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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97화 (197/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97화

“이거 높으신 분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검찰이 보낸 소환장을 결국 막지 못한 장선욱 회장이었다.

소환에 불응하려 했지만, 그랬다가는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검찰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었다.

“전 담당 검사 김요한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자주 뵐 것 같네요.”

“······한마디만 하지. 어차피 변호사가 나를 대신해 말할 테니까.”

“예. 마음껏 하십시오.”

“이거 어디까지 하려는 거지? 어차피 날 법원에 쳐넣어봤자 재판장들이 집행유예를 때리게 되어 있어.”

“하하. 그렇겠죠. 누가 감히 천하 그룹의 회장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말 교도소에 회장님을 보내려 할 수도 있죠.”

장선욱 회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듣도 보도 못한 검사 새끼가 감히 자기 앞에서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있지 않은가. 거기다 말하는 어투를 보니, 이놈들은 꽤 자신 있는 듯 보였다.

“당신, 이름이 김요한이라고 했지? 이거 감당할 수 있겠어?”

“이미 한번 저 밑바닥까지 다녀온 놈입니다. 사실 지금 무서울 게 없습니다. 잃을 게 없거든요. 그거 아십니까? 제가 예전에 천하 그룹을 조사하려다가 좌천당하고 가정까지 잃었다는 걸.”

“······.”

“하늘은 역시 무심하지 않으세요. 이렇게 오랜 응어리를 풀 기회를 주시는 것을 보니.”

좀 잘못 걸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필이면 천하 그룹에 원한이 큰 놈이 수사를 맡았다.

그렇다고 해서 장선욱 회장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이제 마음대로 해 봐.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

“예. 어디 끝까지 가 봅시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 * *

17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은 장선욱 회장은 검찰청을 나서는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회장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고 들었습니다. 황승철 전 비서실장이 폭로한 내용 중 천하 그룹이 관련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까?!”

“장연욱 전 회장님의 죽음에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으십니까?!”

장선욱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을 전부 무시하며 차에 올라탔다.

뉴스에는 그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는 내용만 헤드라인을 탔다.

하지만 무작정 부인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예상했던 대로 모든 의혹을 부인하긴 했고, 준비도 철저히 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검찰 쪽에서 내미는 증거들이 확실해서 그쪽 변호단도 적잖이 당황했다고 하더군요.”

나는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검사들은요?”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시작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단합을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천하 그룹 쪽 사람들이 뭉치고 있다는데, 일단 그쪽 핵심 멤버의 뒷조사를 한 서류를 따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나는 권 대표가 건넨 서류를 확인해 보았다.

“기대 이상이네요.”

“예. 기대 이상으로 썩은 새끼들입니다. 조직폭력배와 관련이 되어 있지 않은 놈들을 찾기가 힘들 정도에요.”

조폭들이 이렇게도 넓게 검사들과 연을 맺고 있을 줄은 몰랐다.

특히 유흥시설을 운영하는 조폭들은 검사들을 그곳에 데려가 대접하고 혹시라도 단속에 걸려도 사건을 금방 무마시켜 버린다. 더군다나 이들 중에는 마약을 밀매하는 놈들도 있어 그 질이 매우 나쁘다.

“검사 중에서 마약에 빠진 놈들도 있습니까?”

“예. 마약 파티가 열리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아닙니까? 검사들도 마약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거죠.”

“그걸 약점으로 쓰면 검사들을 와해시킬 수 있겠네요?”

“예. 이번에 이재욱 총장을 필두로 천하 그룹을 난도질하고 있는 검사들은 워낙 청렴한 사람들이라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적당히 시기를 봤다가 해결을 해 주세요. 대통령이 국정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입니다. 괜한 잡음으로 일을 그르치면 안 됩니다.”

“예. 회장님.”

기재욱 대통령과 이재욱 검찰총장.

성은 다르지만 이름은 똑같은 두 사람이 이 나라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국민들은 잔뜩 기대감을 품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커뮤니티에서는 아예 더블 재욱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만약 이대로 공수처가 설치되고 검찰 개혁에 성공하면 역사가 이것을 크게 평가할 것이라는 글도 심심찮게 보였다.

하지만 일부 깨어 있는 사람들은 공수처가 대통령에게 독재에 가까운 권력을 쥐어 준다는 걸 비판했지만, 누구 하나 그 얘기를 중요하게 듣지 않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것이 이슈화가 된다면 내가 넓게 퍼져나가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이제 이 나라는 내가 쥐락펴락하며 통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 * *

“뭐? 뒤집을 수가 없어?”

“죄송합니다, 회장님. 검찰 쪽에서 제시하는 증거들이 너무 명확합니다. 만약 이게 법원으로 넘어가면 집행유예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재판장 새끼들은 어차피 눈이랑 귀 막고 망치만 두드리면 되잖아.”

“그게······. 쉽지 않습니다.”

변호인단은 난색을 표하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 부장급 판사들도 이번 일을 쉬쉬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연을 이어 가고 있던 판사들도 하나둘 갑자기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을 보아······.”

“벌써 어떤 새끼들이 작업을 치는 중이다?”

“예. J&H가 중간에서 작업을 치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문제는 그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겁니다.”

“뭐야?”

“청와대가 작정하고 법원을 압박하는 중입니다. 새로 들어선 정권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지금은 법원 쪽도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장선욱 회장은 참지 못하고 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래서 어쩌자고? 이대로 감옥에 끌려가라는 거야, 뭐야!”

“그,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협상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협상?”

“예. 회장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 이 판은 J&H와 청와대가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청와대를 만든 건 J&H죠. 사실상 컨트롤 타워는 그쪽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즉, 이진석과 만나 담판을 지으라는 뜻이었다.

“하-.”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천하 그룹은 단 한 번도 남에게 숙인 적이 없다. 특히 법 앞에서는 항상 당당했다.

그런데 더는 천하 그룹의 이름이 먹히지 않게 됐다.

한때 천하 공화국이라 불렸던 이 나라가 J&H 공화국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장선욱 회장은 자존심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 * *

“생각보다 만남이 늦었네요, 회장님.”

나는 똥줄이 타고 있는 장선욱 회장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놈도 지금쯤 계산이 섰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꼼짝 없이 감옥에 갇혀 몇 년을 썩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가급적이면 회장님과 만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안타깝게 됐습니다. 가장 보기 싫은 얼굴을 봐야 하니까요.”

“······.”

장선욱 회장은 길게 심호흡을 한 뒤 내게 물었다.

“회장님. 원하는 걸 주면 놔 줄 겁니까?”

“음. 제가 원하는 게 뭔지는 아시고요?”

“현광 그룹 지분 아닙니까? 그리고 자동차까지. 맞습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아시네요.”

“다 드리겠습니다.”

“······?”

이렇게 쉽게?

“뭘 그렇게 보십니까? 어차피 현광 자동차나 현광 그룹은 별로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괜히 집착하셨던 거지.”

어차피 관심도 없는 것들이니 다 넘기고 살길을 찾겠다는 건가.

나한테는 아주 좋은 거래이기는 하나, 왠지 심술이 났다.

“원하는 걸 다 드릴 테니 그만하시죠, 이제.”

“뭐, 죄를 지으신 걸 어떡합니까. 민중의 지팡이가 하는 일을 제가 막을 순 없습니다.”

“그럼 거래는 없던 걸로 될 텐데요?”

“대신 지팡이를 잡은 사람에게 언질을 줄 순 있죠. 한 대 때릴 거 열 대 때리라고 말입니다.”

장선욱 회장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거 하나만 들어 주시죠. 모든 지분을 넘기는 대신, 진행 중에 멈춘 천하 물산 합병과 지분 이동을 도와주십시오.”

현광을 내놓는 대신 큰 이득을 취하겠다는 건가?

아직 이놈은 누가 슈퍼 갑인지 모르는 것 같다.

“장선욱 회장님.”

“예. 이진석 회장님.”

“단단히 착각을 하시는 거 같은데, 지금 회장님이 저한테 뭔가를 요구할 짬이 되신다고 봅니까?”

“뭐, 뭐라고요?”

“당신은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지분을 내놓으라고 하면 군말 없이 내놓으라는 겁니다. 뭔가를 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는 당신에게 없습니다.”

장선욱 회장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평생 이런 치욕은 처음일 테니 당연한 반응이다.

“내일 가지고 있는 현광 그룹 지분은 전부 다 내놓으세요. 그다음에 당신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죠.”

“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어디서 감히 날강도 같은 짓을!”

“날강도 같은 짓은 천하 그룹의 전매특허 아닙니까? 당해 보니까 빡치죠?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겁니다. 제가 천하 그룹보다 몇 배는 더 악랄한 놈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될 테니까요.”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선욱 회장에게 경고를 남겼다.

“내일입니다. 내일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 끝까지 가 보겠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내가 나가고 나서 안에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웃어넘겼다.

내일이 되면 장선욱 회장이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 * *

“회장님.”

“천하 그룹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아쉽게도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진짜 한번 해 보자는 거 같습니다.”

어제 내가 너무 몰아붙였나.

장선욱 회장은 이러나저러나 바뀌는 건 없다고 판단했는지 현광 지분을 넘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도 맘 편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갖고 있는 자료 다 터트리세요. 그동안 천하 그룹이 저지른 잘못들, 이놈들이 국민연금공단과 저지르려 했던 일. 재산 상속을 위해 탈세를 하고 위법을 저지른 일들까지 전부 다.”

“예. 바로 언론사에 뿌리겠습니다.”

우리가 가진 무기가 얼마나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 장선욱 회장은 아직 모르고 있다. 저것들이 한꺼번에 터지고 나서 피부로 느끼게 될 때쯤에는 이미 늦었다.

어제 나는 장선욱 회장에게 난 마지막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것을 뻥 차 버린 것은 장선욱이었다.

사실 그가 내게 협조를 했다면 천하 그룹을 궁지에 몰아가는 짓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장선욱이 가진 것들을 하나씩 빼앗긴 했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나와 협조하기를 거부했으니, 나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지금부터 철저하게 장선욱과 천하 그룹을 짓밟아 그들이 쌓아 놓은 성을 무너뜨리고 꼭 품에 안고 있던 모든 걸 빼앗아 내 것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그 큰 회사를 한 번에 삼킬 순 없으나, 하나씩 쪼개서 먹다 보면 언젠가는 다 소화시킬 수 있을 터.

어쩌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천하 그룹이란 이름을 더는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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