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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90화 (190/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90화

“아버지! 아버지!!”

장현욱은 어쩔 줄을 몰랐다.

순간 욱한 마음에 힘을 살짝 주긴 했는데, 설마 그게 장연욱 회장을 밀치게 될 줄이야.

그리고 하필이면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다.

뒤통수에 피가 나는 것을 보니, 보통 일이 아닌 듯했다.

“밖에 누구 없어?!”

“무슨 일이십니까······ 헉! 회, 회장님!”

“빨리 119 불러! 어서!!”

“아, 네!”

비서실은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다행히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를 대비해 장연욱 회장은 미리 회사 내부에 의료진을 두고 있었다. 그들이 먼저 달려와 장 회장의 상태를 살폈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어때?”

“지금 구급차가 오는 중이긴 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태를 봤을 땐······ 좀 심각해 보이는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 그게······.”

장현욱은 의식을 잃은 제 아버지를 슬쩍 바라본 뒤 말했다.

“갑자기 미끄러지셨어.”

“미끄러지셨다고요?”

“그래. 뒤로 미끄러지셔서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신 거야.”

장 회장의 상태를 살피던 의사는 뭔가 미심쩍어하는 표정이었지만, 유일한 사고 목격자는 장현욱이기에 의문을 표할 수도 없었다.

이윽고 구급 대원들이 금방 회장실로 도착했다.

본사와 멀지 않은 곳에 장연욱 회장의 개인 병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빠르게, 안전하게 모셔!”

“네!”

그들은 장연욱 회장을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

장현욱 부회장은 개인 차량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휴대폰을 들고 한참이나 고민에 빠졌다.

* * *

“누가······ 쓰러져요?”

“장연욱 회장 말입니다. 지금 응급 수술에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건강에 무슨 이상이라도 생긴 건가?

“갑자기 왜요?”

“넘어져서 머리를 어딘가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식을 잃었고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연욱 회장이 머리를 부딪혀요?”

“네. 그때 회장실에 같이 있었던 게 장연욱 회장과 장현욱 부회장, 단둘이라고 합니다.”

뭔가 그림이 그려졌다.

설마 장현욱 이 미친 새끼가 자기 아버지를?

그런데 이놈은 양반이 못 되는 거 같다.

자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딱 맞춰서 전화를 걸어 온 것을 보면 말이다.

“이진석입니다.”

-야 이 개새끼야!!

전화를 받자마자 장현욱 부회장의 걸쭉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너 이 새끼. 이게 무슨 짓이야!”

“뭘 말입니까?”

“내가 다 알고 있어. 나랑 장기철 사장을 아버지한테 찌른 게 바로 너잖아!”

역시, 그랬던 건가.

그래서 이놈이 장 회장을······.

“그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 아버지를 죽이려 드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뭐, 뭐야?

“소식은 들었습니다. 장 회장님이 병원에 실려 가 지금 수술을 받고 계시다는 거.”

-그걸 어떻게······. 분명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게 차단했는데.

“설마 천하 그룹에 제 귀가 되어 줄 사람이 없을까요? 아무튼, 상상도 못 했던 일이네요. 부회장님이 그런 패륜을 저지를 줄은.”

-입 닥쳐! 내가 무슨 패륜을 저질렀다고!

장현욱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그냥 미끄러져서 넘어지신 거야!

“예. 잘도 그러시겠군요.”

-이 새끼가 끝까지······!

“그리고 욕 좀 그만하시죠? 누구는 욕 못 해서 가만있는 줄 아나.”

-지금 내가 욕 안 하게 생겼어?!

화가 나긴 날 거다.

믿었던 내가 거하게 뒤통수를 쳐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날 믿은 게 장 부회장의 잘못이다. 난 나를 믿으라고 말한 적이 없다. 자기가 그냥 마음대로 날 믿었을 뿐.

-이유······ 이유라도 알자.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글쎄요. 딱히 잘못은 없으십니다. 단지, 저는 배신자를 믿지 않아요.”

-뭐?

“배신자와는 어쩔 수 없이 거래만 할 뿐, 결코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과 계속 관계를 유지해 봤자 어차피 또 배신할 테니까요.”

-······.

“그러니까 저한테 지랄할 시간에, 아버지 곁이나 잘 지키세요.”

장현욱은 목소리까지 떨며 말했다.

-너, 너 때문에 장기철 사장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기나 해?

“제 알 바 아닙니다. 그 양반이 죽든 말든.”

-이 악마 같은 새끼.

“악마는 당신이지. 자기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었잖아. 나한테 이럴 시간에 어떻게 잘 빠져나갈지 궁리나 하시지. 이만 끊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런 뒤 옆에서 내가 통화하는 걸 듣고 있던 권 대표에게 말했다.

“장연욱 회장이 잘하면 수술실에서 못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허-. 그렇게 되면 받기로 한 지분은······.”

“아마 물 건너가겠죠.”

일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장기철과 장현욱을 넘겨주지 말 걸 그랬나.

스무스하게 지분을 챙기고 현광 그룹부터 손에 넣으려 했더니, 장연욱 쪽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내가 처음 세웠던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판이다.

“기 대표에게 일단 연락 넣으세요. 장 회장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만약 이대로 장 회장이 죽게 되면 파장이 대단할 겁니다. 대선에는 아무런 상관없겠지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네, 회장님.”

이대로 장 회장이 죽어서는 안 된다.

그가 이 사고로 사망하게 되면 장선욱에게 모든 지분이 넘어갈 터.

각종 법의 구멍을 활용해 지분 상속을 빠르게 끝내려 했던 장선욱은 하는 수 없이 막대한 세금을 내고 정당하게 상속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럼, 천하 그룹을 옥죄일 방법이 없어진다.

나는 초조하게 수술실 상황을 살폈다.

* * *

“아버지!”

장연욱 회장의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은 장선욱이었다.

그는 황망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는 장현욱에게 가 냅다 주먹부터 날렸다.

“혀, 형님!”

“너 이 새끼.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다 큰 어른이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리고, 뭐 하는 짓입니까!”

“똑바로 말해! 비서들한테 벌써 보고받았다. 회장실 안에서 고성이 오갔다던데, 너 설마 아버지를······.”

“이거 놔요! 내가 미쳤다고 아버지를 죽이려 했겠습니까? 그냥 미끄러져서 넘어지신 거라니깐!”

장선욱은 장현욱의 멱살을 놓았다.

“너, 나중에 다시 얘기해. 그냥 안 넘어가.”

“마음대로 하슈.”

이윽고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밖으로 나왔다.

장선욱은 그들에게 달려가 물었다.

“어떻게 됐어? 아버지는?”

의사들의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후두부를 세게 부딪히셨습니다. 뇌에 손상이 있어 보이고요.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쯤 의식을 차리실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똑바로 좀 말해 봐. 정확히 그게 무슨 뜻이야?”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수도······.”

“후-.”

장선욱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가뜩이나 현 상황이 천하 그룹에 좋지 못한 쪽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그런데 최고 결정권자인 장연욱 회장이 이대로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지, 장선욱은 벌써부터 앞이 캄캄했다.

“무조건 살려. 당신들 아버지 못 살리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회장님.”

장선욱은 애써 눈길을 피하고 있는 장현욱을 한번 노려봐 준 뒤 비서에게 말했다.

“임원들 다 모이라고 해.”

“예, 부회장님.”

그러자 고개를 돌리고 있던 장현욱이 도끼눈을 떴다.

“임원들? 갑자기 임원들은 왜요?”

“왜긴 왜야.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시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냐?”

“그건 그런데······.”

“뭐? 아버지 돌아가시면 이제 이 회사는 내가 이끌어야 돼. 혹시 딴생각 품고 있냐? 너 같은 놈한테 돌아갈 지분은 단 한 주도 없어. 그러니까 꿈 깨라.”

“······.”

“그리고 나 이거 절대 그냥 못 넘어가. 아버지가 왜 사고를 당하셨는지 반드시 밝혀 낼 거다. 만약 네가 그런 거라면-.”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장선욱은 임원들을 만나기 위해 먼저 병원을 나섰다.

그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장현욱은 점점 불안해졌다.

* * *

수술실에서 나온 장연욱 회장은 벌써 일주일째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언론에는 이 사실이 나가지 않아 조용했지만, 천하 그룹 내부는 한창 시끄러웠다.

나도 더는 어쩔 수 없다고 여겨 그냥 손을 놨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망의 대선의 날이 밝았다.

유미화 전 대통령에게 큰 실망을 한 국민들은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꿔 보자는 마음으로 투표장에 모였고, 역대 대통령들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기재욱 대표가 당선이 되었다.

이미 언론 조사에서부터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던 터라, 다른 후보들은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들은 끊임없이 흑색선전을 펼치며 기재욱 대표를 모함했으나, 단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몇 가지 의혹은 사실이긴 했지만 이미 각종 언론사와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J&H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선전들이 먹힐 리 없었다.

“참 인터넷의 힘이 무섭긴 하네요. 기재욱 대표가 차명으로 재산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과 군대 의혹들은 전부 사실이지 않습니까?”

권 대표의 말이 맞다.

기재욱 대표는 결코 깨끗한 사람이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들 중 어떻게 깨끗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모두 오물을 잔뜩 묻히며 정치판에 몸을 담근다.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 낄 수 없는 곳이다.

그중에서 기재욱 대표도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구린 걸 많이도 지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를 청렴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적폐 세력들을 몰아내 줄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기재욱이란 인간은 전부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예전에 TV와 라디오로 여론을 장악했다면 지금은 핸드폰과 컴퓨터 화면으로 그 일을 대신하고 있지 않습니까.”

세상이 바뀌면서 국민들도 스마트해졌다고 말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사람들은 선동을 잘 당하고 멍청하다. 그 덕분에 나는 5년 동안 엄청난 권력을 쥐게 되었다.

“문제는 장 회장입니다.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원······.”

장 회장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선욱 부회장도 포기를 한 모양인지, 임원들을 매일 소집해 대책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지분 구조를 뒤섞는 짓도 그만두었다.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그냥 지불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리라.

“원래는 장 회장을 도와 장선욱 부회장이 무사히 지분을 받아낼 수 있게 하려 했습니다.”

“예. 그렇게 해서 증거들을 모아 나중에 천하 그룹을 엮어 버릴 수 있을 테니까요.”

“네. 그런데 이대로 장 회장이 죽어 버리면 다 쓸모없어지는 짓이죠.”

엄청난 상속세에 잠깐 기울기는 하겠지만, 천하 그룹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고 장선욱은 견고한 경영권을 세우게 될 것이다.

“거기다 우리가 받기로 한 지분들도 전부 놓치게 생겼으니······.”

현광 자동차도 놓치고 뒤흔들어 놓으려 했던 현광 그룹도 놓치게 생겼다.

설마 내가 장연욱 회장의 장수를 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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