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4화 (4/118)

4. 영재 테스트

아기로 다시 태어난 제로미스 아니, 이제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으니 그의 이름은 이제 제로미스가 아니라 정수한이다.

제로미스가 정수한로 살기로 결심을 한 것은 눈을 뜨고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너무도 생소한 낯선 환경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의 언어를 익히고 또 문자를 익히면서 자신이 환생이란 것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 환생이란 개념을 받아들이기까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이케아 대륙에 없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다만 환생을 설명을 할 때 나오던 업(業)이라고도 하고 또 카르마라고도 하는 것의 작용으로 인간이 다음 생에 짐승이나 미물이 될 수도 있고 또 인간이나 아니면 더 상위의 존재로 태어날 수가 있다는 말에 머릿속에 있는 어떤 벽이 깨지는 듯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 깨달음은 마법의 클래스를 넘는 깨달음과는 뭔가 달랐는데, 제로미스는 이때부터 자신이 이 세계에 태어난 것이 결코 흑마법이나 네크로멘시의 저주가 아닌 환생이란 것을 믿게 되었다.

다만 환생에 대한 설명에 나오는 전생의 기억을 잃어야 하는 부분에서 아마도 그때 나오던 삼도천이란 것을 건너지 않고 마법진의 영향으로 바로 이 세계로 넘어와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때 마법진이 어떤 작용을 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찌 되었든 자신은 환생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환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많은 것들을 이 세계에 대하여 공부를 했는데, 이런 때에 적당한 단어가 있었다.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비록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환생을 하였으니 과거 제로미스로서의 삶은 잊고 새로이 정수한로서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

분명 자신은 마지막 순간 하이엘프나 드래곤이 설치한 것으로 짐작되는 마법진을 연구하고 또 목숨을 걸고 깨달은 것을 통해 8클래스에 발을 들였다.

이 때문에 정수한는 비록 환생을 하였지만 계속해서 마법사로서 끝을 보고 싶었다.

더욱이 살펴보니 이 세계의 철학은 이케아 대륙의 것보다 체계적이고 더 깊었다.

그런데 수한이 가장 놀랐던 것은 이 세계에도 종교가 있고 또 신학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신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로써는 짐작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케아 대륙에는 실재로 신이 계시를 하고 때로는 아바타를 이용해 현신하기도 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렇기에 대륙에 사는 지성이 있는 존재들은 신을 믿었다.

하지만 이곳은 어떤가? 이 세계에 있는 종교에 나오는 신들은 절대로 그 어떤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세계의 종교인들은 이케아 대륙에 있던 종교인들에 못지않게 광적이었다.

아무튼 정수한로서 새 삶을 살기로 한 그는 오늘도 I.봇을 보며 이 세계의 정보를 탐닉하고 있었다.

탁! 탁! 뽀복! 뽁뽁!

앙증맞고 귀여운 아기가 자신의 키만큼이나 큰 어떤 물건을 만지며 놀고 있었다.

누를 때마다 뽁뽁 소리를 내는 그것은 아동용 컴퓨터 I.봇이었다.

I.봇은 아동용 완구 업체인 제로 실업에서 만든 교육용 컴퓨터로 장난감과 소형 컴퓨터를 결함한 상품이다.

비록 소형이긴 하지만 무선 인터넷도 되며 인터넷으로 교육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도 있으면 인터넷전화도 가능했다.

사실 수한이 가지고 놀고 있는 I.봇은 그의 누나인 수정의 것이다.

하지만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수정은 수한이 자신의 I.봇에 관심을 가지자 그것을 양보하였다.

사실 처음부터 수한이가 누나의 I.봇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 ◈ ◈

수한이 태어난 지도 어느덧 1개월이 지나갔다.

수한는 처음 이 세계를 눈으로 담은 뒤로 호기심이 왕성해졌다.

모든 것이 생소할 뿐 아니라 자신이 아기가 된 연유를 알기 위해 어떻게든 이 세계에 관해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언어를 익히는 것이었다.

언어를 익히기 위해 생리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수면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말을 익히는 데 힘썼다.

부모님들이 주고받는 말에서부터 자신의 누나로 짐작되는 소녀가 자신을 보며 하는 이야기 등을 들으며 모든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아기가 접하는 사람의 수는 한정적이다.

그렇지만 수한는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최대한 많은 단어를 익히기 위해 노력을 하였고, 장장 1개월 만에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아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신체의 근육을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말도 아기의 옹알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늘도 어딘가를 다녀온 누나가 자신을 보며 놀아 주고 있었다.

“수한아! 오늘 내가 유치원에서 노래하고 율동을 배웠는데,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어.”

수정은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한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에게 칭찬 받을 것을 자랑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하루 종일 요람에 누워 있었을 동생이 심심했을까 봐 놀아 주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오늘도 수정은 동생 수한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한참 그렇게 떠들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수정! 오늘 숙제해야지!”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던 미영이 유치원을 갔다 와서 아직도 동생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자 그렇게 소리친 것이다.

“네, 알았어요.”

수정은 동생과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약속은 약속이었다.

유치원에 갔다 오면 가장 먼저 손발을 씻고, 가방을 챙기고 동생과 잠시 놀다가 숙제를 하는 것이다.

물론 숙제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을 이용해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복습하는 것뿐이었다.

이미 1년 전부터 엄마와 하던 것이라 이제는 혼자서도 잘 찾아가 숙제를 할 수 있었다.

“수한아, 누나는 숙제하고 또 놀아 줄게!”

자신을 쳐다보는 동생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거실 한쪽에 있는 아동용 컴퓨터로 향했다.

마치 로봇 장난감처럼 생긴 그것은 수정이 자신의 곁에 있는 리모컨 수위치를 누르자 삐삐 소리를 내며 수정의 곁으로 다가왔다.

I.봇이란 이름의 이 아동용 컴퓨터는 많은 기능이 있는데, 작지만 인터넷 기능도 충실히 실행이 되었다.

삑! 삑! 타탁!

조그만 손으로 아이들 손에 맞게 작은 키보드를 조작해 숙제를 하였다.

한편 자신에게 뭔가 이야기를 들려주던 누나가 이상한 장난감을 가져와 뭔가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동안 한 번도 수한은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

‘골렘인가?’

수한이 생각하기에 I.봇은 골렘과 비슷하게 생겼다.

비록 작기는 하지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가끔 말소리도 들렸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지 못했기에 수한은 골렘으로 보이는 이상한 것에 다가가 자세히 보기로 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피니 더욱 알 수가 없었다.

“어어, 뭐야!”

골렘의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에 작은 수정판이 있었는데 이 수정판에 여러 가지 불빛이 보이고 알 수 없는 문자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인간의 모습이 보이는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는데, 수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지금까지의 옹알이가 아니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언어였다.

한편 숙제를 하던 수정은 동생이 자신의 곁으로 기어 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일단 숙제를 끝내고 동생과 놀기로 결심을 하였기에 동생과 놀고 싶은 마음을 참고 I.봇에 시선을 주었다.

하지만 곁으로 다가온 동생의 말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엄마!”

동생이 한 말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불렀다.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던 미영은 갑작스런 수정의 목소리에 무슨 일인지 놀라 주방에서 나왔다.

자신을 부르는 딸의 목소리에서 놀란 느낌이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엄마의 관심은 모두 자식들에게 쏠려 있어 그런지 짧은 단어에서도 자식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딸의 부름에 거실로 나온 미영 그런 미영을 부른 수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동생을 불렀다.

“수한아, 조금 전에 뭐라고 했어?”

수정이 수한을 보며 뭔가 물어보는 듯했지만, 아직 태어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는 아기에게 질문을 하는 수정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일단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기 위해 딸을 불렀다.

“정수정, 무슨 일이야? 무엇 때문에 엄마를 부른 거니?”

엄마의 물음에 수정은 엄마를 보며 말을 했다.

“응, 조금 전 수한이가 말을 했어!”

“뭐? 수한이가 말을 했다고?”

“응, 내가 숙제를 하고 있는데, 수한이가 내 옆으로 와서 뭐라고 말을 했어!”

미영은 딸의 소리에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비록 모든 엄마들이 자식이 천재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겨우 1개월 된 아기가 말을 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는 천재를 넘어서 금세기 최고라 해도 그건 불가능이라 생각했다.

비록 신체 발달이 다른 아기들에 비해 빠른 편이기는 하지만 설마 이제 겨우 1개월 된 아기가 말을 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 수정이가 동생과 어서 빨리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보구나?”

미영은 말도 안 된다고 하기보다 수정이 기죽지 않게 달랬다.

하지만 또렷하게 동생이 한 말을 들은 수정은 아니라는 듯 단호하게 말을 했다.

“아니야! 수한이가 조금 전에 뭐야, 라고 말을 했단 말이야!”

자신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자 억울한지 수정은 눈에 눈물이 맺혔다.

“수한이 뭐야, 라고 말했단 말이야!”

한편 자신 때문에 누나가 울려는 듯 눈에 눈물이 고이는 모습을 본 수한은 당황했다.

‘하, 이거…… 나 때문에. 조금 더 조심을 했어야 하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실수를 했군.’

수한은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을 했다.

그동안 이곳의 말을 익히고 조심을 했는데,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미 죽기 전 7클래스 마도사에 8클래스의 깨달음까지 가졌던 존재.

그런 자신이 그만 평정을 잃고 놀란 나머지 실수를 했다.

자신의 실수로 가정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숨기고 있던 능력의 일부를 보여야 할 필요를 느꼈다.

괜히 자신 때문에 누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 수는 없는 문제이지 않은가?

“엄마.”

수한은 고개를 돌려 미영을 보며 엄마라는 말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행동에 울려고 하는 수정을 보던 미영은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어머! 우리 수한이 지금 엄마라 했니? 다시 한 번만 엄마 하고 불러 보렴!”

미영은 처음 듣는 아들의 엄마라는 말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다시 한 번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수정이 갓난아기일 때 들어 보았지만 그때하고는 또 다른 감동이 가슴속 깊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렇게 아기인 수한을 번쩍 들고 그렇게 요구를 하였다.

자신의 부름에 감동을 하는 듯한 엄마의 모습에 수한은 미영의 요구대로 다시 한 번 엄마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었다.

“엄마, 누나 울어!”

엄마라는 단어 외에도 수한은 수정이 울 듯한 모습에 그렇게 몇 단어를 더 붙여 말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조금 전까지 울 것 같던 수정이 눈물을 훔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동생이 자신이 울려 했던 것을 알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나 안 울어!”

너무도 듣고 싶은 엄마라는 단어를 또 듣게 된 미영은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아직 퇴근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남편에게도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보! 우리 수한이가! 수한이가!”

감정에 북받친 미영은 남편에게 전화를 하였지만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미영아, 무슨 일이야? 설마 우리 아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미영이 말을 하지 못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남편인 정명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미영은 아직도 조금 전 상황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미영의 모습에 옆에서 보고 있던 수정이 대신 말을 하였다.

“아빠! 그런 게 아니라 조금 전 수한이가 말을 했어.”

―뭐?

정명수는 미영 대신 수정이 말을 하자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수정아, 방금 뭐라고 한 거니?

알아듣지 못했기에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런 아빠의 물음에 수정은 다시 한 번 착실하게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

“응, 조금 전에 수한이가 내가 유치원 숙제하고 있을 때 옆에 와서 뭐야! 라고 말을 했고, 그것을 내가 엄마에게 말을 하니까 엄마가 내 말을 믿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울려고 하니까 수한이가 엄마! 하고 엄마를 불렀다. 그리고 또 내가 운다고도 했어.”

딸의 말을 듣고 있던 정명수는 그 말이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대충은 알아들었다.

아직 5살이라 상황에 대하여 조리 있게 설명을 하지는 못하지만 정황은 대충 설명을 한 딸의 말에 명수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벅찼다.

아직 아기가 말이 트려면 멀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이 벌써 말을 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아기들에 따라 조금 일찍 말이 트이는 아기도 있고 또 늦게 트이는 아기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처럼 생후 1개월 만에 말을 시작한 아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빠 곧 집에 도착하니 조금만 기다려!

명수는 급한 마음에 그렇게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알았어! 아빠, 아빠 빨리 와!”

명수는 전화를 끊고 차의 액셀을 힘껏 밟았다.

한편 통화를 마친 수정은 엄마를 보며 말을 했다.

“아빠 곧 온데!”

“응, 그래. 엄마도 들었어.”

딸에게 말을 하며 미영은 품에 있는 갓난아기인 아들을 쳐다보았다.

조금 전 저 조그만 입술로 자신을 부르는 것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우리 수한이 언제 이렇게 말을 배웠을까?”

한편 자신으로 인해 잠깐 소란이 일기는 했지만 모두 기분들이 좋아 보여 다행이라 생각했다.

‘휴, 다행이다. 에휴…… 내가 너무 당황해 실수하는 바람에 큰일 날 뻔했네. 조심해야지 괜히 너무 나섰다가 어렵에 얻은 가족과 멀어질 수도 있으니…….’

비록 이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케아 대륙에서는 아이들이 너무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하면 괴물 보듯 하거나, 때로는 악마의 저주를 받은 아이라 하여 버려지거나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더욱이 수한 자신의 전생인 제로미스였을 때, 양친 모두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마법사에게 팔려 가지 않았던가?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다 보니 수한은 그동안 최대한 조심을 했었다.

이미 정신은 성인의 정신을 넘어 최고의 깨달음을 가진 존재.

비록 아기의 몸을 하고 있지만 정신만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그이기에 조심 또 조심했다.

지금의 행복을 자신의 실수로 깨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소란이 일기는 했지만 행복하게 끝이 났다.

하지만 해프닝은 수한의 생각처럼 쉽게 끝나지 않았다.

10분 정도 시간이 흐르고 문이 열리며 큰소리가 들렸다.

“아빠 왔다!”

정명수는 딸과 통화를 끝내고 액셀을 힘껏 밟아 10분 만에 집에 도착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자신이 들어왔음을 모두에게 알렸다.

그런 정명수의 모습에 저녁 준비를 끝내고 잠시 쉬고 있던 미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집으로 들어오는 남편을 보며 웃어 보였다.

“당신 뭐가 그리 급하다고 그렇게 큰소리를 내며 들어와요?”

명수는 부인의 물음에 자신이 너무 요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귀여운 딸이 자신의 품으로 뛰어들자 얼른 받아 들었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그래, 우리 귀여운 딸! 동생과 잘 놀고 있었어?”

“응, 나 수한이랑 잘 놀고 있었다. 숙제도 다했다.”

“오? 그래, 우리 딸 착하네!”

“응, 수정이 착해!”

잠깐 딸과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명수는 현과 앞까지 기어 온 수한을 보았다.

설마 아들이 여기까지 자신을 마중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명수는 수정을 안고 있던 팔 중 왼팔을 풀어 수정을 오른팔에 안고 왼팔을 뻗어 자신의 앞에 온 수한을 안았다.

“우리 아들! 아빠 보러 여기까지 왔어요?”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지금 상황에 맞는 질문을 한 것뿐이다.

하지만 명수의 팔에 안긴 수한은 명수의 질문에 고사리 같은 두 팔을 뻗어 명수의 얼굴을 잡으며 대답을 했다.

“응, 아빠! 오셨어요.”

비록 뒷말은 조금 어눌하게 들렸지만 앞에 응이란 단어와 아빠라는 단어는 또렷하게 그의 귀에 들렸다.

그리고 뒤에 들리던 단어도 자신에게 인사하는 거 같았다.

“어머!”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미영은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조금 전 엄마라는 말을 했을 때보다 더 놀랐다.

설마 1개월 된 아이가 이렇게 조리 있게 단어를 섞어 문장을 만들어 말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실 미영은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을 다닐 때, 유아교육학을 배웠다.

고아였던 그녀는 참으로 운이 좋은 편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 고아원이다.

많은 고아원 원장들이 돈벌이 목적으로 고아원을 운영하는 곳이 많은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하지만 그녀가 있던 고아원은 그렇지 않았다.

원장 부부는 사실 어렵게 얻은 자식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더 이상 자식을 볼 수 없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은 뒤 원장 부부는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원아들을 자신의 죽은 자식처럼 길렀다.

그런 원장 부부의 사랑을 받고 큰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구김 없이 주변에 잘 적응하였다.

미영도 그런 부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아이들 돌보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대학에 들어갈 기회가 생기자 주저 없이 유아교육학과를 지원했다.

이렇게 아이를 좋아하는 미영이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이 있던 고아원을 찾아 원장 부부를 도와주었다.

지금의 남편과 만난 것도 이런 봉사를 하다가 만난 것이다.

아무튼 대학에서 배운 것에 의하면 방금 전 자신의 아들이 한 정도의 문장을 아기가 말을 하려면 빨라도 돌은 지나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은 이제 겨우 1개월이었다.

“여보, 우리 수한이 천재인가 봐요.”

“천재?”

“네, 보통 겨우 생후 1개월뿐이 되지 않은 아기는 옹알이 하기도 힘든데, 우리 수한이는…….”

명수는 미영의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우리 수한이가 그렇단 말이지……. 한 번 테스트를 받아 볼까?”

명수는 영재 테스트를 생각해 냈다.

“그럴까요?”

명수와 미영이 이렇게 수한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명수의 팔에 안겨 있던 수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빠! 영재 테스트가 뭐야? 테스트면 시험이라는 말인데? 영재는 또 누구야?”

“뭐? 하하하하!”

부인과 아들이 똑똑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옆에서 들린 딸의 질문에 명수는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영재가 누구냐고? 하하 정말로 영재가 누굴까?”

“그러게요. 영재는 누구일까요? 호호호”

엉뚱한 딸의 질문에 명수와 미영은 그렇게 딸을 놀려 댔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은 해 주지 않고 웃고만 있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에 수정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 것인지 다시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한편 아빠의 품에 안긴 수한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태어나 종종 이렇게 품에 안긴 적은 있었지만 한 번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케아 대륙에서의 70년 가까이 살았지만 이번 화목한 가정을 본 기억이 없었다.

‘아! 내가 대마도사로 살았던 인생은 헛것이었구나!’

수한은 문득 한 번도 이런 포근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의 느낌은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그 포근함과는 근원이 다른 따스함이었다.

마법의 경지와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어야 느낄 수 있는 이 따뜻한 느낌의 정의를 알 수가 없는 수한은 지금 전생에 자신이 대마도사의 깨달음을 얻었던 때 보다 더 충만 된 느낌에 이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감각이라 느꼈다.

가족의 화목함이란 것을 경험하지 못했던 그로서는 정말이지 그 어떤 깨달음보다 더한 충족감을 느끼게 해 주고 있었다.

수한이 이렇게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는 때, 그의 귀로 명수의 한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허허, 내가 전생에 어떤 큰일을 했기에 이렇게 예쁜 부인과 귀여운 딸, 그리고 영특한 아들을 가질 수 있을까?”

“호호 당신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내가 아마도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보네.”

“나라를 구해요?”

“아니지, 난 미인도 얻고 예쁜 공주와 왕자도 얻었으니 나라를 구한 정도로 안 되지. 아마 그 세상을 구원한 영웅이었을 거야!”

“호호호, 당신이 전생에 영웅이었다고요?”

“그래, 아마 마왕을 물리친 영웅이었지 않을까? 그러니 이렇게 미인과, 요정과, 듬직한 아들도 얻었지.”

명수의 말에 미영은 물론이고 수정도 좋아했다.

아빠가 하는 이야기에 자신은 공주가 되었다가 요정도 되었다가 하는 것이 너무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수한은 조금 전 전생이란 단어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전생? 전생이 뭐지?’

단어의 뜻을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자신이 이 세상에 아기로 태어난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단어란 생각이 들었다.

수한이 그동안 말을 익히긴 했지만 아직 그 뜻을 모두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언어는 어느 정도 익혔으니 이제는 문자를 배워야겠다. 그래야 조금 전 전생이란 말의 뜻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아직도 머릿속에 전생이란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그 때문인지 수한은 기필코 이곳의 문자를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 ◈ ◈

“아빠, 여긴 어디야?”

수정은 아빠와 엄마가 아침부터 준비를 하고 자신과 동생을 데려온 곳의 정체가 궁금했다.

겉보기에는 자신이 다니는 유치원과 비슷해 보였는데,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방 안에는 많은 아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딸이 이곳이 어딘지 궁금해 하는 것을 보며 명수는 미소를 지었다.

“응, 전에 수정이가 영재가 누구냐고 했었잖아?”

“응, 아빠가 영재 테스트 한다고 했었어!”

수정은 자신의 질문에 아빠가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나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 건물로 들어서기 전 간판에 뭔가 적혀 있던 것이 생각이 난 수정은 아빠의 대답을 듣기 전에 대답을 하였다.

“아! 영재 테스트가 영재라는 아이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이 똑똑한 아이들을 찾는 곳이구나!”

딸의 대답을 들은 명수는 눈을 반짝였다.

그동안 일 때문에 딸에게 많이 신경을 써 주지 못했는데, 딸이 하는 말을 들어 보니 딸 도한 지능이 보통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수정이는 이곳에 왜 왔는지 알아?”

혹시나 싶은 마음에 딸에게 물어보았다.

그런 명수의 질문에 수정은 일주일 전의 일을 기억하며 대답을 하였다.

“아빠가 그때 수한이 영재 테스트 한다고 했었잖아! 아빠는 그것도 기억 못하는 거야?”

딸의 질문에 명수는 일순 할 말을 잊었다.

설마 일주일 전에 했던 자신의 말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정말로 몰랐기 때문이다.

“어이쿠, 우리 공주님이 기억하고 있었네?”

조금은 과장된 명수의 행동에 뭐가 그리 좋은지 수정은 꺄르륵 거리며 좋아했다.

“꺄르륵! 아빠 재밌다.”

“그렇게 이거 아빠가 우리 수정이를 너무 예뻐해서 엄마가 질투가 나네.”

두 부녀의 대화에 미영은 웃으며 대답을 하였다.

한 가족이 화목한 한때를 보이다 어떤 방 앞에 섰다.

문 입구에는 원장실이란 문패가 붙어 있었다.

“들어가지.”

“네.”

“네.”

명수와 미영 그리고 수정과 아기인 수한이 원장실 안으로 들어서자 반백의 하얀 가운을 입은 장년의 남성이 이들을 맞았다.

사전 예약이 되어 있었기에 명수 일가는 바로 이곳 영재학원 원장실로 바로 올 수 있었다.

사실 영재 테스트를 위해선 조금은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지만 명수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많은 행정 절차가 간소화 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는 몇 곳의 영재학원이 있었다.

그리고 이 영재학원은 비록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외무부 사무관인 명수의 직책을 듣고는 바로 행정절차를 간소화 하였다.

사실 영재 테스트를 하는 학원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자녀를 둔 보모들이 자신의 자식이 영재가 아닌지 테스트를 하기 위해 신청을 하러 온다.

그 때문에 조금은 복잡한 절차를 통해 테스트를 받기 전 걸러 내는 것이다.

테스트를 한 번 하기 위해선 시간과 돈이 소모가 되는데, 모든 신청자들을 다 받아 주다 보면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물론 테스트를 받는 아이들이 모두 영재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사실 테스트를 받으러 오는 아기들 대부분은 그 부모들이 자신의 자식을 평가할 때 편향되게 평가를 하기에 영재로 본다는 것이다.

이곳에 있는 연구원들이 보기에는 일반 아이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데 말이다.

원칙대로라며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수한도 이런 간단한 절차를 밟아 가며 테스트를 해야 했다.

그렇지만 어디나 예외가 있는 것이 수한의 아빠인 명수는 외무부 사무관이다.

정부부처의 5급 공무원이다 보니 잘 보여 둘 필요가 있었다.

이 때문에 중간에 절차를 생략하고 이렇게 원장을 직접 만나 테스트를 받기로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 테스트를 받을 아이가 누구입니까?”

대한 영재학원의 원장이 강대한은 인사와 함께 본론을 꺼냈다.

그가 보기에 눈앞에 있는 인형 같은 여자아이가 테스트를 받으러 온 것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설마 하는 생각에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까지 포함해 물은 것이다.

사실 그의 눈에는 여자아이도 조금 시기를 놓친 것 같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원장의 물음에 명수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원래는 여기 아기를 테스트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되시면 저희 딸도 좀 테스트를 받았으면 합니다.”

명수가 원장의 물음에 대답을 하자 강대한은 깜짝 놀랐다.

강대한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저 어린 아기가 테스트를 받으러 왔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자신이 보기에 아기는 이제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보였기 때문이다.

많이 쳐 줘야 6개월은 되었을까. 그 정도로 어린 아기였다.

그런데 그런 아기를 어떻게 테스트를 하라는 것인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아버님. 마음은 예상이 되지만 보기에도 이제 겨우 6개월 정도도 돼 보이는 아기를 어떻게 테스트를 한다는 말입니까? 말이라도 트이면 그때 테스트를 받는 것이…….”

강대한이 그렇게 다음에 테스트를 하자고 종용하였다.

하지만 그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할아버지, 테스트가 뭐야?”

“응?”

갑자기 들리는 아기 목소리에 강대한은 깜짝 놀랐다.

설마 이제 겨우 6개월도 되지 않은 아기가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주변을 살피다 수정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조금 전 들린 아이의 목소리는 어리긴 하지만 사내아이의 목소리였다.

설마 이렇게 인형 같은 아이가 사내아이의 목소리를 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기가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워 알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강대한은 당황한 나머지 혹시나 자신이 보지 못한 아이가 또 있는지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그렇지만 아무리 찾아도 주변에는 숨어 있는 아이가 없었다.

“뭘 그리 두리번거리십니까?”

명수는 원장이 말을 하다 말고 주변을 둘러보자 물었다.

“혹시 다른 아이가 또 있습니까?”

대한은 혹시나 명수에게 또 다른 아이가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들려온 대답은 그의 기대를 저버렸다.

“제 아이들은 여기 둘이 다입니다.”

명수의 대답을 들은 대한은 눈이 커졌다.

설마 조금 전 질문을 한 아이가 바로 눈앞에 있는 아기라는 말에 깜짝 놀란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영재학원을 운영하면서 이런 경우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 말을 한 아이가 바로 여기 아기입니까?”

혹시나 자신이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여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대한의 질문에 명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명수의 모습에 대한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 여기 아기의 인적사항을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여기 따님의 인적사항을 적어 주십시오.”

강대한은 뭔가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준비된 서류를 명수와 미영의 앞에 내밀었다.

그곳에는 테스트를 받을 아이에 대한 인적사항을 적는 칸이 존재했다.

명수와 미영은 빈칸에 꼼꼼히 적었다.

혹시나 실수를 하여 엉뚱한 결과가 나오면 안 되기에 서류를 읽고 빈틈없이 채워 갔다.

서류가 꾸며지고 대한이 그것을 받아 살펴보았다.

조금 전 자신을 놀라게 한 아기의 인적사항을 먼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수한의 서류를 먼저 보았다.

‘뭐? 이제 겨우 생후 40일이라고?’

대한이 보고 있는 서류에 수한이 태어난 지 한 달하고 열흘이 지났다고 나와 있었다.

그 서류를 본 대한은 어떤 예감이 들었다.

‘천재다. 그것도 언어 쪽으로 발달한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대단한 천재가 우리 학원에 온 것이다.’

정말로 대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생후 40일 된 아기가 성인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말을 한다는 것이 그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서류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강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명수 가족을 안내했다.

“일단 테스트를 하러 가시지요.”

강대한은 어서 빨리 테스트를 해 보고 싶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아기가 상식을 뛰어넘는 천재인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재 정도가 아니라 하늘이 낸, 말 그대로 천재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한편 자신의 질문으로 어떤 상황이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수한은 그저 미영의 품에 안겨 이동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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