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백화점을 가다
정명수는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면 쉽게 해결이 될 것으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수한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때문에 방송에도 몇 번 출현하고 여러 군데 병원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수한의 부모는 그런 연락은 단호하게 거부를 하였다.
자신의 자식을 연구하겠다는데 어떤 부모가 그 상황에서 허락을 할 수 있겠는가?
수한의 아빠인 정명수는 더 이상 이대로 가다가는 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이제 겨우 생후 6개월도 되지 않은 수한이 탈이라도 난다면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망설이던 정명수는 그동안 의절하고 지내던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기로 결심을 했다.
정명수는 자식들의 미래를 자신이 결정하려는 듯한 아버지의 태도에 반발해 자신의 아버지와 의절을 하고 독립을 하였다.
정명수의 집안은 오래전부터 인재양성에 힘을 쏟아 현재에는 정관계 요소요소에 양성한 인재들을 두루 포진시켜 규모에 비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정명수의 아버지는 가문을 대한민국 최고로 만들기 위해 자식들에게 정략결혼을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미영과 같은 관계에 있던 정명수는 아버지의 말에 반발하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이미 그의 아버지는 정명수가 반발할 것을 알고 미영을 만나 헤어질 것을 종용했다.
정명수의 아버지는 엄청난 야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의 대에 업계 1위인 성삼그룹에 버금가는 기업을 일구고 자신의 후대에는 꼭 성삼그룹을 추월해 대한민국에서만이라도 최고는 자신의 집안이란 말을 듣게 하고픈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때 지금의 아내 미영과 헤어질 뻔도 하였다.
당시 명수의 집안에 대해 알지 못했던 미영은 명수의 배경을 듣고 난 뒤 두려움에 명수를 멀리했었다.
뒤늦게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명수는 그 일로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
집안의 성세도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자식의 인생을 예단하려는 아버지의 행동에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하던 공부도 포기하고 미영과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전공을 바꿔 외무고시를 보았다.
가문의 기업을 이끌기 위해 경영학을 공부하였지만 아버지와 의절을 한 뒤로 아버지의 방해로 일반적으로 직장에 취직하기란 불가능할 것을 알기에 전공을 바꾸었다.
그리고 2년을 공부해 당당히 외무고시를 합격하였다.
공무원이 된다면 아무리 대단한 자신의 집안이고 또 아버지의 방해가 있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정명수는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을 뒷바라지했던 미영과 결혼을 하였고 또 사랑의 결실을 보았다.
이렇게 10년 가까이 의절을 하고 살았는데, 자식의 일로 연락을 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정명수가 이렇게 가족들의 안위를 생각하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수한은 또 다른 생각에 골몰했다.
이제 겨우 4개월이 되어 가는 그는 시간이 너무도 가지 않아 미칠 지경이었다.
아니, 시간이 가지 않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기의 몸인 것이 불만이었다.
어디를 가든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하고, 또 보호를 받아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제한이 많았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자신의 몸이 조금만 컸더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물론 나이에 비해 키가 크다고 하면 그것도 관심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런 문제쯤은 금방 잊혀질 수 있는 일이었다.
또 그렇게 키가 크다면 나이가 어찌 되었든 머리가 똑똑한 것도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금방 이해를 하고 넘어갈 것이다.
즉, 지금처럼 아기의 몸으로 머리가 똑똑하다는 것보다는 주목을 덜 받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금방 사라질 것인데 그러지 못한 것에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더욱이 아기의 몸이라 혼자 뭔가를 할 수가 없다.
이미 I.봇을 통해 이 세계에 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수한이 이 세계에 대한 결론은 이 세계도 전생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힘의 형태가 많이 바뀌어 있기는 하지만 인간이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에는 종류가 있었다. 금력, 권력 그리고 무력(武力) 이 3가지 중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 있어도 그런 삶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겨우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어이가 없기는 하지만 수한의 정신은 이미 한 번의 삶을 영위했고 또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보니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전생에서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다 누리고 이 세계에 환생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무려 7클래스의 대마도사였던 그도 왕국 간의 전쟁에 휘말려 삶을 종료했다.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이 방해를 받아 끝난 것이다.
이런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수한이기에 비록 아기의 몸이지만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
‘이번 생은 절대로 전생처럼 타인이 내 삶을 방해하지 못하게 할 거야.’
자신의 요람에 누워 천장에 매달려 돌아가는 모빌을 보며 미래를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면 힘이 필요해! 그럼 힘을 가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던 수한은 뭔가 생각이 났다.
‘그래, 내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것이 있었지?’
수한이 생각한 남들에게 없고 자신에게만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던 그의 뇌리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아! 마법이 있었지? 마법이라면 이 세계에서 나만이 가지는 힘이 될 수 있다.’
비록 이 세계의 무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마법이란 이 세계에는 없고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그것을 자신이 가진다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마법을 전생의 경지로 수련할 수만 있다면 아무도 자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I.봇으로 본 이 세계는 그 정도면 총이란 알 수 없는 무기 앞에서도 충분히 자신을 지켜 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수한은 인터넷을 통해 접한 이 세계의 정보 중 무기를 보며 깜짝 놀랐다.
이 세계에 마법이 없다는 것에 이 세계가 무척이나 무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곳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마법도 없는데 어떻게 문명이 이렇게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그게 과학이란 마법에 비견되는 또 다른 학문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것을 마법으로 해석하려는 버릇이 있는 수한에게 과학이란 무척이나 귀찮은 비효율적으로 비쳤다.
그냥 자연에 퍼져 있는 마나를 끌어와 자신의 마력을 혼합해 밝히면 되는 빛을 여러 공정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룬다는 것을 수한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수한은 새로운 학문에 관심을 보이던 수한은 금방 과학이란 학문에서 관심을 끊었다.
다시 자신의 본류인 마법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과학이란 알기도 어렵고, 복잡하며 비효율적인 것에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자신이 잘 알고 또 남들이 모르면서도 효율적인 마법에 눈을 돌린 것이다.
더욱이 이미 자신의 몸에는 1클래스의 마법을 시전 할 수 있을 정도로 마력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마법에 입문하기도 쉬웠다.
어떤 원인으로 마력이 자신의 몸에 쌓이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깨달은 뭔가에 의한 작용이었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었다.
눈을 뜨고 첫 사물을 보던 그날 수한은 포근한 느낌과 함께 마나의 향기에 감싸였다.
그리고 그 뒤로 자신의 몸에 1클래스에 해당하는 마력이 싸인 것을 알게 되었다.
전생의 자신보다도 더 마나에 민감한 체질을 태어난 수한은 이렇게 자신이 마법을 익히는 데 최적을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자신의 힘으로 마법을 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마법을 익히자. 이번 생에서는 예전, 아니, 이종족의 한계라는 8클래스도 극복하고 드래곤의 영역이라는 9클래스에 도전을 하는 거야. 비록 8클래스의 마법이나 9클래스의 마법은 알지 못했지만, 그날 본 마법진을 연구하다 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한은 죽기 전 살펴보았던 텔레포트 마법진을 기억하며 그렇게 결심했다.
8클래스 마스터 하이엘프 마법사나 또는 드래곤이 남겨 둔 마법으로 생각되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연구하다 보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심이 선 수한은 마음을 먹자마자 마법 수련에 들어갔다.
일단 관조를 하며 자신의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세상에 퍼져 있는 마나를 느끼기 위해선 일단 자신의 내부를 관조해 마나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마력을 먼저 느껴야 한다.
비록 마력과 마나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대동소이한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 대륙에서 마법사의 마력이나 기사들의 포스의 기본은 마나라 생각했다.
마법사는 자연현상에 대한 법칙을 풀기에 다양한 형태로 마력이 변하고 기사는 강해지고자 하는 일념으로 포스를 쌓기에 마나가 고밀로도 쌓이는 형태로 발현된다고 생각했다.
기사나 마법사 모두 처음 수련을 할 때는 그래서 내부를 관조해야만 했다.
그래야 포스든 마력이든 그 성질을 파악하고 세상에 퍼진 마나를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수한의 몸에 있는 마력은 너무도 순수해 마력의 기초물질인 마나와 너무도 흡사했기에 금방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마력의 느낌과 마나의 느낌을 알고 있으니 금방 세상의 퍼진 마나가 느껴졌다.
‘혼탁해!’
하지만 이 세계의 마나는 전에 느꼈던 것처럼 무척이나 혼탁했다.
몸에 있는 마력과는 맞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마력을 얻기 위해선 이렇게 혼탁해진 마나를 정제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아기 몸으로는 이런 더러운 마나를 몸에 받아들이고 정화하기란 불가능했다.
‘마나가 너무 탁해서 아직 받아들일 수 없는데 어떻게 하지?’
마법을 익히기로 결심한 수한에게는 정말이지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마나가 조금만 덜 탁했어도 받아들여 정화해서 조금이라도 몸에 쌓을 수 있었을 것이지만 현재 느껴지는 마나의 느낌으로는 몸에 받아들이면 바로 탈이 난다고 경고를 하고 있었다.
수한이 이렇게 요람에서 혼자 자신만의 문제로 낑낑거리고 있을 때, 거실에 있던 명수는 명수대로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하였다.
◈ ◈ ◈
영등포 일대를 잡고 있는 두꺼비파의 두목 최상호는 뭐가 그리 기분이 나쁜지 부하들을 향해 화를 내고 있었다.
“야! 이 새끼들아! 니들 일 똑바로 안 할 거야?”
“죄송합니다. 형님! 하지만 망치파 놈들이 방해를 하는 바람에…….”
두목 최상호의 호통에 두꺼비파 2인자인 족제비 김영수가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 대답이 최상호를 더욱 화가 나게 만들었다.
영등포를 지역구로 하는 두꺼비파와 신도림에 자리 잡고 있는 망치파는 지역 라이벌이자 철천지원수였다.
한때는 최상호와 망치파 두목인 망치 김인수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단짝이었다.
하지만 한 산에 두 마리 호랑이가 살지 못한다고 하였다.
어쩔 수 없는 깡패인 이들의 우정은 돈 앞에 스러졌다.
발전하는 신도림 지역을 두고 다투던 두 사람은 결국 칼부림까지 일어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최상호의 동생 최중호가 불구가 되었다.
김인수는 싸움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상호의 동생을 미끼로 사용했다.
아직 중학생인 최중호를 납치해 미끼로 사용한 것이다.
예전에야 이런 것이 건달답지 않다고 해서 지탄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었다.
상대의 약점을 찌르고 거꾸로 트리는 것만이 깡패들에게 최고의 병법이 된 세상이다.
그러니 김인수는 자신의 본분에 맞게 행동을 한 것이고, 또 목적을 이루었다.
예전이야 신도림보다 영등포가 더 큰 구역이었지만 지금은 영등포는 죽어 가는 상권이고 신도림이야말로 날로 발전하는 기회의 땅이었다.
결국 약점을 잡힌 최상호는 김인수에게 신도림이란 맛있는 파이를 뺏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은 친구에서 원수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2인자인 영수가 원수인 김인수가 만든 조직을 언급한 것이다.
“겨우 망치파가 방해를 했다고 변명을 하는 것이냐?”
“형님! 겨우가 아닙니다. 그놈들의 숫자가 저희보다 배는 더 많았습니다. 더욱이 기습을 받은 경우라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부하들이 싸우고 있는데 도망쳤다고?”
최상호는 지금 영수의 말에 기가 막혔다.
아무리 배가 많은 적이 쳐들어왔다고 해도 명색이 조직의 2인자인데 부하도 버리고 도망쳤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것을 변명이라고 하는 것인지 할 말이 없었다.
차라리 구원요청을 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도망부터 친 김영수를 내려다보는 최상호의 눈에 살기가 띠기 시작했다.
“이런 개새끼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그 자리에 앉혀 뒀더니 하는 짓이라고는 양아치만도 못하다니……. 넌 새끼야, 제명이야! 야, 이 자식은 건달도 아니다. 치워 버려!”
“혀, 형님!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김영수는 최상호의 제명이란 말에 깜짝 놀라며 무릎을 꿇고 빌었다.
조직에서 제명이란 말은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두꺼비파의 강령에는 제명이 될시 다른 조직처럼 사지근맥을 자르는 것 외에도 조직의 비밀을 발설하지 못하게 혀를 잘랐다.
즉, 팔다리의 인대가 잘려 신체의 불구는 물론이고 강제로 벙어리가 된다는 소리였다.
신체 조건이 다른 조직원에 비해 뛰어나지는 못했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 2인자가 된 김영수에게 이 말은 사형 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더욱이 조직의 2인자라고 하지만 김영수는 여느 깡패들과 똑같이 돈을 흥청망청 써 왔기에 모아 놓은 재산도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불구가 된다면 앞날은 빤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최상호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을 하는 중이다.
“뭣들 하고 있어! 처리하지 않고!”
최상호의 날선 호통에 주변에 있던 조직원들이 서서히 김영수의 곁으로 다가섰다.
김영수를 붙잡은 조직원들이 김영수를 최상호에게서 떼어 내 사무실 밖으로 끌고 가려고 하였지만, 필사적인 김영수는 최상호를 발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따르릉따르릉!
막 자신을 붙잡고 있는 김영수를 내려치려던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누구지?”
전화벨이 울리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최상호입니다.”
전화를 받은 최상호 그런데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들은 최상호의 얼굴이 조금 전과 180도 다르게 아주 밝아졌다.
“예, 사장님! 가능합니다.”
고개까지 끄덕이면 뭐가 가능하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누군가의 의회가 들어온 것 같았다.
더욱이 조금 전 조직이 관리하던 영업장을 원수인 망치파에 뺏겨 화를 내고 있던 최상호의 표정이 밝아진 것을 보니 결코 청부 액수가 결코 작지 않은 의뢰인 것 같았다.
분위기가 바뀌자 부하들은 잠시 대기를 했다.
괜히 의뢰를 받고 있는 중에 방해를 해 최상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수일 내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어떤 물건에 대한 청부였던 듯 최상호는 수락을 하였다.
전화를 끊은 최상호는 아직도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김영수를 보다 말을 했다.
“영수, 네게 기회를 주겠다.”
“그게 무엇입니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제명 선고를 받았던 김영수는 기사회생의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물었다.
그런 김영수의 말에 최상호는 가볍게 말을 하였다.
“별거 아니고, 애새끼 하나 납치하는 것이다.”
“납치요?”
김영수는 기회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자신이 할 일에 대하여 물었다.
그런데 납치를 하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냥 성인도 아니고 애새끼라고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대상이 미성년으로 보였다.
그 때문에 고민을 하던 김영수는 어차피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은 끝이었다.
납치를 하다 걸리면 감방에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조직에서 제명이 되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병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에 망설이지 않고 최상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형님, 그 일 제가 하겠습니다. 누굽니까?”
“그래, 그럼 네가 하는 것으로 하고, 이 일만 잘하면 네 잘못도 용서해 주지.”
최상호의 말에 김영수는 어금니를 깨물고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것이 자신에게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김영수는 최상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 ◈
기자들 때문에 집에서도 편히 쉬지를 못하는 것 때문에 고민을 하던 명수는 결심을 하고 부인인 미영을 불렀다.
“미영아! 잠시 이야기 좀 하자!”
미영은 남편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부르며 이야기를 하자고 하지 잔득 긴장을 하며 그의 곁으로 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무언가 고민을 심각하게 하던 남편의 부름이기에 긴장을 한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이대로는 안 되겠어. 다른 사람들의 관심 때문에 정작 우리 가족이 불편하고, 또 한참 민감한 때인 수정이나 수한이, 그리고 몸조리해야 할 당신까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미영은 아이들과 자신을 걱정하는 남편의 말에 너무도 고마웠다.
사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만 아니었다면 재벌가 아들인 남편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죄책감을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할 자신인데 이런 남편의 아낌없는 사람에 너무도 고마웠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가족을 걱정하는 남편의 말이지만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5급 공무원인 외무부 사무관이라고 하지만 함부로 했다가는 승진에 영향이 있을 것이 분명한데, 남편의 모습은 사뭇 위태위태해 보였다.
하지만 명수의 말을 듣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아무래도 아버지께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아.”
“아버님이…… 저희를 도와주실까요?”
남편의 말에 걱정을 덜기는 했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10년 전 남편은 자신과 헤어지라는 시아버지의 명령을 무시하고 자신과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권위적인 시아버지의 말씀에 정면으로 반발을 한 것은 차지하고 끝내는 의절까지 했기 때문이다.
“나야 미워하겠지만 그래도 손자의 일인데 들어주시지 않을까?”
“하지만…… 수정이 때도 그렇고 아직도 아버님 화가 안 풀린 것 같은데, 저희의 부탁을 들어주실까요?”
미영은 예전 일이 생각나 불안한 마음에 그렇게 물었다.
사실 5년 전 수정이가 태어났을 때 시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고 자신들의 결혼을 인정해 달라고 찾아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시아버지는 자신들을 보려고 하지 않으셨다.
이런 기억이 있기에 미영은 불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그리 말을 하였다.
“그래도 세월이 흘렀으니 조금은 누그러들었겠지. 그리고 이렇게 귀여운 손자인데 혹시 풀어지지 않았을까?”
남편의 말에 미영은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일단 남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가장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아내의 도리라 생각하기에 그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알겠어요. 그럼 아버님을 뵈러 가기 전 수한이 옷 좀 사야겠어요.”
“그래, 그러고 보니 당신도 이참에 새로 옷 한 벌 사고, 우리 수정이도 새 옷을 한 벌 사.”
명수는 이왕 아버지를 찾아뵈러 가려면 새 옷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이참에 가족 모두 새 옷을 한 벌 맞추기로 했다.
“알았어요. 그럼 내일 낮에 아이들 하고 함께 백화점에 가서 골라 볼게요.”
“그래, 될 수 있으면 화려하지 않고 단정한 것으로 골라 봐. 당신이야 어떤 것을 입어도 다 잘 어울리겠지만.”
“어머! 당신은…….”
남편의 말에 미영은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볼이 붉게 물들었다.
“내일 백화점에 가는 거야?”
“그래, 백화점 가서 우리 수정이하고 수한이 새 옷 사 입자?”
“와! 신난다.”
백화점이란 말에 거실에 있던 수한은 그게 무언지 모르기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지만 수정은 오랜만에 엄마와 백화점에 쇼핑을 간다는 말에 신이 났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여자는 여자인지 수정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내일 백화점이란 곳을 가는구나! 그런데 그곳이 뭐하는 곳이지? 인터넷에서 보긴 했지만 정확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는데…… 내일이면 알 수 있겠지.’
수한은 그동안 I.봇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하였다.
인터넷에는 많은 정보를 배울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수한이 그 뜻을 모르는 것도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한이 지식을 얻는 방법은 I.봇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환생 전, 그러니까 이케아 대륙에서 제로미스로 살 당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현생의 지식을 판단 습득하다 보니 이케아 대륙에 없던 정보는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조금 전 부모님의 말씀에 나온 백화점도 그중 하나다.
이케아 대륙에는 백화점이란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아직은 몰랐다.
다만 인터넷에 나온 사진을 통해 시장과 비슷하게 물건을 파는 곳이란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 ◈ ◈
“수정이는 엄마 하고 너무 떨어지면 안 된다.”
“응, 엄마 옆에서 구경할게!”
“그래.”
백화점에 도착한 미영은 수정을 보며 그렇게 당부를 했다.
자신은 수한이 타고 있는 유모차를 몰아야 하기 때문에 수정에게 많은 신경을 써 줄 수 없기에 그렇게 당부를 하는 중이다.
그런 엄마의 말에 수정도 엄마가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깨닫고 엄마 주변에서만 구경을 하겠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럼 약속!”
“응, 약속!”
미영은 수정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펴 보이며 약속이라고 외쳤고, 수정은 그런 미영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백화점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모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이를 사진에 담는 사람들도 있었다.
“출발!”
“그래, 출발!”
수정은 뭐가 그리 신이 난 것인지 출발이라고 외치며 백화점 안으로 향했다.
유모차에 타고 있는 수한도 호기롭게 출발을 외치는 누나 수정 못지않게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백화점이란 곳에 대하여 알게 된다는 생각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한편 행복한 표정으로 백화점에 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시선이 있었다.
물론 수한의 천재성 때문에 아직도 수한을 취재하려는 기자 몇 명이 수한 가족의 백화점 나들이를 먼발치에서 따라붙었지만, 이들 말고도 수한 가족을 노려보는 이가 있었다.
조직 간의 싸움에서 자신이 지키던 업소를 빼앗긴 김영수였다.
한때는 영등포 두꺼비파의 2인자였던 그이지만, 적이 쳐들어왔을 때 업소를 지키려는 동생들을 놔두고 자신만 도망쳤다.
그 때문에 그는 조직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가 의뢰를 해결하면 무사히 놓아 준다는 말에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
그가 맡게 된 의뢰는 다름 아닌 요즘 한창 뉴스와 신문을 떠들썩하게 만든 천재아기를 납치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기의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는 유괴가 아니라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어딘가의 연구소에서 아기를 연구하기 위해 납치를 의뢰한 것이다.
김영수는 아기를 납치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자신이 살아야 하기에 그런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아기를 납치하기 위해 아기가 살고 있는 집 주변을 배회하다 이렇게 기회를 얻어 백화점까지 쫓아온 것이다.
물론 유명한 아기이기 때문에 파파라치들도 주변에 있기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신이 아기를 납치하는 모습을 찍힐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납치에 성공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은 끝장이 나는 것이다.
영유아 납치는 최소 형량이 5년이다.
더욱이 납치대상인 이 아기처럼 유명하다면 더 위험했다.
잘못했다가는 죽을 때까지 감방에서 썩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꺼비파 두목인 최상호가 자신을 살려 두는 대신 이 의뢰를 맡긴 것이다.
이미 자신은 조직에서 재명이 된 상태이기에 잘못되었을 때 꼬리를 자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도 살기 위해선 최상호가 시켰다고 밀고를 할 수도 없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죽는 것 보다는 평생 갇혀 있다고 해도 감방에 있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기 때문에 폭로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일을 하려면 확실하게 하여 붙잡히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제길, 납치는 처음인데…….’
김영수는 멀리서 목표인 수한을 보며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깡패이긴 했지만 소심하여 앞에 나서지 못하고 뒤에서 잔머리만 굴려 보았던지라 오늘 아기를 직접 납치를 하려니 무척이나 떨렸다.
사실 지금이 전에 자신이 관리하던 업소를 망치파에게 습격당했을 때 보다 더 덜렸다.
그때 당시 김영수가 비록 도망치긴 했지만 초반부터 도망쳤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주변에 조직의 부하들도 있었기에 처음에는 호기롭게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부하들이 하나둘 쓰러지자 그때서야 부하들을 놓고 도망을 쳤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부하들이 한 명도 없었다.
이미 조직에서 퇴출이 예약된 김영수이기에 최상호는 그에게 부하를 붙여 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깡패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이렇게 혼자 모든 일을 해 본 적이 없던 김영수는 지금 심장이 무척이나 두근거렸다.
혹시나 자신이 아기를 납치하려는 것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김영수는 도저히 떨리는 마음을 주체 할 수가 없어 약국으로 들어갔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청심환을 사먹기 위해 약국을 찾은 것이다.
목표 이제 쇼핑을 하기 위해 백화점에 들어갔으니 시간은 충분했다.
“청심환 하나 주세요.”
“네.”
탁.
그 자리에서 드링크와 함께 청심환을 먹었다.
마음이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약효가 빨리 도는 것인지 조금은 진정이 된 것 같았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 일만 하고 지방으로 잠수를 타면 아무도 모를 거야!’
김영수는 속으로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기 최면을 걸었다.
“후!”
몇 번을 그렇게 속으로 다짐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자!’
마음이 진정이 되자 본격으로 일을 하기 위해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에 들어선 영수는 주변을 살폈다.
1층에는 목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기 용품점으로 갔나 보군!’
1층의 패션 잡화 코너에는 수한이나 미영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기에 바로 아기용품점이 있는 3층으로 향했다.
2층은 여성복 코너이긴 하지만 엄마인 미영이 아기를 위해 아동복과 아기용품이 있는 3층으로 먼저 향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확실히 김영수는 이런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갔다.
보통 남자들이나 깡패들은 이런 생각 보다는 1층에 보이지 않으면 그다음은 2층을 찾고 이렇게 차근차근 층을 살피며 올라갔을 것이지만 김영수는 그렇게 살피지 않고 바로 3층에 있는 아기용품점 주변을 살피러 3층으로 올라갔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미영과 아기는 그곳에 있었다.
‘저기 있군!’
목표를 발견하긴 했지만 선뜻 그 주변으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귀여운 이기를 본 사람들이 그 주변에 많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군!’
영수가 보기에 주변에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를 납치하기가 너무도 힘들어 보였다.
“어머! 너 몇 살이니?”
“아기 몇 살이에요?”
김영수가 수한을 납치할 시기를 가늠하고 있을 때 수한을 태운 유모차 주변에는 쇼핑을 나왔던 사람들이 수한을 구경하며 그렇게 말을 걸고 있었다.
“수한이는 한 살이에요.”
유모차 옆에 꼭 붙어 있던 수정이는 주변에서 동생에 대해 물어볼 때만다 자신이 직접 질문에 대답을 했다.
“어머, 여기 누나도 너무너무 귀엽고 예쁘게 생겼네!”
질문을 했던 아가씨들이나 아줌마들은 그런 수정을 보며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
“감사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칭찬에 수정은 배꼽인사를 하며 감사해했다.
“어머, 인사하는 것 좀 봐! 참 예의도 바르지!”
“그러게 말이야! 새댁은 좋겠어!”
수정이 인사를 하는 것을 본 아주머니들은 그런 수정을 다시 한 번 칭찬을 하고 이번에는 수정이뿐 아니라 엄마인 미영까지 칭찬을 하며 좋겠다는 덕담을 했다.
옷을 사러 나왔다가 때 아닌 수난을 겪게 된 미영이지만 자신의 자식을 칭찬하고 또 예뻐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너무도 행복했다.
이렇게 때 아닌 팬들이 생기며 아동복과 아기용품이 있는 점포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참으로 특이한 현상이 하나 있었다.
같은 옷이라도 수정이와 수한이가 입으면 무척이나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아기도 잘생기고 봐야 하는 것 같았다.
3층에 있는 옷은 모두 수한과 수정을 위해 만들어진 옷 마냥 무척이나 둘에게 잘 맞았다.
그래서 그런지 옷을 입혀 보고 매무새 살필 때마다 주변에서 수정수한 남매를 찍기 위해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끝나지 않는 잔치 없다고, 시간이 흐르자 주변에 있던 인파는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그들도 일정이 있기에 언제까지 수한이 가족을 따라다닐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한도 장시간 마치 패션모델이 패션쇼를 하듯 많은 옷들을 입어 지쳐 잠이 들었다.
귀여운 수한이 잠이 들자 그 모습을 잠시 휴대폰 메모리에 넣고는 사람들도 흩어졌다.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였던 수한이 잠들자 흥이 깨진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의욕에 넘친 미영과 수정은 잠든 수한을 유모차에 태우고 계속해서 3층을 누비고 다녔다.
한편 수한을 납치할 순간을 노리기 위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예의주시하던 김영수도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제길……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어떻게 여자들은 이렇게 장시간 같은 곳을 쉬지도 않고 걷고 또 걸을 수 있는 것이지?’
김영수는 사람들 때문에 수한의 곁으로 가까이 가지도 못하기에 멀찍이 떨어져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지쳤다.
그런데 정작 미영과 어린 수정은 지치지도 않고 아직도 백화점 내 점포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옷을 고르고 있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사라지자 김영수는 본격적으로 수한을 납치하기 위해 접근을 하였다.
“엄마! 나 쉬!”
한참 쇼핑을 하던 수정은 엄마를 부르며 오줌이 마렵다고 하였다.
“어서 화장실로 가자.”
미영은 수정이 보채자 화장실로 향했다.
백화점 화장실이라는 것이 그렇게 큰 공간이 아니기에 아기 유모차까지 가지고 들어가기에는 조금 좁은 느낌이 들었다.
“이를 어쩌나…….”
미영은 화장실 앞까지 갔지만 주변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난감해졌다.
“엄마 나 쉬!”
유모차를 맡길 곳이 없어 난감해하는 미영에게 수정은 아랫배를 움켜잡으며 화장실이 급한 표정을 지었다.
미영은 그런 수정을 보며 하는 수 없이 수한을 근처 매장 직원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죄송한데 잠시 아기 좀 봐 주시겠어요? 딸아이가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미영은 매장 직원에게 부탁을 하며 사정 이야기를 했다.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친절한 매장 직원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미영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수정을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런 모습을 근처에서 지켜보던 김영수는 이때다 싶었다.
‘지금이다!’
김영수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면 절대로 납치를 할 수가 없는 최고의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내린 기막힌 찬스란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수한이 있는 매장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