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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93화 (193/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93화

장연욱 회장은 자기 아들인 장선욱 부회장에게 살해당했다.

이것이 황승철 실장이 알고 있는 진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주치의가 회장이 깨어난 적 없다며 잡아뗄 리도 없거니와, 경호원들이 자기의 명령을 무시할 리도 없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가 저들은 황 실장을 붙잡으려고 하기까지 했다.

빠르게 눈치를 채고 몸을 피하지 않았다면 벌써 요단강을 건넜을지도 모른다.

“이진석이라······.”

장연욱 회장이 최고의 적수로 인정하기도 했고, 결국 패배하기까지도 한 인물이다.

또한 대통령까지 자기 손으로 만들었으니, 당분간 이 나라는 그의 손안에서 흘러갈 것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 번호를 알았는지 직접 전화까지 해 주었다. 그리고 구원의 손까지 내밀었다.

과연 믿어도 좋은 것일까.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 장선욱 부회장 손에 붙잡혀 죽느니, 차라리 이진석의 뒤에 숨어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옳다.

“저기 있다!”

“잡아!!”

“이, 이런!”

남몰래 마련한 이 별장마저 장선욱 부회장이 알아차린 건가.

별장 문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온 천하 그룹 경호원들을 보고 뒷문으로 도망쳐 얼른 차에 올라타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뒷문 쪽에도 요원들이 쫙 갈려 더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너, 너 이 새끼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내가 누군지 몰라서 이래?”

“잘 알고 있습니다, 황 실장님. 옛정을 생각해서 때리진 않을 테니까, 입 닥치고 순순히 따라나 오쇼.”

“뭐, 뭐야?!”

“거참 말귀를 못 알아 처들으시네,”

뻐억-!

“악!”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오라고요, 이 양반아.”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맞자 머리가 핑 돌았다. 황 실장은 그저 모든 게 후회스러웠다. 지금껏 천하 그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해 왔던가. 그런데 결국 이런 꼴이라니.

“지금 당장 죽이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 황 실장. 우리 부회장님······. 아니지. 이제는 회장님이시지. 우리 장선욱 회장님이 꼭 그쪽 면상을 보고 직접 찢어 죽이고 싶어 하시니까. 으하하.”

이놈들은 딱 이런 일을 하는 놈들이다.

돈만 주면 사람 목숨을 언제든 없애 주는 양아치 새끼들.

그동안 천하 그룹을 위해 황 실장도 이들을 이용하여 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들이 느낀 모멸감과 공포가 무엇인지 이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들에게 붙잡힌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얼른 출발하자. 갈 길이 멀다.”

“예.”

그들이 별장을 벗어나 차를 이동시킬 때였다.

콰앙-!

갑자기 앞장서고 있는 차에 웬 화물차 하나가 달려와 그대로 박아 버렸다.

또한 황 실장이 타고 있는 차량의 뒤쪽에 있는 호위 차량도 역시 화물차와 충돌해 저 먼발치까지 날아가 버렸다.

“뭐,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황 실장을 붙잡은 경호원들은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들이 상황을 살피기 위해 차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느 무리가 달려와 제압봉을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였다.

“이 새끼들 뭐야!”

“으아악!”

처음에는 제압봉만 휘두르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아예 칼까지 쑤셔 넣으며 살인에 거리낌이 없었다. 황 실장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그냥 가만히 차에 남아 벌벌 떨기만 했다.

“다 처리한 건가?”

“네.”

“그럼 가자.”

이윽고 차 문이 열리고 처음 보는 남자가 황 실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오시죠, 실장님.”

“누, 누구신지······.”

“제가 누구인지는 아실 필요 없습니다. 이진석 회장님께서 보낸 사람들이라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황 실장은 방금 전까지 의기양양하게 웃었던 경호원들이 죄다 끔찍하게 죽은 것을 보고 입을 막았다.

“이, 이렇게 시체가 많아도 되는 겁니까?”

“그것 역시 실장님은 아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 실장님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신 겁니다. 그냥 별장에 계시다 약속 장소로 나간 거예요. 아시겠습니까?”

한마디 더 했다가는 저 경호원들처럼 개죽음을 당할 것 같아 얼른 고개를 끄덕이는 황 실장이었다. 그는 이진석이 보낸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단 한시도 긴장감을 뗄 수가 없어 숨 쉬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만 하는 이 상황이 매우 엿 같았지만, 그래도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에 들어가면 회장님이 계실 겁니다.”

어느 한식당에 차가 세워지고 황 실장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 있는 직원은 황 실장을 이진석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실장님. 반갑습니다.”

룸에 들어가자 그곳에는 먼저 음식을 뜨고 있는 이진석이 있었다.

* * *

황 실장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기 바빴다.

보고 내용을 들어보니, 잡혀가던 와중이었던 것 같은데 다행히 타이밍 좋게 우리 경호원들이 그를 구해 냈다. 그리고 천하 그룹에서 보낸 처리조는 괴멸시켜 지금 시체를 처리하는 중이라고 했다.

“저희 경호원들이 잘 모셔 왔네요. 걱정 많았습니다.”

“제가 그 별장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추적을 했죠. 이 나라에서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경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당장 휴대폰 추적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고작 휴대폰 추적에 경찰총장을 끌어들이다니.

아마 경찰 쪽도 한동안 난리가 났었을 것이다.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장선욱 부회장이 눈에 불을 켜고 실장님을 찾으려 하더군요. 혹시 몰라 힘 좀 쓰는 사람들을 보냈는데, 다행히 잘됐네요.”

“고맙습니다. 구해 주셔서.”

“아니요. 갚으시면 되잖아요.”

“······.”

지금쯤이면 황 실장도 견적이 나왔을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천하 그룹에서 몸을 구르던 인물.

갖고 있는 자료들도 많을 것이고, 지금 나 아니면 팽을 당하는 신세에 놓인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을 터.

“실장님. 시간 끌 것 없이 거두절미하며 말하겠습니다. 실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 양반을 살살 유혹해 보기로 결정했다.

“제 도움이요?”

“예. 실장님이 원하는 건 장선욱 부회장의 파멸 아닙니까?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장선욱 부회장에게 원한이라도 있으십니까?”

“글쎄요. 원한이라기보다는 기회라고 해야 할까요? 천하 그룹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그들이 가진 힘을 빼앗아 올 수 있는 기회. 아시다시피 차기 정권은 제 손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그들의 힘을 빌려 천하 그룹을 박살 내 버리고 그곳을 제가 흡수하려는 것이고요.”

“J&H가 다 집어삼키기에는 천하 그룹이 너무 거대하지 않을까요?”

“그럼 실장님께 좀 나눠 드리죠, 뭐.”

“······?!”

황 실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평생을 몸담은 천하 그룹이 지금 황 실장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버리려 하시는 거고요. 그 대가로 사장 자리 하나쯤은 괜찮지 않습니까?”

“지, 진심이십니까?”

“어디 원하는 자리가 있으면 말해 보세요. 금융? 전자? 아니면 물산? 어디든지.”

비서실장으로서 장연욱 회장을 옆에서 보필했지만, 사장 자리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수만 명의 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수장이 아닌가.

“어차피 제가 실장님을 보호해 드리지 않으면 길어 봐야 3일 안에 붙잡히고 말 겁니다. 그리고 장선욱 부회장이 패륜을 저질렀다는 것과 장연욱 회장의 억울한 죽음이 영영 밝혀지지 않겠죠.”

“······.”

“저와 함께한다면 장연욱 회장님의 원한을 풀어 드릴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것을 바라고요. 이 나라의 기둥이신 분이 어떻게 아들 손에 죽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건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입니다.”

“후우-.”

황 실장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천하 그룹을 J&H 밑에 둘 수 있다면······ 저는 전자 쪽 사장이 되고 싶습니다.”

천하 그룹 하면 역시 천하 전자다.

그리고 천하 전자의 사장이 된다는 건 막강한 힘을 가진다는 것과 진배없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들어 보죠. 어떻게 절 도와줄 수 있는지.”

“장연욱 회장님의 주치의. 그놈부터 잡아들여야 합니다. 분명 천하 그룹 쪽에서 주치의를 비롯해 회장님이 깨어 있으셨다는 걸 아는 자들을 색출해서 싹 다 지워 버릴 겁니다.”

증거가 남지 않게 싸그리 없애 버린다는 건가.

뭐, 당연한 일이다.

“주치의의 신변을 확보하면 증인으로 쓸 수 있겠네요.”

“예. 그놈들이 무슨 약을 썼는지도 알 것이고요. 더군다나 회장님의 억울한 죽음을 최대한 공론화시켜 국과수로 하여금 부검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경찰과 검찰을 움직여 수사를 시작하라는 뜻이다.

“그런 다음은요?”

“회장님의 죽음을 공론화시켜 수사를 진행하게 되면 장선욱 부회장도 당황하겠죠. 그렇게 점차 포위망을 좁혀 가면 됩니다. 아마 그쪽에 신경을 쓰느라 다른 쪽은 쳐다도 보지 못할 겁니다.”

“다른 쪽?”

“장선욱 부회장은 최근에도 지분 이동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장연욱 회장님의 비자금도 얻어가려 했죠.”

난 순간 눈을 반짝였다.

“그 비자금, 어디 있습니까?”

“가져가실 겁니까?”

“아니면 실장님이 챙기시게요? 그거 잘못 먹었다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고요.”

“제가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괜히 길 가다 죽긴 싫거든요. 그리고 어차피 먹을 수도 없는 돈입니다. 그거 모두 회장님에게 드리겠습니다. 수조 원은 족히 넘는 돈이니, 요긴하게 쓰실 겁니다.”

이거 봐라.

자기가 수조 원을 날름 삼킬 수도 있는 걸 나한테 주겠다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제가 왜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단지 그 큰돈을 제가 혼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큰 거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천억만 주시면 됩니다. 그럼 싹 입 닫고 있겠습니다.”

수조 원의 돈인데, 고작 천억만 받고 떨어지시겠다?

“수조 원 정도면 제가 혼자 삼킬 수 없어요. 국세청이나 다른 기관에 의해 들키겠죠. 하지만 J&H는 다르지 않습니까? 그 정도 돈은 흔적 하나 남김없이 삼킬 수 있을 겁니다.”

저 말은 맞다.

일반 돈도 아니고 무려 천하 그룹의 장연욱 회장이 운용하던 비자금이다.

그것도 수조 원의 금액이지 않은가.

그 돈을 어떻게 개인이 혼자 감당할 수 있겠나.

“제 목숨값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목숨값이 비싸시네요.”

“그 정도는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절 꼭 지켜 주셔야 합니다.”

“그 점은 염려 마세요. 제가 신용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건 잘 아실 테니.”

“이미 장기철 사장과 장현욱 부회장은 헌신짝처럼 버리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이거와 다르죠. 난 그들을 배신자라고만 생각했지, 내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실장님은 배신자가 아니라 배신을 당한 사람이지 않습니까? 엄연히 달라요.”

무려 수조 원을 주겠다는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다 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 나라에서 돈으로 안 될 건 없으니까.

목숨이든 명예든 건강이든.

내놓는 금액에 따라 그 급이 달라지는 게 바로 이 나라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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