
팬들에게 이런 자신의 생각을 데뷔 때부터 알렸기에 팬들도 그녀의 생각을 존중해 지금은 그녀를 크리스탈이라고 불러 주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당부를 무시하고 본명을 부르는 남자가 나타나자 표정이 차가워졌다.
한편 차에서 대기하던 수정의 로드매니저 겸 보디가드인 유한상은 차에 오르려던 수정이 누군가의 부름에 멈춰 서자 얼른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수정을 부른 남자를 확인하기 위해 차를 돌아갔다.
“누구시죠?”
유한상이 차를 돌아올 동안 수정의 매니저인 최한나는 수정의 앞을 막아서며 물었다.
최한나는 수정의 앞을 막으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를 하였다.
가끔 몰상식한 팬들 중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스타를 보게 되면 돌변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망상에 젖어 스타의 본명을 부르며 스타과 자신이 무척이나 가까운 사이라고 착각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매니저는 언제나 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최한나는 수정을 막아서며 그녀를 부른 사내를 쳐다보았다.
‘어머! 되게 잘생겼다.’
최한나는 사내의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수정을 누나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 수정보다도 나이가 어리단 소리인데, 그렇다는 것은 최한나보다 최소 10살은 어리단 소리였다.
최한나가 수정보다 10살이 많은 34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 이상이나 어린 남자를 보고 얼굴이 붉어진 것이다.
“너무하네. 난 한순간도 누나를 잊어 본 적이 없는데.”
수한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경계를 하는 수정의 모습에 조금은 실망을 하고 그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곧 세월이 너무나 많이 흘렀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다고 하지만 동생 얼굴도 못 알아보다니…….”
수한이 동생 얼굴이라는 말을 하자 수정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뭐? 동생……?”
“동생?”
수정이나 수한의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최한나는 경악을 했다.
최한나도 수정의 집안에 대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수정이 자신이 소속된 천하 엔터테인먼트의 모기업인 천하그룹 회장의 손녀란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동생이 아기일 때 유괴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그런 수정의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청년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생이란 말을 들은 수정의 표정이 놀람에서 순간 싸늘하게 변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자신이 유괴된 수한이라고 찾아온 인간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유괴된 수한이 천하그룹 회장 정대한의 손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기를 데려왔다.
그건 정대한 회장이 자신의 손자를 찾아 주는 사람에게 10억이라는 포상금을 걸었기 때문이다.
10억이란 포상금은 엄청난 금액이다.
강남의 30평대 고급 아파트가 5~6억 정도 하는데, 그런 아파트를 사고도 최소 4억이나 남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그 포상금은 해가 갈수록 더 올라갔다.
10년 전에는 포상금이 50억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한을 찾았다고 아이들을 데려왔지만 모두 포상금을 노리고 꾸며 낸 거짓임이 들통 났다.
그들은 몰랐겠지만 당시에도 유전자 검사가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 검사를 할 수 있었다.
비록 국내에 들어온 것은 오래되었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지금처럼 쉽게 할 수 있는 검사는 아니었다.
아무튼 또 누군가 사기를 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나빠진 수정은 눈앞에 있는 사내를 노려봤다.
“뭐야? 누나는 18년 만에 돌아온 내가 반갑지도 않은가 봐?”
수한은 자신이 돌아왔다는 말에도 누나의 표정이 싸늘한 것이 이상해 그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수한의 말을 들으면서도 표정을 바꾸지 않는 수정이었다.
그런 수정의 모습에 조금 섭섭해진 수한은 짧게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나만 그리워했나 보네…….”
어제까지 가슴 졸이며 기대했던 기분이 실망감으로 나락에 떨어지자 수한은 낙담을 하며 돌아서 걸어갔다.
한편 그런 수한의 모습에 수정은 또 표정이 바뀌었다.
돈을 노리고 자신을 속이려고 했던 것이라면 이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인데 뒤돌아서는 수한의 모습에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뒤돌아 걸어가는 수한의 뒷모습에 진한 슬픔이 묻어났다.
하지만 수정의 매니저인 최한나는 조금 전 수한의 말에 조금은 냉정한 분석을 하였다.
‘설마……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녀가 생각하기에 수한의 말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당시 유괴된 아기는 생후 6개월 정도라 했다.
그런 아이가 자신의 정체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정아, 피곤하지 얼른 숙소로 가자!”
최한나는 얼른 수정을 차에 태우고 이곳을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괜히 미적거리다가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최한나의 부추김에 수정도 고개를 흔들며 차에 올랐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조금 전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선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부웅!
수정이 차에 오르자 차는 걸어가는 수한을 지나쳐 빠르게 방송국을 빠져나갔다.
벤 안에 있던 수정은 차가 수한을 지나칠 때 창밖으로 잠시 수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어둠 속 방송국 주변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으로 희미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사내의 얼굴에서 진한 슬픔을 보았다.
그래서일까.
수정은 운전을 하는 유한상에게 말해 차를 멈추게 했다.
“오빠! 차 좀 세워 주세요.”
“수정아! 어쩌려고?”
“언니, 아무래도 안 되겠어! 확인할 게 있어!”
수정은 최한나를 설득하고 한상에게 차를 세워 주길 부탁했다.
수정의 부탁에 최한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한상에게 말을 하였다.
“한상 씨 잠시 세워 주세요.”
“알겠습니다.”
유한상은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최한나의 말에 차를 멈췄다.
한편 자신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수정의 태도에 낙담한 수한은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씁쓸한 기분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18년 전 유괴를 당했을 당시보다 지금이 가족에게서 버려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기분은 전생에서 친부와 친모에게 버림받았을 때 느끼고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더러운 기분이었다.
어금니를 깨물며 억지로 슬픔을 외면하며 걷고 있는 수한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자신의 앞을 막는 그림자를 본 수한은 고개를 들어 그림자의 주인을 확인했다.
벌써 떠났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정이 눈앞에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수한은 그런 수정을 잠시 쳐다보다 조용히 그 곁을 지나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걸음은 수정의 한마디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말 당신이 내 동생 수한이란 증거…… 있나요?”
수한은 수정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대답을 했다.
“어떤 증거를 보이란 거죠? 당시 난 아기였고, 몸에 가지고 있던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수정의 증거가 있냐는 질문에 수한은 그렇게 대답을 했다.
자신이 유괴되던 당시 자신은 옷을 사기 위해 엄마와 누나 그렇게 셋이서 백화점에 갔다.
만약 누나처럼 컸다면 주머니가 있는 옷을 입었을 것이고, 뭔가 증거가 될 만한 것을 몸에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고 자신이 여자아이였다면 누나처럼 크지 않았다고 해도 뭔가 꾸미기 위해 어떤 물건을 몸에 지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은 사내아이였고, 생후 6개월뿐이 되지 않은 아기였기에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몸에 특별히 증거라고 할 만한 점이나 상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자신이 어떤 증거를 보여야 할까?
이런 생각에 수한은 수정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런 수한의 말에 수정도 한참을 생각하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래, 그걸 물어보는 거야!’
수정은 아주 오래전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어린 시절 동생을 보기 위해 유치원을 갔다 오면 손을 씻고 바로 동생이 자고 있는 방에 찾아갔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당신이 내 동생 수한이란 것을 증명하려면 아기 때 봤던 것들을 설명해 봐요.”
수정은 동생이 아기였어도 무척이나 똑똑해 주변을 살피던 것과 자신의 장난감인 I.봇을 가지고 놀던 것이 생각났다.
한편 수정의 질문에 수한은 잠시 생각을 하다 자신이 아기였을 때 눈을 뜨고 봤던 것들을 하나, 하나 설명했다.
“음, 내가 아기일 때 봤던 것이라면, 요람에 누워서 본 천장에 매달린 모빌하고, 푸른색의 벽지,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던 누나를 처음 보았지. 그리고…….”
수한이 아기였을 때 일을 하나, 하나 말을 할 때마다 수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 아기인 수한이 눈을 뜨고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솔직히 자신도 그랬던 기억을 수한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기억해 냈을 정도였으니.
한편 수정이 차를 멈추고 조금 전 보았던 남자를 다시 찾아가자 최한나는 얼른 사장에게 연락을 하였다.
혹시나 일이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다.
보고를 마치고 수정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누나가 가지고 있던 I.봇을 이용해 글을 배우고 또 아빠, 엄마 그리고 누나와 함께 어딘가로 가서 테스트를 받은 것 그리고…….”
수한은 계속해서 자신이 백화점에서 유괴되기까지의 일들을 모두 들려주었다.
물론 당시 수한이 유괴되면서 당시 정황에 대한 정보가 많이 뉴스로 알려졌지만 집에서의 사소한 행동까지 알려지진 않았다.
그런데 수한이 그런 사소한 일까지 말을 하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수한이 맞니? 내 동생 수한이 맞아?”
자신의 설명에 이제야 자신을 알아주는 듯 누나가 질문을 하자 수한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그렇다니까! 비록 사정이 있어서 당시 함께 탈출한 양엄마와 지금가지 숨어 살고 있었지만, 맞아!”
수한의 말에 이제는 그의 말을 믿게 된 수정은 엉엉 울며 수한을 끌어안았다.
“수한아! 엉엉,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
길바닥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수정이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도 늦은 시간이라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만약 이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대한민국 뉴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그동안 어떻게 지낸 거야? 왜 연락 안 했어?”
수정은 수한을 보며 묻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달리는 차 안에서 수한의 옆자리에 꼭 붙어 앉아 손을 잡고 물었다.
손이라도 놓으면 다시 동생이 사라질 것만 같아 그렇게 꼭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수정의 모습을 뒷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최한나의 눈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수정이 그동안 아기 때 유괴된 동생을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 사기로 판명된다면 수정이 받을 상처가 걱정이었다.
자신이 유괴된 천하그룹 회장의 손자라고 찾아온 이들에 대하여 최한나도 많이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최후는 너무도 비참했다.
감히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대기업의 총수를 능멸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발붙이고 살기 힘들었다.
뭐 물론 그들도 애초에 사기를 쳐 엄청난 보상금을 받아 들통 나기 전에 외국으로 도망치려 했겠지만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었다.
대기업쯤 되면 세계 각지에 연락망이 뻗어 있다.
굳이 지사를 설립하지 않더라도 주재원 정도는 파견할 수 있고 또 그 국가에 요청을 하면 협조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 대기업의 힘을 모르고 순진하게 자신들의 술수에 넘어갈 줄 알고 덤볐던 사기꾼들은 모두 사기죄로 감옥에 갔으며, 그 말로는 비참했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의 굴지의 기업들은 모두 암흑가와 어떻게든 연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유괴되었던 동생이라고 찾아올 때마다 수정이나 그 가족들은 뒤늦게 진짜가 아니라 사기란 사실을 알고 크게 낙담을 하였다.
최한나는 이번에도 또 그런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될 뿐이다.
‘만약 사기라면 널 가만두지 않겠다.’
최한나는 수한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그렇게 다짐했다.
연예계라는 곳이 암흑가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보니 그녀가 다니고 있는 천하 엔터테인먼트도 조폭들과 조금은 연관이 있었다.
물론 천하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연예인들은 천하그룹 산하 천하가드와 계약을 하고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천하가드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이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은 자신들의 선에서 처리를 한다.
이 때문에 천하 엔터도 서울에 있는 조직들의 계보를 꿰고 있었다.
최한나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기에 이번에도 수정을 흔드는 일이 발생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하는 것이다.
수정이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돌 그룹인 파이브돌의 리더이기도 하지만, 수정이 천하 엔터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았다.
아마 최한나의 요청이 있다면 소속사 사장도 충분히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잘 지냈어.”
“도와주시는 분들?”
수정은 동생의 말에 조금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자신이 듣기로 동생을 납치한 이들의 배경에 일신그룹이 있다고 들었다.
일신그룹이라면 지금은 더욱 커져 10대 재벌 안에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대기업이었다.
실종된 수한을 찾기 위해 경찰들도 그렇고 천하그룹도 나서서 찾았다.
뿐만 아니라 그 원수 같은 일신그룹에서도 동생을 찾기 위해 나섰다.
겉으로는 자신들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천하그룹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수정이나 천하그룹 그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무튼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두 곳과 공권력이 총동원되어 찾았지만 찾지 못했는데, 지금 동생의 말을 들어 보며 어떤 단체에서 수한을 숨겨 주었기에 모두 찾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연락은 할 수 있었잖아!”
뭔가 서운한 생각에 수정은 팩 토라져 그렇게 소리쳤다.
그 때문에 잠시 달리던 차가 휘청 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토라진 척 수정이 소리치자 수한은 당황해 뒷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연락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누나도 생각해 봐. 날 납치한 사람들이 얼마나 주도면밀한 자들이었는지. 거기 원장이란 사람이나 부원장이란 사람은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하던 사람이야. 날 구해 준, 지금은 나랑 지금 내 양엄마 역시 그때 죽을 뻔했어.”
“뭐?”
수한이 죽을 뻔했다는 말에 수정이 다시 한 번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당시 난 산 채로 소각장에 던져질 뻔했어…….”
수한은 당시 이안용이 자신과 최성희를 지하 소각장으로 데려가던 일을 생각했다.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자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살기가 돌았다.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바뀌자 차 안의 온도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수정은 차 안이 싸늘해지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건 수정뿐 아니라 뒷자리에 있는 최한나나 운전을 하고 있던 유한상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편 수한은 잠시 그날의 일을 기억하다 고개를 돌리고 누나를 보았다.
‘이런…….’
수한은 자신이 분노한 것 때문에 마력이 움직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범한 사람이 분노할 때는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기운을 느낄 수 없지만, 수련을 한 사람이라면 그동안 몸에 기운이 쌓이기 때문에 통제를 하지 않고 기세가 발산이 되면 보통 사람도 느낄 수 있다.
수한처럼 몸 내부에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지금 누나인 수정을 곁에 두고도 잠시 기운을 통제하지 않아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이런…… 누나 미안.”
“이거 뭐야?”
수한의 사과에 수정은 자신이 느낀 것이 평범한 게 아니란 것을 깨닫고 물었다.
그리고 그런 궁금증은 비단 수정뿐만이 아니라 최한나나 운전을 하는 유한상도 같은 궁금증이 일었다.
더욱이 유한상은 천하가드에서 파견된 경호원이었다.
비록 그것을 숨기기 위해 로드매니저 일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천하가드에 소속된 경호원들은 모두 무술 유단자들이었다.
태권도와 유도 등 알려진 것도 있지만, 천하가드의 경호원들은 알려진 무술 외에도 자체적으로 수련하는 무술들이 있었다.
유한상도 분기마다 한차례 시간을 내 천하가드 연수원에 찾아가 일주일 동안 교육을 받는다.
그때 자신을 가르치던 교관들에게서 느껴지던 기세를, 조금 전 잘 쳐 줘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에게서 느꼈다.
그러니 그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수한은 다른 사람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수정의 질문에 답을 해주 었다.
“별거 아냐. 사람마다 기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데, 난 그것을 좀 더 깊게 수련을 해서 다른 사람들 보다 더 활용할 수 있어. 그리고 잠시 그때 일이 생각나면 나도 모르게 기를 통제하지 못해 그런 거야.”
말을 듣고 있는 수정이나 최한나는 수한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아듣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차 안에 수한을 빼고 유일하게 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튼 그러거나 말거나 수한은 조금 전 수정이 물었던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의붓할아버지로 삼은 분이 있는데, 그분은…….”
수한은 지킴이에 대하여 깊은 것은 아니지만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자신이 최성희와 함께 숨어든 지리산 깊은 곳에 있는 암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곳 주지스님이 오래전부터 민족을 지키는 단체의 수장이며, 또 그곳에 소속된 분들의 도움으로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또 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어머나! 그렇게 고마운 분들이 있었다니, 할아버지가 아시면 그분들에게 충분히 보상을 해 주실 거야! 참 다행이다.”
수한은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수정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지킴이에 소속된 사람들은 절대로 보상을 바라고 자신을 도와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최한나는 어쩌면 정말로 수한이 수정의 진짜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는 것이 막힘이 없고, 또 당시 상황에 너무도 잘 맞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일이라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 사기 조직일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보상금 50억이 크긴 하지만 이 정도의 스케일의 사기를 치려고 오랜 기간 그런 음모를 꾸미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잘 짜인 사기를 치려면 굳이 50억 정도를 노리고 사기를 치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쪽으로 나가는 것이 돈을 더 쉽게, 더 많이 벌 것이기 때문이다.
수한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최한나의 머릿속은 이 때문에 무척이나 복잡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한 가지 제발 이번에는 진짜가 나타나 그동안 애타게 동생을 찾기 위해 노력한 수정이 편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