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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69화 (169/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69화

[현광 자동차 그룹, 천하 그룹에 지분 매각 결정?]

뜬금없이 갑자기 이게 무슨 소식이란 말인가.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현광 자동차 지분이 정말 매각되는 겁니까?”

“저도 지금 알아보는 중입니다. 일단 언론사에 소문이 퍼지긴 했는데, 이게 진짜인지 아니면 현광 자동차에서 술수를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블러핑이어야 한다. 무조건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블러핑이 아닐 것만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최대한 빨리 알아보세요. 이 소식의 진위를 꼭 알아내야 합니다.”

“예, 회장님.”

권 대표도 크게 당황한 듯 걸음걸이를 뒤뚱거리며 뛰어갔다.

지금쯤 이 소식을 접한 정영준 회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게 걱정이다.

* * *

“저, 저것들이 대체 뭐라고 떠드는 거야!”

한가롭게 귤을 까며 뉴스를 보고 있던 정영준 회장은 현광 자동차가 천하 그룹에 지분을 매각한다는 내용을 접했다.

그는 다 까지도 않은 귤을 TV에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비서를 부르려고 했는데, 비서실장이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

“회, 회장님! 지금 뉴스에서······!”

“빠르기도 하다. 나도 지금 보고 있어. 대체 어떤 새끼가 저런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게야!”

“회장님. 헛소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뭐, 뭐야?”

“언론에 저 소식을 퍼뜨린 게 천하 그룹이라고 합니다. 이미 실무진들끼리 협의를 끝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정 회장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현광 자동차가 지분을 천하 그룹에게 팔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야. 이건 저쪽에서 뻥카 치는 거야. 천하 그룹과 우리의 악연이 얼마나 깊은 줄 알아? 정주용 그놈이 치매가 온 게 아닌 이상 절대 그럴 리 없어.”

말은 그렇게 해도 확신은 못 하는 것일까.

그는 얼른 정주용 회장에게 전화부터 걸어 보았다.

“이 새끼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하지만 정주용 회장은 오랫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고, 3번째 시도를 했을 때쯤에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왜 전화했냐? 저번에는 나더러 전화한다고 지랄하더니.

“지금 안 하게 생겼어?”

-흐흐. 너도 슬슬 똥줄이 타는가 보구나. 기분이 좋은데?

“농담은 그만하고. 지금 뉴스에 나오는 거, 어떻게 된 거야? 뻥카를 칠 거면 제대로 칠 것이지, 뭔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어?”

정주용 회장은 껄껄 웃음 소리를 냈다.

-네가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니 작전은 제대로 먹힌 거 같네.

“처웃지 말고 대답이나 하시지?”

-그러게 너도 적당히 좀 하지 그랬냐? 안 그랬으면 나도 지분 넘길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

정 회장의 눈이 번쩍 뜨였다.

분명히 말했다.

안 그랬으면 지분 넘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그 말은 정말로 지분을 넘겼다는 뜻이 아닌가?

“너, 너 이 새끼 설마······.”

-새끼? 이 자식이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하지만 형한테 새끼가 뭐야?

“그럼 네가 새끼지 뭐야!! 제정신이야? 넘길 곳이 없어서 천하 그룹에 그 지분을 넘겨?!”

-어쩌겠나. 이방원 같은 내 동생이 날 철퇴로 쳐 죽이고 현광 자동차를 가지려 하는 것을. 나도 살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

“야이 개새끼야! 살고 싶었으면 나한테 와서 빌었어야지!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회사까지 쪼개게 만든 우리 원수한테 그걸 넘겼다고?!”

-지금 보니 원수가 선녀더라. 너는 날 어떻게든 감옥에 처넣으려 했지만, 천하 그룹은 날 잘 빼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분 넘기는 값도 아주 후하게 쳐주었고. 이 정도면 애들 먹고사는 데에는 지장 없을 거야.

“이런 병신 같은······.”

-이건 네 잘못이기도 하다. 그러게 욕심부릴 걸 부렸어야지. 그따위로 나오면 내가 ‘어이쿠 무서워’ 하고 너한테 엎드릴 줄 알았냐? 웃기지 마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네놈한테 무릎 꿇을 일 없어.

정영준 회장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궁지에 몰렸어도 설마 원수인 천하 그룹에게 지분을 모두 던져 버릴 줄 상상이나 해 보았겠는가.

-현광 자동차 지분이 천하 그룹에 넘어갔으니, 현광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꿈은 버려라. 거의 이룰 뻔한 건 칭찬해 주지. 하지만 현광 그룹의 영광은 이미 예전에 끝났어.

“······넌 죄책감도 없냐? 죽어서 아버지 볼 낯은 있고?”

-죄책감? 아버지? 감히 네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와? 이건 내 탓이 아니야. 전적으로 네 탓이지. 그러니 그런 건방진 소리 할 거면 끊어라. 더는 너랑 나눌 얘기도 없으니까.

정주용 회장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정영준은 뭐라 더 신나게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그럴 힘이 나지 않았다.

정주용 회장 말대로 현광 그룹 재건의 꿈은 이제 저 멀리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것만을 바라보고 평생을 달려왔는데, 갑자기 그것이 무너지자 온몸의 힘도 함께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아직 끝이 아니다.

그는 이번에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놈들이 단체로 짠 건지, 상대방은 한참이나 전화를 받지 않다가 간신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장연욱이오.

“장 회장님. 현광 그룹 정영준 회장입니다.”

-음.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조금 희망이 있는 얘기였다.

잘 협상을 하면 천하 그룹이 가져간 지분을 되찾을 수도 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천하 그룹에서 현광 자동차 지분을 가져갔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이 기회는 절대 놓칠 수 없다면서 아들 녀석이 몽땅 가져왔죠.

아들이라.

정영준 회장은 알고 있다.

천하 그룹은 아직 장연욱 회장의 체재로 돌아간다는 것을 말이다.

그의 승인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렇군요. 하지만 구태여 그것을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까?”

-후후. 저쪽에서 살려 달라 비명을 질러 대는데 제가 그냥 지나치기가 참 애매하더군요. 정주용 회장과는 친분이 깊은 사이라 그쪽 제안을 거부할 수가 없었어요.

친분?

개소리 집어치우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제안을 한 건 현광 자동차가 아니라 천하 그룹이었을 것이다.

“얼마에 가져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원하는 가격을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그 지분을 사들이겠습니다.”

-······.

장연욱 회장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정영준이 그를 불렀다.

“장 회장님?”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현실을 부정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예?”

-현광 자동차는 항상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소. 건방지게 항상 위에서 날 내려다보았지. 그곳을 몇 번이나 갈아엎으려 한 걸 번번이 실패한 게 천추의 한이었는데, 이렇게 정영준 회장 덕분에 마침내 현광 자동차를 손에 넣었소.

“지금 그게 무슨······.”

-현광 자동차 지분을 줘? 어림도 없는 소리. 내가 이 지분을 얻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그걸 날름 가져가려 하시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야. 장연욱!! 너 그 지분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그래?!”

-잘 알지. 자네 아버지가 피를 토하며 자식들에게 쪼개 준 거니까. 그러니 싸우지 말고 서로서로 잘 지냈어야지. 역사를 보면 알잖아. 항상 나라는 내분으로부터 시작해 망하기 마련이야. 난 멍청한 너희 둘이 싸우는 걸 지켜보다 어부지리를 한 거고.

“이, 이 개자식이···!”

-내가 처음에 판을 깔았을 때부터 눈치를 깠어야지. 어떻게 그런 정신으로 현광 건설을 지금까지 끌고 왔는지 모르겠군. 조만간 잘하면 현광 건설도 우리 천하 그룹이 집어삼킬 수 있겠어.

완전히 조롱 당하고 있었다.

정영준 회장은 두 손이 바들바들 떨려 목소리조차 나오질 않았다.

-혹시라도 들고 있는 현광 자동차 지분을 나한테 팔고 싶다면 연락하시오. 좋은 가격에 사 줄 테니. 나는 파리가 꼬이는 게 싫어서 웬만하면 지분을 다 가져오고 싶거든. 그럼 이만 끊겠소.”

뚝-.

전화가 끊어지고 진한 공허만이 정영준 회장에게 남았다.

비서실장은 근심 어린 얼굴로 정영준을 불렀다.

“회, 회장님.”

끝인가?

아니. 이렇게 포기할 순 없었다.

“J, J&H로 간다. 준비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영준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회, 회장님!!”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 * *

천하 그룹은 정주용 회장으로부터 지배 지분을 전부 매입했다고 공식으로 발표했다.

그 말은 정영준 회장이 들고 있는 지배 지분이 쓸모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대주주들이 누구 편을 들겠는가.

당연히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천하 그룹의 손을 들어 그에게 경영권을 안겨 줄 게 뻔했다.

천하 그룹은 현광 자동차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로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동사 산업을 현광과 합쳐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을 만들겠다는 건데, 이로써 그들은 기어코 자동사 분야까지 1위를 달성하게 됐다.

“대체 이게 무슨 난리란 말입니까.”

“그러게요. 저도 천하 그룹이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내가 왜 이 소식을 놓치고 있었을까.

공매도에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정보를 미래 커뮤니티 센터에서 캐치하지 못했다.

나는 권 대표와 함께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정영준 회장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는데, 이미 그곳에는 정영준 회장의 식구들이 모여 있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나를 먼저 반겨 주는 건 정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다.

“예. 어떻게 된 겁니까? 회장님 상태는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셨습니다. 충격으로 쓰러진 것 같다는 게 의사들의 소견입니다.”

“큰 문제는 없고요?”

“나이가 있으시다 보니 의사들도 정확하게 예측은 할 수 없다고······.”

나는 비서실장에게 정 회장이 쓰러진 이유를 듣게 되었다.

정주용 회장과 통화를 하고 난 뒤 장 회장과도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때 쌓인 게 폭발해 버린 것이었다.

“장연욱 회장······ 잔인하네.”

저 뚝심 있는 정영준 회장을 쓰러뜨릴 정도면 참 대단한 양반이기도 하다.

나는 정영준 회장 가족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병실을 지켰다.

그는 날 보고자 J&H로 오려다가 쓰러지지 않았던가.

분명 눈을 뜨면 나부터 찾을 게 뻔했다.

“회장님. 들어가서 쉬십시오. 여긴 제가 맡겠습니다.”

“아니에요. 이왕 온 거 끝까지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정 회장님이 깨어나면 나부터 찾을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도 듣고 싶고요.”

이렇게 되면 우리가 들고 있는 현광 자동차 지분도 붕 뜨게 된다.

더군다나 만약 천하 그룹이 지배 지분 구조를 바꾸려 든다면 아예 휴짓조각으로 바뀔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했다가는 엄청난 반발을 사겠지만, 상대는 천하 그룹이다.

어떤 미친 짓을 해도 이 나라는 그걸 허용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염두해 둬야 할 것이 있다.

이미 장연욱 회장은 몇 차례 내게 경고했다.

J&H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이다.

정영준 회장을 무너뜨린 그는 이제 내게 그 칼을 휘두르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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