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98화 (198/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98화.

“전쟁에 대한 불안. 화폐 가치에 대한 불안. 그 모든 불안감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금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역할을 대신해 줄 대체재가 나왔습니다. 바로 비트코인이 자본주의 세계의 새로운 선두가 되고 불안감을 해소해 줄 해답이 될 겁니다.”

비트코인의 열풍.

그것은 내가 어느 강의에서 했던 말로부터 시작되었다.

호시탐탐 내가 말실수만 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은 비트코인이란 말에 귀를 쫑긋 세웠고, 그것을 그대로 기사에 실어 버렸다.

전부 내가 의도한 대로였다.

[비트코인의 엄청난 열풍!]

[700만 비트코인. 1,500만 돌파!]

[이진석 회장이 바라보는 비트코인의 미래란 무엇인가?]

[비트코인, 금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

그동안 조금 잠잠했던 비트코인이 뜨거운 열풍을 일으키며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하게 될 거란 말을 했다면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면 똥도 금값으로 변할 만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투자의 귀재라고 인정받고 있는 만큼, 내 말이 가진 파급력은 대단했다. 그 증거가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500~700을 왔다 갔다 하던 비트코인이 단번에 1,500만 원을 돌파했고 그다음 날에는 2,000, 또 그다음 주에는 3,000만을 돌파하며 그야말로 시장이 미쳐 돌아갔다.

그로 인해 여러 잡코인이라 불리는 것들이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24시간 돌아가는, 그것도 상승과 하락에 한계점이 없는 비트코인 도박판이 펼쳐졌다.

-떡상 가즈아!!

-오늘 개잡코인에 탔다. 제발 200%만 먹게 해 주세요

-주식은 부자가 못 되지만, 코인은 부자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과 그에 파생된 여러 코인 상품들이 전자 화폐 시장을 점령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도박판에 뛰어들었다.

하루에 무려 700%나 상승하는 코인도 있었고, 저 바닥 끝까지 하락하는 코인도 있어서 커뮤니티에는 스포츠카를 산다느니, 한강으로 뛰어든다느니와 같은 말들이 많았다.

“비트코인은 사기입니다. 실물도 없는 그따위 화폐에 돈을 걸다니.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겁니다.”

야당 의원들과 더불어 여러 전문가가 채널에 나와 현재 미쳐 돌아가고 있는 비트코인 시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건 명백히 도박이라며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당연히 이번 문제는 대통령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회장님. 대통령님께서 비트코인 시장에 대한 우려가 많으십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김대송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내게 전했다.

“예. 그런데 지금 이걸 막아 버리면 높고 높은 지지율이 확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도박판이나 다름없는 이 시장을 가만히 놔둘 수는······.”

“수석님. 도박판이라니요. 이건 자본주의 시장이 만든 새로운 투자 공간입니다. 제가 강연에서 했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에요.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할 수단이 될 겁니다. 우리는 그걸 막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이익을 만들어 내야죠.”

“이익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세금이죠. 지금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도 꾸준히 세금을 걷고 있잖아요. 비트코인 시장에도 똑같은 룰을 적용시키는 겁니다. 물론, 지금 당장 세금을 걷자는 게 아니라 좋은 타이밍에 입법을 하는 것이죠. 그 타이밍은 제가 만들어 내겠습니다.”

비트코인은 현재 수백조 원이 몰려 있는 어마어마한 자금 창구다.

나 역시 이곳에 1조 원이 넘는 돈을 넣어 두었다. 최소 다섯 배는 남겨 먹어야 직성이 풀리지 않겠는가.

“그 타이밍이 언제인지는 제가 사인을 드리겠습니다. 그때 맞춰서 청와대와 여당이 움직여 주면 됩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장선욱 회장 일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아시는 바와 같이 곧 구속 영장이 떨어질 겁니다. 그리고 일단 구치소에 넣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고, 최악의 경우 망명 신청을 해서 다른 나라로 날아가 버리면 곤란하거든요.”

천하 그룹의 회장이 망명 신청을 한다면 미국도 진지하게 고려를 해 볼 것이다.

물론 외교적 문제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궁지에 몰리면 장선욱 회장이 뭘 못 하겠는가.

“회장님. 장선욱 회장을 감옥에 넣는 것은 좋지만, 그 이후가 중요합니다. 그래도 천하 그룹의 핵심이 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장선욱 회장 하나가 없어도 회사는 잘만 돌아간다고들 말하지만, 회장님도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으로써 최종 결정권자가 없어진다는 건 굉장히 큰일입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도 역시.

사람들은 장선욱 회장이 감옥에 갇혀 있어도 천하 그룹이 아무 문제 없이 잘만 굴러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회사라는 건 자고로 피라미드 같은 보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

밑바닥에서부터 보고를 올리면서 마침내 최종 결정권자에게까지 전달이 되는데, 중요한 사안일수록 회장이 결정을 내려 회사의 방향을 정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회장이 갑자기 감옥에 끌려가서 공석이 된다면?

배는 선장을 잃고 목적과 방향 없이 이리저리 부유하기만 할 것이다.

“굳이 장선욱 회장일 필요가 있습니까?”

“네?”

“천하 그룹이 꼭 장선욱 회장의 소유일 필요가 있느냐는 뜻입니다.”

“그 말씀은······.”

“장선욱 회장을 극한까지 끌고 가세요. 살인죄까지 적용시켜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드는 겁니다. 그럼 그 양반도 이렇게 살 순 없다는 생각을 하겠죠? 구치소만 한번 다녀와도 감옥은 절대 가기 싫은 곳이라고 인식이 박힐 겁니다.”

민정수석은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챈 듯 보였다.

“그때 장선욱 회장과 협상을 하시려는 것이군요.”

“네. 당연히 정부에서도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천하 그룹의 지분을 잔뜩 들고 있는 국가 기관이 제 손을 들어 주지 않으면 매우 곤란하거든요.”

내가 장선욱과 협상을 하는 동안 너는 다른 애들 관리를 잘해 놓으라는 뜻이었다.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것만 성공한다면 재벌들은 무조건 청와대 편을 들게 될 겁니다. 보수 야당이 무슨 소리를 해도 제가 모두 컨트롤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민정수석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대통령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몸보신 좀 하시라고 따로 챙겨 드렸습니다. 거절치 마시고 받아 주십시오.”

“하하. 이거 송구스럽습니다.”

민정수석은 오래 전부터 내 사람이었다.

이미 대통령 곁에 있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내 돈을 먹고 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 중이다. 혹시라도 대통령이 다른 마음을 먹으면 그의 힘을 최대한 약화시킬 수 있게 나도 나름 보험을 마련해 놓은 것이었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믿지 말아야 할 놈들이 바로 정치가들 아니던가?

* * *

“정말 방법이 없어? 이 엿 같은 곳에서 대체 얼마나 더 있으라는 거야!”

면회실에서 장선욱 회장은 변호인단에게 역정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해 줄 말이 없었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어떤 유능한 변호사를 데려와도 장선욱 회장을 구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미 정부가 장선욱 회장을 죽이기로 작정했는데, 대체 누가 그걸 막는단 말인가. 더군다나 저들 뒤에는 이진석과 J&H가 버티고 있어 흔들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야당 역시 무슨 약점을 잡힌 건지 잠잠하다.

“회장님. 이미 청와대를 비롯해 검찰총장까지 저 자세로 나오는 중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미 법원 판사들도 회장님을 꺼낼 방법이 없다고······.”

“이런 쓸모없는 새끼들!!”

화만 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린다는 듯 변호사들이 말했다.

“회장님. 무거운 마음이시라는 건 이해하고 있으나, 이대로 가다간 정말 수십 년은 감옥에 계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뭐? 수, 수십 년?”

“살인죄와 더불어 국정 농단에 비자금 조성과 각종 청탁. 그 외에도 12가지가 넘는 죄목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증거가 있든 없든 법원은 모두 유죄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가 무슨 중국이야? 아니면 러시아야? 공산당 새끼들도 아닌데 없는 죄를 어떻게 만들어!”

“정권 초창기이지 않습니까. 지금 대통령 권력은 사람 하나 대역죄인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거기다 국민들의 지지율도 엄청나서 무슨 말을 해도 다 믿을 겁니다.”

죄가 없어도 죄를 만들 수 있는 힘.

그리고 여론을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는 힘.

그 어떤 정부도 가지지 못한 힘을 현재 이 정권은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힘을 다른 곳에 쓰는 게 아니라 장선욱에게 오롯이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회장님께서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판단? 무슨 판단?”

“회장님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지 말입니다.”

“아니. 그게 무슨······.”

변호사들은 갑자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뒤로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는데, 장선욱 회장은 상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

“왜 왔겠습니까. 이제 생각이 좀 바뀌셨나 하고 와 봤죠.”

이진석.

세상에서 제일 꼴도 보기 싫은 놈이 염장을 지르려 여기까지 찾아왔다.

이상한 건 변호인단의 반응이었다.

“회장님. 저희는 나가 있을까요?”

장선욱 회장에게 묻는 게 아니라 이진석한테 묻는 말이었다.

“아니요. 그냥 계세요. 여러분이 누구의 편인지 아직 저쪽은 감을 못 잡은 거 같은데.”

설마 변호인단마저 이진석 편에 돌아섰다는 건가?

장선욱 회장은 넋이 나갈 뻔했다.

대체 이 세상에 자신의 편을 들어 줄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다, 당신들······ 날 배신한 거야?”

“배신이라니요. 저희는 그냥 지혜롭게, 현명하게 행동할 뿐입니다. 회장님도 이제 그러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저희도 저희 나름의 살길을 찾은 것뿐이니, 너무 탓하진 말아 주십시오.”

장선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당장 꺼져!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마지막에 드린 조언은 꼭 심사숙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안 그럼 당신 정말 감옥에서 죽어요.”

“이, 이 새끼들이!”

“아아. 그만 소리 지르고 진정 좀 합시다.”

이미 변호인단은 전부 다 나가 버렸고, 이 방에는 이진석, 경호원 2명, 그리고 장선욱만 남게 되었다.

“장선욱 회장님. 이제 선택을 해 주시죠. 평생 감옥에서 살다 죽어서 여길 나가겠습니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백기 들고 항복을 하겠습니까?”

“······.”

“충성 맹세를 바라진 않습니다. 그냥 갖고 있는 거 전부 저한테 넘기세요. 그럼 목숨은 살려 드릴게.”

장선욱은 뻔뻔하게 위협하는 이진석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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