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천재 소동
수한은 지금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테스트를 한다고 하는데, 테스트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또 그 앞에 붙은 영재라는 말이 뜻도 모르고 그저 자신의 가족이 움직이자 엄마의 품에 안겨 다니기만 하였다.
가장 처음 그가 본 것은 부모를 따라 들어간 영재 학원의 원장이라는 사람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그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아카데미의 학자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뿐이다.
수한은 도대체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이고 또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주변을 살폈다.
이곳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기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있는 것이지?’
혹시나 자신이 온 곳이 아카데미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러기에는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도 어렸다.
그렇다고 누나를 이곳에 입학을 시키려고 한다고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5살인 누나와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도 간간히 보이긴 했다.
‘아, 누나를 입학시키려는 것이구나!’
자신의 누나를 입학시키려고 한다고 판단을 한 수한은 마음을 편히 먹고 주변을 살폈다.
누나가 다닌다면 언젠가 자신도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꼼꼼히 교육환경에 관해 살피는 것이다.
그런데 수한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목격이 되었다.
교육을 위한 것이라면 아이들을 앉혀 두고 강단에서 강연을 해야 하는데, 어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하얀색 옷을 걸치고, 손에는 무슨 판자 같은 것을 들고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적고 있었다.
‘어? 왜 강연을 하지 않고 그냥 뭔가를 적고만 있지?’
너무도 이상한 장면이었다.
복도를 지나며 그렇게 주변을 살피며 누나가 다니게 될 아카데미를 살폈다.
‘참 희한한 곳이구나!’
수한이 생각하기에 너무도 이상한 세상이었다.
‘하기는 주변에 온통 이상한 물건들뿐이니 교육도 특이하게 가르치겠지.’
자신이 너무도 이상한 세상에 환생하게 되어 그런 지도 모르겠다고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
수한은 말이 트이고 명수가 수한에 대한 영재 테스트를 준비하는 동안 그는 부모님이 자신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게 되자 본격적으로 이 세계를 알기 위해 누나의 컴퓨터를 차지하였다.
수정은 자신의 I.봇을 순순히 동생인 수한에게 양보를 하였다.
사랑하는 동생이 자신의 I.봇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에 상당히 기뻐하며 숙제를 하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에 I.봇의 사용 권한을 수한에게 양보한 것이다.
물론 숙제도 수한이 잠을 자는 시간을 이용해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누나인 수정의 양보로 수한은 많은 것을 그 안에서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유아용 학습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문제풀이를 하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것들이 익숙해지자 이제는 연령대를 높여 학습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누나인 수정이 예전 모두 배웠던 것들이 외장 하드에 모두 저장이 되어 있었기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것은 수정이 배울 때 나중에 수정의 동생이 태어나면 새로 구입할 것이 아니라 재활용하기 위해 또 동생이 태어나지 않더라도 수정이 사용한 물건들에 대한 기록을 담기 위해 미영이 정리해 둔 것이었다.
이것을 활용해 이제 겨우 생후 1개월이 조금 지난 아기가 학습을 하였다.
이미 70대의 정신력을 아니, 평범한 70대가 아니라 위자드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수한이다 보니 너무도 쉽게 이해가 갔다.
수한의 학습 속도는 가히 측정불가의 영역에 들어섰다.
그도 그럴 것이 산 정상의 눈덩이가 구를 때는 무척이나 작은 덩이다.
하지만 그 작은 눈덩이가 구르기 시작하면 점점 그 덩어리는 덩치를 불리며 커져가 결국에는 산사태로 이어진다.
그처럼 수한이 이 세계의 지식을 습득하면서 그 습득된 정보를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그 폭을 넓혀 갔다.
그런데 수한이 학습을 하면서 이해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 세계에는 마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마법은 있었다. 하지만 그 마법은 실제 자신이 배웠던 그런 것이 아니라 상상이나 이야기 속에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한동안 고민을 했었다.
분명 자신은 얼마 전 이곳에서 마나를 느꼈다.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작은 깨달음으로 마나를 받아들여 1클래스의 마법을 실행할 수 있는 정도의 마력을 쌓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얼마 뒤 그런 고민은 아침햇살을 받은 안개마냥 사라졌다.
그건 I.봇을 통해 습득한 지식으로 인해 굳이 자신에게 일어난 현상에 대하여 거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시대든 고난과 위협은 있기 마련이다.
이때 남들이 가지지 못한 마법이란 것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격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자 고민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오히려 그때 또 다른 문구에 고수는 자신의 능력 중 3할을 숨긴다고 나와 있었다.
3할이 어느 정도를 나타내는 것인지 찾아보기까지 했다.
무려 지신의 능력의 1/3 정도라고 나와 있었다.
그리고 수한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의 능력을 숨기고 있었는데, 위기의 순간 숨겨 둔 능력을 발휘한다면 빠져나오지 못할 위기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그렇게 자신이 알고자 했던 정보를 I.봇을 통해 알게 되면서 자신이 이 세계에 환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 새로운 삶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어젯밤의 일이었다.
자신의 새로운 삶은 가족이 화목하게 그리고 이런 행복을 영원히 가져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곳에 대하여 보다 자세히 알아야 했다.
오늘도 집에 들어가면 누나의 그것을 가지고 이 세계를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어서 등록을 하고 돌아가면 좋은데…….’
수한은 어서 누나의 아카데미 등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원장실에 들어간 뒤로 바뀌었다.
“아니, 아버님. 마음은 예상이 되지만 보기에도 이제 겨우 6개월 정도도 돼 보이는 아기를 어떻게 테스트를 한다는 말입니까? 말이라도 트이면 그때 테스트를 받는 것이…….”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던 원장이라 불린 반백의 사내가 자신의 아빠를 무시하는 듯한 말에 수한이 한마디 했다.
“할아버지, 테스트가 뭐야?”
도대체 테스트라는 말이 무엇이기에 자신의 아빠를 무시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물어본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어떤 일을 불러올지 수한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원장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원장의 그런 모습에 수한은 그가 무척이나 무례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원장이 무엇 때문에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인지 알게 되었다.
“여, 여기 아기의 인적사항을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여기 따님의 인적사항을 적어 주십시오.”
원장의 말을 듣고서야 그가 무엇 때문에 주변을 살폈는지 알게 되자 허탈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곳도 어른들의 생각은 그곳과 마찬가지였다.
고정관념에 빠져 직관하지 못하고 자신의 예상범위를 넘어가면 현실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이곳이나 그곳이나 인간의 생각은 비슷하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뿐이었다.
‘뭐? 이제 겨우 생후 40일이라고?’
원장은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게 되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때도 수한은 엄마의 품에서 멀뚱한 눈으로 놀라는 원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원장은 자신의 생일을 알게 되자 뭐가 그리 급한지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이케아 대륙에서도 간간히 본 기억이 있었다.
큰 이득을 남길 만한 물건을 본 상인의 눈빛이 저랬다.
흥분해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생각지 않고 주변도 돌아보지 않고 한 곳만 쳐다보는 좋게 말해서 집중력이 좋고 나쁜 말로는 흥분해 앞뒤를 못 알아볼 정도로 눈이 뒤집힌 상태다.
자신의 가족들을 재촉하며 원장은 앞장서 걸어갔다.
“일단 이 도형 테스트부터 하지요.”
작은 방, 그곳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수한보다는 더 자라 돌은 지나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앉은 바닥에는 I.봇의 얼굴 같은 빛과 글이 나오는 판이 놓여 있었다.
아직 수한은 그것이 테블릿PC라는 것을 알지 못해 그렇게 생각하였다.
테블릿PC 화면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도형이 나오며 수시로 화면을 바꿨다.
원장의 말에 미영은 수한을 데리고 테블릿이 있는 곳에 앉았다.
다른 아기들의 엄마들처럼 그녀도 수한과 함께 자리한 것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그리고 산만한 아기들이 통제 불능의 행동을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엄마와 함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엄마들이 아기를 도와줄 수는 없었다.
“자, 시작합니다.”
강대한은 뭐가 흥분이 되는지 한껏 고조되어 말을 하였다.
사실 다른 아이들이 테스트를 하는 동안 이렇게 중간에 다른 아이를 들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원장인 대한이 너무도 흥분한 나머지 아직도 30분이나 남은 시간을 기다릴 수가 없어 이렇게 절차를 무시하고 난입하였다.
이 때문에 먼저 테스트를 하고 있던 아기들이나 엄마들은 현재 주위가 산만해져 정확한 테스트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그렇다고 이 한 번의 테스트로 아기들이 영재인지 아닌지 판가름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이 테스트도 영재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위한 많은 테스트 중 하나일 뿐이다.
이곳에 있는 엄마들도 이런 사실을 알기에 뭐라 항변하지 못하고 그저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며 수한을 쳐다보았다.
원장인 강대한의 신호가 떨어지자 테블릿에는 여러 가지 도형이 나타났다.
색색의 모형들이 나오고 음성으로 지문을 대신했다.
수한은 테블릿에서 지문의 내용이 나오자 망설임 없이 지문이 지시한 모양의 도형을 눌렀다.
원래 10초의 시간이 주어진 문제였지만 수한은 1초도 걸리지 않고 정답을 맞혔다.
정답을 맞히자 새로운 문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20문제를 풀었다.
수한이 걸린 시간은 다른 테스트를 받던 아이들보다 훨씬 적었다.
너무도 빠르게 정답을 맞히기에 먼저 테스트를 받고 있던 아기들 보다 빠르게 도형판별 테스트를 끝냈다.
도형판별 테스트가 끝나자 이번에는 입체도형 맞히기를 하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아까 보았던 아이들 보다 더 큰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그곳에는 아직 테스트가 진행이 되지 않아 실례를 할 필요는 없었다.
입체도형 맞히기는 말 그대로 여러 모양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블록을 같은 모양으로 뚫린 구멍에 넣는 테스트다.
이것은 공감각이 있어야 할 수 있는 테스트로, 이 또한 시간제한이 있었다.
삼각형, 사각형, 원형 그리고 별 모양까지 다양한 모양의 불럭이 있고 블록 옆에는 여러 모양이 뚫린 판이 존재했다.
‘아,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난이도가 높은 것이구나.’
수한은 설명을 듣기도 전에 앞에 놓인 물건들을 보며 이번 테스트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금방 깨달았다.
그래서 그런지 테스트 시작을 알리기도 전에 수한은 바닥에 놓인 블록들을 같은 모양의 구멍에 꽂았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테스트 진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담당자나 자식의 테스트를 지켜보기 위해 주변에 있던 학부형들은 눈이 동그래졌다.
자신들의 아기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데 설명을 듣기도 전에 테스트를 끝내 버렸기 때문이다.
“뭐 저런 아기가 다 있어?”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건 원장인 강대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영재 학원을 운영하고 또 많은 아이들을 테스트 했지만 이런 아기는 처음이었다.
학원에서의 테스트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력 테스트를 하였다.
이 테스트는 여러 장의 카드를 보여 주고 뒤집은 다음 같은 모양의 카드를 찾아내는 테스트다.
1분 동안 카드의 그림을 외우고 그것을 얼마나 빠른 시간에 모두 찾을 수 있는지 테스트 하는 것으로, 사실 이 테스트는 수한에게 그야말로 누워서 껌을 씹는 것보다 아니, 그냥 숨을 쉬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문제였다.
순식간에 카드가 뒤집히고 그럴 때마다 맞혔다는 것을 알리는 딩동댕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
수한이 테스트 받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명수는 자신의 아들이 이렇게 똑똑할지 상상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수한과 떨어져 테스트를 받은 수정 또한 상당한 수준의 영재란 것이 밝혀졌다.
오늘 있었던 테스트에서 수한에 이어 2번째 기록을 세운 존재가 바로 수정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기록은 그동안 이곳 학원에서 기록한 역대 영재 표준 값에서 중 상위에 이르는 기록이라 수정 또한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되었다.
◈ ◈ ◈
수한은 영재 테스트를 받은 뒤 자신이 무언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은 I.봇에서 본대로 자신의 능력 중 1/3을 숨기고 테스트를 받았지만 위자드 급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수한에게는 수준 이하의 테스트였다.
사실 마법에 입문하는 아이들에게 하는 테스트도 저보다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수한에게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그저 놀이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세기의 천재를 보는 듯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수한보다는 관심을 덜 받기는 했지만 수한의 누나인 수정 또한 그 학원에서 테스트한 영재들 중에서도 중상위 등급을 받는 바람에 남매 천재의 등장이라며 다음 날 신문에 나오기까지 하였다.
수한 남매가 신문에 나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영재학원의 원장인 강대한 때문이다.
자신의 영재 학원에 정부의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일부러 수한 남매의 정보를 흘렸다.
요 근래 사건 사고 소식만 주구장창 쏟아지는 때 새로운 뉴스를 기다리던 신문사나 독자들에게 수한, 수정 남매의 영재 테스트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뭔가 희망적인 뉴스이기에 수정수한 신드롬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수한의 집 앞에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상주하였다.
이 때문에 수한의 가족은 상당한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 ◈
“여보,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해요?”
미영은 퇴근하고 들어오는 정명수에게 그리 물었다.
쏟아지는 관심 때문에 문밖 출입이 너무도 불편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매일 집 앞에 상주하는 파파라치들 때문에 수정을 유치원에 보내는 것도 곤욕이었다.
영재 테스트 이후 수정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 수정이 다니는 유치원에도 기자들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이 때문에 며칠 수정은 유치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야 했다.
다행이라면 수정이 다니던 유치원은 인터넷 교육프로그램도 운영을 하고 있어 I.봇을 통해 원격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기에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수 있었다.
“너무 불편해요. 이럴 줄 알았으면 테스트 괜히 받았어요.”
미영은 자신도 이렇게 지치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고생을 할지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였다.
그리고 명수 또한 수정과 수한의 테스트에 관한 이야기가 신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시달렸다.
그는 외무부라고 하지만 그곳도 직장은 직장인지라 동기들부터 직장 상사들까지 수시로 불러 자식들이 똑똑한 비결을 물어 와 무척 피곤했다.
특히 직속상관인 조명수 국장의 질문 공세는 명수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마치 특별한 비법이 있는데 알려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며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이다.
자식에 관해서는 아무리 배운 사람이라고 해도 비이성적이 되는가 보다.
만약 그런 비법이 있다면 이 세상에 영재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이며, 천재 아닌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조명수 국장은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처음 명수가 외무부에 들어오면서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위로 치고 오르는 명수를 견제하기 시작하였고, 어느 순간 명수만 보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굴었다.
그리고 이번 수정과 수한의 영재 테스트 결과가 알려지면서 더욱 그랬다.
사실 수한이 태어난 아기 사진이 SNS에 올라가면서 잠깐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 영재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서 생후 40일 정도뿐이 되지 않은 아기가 말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나서는 예전보다 더 그를 달달 볶았다.
오늘도 시달리다 들어왔는데 미영이 그런 말을 하자 명수는 정말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테스트를 받는 것이 아니었는데.”
피곤한 나머지 미영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평소라면 자신이 어떤 말을 하던 밝게 웃으며 다독여 주던 남편의 힘없는 대답에 미영은 눈을 크게 떴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이렇게 힘이 빠진 모습을 자신에게 보여 주지 않았던 남편의 쳐진 어깨에 불안감을 느꼈다.
“여보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아니, 그냥 좀 피곤하네.”
명수의 대답에 미영은 이번 일로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한편 평소와 다른 집안 분위기에 수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괜히 자신 때문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누나가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길, 테스트면 테스트답게 어렵게 내야지 너무 쉬워 가지고…….’
속으로 영재 테스트가 너무도 쉬웠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자신에게 없다며 변명을 하였다.
지금 수한은 아직까지 깨닫지 못했지만 사실 이런 생각은 이케아 대륙에서 7클래스 대마도사로 있을 때는 생각지 않았던 사고다.
하지만 아기의 몸으로 환생을 하다 보니 정신도 어느 정도 육체의 영향을 받았는지 이런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 것이다.
“아빠!”
수한은 평소 보여 주지 않던 순진한 아기 모습으로 명수에게 달려갔다.
모든 창을 가려서 그렇지 지금 수한이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밖에 있는 기자들이 봤다면 이 또한 이슈가 될 일이었지만, 기자들이 극성을 부리자 미영은 외부에서 보이는 창에 커튼을 쳐 완벽하게 외부와 격리하였다.
비록 사람이 햇볕을 받지 않고 생활을 하다 보면 정서적으로 안 좋다는 연구 보고가 있으나 극성스런 기자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는 영향력이 덜하다는 판단에 이런 조치를 취했다.
아무튼 이제 겨우 2달이 조금 못된 아기가 뒤뚱거리긴 하나 걷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미 수한이 보통 아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명수와 미영에게 수한의 그런 놀라운 일도 보통이거니 하고 넘겼다.
자신을 향해 안겨 오는 아들의 모습에 명수는 언제 쳐져 있었냐는 듯 밝게 웃으며 수한을 안았다.
한편 집안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게 많이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거실이 아닌 자신의 방에서 유치원 숙제를 하고 있던 수정도 그제야 방에서 나와 아빠에게 안겼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자신을 부르며 안겨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명수는 밝게 웃으며 힘차게 아이들을 안아 주었다.
미영도 그제야 조금은 얼굴이 펴졌다.
남편의 쳐진 모습은 아이들이나 자신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남편이 그래도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힘을 내는 듯해 조금은 안심했다.
“아빠! 힘들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명수는 수한이 느닷없이 질문을 하자 수한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물은 것이다.
“응, 요즘 집 밖에 이상한 아저씨들이 막 밖에도 못 나가게 하고 또 집에 들어올 때도 막 몰려와 힘들게 하잖아!”
수한은 명수의 지친 모습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이란 것을 모르기에 그저 자신이 본 문 밖에 있는 극성맞은 기자들 때문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런 아들의 말에 명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고 말았다.
설마 이제 겨우 생후 2개월도 되지 않은 아들에게 위로를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응, 조금 힘이 들기는 하지만 우리 아들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수정은 아빠와 동생이 하는 대화를 듣고 있다 명수에게 말을 하였다.
“아빠! 힘들어? 내가 호해 줄까?”
그런 수정의 말에 명수는 두 눈이 붉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과 아릿한 저림을 느끼며 아들과 딸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래선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허, 그동안 내가 힘들어 한 모습 때문에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걱정을 하였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명수는 두 팔에 힘을 주어 힘껏 수정과 수한을 안아 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미영도 양팔을 벌려 마주 안았다.
온 가족이 그렇게 한 덩이가 되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가족애를 만끽했다.
이렇게 한동안 부둥켜안고 있던 일가족, 이때 안겨 있던 수한이 명수에게 물었다.
“아빠, 우리 밖에 있는 아저씨들하고 이야기하자!”
“이야기?”
“응, 그걸 뭐하고 하더라?”
인터넷을 사용해 정보 취득을 하기는 하였지만 아직 한글 외에는 조금 어색하였다.
그래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자고 하려는 말을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말을 얼버무렸다.
사실 아무리 수한이 위자드 급의 정신력이 있다고 하지만 아기 뇌의 용량의 한계와 새로운 세계의 언어를 익히는 것을 쉽게 할 수는 없었다.
단편적인 지식은 아직도 쌓아 가는 중이기에 인터뷰란 단어가 쉽게 생각나지 않은 것이다.
“아빠, 그거 뭐라고 해? 밖에 있는 아저씨들 모아 두고 이야기 하는 거 말이야.”
“인터뷰?”
수한의 질문에 명수는 지금 아기인 수한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를 채고 물었다.
그런 명수의 말에 수한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명수의 대답을 듣고 수한도 자신이 하려던 말의 단어가 생각이 난 때문이다.
‘이 세계의 언어는 너무 복잡해!’
지금 수한이 복잡하다 느끼는 것은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혼용되고 있는 한글이 아닌 영어와 한문, 그리고 많은 은어들 때문이다.
분명 한글인데 뜻은 한글이 아니라 비슷하게 발음되는 외국어인 경우도 많았기에 인터넷을 통해 학습을 할 때 수한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한편 수한이 인터뷰를 하자는 말을 하자 명수와 미영은 고민을 했다.
지금도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난 불편을 겪고 있는데, 인터뷰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일이라면 속 시원하게 인터뷰를 하고 끝냈을 것이지만 어린 자식들의 일이기에 고민을 하는 것이다.
“왜? 인터뷰를 하고 싶어?”
미영은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물었다.
이미 미영과 명수에게 수한은 갓난아기가 아니었다.
아니 갓난아기는 맞지만 이미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존중을 해 주는 것이다.
“응, 너무 불편해! 밖에도 못나가고 답답해! 누나도 친구들도 못 만나고 힘들지?”
수한은 명수와 미영을 보며 대답을 하다 나중에는 자신의 옆에 있는 수정을 보면서도 의견을 물었다.
그런 수한의 질문에 수정도 벌써 일주일째 친구들을 보지 못해 답답했다.
그랬기에 수한이 무슨 생각에 그런 질문을 했는지 생각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민수도 보고 싶고, 선희도 보고 싶고, 친구들 모두 보고 싶어!”
수정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돌린 수한의 모습에 명수는 잠시 이런 수한을 쳐다보았다.
‘허허, 누가 수한이를 생후 2개월이라고 믿을까?’
명수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아들 수한은 정신연령이 누나인 수정이보다 더 높아 보였다.
마음 씀씀이나 생각하는 폭이 일반 아이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아니 지금과 같은 말을 할 때면 자신보다 더 어른 같아 보이기까지 하였다.
“알았다. 그래, 너무도 불편하니 기자들과 인터뷰를 해서 이런 일이 없게 약속을 받자.”
“응.”
“그래요.”
명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정과 미영이 대답을 했다.
한편 수한은 인터뷰를 하자고 말을 꺼냈지만 기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할 때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했다.
I.봇을 통해 학습을 할 때 읽었다.
일부 기자들 중에서는 인터뷰의 의견과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을 기사로 내는 기자들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을 최대한 숨기면서 그들이 알고 싶은 정보를 적절하게 들려줘야 했다.
그리기 위해서는 어느 선까지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수한이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으로 나갔던 명수가 기자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한편 기자들은 그렇게나 인터뷰를 하려고 해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수한의 가족들이 먼저 인터뷰를 하겠다고 자신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이자 얼씨구나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비록 연예인의 가십거리 기사는 아니지만 현재 전 국민이 궁금해하는 천재아기의 모습을 신문 1면에 장식할 수만 있다면 판매부수는 자신했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며 자리를 잡았다.
4인 가족이 살던 집에 6명이나 되는 기자들이 들어오자 거실은 금방 북적해지고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기자들의 모습을 보던 수한은 인상을 찡그렸다.
예민한 아기의 귀에 성인 여섯 명이 떠드는 소리는 천둥소리에 못지않은 소음이었기 때문이다.
“아이, 시끄러!”
작은 목소리였지만 기자들은 그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헉! 아기가 말을 한다.”
“그러게 대한 영재 학원의 원장 말이 사실이었어!”
기자들은 강대한의 말을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설마 생후 2개월이 조금 넘은 아기가 말을 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한눈에 봐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아기가 자신들이 떠드는 소리에 한소리 한 것이다.
그 광경에 너무 놀란 나머지 기자들은 그렇게 몇 마디를 하고 입을 다물었다.
“자자, 일단 궁금한 점이 있더라도 질서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명수는 일단 인터뷰를 하기로 했으니 원만한 인터뷰를 위해선 질서를 잡아 줄 필요가 있었다.
언제까지 이들에게 시달리며 생활할 수는 없었기에 오늘 하루에 모든 일을 끝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이 자신의 말에 잘 따라 줘야 했다.
“일단 이곳에 계신 기자 분들이 모두 여섯 분이니 개인당 두 가지 질문을 받고 더 이상 저희 가족이나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명수의 말에 기자들은 숙연해졌다.
강대한 원장의 말만 듣고 취재를 위해 그렇게나 극성스럽게 이들 가족을 몰아붙였는데, 명수는 끝까지 예의를 지키며 말을 하는 모습에 반성을 하게 되었다.
“보시다시피 아이 엄마도 해산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힘든 시기고, 또 아이들이 아직 어립니다. 그러니 질문은 간단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명수의 진행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조아 일보의 김신행 기자입니다. 대한 영재학원의 강대한 원장님이 말씀하신 것이 사실입니까?”
기자는 이미 수한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싶었는지 내용을 물었다.
그런 김신행 기자의 질문에 명수가 대답을 하였다.
“보시는 바와 같이 맞습니다.”
“그럼 정말로 이 아기가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맞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1개월 하고 2주 조금 넘었습니다.”
명수는 기자의 질문에 수한의 정확한 출생일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또 다른 기자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하였다.
조아 일보의 김신행 기자는 다른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자신에게 할당된 질문의 수가 모두 끝났기에 그에게는 권한이 없었다.
“역대 영재 테스트 소모시간을 계산하기로는 최단시간에 모든 테스트를 맞혔다고 하던데, 얼마나 걸린 것입니까?”
조금은 세부적으로 들어간 질문이지만 그 또한 명수는 막힘없이 대답을 하였다.
“제가 따로 재 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빠른 것이라 들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조금 전 아기가 무척 말을 잘하던데 언제부터 아기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까?”
기자는 조금 전부터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한을 잠깐씩 힐긋 거리며 쳐다보았었다.
조금 전 들었던 수한의 말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마도 생후 1개월쯤부터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한 명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은 기자들이 달려들 듯 질문을 쏟아 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영재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는데, 혹시 IQ테스트를 받아 보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기자의 질문에 명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또 어떤 결과를 초례하려고 IQ테스트를 받는단 말인가?
이런 고생은 한 번으로 충분했다.
머리가 똑똑하면 어떻고 또 좀 떨어지면 어떤가? 그래도 내 자식인데.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니 더 이상의 테스트는 무의미했다.
지금도 명수나 미영은 아이들에게 영재 테스트를 받게 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생각과는 다르게 기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뉴스거리라 답변을 하는 명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