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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92화 (192/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92화

“회장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래. 황 실장. 오늘은 네가 회사에 좀 나가 있어. 거기 상황도 살펴보고 나한테 보고해. 임원들 단속도 좀 해 두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황 실장은 장연욱 회장의 지시에 따라 본사로 나갔다.

오랜만에 모습을 보이는 황 실장을 두고 임원들은 적당히 눈치를 봤다.

이렇게 가끔 나와 눈에 힘을 한번 팍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임무였다.

그는 회사 내부를 속속히 파악하며 혹시라도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서류를 보면서 황 실장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임원들의 행동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미 장선욱 부회장으로부터 장연욱 회장의 소식을 들은 터라, 그들은 곧 황제의 자리가 바뀐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장 회장이 멀쩡한 모습으로 회사에 돌아오는 것을 보면 아마 심장이 철렁일 것이다.

‘그때도 똑같이 날 우습게 볼 수 있는지 어디 보자고.’

장선욱 부회장이 회장 자리로 올라가게 되면 황 실장은 자연스레 도태될 거라 생각하는 임원들이다. 그래서 예전처럼 그를 좋게 대하지 않는다. 아니. 그냥 무시하고 있다.

‘나도 살길을 만들어 놔야겠어.’

갑작스레 장연욱 회장이 쓰러지면서 황 실장은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갔다.

그리고 언제든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배우면서 자신을 위한 안전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장연욱 회장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는 그런 장치 말이다.

‘이 정도 해서 보고드리면 되겠지?’

대충 자료를 정리하고 밖을 나서려는 때였다.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예. 황승철입니다.”

-화, 황 실장님!

전화를 하는 간호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얼른 병원으로 오셔야겠어요. 지금 회장님 맥박이 잡히지 않습니다!

“······!?”

소스라치게 놀란 황 실장은 자료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정정했던 장 회장이었다.

“회장님!”

거칠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황 실장은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숙연하게 모여 있는 것을 보고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아니겠지?

“김 교수님. 회장님은-.”

“실장님. 안타깝게도 회장님께서는 운명하셨습니다.”

순간 다리에 힘이 딱 풀린 황 실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쓰러질 순 없다.

“그, 그럴 리가요. 회장님께서는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셨습니다! 저와 길게 대화도 나누셨고요!”

그러자 김 교수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실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

“회장님께서는 사고를 당하신 이후 단 한 번도 의식을 차리신 적이 없습니다.”

“예?!”

장연욱 회장이 깨어 있다는 건 비밀이었기 때문에 병원 내부에서도 그가 깨어난 사실을 아는 건 김 교수밖에 없었다. 그런 김 교수가 왜 저런 말을?

“김 교수님. 그게 도대체······.”

“실장님께서 충격이 크신 모양입니다. 장 회장님께서는 혼수상태에서 심정지가 오신 겁니다.”

“김 교수님!! 당신은 나랑 같이 회장님과 대화도 했었잖아!”

“실장님. 저희 병원에 정신과도 있으니, 힘드실 때 언제든 오셔도 됩니다.”

“김 교수!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회장님께서 건강하셨다는 걸 너도 뻔히 알고 있잖아!”

“이, 이거 놓으십시오!”

멱살을 잡아도 소용없었다.

장 회장에게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숙였던 김 교수가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떼며 빠르게 도망쳐 버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황 실장은 경호원들을 불러 모았다.

“당장 김 교수 잡아 와. 저 새끼가 회장님을 죽였다. 얼른!”

“그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경호실장이 그런 황 실장의 지시를 거부했다.

“뭐?”

“저희는 더 이상 실장님의 지시에 따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만 여기서 나가 주십시오. 외부인은 출입 금지입니다.”

“뭐, 뭔 개소리야 그건 또?”

“끌어내.”

“이거 안 놔!? 이 새끼들이 미쳤나! 당장 놔!”

황 실장은 경호원들 손에 강제로 이끌려 병원에서 쫓겨나게 됐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쳐 봐도 소용없었다.

그는 황망한 얼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병원 안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 * *

“부회장님.”

“······.”

“부회장님.”

“그만 불러. 듣고 있으니까.”

김 실장은 장선욱 부회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씻지 못할 죄를 지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벌을 받아도 부회장님께 직접 받겠습니다.”

“······개짓거리 하지 말고 일어나.”

장선욱이 누굴 욕할 자격이 있겠는가.

김 실장이 먼저 제안을 하긴 했지만, 결국 아버지를 죽이는 데에 동의한 건 장선욱 부회장이었다.

“부회장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는 겁니다. 이 죄는 무덤까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증거는 확실히 없는 거겠지?”

“네. 이미 장 회장님의 주치의도 매수를 해 놓았고, 장 회장님이 살아 있다는 걸 아는 몇몇 의사들도 전부 매수를 해 두었습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따로 사람도 붙여 놓았고요. 만약 입을 뻥긋하는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겁니다.”

“아니야.”

“예?”

“그 새끼들 믿지 마. 그냥 미리 없애 버려. 괜히 어디서 얘기 새어 나간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미 저지른 일.

장선욱은 철저히 하고 싶었다.

자기 아버지 목숨도 끊은 사람이, 남의 목숨을 중하게 여기겠는가.

다 파리 목숨처럼 보였다.

“후-. 이제 나가서 존경하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슬픈 얼굴을 보여 주면 되는 건가?”

“언론사에도 소식을 흘려 두었습니다. 곧 병원 앞으로 기자들이 쫙 모이게 될 겁니다.”

“그래. 그리고 황 실장 그 새끼는 어떻게 됐어?”

“그쪽에도 사람을 붙여 두었습니다. 아마 잡아 올 겁니다.”

“그 건방진 새끼부터 처리해야 돼. 아버지가 깨어 있었다는 걸 아는 놈이잖아. 그놈이 입 털기 전에 잡아 죽여.”

“네, 부회장님.”

이제 거침이 없었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죽인다는 패륜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괴로웠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진실로 장선욱은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더는 아버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이 나라에서 자기가 눈치 볼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천하 그룹이 곧 대한민국 권력의 상징이니까.

“가자. 아버지 앞에서 눈물 조금 흘려 둬야지.”

* * *

“······.”

“······.”

나와 권 대표 둘 다 TV 앞에서 말이 없었다.

장연욱 회장의 사망 소식.

설마 이렇게 장 회장이 죽을 줄이야.

“그래도 정신을 꼭 차릴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그러게요······.”

충격이 컸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낸 사람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뉴스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천하 물산 장현욱 부회장에게 살해 혐의?]

[의문의 15분. 과연 천하 그룹 회장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장연욱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갑자기 뉴스에서 장현욱 부회장이 장연욱 회장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장현욱 부회장이 장연욱 회장과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다 홧김에 죽인 것처럼 보도를 냈는데, 이게 사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저번에 장현욱 부회장과 통화를 했을 때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그래서 몇 번 찔러 본 거기도 하고.

“안타깝네요.”

“예. 상상도 못 한 일입니다.”

“장례식 날 잡히면 알려 주세요. 조문은 가야죠.”

“네.”

반드시 깨어나 줄 거라 생각했건만, 이 나라의 기둥 하나가 통째로 뽑혀 사라진 기분이다.

장연욱 회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나는 괜히 뒤숭숭해져 일찍 퇴근을 했다.

그냥 오늘은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휴식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12시가 지나고 나서 서랍에 있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어 댔다.

미래 커뮤니티를 볼 수 있는 고장 난 핸드폰이 벨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010-XXXX-XXXX]

서랍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자 벨 소리가 멈추면서 의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건 뭐야?”

이런 적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벨 소리를 듣고 같이 잠에서 깬 오희진이 멀리서 나를 불렀다.

“자기야.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회사 전화였어.”

“이 밤중에?”

“응. 해외 시장 때문에 그런가 봐. 당신은 얼른 자고 있어.”

나는 서재로 들어가 잠시 고민을 하다 핸드폰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안 받는 거 같은데.”

전화를 받지 않아 그냥 포기할까 싶다가도 미래 커뮤니티 센터가 이 번호를 괜히 보내 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보았다.

이윽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이름을 말해 줘도 되는 건가?

나는 일단 속는 셈 치고 통성명부터 해 주었다.

“J&H 그룹 회장, 이진석입니다. 혹시 그쪽은 누구십니까?”

-뭐? 이, 이진석?!

상대방은 매우 당황한 듯 보였다.

-이진석이 나한테 전화를 했을 리 없어. 대체 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지? 어디 소속이야, 당신?

“뭐, 믿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저도 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꼭 얘기해 줄 필요도 없고요.”

-······.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물어 왔다.

-정말······ 이진석 회장님이십니까?

“예. 제가 왜 그딴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당신은 누굽니까?”

-회장님. 저 황승철 실장입니다.

“황승철 실장이라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황 실장.

장연욱 회장의 오른팔이자 2인자.

이게 황승철의 핸드폰 번호였다니.

“그랬군요. 몰랐습니다.”

-모르셨으면서 어떻게 이 번호를······.

“뭐 특별한 번호인 모양이죠?”

-예.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번호를 모릅니다. 모르는 전화는 받지도 않고요. 그런데 유독 이 번호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 받게 됐습니다.

미래 커뮤니티 센터가 왜 이 번호를 나한테 넘겨준 것일까.

그것도 황승철이라······.

“황 실장님. 그렇지 않아도 오늘 소식 들었습니다. 장 회장님이 갑자기 그렇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후-.

그는 길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회장님. 장연욱 회장님은 살해당하신 겁니다.

“뉴스에서 그러더군요. 장현욱 부회장이 장연욱 회장님을······.”

-아니요. 장현욱 부회장이 아닙니다.

“네?”

-장선욱 부회장이 회장님을 죽였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장선욱 부회장이 대체 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죠. 아무튼, 장선욱 부회장이 죽인 게 확실합니다. 주치의부터 경호원들까지 죄다 매수해 회장님을 끔찍하게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쫓기는 몸이고요.

이거다.

미래 커뮤니티 센터가 내게 이 번호를 보낸 이유가 말이다.

“황 실장님. 혹시 보호가 필요하십니까?”

-그게······.

“그렇다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이 남자를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

그럼 천하 그룹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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