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64화 (164/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64화

[대한민국 투자 신화의 주역, 이진석. 결혼 발표!]

[악연인 전 KV 그룹 사람과 결혼?]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나와 오희진은 형식상인 상견례를 끝내고 빠르게 날짜를 잡아 결혼식을 올렸다.

나는 그닥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는데, 오희진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 많은 사람들을 결혼식에 초대했다. 유명 연예인들은 기본이고, 각 기업인들도 초청에 응해 주었다.

특히 천하 그룹의 부회장, 장선욱도 직접 결혼식에 참여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결혼식이었다.

언론사에서도 나와 오희진의 결혼을 크게 다루었고, 내가 KV 그룹을 인수하면서 원수지간이 되었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극복한 사례라며 칭송이 자자했다.

당연히 여론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왔다.

우리 두 사람이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했다는 스토리를 마음에 들어 한 모양이다.

아마 그들은 우리가 맺은 계약서를 보게 된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이다.

“회장님. 푹 쉬다 오십시오.”

공항까지 우리를 배웅해 주는 건 권 대표였다.

결혼식 날 권 대표는 마치 자기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대표님. 저 없는 동안 회사를 부탁합니다.”

“예. 절대 연락드릴 일 없게 제 선에서 처리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권 대표라면 내가 유일하게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젠장. 부러운 자식. 잘 다녀와라.”

권 대표와 같이 현식이도 공항에 나와 주었다.

“너도 얼른 결혼해, 인마.”

“여자가 있어야 하지.”

“네가 결혼하자고 하면 할 사람 널렸어.”

“나도 알아. 근데 아직은 좀 더 청춘을 즐기련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우리 두 사람을 끌어안으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우리 아들, 딸. 여행 조심히 다녀오고. 이왕 다녀오는 거, 둘이서 오지 말고 셋이서 와.”

그러자 오희진이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결의를 다졌다.

“어머니. 제가 꼭 셋이서 오도록 노력할게요. 호호.”

뭔가 벌써부터 무서웠다.

나는 오희진과 함께 전세기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하와이.

그냥 하와이가 아니라, 하와이 근처에 있는 수많은 섬들 중 하나를 최근에 사들인 곳이었다. 어느 미국 부자가 가지고 있던 거였는데, 매물로 나오면서 내가 빠르게 구입했다.

별장, 수영장, 골프장, 헬기장, 그리고 수십 명이 넘는 수행원들이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7일 동안 오희진과 함께 그 섬에서 하루 종일 먹고 마실 예정이다.

지루할 틈이 없는 신혼여행이 될 것 같았다.

* * *

700억이 넘는 돈을 주고 사들인 이 섬의 이름은 ‘브로타’라고 한다.

아름다운 바닷가에 좋은 뷰를 볼 수 있는 거대한 별장에서는 콜만 하면 곧장 헬리콥터가 날아와 원하는 섬으로 데려가 준다.

나는 오희진과 함께 헬기를 타고 하와이 주변을 구경하며 신혼여행을 즐겼다. 그렇게 순식간에 5일이란 시간이 흘렀고, 천국 같은 휴가도 점점 끝이 다가왔다.

“여기서 좀만 나가면 미니 하와이라고 불리는 섬이 있어. 거기서 오늘 파티를 한다고 하던데, 우리한테도 초청장이 날아왔더라?”

오희진은 수행원 하나가 전달해 준 초청장을 내게 건네주었다.

“우릴 초대한 사람이 누군지는 안 적혀 있네?”

“내가 알아보니까, 원래 그 섬에서 주기적으로 파티를 연다고 해. 이 주변에 섬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번 초청장이 날아오고.”

“우리가 섬을 인수해서 초청장이 날아온 거다?”

“그런 셈이지.”

보나 마나 뻔하다.

한국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도 부자들만의 모임이란 것이 있다.

사업으로 외국에 가면 무조건 교회부터 가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비록 종교는 없어도 교회를 감으로써 그곳에 있는 여러 사업가들을 만나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 초청장도 마찬가지다.

분명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섬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의 대부호일 터. 이곳에서 얻는 정보는 그 값어치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해? 갈 거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왠지 여기 가면 휴식이 아니라 일 이야기를 할 거 같은데?”

나는 딱히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희진은 다른 모양이다.

“난 한번 가 보고 싶어. 이쪽 사람들이 어떻게 파티를 여는지도 궁금하잖아.”

“많이 문란할 거 같은데.”

“그러면 어쩔 수 없고. 혹시 몰라? 매우 고급스러운 파티일지.”

이런 휴양지에서 여는 파티가 고급스러울 리 없다.

온갖 난잡한 것들이 다 끼어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희진이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니, 나도 기분 전환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좋아. 오후에 헬기 불러서 가 보자.”

괜히 싫다고 거절했다가는 신혼여행 내내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허우적거려야만 할 것 같았다. 우리는 가볍게 점심을 먹고 시간에 맞춰 헬기를 불러 지정된 섬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벌써부터 분위기가 달아올랐는지, 사람들이 열심히 DJ의 음악에 따라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 앞에서 우리는 가드들에게 초청장을 보여 주었고, 그들은 반갑게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

“아니.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는 다름 아닌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였다.

나도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던 터라 조금 당황했다.

“머스크 회장님이 여기 계실 줄은 몰랐네요.”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하와이까지는 어쩐 일로······.”

그는 내 옆에 있는 오희진을 슬쩍 바라보다 손뼉을 쳤다.

“아차차-. 그렇지 않아도 소식은 들었습니다. 결혼을 하셨다고요? 그래서 여행을 오신 거로군요.”

“예. 허니문으로는 하와이가 제격인 것 같아서요.”

“하하. 저도 와이프와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왔었죠. 그런데 이거 섭합니다. 결혼식 때 초청을 해 주지 그러셨습니까?”

“미안합니다. 외국에 있는 분들까지 초청하는 건 조금 무리라고 생각해서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이렇게 만났으니 된 거 아닙니까?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두 분. 자. 이쪽으로 오세요.”

얼떨결에 우리는 엘론 머스크의 뒤를 따르게 되었다.

이미 그가 앉은 자리에는 유명한 기업인들이 여럿 있었다.

“자자. 여러분. 이분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아시아 최고의 투자가라고 불리는 이진석 회장님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그 이름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전능의 손이라고 말이죠.”

“너무 띄워 주시는 거 같은데요?”

내 부담과는 달리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 돈 굴리는 사람이라면 이진석 회장님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지요. 반갑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는 얀 해치우스라고 합니다.”

“저는 코봇의 CEO 브라이언 코넬입니다. 아시아 최고의 투자자분을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그 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다 알 만한 회사의 주역들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중에서 내게 가장 관심을 많이 드러낸 건 ‘코봇’ 회사의 CEO였다.

남자들이란 으레 술을 몇 잔 나누고 나면 친해지는 게 국룰이지 않던가.

국적은 상관이 없었다.

나와 엘론 머스크, 그리고 브라이언 코넬은 위스키 2병을 비우고 나서 서로 말하는 게 편해졌다.

“정말 대단해. 한국이란 작은 나라에서 투자 하나로 그 많은 돈을 벌어들이다니. 금융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뭐, 나도 내가 대단한 거 알아. 그런데 그건 너희들도 마찬가지잖아? 테슬라는 이제 곧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닐 일만 남았고, 코봇은······. 미안. 코봇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모르네.”

“괜찮아. 아직은 생소하겠지. 우리 회사는 원래 공장용 로봇만 만들었어.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사들에 발목이 붙잡힌다는 걸 알고 빠르게 다른 분야로 전환했지.”

코봇이라.

이 업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엘론 머스크가 옆에 쭉 두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모르는 잠재적 가치가 있다는 건 분명했다.

“코봇. 말 그대로 코퍼레이션. 인간에게 협력적인 로봇을 뜻하지. 우리가 추구하는 건 공장에서 돌아가는 로봇이 아니야. 조금 더 구체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지.”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거?”

“예로 들어볼까? 오토바이 대신 배달을 해 주는 로봇과 드론. 집을 대신 청소해 주는 로봇 청소기. 실시간으로 도시를 관찰해 범죄 발생을 경찰에게 빠르게 신고하는 드론. 그리고 그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 로봇 등등이 있지.”

“그런 것들을 코봇에서 만든다고?”

“우린 열심히 개발 중이야. 그에 필요한 AI를 만들고 각종 센서들을 제작해 나가는 거지. 지금 당장 수익을 내는 건 AI야. 빅데이터를 대신 만들어 주고 그것들을 활용해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우리 회사 AI 프로그램이지. 구글에서도 우리 거를 쓰고 있고.”

구글에서 사용할 정도면 이 회사는 굉장한 걸 만드는 게 분명했다.

“결국 코봇에서 만드는 건 인간을 대신할 로봇들이네?”

“그렇다고 봐야지.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우려를 많이 해. 가뜩이나 없는 일자리가 로봇들한테 전부 빼앗기는 거 아니냐고 말이지.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지 않을까? 단순히 인간의 일을 대신하려고 로봇을 만드는 게 아니야. 그것들이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니까 만드는 거지.”

공장 자동화 로봇이 탄생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야만 했다.

그 당시 로봇을 전부 부숴 버려야 한다고 항의를 했지만, 결국 인간은 그 생활에 적응했다.

“지금 개발 중인 것 중에는 화재 발생 시 안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초소형 로봇들이야. 그리고 지구 온난화 때문에 벌들이 멸종될 거라고 하잖아? 그 벌들을 대신해서 꽃에 수분을 전달해 줄 벌 로봇도 개발 중에 있지.”

“정말 다양하네.”

“그게 코봇의 장점이야. 한 곳에만 얽매여 있지 않고 다양한 개발을 시도해서 성과를 내는 거지.”

가만히 듣고 있던 엘론 머스크도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 나도 코봇의 기업 정신에 찬성하는 게, 이들은 병들어 가는 지구를 살리는 열쇠가 될지도 몰라. 파괴되고 있는 자연을 로봇이 살려 내는 거지. 그래서 말인데, 코봇에 한번 투자해 볼 생각 없어?”

“코봇에?”

“네가 인공 태양 개발에도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는 걸 알고 있어. 당장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닌데도 넌 더 먼 미래를 바라본 거잖아. 이 코봇도 마찬가지야. 우리 테슬라에서도 코봇에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나중에 우주 개발에 들어가면 코봇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될 거야.”

테슬라가 왜 브라이언을 옆에 두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이미 스페이트 X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해 화성 개척을 위한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로봇의 힘이 필요할 것이고, 코봇에서 만드는 로봇들이 그의 비전을 실현시켜 줄 가능성이 높았다.

“전기차가 앞으로 의무화되는 것처럼 코봇도 마찬가지야. 이미 두바이에서도 2030년에는 로봇 경찰을 도시마다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잖아. 아무리 사람들이 반대해도 로봇의 시대가 올 수밖에 없어.”

오늘 안 왔으면 크게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인공 태양과 마찬가지로 훗날 황금알을 낳게 될 거위를 만난 기분이다.

나는 위스키 한 병을 더 따서 브라이언의 잔에 채워 주었다.

“우리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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