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81화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장현욱이 넘겨주기로 한 파일은 천하 금융 장기철 사장이 다음 날 들고 왔다.
“미행은 없었습니까?”
“예. 2번, 3번 체크하고 오는 길입니다.”
장기철 사장은 조심성이 많은 인물이다.
장연욱 밑에서 빌빌거리며 남몰래 도끼를 갈고 있었던 사람이지 않은가.
그가 지금까지 숙청당하지 않고 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조심성에 있다.
“장현욱 부회장이 회장님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글쎄요. 선물인지, 아니면 일거리인지 모르겠군요.”
“서로 상생을 할 수 있다면 선물이지 않을까요?”
나는 짧게 미소를 지으며 장기철 사장이 넘겨준 USB 파일을 경호실장에게 건네주었다.
그런 경호실장을 보고 장기철 사장이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볼 필요 없습니다. 여기 있는 박 실장은 제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회사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어요. 장현욱 부회장님이 그 조선족 조직들을 움직인다는 걸 먼저 발견한 사람도 박 실장이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 얘기는 들었습니다. 저희가 나름 공들여 키운 놈들인데, 너무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더군요······.”
“그에 대한 보상을 원하십니까?”
“아니요. 오히려 저희는 아주 든든한 아군을 얻은 셈이니까요. 지금이 훨씬 좋습니다. 그놈들을 데리고 일을 꾸밀 때는 그저 앞날이 캄캄했는데, 회장님과 같은 편에 서게 되니 갑자기 모든 게 다 성공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심 봉사가 눈을 떴다는 게 이런 것일까요? 하하.”
나는 장기철 사장이 준 USB 파일을 노트북으로 확인해 보았다.
그는 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 주었다.
“회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건 정부와 천하 그룹이 서로 결탁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상속을 진행했다는 증거들입니다. 그것만 보면 정부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오죠. 그리고 이건 천하 그룹이 정부의 도움을 받아 어떤 방식으로 돈세탁을 하고 지분을 다 섞어 버렸는지에 대한 증거입니다.”
그동안 내가 들고 있었던 증거들이 전부 반쪽짜리였다면, 이건 나머지 반쪽이었다.
“이 두 개가 합쳐진다면 재밌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검찰의 저항이 심할 겁니다.”
“엄청나게 심하겠죠. 그쪽이야 죄다 천하 그룹 사람들 아닙니까?”
검찰 절반 이상이 천하 그룹의 편을 들 것이다.
설령 우리가 잘 조사를 한다고 해도 천하 그룹을 변호할 사람은 차고 넘친다. 즉, 우리가 열심히 쑤셔 놔도 천하 그룹 일가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잘 빠져나갈 거란 뜻이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 놓은 게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이 정권을 뒤집어 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권을 들어서게 만들어 검찰 역시 구조를 바꿔 버리는 것이죠.”
“이 자료가 나간다면 확실히 차기 정권은 진보가 붙잡겠죠. 그런데 아직 대통령 임기가 좀 남지 않았습니까?”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안 됩니다. 그 전에 끝을 봐야 해요.”
나는 당황해하는 장기철 사장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말 그대로 이 정권을 뒤집어 버릴 겁니다.”
* * *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의혹들과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체 이 나라는 누굴 위한 나라입니까? 국민입니까, 아니면 탐욕스러운 대통령과 그 실세들입니까?”
각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 퍼지는 청와대에 대한 의혹들.
누가 봐도 어처구니가 없는 의혹들도 대거 있었지만, 차차 그에 대한 증거들이 하나씩 나오자, 사람들은 망상에 가까운 의혹들마저 진짜라고 믿기 시작했다.
야권 인사들은 이 기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성명문을 발표했고, 아예 대거 모여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모든 의혹들은 거짓입니다. 야당에서 언론 조작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청와대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예정입니다.”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던 청와대는 결국 칼을 빼 들었다.
거짓 소문이 퍼지는 걸 방지한다는 핑계로 국민들이 쓰는 채팅 어플 검열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으며, 검열에 걸리지 않는 채팅 어플이 반짝 유행을 탔다. 그렇게 청와대는 억지로라도 포털 사이트와 어플 검열을 통해 모든 의혹을 지우고자 했다. 그러나 새로운 의혹과 결정적인 증거물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청와대 국가 기밀 유출 정황 발견]
[유미화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 구영실 여사는 누구인가?]
[구영실 여사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청와대 기밀 대거 유출. 구영실 여사 개인 컴퓨터 하드에 청와대 문건 다수 발견.]
[국민대담화에서 썼던 연설문까지 구영실 여사의 손을 거쳤다.]
[천하 그룹, 불법 승계 위해 구영실 여사에 로비?]
구영실 여사의 이름이 올라가고, 그녀가 청와대에서 민감한 문건들을 모두 개인 PC에 저장한 증거들이 나오면서 결국 참았던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유미화 대통령은 하야하라!!”
“국정 농단을 한 구영실 여사를 구속시켜라!”
“우린 배신당했다! 유미화 대통령은 물러나라!!”
구영실 여사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나왔으나, 그때마다 청와대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증거들은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는 수준이라 마땅한 대처를 하지 못했는데, 그것을 보고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모두 국민의 힘을 보여 줍시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참고 살았습니다.”
“우리가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 합니다!”
뜨겁게 타오른 국민들은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높이 들었다.
폭력이 아닌, 촛불을 통한 비폭력적인 시위로 정권에 대항한다는 정신이었다.
처음에는 1만 명에 불과했던 숫자가 구영실 여사에 대한 의혹과 증거들이 폭로되면서 금방 10만으로 늘었고, 마침내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화문으로 몰려들었다.
“대통령은 하야하라!”
그에 따라 연예인들도 촛불 시위에 참여하며 손수 공연까지 열면서 그 열기는 전혀 식을 줄을 몰랐다.
* * *
“연예인들은 대거 영입했겠죠?”
“예. 회장님 말씀대로 보통 때보다 5배 높은 금액을 부르니 대다수가 오케이를 했습니다.”
촛불 시위.
폭력을 버리고 촛불로써 시위를 벌인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다만, 이것으로 더 명분이 생겼다.
폭력은 그 어떤 경우에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폭력을 대신 한 평화 시위는 모두에게 박수를 받는다.
이번 경우도 그렇다.
처음에는 시위의 열기가 너무 작아 모든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촛불 시위를 하자고 회원들을 선동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동안 아껴 두었던 구영실 여사의 의혹과 모든 증거들을 한꺼번에 터트리자 갑자기 큰불이 붙었다.
촛불 시위를 벌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들었고, 나는 이에 박차를 가하고자 연예인들을 대거 영입했다.
“공연도 시작할 거고, 곧 SNS에 촛불 시위를 지지한다는 글을 남길 겁니다. 최대한 S급에 달하는 스타들만 모아서 영입을 했습니다.”
돈을 주면 뭐든 하는 것이 연예인들이다.
그들의 정치색은 상관없다.
어차피 돈 앞에서는 탁하게, 혹은 묽게 변할 테니까
“예. 그리고 가수들이 공연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무대 설치도 잘 해 주세요.”
“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일이 아주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
덕분에 권 대표만 열심히 뛰어다니게 생겼다.
미안하긴 했지만, 회사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권 대표도 알기에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이 모든 보상을 결국 받게 된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하야하라!!”
“내려와라!”
나는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추운 겨울날 소리를 빽빽 지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봤다.
이 바람, 심상치가 않다.
정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민이 정권을 바꾸는 일 말이다.
* * *
“도대체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든 막으란 말이에요!”
처음에는 그저 벌레들이 꿈틀거리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밟힌 벌레가 꿈틀거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매일같이 광화문에 모여드는 시민들 숫자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만약 저 많은 인원들이 청와대로 몰려들게 된다면 대체 어떻게 감당을 해야 하는 것일까.
“대통령님. 100만이 넘는 숫자입니다. 저 많은 인원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려면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예. 예전 FTA 때처럼 폭력을 쓰고 시위를 벌였다면 저희가 물대포를 동원해서 강제 진압을 할 텐데, 폭력은 일절 없이 촛불만 들고 시위를 하고 있으니 해산을 시키기에도 좀······.”
그게 문제였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계획인지는 모르겠으나, 폭력은 일절 없는 건전하고 평화로운 시위를 진행 중에 있다.
불같은 성질로 유명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폭력을 쓰지 않고 평화 시위를 한다라.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항상 했던 대로 폭력을 쓰면서 시위를 벌였다면 진작 강제 진압을 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 숫자는 늘어나고 있어요. 어떻게든 막아야 할 거 아닙니까? 이렇게 손가락만 빨고 있을 생각이세요?”
유미화 대통령은 보좌관들과 수뇌부에게 닦달을 하며 얼른 해결책을 내놓으라 아우성을 쳤다.
“그리고 영실 언니는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 거 아니야!”
“저희도 최대한 연락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기자들이 구영실 여사님의 뒤를 집요하게 쫓고 있어서 아마 청와대까지 오기에는 힘들 듯 보입니다.”
한번은 청와대와 연락을 하려고 어느 보좌관에게 전화를 했다가 도청을 당해 녹음본이 언론에까지 퍼져 버렸다. 그런 개망신을 한 번 겪고 나서 구영실은 아예 청와대와 연락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 대통령님. 문제는 천하 그룹입니다.”
“천하 그룹?”
“예. 저희와 일전에 맺은 계약이 있지 않습니까? 국민연금 기관을 통해 계열사를 합병시키고 지배 구조를 재정립하는 일 말입니다.”
재벌들이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물지 않게 정권이 뒤를 봐주는 건 종종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요?”
“이번 일로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하필이면 이번에 우리가 천하 그룹과 손을 잡고 작업을 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나가는 바람에 모두의 시선이 청와대와 천하 그룹에 쏠려 있습니다.”
유미화 대통령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평생 이 정도로 큰일을 겪어 보지 못한 터라 더더욱 그러했다.
“단순히 의혹만 나간 거잖아요?”
“아닙니다. 저쪽에서 뭔가를 계속 흘리고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증거를 잡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대충 간을 봤다가 한 번에 터트리려는 거겠죠. 구영실 여사님처럼 말입니다.”
“하-!”
유미화 대통령은 들고 있던 펜을 집어 던져 버렸다.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꾸미고 있단 말인가?
“아직도 못 잡았어요? 어떤 놈의 머리에서 이 모든 게 시작되었는지.”
“현재 알아보는 중입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정황을 놓고 봤을 때 J&H가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J&H?”
잊을 만하면 그 이름이 나온다.
사사건건 나랏일을 방해하는 놈들.
또 이진석, 그놈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