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10화 (10/118)

1. 구사일생

“아버지!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겁니까?”

정명수는 천하그룹 회장실로 찾아와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10년간 의절을 했었지만 아들의 유괴사건으로 의절했던 아버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일이라면 외무부 사무관이란 직책을 이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수한의 유괴사건에는 그럴 수 없었다.

괜히 자신이 경찰에 압력을 넣었다가 과도한 수사 집중에 범인들이 혹시나 수한을 해코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정명수의 예상과 다르게 아들이 유괴된 지 3일이나 되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었다.

이 때문에 부인은 정신을 놓고 있고 딸은 동생을 찾아 달라며 자신이 집을 나올 때 울면서 부탁을 하였다.

참으로 이상한 유괴사건이었다.

보통은 유괴범은 유괴를 한 뒤 2―3시간 내에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을 하여 혹시나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수한을 유괴한 범인들은 그런 연락이 전혀 없었다.

이 말은 범인들의 목적이 돈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에 의해 유괴를 했다고 경찰도 말을 하였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어떤 것을 목적으로 했을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나온 것은 요즘 수한이 방송을 통해 천재아기로 유명해진 것 때문에 혹시 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수가 이렇게 아직 자신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는 아버지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정대한 회장이 입을 열었다.

“수한이를 납치한 범인들을 잡았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하지만 현재 그들의 수중에 수한이 있지는 않다고 한다.”

명수는 범인을 잡았다는 아버지의 말에 다급하게 물었다.

그렇지만 뒤 이어 들린 말에 낙담을 하였다.

어떤 놈들이 자신의 아들을 유괴했는지 범인을 잡기는 했지만 그들의 수중에 아들이 없다는 말에 인상을 구겼다.

“그럼 수한은 어디에 있다고 합니까?”

“음, 그놈들의 말에 의하면 일신학원장이 수한이를 납치해 달라고 의뢰를 했다고 한다.”

“일신이요?”

명수는 아버지의 말에 눈이 커졌다.

그가 알기에 일신학원은 대한민국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는 일신그룹의 지원을 받는 인재양성학원이었다.

천하그룹이 외형보다는 은밀하게 그 영향력을 전반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하면, 일신그룹은 어디서 끌어들인 것인지 모르지만 많은 외환자본 유치로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대일무역에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어 조만간 재계서열 10위권 안으로 진입을 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는 그룹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대기업 계열의 학원 원장이 유괴범을 고용해 자신의 아들을 유괴하라고 지시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직접 수한을 유괴한 놈과 그놈에게 지시를 내린 놈 둘 다 잡아서 자백을 받았다.”

정대한 회장의 말을 들었지만 정명수는 어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들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의 대기업들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뛰어난 아이들을 후원을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천하그룹도 비밀리에 아이들을 모집해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명수의 귀에 들어온 일신그룹의 내용은 그런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다.

여느 기업들처럼 후원을 통해 인재를 모집하는 것 외에도 영재라 알려진 아이들을 납치, 협박을 하여 데려간다는 소문도 있었다.

물론 조사 과정에서 증권가 소문이라 알려지긴 했지만 정명수도 정대한도 그 소문이 결코 유언비어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 정대한 회장은 일신그룹의 소문이 결코 헛소문만은 아니란 증거도 몇 가지고 있었다.

다만 언젠가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 약점으로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설마 일신에서 자신의 손자를 납치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때문에 이렇게 범인을 알면서도 함부로 자신의 아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다.

비록 천하그룹이 암흑가와 아주 연관이 없지는 않지만 일신그룹도 천하그룹 못지않게 그들과 연관이 깊었다.

아니, 천하그룹은 일단 사업을 양지로 옮기면서 많은 부분 그런 일에 손을 뗐다.

하지만 일신그룹은 아직도 공공연하게 그들과 연관을 맺고 있었다.

특히나 일본의 야쿠자들과 어울리는 것이 신문지상에 간간히 올라오긴 하지만, 일신그룹은 그들이 야쿠자가 아니라 일본 쪽 사업 파트너라고 말하고 있었다.

참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겪이나, 일신그룹의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함부로 떠들 수는 없으니까.

아무튼 정명수는 아들을 유괴한 이들과 일신그룹이 연관이 있다는 소리에 표정이 무척이나 심각해졌다.

그리고 정대한 또한 아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아직 아들은 알지 못하지만 일신과 천하그룹의 힘은 백중.

그런 상태이기에 손자가 그들의 수중에 있는 상태에서 함부로 손을 쓸 수가 없다.

만약 자신의 손자가 자신들의 수중에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지 빤했다.

그동안 많은 부분에서 천하그룹과 일신그룹이 부딪혔다.

천하그룹이 우위를 점할 때도 있고 또 일신에 밀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천하그룹의 혈족이 그들의 수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그들은 자신의 손자를 죽일 것이다.

어떻게든 천하그룹의 혈족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암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천하그룹과 일신그룹의 보이지 않는 암투로 많은 인명이 손상이 되었다.

아직까지 자신들이 조금은 손해를 덜 보았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알 수가 없었다.

정대한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고민을 하던 정명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 비록 제가 집안에서 오랜 시간 나와 있었다고 해도 저나 제 아들이 정 씨 집안의 자손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요?”

“맞다.”

“가훈이 분명 은혜는 열 배로, 원한은 백 배로라 했습니다.”

“그 말도 맞다.”

정대한은 아들이 무엇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지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아무런 말없이 그저 아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그러자 아들은 폭탄 같은 발언을 하였다.

“그럼 수한을 구해 주십시오.”

정명수의 입에서는 그저 단순하게 유괴된 수한을 구해 달라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정대한은 그 말 속에 어떤 뜻이 포함되어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일신과 전면전을 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힘이 부족하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돕겠습니다.”

“일신과의 싸움에 네 도움이 얼마나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들의 말에 정대한은 너의 힘이 얼마나 도움이 될 것 같으냐 질문을 했다.

아버지의 질문에 정명수도 자신의 힘이 두 그룹 간의 싸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일신과 천하의 싸움에 제 힘이 보잘 것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명수는 대기업 간의 싸움에 외무부 사무관이란 직책이 가지는 힘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는 큰 힘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명분도 저희 쪽에 있고 또 제 직업이 외무부 사무관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일신그룹의 주력사업은…… 대일무역입니다.”

일신그룹이 대한민국 재계순위가 상위에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주력은 대일무역에 있었다.

일본의 정밀제품이나 소프트웨어 등 아직 한국이 따라가지 못한 부분의 고가 제품을 수입해 한국에 팔고 있었다.

그런데 외무부에서 수입 물품에 관해 조정을 한다면 분명 일신그룹에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이런 말을 하자 정대한 회장도 아들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아들의 말대로만 된다면 충분히 일신그룹을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막말로 수입을 위주로 하는 회사에 수입한 품목을 세관에서 며칠만 막아 둔다고 한다면 회사로서는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생각하던 정대한 회장은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확실히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주게 된다면 처음의 목적인 손자를 구하는 것에 위기를 초례할 수도 있었다.

“이번 일은 이종찬 사장에게 맡겨 보자.”

“종찬 형님에게 말입니까?”

“그래, 이 사장이라면 충분히 이번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종찬이 정 씨 일족은 아니지만 정대한 회장의 그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그가 자신의 사위라서가 아니라 그는 정 씨 가문을 수호하는 가신가의 자손이기 때문이었다.

정 씨 일가와 이종찬의 가문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이.

한쪽은 주인으로 또 한쪽은 그 가신으로 맺어진 사이로 선조의 유훈을 그대로 현대에까지 가지고 온 신의 있는 집안이었다.

그렇기에 정대한은 자신의 딸을 이종찬에게 줄 수 있었다.

과거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현대는 이미 과거의 주군과 가신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가 되었다.

수직이 아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새로운 관계가 필요했다.

이때 신의를 보여 주는 이종찬의 집안에 정대한의 집안에서도 신뢰를 보여 주기 위해 각 가문의 자손을 결혼시키기로 하였다.

한 세대에 최소 한 명은 집안끼리 결합을 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런 일은 정 씨 가문과 이종찬의 가문뿐 아니라 그동안 정 씨 가문에 봉신한 다른 가문과도 관계가 정립되었다.

오히려 이런 관계 때문에 이들은 더욱 관계가 굳건해졌다.

혈연으로 연결이 되다 보니 시대가 바뀌었지만 더욱 관계는 굳건해진 것이다.

정명수도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 이종찬과 무척이나 친하게 지냈다.

개인적으로는 매형이 되기도 하니 이종찬 사장에 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아버지와 성격적으로 더 잘 맞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매형이 나선다면 조금 더 참아 보겠습니다.”

정명수도 아버지의 말에 수긍을 하고 조금 더 참기로 하였다.

한 번 나서면 확실하게 일을 마무리 짓는 이종찬의 성격을 잘 알기에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 ◈ ◈

대운빌딩 내 두꺼비파 사무실은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다.

두목은 잡혀가고 자신들은 순식간에 다른 조직에 흡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간부급 조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다른 조직에 흡수가 되었으니 자신들의 입지가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 간부들 중 한 명이 슬그머니 사무실을 나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텅! 끼기긱! 쿵!

옥상에 올라온 상욱은 주변을 살피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인데 전화를 한 거야.

“큰일 났습니다. 두목이 잡혀 갔습니다.”

상욱은 전화를 걸어 조금 전 벌어진 일을 설명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최상호가 잡혀 가다니? 누구에게?

전화를 받은 상대가 자신의 말에 관심을 보이자 상욱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알렸다.

“강남의 길상사파라는 자들이 1시간 전에 이곳을 습격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길상사파의 두목이 어떤 아기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아무래도 그 아기가…… 인 것 같습니다.”

권상욱의 말을 들은 상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뭔가를 고민하는 듯 수화기에서는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아무래도 두꺼비파는 끝난 것 같은데, 전 계속 여기 남아 있습니까?”

사실 상욱의 정체는 두꺼비파 조직원이 아니라 일신학원의 최제국 원장이 심어 놓은 끄나풀이었다.

혹시나 두꺼비파 두목 최상호가 자신이 의뢰한 일을 가지고 나중에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염려되어 심은 첩자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두꺼비파가 절단 나서 더 이곳에 있어야 할지 아니면 복귀를 해야 할지 몰라 연락을 한 것이다.

―알았다. 아직까지 거기 남아 있고, 무슨 다른 정보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알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권상욱은 자신의 상급자의 지시가 떨어지자바로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제길,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거야!”

상욱은 사실 두꺼비파와 같이 변두리 조직에 있는 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학창시절만 해도 잘나가는 일진 중에서도 특출 났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싸움질과 사고를 치고 다니다 보니 졸업도 못하고 중퇴를 하고 말았다.

더욱이 중퇴도 그가 소년원에 들어간 뒤 통보를 받듯 결정이 되었다.

물론 소년원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암울하던 그의 인생에 전환점을 가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우연히 감방 안에서 인연을 맺은 동기 한 명으로 인해 일신그룹 산하 고충처리반이란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언감생심 자신과 같은 하류인생이 일신그룹에 들어갈 줄은 꿈에도 꾸지 못했다.

일류대학을 들어갔다고 해도 일신그룹과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란 것을 상욱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중퇴에 소년원 출신이라고 붉은 낙인이 찍힌 자신이 들어간 것이다.

소년원을 나와 빈둥거리다 소년원 동기의 제안으로 들어간 그곳에서 2년을 혹독하게 교육을 받고 나왔다.

소년원을 들어가기 전에도 그리고 소년원 내에서도 싸움과 깡은 어느 누구에게 꿀리지 않던 상욱이지만, 일신그룹 연수원에서 2년을 받은 교육은 정말이지 사람들이 말하는 군대보다 더 혹독했다.

연수원을 수료한 뒤 그룹 산하 고충처리반이란 곳에서 여러 일들을 하고 두꺼비파에 위장 잠입하였다.

솔직히 두꺼비파에 소속되어 있긴 했지만 두꺼비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암중으로 두꺼비파 두목인 최상호를 감시하고 그가 자신들의 지시대로 움직이는지 보고하는 것이 임무였기 때문이다.

1년만 더 있었다면 다시 원래 소속인 고충처리반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1년만 참으면 됐던 일이 이제는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두꺼비파가 아작 난 것 때문에 내일이라도 당장 복귀할 수도 있었지만 어쩌면 두꺼비파를 집어삼킨 길상사파를 조사하기 위해 몇 년이고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만 심난해졌다.

“젠장!”

권상욱이 이렇게 옥상에서 혼자 자신의 앞날에 관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와 통화를 했던 사내 또한 고민에 빠졌다.

◈ ◈ ◈

턱!

두꺼비파에 파견된 감시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필 그놈이 천하그룹 자식이라니!”

이안용은 권상욱과 통화를 하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천하그룹이라면 자신이 속한 일신그룹과 대립을 하고 있는 몇 되지 않는 그룹이었다.

일신그룹도 그렇지만 천하그룹도 뒤로 암흑가와 연관이 있는 그룹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안 되겠다. 원장님께 보고를 해야지! 최상호까지 잡혀 갔다면 여기가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니…….”

생각을 정리하던 이안용은 최상호가 잡혀 갔다는 것에 주목했다.

아무리 그가 심지가 굳은 자라 해도 매에는 장사가 없었다.

분명 자신들에게 의뢰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 분명했다.

천하그룹에서 일을 벌이기 전에 먼저 증거를 없애야만 했다.

그래야 자신의 안전도 보장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증언이 있다고 하지만, 증거가 없다면 아무리 천하그룹이라고 해도 자신들의 뒤에 있는 일신그룹을 함부로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정리한 이안용은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방을 나와 원장실로 향했다.

똑똑!

이안용은 원장실앞에 도착하자 노크를 하였다.

“원장님, 저 이안용입니다.”

이안용은 문 앞에서 조심스러운 말투로 안쪽에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 ◈ ◈

퍽! 퍽!

“흐응! 원장님 저 힘들어요. 어서요.”

일신학원 원장실 안은 남녀의 뜨거운 숨소리로 무척이나 달아오르고 있었다.

삐걱! 삐걱!

원장실 안 최제국은 자신의 의자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앉아 있고, 그 위에 20대 젊은 여성도 몸에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그의 허벅지에 걸터앉아 그의 목에 손을 얹고 연신 요분질을 하고 있었다.

여자가 움직일 때마다 의자는 삐걱 소리를 내며 요동을 쳤다.

찰싹! 찰싹!

최제국은 그런 여성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주무르고 또 입으로는 여성의 가슴을 애무하였다.

50대 후반의 최제국의 몸은 학원 원장이라는 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운을 벗고 여성과 섹스를 하는 그의 몸은, 잘 발달된 마치 2,30대의 젊은 남성의 탄탄한 몸을 연상케 하였다.

“아항! 저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어머, 어머!”

여성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몸 안으로 들어온 최제국의 남성이 몸 안을 자극할 때마다 그 끝에서 전해지는 전율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밀려드는 오르가즘에 그만 정신줄을 놓았다.

그런데 아무리 잘 가꾼 몸을 가진 최제국이라 해도 50대 후반이란 나이에 이런 젊은 여성을 오르가즘에 이르게 만든 것만도 대단한데, 이렇게 실신을 할 정도로 만든다니 참으로 대단한 이였다.

하지만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니었다.

사실 여자는 섹스를 하기 전 이미 마약을 복용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기업이 후원하는 학원의 원장이라고 하지만 50대 후반의 남자를 좋아할 20대 여성은 특별한 경우 외에는 없을 것이다.

지금 최제국의 허벅지 위에서 요분질을 하고 실신한 여성도 아주 평범한 보통의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가 이곳 일신학원에 강사로 들어오면서 그녀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165센티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한국 여성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쭉 뻗은 하체를 가지고 있으며, 아주 보기 좋은 바스트를 가지고 있는 미인이었다.

학력도 명문 대학을 나온 재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신학원에 강사로 채용이 되고 원장인 최제국의 눈에 띄며 그의 노리개가 되고 말았다.

회식 자리에서 몰래 약을 먹이고 시작된 관계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학원 내 여자 강사들 중 최제국의 손을 타지 않은 여자가 없었다.

그만큼 여성편력이 대단한 최제국인데도 벌써 몇 년 째 관계를 계속하는 것을 보면 최제국도 이 여성에게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다.

물론 최제국은 가정도 있고 자식도 있었다.

자신의 몸 위에서 요분질을 하다 실신한 여성을 내려다보던 최제국은 잠시 아직까지 여성의 몸에서 용을 쓰고 있는 자신의 하물이 느껴졌다.

“후후…….”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최제국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지금 최제국은 실신한 여성과 아직도 죽지 않은 자신의 하물을 생각하며 수컷으로서의 정복욕을 한껏 맛봤다.

정복욕에 취했던 최제국은 아직도 죽지 않은 자신의 하물이 자랑스럽기도 하였다.

뚜둑!

잠시 고개를 살짝 비틀며 목을 풀던 그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서 실신해 있는 여성을 돌려 책상에 엎드리게 하였다.

자신의 몸이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느낀 여성이 깨어났다.

“으음, 어머!”

여자는 자신이 엉덩이를 한껏 뒤로 빼고 책상에 엎드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느끼자 작은 교성을 흘렸다.

여자가 교성을 하거나 말거나 최제국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성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하물을 힘껏 여성의 그곳에 찔러 넣었다

“하윽!”

아직도 오르가즘이 끝나지 않아 예민한 국부에 다시 자극이 밀려오자 여성은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신음에는 묘한 색기가 묻어났다.

‘이년은 역시 요물이야! 안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니.’

최제국은 여성의 안에서 느껴지는 조임에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하지만 그 기분도 밖에서 들린 노크 소리에 흥이 개지고 말았다.

똑똑!

“원장님, 저 이안용입니다.”

문밖에서 부원장인 이안용이 찾아온 것이다.

이 시간에는 어느 누구도 자신을 찾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는데, 방해를 받은 것 때문에 기분이 좋지 못했다.

“무슨 일인데 이 시간에 찾아온 거야!”

잔득 날이 선 최제국의 목소리에 기죽은 이안용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두꺼비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최제국은 이안용의 말에 아직까지 허리를 움직이며 여성을 괴롭히던 것을 멈췄다.

“문제? 무슨 문제?

말을 하면서 최제국은 천천히 여성에게서 떨어졌다.

“흐응…….”

여자는 뒤에서 받쳐 오던 최제국이 떨어지자 작은 비음을 흘리고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여자에게서 떨어진 최제국은 밖에 대고 소리쳤다.

“들어와서 보고해!”

최제국의 말이 끝나자 여자가 책상 밑으로 쓰러지기 무섭게 원장실 문이 열리며 이안용이 들어왔다.

‘음, 오늘도 최 선생하고…….’

원장실 안으로 들어온 이안용의 눈에 벌거벗은 최제국이 가운을 걸치는 모습과, 최제국의 책상 어림에 보이는 흐트러진 여자의 나체가 보였다.

얼굴을 자세히 본 것은 아니지만 몸매로 봐서 그녀가 최제국의 애인 중 한 명인 최성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성희는 현재 이곳 일신학원 최고의 미녀 중 한 명이기에 이안용도 언젠가 그녀를 안아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옆에서 흘깃 본 것이지만 분명 그녀임을 알았다.

하지만 괜히 지금 알은 체를 할 수는 없었다.

아직은 원장인 최제국의 총애를 입고 있는 그녀이기에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어떤 곤욕을 치를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 무슨 큰일이 났기에 내 쉬는 시간을 방해한 건가!”

최제국은 한껏 기분 좋은 시간은 방해 받자 물었다.

그런 최제국의 기분을 알고 있는 듯 이안용은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최상호가 잡혀 갔답니다.”

“잡혀 가? 누구에게?”

“그게…….”

이안용은 최제국의 질문에 조금 전 원장실에 오기 전 두꺼비파에 잠입해 있는 권상욱에게서 받은 전화 내용을 알렸다.

“뭐야! 그럼 그놈이 천하그룹 정대한 회장의 손자란 말이야?”

“그렇다고 합니다.”

“젠장!”

이완용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최제국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리고 들려온 이안용의 확답에 혀를 찼다.

“좋은 재료인데, 하필 그 작자의 혈족이라니…….”

최제국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이안용이 한 말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3일 전 자신이 납치해 오라 의뢰를 했던 아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귀엽고 이목구비가 잘 꾸며진 아기였다.

하지만 최제국의 눈에는 아주 진귀한 실험재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자신의 이상을 이루어 줄 귀한 실험재료 말이다.

그런데 그게 자신이 손대기 무척이나 위험한 것이 되어 버렸다.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지워 버려야지! 에잉!”

이안용의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 오는 질문에 최제국은 지워 버리라는 말을 하였다.

그의 지워 버리란 말은 흔적을 남기지 말고 없애라는 말이었다.

즉, 어린 아기를 죽인 후 그 흔적조차 남기지 말라는 말이었다.

마치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물건을 치우는 것처럼 너무도 쉽게 하고 있었다.

한편 한쪽에 쓰러져 있던 최성희는 깜짝 놀랐다.

지금 자신이 들은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 전 들은 최제국 원장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싸늘하게 그녀의 귀를 울렸다.

‘뭐 아기를 죽이라고? 어떻게 그런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가 있는 것이지?’

최성희는 자신이 방금 전 들은 말이 너무도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 심장이 무섭게 요동쳤다.

조금 전 그렇게 자신과 함께 살을 맞대던 남자가 이토록 비정한 사람인지 몰랐다.

처음 원장과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은 술김에 실수를 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 뒤에도 실수를 사과하겠다는 원장의 말에 넘어가 몇 번 따로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만남은 전적으로 자신의 실수였다.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원장에게 다시 한 번 겁탈을 당했다.

처음의 관계가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회식자리에서 자신에게 술을 따라 주었던 사람들 모두가 한통속이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처음에는 반항도 해 보았지만 최제국 원장의 힘은 너무도 거대했다.

일개 영재학원 원장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

경찰과 검철도 함부로 원장을 어쩌지 못했다.

그의 뒤에 일신그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최성희는 최제국 원장에게 굴복해 정부가 되었다.

정부가 된 뒤로 최제국은 이전 강제로 자신을 강간하던 것과 다르게 무척이나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성희가 그에게 마음을 준 것은 아니었다.

이미 버린 몸이기에 환경에 적응을 한 것뿐이었다.

최제국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냥 그의 품에서 적당히 누릴 것 누리면서 편하게 살자는 생각으로 현실과 타협을 하였다.

하지만 성희는 최제국 원장이 이렇게나 비인간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의례 남자이니 예쁜 여자에게 혹해 자신을 범한 것이지 훌륭한 교육자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금 전 아기를 납치했다는 말과 그 아기의 배경이 천하그룹 회장의 손자라는 것을 알고 아기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는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순간 자신이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은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빗겨 가질 않았다.

“이런! 내가 깜박했군!”

최제국은 이안용과 이야기를 하다 생각에 잠겼었다.

생각에 잠긴 그의 버릇 중 하나가 주변을 서성이며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원장실 안을 서성이며 생각을 정리하던 그의 눈에 최성희가 보였다.

그제야 자신이 뭔가를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상 안쪽에 주저앉은 최성희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제길…… 참 마음에 든 여자였는데, 아깝게 되었군! 부원장!”

최제국은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 이안용을 불렀다.

“예, 원장님!”

이안용은 최제국의 부름에 급히 대답을 했다.

“아깝지만 우리의 말을 들어 버렸으니 이 여자도 같이 처리하도록 해!”

이안용은 최제국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가 빠르게 지우며 대답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이안용의 눈이 불안하게 떨고 있는 최성희의 얼굴을 향했다.

사실 이안용은 그녀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최제국에게 모든 보고를 하였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그녀를 안아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이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그냥 한 것이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최제국은 그런 생각도 못하고 이안용이 보고하는 내용을 그대로 듣고 바로 반응을 한 것뿐이다.

어차피 그에게 정부는 최성희 하나가 아니기에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그뿐이었다.

◈ ◈ ◈

“내 말만 잘 들으면 살려 줄 수도 있는데 말이지…….”

이안용은 최성희의 귀에 대고 그렇게 말을 하였다.

지금 성희의 품에는 잠이 든 수한이 안겨 있었다.

강보에 쌓인 수한을 안고 이동하는 중에 이안용 부원장이 하는 소리를 들은 최성희는 진저리를 쳤다.

조금 전 원장실에서 원장과 이야기를 하는 부원장은 원장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아니, 짐승이고 괴물이었다.

어떻게 사람 죽이는 것을 그렇게 쉽게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지금 자신을 죽이려고 하면서도 유혹을 하고 있었다.

성희도 이안용 부원장이 자신을 탐하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전에는 원장이 있었기에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지만 부원장이 자신을 쳐다볼 때마다 그의 눈에서 보이던 더러운 욕망의 찌꺼기를 보았다.

사실 예전이라면 그런 느낌을 알 수 없었겠지만 최제국 원장의 정부가 되면서 그 느낌을 잘 알게 되었다.

그 더러운 욕망의 빛은 바로 최제국이 자신의 알몸을 볼 때 보이던 눈빛이기 때문이다.

“그게 정말인가요?”

성희도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제 겨우 27살의 한창인 나이.

그런 젊은 나이에 결혼도 못해 보고 남의 욕정 받이로 있다가 죽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마음이 있던 성희가 자신의 제안에 넘어오는 듯하자 이안용은 얼른 대답을 했다.

“물론이지.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을 그냥 죽이다니 말도 안 되지.”

말을 하면서도 이안용은 슬며시 팔을 뻗어 최성희의 가슴에 손을 집어넣었다.

성희는 느닷없이 이안용의 손이 품에 들어오자 소름이 돋았다.

마치 벌레나 파충류가 온몸을 기어가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윽!’

저절로 비명이 나오려 하였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괜히 자신이 거부 반응을 보여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억지로 참은 것이다.

잠간 움찔 하긴 했지만 자신의 손길에 가슴이 융기하는 것을 느끼자 이안용의 눈은 욕정으로 희번덕거렸다.

조금 전 섹스를 한 상태라 성희의 마음과는 별개로 그녀의 몸은 이안용의 손길에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아직 섹스 전 마약을 복용했던 그녀의 몸에 마약 성분이 남아 있었던 것 때문에 이안용이 자신의 가슴을 주물럭거릴 때마다 성희는 아릿한 통증과 함께 묘한 쾌감이 함께 느껴지기도 했다.

이미 섹스와 마약에 적응된 성희의 몸이라 지금은 무척이나 쉽게 반응을 하고 있었다.

‘미친년! 이 상황에서도 흥분을 느끼다니!’

최성희는 자신의 몸이 이안용의 추행에 흥분하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

한편 잠을 자고 있던 수한은 자신의 주변에서 묘한 느낌을 받고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 자신이 깨어난 것을 모르는지 자신을 안고 있는 여자나 그녀의 옆에서 음심을 풍기고 있는 남자나 자신들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수한은 지금 자신이 어딘가로 이동을 하고 있는데, 복도의 불빛이 어두침침한 것이 결코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걷고 있는 남자가 이곳에 와서 처음 본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앗! 이자는 부원장이라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날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지?’

“제가 당신의 말을 잘 들으면 날 살려 주는 것은 물론이고 이 아기도 살려 줄 수 있나요?”

수한이 자신이 이동하는 곳이 어딘지 몰라 생각하고 있을 때 들려온 말에 깜짝 놀랐다.

‘뭐야! 날 죽이겠다고? 이 세계에 환생을 한 지 몇 개월이나 됐다고 날 죽이겠다는 거야?! 그리고 갓난아기인 날 죽이겠다고? 이 몬스터 같은 놈들!’

수한은 지금 자신이 죽으러 가는 중이고 무엇 때문인지 자신을 안고 있는 여성도 자신과 같은 운명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부원장이란 남자가 이 여인을 목숨을 담보로 흥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죽일 놈! 분명 이놈은 지 욕심을 채우고 분명 이 여자도 같이 죽일 것이다.’

수한은 전생에 이런 경우를 몇 번 본 기억이 있었다.

목숨을 가지고 약자에게 작은 기대를 하게 만들고 제 욕심만 채우고 결국에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이들을 충분히 보았다.

이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유희를 즐기는 귀족이나 힘 있는 자들의 놀이일 뿐이었다.

지금 이안용이 보이는 행동도 그와 똑같았다.

이미 여자와 자신의 죽음은 기정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안용은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다.

여자는 그런 것도 모르고 이안용의 꾐에 빠져 그의 말에 지푸라기 잡듯 매달리고 있었다.

더욱이 오늘 처음 보는 자신의 목숨까지 살려 달라고 흥정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마음이 아름다운 여자였다.

“뭐, 내 말만 잘 따르면 고려해 줄 수도 있다.”

“알겠어요. 부원장님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테니 제발 살려 주세요.”

“좋아!”

이안용은 최성희가 자신의 제안에 넘어왔다는 생각이 들자 소각장으로 가던 중 비품 창고로 최성희를 끌고 들어갔다.

“그놈을 거기 두고 어서 옷을 벗어!”

이미 최성희가 자신의 말에 다 넘어왔다고 생각하자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성희의 품에 있는 수한을 비품 창고 구석에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이안용의 말에 최성희는 자신의 품에 있는 아기를 창고 한쪽에 고이 내려놓았다.

최성희가 수한을 내려놓기 무섭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이안용이 최성희에게 달려들었다.

찌익! 투둑!

흥분한 이안용은 최성희에게 달려들어 입고 있는 옷을 찢듯 벗겼다.

그 때문에 옷의 일부는 찢어지고 단추는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최성희는 그런 이안용에게 반항을 할 수가 없었다.

한편 비품 창고 바닥에 놓인 수한은 살며시 눈을 떴다.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서 눈을 뜬 그의 눈에 이안용이 최성희의 옷을 강제로 벗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떨어져 두 사람을 본 수한의 눈에 최성희의 얼굴이 보였다.

최성희의 얼굴을 본 수한의 눈에 자신의 엄마도 미인이었지만 최성희는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비록 자신이 이 세계에 환생한 지 6개월 정도이지만 그동안 본 미인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와…… 참으로 아름다운 여자구나. 그러니 저자가 그런 수작을 하는 것이겠지.’

수한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느새 최성희의 몸에는 옷이 찢겨 나가 넝마 조각 일부만이 걸쳐졌다.

그 모습은 모두 벗고 있는 것보다 더 이안용을 자극했다.

이안용은 뇌쇄적인 모습에 더욱 흥분하여 자신의 옷을 찢듯 벗고 있었다.

‘안 되겠다. 슬립!’

수한은 최제국과 이안용에게 프렌들리 마법이 통하지 않자 마법을 취소하고 마력을 아껴 두었다.

프렌들리 마법처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마법은 계속해서 마력을 소모한다.

그렇게 되면 결정적인 순간에 마력이 부족해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한은 통하지도 않는 마법을 유지하기보단 마력을 아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마법을 취소했던 것이다.

그런 수한의 판단은 아주 적절했다.

자신에게 관심을 놓고 있을 때 수한은 정신을 팔고 있는 이안용에게 슬립 마법을 걸었다.

수면 마법인 슬립은 프렌들리 마법처럼 정신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이안용에게도 적용되었다.

쿵!

최성희는 자신의 몸을 탐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이안용이 갑자기 자신의 몸에서 굴러떨어지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순간 비명을 지를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잠시 자신의 몸에서 떨어진 이안용 부원장을 쳐다보던 최성희는 얼른 비품 창고에 있는 비품 중에서 청소아줌마들이 입는 청소복을 꺼내 입었다.

자신의 옷은 이미 이안용이 옷을 벗기는 과정에서 찢어 버렸기에 더 이상 옷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청소부들의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옷을 갈아입은 최성희는 바닥에 누워 있는 수한을 얼른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가야…… 우리는 지금 무척 위험한 상태란다. 그러니 절대로 소리를 내선 안 된다.”

성희는 수한을 보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그런 성희의 말에 수한은 최성희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웃어 주었다.

방긋!

“어머, 너 크면 여자 꽤나 울리겠구나?”

아기가 웃는 얼굴이 너무도 해맑고 예쁜 나머지 성희는 그렇게 수한을 칭찬하며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 느낌이 좋은지 수한은 계속해서 성희를 보며 웃었다.

아기가 자신을 보며 웃어 주자 성희는 아기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얼른 자신의 차가 있는 지하주차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걸음을 빨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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