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한의 행방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청와대 접견실 대통령은 항간에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간의 무차별적인 대립을 중재하기 위해 각 그룹 회장들을 불러들였다.
웬만해서는 이렇게 대통령이 직접 중재를 위해 기업인을 부르지 않을 것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너무도 심각한 문제라 중재와 함께 경고를 하기 위함이 컸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화해를 하시지요.”
예전보다 대통령의 권위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나, 아직도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라면 대한민국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릴 대기업조차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런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지만 불려 온 두 그룹 회장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상대를 노려볼 뿐이다.
“어허! 이 사람들이…….”
자신의 중재에도 아무런 대답도 않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을 보자 대통령도 눈썹이 올라가며 목소리도 높아졌다.
“각하,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말에 자리에 불려 온 정대한 회장은 일신그룹 회장인 신영호를 노려보며 그리 말을 하였다.
“저도 그럴 수 없습니다. 먼저 싸움을 걸어 온 것은 천하그룹입니다, 각하!”
정대호 회장의 대답에 신영호 회장도 덩달아 자신도 중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번 싸움의 원인이 천하그룹에 있다고 선언을 하였다.
“뭐라! 원인이 내게 있다고? 허참, 감히 내 손자를 유괴를 하고도 발뺌을 한다는 말인가?”
“뭐요? 유괴?!”
느닷없는 유괴라는 말에 대통령은 깜짝 놀랐다.
이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유괴는 엄연히 범법 행위다.
결코 용서될 수 없는 범죄인데, 지금 기업을 운영하는 회장의 입에서 그 말을 듣게 되리라고는 대통령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통령은 어제 저녁 청와대 비서실장에게서 들은 기업인들끼리 다투는 것이 도가 지나치다는 말을 듣고 중재를 하려고 했는데, 당사자의 입에서 유괴라는 범죄가 튀어 나오자 깜짝 놀란 것이다.
더욱이 한쪽의 가족이 유괴되었다는 말에 고개를 돌려 물은 것이다.
“아닙니다. 증거도 없는 날조된 주장입니다.”
“날조됐다고? 허, 일신학원이 일신그룹이 그룹의 후인양성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사설기관이란 것을 대한민국이 다 알고 있는데,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신 회장 말은 똑바로 합시다.”
“뭐요? 일신학원이 우리 그룹에서 후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독립적인 교육기관이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던 우리 그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단 말이오. 그런데 그걸 핑계로 우릴 테러한단 말이오?”
자신의 질문이 나오기 무섭게 두 사람이 거칠게 말싸움을 하자 대통령은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대통령도 조금 전 천하그룹 정대한 회장이 한 일신학원에 대하여 조금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을 불러들이기 전 무엇 때문에 두 대기업이 충돌을 하는 것인지 원인을 알아본 때문이다.
원인을 알아야 중재를 할 것이기에 싸움의 원인에 대하여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천하그룹의 정대한 회장의 막내아들의 아들, 즉, 친손자가 이번 일에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도 몇 달 전 잠깐 보고를 받은 적이 있던 천재아기가 바로 정대한 회장의 손자라는 것이 의외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 아기가 유괴되었다는 뉴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기를 유괴한 집단으로 일신그룹이 후원하는 일신학원이 지목되었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듣기로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분명 일신학원은 일신그룹이 인재수급을 위해 후원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많은 비중으로 일신그룹에 입사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일신학원에서 불법행위가 발견되었다.
“신 회장! 정말로 그 일과 일신그룹은 연관이 없는 것이 확실합니까?”
대통령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신영호 회장에게 물었다.
“각하! 억울합니다. 저희 그룹에서 그 학원을 후원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학원의 부원장이 개인적으로 그런 것이라고 경찰에서 발표를 하였습니다.”
신영호 회장은 경찰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알렸다.
하지만 이를 듣고 있던 정대한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헛소리, 부원장이 혼자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그럼 학원 지하에 있던 그 시설들은 다 뭔데!”
정대한은 천하가드의 이종찬 사장이 찍은 일신학원 지하에 만들어진 설비들이나 그 안에 있던 아이들의 상태에 관해 다 알게 되었다.
수한의 안전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에 빠르게 급습을 하여 일신학원을 기습한 이종찬 사장은 학원을 장악하고 통재하면서 학원 내부를 이 잡듯 뒤졌다.
하지만 그 어는 곳에서도 목표인 수한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 ◈ ◈
일신학원 원장과 부원장을 모두 잡은 이종찬은 두 사람을 바닥에 무릎 꿇리고 그 앞에 앉아 물었다.
“아기는 어디에 있나?”
“아기라니, 아기를 찾으려면 탁아소를 찾아가야지 왜 여기 와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오.”
이종찬 사장의 질문에 최제국은 잔득 기가 죽은 모습으로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 옆자리에 같이 무릎을 꿇고 있는 이안용은 무척이나 불안한 표정을 하고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정면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이종찬의 눈에는 이런 두 사람의 행동이 여실히 들여다보이고 있었다.
“후후, 당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옆에 있는 자는 내 질문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나 보군! 안 그런가?”
질문이 자신에게 돌려지자 이안용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모, 모릅니다.”
이미 기가 잔득 꺾인 이안용의 대답은 그의 말에 신빙성을 주지 못했다.
잔득 떨리고 있는 그의 목소리는 자신이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참 피곤하게 하는군.”
이종찬은 대답을 하고 있는 이안용을 보며 입가에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을 했다.
마치 자신을 즐겁게 해줄 장난감이 재롱을 피우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사장님! 잠시 이것을 보십시오.”
막 자리에서 일어나 최제국과 이안용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려던 때, 급히 안으로 들어오던 한 남자가 뭔가를 보여 주었다.
남자가 보여 준 것은 테블릿 화면이었는데, 그 안에는 어떤 여자가 아기를 안고 주차장을 질주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고 차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 지상을 맹렬히 질주하여 저지하려는 경비들을 뚫고 학원 정문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영상이었다.
“이게 뭐야?”
“사장님, 여기 보조석을 자세히 보십시오.”
사내는 자신의 질문에 자동차 보조석을 자세히 보라는 말을 하였다.
그 말에 이종찬은 다시 한 번 화면을 조작해 다시 한 번 학원을 빠져나가는 차의 보조석을 주시했다.
그런데 보조석에는 아기를 싼 포대기가 보였다.
카메라 각도 때문에 자세히 확인할 길은 없지만 분명 아기를 싸고 있는 포대기가 맞았다.
속도를 조금 느리게 조작을 하니 화면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하고 막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 조금 전보다 차 안이 자세히 찍힌 화면이 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 아기 얼굴이 확실하게 찍혔다.
“확실하군!”
차 안에 아기의 얼굴을 확인한 이종찬은 고개를 돌려 최제국과 이안용을 쳐다보았다.
“이래도 거짓말을 할 것인가?”
최제국은 하필 증거를 지워버리기 전에 이들에게 보안실 카메라 정보가 넘어간 것에 인상이 절로 구겨졌다.
‘젠장! 다 틀렸군!’
모든 일이 틀어졌다는 생각에 그의 시선은 자신의 옆에 있는 이안용에게 돌아갔다.
자신이 지시한 일만 제대로 처리만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인데, 제 욕심을 부리다 흔적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모든 것을 실토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자신은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나는…….”
막 최제국이 뭔가 대답을 하려던 때 경찰이 들이쳤다.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당신은 누군데 여길 불법점거하고 있는 것입니까?”
경찰이란 말에 최제국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180도 다르게 밝아졌다.
경찰도 아닌 이들이 폭력을 행사하며 자신을 억압했으니 저들은 경찰에 붙잡혀 갈 것이고 자신이 합의를 보지 않는다면 구속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극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난 천하그룹 산하 천하가드라는 보안회사 사장인데, 우리 회장님 손자가 이곳에 유괴가 되었다고 해서 찾으러 온 것이오.”
이종찬은 경찰이 다가오지만 차분한 얼굴로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럼 밖에 있는 사람들은 천하가드 직원들이란 말입니까?”
“그렇소, 아마 당신들도 들었을 것이오. 천재아기 유괴사건이라고.”
경찰들은 학원에 불한당들이 침입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하였는데, 갑자기 이들이 자신들은 경호회사 사장과 직원이고 유괴사건의 피해자를 찾아왔다 하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자신들도 그 사건은 잘 알고 있었다.
관내에 발생한 사건은 아니지만 외무부 사무관의 아들이 유괴되어 상부에서 수사팀이 꾸려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
“아닙니다. 우린 유괴와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최제국은 일단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이종찬이 경찰에 하는 말을 반박했다.
이 순간만 모면하면 자신의 뒤에 있는 일신그룹에서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해 줄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을 말했다.
“이들의 정체가 정말로 경호회사의 직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불법으로 이곳에 침입해 경비원들을 제압하고 저희도 이렇게 억압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출동한 경찰들에게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현재로써는 그들만이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이종찬에게서 풀어 줄 수 있으니 구명줄을 잡은 조난자처럼 매달렸다.
한편 출동한 경찰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어 보면 한 사람은 대그룹 계열사 사장이라 하니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이곳 학원 원장이니 이 사람도 신원이 확실했다.
그런데 한 사람은 학원장이 아기를 유괴했다고 주장하고, 또 한 사람은 자신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을 하면서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불법점거를 하고 자신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하였기에 경찰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 분명 말을 하고 있는 학원장이 피해자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눈앞에서 학원장이 아기를 유괴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사람의 신분도 확실하니 자신의 선에선 어떤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모두 경찰서로 동행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경찰은 이종찬과 최제국에게 경찰서로 동행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괜히 한쪽 말만 들었다가 아니게 된다면 자신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기론 여기 일신학원도 뒤에 일신그룹이라는 대기업이 도사리고 있고 도 눈앞에 있는 다부진 남자도 자신을 소개할 때 천하그룹이라고 했다.
유괴된 아기가 천하그룹 회장 손자라 했고, 자신의 신분은 그룹계열사 중 하나인 경호회사 사장이라고 했다.
◈ ◈ ◈
경찰서에 도착을 하자 일신그룹의 변호사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은 이미 변호인단을 구축하고 경찰서로 들어오는 최제국 원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원장님, 모든 답변은 저희가 입회하에 하시기 바랍니다.”
최제국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일신그룹 상층부에 보고를 하였다.
이안용에게 흔적을 지우라는 명령을 한 뒤 사건 수습을 위해 보고를 하였는데, 일신그룹에서는 자신들의 정보망을 통해 최제국이 납치를 한 아기의 정체를 확인하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추적하는 중 천하가드의 이종찬 사장이 직접 움직였다는 정보를 취득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변호인단을 꾸려 경찰서로 파견했다.
“천하그룹은 불법적인 무력으로 일신학원을 무단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우리 일신그룹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을 형사고발하며 천하그룹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일신그룹에서 나온 변호인단의 우두머리인가 나와 경찰을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종찬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아까 전 일신학원의 보안실에서 확보한 동영상을 갈무리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있으니 함부로 그것을 내돌렸다가는 언제 어느 때 증거를 조작할지 몰랐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그 증거를 법원에 제출할 생각이다.
이렇게 경찰서는 이종찬과 40명이나 되는 무력대 인원, 그리고 이들에 맞선 일신학원 보안요원과 최제국과 이안용 그리고 그들을 변호할 변호인단 때문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경찰들이 보기에 참으로 이상한 모습이 경찰서 내에서 벌어지고 있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일신학원 쪽 인사들은 어떻게든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지만, 천하가드 사장과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은 무척이나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이 모습은 어떻게 알았는지 경찰서를 기웃거리던 사회부 기자에 의해 포착이 되어 방송을 타게 되었다.
◈ ◈ ◈
“각하, 이 동영상을 보십시오.”
정대한 회장은 자신의 스마트 폰을 꺼내 보이며 어떤 동영상 하나를 작동시켰다.
그 동영상은 어떤 건물의 실내를 찍은 모습인데, 그 안에는 많은 어린아이들이 온 몸에 전선을 여기저기 부착하고 무언가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쪽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어른들이 테블릿을 조작하며 아이와 기계장치 간의 무언가를 체크하였다.
“이게 뭡니까?”
대통령은 정대한 회장이 보여 주는 동영상의 정체를 물었다.
“그게 바로 일신학원에서 자행되고 있던 실험입니다.”
“뭐요! 실험?”
정대한은 동영상의 정체에 관해 물어보는 대통령에게 그 동영상이 바로 자신들이 확보한 일신학원의 비밀 실험이라 말하였다.
그런 정대한 회장의 말에 일신그룹의 신영호 회장은 낯빛이 창백해지며 거짓이라고 소리쳤다.
“거짓입니다. 그것만 가지고 무슨 인체실험을 한 것처럼 말을 하는데 말도 되지 않는 억지입니다.”
신영호 회장은 어떻게든 저 동영상이 거짓이라 말해야만 했다.
저 동영상이 사실이라면 일신학원과 연관이 있는 일신그룹은 큰 타격을 입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신영호 회장의 말은 동영상을 보고 있는 대통령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동영상은 그 하나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영상이 끝나고 또 다른 파일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보고 있던 스마트 폰을 정대한 회장에게 넘겨주지 않고 또 다른 동영상 파일을 열었다.
거기에는 어떤 남자가 여성과 아기를 어딘가로 데려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한참 돌아가던 화면 안에 그 남자는 여자와 아기를 어떤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잠시 뒤 여성이 아기를 안고 급하게 나오며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복도를 걸을 때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는데, 지금 모습은 무언가에 쫓기듯 도망치는 모습이어서 대통령은 눈을 떼지 못했다.
“거기 여인이 안고 있는 아기가 바로 제 손자입니다.”
정대한의 말은 결정적인 말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제 아들이 확인했습니다.”
“그럼 이 여성과 아기는 어디 있습니까?”
“그게…… 아직까지 실종상태입니다.”
“실종이요?”
“그렇습니다. 그 뒤 동영상을 보시면 여성이 급하게 차를 타고 그곳을 빠져나가는 영상을 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대통령은 정대한 회장의 말에 얼른 그 옆에 있는 동영상 파일을 클릭했다.
화면 속에는 여성이 급하게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 차를 쫓아가는 경비원이 보였다.
“음…….”
동영상을 확인한 대통령은 차가운 눈으로 신영호 회장을 쳐다보았다.
“이게 사실입니까?”
대통령의 물음에 신영호 회장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삐끗 했다가는 일신그룹은 사상누각이 되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해서 일신그룹을 이룩했는데,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저희와 일신학원은 연관이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유능한 인재를 공급받기 위해 학원에 지원을 하였고 그동안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단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보셨던 영상의 남자가 그 학원 부원장인데 그자가 이번 일의 주체라고 들었습니다.”
신영호 회장은 더 이상 발뺌을 했다가는 큰일 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일단 발을 빼기로 하였다.
그리고 동영상에 나왔던 이안용이 혼자 저지른 일이라 주장했다.
쾅!
“그럼 여기 이 동영상은 뭡니까!”
신영호 회장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은 대통령은 자신의 앞에 있는 탁자를 세게 치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답변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던 신영호였기에 바로 변명을 하였다.
“그건 영재로 판명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학습프로그램입니다. 겉보기에는 조금 이상한 실험같이 보이겠지만 절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스포츠 스타들의 신체능력을 체크하는 장치와 비슷한 것으로 학습과정에서 영재들이 보이는 반응을 살피기 위한 장치입니다.”
신영호 회장의 답변을 듣고 보니 또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 않기도 했다.
‘하…… 이거 너무 과도하게 싸우는 것 같아 말리려 했는데 이렇게 감정이 대립하고 있으니…….’
대통령은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심각한 사정이 있는 것에 갈등을 하였다.
분명 동영상을 보면 천하그룹 회장의 주장대로 영유아 유괴가 확실했다.
이는 심각한 범죄 행위다. 그런데 이걸 일신그룹이 뒤에서 조종했다는 증거도 그렇다고 아니라고도 할 수가 없는 상태다.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건 경찰이나 검찰에서 할 일이고 현재 천하그룹과 일신그룹이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은 막아야만 했다.
조사 후 정말로 범법 행위가 적발이 되고 또 천하그룹의 주장대로 일신그룹이 그 일에 연루가 되었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일이다.
한참을 고심하던 대통령은 어찌 되었든 여기서 두 그룹의 싸움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계순위 상위의 그룹이 대립을 하고 있으니 경재가 더욱 침체되고 흉흉해졌다.
“일단 이 일은 검찰청장에게 철저하게 조사를 하라고 할 테니 두 분은 더 이상 싸움을 멈추세요. 잘잘못은 검찰에 맡기고 두 분은 본분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어요?”
대통령의 날선 충고에 정대한 회장이나 신영호 회장은 하는 수 없이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띠!
―예, 부르셨습니까?
“비서실장! 검찰청에 연락해서 최 청장 들어오라고 해!”
대통령은 두 사람의 대답을 듣자마자 인터폰을 눌러 비서실장을 불러 검찰청장을 호출했다.
검찰청장을 호출한 대통령은 다시 시선을 두 사람에게 주며 말을 하였다.
“더 이상 안 됩니다. 이 일은 내가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을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니 그리 아시고 본업에 열중하세요.”
자신의 할 말을 끝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배웅하고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한편 청와대 밖으로 나온 정대한은 신영호 회장을 돌아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게 끝이라 생각하지 마시오.”
자신을 향해 위협을 하는 정대호 회장의 모습에 신영호 또한 차가운 말투로 받아쳤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딱 그 짝이군! 너야말로 조심해!”
두 사람은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상대의 진의를 알고 있으니 둘 중 하나가 쓰러지기 전까진 끝나지 않을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 ◈ ◈
대통령의 중재로 천하그룹과 일신그룹 간의 대립은 끝난 듯하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렇겠는가? 자신의 피붙이가 유괴되어 실종이 되었고 그 범인과 연관돼 있는 자들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아무튼 이렇게 천하그룹과 일신그룹의 대립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할 때, 지리산 깊은 곳에 위치한 현운사에서는 또 다른 일로 소란이 일었다.
“에휴, 시주는 그냥 여기 아기보살님이나 돌보고 있으시오.”
혜원은 저녁 공양을 하겠다고 부엌에 들어간 최성희로 인해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벌써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래도 여자가 하는 밥이니 자신이 하는 것보다 맛있겠지라는 생각에 그녀가 밥을 하겠다고 할 때 얼른 그 일을 맡겼다.
하지만 부엌을 맞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을 후회하게 되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에서만 살아온 최성희가 가마솥으로 밥을 지어 보았겠는가?
당연 그녀가 한 밥은 위는 설익고, 밑은 탄 삼층 밥이 되었다.
사실 최성희도 자신이 이렇게 살림을 못하는지 처음 알았다.
밥이야 버튼 하나로 끝나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밥솥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본 것은 있어 물은 대충 맞추고 불을 지폈다.
그리고 언제 뜸을 들이고 하는 것도 없이 계속 물을 땠다.
나중에 솥에서 탄내가 났을 때 부랴부랴 불을 꺼 보았지만 밥은 삼층이 되어 있었다.
첫날 실수를 한 최성희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며 계속해서 부엌을 맡았다.
물론 혜원은 불안한 눈으로 그것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맡겨 보았지만 역시였다.
너무도 간절한 눈빛의 그녀가 부탁을 하니 측은지심이 들어 맡겼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역시나 삼층 밥뿐이었다.
“시주 밥은 내게 맡기고 어서 아기보살님의 먹을 것을 준비하시지요.”
혜원의 말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던 최성희는 혜원의 말대로 수한의 먹을 분유를 타기 위해 따뜻한 물을 가지고 객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서툴러서.”
“아닙니다. 도시에서만 생활했을 시주가 이런 재래식 밥솥으로 밥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죄를 하는 최성희의 말에 혜원도 다 알고 있다는 듯 괜찮다는 위로를 해 주었다.
혜원의 위로를 뒤로하고 성희는 수한의 분유를 타기 위해 이동을 했다.
혜원은 성희가 부엌을 나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불과 며칠 되지 않았지만 자신이 손을 뗀 지 며칠 만에 부엌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자신이 쓰던 대로 부엌을 정리한 혜원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이미 수십 년을 해 온 일이라 최성희가 준비를 하던 것보다 빠르게 저녁 공양이 준비가 되었다.
◈ ◈ ◈
저녁을 먹고 독경을 하고 혜원의 하루 일과가 끝났다.
일과를 마치고 잠시 대웅전에서 나와 계곡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혜원의 뒤로 최성희가 다가왔다.
수한은 늦은 시간이라 이미 잠이 들어, 성희는 수한을 재우고 잠시 나온 것이다.
“스님, 혹시나 밖의 소식 좀 들으신 것 있으신가요?”
성희는 오늘 아침 혜원이 본사인 백운사로 현우사에서 쓸 공양을 받기 위해 내려갔을 때 혹시나 다른 소식을 들은 것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왜? 이곳 생활이 지겨우시오?”
“아닙니다.”
성희는 혜원의 질문에 대답을 하였다.
며칠 절에 있으면서 마음이 많이 안정이 되어 전처럼 그리 불안한 마음은 많이 가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것을 아주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나 자신을 추적하던 사람이 이곳까지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른 소식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뭐, 큰 회사들이 싸움을 하는지 시끄럽긴 하더이다.”
“네?”
혜원의 뜬금없는 말에 성희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혜원은 첫날 성희가 찾아와 사정을 이야기할 때 수한의 정체에 대하여 들었기에 오늘 낮에 들은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다.
그런데 아직 말뜻을 이해 못한 성희가 의문의 표정으로 다시 물어보자 혜원도 자신이 너무 앞서 갔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 주었다.
“아기보살의 집안에서 범인들에 대하여 알았는지 그들과 싸움을 크게 했다는군요.”
성희는 혜원의 이야기를 듣고 눈이 커졌다.
수한의 집안이라면 천하그룹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그 천하그룹이 일신학원이 수한을 유괴한 것을 알고 공격을 했다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굳이 기업인이 일신학원을 공격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냥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혜원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었다.
“천하그룹과 일신그룹이 너무도 첨예하게 대립을 하니 나라에서 중재를 했다는군.”
“그럼 이젠 돌아가도 안전할까요?”
성희는 수한의 집안에서 나섰으니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혜원은 수한을 이대로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꿈속에서 수한을 보았고 그것이 부처님의 암시라 생각한 것이기에 한동안 수한을 자신이 데리고 가르쳐야 한다 생각했다.
불가(佛家)에서 학문을 수련해야 장치 아수라의 운명에 처할 수한이 미몽에서 벗어나 아수라가 아닌 본연의 운명인 전륜성황의 길로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을 알려 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한 나머지 혜원은 성희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오. 아니, 오히려 지금이 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왜 그렇지요? 천하그룹에서 나섰다면 충분히 안전할 것도 같은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대도 만만한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일신그룹이라고 하던데, 비록 제가 산사에 오래 있었다고 하지만 천하그룹이나 일신그룹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두 그룹에는 시주가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 혜원은 성희에게 천하그룹이나 일신그룹이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뭔가 비밀이 있는 곳이라 말했다.
“비밀이요?”
“예, 천하그룹은 그 연유가 고려 때 무가가 그 뿌리고, 또 일신그룹도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해방 직후 일본에서 건너온 그 뿌리가 의심되는 자들이 이 땅에 자리를 잡고 지금의 성세를 이룩한 집단이오.”
성희는 혜원의 말을 들으면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개 학원 강사였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에도 내가 말씀드렸지만,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이 예비한 인연입니다. 시주가 모셔 온 아기보살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혼돈으로 몰아갈 아수라의 운명과, 세상을 광명으로 이끌 전륜성황의 운명 이렇게 두 가지 운명을 타고 태어났소.”
혜원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성희는 또 다시 무슨 설화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혜원의 말을 듣게 되자 눈만 깜박거렸다.
“시주도 느끼겠지만 아기보살님은 특별한 존재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방심을 하다 질문을 듣게 된 성희는 갑작스런 질문에 긍정의 대답을 하였다.
“네. 아, 예.”
그녀도 수한의 비범함은 익히 깨닫고 있었다.
도망을 치면서 수한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이곳 현운사에 도착한 날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던가?
돌도 되지 않은 아기가 자신이 한 행동을 따라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그 의미를 알고 있다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던 표정까지 말이다.
“아직 아기라고 하지만 아기보살님은 자신이 겪은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속에 쌓인 분노의 불길을 재우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중에 걷잡을 수 없이 타올라 세상을 불태울 것이오.”
혜운의 이야기를 듣던 성희는 그의 말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수한으로 인해 세상이 불타는 모습이 그려졌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똑똑한 수한이 장성해 자신의 똑똑한 지능을 이용해 분란을 조장한다면 현세에 지옥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스님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불편한 이곳 생활을 벗어나 익숙한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참아야만 했다.
어차피 자신은 일신학원이나 일신그룹의 추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천하그룹에 수한을 데려다준다고 해서 평생 그들이 자신을 지켜 줄 것이란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업인들의 생각은 똑같다 생각하는 성희인지라 조금 불편하지만 안전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고 혜원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 ◈
“아버지, 이대로 끝입니까?”
“어쩔 수 없다. 대통령의 명령이기에 더 이상 저들과 대립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정명수는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따졌다.
자신의 아들을 납치한 자들을 두둔하는 일신그룹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더욱이 주범인 일신학원의 원장 최제국을 빼돌린 일신그룹을 용서할 수가 없어 그동안 천하그룹과 일신그룹 간의 대립에 적극적으로 호응을 했다.
그런데 자신의 아버지가 그 싸움에서 발을 빼려고 하자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정대한 회장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대통령의 명령 아닌 명령에 반발을 했다간 그룹이 남아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각하께서 수한이를 찾는 데 모든 공권력을 동원하고 또 이번 일에 연관된 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처벌을 한다고 하니 각하를 믿어 보자!”
자신의 아버지가 대통령을 믿어 보자는 말을 하지만 정명수는 그래도 참을 수가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었다.
그런데 그 보석보다 빛나는 아들이 한 달이 다돼 가도록 어디 있는지 찾을 길이 없다.
자신의 아내는 그 충격에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딸 또한 동생이 유괴된 뒤로 생기가 사라졌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슬픔에 잠긴 모습을 지켜보는 명수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명수는 유괴된 아들을 찾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도 무능력한 가장으로 자괴감이 들었다.
유괴한 범인들을 잡고 그들이 자신의 아들을 유괴한 이유가 똑똑해서라는 말에 명수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것만 같아 아내와 딸 그리고 아직도 실종 상태에 있는 아들에게 미안했다.
한편 자신의 말에 낙담을 하고 절망에 빠져 있는 아들의 모습에 정대한 또한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었다.
입으로는 곳 찾을 수 있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어떤 가망성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알 수가 없으니 참으로 미칠 노릇이다.
정대한 또한 정명수 못지않게 자신이 그동안 아들 가족에 너무도 무심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조금만 더 일찍 아들과 며느리를 인정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였다.
◈ ◈ ◈
쾅!
일신그룹 회장실은 지금 무척이나 어수선했다.
“내가 겨우 천하그룹의 정대한 따위에게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한단 말이야!”
일신그룹 회장인 신영호는 지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한 번도 자신의 상대라고 생각지도 않던 천하그룹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에 너무도 화가 났다.
와장창!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한 신영호는 자신의 책상 위를 휘저으며 그 위에 있던 것을 쓸어버렸다.
그 때문에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지면 요란한 소리를 냈다.
한편 너무도 격해 있는 신영호 때문에 그의 비서진들은 비상이 걸렸다.
보고할 것이 있지만 화가 나 있는 신영호 때문에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던 것이다.
“비서실장 들어와!”
“예.”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신영호도 화가 가라앉자 비서실장을 불렀다.
그의 부름이 있자 바로 밖에서 대답이 들리고 비서실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그 새끼는 어떻게 했어?”
비서실장은 신영호가 말하는 그 새끼가 누군지 알고 있는지 바로 대답을 했다.
“일단 일본으로 보냈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개새끼. 일 하나 재대로 못하고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말을 하다 말고 다시 화가 치미는 것인지 말을 끊었다.
“본국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조용히 마무리 지으란 명령입니다.”
“젠장! 내가 이젠 딴 놈이 싼 똥을 치워야 하는 처지에 이르다니…….”
신영호는 쇼파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한탄을 하였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가 이상했다.
마치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한국인이 아니란 듯 대화를 주고받고 있으며 또 뒤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사실 신영호와 그의 비서실장은 한국인이 아닌 제일한국인이었다.
즉,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영호가 회장으로 있는 일신그룹은 사실상 일본이 한국자본을 잠식하기 위해 오래전 침투시킨 위장기업이었다.
이 일신그룹 외에도 이와 비슷한 목적으로 한국에 침투한 일본기업이 상당했다.
다만 그중 일신그룹이 가장 규모가 컸기에 그런 기업들의 대표로 일본에 있는 배후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변호사들은 뭐라고 해?”
“모든 증거를 부원장인 이안용에게 가게 조작을 했으니 더 이상 저희를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 합니다. 다만…….”
“그래? 그런데 다만은 뭐야?”
“그게 도망친 최성희라는 그 여자가 나타나 증언을 하면 저희가 조작한 증거들이 휴지조각이 되기에 그녀가 법정에서 증언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비서실장은 최성희가 원장실에서 원장인 최제국과 부원장인 이안용의 대화를 모두 들었기에 만약 그녀가 법정에서 증언을 하게 된다면 자신들이 조작한 증거들이 증거로서 가치가 없어진다는 말을 하였다.
“젠장! 그곳에 파견 갔었던 보안대 요원들은 모두 연수원으로 보내 버려! 그리고 사사키에게 연락해서 그년을 처리하라고 해! 참! 그리고 그년과 같이 있을 그 애새끼는 내게 데려오고!”
신영호는 최성희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못하게 사사키라는 해결사를 불러 죽이라 말하고 성희가 데려간 수한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가 수한을 자신에게 데려오라고 말을 한 것은 청와대에서 자신을 모욕한 정대한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
정대한의 손자를 인질로 가지고 있으면서 정대한을 압박하려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