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99화 (199/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99화

“이, 이런 날강도 같은······!”

장선욱은 내가 건넨 계약서를 확인하고는 바닥에 집어 던져버렸다.

감옥에 가지 않는 대신, 그가 가진 지분 일부를 내게 팔아넘긴다는 내용의 계약서였다.

“왜 이렇게 눈치가 없으실까. 이거 도장 안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십니까?”

“어디 하고 싶은 대로 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에 도장을 찍느니 차라리 감옥에서 썩는 게 낫지.”

“그 발언. 꼭 기억해 두겠습니다.”

첫 번째 협상은 결렬이 되었다.

뭐, 예상했던 바다.

자존심 강한 천하 그룹의 황제가 이렇게 쉽게 무릎을 꿇을 리 없지.

나는 짧은 면회를 끝내고 나머지 일은 전부 다 검찰에게 맡겼다.

검찰은 곧바로 장선욱 회장을 구치소에 감금했고, 마치 흉악범을 다루듯이 장선욱 회장을 대했다.

그에 대해 장선욱이 항의를 하면 제 아버지를 죽인 살인죄를 들먹이며 어떤 항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공판이 한 달 뒤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네. 그렇죠.”

“어휴. 저택에서 황제처럼 살던 사람이 구치소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면 정신이 나갈 텐데.”

“아주 빡세게 관리해 달라고 말해뒀습니다. 어떤 편의도 봐주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 가진 걸 저한테 다 내놓지 않겠어요?”

장선욱은 한 달 뒤에 보면 될 것이다.

그때도 어제처럼 자존심을 내세울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겠다.

“그리고 슬슬 야당을 압박해서 으름장을 놓게 해야겠어요.”

“아. 그 비트코인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처음에는 여당 쪽을 이용해서 해 볼까 했는데, 지금 워낙 청와대가 지지율을 신경 쓰느라 많이 민감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야당으로 선회를 했습니다.”

야당 사람 중 날 싫어하는 놈은 많지 않다.

내가 야당을 때려 부순 장본인이기는 하나,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정치 자금이 야당에게도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꾼들은 믿을 게 못 되지만, 그래도 누가 밥을 주는지는 알기 때문에 알아서 잘 처신하고 있었다.

“야당 쪽에 사인을 보내 놓겠습니다.”

“예. 거기에 맞춰 언론사들이 한번 크게 터트려 주면 비트코인 가격이 잠깐 바닥을 칠 거예요. 그때 다시 풀매수 하죠.”

이미 우리 J&H가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전량 매도한 상태였다.

이제 야당 쪽에서 비트코인을 규제하는 법안을 내놓으면 당분간 큰 하락세를 보일 것이다.

[국회, 비트코인에 칼 빼어 드나?]

[야당 비트코인 규제 법안 국회 상정]

[비트코인의 몰락? 하루 만에 70% 급락.]

돈의 액수만큼 일처리가 빨라지는 야당 의원들은 법안 규제를 정식으로 국회에 상정했다.

당연히 결코 통과되지 않는, 통과되어 서도 안 되는 법안이었다.

하지만 국민들 눈에는 당장 내일이라도 법안이 통과돼 비트코인 규제가 들어갈 것처럼 보였다. 그로 인한 효과로 비트코인이 끔찍한 하락세를 보였고, 외국에서도 우리나라가 비트코인을 규제하는 법안을 내놓았다는 것에 놀라 패닉셀을 이어 나갔다.

나는 쭉쭉 빠져나가는 비트코인 시세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모든 건 다 오해였고, 법안 처리는 없던 걸로 할 것이라는 공식 성명만 내놓으면 바닥을 찍은 비트코인이 다시 로켓을 쏘게 될 것이다.

[야당에 성난 민심. 결국 법안 철회.]

[그냥 검토만 했던 일. 구체적인 대안도 없었다.]

[비트코인 규제는 오해. 법안 처리 없다.]

비트코인의 어마어마한 하락세에 폭발한 민심을 달래고자 야당은 꼬리를 내리고 법안 상정을 취소해 버렸다. 또한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성명문까지 발표하면서 다시금 코인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지금이 저점일 때 사야 한다며 사람들은 또 한번 코인에 모여 들었고, 대출을 왕창 끼고 아예 목숨을 걸 정도로 매수를 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 그들의 힘에 떡락했던 비트코인이 다시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이미 언론에 기사를 터트리기 전부터 가장 낮은 저점에서 차근차근 매수를 해 왔던 J&H는 고작 3일만에 500%가 넘는 이익을 봤다.

“참 비트코인 시장을 보다 우리나라 증시를 보면 현타가 옵니다.”

우리나라는 상승폭이 한계가 있어 무한대로 상승세를 쏠 수가 없다. 그에 반해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700%가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다.

차라리 모든 돈을 다 코인판에 투자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도박판 그 자체였다. 예전에는 기관의 돈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이 작았지만, 지금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져 앞으로 이 시장이 어디까지 솟아 나갈지 모르겠다.

“이런 미친 시장 덕분에 우리는 또 다시 전례 없는 수익을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네. 그래서 한 가지 제가 더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어떤 것을······.”

“우리도 우리 회사만의 코인을 만드는 겁니다.”

“네?”

권 대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은 모양이다.

“말 그대로입니다. J&H 전자 화폐를 만드는 거예요. 지금 코인 시장이 무섭게 커가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4,000만원까지 치솟은 비트코인은 곧 5,000만을 넘을 테고 머지않아 1억까지도 오를 겁니다. 그 밑에 있는 잡코인들 역시 동반 상승 중이고요. 하지만 말만 전자 화폐지, 아직까지는 실생활에 쓸모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죠.”

“지금이야 쓸모가 없겠지만, 점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자 화폐를 이용한 결제 수단이 우후죽순 생겨날 겁니다. 그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우리가 얼른 선점해 놓자는 거죠.”

J&H는 대한민국 1위 금융사다.

거기다 은행과 카드사도 운영을 하는 중이니, J&H 코인을 만들어 놓고 화폐처럼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어 놓을 수 있다.

“회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J&H 코인을 만들어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삼자는 것이군요.”

“네. 모바일로 바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놓으면 되지 않을까요?”

이건 거대한 플랫폼 사업이다.

J&H가 요구하면 여러 분야에서 응답을 할 수밖에 없을 터.

특히 요즘 젊은이들이 계속 코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으니, 실제 이용이 가능한 코인이라면 더욱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장님 말씀에 따라 저희가 플랜을 짜 보겠습니다.”

“네. 곧 있으면 천하 그룹이 우리 손에 들어올 겁니다. 그 충격을 대비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현찰을 들고 있어야 해요.”

코인 시세로 돈을 쑥쑥 빨아들이는 동안 어느새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꼼짝없이 구치소에 갇혀 있던 장선욱은 내일 1심 재판을 받게 된다.

“내일 재판, 참관하실 겁니까?”

“그냥 영상으로 보려고요. 제 얼굴 보고 눈 돌아가서 난동 피우면 안 되잖아요.”

그동안 얼마나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내일 아침이 되면 그 바뀐 안색을 직접 보게 될 것이다.

* * *

총 12개에 달하는 죄목으로 법정 앞에 서게 된 장선욱은 못 본 사이에 참 많이도 수척해졌다. 들은 얘기로는 구치소에서 엄청 고생을 했다는데, 평생 으리으리한 저택에서만 살다가 그런 좁은 방에서 혼자 살아야 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변호인은 검찰이 내놓은 증거들을 반박할 수 있습니까?”

이미 2번이나 변호인단이 갈아엎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와도 장선욱을 구해 줄 방법이 없다.

검찰이 내놓는 증거들은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이었으며, 그에 반해 장선욱은 내놓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판결하겠습니다.”

결국 판결문이 내려졌다.

판사는 검찰이 구형한대로 25년 형을 선고했다.

사실상 감옥에서 평생 썩다 나오라는 얘기였다.

“하-.”

장선욱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영상으로 보는 거지만 그 모습이 참 애처로웠다.

그렇게 다시 끌려가는 장선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확신했다.

장선욱이 곧 내게 살려 달라 빌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회장님.”

아니나 다를까.

비서실장이 내게 다가와 전했다.

“장선욱이 회장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합니다.”

“음. 바로 간다고 전하세요.”

“네.”

한 달 동안 장선욱도 생각이 참 많아졌을 것이다.

자신이 목숨을 버릴 만큼 과연 천하 그룹을 지켜야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갈등에 휩싸여서 말이다. 그 대답을 곧 듣게 된다.

나는 경호원들과 같이 장선욱이 갇혀 있는 구치소로 향했다.

당연히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만남이기 때문에 주변을 철저히 통제해 놓았다.

“못 본 사이에 참 꼴이 아니게 됐네요.”

면회실에 들어가 나는 초라하게 앉아 있는 장선욱 회장을 보며 혀를 짧게 찼다.

“그러게 진작 좀 고집을 꺾으시지.”

“······.”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작정입니까? 그냥 이대로 갈까요?”

내가 일어나는 척을 하자 장선욱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드리겠습니다.”

“네?”

“원하는 건 뭐든 다 드리겠다고요. 그러니 제발 이 좆같은 곳에서 좀 꺼내 주세요.”

이미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를 위로하듯 말했다.

“훌륭한 결정입니다. 그리고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일 겁니다. 또한 지분 전체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괜히 지분 전체를 사들였다가는 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일부만 사서 경영권만 취하겠습니다.”

장씨 일가가 가진 지분을 다 가질 생각은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일부분이다.

딱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을 정도 말이다.

괜히 지분 전체를 가져갔다가는 보는 눈이 많아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는 비서에게 손짓해 계약서를 가져오게 했다.

“여기에 지장만 찍으세요. 그럼 회장님이 가지고 계신 지분 일부가 우리 J&H에게 넘어올 겁니다.”

장선욱은 계약서를 읽어 보지도 않고 지장을 찍으려다 멈칫 거렸다.

“이것만 찍으면 정말 여기서 나가게 해 주는 겁니까?”

“찍는 순간 곧바로 집에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보석으로 먼저 풀어 드리고 2심 재판 때 집행유예가 뜰 거예요. 검찰은 거기서 포기를 할 거고요. 뭐, 주변에서 잡음이 나오긴 하겠지만 그거야 하루 이틀 지나면 없어집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장을 계약서에 찍었다.

그러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빼앗기는 기분일 것이다.

천하 그룹은 그에게 모든 것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약자가 강자에게 짓밟히고 빼앗기는 건 세상의 진리라고 했다.

이 일 역시도 그렇다.

만약 내가 중간에 실수를 했다면 천하 그룹이 J&H를 산산조각 내고 그 일부를 가져가 삼켰을 것이다. 하지만 난 원만하게 위기를 넘겼고, 결국 천하 그룹에게 비수를 꽂아 마침내 나의 것으로 삼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천하 그룹.

하지만 앞으로 1년 안에 난 장담한다.

천하 그룹이란 이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고 오직 J&H만 남는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놓을 것이다.

이 나라가 천하 공화국이 아닌, 나의 공화국이 된 것처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