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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68화 (168/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68화

천하 금융뿐만이 아닌 여러 기관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공매도 작전이 이렇게 어그러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다른 금융사에서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그래요? 전화 바꿔 줘요. 뭐라 그러는지 한번 들어나 봅시다.”

나는 잠깐 지휘를 멈추고 들어오는 전화를 받아 보았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천하 금융, 문도형 부장이오. 지금 J&H가 공매도로 뿌려 놓은 걸 미친 듯이 사고 있던데, 제정신입니까?

“주식 시장에서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돈 다 뜯긴다는 거 모르세요? 여기 직원들은 다 제정신입니다.”

-아니. 같이 공매도나 쳐서 꿀이나 빨 것이지,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 그 많은 물량, 다 감당할 수 있어요? 오늘 거기 지휘자가 누굽니까?

“접니다.”

-당신이라고?

문도형 부장의 목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당신 직책이 뭐야?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거냐고! 공매도로 나온 물량 다 휩쓸어 버리면 무슨 국민의 영웅이 될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하지 마. 그 물량 다 치려면 돈이 얼마인지는 알기나 해? 회사 말아먹고 싶어서 환장했어?!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다.

공적으로 한 전화에서 저렇게 소리를 질러 대며 말을 놓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전 J&H 금융 그룹 회장, 이진석이라고 합니다.”

-자, 잠깐. 누, 누구······ 시라고요?

“그리고 방금 전 말씀에 대답을 해 드리죠. 생각해 보세요. 그 많은 공매도 물량을 제가 전부 사들였습니다. 덕분에 지금 주가가 어떤가요? 내려가기보다는 평준화를 이루고 있죠. 아니. 곧 있으면 수직 상승을 하게 될 겁니다. 각 기관에서 찌라시를 하도 뿌려 준 덕분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거든요.”

-그, 그렇지만 그 많은 물량을 아무리 J&H라고 해도······.

“J&H이니까 할 수 있는 겁니다. 다들 상상만 해 본 해프닝 아닙니까? 경쟁사들 물 먹이고 혼자 돈을 독식하는 그림. 그동안 저희가 번 돈이 산처럼 쌓여 있어서 그중 일부만 풀어 놓은 겁니다. 자신 있으면 공매도 더 쳐 보세요. 다 사 줄 테니까.”

-······.

“더는 말씀이 없으시네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곧 있으면 시장이 활활 불타 오를 거 같거든요.”

내가 전화를 끊자 직원들이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회장님 말씀하시는 걸 보니 사이다 백 개는 마신 것 같아서요.”

“맞아맞아. 나도 방금 소름 돋았어.”

“천하 금융 상대로 누가 이렇게 할 수 있겠어?”

다들 그동안 쌓인 게 많은 듯 보였다.

“앞으로 어디 가서 주눅 들 일은 없을 겁니다. 다들 힘냅시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는 일이다.

“그런데 회장님. 공매도 물량을 이렇게 다 흡수해 버리면 회사 자금이 다 거덜 나는 건 아닌지······.”

“예. 거기다 이건 회사 자금이 아니라 고객들이 맡긴 돈이지 않습니까? 그 돈을 전부 다 공매도 먹는 데에 써 버리면 나중에 가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직원들의 우려도 이해는 한다.

어쩌다 나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된 문도형 부장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쏟아지는 공매도 물량만 하루에 4조 원이 넘는다.

그걸 전부 J&H에서 빨아들이고 있으니 당연히 회사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떤 기관에서 어떤 종목을 공매도 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흡수하다 보면 공매도 아닌 것까지 주워 담게 되어 돈이 배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기관이 어떤 종목을 공매도 칠지 미리 알고 있다면?

“자. 이번에는 화학주입니다. 곧 매도가 쏟아질 거니까 준비하고 있으세요.”

“회장님. 설마 공매도 치는 종목이 뭔지 다 알고 계시는 겁니까?”

“그거 회사 기밀이라 장 끝나기 전까지는 모를 텐데.”

“후후. 다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죠.”

내게는 남들에게 없는 귀중한 정보 제공원이 있다.

기관들이 무슨 종목으로 장난질을 하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바로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서다.

그것을 통해 나는 미래의 정보를 알아내 공매도 종목들을 싸그리 수집했다. 그리고 오늘 그 종목이 날뛸 때를 지켜보다 타이밍 맞게 난입해 매도 물량을 휩쓸었다.

“공매도는 결정적으로 가격을 최대한 낮춰서 내놓아요. 그러니까 평소보다 20%는 싼 가격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들이 내놓는 매도 물량을 우리가 다 빨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그야 당연히 가격이 오르겠죠.”

“예. 이게 주식 시장의 판타지 중 하나입니다. 누군가가 공매도를 치면 그것을 모두 빨아들여 주가를 낮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뻥튀기시켜 버린다. 딱 그 원리죠.”

이론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아직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말 그대로 판타지였다.

그리고 그걸 오늘 우리가 해내고 있었다.

* * *

“오늘은 참 특이한 날이었습니다. 다들 뉴스 보셨죠? 기관들이 단합이라도 한 듯 일제히 매도 물량을 쏟아냈어요.”

“공매도를 통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보는 건 종종 있었던 일입니다. 이제까지 항상 그런 방식으로 기관들이 돈을 벌었고요. 그런데 오늘은 상황이 많이 달랐죠?”

경제 채널에서는 항상 장이 끝나면 전문가들이 나와 토론을 하는 프로가 있다.

주식을 좀 하는 사람이라면 안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유익한 방송이었다.

“예. 항상 공매도로 개미들 돈을 쭉쭉 빨아들이던 기관들이 오늘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는 소식입니다. 김원희 캐스터님. 요즘 가장 핫한 그룹이 어딘지 아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J&H 아니겠어요?”

“맞습니다. 금융 그룹의 신화. 직장을 다니는 신입사원들에게는 전설 같은 인물, 이진석 회장과 J&H. 오늘 기관들이 또다시 J&H에게 참패를 당했습니다.”

“참 어이없는 일이었죠. 아마 오늘 일은 금융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겁니다. 감히 상상만 하던 일을 진짜로 실현시켰으니까요.”

개미들은 오늘 주식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다수가 모를 것이다.

그냥 평범한 하루였고, 몇 개 주식들이 조금 많이 오른 것 빼고는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굉장한 사건이 있었다.

“쏟아지는 공매도 물량이 무려 4조 원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오늘 하루 주식 시장이 바닥을 쳐도 이상할 게 없었죠. 그런데 J&H가 갑자기 구원 투수로 나오면서 그 많은 물량을 싹쓸이해 갔어요.”

“아마 이 방송을 보고 계신 시청자분들도 의아해하실 겁니다. 공매도라는 건 기관이 어떤 매물을 던질지 모르기 때문에 무서운 거거든요. 그런데 J&H는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공매도가 나오는 물량마다 다 쓸어 담아서 큰 피해를 볼 뻔한 개미들이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J&H의 성과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당연히 J&H로부터 수고비를 미리 받긴 했지만, 이들은 진심으로 J&H의 성과에 혀를 내둘렀다.

“J&H의 자금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과감하게 수조 원을 투입해 공매도를 막아 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당연히 손해를 볼 줄 알았는데, J&H가 물량을 마구 확보한 덕분에 오히려 주가들이 일제히 상승했어요.”

“개미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J&H를 따라 계속 매수를 한 게 호재였죠. 더군다나 기관들이 공매도를 치기 전에 찌라시를 뿌려 억지 호재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그 호재가 매우 좋은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쯤 기관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겠네요.”

“그럴 겁니다. 공매도가 역으로 기관을 함정에 빠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이 소식이 해외에 퍼져 나가면 그쪽 반응도 뜨거울 겁니다.”

이들의 말대로 공매도는 기관들의 아주 귀한 돈줄이다. 그렇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투자 방법이고, 국회 역시 이걸 막지 않고 있다.

“공매도는 솔직히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공매도를 통해 주식 시장이 안정화를 되찾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공매도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많습니다. 이건 그냥 개미들이 때때마다 기관에 상납금을 바치는 수준이에요.”

“글쎄요. 공매도를 과연 국가에서 금지하려 할까요? 그랬다가는 금융사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

“지금 우리나라 최고의 금융사가 어디입니까? 바로 J&H입니다. 그리고 J&H는 이제까지 공매도를 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도 분기마다 실적 보고를 하면 항상 최고점을 찍고 있죠. 이진석 회장이 몸소 실천해서 보여 준 사례 아닙니까? 공매도가 아니더라도 우린 개미들과 상생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건 좀 더 논의를 해야 합니다. 공매도를 통해 리버스 펀드로 돈을 버는 투자자들도 있으니까요. 거기다 풋옵션으로 이익을 창출시키면······.”

패널들의 토론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동의하는 건 오늘 J&H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것이다.

* * *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폐장이 되고 나서 사무실 안은 축제 분위기였다.

저번처럼 수익률 신기록을 찍진 못했지만, 오늘 이들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할 색다른 일을 해냈으니 말이다.

“아. 너무 고소해. 천하 금융 직원들 지금쯤 피 토하고 있겠다.”

“다른 기관들은 어떻고? 담배 한 갑을 통째로 피우고 있을걸?”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아 내고 더 나아가 수익 창출까지 해낸 날이다.

신기록을 세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든든하게 보너스를 받을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하. 회장님. 지금 인터넷이 아주 난리입니다.”

“그래요?”

“예. 저희가 홍보팀을 통해서 이 소식을 마구 퍼다 날랐거든요. 그러자 개미들이 J&H 칭찬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회사 홍보를 하게 된다.

계속 이렇게 우리 회사만 돋보인다면 모든 금융사의 고객들을 전부 빼앗아 유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굳이 다른 금융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겠는가.

서서히 그들을 말려 죽이고, 그들에게서 빼낸 양분으로 J&H를 키워 내는 것이다.

“솔직히 오늘 저도 실시간으로 보면서 손끝이 짜릿하더군요. 공매도로 기관들의 뒤통수를 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도 상상만 했던 일인데, 정말 해내고 나니 한 번 더 해 보고 싶네요.”

“그런데 기관들의 반발이 너무 심할 거 같던데요?”

“괜찮습니다. 아시잖아요. J&H가 현재 대한민국 1등 금융사라는 거. 천하 금융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그냥 무시하면 됩니다.”

속으로 천불이 나긴 하겠지만, 감히 우리 회사 앞에서 자존심을 드러내는 금융사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우리가 그들의 눈치를 봤지만, 이젠 그들이 J&H의 눈치를 봐야 한다.

“얼른 일 마무리 하고 오랜만에 임원들 모아서 회식이나 하죠.”

“예. 임원들에게 미리 연락 돌려 놓겠습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회, 회장님!”

대표실로 돌아가던 권 대표가 황급히 몸을 돌려 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뭔 일이라도 생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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