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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85화 (185/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85화

“저, 저런 미친놈!”

이진석이 나가고 나서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구영실 여사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유미화 대통령은 맞장구를 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대통령님. 저 싸가지 없는 새끼를 가만히 지켜만 볼 거예요?”

“그러면요?”

“예?”

“언니는 뾰족한 수라도 있어요?”

“그거야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라면 뭐든 못 하겠어요?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놈들부터 죄다 치워 버리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는 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면 되잖아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그게 쉬웠으면 제가 진작 했겠죠. 그런데 하나같이 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 잘 아시잖아요.”

유미화 대통령은 그동안 참았던 말들을 모조리 구영실 여사한테 쏟아 냈다.

“이게 다 언니 탓이에요! 대체 왜 청와대 자료들을 밖에다 유출시킨 거죠? 아니. 가져갈 거면 관리를 잘 하든가. 그거 하나 못 해서 이 난리가 나게 만들어요?”

“어머머. 대통령님. 그런 말씀 하면 섭해요. 대통령님이 앉고 계신 그 자리, 제가 만들어 드린 겁니다. 대통령님이 혼자였다면 그 자리가 가당키나 했겠어요?”

“하-! 그래요. 이 자리에 앉혀 줘서 정말 고맙네요. 그런데 이렇게 끌어내릴 거면 차라리 앉히질 말지 그랬어요? 언니만 조심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게 제 잘못이라는 거예요? 대통령님도 잘하신 건 없잖아요. 오죽 능력이 부족하면 주변 사람들한테 일을 죄다 맡기셨을까!”

“뭐, 뭐라고요?!”

“됐어요. 전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대통령님 알아서 하세요.”

구영실 여사도 빽빽 소리만 지르고 집무실을 나가 버렸다.

결국 혼자 남게 된 유미화 대통령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화에 숨만 몰아쉬다 점점 진정이 되었다.

“하야를 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어 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간 이진석의 얼굴이 선하다. 그리고 그에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이 있다.

국민들이 이미 외면해 버린 대통령이다.

이번 탄핵은 대다수가 반드시 통과될 거라고 예상 중이며, 이대로 간다면 누구 하나 유미화 대통령을 지키려 들지 않을 것이다.

설사 지킨다고 한들, 저 맹수 같은 자들에게서 버텨 낼 재간이 없을 터.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이진석 말대로 하야를 해서 구명보트에 올라타느냐, 아니면 이대로 저 깊은 심해까지 끌려가느냐.

오늘따라 유독 밤이 긴 유미화 대통령이었다.

* * *

“우리 좀 제발 도와주세요, 회장님.”

평안했던 자신의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게 누군가 했더니, 유미화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던 구영실 여사였다.

장연욱 회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명품에 화장을 떡칠한 구영실에게 물었다.

“뭘 도와 달라는 겁니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아시잖아요. 이대로 가면 정말 대통령이 탄핵될 거 같아요. 그러니 그것 좀 막아 주시라고요.”

“허-.”

어이가 없는 아줌마였다.

다짜고짜 찾아와 탄핵을 막아 달라?

“천하 그룹 장학생들이 검찰이랑 법원 쪽에 많잖아요. 천하 그룹 개들도 아주 많고요. 그 사람들을 움직이면 막을 수 있지 않아요?”

미친 건가?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하며 나라를 쥐락펴락하더니, 아주 세상이 다 자기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청와대가 무너지면 천하 그룹도 무사하지 못해요. 아시겠어요? 우리는 이미 한배를 탔다고요.”

어디까지 지껄이나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조용히 듣기만 했던 장연욱 회장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보세요. 아주머니.”

“······예? 아, 아주머니?”

“그래요. 아주머니. 그렇게 명품에, 성형에, 화장까지 떡칠했지만 그냥 동네 지나다니는 아줌마보다 못해, 당신.”

“이, 이보세요. 회장님!”

“입 다물어!”

장연욱 회장의 무서운 호통에 구영실 여사는 화들짝 놀랐다.

“감히 누구 집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거야? 한 번만 더 목소리 높였다가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

“내가 제일 싫어하는 놈이 누군지 알아? 자기가 저지른 일을 남한테 떠미는 놈이야. 당신이 딱 그래. 사고는 그쪽이 쳤으면서 해결은 나더러 하라?”

“그, 그게······.”

“내가 누군지 잊었나 본데, 나 천하 그룹 장연욱 회장이야. 이 나라 대통령보다 얼굴 보기가 더 힘들다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따위 소리가 나오나?”

무섭게 변한 장연욱 회장의 얼굴에 구영실 여사는 그제야 잊고 있었던 걸 떠올렸다.

이진석에게 당한 것이 있어 너무 감정적으로 나왔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이 나라 대통령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의 권력은 고작 5년. 그중에서 3년은 레임덕으로 날려 버리는 게 대부분.

그러나 장연욱 회장은 죽을 때까지 이 권력을 쥐고 있다.

“그러게 적당히 처해먹었어야지. 아니면 뒤처리라도 똑바로 하든가. 뭐 하나 제대로 하지도 않고 억지만 부리면 누가 나서서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나?”

“회, 회장님······.”

“내가 입 열라고 할 때까지 닥쳐.”

“······.”

“난 당신을 도와줄 이유가 없어. 대통령은 탄핵될 거고, 청와대는 당분간 공석이겠지. 그쪽이랑 유미화는 사이좋게 검찰로 끌려갈 테고. 그때 만약 천하 그룹의 이름이 그 입에서 튀어나온다면 내가 이거 하나는 약속해 주지.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내가 당신을 끝까지 괴롭힐 거야. 알아들어?”

구영실은 떨리는 몸으로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아들었으면 이제 꺼져. 두 번 다시 그 얼굴 내 앞에 들이밀 생각 마. 꿈에 나올까 무서우니까. 알겠어?”

이번에도 구영실은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연욱 회장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구영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짧게 혀를 찼다.

이제 정말 청와대는 끝이 난 듯 보였다.

그렇다면 모든 걸 다음 대선에 걸어야 한다.

* * *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유미화 대통령은 끝까지 버텨 볼 생각인 모양입니다.”

“그런가 봐요. 조금 아쉽네요. 만약 여기서 하야를 해 준다면 기재욱 대표의 지지율이 조금 더 올라갈 텐데.”

유미화 대통령이 하야할 때를 대비한 언론 기사와 각종 커뮤니티에 뿌릴 글들을 전부 준비해 둔 상태였다.

그녀가 하야를 하는 순간, 나는 국민의 승리라며 언론에 기사를 뿌릴 것이고 동시에 이 승리를 이끈 기재욱 대표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촛불 시위를 이끈 기재욱 대표를 더욱 지지하게 될 것이고, 승리의 상징으로 그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럼, 차기 대선은 기재욱에게 매우 유리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3일이 지났음에도 유미화 대통령에게서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진짜 뚝심 있게 한번 버텨 보겠다는 건가?

탄핵은 현재 진행 중이고, 이대로 간다면 유미화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런데도 버틴다는 건 고집에 불과하다.

만약 끝까지 버틴다면 내가 차려 놓은 상에 재를 뿌린 벌로 정말 감옥에서 평생 썩을 수 있게 내가 가진 모든 걸 동원할 생각이다.

“슬슬 준비를 해야겠네요. 유미화 대통령이 그 자리를 내려올 생각이 없다면 법으로 내려오게 만들어야죠. 그리고 평생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어야겠습니다.”

“예.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잘 추려서 검찰에 보낼 수 있게······.”

그때 비서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와 내게 말했다.

“회장님.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유미화, 적어도 양반이 될 여자는 아닌 모양이다.

“예. 대통령님. 이진석입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다소곳한 목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말씀하시죠. 마음은 정하셨습니까?”

-······제가 무사히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말, 정말 지킬 수 있겠습니까?

“예. 대통령님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감옥에서 썩는 것보다야 욕 좀 먹으면서 밖에서 편하게 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금전적으로 힘이 드는 게 있다면 제가 도와드리죠. 약속드리겠습니다.”

-후-.

유미화 대통령은 깊게 한숨을 내쉰 다음 내게 말했다.

-좋아요. 내려오겠습니다.

됐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약속은 꼭 지키리라 믿겠습니다.

“네. 물론입니다. 혹시 언제쯤 발표를 하실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이틀 뒤에 성명문을 발표하겠습니다.

“예. 그럼 저도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나서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을 보고 권 대표도 쌍수를 높이 들었다.

“정말 된 겁니까?”

“예. 유미화 대통령이 물러나겠답니다. 대신, 자신을 지켜 달라고 하네요.”

“하하! 그게 뭐 어렵겠습니까. 우리 쪽에서 증거 몇 개만 교묘하게 바꿔 놓으면 유미화 대통령은 별 혐의 없이 풀려날 겁니다. 대신, 구영실 여사랑 비선 실세들이 문제죠. 그쪽은 우리가 다 작업을 쳐 놓을 테니까요.”

유미화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조금 받긴 하겠지만, 감옥까지 들어가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를 대신해 구영실 여사와 비선 실세들이 주르륵 잡혀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거 이제 바빠지겠습니다. 사건 담당할 검사장들부터 만나서 미리 공치사를 쳐 놔야겠네요.”

“예. 대표님이 신경 써서 해 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언론에 뿌릴 기사들도 다시 한번 점검해서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권 대표는 휘파람을 불며 회장실을 나섰다.

나도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이틀 뒤에 나올 뉴스가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 * *

-저 유미화는 숭고한 국민 여러분의 뜻에 따라 오늘부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겠습니다.

대통령이 하야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청와대가 끝까지 버텨 내 결국 탄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유미화 대통령은 끝내 하야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소식이 속보로 퍼져 모든 채널을 장악했고, 대통령 자리는 지금부터 공석이 되었다.

“이건 국민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해내셨습니다! 여러분이 이 나라를 살리셨습니다!”

대통령이 하야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기재욱 대표는 하야 뉴스가 뜨자마자 광화문 거리에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직접적으로 자신이 승리의 주역이라는 걸 밝히진 않았지만,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기재욱 대표가 촛불 시위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절반은 J&H가 고용한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 거였지만, 나머지 절반은 광적으로 기재욱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올리는 글이었다.

[나라의 존망을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린 유미화 대통령.]

[하야를 택한 유미화 대통령은 억울하다? 구영실 여사와 비선 실세들의 만행.]

그에 따라 유미화 대통령에 대한 안 좋은 여론도 조금씩 바뀌어 나갔다.

유미화 대통령이 큰 문제라기보다는, 그녀를 이용한 구영실과 비선 실세들이 문제라는 기사들이 쏟아진 것이었다.

각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유미화 대통령을 처벌하기보다는, 그녀를 뒤에서 꼬드긴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글들이 많았다.

그렇게 유미화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조금씩 생성되면서 차기 대선을 위한 후보들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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