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8화 (8/118)

8. 위기

천하그룹.

대한민국 재계 순위 77위의 그렇게 큰 그룹은 아니다.

하지만 천하그룹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천하그룹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력산업이 가지고 있는 힘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한민국에 산재한 많은 기업들이 자산 보유고가 그리 좋지 못한 반면 천하그룹은 상당한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향 사업이라는 건설을 모태로 한 그룹 치고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천하그룹,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어째서 사향 사업인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면서도 그룹을 유지하고 또 자산 보유고가 플러스인지 알 수 있었다.

천하그룹 산하 천하건설이 분양하는 아파트나 주택, 리조트는 다른 기업들의 아파트나 주택과 달리 미분양 사태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천하그룹이 지은 아파트라는 이름만 들어가면 바로 프리미엄이 붙어 팔려 나가는 추세였다.

정확한 수요 예측과 친환경적인 설계와 함께 뛰어난 디자인과 편의 시설 등은 고객 만족도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건설뿐이니라 천하건설에서 분사한 천하디자인과 천하가드 역시 호황을 누리며 연매출 1000억을 돌파하고 있다.

거기에 무너지지 않는 산업이라 말하는 방위산업체도 가지고 있었는데, 천하화학과 천하디펜스는 천하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군에 납품되는 폭탄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그야말로 풍강산업과 함께 양대 산맥과도 같은 탄탄한 계열사를 가지고 있고, 또 천하디펜스는 천하화학과 마찬가지로 천하그룹의 금고를 채워 주는 알짜 기업으로 방탄차량을 군용 차량을 납품하는 회사다.

이렇듯 알짜 회사만 가지고 있다 보니 천하그룹은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부채 비율도 다른 그룹들에 양호한 상태다.

그러니 이런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천하그룹이 재계 순위가 낮다고 함부로 하지 못했다.

특히나 천하그룹은 대한민국 재계에 인맥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 더욱 그렇다.

혼인동맹으로 연결된 이들의 인맥은 함부로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칠 일이다.

그런 천하그룹에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회장님! 명수 도련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참 업무를 보고 있던 정대한은 비서실장인 김병수의 보고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을 했다.

“그런 놈 몰라!”

싸늘한 회장의 대답에 김병수는 다시 한 번 대답을 하였다.

“손자의 일로 도움을 청했습니다.”

손자의 일로 도움을 청한다는 말에 그제야 보고 있던 서류에서 시선을 돌리고 김병수를 돌아보았다.

“도움이라니?”

의절한 아들에게서 도움을 청한다는 연락이 왔다는 말에 정대한도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기에 의절한 그놈이 내 도움을 청한다는 말이야?”

사실 의절하기는 하였지만 정대한은 계속해서 아들 주변에 경호원을 붙이고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더욱이 몇 달 전 귀여운 손자를 보았다는 보고와 함께 그 손자가 무척이나 똑똑하다는 말도 들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손자의 문제로 도움을 청한다는 말에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백화점에서 누군가에 의해 유괴 되었다고 합니다.”

“유괴!”

정대한은 유괴라는 말에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감히 자신의 손자가 유괴되었다는 말에 엄청 화가 났다.

“어떤 놈이야!”

“그것이 아직…….”

“김 실장! 천하가드 이사장에게 연락해 내 손자를 유괴한 놈과 관련자들 모두 잡아들이라고 해!”

“알겠습니다.”

정대한은 비서실장에게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을 하면서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감히! 감히 나 정대한의 손자를 유괴해?!”

비서실장이 자신의 지시로 나간 뒤에도 정대한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만약 이 자리에 수한을 유괴한 김영수가 자리하고 있었다면 그는 정대한의 눈빛에 찢어 죽었을 것이다.

◈ ◈ ◈

“예, 예, 알겠습니다. 조용히 알아보겠습니다.”

천하가드의 이종찬 사장은 본사 비서실장인 김병수에게서 회장님의 전언을 들었다.

“어떤 놈이 감히 천하그룹의 혈족을 노린 것이지?”

이종찬은 말을 하면서도 마치 선물을 받은 아이 마냥 눈을 반짝였다.

김병수 비서실장에게서 온 연락은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였지만 그에게는 그 전언이 새로운 오락거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조용했나 보군!”

천하가드, 겉으로는 그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경호서비스업을 하는 회사다.

하지만 천하가드의 실체는 전혀 달랐다.

천하가드의 전신은 바로 건설업에 기생하는 용역깡패였던 것이다.

천하그룹을 이룩한 정 씨 일가에서 운영하는 무력집단으로 정 씨 일가가 건설업에 뛰어들면서 지저분한 일을 처리해 주는 집단이 되었다.

사실 정 씨 일가는 고려 때부터 내려오는 무가(武家)였다.

고려시대에 무가로써 군문에 있던 정 씨 일가는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조선왕조가 무 보다는 문을 더 숭상하면서 중앙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렇지만 정 씨 일가는 절대 무를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계승을 하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무 보다는 문을, 그리고 문 보다는 돈을 더 숭상하는 시대가 되면서 일가도 변화를 하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계속해서 변화를 하고 또 적응을 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세력들이 시대에 뒤떨어져 도태되고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정 씨 일가도 변화에 앞장서서 자신들도 시대의 흐름에 편승했다.

그래서 6.25사변이 지나면서 정 씨 일가도 재계로 뛰어들기에 이르렀다.

그전까지만 해도 오로지 무도계승에 뜻을 두고 전통무술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했던 그들이, 해방 직후 혼란스러운 시대에 경호원을 찾는 유력인사들의 부탁으로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여러 방면에 제자들을 내보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 돈이 가치의 척도가 되는 것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재계에 투신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연마한 무술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었다.

재계에 뛰어든 정 씨 일가에 비상한 상재(商材)를 타고난 인재가 태어났다.

그가 바로 천하그룹의 기반을 닦은 정국현 회장이었다.

정국현은 바로 수한의 증조할아버지다.

현 천하그룹 회장인 정대한 회장의 아버지인 정국현 회장은 자신들이 가진 힘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무력이란 것을 알고 어떤 종목에 나서야 가장 확실하게 성공을 할 수 있을지 깨닫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그전에는 그저 무력을 알고 인맥을 통해 부탁하는 인사들에게 제자들을 파견해 보디가드 일을 해 주었다.

그리고 작은 사례를 받는 것으로 가문을 운영하였는데, 정국현은 그런 일에서 벗어나 사업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건설업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건설업 붐이 일고 있기도 했지만 건설업에는 필연적으로 무력이 동원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각종 이권에 무력이 동원되는 것은 당연했다.

천하건설도 그렇게 가문의 제자들을 다른 건설사에서 동원하는 용역깡패처럼 사업을 방해하는 이들을 처리하는 데 이용을 하였다.

그렇게 성장한 천하건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용역깡패처럼 활용하던 무력집단을 당시 대기업들이 뛰어들기 시작한 경호업에 진출시켰다.

음지에 있던 그들을 양지로 끓어올린 것이다.

사실 가문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제자들을 깡패처럼 활용한다는 것에 가문 내에서도 많은 반발이 발생하고 있던 때였기에 아주 시기적으로 적절한 판단이었다.

이렇게 천하가드라는 경호회사가 계열사로 생기고 또 거대해진 건설에서 디자인과 설계부분을 떼어 천하디자인이란 회사를 분산시켰다.

이로써 천하건설은 천하건설, 천하디자인, 천하가드 3개의 회사로 분리되면서 그룹 체계로 들어갔다.

정국현 회장은 그 뒤로도 많은 기업들을 흡수하여 지금의 천하그룹이 있는 기반을 닦았다.

아무튼 지금의 천하그룹이 있기까지 천하가드의 힘은 음으로 양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천하그룹이 어느 정도 기반이 닦이자 예전처럼 음지의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천하가드는 합법적인 일반 주로 하였는데, 이번에 수한이 유괴되는 일로 해 다시금 음지의 일에 관여하게 되었다.

천하가드는 양지의 일을 하면서도 아직까지 음지의 일을 모두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다고, 언제 어느 때 필요할지 모르기에 대한민국에 산재한 조직들에게 어느 정도 일거리를 주며 선을 대고 있었다.

기업 활동을 하는데 음지의 소문을 전혀 듣지 않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일도 누군가가 조직에 의뢰를 하여 벌어진 일일 것이 분명하니 그들을 찾기 위해선 똑같이 행동을 해야 했다.

생각을 정리하던 이종찬은 인터폰을 통해 간부들을 소집했다.

띠!

“김 비서! 긴급으로 간부회의 소집해!”

―알겠습니다.

간부회의 소집을 한 이종찬의 눈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했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 같은 눈빛이 무척이나 잔인해 보였다.

◈ ◈ ◈

“이놈이란 말이지?”

두꺼비파 두목 최상호는 김영수가 유괴한 수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을 하였다.

“예, 목적을 이루었으니 이제 제 잘못은 퉁 치는 것입니다.”

“그래, 그래. 이렇게 내가 한 지시만 잘 이행한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수 있을 거야.”

최상호는 김영수의 말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최상호는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도저히 아기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조만간 납치한 아기를 의뢰자에게 넘겨야 하는데, 그것이 무척이나 짜증이 났다.

이런 일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님에도 이번 아기는 괜히 데려다 주기 싫었다.

마치 자신의 피붙이를 남에게 팔아넘기는 듯한 죄책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김영수에게 말을 하면서도 수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최상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김영수 또한 지금 최상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저씨는 누구야? 엄마 어디 있어?”

유모차에 잠이 들었던 수한이 눈을 뜨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말을 하였다.

수한이 자신들을 보며 말을 걸자 최상호와 김영수는 깜짝 놀랐다.

아직 강보에 싸인 아기가 자신들을 보며 울지도 않고 말을 거는 것에 놀란 것이다.

특히나 수한만 한 자식이 있는 최상호의 눈이 더욱 커졌다.

자신의 자식은 아빠인 자신을 보고도 울 때가 있는데, 지금 수한은 잠에서 깬 상태에서 울지도 않고 또박또박 말을 하고 있으니 놀라움이 더욱 컸다.

“지금 네가 말한 것이냐?”

“응, 엄마 어디 갔어?”

자신의 물음에 대답을 하는 수한의 모습에 넋이 나간 최상호와 김영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래서 그자들이 납치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군! 나쁜 새끼들!’

최상호는 자신에게 수한을 납치해 달라던 최제국을 생각하면서 욕을 했다.

사실 최상호는 최제국이 무엇 때문에 수한을 납치해 달라고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전에도 영재로 판명 난 아이를 납치해 그가 원장으로 있는 일신학원에 넘겨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수한의 모습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최제국을 욕하고 있는 것이다.

아기를 유괴하라고 의뢰를 한 놈이나, 그런 의뢰를 받은 자신이나 똑같은 쓰레기이면서도 최상호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저씨, 나 배고파!”

“응, 그래 아저씨가 우유 갖다줄게! 기다려라!”

수한은 잠에서 깨자마자 배가 고파 왔다.

아기는 시시 때때로 배가 고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최상호는 그런 수한의 말에 얼른 대답을 했다.

한 번도 자신의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해 본 적도 없으면서 수한에게는 그렇게 해 줘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그리 대답을 한 것이다.

사실 이건 모두 수한이 자신의 몸에 건 마법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을 보면 호감을 느끼게 하고, 또 계속 보게 되면 호감이 더욱 깊어져 혈육과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하기에 지금 최상호나 김영수가 수한에게 느끼는 감정은 정말로 친혈육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수한이 배고프단 말에 밖으로 나간 최상호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어서 빨리 아기가 먹을 수 있게 분유를 타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두꺼비파에 속한 깡패들 중, 아기 분유를 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때문에 두꺼비파에는 때 아닌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수한이 먹을 분유를 만들어 온 최상호. 수한은 느긋한 마음으로 최상호가 부하들을 닦달해 가져온 분유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이자들이 날 납치를 한 것이구나! 그런데 분위기로 봐선 뒷골목 건달패 같은데, 무엇 때문에 날 납치한 것이지?’

수한은 느긋한 마음으로 허기를 달래면서 주변을 살폈다.

분위기로 봐서 이들의 직업이 무엇인지 깨달은 수한은 무엇 때문에 자신을 납치한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조용히 분위기를 살폈다.

정보가 없으니 아직 이들이 자신을 납치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마법이 효과 때문에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수한이 이렇게 자신이 납치된 이유를 알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김영수는 최상호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형님…… 정말로 이 아기를 최 원장에게 데려다줄 겁니까?”

‘최 원장이 누구지? 아! 그자가 날 납치하라고 의뢰를 한 사람인가 보구나!’

수한은 김영수가 최상호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이 납치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원장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자신이 영재학원에서 테스트를 받은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그래야겠지? 최 원장 뒤에 일신그룹이 있으니 이제 와서 못 보내겠다고 하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한다.”

최상호는 말을 하면서도 가슴이 뛰었다.

수한을 보낸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것이 수한의 마법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최상호와 김영수는 어린 아기를 납치해 달라고 의뢰를 한 최제국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내지 않을 수도 없었다.

만약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을 처리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제국이 원장으로 있는 일신학원 뒤에 있는 일신그룹이 어떤 회사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최상호는 수한에게 느끼는 애착보다 그들의 보복이 더 두려워 억지로 대답을 했다.

현재 최상호에게 미치는 수한의 마법보단 일신그룹에게 받을 보복이 더욱 두려웠다.

그 두려움이 8클래스의 깨달음을 간직한 1클래스 마법의 효과를 상회하기에 마법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수한을 보내려 하는 것이다.

보통은 마법의 효과가 절대적이라 이쯤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원래대로 되돌리는데, 일신그룹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의뢰대로 수한을 일신학원에 넘기기로 했다.

“하…… 난 도저히 안 되겠다. 오늘은 영수 네가 최 원장에게 다녀와라.”

최상호는 도저히 양심의 가책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한을 일신학원에 데려다주는 것을 김영수에게 넘겼다.

김영수는 그런 최상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수한의 얼굴을 오래 봐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최상호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는 아기의 얼굴을 보며 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 이상할만도 하지만 최상호나 김영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실 마법의 효과도 효과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마법이란 것을 전혀 접해 보지 못한 두 사람은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1클래스의 아주 간단한 마법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이다.

만약 이케아 대륙에서였다면 아무리 수한의 깨달음이 8클래스 급이라 해도 1클래스 마법인 프렌들리 마법이 이처럼 절대적인 효과를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저 말 그대로 호감 정도에 그쳤을 것인데, 마법이란 것을 접해 보지 못해 저항력이 전혀 없는 최상호와 김영수는 마치 매혹 마법을 당한 것 마냥 수한에게 빠져들었다.

◈ ◈ ◈

“어떻게 오셨습니까?”

“최제국 원장님 의뢰로 왔습니다.”

김영수는 심난한 마음을 뒤로하고 두목인 최상호의 명령으로 수한을 데리고 일신학원에 도착을 했다.

학원 입구에 도착을 한 김영수는 자신을 막아선 경비를 향해 그렇게 대답을 했다.

경비는 이미 연락을 받았기에 바로 차단기를 올리면 말을 하였다.

“다른 곳으로 가지 마시고, 지하 1층 A―3구역으로 가시오. 그곳에 부원장님이 기다리고 있으니.”

경비는 자신이 지시를 받은 대로 김영수에게 들려주었다.

김영수는 경비가 하는 말을 듣고 차를 천천히 움직여 학원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들어갔다.

지하에 들어가 표시대로 A―3구역으로 향했다.

끼익!

A―3이라 써진 주차 구역에 도착해 차를 멈추니 기둥 뒤에서 누군가 나왔다.

“영등포 최 사장이 보냈나?”

이미 보고를 받고 내려온 이안용은 김영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네, 최 사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아기는?”

이안용은 최상호가 보냈다는 말에 바로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하였다.

이안용의 말을 들은 김영수는 인상을 찡그렸다 펴며 대답을 했다.

“뒷자리에 있습니다.”

“그래?”

뒷자리에 있다는 김영수의 말에 이안용은 차 뒤쪽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헉!”

그런데 이안용이 문을 열자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기가 자신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도 양심은 있는지 납치 의뢰를 해 놓고 납치된 아기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란 것이다.

“아니, 재우지도 않고 데려오면 어떻게 해!”

수한과 눈이 마주친 것에 깜짝 놀랐던 이안용은 괜히 김영수를 보며 신경질을 냈다.

사실 보통 납치된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소리를 치지 못하게 잠을 재워 오는 것이 관례였다.

납치를 했는데 중간에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 주변의 시선을 끌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으니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한편 이안용이 무엇 때문에 지금 화를 내는지 잘 알고 있지만 김영수는 현재 자신의 피붙이를 이안용에게 넘기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중이라 그도 심기가 무척이나 불편했다.

그 때문에 이안용이 화를 내고 자신에게 고함을 치는 것에 좋은 말이 나가지 않았다.

“이렇게 어린 아기에게 그 약품이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요.”

“그러다 잘못되면 더 큰일이 벌어진다는 것도 모르나!”

“아, 이 아기는 순해서 오는 동안 아무런 문제없었으니 그리 알고 돈이나 주시오.”

김영수는 기분도 좋지 않은데, 괜한 것으로 꼬투리 잡는다 생각하고는 그렇게 쏘아붙이듯 말하고 돈이나 달라고 말을 했다.

그런 김영수의 모습에 이안용은 순간 흠칫했다.

비록 자신들이 이들에게 의뢰를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김영수의 정체는 조폭이었다.

그런 사람이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자 이안용도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수틀려 그가 자신을 해코지 한다면 당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비록 이곳이 자신의 직장이라 해도 현재 이곳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기에 괜히 깡패를 더 이상 자극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뭐 아무런 일 없었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하지는 않겠소. 하지만 다음에도 이러면 그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이안용은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엄포를 놓고 김영수에게 자신을 따라오라는 말을 하였다.

“돈은 내 방에 있으니 아기를 데리고 따라오시오.”

앞장서서 걸어가는 이안용을 보며 김영수는 한숨을 쉬고는 수한이 타고 있는 유모차를 차에서 꺼내 밀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 ◈ ◈

“병신 같은 놈!”

정대한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음…….”

아버지의 막말에도 정명수는 그런 아버지에게 반발을 하지 못했다.

현재 자신은 유괴된 아들을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아버지가 하는 말이 전적으로 옳았다.

자신은 병신이었다. 자신의 가족도 지키지 못한 병신.

비록 자신이 업무를 보던 시간이라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하지만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아들이 유괴될 때 막지 못했던 자신은 병신이고 죄인이다.

어린 자식이 그런 참담한 경험을 하게 만든 천고의 죄인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 아버지의 막말에도 어떤 변명을 할 수 없었다.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큰소리치며 나가더니 결과가 이거냐!”

도와달라는 명수의 말에도 정대한은 계속해서 그의 속을 긁었다.

한편 자신의 말에 어떤 반응도 없이 그저 도와달라고만 하는 아들의 모습에 그가 얼마나 이번 일에 도움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찬하가드 이 사장에게 말해 놨으니 기다려 봐라!”

그동안 고개를 숙이고 그저 아버지의 말에 도와달라고만 하고 있던 정명수는 아버지가 하는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천하가드 이종찬 사장에게 연락을 했다는 아버지의 말에 정명수는 눈이 번쩍 뜨였다.

정명수도 이종찬 사장이라면 이번 일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가 너무 과격하게 일을 만들지나 않을지 그것이 걱정이었다.

명수가 알고 있는 이종찬은 무척이나 냉혹한 사람이었다.

적이라 판명된 상대에게 절대로 용서가 없는 그야말로 잘 벼려진 무사와 같은 사람이었다.

“이종찬 사장이라면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너무 일을 크게 벌이지나 않을지 그것이 걱정이 되네요.”

정대한은 너무 일을 크게 벌이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아들의 말에 차갑게 대꾸를 했다.

“감히 정 씨 가문의 혈족을 건들고 무사하려 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우려를 표하는 아들의 말에 마치 이종찬 사장이 일을 크게 벌여 주길 기다린다는 말을 하는 정대한 회장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자신의 아버지가 가족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사실 10년 전에도 그랬다. 명수 본인도 아버지가 가족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외의 존재들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도 너무도 잘 알았다.

당시 자신이 미영과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을 잘 알면서도 미영이 고아라고 해서 배척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미영과 헤어지길 종용하다 말을 듣지 않자, 미영을 찾아가 자신과 헤어지란 말을 했었다.

아무리 자식을 위한 말이라고 해도 자식의 의견에 반대 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반발해 의절을 하고 집을 나와 미영과 결혼을 하였다.

마치 보란 듯이 그렇게 반항적으로 한 결혼이지만 명수는 절대 그 결혼을 후회하지 않았다.

집을 나와 고생을 하였지만 자신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미영으로 인해 너무도 행복하고 또 그 행복의 결실들이 하나, 둘 생기며 얼마나 행복했는가?

그런 생각을 하니 명수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 행복을 파괴하려는 어떤 이들로 인해 현재 자신의 아들이 유괴가 되었다.

그런데 아기를 유괴를 했다면 의당 뭔가 요구하는 연락이 와야 하는데, 유괴된 지 반나절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범인들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명수는 그 때문에 입안이 바짝 말라 갔다.

“그런데 범인들에게서 연락이 없는 거냐?”

“예, 경찰들도 이렇게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어쩌면 아기가 없는 불임 부부가 아기를 보고 자신들이 키우려고 유괴한 것은 아닌가? 하는 말을 하더군요.”

명수의 이야기를 들은 정대한 회장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아이를 유괴한 유괴범들은 대체로 유괴한 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아이의 부모에게 연락을 하여 돈을 요구한다든가, 아니면 자신이 무엇 때문에 아이를 유괴하였는지 말을 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였다.

그렇지만 그런 금품을 목적으로 한 유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울 목적으로 유괴하는 부류가 있는데, 대부분 이런 부류의 유괴범들은 다른 목적이 있어 유괴를 한다는 것 보다 충동적으로 눈앞에 아기가 보이자 유괴를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 범인을 초기에 찾아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뭔가 사전 계획이 있는 전자의 경우는 흔히 유괴된 아이의 근저에 자주 목격이 되기 때문에 흔적이 남는데, 후자의 경우는 우발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그런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 경우 범인들이 자수를 하거나 아니면 아기를 자발적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이상 찾기란 불가능했다.

아무리 수한이 똑똑하고 말을 잘한다고 해도 어른들이 꼭꼭 숨기고 있으면 아무리 많은 경찰과 사람들이 동원이 된다고 해도 찾기란 불가능한 일이리라.

정명수는 그것이 걱정인 것이다.

다행이라면 백화점 직원의 말을 들어 봤을 때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말끔한 인상의 사내가 와서 수한을 데려갔다는 말을 듣고 후자이기보다는 전자란 생각이 들었다.

수한을 목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경찰도 판단하고 있었다.

대낮에 그것도 백화점에 남자 혼자 유아복 코너가 있는 3층에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적이 있기에 그 시각에 혼자 그곳에 있었다고 판단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 하는 증거로 3층에 있던 고장 나지 않은 CCTV카메라에 찍힌 범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모습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멀고 해상도가 떨어져 범인을 알아볼 만한 사진은 없었지만 그의 범행이 계획된 유괴라는 뒷받침할 증거로는 충분했다.

돈을 목적으로 한 유괴가 아니란 것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되기도 했다.

사실 많은 유괴사건 중 첫 번째 유형보다 두 번째 유형의 유괴사건이 유괴되었던 아이가 살아 돌아올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넌 돌아가서 며늘아기나 돌봐 주고 있어!”

“아버지!”

정명수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자신의 아버지는 아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이 10년 동안 아버지와 의절을 한 이유에는 그것도 한 이유였다.

자신과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봤는데 며느리로 인정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자신의 자식까지 낳아 준 아내를 며느리로 인정을 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때문에 더욱 그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것이 아버지로 하여금 아내를 며느리로 인정을 받게 해 주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 화가 다 가라앉은 것은 아니니 그렇게 알고, 이 사장이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봐!”

“알겠습니다, 다음에 찾아오겠습니다.”

호사다마라……. 아버지가 아내를 인정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현재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기뻐할 수가 없었다.

“나가 봐!”

“예, 그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다음에 올 때는 큰아이도 데려와라!”

거듭된 아버지의 놀라운 말에 명수는 눈이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정대한은 고개를 돌리고 나가 보라는 손짓을 하였다.

아버지의 뜻밖의 모습에 잠시 멈칫하던 정명수도 조용히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한편 밖으로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정대한의 눈빛이 바뀌었다.

‘감히 내 손자를 납치해?! 어떤 놈인지 내 가만두지 않겠다.’

사실 아까 전 명수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종찬 사장이 일을 크게 벌이지 않길 원하는 명수와 달리 정대한은 이번 기회에 한 번 대한민국을 뒤집어 줄 생각이었다.

예전 자신의 아버지가 천하그룹을 이끌 때는 감히 자신의 집안에 시비를 거는 집단이 없었다.

아니, 초기 자신의 아버지가 천하건설을 설립하고 운영을 할 때는 멋모르고 덤비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가문의 무력을 이용해 모두 쓸어버리고 기반을 다져 천하그룹을 만들자 아무도 도전하는 이들이 없었다.

그것은 천하그룹보다 상위에 있는 그룹들도 마찬가지였다.

재력이야 천하그룹보다 대단한 곳은 대한민국에 많았다.

하다못해 명동의 큰손들 중에서도 천하그룹보다 더 돈이 많은 자들도 몇 명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감히 천하그룹이 손대는 사업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만큼 철저하게 보복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천하그룹을 쉽게 보는 집단이 없어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용역깡패처럼 활용하던 가문의 무력조직을 천하가드라는 경호업 회로 양지로 끌어올리면서 조용히 지내다 보니 요즘 들어 천하그룹을 상대로 간 보기를 하는 자들이 발생했다.

물론 그건 오랜 역사를 가진 집단들 보다는 벤처 붐을 타고 급성장한 기업들 중에 몇 그리고 천하그룹처럼 음지에서 힘을 키워 양지로 나온 몇몇 기업들 중에서 그런 조짐이 나오고 있었다.

정대한 회장은 그래서 이번 기회에 천하그룹을 건들이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다고 했던가. 지금이 딱 그 짝이었다.

의절했던 아들이 둘째를 봤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욱이 손자가 무척이나 똑똑해 이제 돌도 되지 않아서 말을 하고 또 영재 테스트에서 엄청난 지능을 발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때문에 이제나저제나 기회를 봐 아들을 불러들이려고 하던 찰나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참으로 공교로울 정도로 시기가 적절하게 천하그룹의 상황과 맞물려 터졌다.

누군가 마치 짜 놓은 연출처럼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건이 정대한 회장의 입장에서 나쁠 것도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의절했던 아들과 화해도 하고 또 회사를 노리는 자들에게 경고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물론 유괴된 손자도 무사히 구출을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정대한 회장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빛났다.

◈ ◈ ◈

이안용 부원장에게 잔금을 받은 김영수의 눈빛이 잔잔하게 흔들렸다.

돈을 다 받았으니 이젠 자신은 이곳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수한을 놓고 떠나야 하는 그의 심정은 무척이나 심란했다.

생이별을 하는 난민마냥 그의 눈빛은 처연하게 빛났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수한아 잘 있어라…… 아저씨 간다.”

“응, 잘 가!”

수한은 자신을 보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김영수를 보며 담담하게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그런 수한의 인사에도 김영수는 차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느릿하게 움직이며 방을 나섰다.

한편 그런 김영수의 모습에 이안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겨우 하루 본 아기에게 저런 모습을 보이는 김영수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수한의 몸에는 프렌들리 마법이 걸려 있기에 수한을 본 사람이라면 김영수와 비슷한 반응을 보여야 하지만 이안용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한이 김영수가 작별인사를 하는데도 그렇듯 무심하게 반응한 것도 지금 이안용이 보이는 태도 때문에 그것을 생각하느라 그런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자에겐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이지?’

수한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어떤 이유로 이안용에게 자신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인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다.

아직 수한은 알지 못하지만 이안용이나 아직 보지 못한 최제국은 소시오패스였다.

타인과의 교감신경이 결여된 사람이기에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마법이라도 이런 타인과의 교감이 결여된 상대에게 없는 감정을 만들어 줄 수는 없었다.

즉 프렌들리 마법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끄집어내 그것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시오패스에게는 그런 감정이 없었다.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감정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기에 호감이란 감정 자체가 없는데, 그런 감정을 자극하는 마법인 프렌들리 마법이 효과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꺼져 가는 불씨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이 마법이라면 소시오패스는 그 불씨 자체가 없기 때문에 연료를 가져다 부어도 불이 타오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수한이 좀 더 자라서 이런 정보를 얻게 된다면 마법이 없는 세상이지만 마법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수한이 알게 된 이 세상의 정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알아 가야만 했다.

김영수가 나가고 이안용은 수한을 한참 쳐다보다 김영수가 무엇 때문에 이 아기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잘생기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외모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뭔가는 느껴지지 않았다.

“물건이 왔으니 원장님께 보고를 하고 일단 샘플을 채취해야지.”

‘뭐야!’

수한은 이안용에게 자신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안용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참으로 소름끼치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인간을 상대로 실험동물에게서 하듯 샘플을 채취한다는 말을 듣게 되자 수한은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설마 여기가 흑마법사들의 소굴인가? 아니 이곳에는 마법이란 것 자체가 없다고 했는데?’

수한은 지금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분명 자신이 알아 본 이곳의 정보에는 마법이란 것 자체가 허구이고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 규명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자가 하는 말을 들으며 마치 이케아 대륙에 있던 흑마법사들이나 이단으로 몰린 일부 연금술사들이 생각났다.

이케아 대륙에는 많은 마법들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흑마법이라고해서 배척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배척되고 또 알려진다면 전 대륙이 나서서 척결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마법들이었다.

즉 인체실험을 하는 것만이 불법으로 규정이 되어 처단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마법사들은 자신이 가진 마법의 클래스를 높이거나 마법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 인체실험을 감행했다.

이는 백마법이나 흑마법 구별하지 않고 인간의 욕망에 의해 그런 실험이 감행되었다.

그렇기에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마법사 모두를 마법에 관계없이 어둠에 물들었다고 생각해 흑마법사 집단이라 몰아가 척결했다.

만약 인체실험을 한 마법사들을 그냥 두었다면 이케아 대륙은 아마도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무분별하게 마법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 인체실험을 하거나 마력을 얻기 위해 인간을 대상으로 마력을 강탈하는 실험이 자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실험이 행해졌고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마법을 익힌 마법사는 흑마법사 악마에게 영혼을 판, 존재라 하여 전 대륙의 공적이 되었다.

수한도 이케아 대륙 즉 제로미스로 삶을 살아갈 때 그런 자를 사냥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그와 비슷한 자를 발견한 것이다.

아직 자신은 힘이 없었다.

이곳에 환생을 하고 최고의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 겨우 1클래스일 뿐.

1클래스의 마법을 가지고 이제 겨우 아기인 몸으로 이곳을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정말이지 수한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바로 지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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