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78화
여당 대표가 비리 문제로 사퇴를 하면서 민중당은 이에 박차를 가해 공격했다.
이참에 여론을 야당 쪽으로 전부 끌어들여 지지율을 높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진강호 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게 무슨······.”
그런데 보수 정당으로 향해야 할 칼날이 민중당에게도 날아들어 왔다.
신나게 여당을 때리고 있던 언론이 갑자기 야당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도 야당 대표 강정우에게 말이다.
“이게 다 뭐야? 대체 이런 자료들을 언론에서 어떻게 얻은 거야?”
모두 자신이 저지른 비리들만 공중파를 타고 뻗어 나갔다.
“기, 기 의원 어디 있어? 당장 저것들부터 막아야 돼!”
“부르셨습니까, 대표님.”
“아! 재욱아. 뭘 하다 지금 온 거야? 저 뉴스 어떻게 된 거야?”
기재욱 의원은 조용히 강정우 대표 앞에 앉았다.
“일단 우리 쪽에서 동원할 수 있는 라인 다 돌려서 저 뉴스 나가는 것 좀 막아 봐. 그래. 이진석. 이진석 그 양반이라면 저런 뉴스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막을 수 있을 거야. 당장 전화해 봐.”
“대표님.”
“응?”
“이진석 회장님은 대표님의 부탁을 듣지 않을 겁니다.”
“뭐?”
“보수 정당을 공격하던 언론이 일제히 야당으로 총구를 틀었습니다. 이게 누구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강정우 대표는 눈을 껌뻑거리다 이내 안색을 굳혔다.
“설마 이진석이?”
“······.”
“맞구나? 이진석 그 새끼가 내 뒤통수를 친 거야! 갑자기 왜? 그 새끼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대표님.”
“너 당장 그 새끼한테 전화 걸어! 지금 안 멈추면 나도 가만 안 있겠다고!”
“대표님. 일단 제 얘기부터 들어 보시죠.”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기재욱의 굳은 목소리에 강정우 대표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 야당도 새로운 바람이 필요합니다. 구시대적인 썩은 유물들은 모두 없애 버리고 새로운 얼굴이 나설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
“갑자기 그게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대표님. 이미 언론에는 대표님이 그동안 저지른 비리들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대표님의 민낯이 철저히 드러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야! 그거야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 아니야? 실질적인 증거도 없이 보수 정당에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거라고 기사 때리면 돼! 정치 하루 이틀 해?”
“아니요. 증거는 있습니다. 그것도 제 손에!”
처음에는 기재욱 의원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증거는 있다.
그것도 기재욱 손에.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너······.”
“대표님. 저는 이 증거들을 가지고 검찰에 갈 겁니다.”
“기재욱.”
“그리고 침통한 표정으로 국민들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야. 기재욱!!”
“우리 야당은 참회하는 심정으로 모든 잘못을 사죄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제 손으로 직접 야당 대표를 고발한다고 말입니다.”
“기재욱 이 개새끼가!!”
결국 참다못한 강정우 대표가 기재욱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러자 기재욱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무언가가 후련하다는 듯이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대표님. 이것으로 쌀 한 톨만큼 남아 있던 당신에 대한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결정을 내리십시오. 이대로 검찰 조사를 받고 빵에서 썩느냐, 아니면 명예롭게 은퇴하여 모든 것은 오해였다고 말할 것이냐.”
“너······ 너 이 새끼 이게 지금 뭐 하자는 수작이야?”
기재욱 의원은 삐뚤어진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정치를 하는 중입니다, 대표님.”
“뭐?”
“전 당신을 몰아내고 대표 자리에 앉을 겁니다. 그리고······ 썩은 보수 정당을 몰아내 청와대의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하··· 하하! 미친 새끼. 뭐? 대표? 청와대? 내 오른팔을 자처했던 놈을 잘도 의원들이 대표로 선출해 주겠구나. 거기다 대통령? 웃기지 마. 차기 대통령은 이미 진강호 의원으로 결정된 거나 다름없어.”
“아니요. 그분도 물러나셔야 할 겁니다. 당신이 그 자리를 던지고 나갈 때 진강호 의원도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 하니까요.”
쾅-!
강정우 대표는 상을 강하게 내려치며 벌떡 일어났다.
“작작 좀 해, 이 새끼야!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려 하고 있어!? 의원들이 잘도 네 말을 따라 줄 거 같냐?!”
“못 믿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이윽고 당 의원들이 하나둘 사무실로 들어왔다.
“응? 아니. 당신들······.”
그들 모두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강 대표에게 말했다.
“대표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우리 민중당도 새로운 얼굴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황 의원.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그냥 스스로 물러나십시오. 그래야 대표님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을 겁니다.”
“지금 다들 뭐 하는 짓거리야? 왜들 이래?!”
그들은 모두 강 대표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잠시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강 대표가 허탈하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 다들 이진석한테 협박이라도 받은 거야? 나 담그고 저 새끼 뒤에 붙으라고?”
“······.”
“그래. 이진석 그놈을 믿은 내가 병신이지. 이래서 현찰 만지는 새끼들은 믿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기재욱 의원은 그런 강 대표에게 말했다.
“대표님. 어서 선택을 해 주십시오.”
“선택? 나한테 선택권이 있기는 한 건가? 여기서 안 물러나면 날 감방에 처넣겠다는 거잖아.”
“그렇습니다.”
“씨발. 내가 그래도 너만큼은 믿었는데.”
“정치를 할 땐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대표님의 가르침 아니었습니까?”
“······.”
결국 강 대표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 너 원하는 대로 해 줄게. 물러나 주지. 어디 이 자리에 앉아서 잘해 봐. 그런데 너라고 해서 영원히 무사할 거 같냐? 이진석 그놈이 네 뒤통수는 안 때릴 거 같아? 너도 똑같이 당할 거다.”
“충고······ 명심하겠습니다.”
강 대표는 사무실 밖을 나서면서 자신의 눈치만 보고 있던 의원들에게 일갈했다.
“당신들도 그 자리가 영원할 거 같지? 어떻게 물갈이가 되는지 내가 한번 지켜보겠어.”
그렇게 강 대표가 자리에서 떠났다.
기재욱은 당연하다는 듯 상석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는 의원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앉으세요.”
“아, 예.”
더 이상 기재욱은 강 대표의 따까리나 하는 놈이라며 손가락질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민중당의 수장이 된 것이었다.
“누가 가서 진강호 의원님 좀 불러 주십시오.”
이제 왕이 되었으니, 그 왕권을 굳건하게 세울 때다.
* * *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그리고 당에 큰 혼란을 안겨 준 점. 저는 그 죄스러운 마음을 못 이겨 이제 그만 야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그리고 기재욱 의원을 새로운 대표로 추천해 후방에서 조력을 다하려 합니다.”
야당 내부 청소가 끝이 났다.
기재욱 의원이 건네준 자료를 내가 언론사에 퍼뜨려 주고 동시에 야당 의원들에게 더 이상 강정우 대표의 편을 들지 말 것을 경고했다.
결국 강정우 대표는 스스로 사임했고, 그 후임으로 기재욱 의원을 내세웠다.
“속전속결이군요.”
“예. 문제는 저 양반을 차기 대권에 올려놔야 한다는 건데······ 역시 문제는 진강호 의원입니다.”
권 대표도, 그리고 나도 기재욱 의원의 빠른 내부 정리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를 청와대 봉황 의자에 앉히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일단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진강호 의원을 물러나게 만들어야 한다.
“그 사람 약점 같은 건 없습니까?”
“알아보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저번 대선 때부터 워낙 관리를 받아 온 터라 아마 묻은 먼지들은 죄다 털어 냈을 겁니다.”
대선 때를 대비해 최대한 먼지가 묻지 않도록 조심했을 것이다.
“만약 진강호 의원이 이대로 탈당을 하고 새로운 당을 창설한다면 표가 갈라치기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차기 정권은 또다시 보수 정권에게 들어가겠죠.”
진강호 의원이 대통령으로 당선될까 봐 이러는 게 아니었다.
진강호, 그리고 기재욱 이 두 사람이 협력을 하지 않고 대선에서 싸우게 된다면 표가 갈라져 보수 정당만 좋은 일을 시켜 주는 꼴이 된다.
“음-. 일단 좀 더 지켜보도록 하죠. 우리가 지금 당장 때린다고 해서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여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흔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당은 지금 대표 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려 파가 세 개로 나뉘었으니 그럴 만도 한데, 내가 가진 자료들을 더 뿌린다면 아마 더 혼란에 빠져 당분간 법안 처리는 뒤로 미뤄야 할 것이다.
보수 정당이라고 하여 무조건 천하 그룹을 따르는 것만은 아니니까.
“여당 쪽에서 민호영 의원이 그나마 뚝심이 있습니다. 재벌들의 말에 잘 휘둘리지 않는 양반으로도 유명하고요.”
“그게 천하 그룹도 포함됩니까?”
“재벌 도움 없이 4선을 이뤄 낸 양반이지 않습니까? 천하 그룹이 압박을 줘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민호영 의원에 대한 얘기는 나도 종종 들어 알고 있다. 뚝심이 있어서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이다. 물론 천하 그룹에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써는 그가 최선인 듯 보였다.
즉, 다음 여당 대표는 무조건 민호영 의원이 되어야 한다.
“우리 쪽에서 돈을 주면 싫어하겠죠?”
“재벌들한테 휘둘리지 않는다고 해서 돈을 싫어하진 않을 겁니다. 워낙 우직하다는 말이 많아 재벌들이 스폰을 잘 안 해 주거든요. 오히려 환영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수고한다고 10장만 전달해 주세요. 그리고 지금 싸우고 있는 경쟁 의원들은 뒷조사 좀 해 주시고요. 천하 그룹의 입김에도 흔들리지 않는 여당 대표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하니까요.”
“예, 회장님.”
민호영 의원이 이대로 여당 대표가 된다면 천하 그룹이 억지로 만들어 낸 법안을 무효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장연욱 회장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혈압 올라서 쓰러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회장님. 현광 그룹 있지 않습니까?”
“아, 예. 요즘 정신이 없어서 그쪽을 신경 쓰지 못했네요. 어떻게······ 구멍이 좀 있습니까?”
“둘 다 슬슬 전면전으로 나가려는 모양입니다. 계열사를 두고 치열하게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더군요. 아마 둘 중 누군가는 무리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 다 내게 빌려 간 돈이 각각 1조 원.
지금쯤이면 두 사람 모두 가진 자금이 서로 비슷하다는 걸 알 것이다. 그럼 싸움이 길어질 수도 있는데, 그들은 차라리 무리를 해서라도 돈을 불려 상대방을 찍어 누르려 할 것이다.
“저 두 사람을 자극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터졌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그런 건수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저 둘을 자극할 수 있는 건수라······.
나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러나 만약 있다면 저 둘을 궁지에 빠뜨려 현광 그룹을 뒤흔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한 번 더 뒤져 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