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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200화 (완결) (200/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200화 (완결)

“오늘부터 우리는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겁니다.”

천하 그룹 제4대 회장의 취임식.

그 주인공은 장씨 집안의 핏줄이 아닌, 바로 나 이진석이었다.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천하 그룹의 아성이 무너지고, 동시에 장씨 일가가 몰락한 것은 대한민국에 엄청난 이슈였다.

언론에는 더 이상 회사를 이끌어 가기가 힘들어진 장선욱이 내게 지분 일부를 팔고 여러 주주가 나를 지지하면서 내가 4대 회장이 되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본질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내가 장선욱 회장과 모종의 거래를 나누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가문이 평생을 지켜온 회장 자리를 내게 넘기는 대신, 닭장 같은 감옥에서 나와 자유를 만끽하는 권리를 챙겼다.

“기존에 있던 생각은 모두 버리십시오. 저는 이제까지 실력주의라는 철학 하나로 여러 회사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오래 있다고 해서 효율이 나온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직원 여러분에게 충분한 복지와 혜택을 나눠 드릴 겁니다. 또한 연봉도 상승할 것이며, 남 부럽지 않은 직장이 될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내 취임사를 듣고 있는 수천 명의 직원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당근을 줬으니, 이제는 채찍을 휘두를 차례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받기만 한다면 그게 어떻게 회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혜택을 드리는 대신, 앞으로 회사 내에서의 경쟁은 매우 치열해질 겁니다. 모든 자리가 열리게 될 것이며, 실력만 있다면 당신이 상사로 받들고 있는 윗사람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겁니다. 철저한 실력 평가로 말이죠.”

다시금 이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또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될 일입니다. 그러나 매너리즘에 빠져 자신이 일을 대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얼마 못 가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될 테니까요.”

그러한 경고와 함께 나는 취임사를 마쳤다.

권 대표는 열렬히 박수를 치며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아니. 권 대표님. 지금 우세요?”

“제가 어떻게 이날 눈물을 짓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천하 그룹입니다. 회장님이 해내신 거예요.”

그리고 현식이도 두 손이 빨개질 정도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네가 내 친구인 게 자랑스럽다, 진석아.”

“뭐야. 오글거리게.”

“진심이야. 진짜 멋있다. 어떻게 천하 그룹을······. 하-.”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이 날 축하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아마 가장 큰 축하는 청와대일 것이다.

대통령은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을 건넸다.

-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기어코 천하 그룹을 손에 넣으셨군요.

“대통령님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힘들었을 겁니다.”

- 하하.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조만간 한번 청와대에서 모시겠습니다. 앞으로의 국정을 인도함에 있어서 회장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듯하니까요.

국정이란 결국 경제다.

백성들이 배부르고 신나서 노래를 부르면 그것을 태평성대라고 하지 않던가.

앞으로 국정을 이끄는 데에 있어서 대통령은 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내가 곧 이 나라의 경제가 되었으니 말이다.

금융이면 금융, 전자면 전자, 유통이면 유통.

이 모든 것들이 내 손에 들어와 있으니, 나라의 경제권을 쥐락펴락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 대통령님의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내가 전화를 끊자 권 대표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떠십니까?”

“네?”

“모든 걸 가지셨잖아요. 이 나라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아니. 아직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제가 회수하지 않은 게 아직 하나 있어요.”

그 말에 권 대표는 무릎을 탁쳤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나와 권 대표가 말하는 것은 바로 현광 그룹이었다.

정대용과 정대환이 아직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는 곳이지 않은가

“현광 자동차는 지금 제 손에 있고, 현광 그룹을 흔들만한 지분도 들고 있어요.”

“예. 거기다가 두 사람이 지금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중이라 출혈도 상당하죠.”

기다림이 길수록 열매의 맛은 달콤하다고 했던가.

지금 딱 현광 그룹이 그렇다.

내게서 큰돈을 빌려 간 형제는 벽돌 한 장이라도 더 갖고자 서로 찌르고 찌르는 싸움을 이어 갔고, 점점 회사는 기울어져 가기만 했다.

이제 내가 나서서 떨어진 전리품을 챙길 차례였다.

“이번에도 청와대의 협조가 절대적이겠군요.”

“네. 검찰도 나서야 할 테고, 곧 출범하게 되는 공수처도 큰 힘을 발휘해 줄 겁니다.”

공수처 설치를 위한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별 어려움 없이 통과되었다.

야당의 반대도 거세긴 했으나, 내가 한번 으름장을 놓으니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내렸다. 그렇게 청와대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칼이 생겼다.

이제 그 칼은 현광 그룹을 쪼개게 될 것이다.

* * *

“갑자기 이게 뭔 소리야? 나를 소환 조사해? 무슨 죄목으로?”

정대용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기분이었다.

갑자기 검찰에서 자신에게 소환장을 날려 보냈기 때문이다.

“탈세 혐의로 조사를 해야 한다는데, 이번에 새로 설치된 공수처에서 특별 수사 지시를 내린 사항이라 검찰이 나선 거라고 합니다.”

“아니. 탈세라니! 나처럼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사실 탈세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번에 동생과 크게 한판 붙으면서 들어간 돈이 많았는데, 누군가가 그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공수처를 통해 수사까지 이어지도록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웃긴 점은 정대용뿐만이 아니라 동생인 정대환까지 검찰에 불려 갔다는 것이다.

“끙- 별거 아니겠지.”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현광 그룹을 아예 영혼까지 털어먹을 심산인지 검찰은 특별팀까지 만들어 모든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았고, 그 결과 두 사람도 모르는 비리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웃긴 건 그 모든 죄를 정대용과 정대환이 뒤집어써야 했다는 것이다.

“대체 당신들 뭐야! 이건 누가 봐도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 그런데 이거까지 나한테 뒤집어씌워?”

조사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정대용.

하지만 앞에 앉아 있던 담당 검사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이보세요. 정대용 씨.”

“뭐? 정대용 씨?”

“그래, 당신. 아직도 감이 안 잡혀? 지금 이 나라 최고의 권력 기관이 바로 공수처야. 거긴 법 위에 있는 곳이라고. 그런데 지금 거기서 당신과 당신 동생을 찍었어. 아예 나락으로 보내 버리려고 말이야.”

“그러니까 대체 왜 증거도 없이······.”

“증거야 만들면 돼. 당신들이 탈세를 한 건 사실이잖아? 그걸 부풀려서 온갖 죄목을 다 붙일 수 있는 게 바로 공수처라고. 그러니까 누구한테 잘못을 한 건지 곰곰이 생각을 해 봐.”

딱히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다.

자기 동생이랑 열심히 싸운 죄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자 검사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쯧쯧. 누가 자기를 찌르는지도 모르니까 저렇게 당하지.”

“아니. 좀 알기 쉽게 말을 해!”

“이 나라 최고 권력자가 누구겠어? 이번에 천하 그룹까지 꿀꺽 삼킨 이진석 회장이지. 공수처도 그 사람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곳이야. 그 사람이 당신 형제를 찍은 거라고.”

이진석?

대체 이진석이 왜?

“이제 좀 감이 잡히시나?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살고 싶으면 이진석 회장님한테 가서 빌어. 제발 살려 달라고 안 그러면 당신 내일 죄목이 3개 더 추가돼. 그땐 집행유예 절대 안 나와. 무조건 10년 이상은 감옥에서 썩어야 할걸?”

실로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지금이 무슨 군부독재도 아니고 어떻게 없는 죄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 * *

정대용과 정대환은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

거의 3달을 입 꾹 다문 채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날이 가면 갈수록 죄목이 추가되었고, 마침내 법원에서도 징역 15년을 구형하자 그제서야 아차 싶었던 모양이다.

“회장님. 제게 왜 이러십니까. 제발 좀 살려 주십시오.”

정대용은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내게 구걸했다.

“대체 제가 뭘 했다고 저한테 이러세요. 이제 그만해 주십시오. 뭐든 회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더 이상 복잡하게 지분 싸움으로 갈 필요도 없다.

법이라는 무기로, 그것도 내 편에만 서는 법으로 상대를 위협하면 그들은 저절로 꼬리를 내리게 된다.

“제가 원하는 게 뭐겠습니까? 설마 그걸 몰라서 저한테 울면서 전화까지 하신 거예요?”

정대용의 끓는 듯한 신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천하 그룹까지 가지신 분이 대체 왜 현광 그룹을······.”

“당신 아버지와 한 약속 때문입니다. 그분은 제가 현광 그룹을 당신과 당신 동생에게서 빼앗아 완전하게 만들어 주길 바라셨어요.”

“그게 무슨······.”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그리고 난 그분의 유지를 받들어 반드시 현광 그룹을 가져야겠습니다.”

할 말을 잃고 부들부들 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시간 오래 못 드립니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하세요. 평생 감옥에서 썩을지, 아니면 순순히 지분을 넘기고 노후 생활을 편하게 보낼지. 아참!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징역 받고 나서도 계속 죄목이 늘어나 재판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30년은 금방 가겠죠?”

마지막 말을 남기고 나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러자 비서실장이 조심스레 다가와 물었다.

“회장님. 곧 비가 많이 쏟아질 듯합니다.”

“그래.”

나는 정영준 회장 무덤 앞에 서 있었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보니, 혹시 정영준 회장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내가 이렇게 회사를 빼앗아 갈 줄은 몰랐다며 그는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일까, 아니면 역시 내가 그럴 줄 알았다면서 호탕하게 웃고 있을까.

나는 가져온 술을 무덤에 덤덤히 뿌려 주었다.

그의 표정이 어떻든 상관없다.

한번 달리기 시작한 폭주 기관차는 절대 멈추는 법이 없으니까.

“가지.”

“예, 회장님.”

나는 차에 올라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어대더니, 이 핸드폰으로는 처음 보는 문구가 나타났다.

[미래 커뮤니티 센터의 고급 회원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뭐?”

[고급 회원부터는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더욱 많아집니다. 또한 여러 기기를 통해 접속할 수 있습니다.]

중급 회원에서 멈춰 버렸던 회원 등급이 갑자기 점프를 해 버렸다. 거기다 고장 난 핸드폰이 아니면 알림이 오지도 않았던 미래 커뮤니티 센터가 갑자기 이렇게 소식을 보내왔다.

[회원 등급 상승을 축하드리며 무료로 고급 정보 하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미래 커뮤니티 센터가 내게 보낸 건 포인트 가격으로 수십억이 넘어 감히 눌러 보지도 못 한 어떤 정보였다.

[중국 우한에서 실험 중인 비밀 바이러스 프로젝트.]

[2020년은 000대란?]

[미국 해병 UFO 기밀문서]

이 중에서 단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다 눈길을 끄는 정보였고,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시간 초과로 랜덤 선택됩니다.]

잠깐. 시간이 있었어? 진작 말했어야지!

미래 커뮤니티가 선택한 건 중국 바이러스 프로젝트였다.

나는 홀린 듯이 그 안에 담긴 문서를 전부 다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세계 상황도 나와 있었다.

정말 소설보다 더 끔찍한 미래였다. 하지만 내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계 전역으로 J&H를 확장시킬 수 있는 엄청난 기회.

이제 난 이 좁은 땅을 벗어나 전 세계를 집어삼키는 J&H를 만들어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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