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76화 (176/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76화

“모두 모았습니까?”

“예, 회장님. 총 30명을 준비시켰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출발하죠.”

“예.”

경호실장과 처리조는 차에 올라 내가 찍어 준 좌표로 이동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천안에 있는 어느 폐차장.

경호실장은 아침 댓바람부터 내가 왜 처리조를 이끌고 가는 건지 이유를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차량으로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고 나서야 우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나는 창문을 내리고 폐차장 입구를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면 오랫동안 버려진 곳처럼 보이는데, 난 알고 있다.

이곳에 내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안에 사람이 있을 겁니다. 무력을 써서라도 모두 제압하세요. 여기 사장이랑 긴히 할 얘기가 있습니다.”

“다 정리하고 나서 다시 오겠습니다.”

경호실장은 차에서 내려 경호원 2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작전에 투입했다.

이들은 각자 우리 회사에서 지원한 제압봉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이 강제로 입구를 열려고 하자 남성 몇몇이 안쪽에서 다가왔다.

“당신들 뭐야?”

“여기 사유지야!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경호실장은 자물쇠를 부순 뒤 안으로 진입했다.

“전부 다 눕혀!”

“예!”

경호실장의 명령에 따라 경호원들은 주저 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빠르게 안으로 달려갔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회장님.”

덤덤한 얼굴로 경호실장이 나를 불렀다.

“다 정리했습니다.”

“고생했어요.”

나는 차에서 내려 경호실장을 따라 폐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부터 피가 흥건하고 누군가의 앓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어느 조직폭력배에 의해 운영되는 곳 같았습니다. 조선족으로 보이는 조직원 25명을 붙잡아 두었고, 그들의 두목으로 보이는 자를 따로 잡아 놓았습니다.”

조선족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나.

이윽고 이 폐차장의 주인과 대면할 수 있었다.

“다, 당신들.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나? 대체 누, 누가 보냈어!”

경호원들이 무섭게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던 남자 앞에 섰다.

경호원들 중 하나가 빠르게 의자를 가져와 주었기에 그곳에 앉았다.

난 양복 속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을 꺼내 남성에게 건넸다.

“제 얼굴 아시겠어요?”

“다, 당신은······.”

내 손수건을 받아 든 남성은 이내 기겁하며 소리쳤다.

“J, J&H?!”

“네. 맞습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폭력이라니!”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남성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그가 냅다 발로 남성을 걷어찼다.

“대답이나 해, 이 새끼야!”

“아악-! 죄, 죄송합니다.”

난 겁에 잔뜩 질린 남성에게 다시 물었다.

“내가 좋은 의도로 여기를 온 게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계시리라 믿겠습니다. 그러니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제가 지금 몹시 급해서 말입니다. 이름?”

“과, 광대웅이라고 합니다.”

“좋아요. 대웅 씨. 어젯밤에 그쪽이 가져간 물건 있죠?”

“무, 물건이요?”

“AKA 빌딩 2층에서 나온 컴퓨터들 말입니다.”

“그, 그걸 어떻게!”

퍼억-!

“악-! 마, 맞습니다. 이, 있습니다.”

“그거 가져오세요. 지금 당장.”

“······예?”

“하나라도 빠뜨리면 어떻게 될지 굳이 설명해도 잘 아시겠죠?”

광대웅은 나를 한번 바라보고 자기를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던 경호원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무섭게 인상을 쓰자 그는 넙죽 엎드리며 말했다.

“어, 얼른 가져오겠습니다.”

“시간 없으니까 서두르세요.”

그는 우당탕 밖으로 나가 붙잡혀 있는 몇몇 조직원들과 함께 어딘가를 열심히 뒤지고 있었다. 다른 허튼짓을 하지 못 하게 경호원들이 감시하고 있는 터라 주어진 일에만 열심이었다.

“이, 이게 전부입니다.”

이윽고 광대웅이 내 앞에 내놓은 건 총 7대의 컴퓨터였다.

“하드는 다 멀쩡합니까?”

“예. 아직 안 건드렸습니다. 원래 오늘 오후에 다른 곳에서 수거해 가기로 되어 있는 터라······.”

“여기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희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여기에 무엇이 있는지는 맹세코 모릅니다.”

“그 시킨 사람이 누굽니까?”

“그, 그건 저희도 잘 모릅니다. 저희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에······.”

이쪽이 대가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결국 대가리를 찾을 때까지 추적해 나가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실장님.”

“예, 회장님.”

“이 컴퓨터 다 수거해서 하드에 뭐가 들었는지 면밀히 조사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여기서 볼 장은 다 봤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경호실장이 내게 물었다.

“이놈들은 어떻게 할까요?”

“······.”

이미 내 얼굴을 보고 내 정체를 아는 놈들이다.

“실장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내 말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먼저 들어가십시오. 금방 처리하고 나서 따라가겠습니다.”

“그러죠.”

난 뒷일을 실장에게 맡기고 차에 올라탔다.

아까 전보다 더 큰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난 못 들은 척했다.

* * *

“수많은 파일들 중 조금이나마 쓸모가 있어 보이는 것들은 전부 다 복사해 가져왔습니다. 해당 파일을 담은 하드도 준비해 놓았고요.”

“대충 살펴는 보셨어요?”

“예. 이 컴퓨터가 나온 사무실이 벤트라는 곳인데, 2007년에 설립된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 대표 이름이 원용일이라는 사람입니다.”

“원용일이라는 사람 조사는 해 보셨어요?”

“예. 청와대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구영실 여사가 이곳 벤트의 최대 주주입니다. 원용일은 거의 바지사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나는 턱을 쓸어내렸다.

여기서 구영실의 이름이 거론될 줄이야.

구영실이 누구인가.

유미화 대통령이 첫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옆에서 조력을 해 준 최측근이다.

비선실세 중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그녀가 이 일에 관련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여기 문건을 보시면 현 정부에 민감한 사안들이 몇 개 있습니다.”

“민감한 사안이라면 어느 정도?”

“국가 기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천하 그룹을 통해 세탁된 돈을 건네받은 기록도 들어 있었고요.”

하마터면 유레카라고 소리칠 뻔했다.

이거였나.

미래 커뮤니티 센터가 날 위해 준비한 선물이?

“그 밖에도 다양한 자료들이 있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더 자세한 건 시간을 두고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시간은 충분하니까 면밀히 살펴봐 주세요.”

“예. 그리고 그 폐차장에 있던 조선족 조직을 파헤쳐 보니, 조선족들로 구성된 조직 이름이 여럿 튀어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벤트에 있는 누군가가 어느 조직과 결탁해서 파일을 빼돌려 이익을 챙기려 했던 것 같습니다.”

경호실장이 대충 살펴봤는데도 나오는 자료의 질이 심상치 않았다. 벤트 내부에 있는 직원 누군가가 이것이 돈이 된다고 생각해 빼돌리려 했던 것이다.

“그러다 중간에 우리한테 잡힌 거고요?”

“예. 폐차장에 있던 놈들은 전부 처리를 했기 때문에 아마 이 일을 의뢰한 쪽에서는 누가 자료를 훔쳐 갔는지 알 길이 없을 겁니다.”

“추적을 할 수 없다는 건가요? 그쪽에서?”

“네. 흔적을 말끔하게 지워 놓아서 그쪽이 우리를 찾아낼 순 없습니다.”

경호실장이 어떻게 그놈들을 처리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냥 이 말 한마디면 된다.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그리고 그 조직들 정체가 무엇인지, 벤트 내부에서 배신한 직원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와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경호실장이 밖으로 나가자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권 대표가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회장님. 이게 다 뭡니까?”

“우리가 여당과 천하 그룹에 대항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대항할 수 있는 카드요?”

“방금 경호실장이 하는 얘기 들었죠? 현 정부가 민감해할 만한 것들이 여기에 잔뜩 들어 있다고 말입니다. 잠깐 봤는데도 그 정도면 분명 엄청난 것들이 들어 있다는 뜻이겠죠.”

“그렇기는 합니다만······ 혹시 이걸로?”

“예. 이것들을 조금씩 풀어 여당을 흔들어 놓으면 그들은 J&H를 칠 생각을 하지 못할 겁니다. 당장 안에 붙은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까요.”

권 대표도 구태여 내가 이것들을 어떻게 알아서 가져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묻진 않았다. 경호실장이 내게 보고를 했을 때 대충 어떤 식이었는지는 예상을 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이 정보를 알게 된 건 전부 미래 커뮤니티 센터 덕분이다.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내게 손을 뻗어 주는 고마운 어플이 아니던가.

그것은 내게 빌딩에서 버린 컴퓨터들이 천안에 있는 어떤 폐차장에 보관되어 있다는 걸 알려 주었다. 아주 고맙게도 주소까지 남겨 줘서 난 곧바로 처리조를 데리고 그곳에 간 것이었다.

물론, 나 역시 컴퓨터 안에 무슨 정보가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그것들이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움직였다.

그 안에서 발생한 피해는 부차적인 것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이거부터 한번 터트려 보죠.”

나는 마음에 드는 서류 하나를 꺼내 권 대표 앞에 살랑거렸다.

권 대표도 서류를 확인한 뒤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 * *

김시을 여당 대표는 장연욱 회장의 불호령을 피하기 위해 법안 통과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모든 것이 스톱되고 말았다.

[김시을 여당 대표, 억대 뇌물 수수?]

[김시을 여당 대표, 법안 통과시켜 주는 대가로 몰래 지분 챙겼다?]

[익명의 공익 제보. 김시을 여당 대표 억대 뇌물 수수로 고발당해.]

언론사들이 일제히 김시을 여당 대표에 관한 비리 사건을 크게 다루었다.

아침 회의 때 날벼락을 맞게 된 김시을 대표는 얼굴이 굳어 버렸다.

“저, 저게 뭐야? 뇌, 뇌물 수수라니?”

“지금 저희들도 알아보는 중입니다.”

참모진들이 열심히 전화를 돌리는 중이었지만, 김시을 대표는 이어지는 뉴스 내용에 눈을 질끈 감았다.

기자의 입에서 나오는 회사 이름들이 전부 김시을 대표와 관련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친인척과 관련된 곳도 있어서 이건 분명 누군가가 모든 걸 알고 제보를 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모든 자료는 파기를 해서 증거를 남기지 않았을 터인데.

어떤 놈이 배신을 한 거지?

“대표님. 지금 야당에서 정식으로 검찰에 조사를 요구하고 있답니다.”

“국회에 상정해서 특검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김시을 대표는 손에 땀이 가득 찼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이 상황을 타파해 나가야 한다.

“일단 기사부터 돌려. 난 절대 모르는 일이라고. 나 김시을은 남의 돈 받는 사람이 아니라고 당장 공식 발표부터 해!”

“예, 대표님!”

김 대표는 씩씩 숨을 몰아쉬며 이를 갈았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는 있지만, 이것이 정식 수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절대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