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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94화 (194/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94화

“뭐? 누굴 놓쳐?”

“죄송합니다, 회장님. 황 실장을 붙잡으려고 보낸 요원들이 전부 실종 상태입니다. 황 실장 역시 현재 위치를 알 수가 없고요.”

아직 장례식을 하는 중이지만, 이미 직책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바뀐 장선욱이었다.

그는 상주를 맡던 중, 경호실장을 통해 보고를 받았다.

반드시 잡아야 할 놈이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매우 수상쩍게 말이다.

“그 말은 누가 황 실장을 빼돌렸다는 건가? 아니면 황 실장이 따로 부리는 경호원들이 있나?”

“그건 아닙니다. 저희도 다방면으로 알아봤지만, 황 실장이 직접 운용하는 경호원들은 없었습니다.”

“그럼 대체 뭐야? 그 새끼가 하늘로 솟았어? 아니면 땅으로 꺼졌나? 왜 그딴 새끼 하나 못 잡아 오는 건데?”

경호실장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철두철미하게 황 실장을 붙잡고자 20명이나 되는 요원들을 보냈었다. 그런데 20명 모두 지금 그 행방을 알 수가 없다.

만약 그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하고 경찰 수사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일이 더 골치 아파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 알겠어?!”

“예.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선욱은 끓어오르는 화를 진정시키며 다시 상주의 역할을 맡고자 밖으로 나갔다.

이미 조문객들이 끊임없이 오는 중이다.

당연히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고, 전경련에 가입되어 있는 재벌들과 정치인들이 줄을 이었다. 이제 새로운 천하 그룹 주인에게 한 번씩 얼굴을 내밀어 주는 것이다.

이것은 장연욱 회장을 위한 장례식이 아니다.

장례식을 가장한 새로운 황제의 즉위식이었다.

그런데 모두 반갑기만 한 얼굴은 아니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청와대를 손에 넣은 이진석.

마지막까지 장연욱 회장과 싸워 그 뛰어난 능력을 아낌없이 보여 준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인이 얼굴을 비췄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네. 부회장님. 아니. 이제 회장님이시겠네요. 상심이 얼마나 크십니까.”

“저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아직도 혼란스럽습니다. 더군다나 제 동생이 아버지 죽음과 관련 있다는 의혹이 있어서요.”

장선욱은 슬픈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이진석이 미소를 지으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쇼하지 마, 인마.”

“······?”

“뭘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어? 계속 슬픈 표정 짓고 있어야지. 사람들 본다.”

장선욱은 도대체 이 미친놈은 뭐지?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진석은 거침이 없었다.

“상주는 대충 하고 나랑 얘기나 나눕시다.”

“지금 이게 뭐 하자는······.”

“싫으면 말고. 그런데 황 실장은 찾았어요? 아마 찾기 힘들걸.”

“······?!”

장선욱 회장은 눈을 크게 뜨고 이진석을 노려보았다.

“눈알 빠지겠네. 정말 나 그냥 갑니다?”

“아, 아니. 아니요. 잠깐 기다리세요. 따로 방을 잡아 놓을 테니.”

“그럼 기다리죠.”

이진석을 먼저 보내 놓고 다른 조문객들을 상대하던 장선욱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대체 저놈이 어떻게 황 실장을······!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그는 다른 이에게 자리를 맡긴 뒤 이진석이 있는 밀실로 들어갔다.

* * *

나는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온 장선욱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한번 찔러 본 건데,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무려 천하 그룹의 회장이라는 놈이 표정 하나 관리하지 못하다니. 역시, 장연욱 회장과는 많이 다르구나.

“앉으세요. 숨넘어가시겠네. 술이나 한잔할까요?”

“당신······ 황 실장을 빼돌린 게 당신이야?”

“음. 전 나름 예우를 갖추려 그랬는데, 그렇게 시작부터 반말 찍찍 까는 겁니까?”

“농담하지 말고 빨리! 황 실장 그 새끼를 빼돌린 게 그쪽이냐고!”

이러다 귀청 떨어지겠네.

“당연한 걸 왜 묻습니까? 당연히 내가 빼돌렸지. 이제 고인이 되신 장연욱 회장님의 모든 치부와 천하 그룹의 약점을 세세하게 꿰뚫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욕심이 안 나겠어요?”

“뭐야?!”

“그리고 그 양반이 참 재밌는 얘기를 하더군요. 장연욱 회장님을 죽인 건 장현욱 부회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다- 라는.”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뭐, 진실은 밝혀질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거죠. 제가 평소에도 추리물을 참 좋아해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경찰이 조사하기 시작하면 재밌을 거 같지 않습니까?”

장선욱은 당장이라도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지더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듯 보였다.

“후-. 좋아요.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러고는 다시 내게 존대를 했다.

“이 회장님. 장난이 너무 심하십니다. 아무리 아버지와 좋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걸 이런 식으로 푸시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고인에 대한 모욕입니다.”

“결백하시다는 거군요.”

“조사? 언제든 해 보세요. 전 결백하니까. 그리고 정확한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이렇게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명예 훼손죄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아십니까?”

“그렇군요. 전 그래도 마지막까지 협상의 기회를 드리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장선욱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슨 협상을 한답니까.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은 저희가 알아서 밝혀 낼 겁니다. 그러니 회장님은 빠지시죠.”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건데, 장선욱이 이걸 이렇게 뻥 차 버렸다.

그는 심증만 있을 뿐, 명확한 증거가 내 손에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아직 내게 이렇다 할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곧 구하게 될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 조금이나마 기회를 드리려고 했는데, 이거 안 되겠네요.”

“괜한 짓 하지 마시고, 회사에나 신경 쓰십시오.”

“하하. 이게 다 제 회사를 위한 일입니다. 천하 그룹이 자꾸 제 앞에 있는 게 점점 거슬리고 있거든요.”

장선욱은 인상을 굳혔다.

뭐라 한마디 하고 싶은 얼굴이었으나, 그는 끝내 삼켰다.

장례식장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울 순 없는 노릇일 테니까.

“그럼 또 뵙죠.”

또 봤을 때도 여전히 그런 자세일지 한번 두고 보겠다.

* * *

“확보했습니까?”

“네. 한 발만 늦었으면 놓쳤을 겁니다. 황 실장 때와 마찬가지로 천하 그룹이 보낸 경호원들이 김 교수를 납치하려는 걸 중간에 막았습니다. 그런데 황 실장이 넘겨준 명단의 대부분이 이미 행적이 묘연합니다.”

다행히 중요한 장연욱 회장의 주치의를 건졌다. 그러나 그 외 다른 인물들은 실종되어 찾을 수가 없었다.

이미 천하 그룹 쪽에 붙잡혀 저 땅 밑에 묻혀 버린 것이리라. 그나마 주치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그 사람이 뭐라고 합니까? 순순히 죄를 자백하던가요?”

“처음에는 자긴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떼다가 힘을 좀 쓰니 술술 모든 걸 털어놓았습니다. 장연욱 회장에게 모르핀을 치사량으로 주입하는 조건으로 수백억의 돈을 받기로 했답니다. 알아보니, 그 교수가 도박 빚이 있더군요. 그래서 장선욱 회장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던 겁니다.”

장연욱 회장도 설마 자기가 주치의 손에 죽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것도 도박에 빠져 있었던 의사라.

나도 이 점을 배우고 내 주치의 뒷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 봐야겠다.

“하지만 증언만으로는 부족해요. 더 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예. 그래서 최대한 증거들을 모으는 중입니다.”

주치의는 확보가 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검찰 조사를 통한 장연욱 회장의 부검이다.

“권 대표님. 지금 언론이 신나게 장현욱 부회장을 때리고 있죠?”

“네. 장선욱 회장이 미리 손을 쓴 모양입니다. 그런데 황 실장 얘기를 들어 보니, 장연욱 회장은 차마 아들을 죽일 순 없었는지 그냥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게만 막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핏줄은 핏줄이라는 건가.

황 실장은 장연욱 회장이 어떻게 병원으로 실려 갔는지 상세히 알려 주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장현욱 부회장과 몸싸움이 있었고 사고로 장 회장이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다고 한다.

하지만 장연욱 회장은 그래도 자기 아들이라고 차마 목을 칠 순 없어서 부회장 타이틀과 경제 능력을 빼앗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물론, 장기철 사장은 끝끝내 용서받지 못하고 벌써 죽어 없어졌다고 들었다.

“언론에 한번 쫙 뿌리도록 하죠. 장현욱 부회장이 죽인 게 아니라, 진짜 장연욱 회장을 죽인 범인은 장선욱이었다고 말입니다. 지금 당장은 명확한 증거가 없지만, 언론으로 밀고 가면 검찰이 칼을 빼어 들게 될 겁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장연욱 회장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지고, 대량의 약물이 검출되면 모든 사람은 정말 장선욱 회장이 제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돼도 장선욱 회장은 처연하게 넘길 수 있을까?

* * *

“이, 이런 씨발.”

모든 언론사가 일제히 천하 그룹 장선욱 회장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장연욱 회장의 죽음. 그리고 그에 둘러싼 의혹들.

처음에는 장현욱 부회장이 제 아비를 죽인 거라고 언론이 공격했지만, 지금은 장현욱 부회장이 아닌, 장선욱 회장이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몰아갔다.

더 놀라운 건 장연욱 회장의 주치의가 직접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는 것이다.

장선욱 회장이 수백억의 돈을 약속하며 장연욱 회장을 죽이라고 사주했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까지 인터뷰에서 말해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하-. 저거였어?”

이진석 그놈이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사람 염장을 지른 이유가 있었다.

황 실장에게만 신경을 쓰다 보니 다른 놈들까지 놓친 줄은 몰랐다.

경호실장 이 새끼는 대체 일을 어떻게 하기에 잡아 오라는 놈들을 족족 놓치는 건지.

“회장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언론이 저렇게 질타를 하기 시작하니, 지금 정치권에서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내가 그걸 몰라!?”

“그리고 조만간 검찰에서도 수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장연욱 회장님의 부검을 요청할 거라고······.”

머리가 아파 왔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냥 저 주치의가 미친놈이라고 몰아가. 그 방법밖에 없어. 나는 전혀 몰랐던 일이고, 사이코패스 주치의 놈이 아버지에게 약물을 투입한 거라고.”

“이미 도박 빚을 잔뜩 지고 있던 놈입니다. 아마 털어 보면 여러 문제 될 게 많을 겁니다.”

“그래. 최대한 털어서 언론에 뿌려. 저놈이 죽여 놓고 전부 내게 뒤집어씌우는 거라고. 아마 사람들도 저 의사 놈 말을 의심하겠지. 상식적으로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게 말이 돼? 거기다 네가 나한테 그랬잖아.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거라고.”

“맞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는 겁니다.”

비서실장은 괜히 후회스러웠지만, 장선욱 회장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이번 일은 미친 주치의가 혼자 벌인 단독 범행으로 몰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모든 게 끝장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을 낼 순 없었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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